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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회


제 6 장


9


하루수업이 끝나자 예나 다름없이 민청실로 가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창문앞에 서계시였다. 창밖으로 마주보이는 교재원에서 경일호가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나무숲속을 조용히 거닐고있었던것이다.

오늘도 소조를 운영하는 날이다.

방식상학의 날이 하루하루 박두해옴에 따라 모든 소조들은 눈에 뜨이게 보다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특히 소조마다 자랑스럽게 내놓을 창안품준비로 열들이 올라 흥성흥성했다.

매일 누구보다먼저 수학소조실로 달려가서는 제일 마지막에야 아쉽기라도 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군 한다는 경일호인데 오늘은 웬일인가? 초급단체총회에서 받은 비판이 아직 잘 내려가지 않기라도 해서일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밖으로 나가시였다.

경일호는 불길처럼 온통 빨갛게 물든 키를 넘는 단풍나무밑의 나무의자에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무슨 생각에 옴했는지 김정일동지께서 가까이 다가가시는줄도 몰랐다. 눈을 감고 입도 꼭 다물었는데 비록 키는 좀 작지만 여간 다부져보이지 않는 그는 더우기 강철로 빚어놓은것처럼 여무지고 옹골차게 느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지켜보다가 기침소리를 가볍게 내시였다.

경일호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쾌활하게 롱말을 하시였다.

《이거 페르마정리에 도전이라도 하려는걸 방해하는건 아니야?》

롱말이라도 높이 춰주고싶으시였다.

최근 그가 페르마정리에 무척 호기심을 가지고있다는 말을 들으시였던것이다.

경일호는 황황히 얼굴을 붉히며 송구해하였다.

《무슨 그런… 세계수학계가 300년동안이나 내려오면서 아직 옥신각신하는 문제인데 나같은게 감히…》

《왜? 가우스도 그렇고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선대리론에 대담하게 도전을 하여 세상을 깜짝 놀래운 례가 어디 한두가지야? 인류과학의 력사는 그렇게 발전했다고도 할수 있잖아.》

경일호는 손을 한번 내리그었는데 그러는 그의 두눈굽에서 물기가 반짝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왜서 그런 롱을 하시는지 그 심정을 제꺽 알아차렸던것이다.

그는 입술을 한번 감빨고나서 진정을 터쳤다.

《페르마정리까지는 생각 못했지만 내가 왜 동무들한테 비판을 받게 되였는가는 깊이 깨닫게 됐어. 계속 반성중이야.》

김정일동지께서는 속이 찌르르하시였다.

오히려 자신께서 얼마간 침묵하시였다. 역시 똑똑하구나, 하긴 수학수재라고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힘껏 안아라도 주고싶으시였다.

이런 때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정을 다 퍼줄수 있을가?!

그 심정 역시 제꺽 받아안은듯 일호는 더욱 솔직하게 반성하였다.

《사실 돌이켜보면 내 결함은 오래전부터 싹터 자란거야. 일호, 일호 하고 선생님들이랑 모두 떠받들어주는 통에 말이야. 결국 자기밖에 모르는 민충이가 됐지. 참, 생각나지 않아? 언제인가 옆에 앉은 동무가 공부시간에 모를것을 한마디 물어봤다고 해서 성을 내며 모욕까지 주었던 일… 동무들 비판이 전적으로 옳아. 내가 왜 그렇게 멍청이였을가? 저만 잘났다고 우쭐렁거리면 영낙없이 바보가 된다는 말 정말 맞아. 아마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들이 오래전에 벌써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도 만들어주었는지 몰라.》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두팔을 힘있게 꽉 잡아주시였다.

무슨 말을 더 해줄 필요가 있겠는가. 참말이지 우리 동무들은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시였다.

그이께서는 그의 팔을 잡은채로 방금 그가 앉았던 의자에 나란히 앉으시였다.

하루종일이라도 그렇게 다정히 앉아있고싶으시였다.

경일호는 더욱 절절히 청했다.

《부위원장동무, 이왕 일이 이렇게 된바엔 더 쎄게 비판해줘, 깨끗이 싹 다 고치게.》

김정일동지께서도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다 깨달았는데 무엇을 더 말할게 있겠어. 난 그저 기쁜 마음뿐이다. 사실 자기가 자기를 안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던. 난 널 믿는다. 넌 앞으로 큰 사람이 될거다.》

그이께서는 《너》라는 부름을 각별히 정차게 하시였다.

경일호는 펄쩍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자 이런, 자꾸 그러지 말라는데…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어, 일호, 일호 하고 춰주는데 습관이 되여서 민충이가 되였댔다구.

정일동무까지 그러면 난 그만 가겠어.》

김정일동지께서는 후더움을 삼키셨다. 경일호가 진짜 돌아설 마음으로 그러겠는가. 그의 자존심에도 공감이 가시였다.

그이께서는 다시금 그의 손을 잡아 따뜻이 곁에 앉히시였다.

《정 그렇다면 한마디만 하자. 우린 지금 사회주의사회에서 살고있지 않니. 사회주의는 영원한거야. 무슨 말인가?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사회는 더 공고한 사회주의사회라는거야. 집단주의, 온 나라 모두가 한형제, 한가정!…

물론 지나온 력사를 더듬어보면 인류과학발전에 놀라운 공적을 쌓은 과학자들이 많지. 수학의 세계만 봐도 최초의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클리드, 가우스, 로바쳅스끼… 한데 말이야. 난 언제인가 그들이 다 한세대에 태여나서 다같이 한마음으로 함께 과학연구를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가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엉터리같긴 하지만 말이야.…》

그이께서는 경일호의 손을 더 힘있게 꼭 쥐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하면… 물론 동시대 과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서로 련계를 가지면서 서로 돕고 고무를 해준 례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질투하고 성과를 깎아내리고 지어 무참히 짓밟아버린 례도 없지 않았기때문이야. 우리 사회에선 절대로 허용될수 없는 일이지.

아버지원수님께서 과학원을 왜 창립해주셨니.

집단의 힘! 집단의 지혜!… 일호, 넌 앞으로 그속에서 너의 이름도 빛내게 될거야. 꼭 그렇게 돼.》

이번엔 경일호가 김정일동지의 두손을 힘있게 마주잡았다.

《알겠어. 정일동무의 그 말엔 동무들의 비판의 뜻도 다 들어있구나. 일생 좌우명으로 삼겠어.》

운동장에서 체육선생이 소조원들에게 준비운동을 시키느라 호각소리를 경쾌하게 울리고있었다. 한쪽에서는 자동차소조원들이 《ㄹ》자형으로 흰줄을 그어놓고 운전기술을 배우느라 신바람들이 났다.

리용이며 성효정이며 생물연구소조원들도 방식상학준비를 하느라 새로 지은 온실의 유리창을 열성스레 닦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시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난 더 말할게 없다. 오늘 정말 기쁘구나. 어서 가봐. 늦지 않게.》

《알겠어.》

일호는 군말없이 씨원스럽게 돌아섰다. 수학공식처럼 명백하고 정확한 성미그대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미소로 그를 바래주시였다.

문득 방금전 너는 꼭 큰사람이 될거라고 진정으로 믿음을 터치셨던 말이 되살아나셨다.

(그래. 그는 분명 명성을 떨치는 수학자가 될거다.)

경일호, 최원석, 주영화… 가만, 혹시 그들이 나라의 핵물리, 핵과학발전의 길에 함께 어깨겯고 나서지는 않을가?

나라의 방방곡곡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경일호며 최원석, 주영화들이 자라나고있을텐가. 왕성하게 자라는 푸른 숲과도 같은 그들의 성장속에 우리 나라는 또 얼마나 번영할것인가.

바로 그것이 지금 아버님께서 간절히 바라고계시는 문제라는 생각에 그이께서는 방식상학준비를 빈틈없이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지시였다.

류룡철을 만나 진지한 담화도 하실 생각이시였다.


× ×


한편 이때 운동장 한쪽가녁에서 운전기술을 배우던 자동차소조원들속에서는 또 뜻밖의 아연할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광국이라는 열성소조원이 새로 들어온 한 나어린 소조원을 운전칸에 앉히고 운전기술을 차근차근 배워주는데 뒤늦게야 나타난 홍종팔이 질투라도 하듯이 이죽거리면서 시비질을 했던것이다.

《여여, 운전댄 하나야. 누군 뭐 둘이 타면 자리가 좁아서 혼자 운전하군 한줄 알아?》

자기 혼자 시뜩해서 욕심스레 운전을 하려고 다른 동무를 밀쳐 떨어뜨리기까지 했던 일로 되게 비판을 받은 분풀이였다.

너무도 어이없는 시비질에 광국소조원이 참지 못하고 운전칸에서 씽 뛰쳐내렸다. 전쟁시기 포차운전사로 용감히 싸운 공화국영웅으로서 지금도 장령별을 달고 인민군대운수부문의 책임적인 일군으로 복무하고있는 아버지의 뒤를 꼭 잇겠다고 하는 그는 소조가 조직되는 첫날 여러명의 동무들을 이끌고 자동차소조에 들어온 탐구심이 강한 열성소조원이였다.

그는 제 성미대로 직사포처럼 내쏘았다.

《동무 회의에서 받은 비판에 도전하는거야?》

《뭐 도전?!》

홍종팔은 띠끔했다. 찔리우고보니 말이 막혔던것이다. 아차, 내가 또… 하는 후회로 당황해졌다.

사실 그는 누구한테 도전을 하자고 그런것은 아니였다. 초급단체총회에서 또다시 되게 비판을 받던 날 그는 진짜 혀를 씹으면서 결함을 꼭 고쳐야겠다고, 우선 무슨 일에든 삐치지 않을것이며 지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속다짐까지 했었다. 위가 또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 이틀동안이나 소조에 나가지도 않았다. 운전련습이야 뭐 마음쓸 일이 아니지만 정작 소조에 나가지 않으니 이름할수없이 속이 끓고 화가 났다. 마냥 무엇인가 모자라서 밀리우기라도 한것 같아 자존심이 불끈불끈했다. 그래서 사흘만에 스적스적 운전련습장에 나왔는데 물론 련습에 정신들을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도 본체조차 안했다. 그는 그것이 더 밸이 나서 괜히 광국이에게 대고 한마디 비꼬았는데 그가 그렇게 격분할줄은 몰랐다.

후회는 막심했지만 이미 깨여진 유리그릇이였다.

광국은 더욱 참을수 없는 말을 던졌다.

《여, 내 여태까지는 참고있었는데… 동문 운전기술을 어머니배안에서 배워가지고 나왔어? 나도 동무만큼은 운전할수 있단 말이야!》

종팔은 어머니배속이라는 말에 얼굴이 화끈했다. 그는 저도모르게 주먹을 내흔들며 내뱉았다.

《그렇다? 좋아, 그사이 기술이 좀 늘었다는 소린데… 하다면 우리 정식 내길 하자. 운전경기!》

광국은 주춤했다. 소조원들도 입을 항 벌렸다. 옆에서 광국의 손을 가만히 잡아당기는 소조원까지 있었다.

광국의 자존심도 보통이 아니였다.

《좋아, 당장 하자!》

휘발유통에 달린 불길처럼 속이 황황해난 그들은 소조원들이 다 립증하라는듯이 목소리들을 높이며 경기구간과 방법을 합의하였다.

자동차는 각자가 아버지들의 차를 리용할것이며 경기구간은 대동군으로 나가는 언덕길에서부터 룡악산밑에까지 누가 먼저 가는가 하는것이였다. 구간을 그곳으로 정한것은 한적한 농촌길이라 어떤 날에는 하루종일 사람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 조용한 길인데다 소달구지도 굴러가기 힘들만큼 험한 곳도 있어서였다.

《한시간후에 고개길에서 만나자!》

홍종팔이 아주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광국이도 주먹을 내리그으며 장담을 했다.

《좋다, 한시간후에!》

그들은 곧 자기 아버지들이 사업하는 기관으로 떠나갔다.

휘발유를 받으려고 소조지도교원과 함께 구역연유사업소에 갔다가 어지간히 시간이 지나서야 학교로 돌아온 소조책임자는 아연하여 한동안이나 소조원들을 둘러보기만 하였다. 이윽해서야 그는 빨리 김정일동지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민청실로 달려갔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억이 막히셨다.

그 경기구간이라면 그이께서도 알고계셨다. 어느해인가 대동군으로 현지지도를 가시는 아버님과 함께 가보신적이 있는 곳이였다. 길이 어찌나 험했던지 때로는 차에서 내려 걸어가고싶은 생각까지 드시였었다. 아버님께서 늘쌍 이런 길을 걸으시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제 어른이 되면 수천수만갈래의 나라길들을 잘 닦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시였었다. 한데 그 험한 길에서 내기를 한단 말인가?

걱정이 드시였다.

물론 그들의 운전기술이 웬간한 운전사들 못지 않게 높아진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소조운영문제를 놓고 가뜩이나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있는 때에, 더우기는 방식상학을 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때에 엄청난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더우기 자동차가 아차 잘못하여 길섶의 경사지나 도랑창에 구겨박히기라도 한다면 인명피해도 일어날수 있지 않는가!

더이상 참을수가 없으셨다. 홍종팔이 진짜 그렇게 도전적이란 말인가. 정말 그렇게 계속 엇서나갈 내기인가?!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어성을 높이셨다.

《대동군으로 나가는… 고개길이 분명합니까?》

그이께서 얼마나 격노하셨던지 소조책임자는 흠칫했다. 자기 잘못이기라도 한듯 어름어름 대답했다.

《예… 분명 각기… 한시간후에 그 고개길에서 만나잔다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단호하면서도 급하게 말씀을 이으시였다.

《알겠어. 동문 너무 떠들지 말고 빨리 소조에 나가 소조운영을 계속해야겠어!》

그이께서는 이어 전화기가 있는 학교접수실로 가시였다. 직일교원에게 량해를 구하기 바쁘게 송수화기를 당겨드시였다.

《부관동지, 급한 사정이 생겨서 그러는데 보통문앞으로 승용차를 빨리 좀 보내주십시오. 아니, 학교로가 아니라 꼭 보통문앞으로 보내주십시오.… 난 일없습니다. 10분이면 나갈수 있습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에도 절대로 승용차를 부르신적이 없었던 그이이신지라 부관은 한순간 의아해했지만 한마디도 그 사연을 묻지 않은채 즉시 대기차운전사를 찾았다.


× ×


김정일동지께서는 운전사가 기어코 자기가 운전해드리겠다고 하는것을 사정을 하다싶이 하여 차에서 내리우시고 자신께서 직접 운전대를 잡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몇년전에 달구지도 다니기 힘든 험한 길로 현지지도의 길을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마을에서 달라붙었던지 다행히도 길은 퍼그나 좋아진 상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내를 벗어나 농촌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내리셔서도 한동안 더 달려서야 먼지를 뽀얗게 일구며 달리는 승용차들을 따라잡을수 있으시였다. 앞에서 달리는 차는 연청색의 쏘련제승용차 《뽀베다》이고 그뒤에서 기를 쓰며 따르는것은 풀색의 군용승용차였다.

연청색차는 아주 여유있게 속도를 높였다늦췄다 하는게 알렸다.

풀색차가 기를 쓰며 앞으로 선행을 할라치면 조소라도 하듯이 이쪽으로 왔다 저쪽으로 갔다 하며 길을 막았다.

길이 퍼그나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울퉁불퉁한 농촌길인데다 차가 낯이 설어서인지 광국이가 탔을 풀색차는 어지간히 불안스럽고 힘이 부쳐보였다.

보통문앞에서 떠날 때도 그랬지만 드디여 눈앞에 두대의 승용차를 알아보게 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우기 분이 치미시였다.

홍종팔의 교만하고 거드름스러운 얼굴이 차창에 어른거렸다. 다시금 사람이 어쩌면 그럴수 있는가 하는 분격과 함께 정말 잘못을 고칠수가 없는가 하는 생각까지 드셨다. 하긴 오죽했으면 장운영이까지 쓴물을 삼키며 돌아섰겠는가.

그이께서는 문득 아무리 뜨거운 정이라도 받을 사람이 받아들여야 하는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인간의 변질!)

정을 모르는 인간이 잘되면 얼마나 잘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은 다른 생각을 다 덮어버리고 우선 저들의 내기부터 중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가스변을 더 힘있게 밟으시였다.

승용차는 앞선 차들이 일구는 황토색먼지구름을 헤치며 점점 더 거리를 좁혔다.

연청색차는 후사경에 나타난 새 승용차와도 경쟁을 하려는듯 씽하고 속도를 높였다. 풀색차도 놓치지 않으려고 바싹 뒤따랐다.

큰길옆 멀리 떨어진 논밭에서 가을걷이를 하던 협동조합원들이 웬 차들인가 하여 허리를 펴며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변속대를 더 힘있게 틀어쥐시였다.

드디여 앞선 차들의 뒤에 가까이 접근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경적을 두세번 울리시였다.

풀색차는 인차 속도를 죽이며 옆으로 길을 냈지만 연청색《뽀베다》는 그냥 한본새로 길복판에서 비켜설 차비가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입술을 지그시 짓무시였다. 이제는 홍종팔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격노만이 치미시였다. 바로 이래서 류룡철이 그의 귀통이라도 후려갈기고싶어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가스변을 힘있게 밟으시였다.

더더욱 참을수가 없어 또다시 온 벌판이 놀라도록 경적을 길게 울리시였다.

풀색군용차가 죄스럽기라도 한듯 길옆으로 바싹 붙으며 멈춰섰다.

옆으로 지나가는 승용차의 차창안으로 김정일동지를 알아보자 광국은 너무도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그 모습을 보셨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경적소리를 길게 울리면서 연청색차의 뒤를 더 바싹 따르시였다.

홍종팔도 그만 자기로서는 안되겠다는것을 깨달은 모양 서서히 길옆으로 피해서며 자리를 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높은 속도로 씽하니 앞으로 나가시였다.

얼마쯤 나가다가 능숙한 솜씨로 차를 잡아돌려 길복판을 가로막아 세우시였다.

광국이 먼저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푹 떨구고 말 한마디 못했다.

홍종팔은 운전대에 두손을 얹은채 밖으로 나올념도 못했다. 그 역시 입만 벌렸는데 두눈동자는 아예 굳어진듯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길을 막아서신채 차안에서 움직이지 않으시였다.

이윽고 차문의 손잡이를 잡으시였다.

당장 뛰여내려 홍종팔을 차에서 끌어내리우고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차문을 왈칵 여시고 한발을 길우에 내려짚으시였다.

홍종팔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차창으로 들여다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문을 열어잡으신채 번쩍이는 안광을 홍종팔의 차안에서 떼지 않으시였다.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허둥거리던 홍종팔은 종시 운전대우에 얹은 두손우에 컴컴하게 굳어진 얼굴을 덜썩 묻어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큰숨을 한번 깊이 들이쉬시였다. 더이상 마주보고싶은 생각도 없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열었던 차문을 쾅소리가 나게 다시 닫으시였다. 여하간 다른 일은 없다는 안도감에서였다.

이윽고 발동소리를 부르릉 더 힘차게 울리면서 길을 가로막아 세웠던 차를 능란하게 바로 돌려세우시였다.

마침 여라문걸음앞에 얼마간 넓어보이는 풀판이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곧바로 풀판으로 나가 차를 제꺽 돌리시였다.

홍종팔의 차는 더이상 보지도 않은채 옆으로 휙 지나치시였다.

네댓걸음 나갔다가 다시 후진으로 홍종팔의 차곁에 다가와 가까이 붙여 세우셨다.

홍종팔은 더욱 당황한중에도 의아하여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차창을 내리우시였다.

홍종팔도 얼결에 차창을 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끝내 격노를 터치시였다.

《동무도 인간이요? 우리의 정이 그렇게도 통하지 않아?… 줴버리면 주어갈 사람도 없는 자존심이 그리도 아깝고 비싼가?!》

홍종팔은 진짜 머리우에서 벼락이라도 치는것 같았다. 밀랍처럼 질린 얼굴을 다시 운전대우에 묻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잠시 침묵하시였다. 격정이 너무 터져 다음말씀이 이어지지 않으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다시금 차문의 손잡이를 잡으셨지만 열지는 않으시였다. 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자신께서도 무슨 일을 저지를것만 같으셨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련거퍼 큰숨을 쉬시였다. 자신부터 진정해야겠다고 생각하셨지만 치미는 실망과 분함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숙어지지 않았다. 방금 폭탄처럼 터친 말씀처럼 인간의 정이 그렇게도 통하질 않겠는가? 다른 동무들은 덮어놓고서라도 장운영의 속마음마저도 그렇게 몰라준단 말인가? 쩍하면 나이재세를 한다지만 그 나이가 오히려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측은한 생각이 드셨다.

그이께서는 가까스로 흥분을 누르셨지만 말씀은 여전히 맵짜게 하시였다.

《동문 경일호만큼도 못하겠어?》

홍종팔의 얼굴색이 활딱 붉어졌다. 그로서는 최대의 아픈 모욕이나 같았던것이다.

저 앞쪽 굽인돌이길에 마른 강냉이짚을 산더미처럼 실은 소달구지 두대가 나타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음성을 낮추시였다.

《동문 아버지가 부상이면 아들도 부상이냐는 비판까지 받았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지금 어디 부모가 간부라고 그렇게 우쭐거리는 학생이 있어? 부모가 간부라면… 항일혁명투사동지들의 자녀들을 좀 생각해봐! 김일동지, 최현동지, 림춘추동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목이 메여올라 말씀을 끊으시였다.

해마다 설날이면 설날마다, 명절이면 명절날마다 아버지원수님께 축하의 인사를 올리겠다고 찾아오군 하던 그들의 정다운 모습이 눈앞을 꽉 채우셨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욱 아픈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인간이면 인간의 정을 받을줄도 알아야지. 동무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썼어? 어디 비판만 했어? 칭찬도 하구 내세워도주고… 그런데 왜 점점 그렇게 되여가는가? 나이를 꺼꾸로 먹는건 아니겠지?》

그이께서는 너무 모욕을 주는것 같아 고개를 돌리셨다.

퍼그나 가까이 다가온 달구지들이 주춤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빨리 길을 내주어야겠기에 차를 다시금 앞으로 쑥 내뽑으시였다.

그때까지 고개를 푹 떨구고 서있던 광국이도 서둘러 자기 차에 뛰여올라 김정일동지의 뒤를 바싹 따랐다.

홍종팔도 뒤늦게야 황황히 차를 돌렸는데 무엇에 걸채이기라도 한 모양 한참이나 앵앵 안깐힘을 쓰다가야 느릿느릿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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