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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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학교민청위원들은 한개 초급단체씩 맡아 소조조직운영과 관련한 해설담화도 하고 협의회도 열고 초급단체모임도 지도하였다.
이미 선생님들을 통하여 대체로는 알고있었지만
자리를 차고 교탁으로 뛰여나와 중공업발전의 중요성을 력설하면서 기계소조에로 동무들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금까지는 좀 우물쭈물했는데 최원석의 뒤를 따라 당장 물리소조에 신청을 하겠다는 동무도 있었다.
예전과는 어지간히 달라진 그였다. 무슨 일에나 벌컥벌컥 끼여드는 일부터가 적어졌다. 특히 눈에 뜨이는것은 녀학생들을 대하는데서 퍼그나 조심하는 눈치였다. 물론 아직 거드름스럽게 허세를 부리는 버릇은 여전했지만 확실히 속은 움츠러든것이 헨둥했다. 장운영한테 찔리워도 되게 찔리우고 쏘여도 모질게 쏘인것이 분명했다.
하여 일부 초급위원들속에서 민청원들과의 약속대로 홍종팔의 문제를 늦게라도 학교민청위원회에서 취급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 제기되였을 때 우리 못지 않게 잘 도와줄수 있는 동무가 있는것만큼 좀더 두고보자고 하셨던
열정적인 토론들이 끝나갈무렵
《홍종팔동무.》
홍종팔은 흠칫했다가 의아한 눈길로
《종팔동문 물론 자동차소조에 들겠지요?》
옆에 앉았던 초급단체위원장이 얼른 말씀드렸다.
《이미 자동차소조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알고있습니다.》
《종팔동무는 이미 운전기술이 2급운전사만큼은 올랐다고 보는데 혹시 오늘을 생각하고 선견지명으로 배워둔건 아닙니까?》
홍종팔의 얼굴에 빙긋 웃음이 피였다. 모임을 시작하여 처음으로 피는 웃음이였다. 그는 제풀에도 좀 어색스러웠던지 뒤덜미를 쓸면서 나직이 외웠다.
《부위원장동무한테 비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아니…》
《난 아직 동무들까지 태우고 대성산같은덴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와하… 웃음이 터졌다.
《홍종팔동무가 이미전에 자동차운전기술을 배운건 아주 잘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발전하면 누구나 다 자동차를 운전할줄 알아야 할것입니다. 자동차운전기술을 배워두는것은 전쟁준비를 하는데서도 필요합니다. 전쟁때 이야기인데… 놈들을 냅다 족치며 노도처럼 남진의 길에 올랐던 한 인민군분대장의 말이 길가에 놈들이 버리고 달아난 자동차들이 적지 않았는데 운전을 할줄 몰라서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리용하질 못했다는것입니다. 오늘의 벅찬 건설장들에서도 그렇고 사람이 살아나가느라면 제손으로 직접 차를 몰아야 할 긴급한 정황도 생길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누구나 다 자동차운전기술쯤 소유하는것은 문명한 사회생활의 요구라고도 할수 있을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홍종팔동무는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고도 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듣고보니 그렇구나.》
《여, 종팔동무.》
동무들은 진짜 부러운 눈길로 홍종팔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하였다.
종팔이 으쓱해지는게 알렸다.
《자동차소조에서는 결코 운전기술이나 배우는것이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것은 동작원리와 구조작용, 발전전망에 대해 폭넓게 배우는것입니다. 아버지원수님께서는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승리―58〉형자동차를 만들어낸데 이어 10톤급자동차는 물론 20톤급자동차, 100톤급자동차와 함께 현대적인 각종 승용차와 뻐스들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세계적으로 원유가 부족한 조건에서 전망적으로는 휘발유대신에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연구개발하고… 그러니 자동차소조만 보아도 과외소조가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종팔동무가 제일먼저 자동차소조에 망라된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며 기대되는 일입니다. 우린 종팔동무가 모든 소조원들을 빨리 자기만 한 수준에 올라설수 있도록 잘 도와주리라 믿습니다. 동무들도 알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몇달후에 소조운영과 관련해서 시적인 방식상학도 하게 되는데 그때 자동차소조가 한번 본때를 보였으면 합니다. 종팔동무, 어떻습니까?》
홍종팔은 아주 틀지게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주먹까지 썩 내흔들며
《좋습니다. 참관자들을 자동차에 가뜩 태우고 운동장을 몇바퀴 돌겠습니다.》
《저거!》
《대단한데!》
《여, 자동차소조가 멋있겠어.》
《종팔동무, 거 왜 운동장만 돌겠어? 시내를 한바퀴 빙 돌지 뭐. 씽씽.》
《여여, 거 뭐 그때까지 기다릴게 있어? 래일이라도 당장 우리 학급부터 태우고 한바퀴 시위해보자꾸나.》
《아니아니, 우리 자동차소조가 먼저야, 그렇지? 종팔동무.》
홍종팔은 점잖게 두팔을 벌려 흔들며 동무들을 진정시켰다.
《자, 그건 차차로 보기로 하구… 내 일어났던김에 한마디 하겠어. 뭔가? 오늘 민청부위원장동무까지 나와서 왜 이런 모임을 조직했는가 하는거요. 우리 학급에만도 아직 소조를 선정조차 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동무들이 한둘이야? 난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볼 생각보다 먼저 이 문제부터 빨리 락착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부위원장동무가 강조한바와 같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말입니다.》
홍종팔은 《어때?》 하듯이 교실안을 둘러보았다. 얼굴을 숙이는 학생들이 눈에 띄였다.
문득 고급반 학생이 된 첫날 천성이냐 노력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열렬히 론쟁을 벌리던 일이 생각나셨다. 그때도 홍종팔은 저렇게 멋진 말을 해서 동무들을 희한해하게 했었다. 혹시 지금도 그 버릇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으시였다. 이제는 공민증까지 받은 《성인》이 아닌가.
홍종팔은 기운이 뻗친 모양 어깨우에로 고개를 한번 힘있게 돌리고나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누가 먼저 쳤는지 박수소리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