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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 회


제8장 마지막의병대


7


탁영대와 소금나들이골에서 일본군이 련이어 녹아난 소식에 접한 오까노모는 미칠 지경이 되였다.

며칠전 구치산에 펴놓은 포위환이 뜻밖에도 바위골에서 접전이 벌어지는통에 물거품이 되여버리고 의병대의 꼬리를 잡았던 한개 소대병력이 전멸당했다.

구치산에 병참이 있다는 거짓정보를 내돌려 평산의병대를 일망타진하려는것은 오까노모가 면밀히 타산하고 준비한것이였다.

오까노모는 서흥군청의 버들이가 의병대와 내통한것 같다는 맹영달이의 말을 듣는 순간에 바로 이러루한 흉책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래서 오까노모는 서흥군청우두머리들이 참가한 작전회의에서 두가지 《비밀》을 발설하였다.

하나는 평산군에 속한 보하면 삼리와 보상면 일리일대를 비롯한 평산땅의 여러개 지역과 서흥군의 구정면과 률리면일대의 바리산주변까지 력량을 집중하여 수색한다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치산에 새로 꾸린 비밀병참에 많은 탄약과 군수물자들이 저장되였으니 일본군 2사단의 수송로를 닦기 위한 준비를 갖출데 대한것이였다.

이 모든것은 오까노모가 꾸며낸 계략이였다.

오까노모는 수비대가 매복하기 유리한 지형들을 톺아나가다가 구치산을 점찍고는 바로 그곳에 일본군 2사단의 병참이 있다는 정보를 발설하기로 작정하였다.

계획을 세워놓고 하나하나 따져보니 자기로서도 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의병들이 모두 여기로 쏠리게만 되면 그야말로 토끼몰이사냥이 될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놓고보니 토끼를 후려쳐서 몰아갈 몽둥이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오까노모는 평산과 서흥일대에서 그중 의심되는 여러 지역에 대한 수색을 진행한다는 또 하나의 정보를 만들게 되였던것이다.

오까노모는 자기의 이번 책략에 의하여 평산의병대가 진멸되게 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자기의 몽둥이질에 놀란 토끼들이 깊고깊은 수풀속에서 뛰쳐나와 구치산으로 정신없이 뛰여들리라고 확신한 놈은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놓았던것이다.

그런데… 평산의병대가 나타날 골짜기마다 매복진을 쳤는데 구치산에서 얼마쯤 떨어진 바위골에서 싸움이 터지는통에 자기들의 함정으로 향했던 평산의병대는 포위환밖으로 사라져버리고말았다.

평산의병대의 꼬리를 물었던것이 분명한 한개 소대가량의 수비대력량은 긴양지산의 어느 한 골짜기에서 모조리 전멸당하는 참패가 뒤따랐다.

한놈도 살아남지를 못했으니 의병대가 사라진 방향은커녕 전멸의 전말도 알아낼수가 없었다.

자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지금 오까노모는 함정에 빠진 승냥이의 신음같은 거친 숨소리만 내지르면서 방안을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이제 자기의 책략이 수포로 돌아가고 도리여 수비대가 손실만 입은 사실을 알게 되면 사단장뿐아니라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비롯한 군부의 거물들이 가만 놔두겠다고 할리는 만무하였다.

박물관 총장의 표리부동한 눈길도 떠올랐다.

오까노모는 얼굴에 송충이가 기여가는듯 한 느낌이 들어 머리를 한바탕 휘젓고는 어떻게 하면 이 고비를 넘겨내겠는가를 타진해보기 시작했다.

다른 그 어떤 방도란 있을수가 없었다. 오직 평산의병대를 빨리 소탕해버리는 길만이 있을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찾지 못한 평산의병대의 거점을 어디서 찾아낼것인가?

잠시 생각을 굴리던 오까노모의 두눈에 살기가 어렸다.

이번에 구치산작전의 실패가 바로 평산의병대의 행방을 찾는 열쇠라는것을 비로소 생각해냈던것이다.

바로 그랬다. 평산의병대가 자기의 책략에 말려들었던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련락을 받았다는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꼽은 몇개 지역에 대한 수색전을 알고있기에 평산의병대는 구치산과 탁영대 등 여러 지역에서 싸움을 벌렸을것이다.

그러니 자기의 추측은 옳았다.

오까노모는 급히 지도를 펼쳤다.

그의 눈에 서흥군 률리면이 또렷이 찍혀졌다.

그외에 다른 일대는 수색대가 여러번 출동한 곳이다.

하지만 서흥군의 률리면은…

불쑥 그의 머리속에서는 언제인가 이곳 주변으로 수색을 나간다고 떠났던 일본군 세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종적을 감추었다가 며칠이 지난 다음 수비대 가까운 어느 한 길목에서 썩은 시체가 되여 나타난 사실과 그후 이곳에서 의병과의 조우전이 벌어진 사실들을 상기해냈다.

오까노모의 두 눈길이 거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까노모는 한동안 굳어진듯 서있다가 밖을 향해 꽥- 소리를 질렀다.

《야!》

문밖에서 중위 하나가 달려들어왔다.

《서흥제비여울수비대장을 불러라. 그리고 당장 여기 수비대본부와 서흥군청에 있는 탄약과 군복들로 다섯개의 말바리들을 만들고 두개의 호위소대를 붙여 마산면 관모봉일대에 있는 경찰관파출소로 끌고 가라. 오늘중으로 날이 어둡기 전에 도착하여야 한다. 알았는가?》

중위는 영문을 몰라 머뭇거리다가 오까노모의 눈에 서려있는 독기를 보고는 발뒤축을 모아붙이며 목을 꺾었다.

《하잇!》

중위가 사라진 다음 오까노모는 보초를 불러 맹영달이를 당장 불러오게 하였다.

오까노모는 이번에야말로 평산의병대와 생사를 판가리하는 혈투를 벌릴 때가 왔다고 확신했다.

오까노모는 중위의 수송대가 관모봉으로 떠난 다음 100여명의 병력을 관모봉파출소로 가는 고사리골이라는 곳에 매복하도록 은밀히 기동시켰다.

복병을 떠나보내고난 오까노모는 시나지로중위가 도착하는 길로 당장 률리면일대에 대한 강한 수색전을 벌릴것을 명령하였다.

이때 오까노모는 시나지로중위에게 의병들의 흔적이 자그만치라도 나타나는 곳은 완전히 초토화해버릴것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정신없이 모든 작전을 꾸미고나니 어느새 시간이 퍼그나 흘러서 저녁때가 거의 되여오고있었다.

오까노모는 아까부터 수비대에 나타나 자기곁을 맴도는 영달이에게 그제야 눈길을 보내며 씨벌이였다.

《이젠 떠나보자.》

맹영달은 영문을 알수 없어 오까노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까노모가 싸늘한 눈빛으로 맹영달을 찌를듯 바라보며 다시 씨벌이였다.

《이젠 기생의 수청을 받아야겠다. 나를 버들이라는 기생에게로 안내하라.》

맹영달은 오까노모의 소름끼치는 눈빛을 보고 금시 무슨 일이 벌어질것이라는것을 예감하며 황황히 밖으로 나섰다.


× ×


버들은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왔다.

정오가 되기 전에 무슨 일때문인지는 알수 없으나 관모봉으로 왜놈들의 탄약과 군복을 실은 다섯필의 말바리가 떠났다는 련락을 박주룡에게 주어보내고나서 늦은 오후에 다시 서흥군청에 나갔던 버들은 실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조금전에 률리면일대로 병력을 출동시킬 준비를 하라는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의 불호령이 내렸다는 사실이였다. 며칠전부터 구치산일대에서 산발을 헤매다가 아침도 훨씬 넘어 해가 중천에 떠서야 녹초가 되여 돌아와 정신없이 코를 골아대던 서흥군청소속 수비대놈들이 시나지로의 불같은 독촉을 받고 거슴츠레한 눈깔들을 겨우 말아올리며 마당가에 모이고있었다.

처음 그것들의 입을 통하여 이제 수색하게 되는 곳이 률리면이라는것을 알게 된 버들은 속이 철렁하여 급히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에 꽉 차있었다.

그런데 왜놈들의 입에서 튀여나온 다음 소리는 버들이를 더더욱 아연케 하였다.

지구수비대에 병력도 많은데 하필 며칠밤 잠도 자지 못한 자기들을 《토벌》에 끌어낸다고 두덜대는 어떤 왜놈병졸에게 오장이란 놈이 이렇게 지껄였던것이다.

《자식, 무슨 잔말이 많은가? 그들은 지금 관모봉쪽으로 유인한 평산의병대를 소멸하기 위해 모두가 은밀히 기동하여 고사리골에 매복하고있다가 다섯바리의 탄약과 군복이 탐나서 달려오는 의병대를 소멸해야 한단 말이다. 그리고 률리면의 제일 막바지에 있는 바리산주변을 참빗질하듯 샅샅이 수색해서 의병거점을 찾아내여 동시에 없애는것이 지구수비대장의 계략이다. 알았는가?》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버들이는 하마트면 비명을 지를번 하였다.

관모봉으로 군수물자를 보낸것이 의병들을 끌어내기 위한 수비대장놈의 책략이라는것을 비로소 알아낸 버들이는 정말이지 가슴을 쥐여뜯고싶었다.

그러니 자기가 의병들을 괴멸시키기 위한 오까노모의 계략에 말려들었던것이다.

바로 이 순간에 버들의 머리속에는 불쑥 구치산병참에 대한 정보도 왜놈들의 계략이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활랑거렸다. 자기가 왜놈들의 계략에 말려들어 평산의병대를 위험에 몰아간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우기 바리산주변을 참빗질한다는 사실은 버들이를 순간도 지체할수 없게 하였다. 바리산주변을 참빗질하면 돌망골이 위험했다. 왜놈들이 돌망골에 들이닥치기만 하면 그곳 사람들은 한사람도 살아남지 못할것이다.

버들은 마음이 조급해져 견딜수가 없었다.

밖은 벌써 어둑해지고있었지만 버들은 김정환의병장에게 빨리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오직 한 생각으로 집으로 들어서자바람으로 차비를 서둘렀다.

간편한 차림새를 갖추고 마당가로 내려서는데 밖에서 어지러운 발소리들이 들렸다.

버들은 왜서인지 가슴이 졸아드는것을 느꼈다.

아니나다를가 그의 집 대문이 벌컥 열렸다.

열려진 대문으로 왜놈들이 들어서고있었다.

맨 앞장에서 들어서는 왜놈을 바라보던 버들이는 깜짝 놀랐다.

서흥군청이나 지구수비대에서 몇번 본적이 있는 수비대장 오까노모를 알아보았던것이다.

이놈이 어떻게 이 집에 왔는가. 빨리 의병대로 가야 할텐데…

오까노모의 뒤에 수비대병졸놈들과 함께 기웃거리는 맹영달을 본 버들은 갑자기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이놈들이 자기의 행적을 눈치챈것 같았다.

의병들의 거점과 의병들을 후원하는 백성들을 색출한다고 눈을 밝히는 왜놈들이고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억지가 력력히 내배인 오까노모의 점잖은 목소리가 날아왔다.

《네가 버들인가?》

버들이는 그자를 새침한 눈길로 바라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오까노모가 다시 나직하나 몸서리치는 선뜩한 목소리를 냈다.

《네년이 우리 일본사람들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버들이가 비웃음을 담고 오까노모를 노려보았다.

버들이는 이자가 자기의 절개나 꺾자고 온것은 아니라는것을 느꼈던것이다.

《오늘 네년의 절개를 보겠다. 평산의병대와도 내통이 있다고 하는데 어디 우리 대일본제국군의 남아들과 한미한 산골에서 땅이나 뚜지던 무지렁이들의 맛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줄테다.》

버들이의 얼굴에 차거운 웃음이 비꼈다.

《어리석게 놀지 말아. 너절한 놈!》

오까노모의 입아귀가 턱 버그러졌다.

《하-》

그의 기가 막힌 노성에 곁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영달이가 죽을상을 지었다.

오까노모가 군도를 천천히 빼들었다. 그리고는 군도를 버들의 가슴에 가져다대였다.

오까노모는 군도에 서서히 힘을 가하며 씨벌여댔다.

《어디 조선기생의 절개를 한번 볼가? 여기서 옷을 몽땅 벗어라.》

왜놈병졸들이 희한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대문으로 대가리들을 들이밀고 벌써부터 들썩였다.

오까노모의 칼끝이 버들이의 가슴으로 서서히 파고들었다.

버들이는 가소로운듯 오까노모를 노려보았다.

가슴으로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들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그 차겁고 도고한 기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칼날이 점점 깊이 배겨들자 곁에서 구경하던 왜놈들의 상통이 이지러졌다.

오까노모는 악이 받쳤다.

칼날이 더 깊숙이 박혀들었다.

버들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며 몸을 비칠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라. 우리 일본군은 기생을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버들이의 앙다물린 입술이 떨리며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왜놈아, 조선녀성들이 쪽발이놈들에게 무릎을 꿇고 절개를 쉽게 버렸으면 민족이 순결해지지 않았을게다.》

오까노모의 볼편이 악이 올라 푸들푸들 떨렸다.

천천히 버들이의 가슴으로 미끄러지는 군도로 빨간 선지피가 흘러내려 땅바닥을 질벅하게 적셨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버들이가 또다시 몸을 비칠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쓰러지지 않았다.

칼날이 마지막계선을 넘어서려는 순간이였다.

《가만!》

갑자기 울리는 노성에 오까노모가 흠칫 놀라며 눈길을 돌렸다.

《그애를 다치지 말아.》

대문가에서 얼굴이 새까만 농민이 나타나 오까노모에게 호령을 하고있었다. 오까노모는 그를 향해 총구를 내드는 병졸들을 손을 들어 제지시키고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고 차겁게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저애가 내통했다는 평산의병대가 바루 나다. 저애는 여기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 연약한 아녀자앞에서 칼을 빼들고 위세를 뽐내는게 너희들이 지껄이는 사무라이정신이냐?》

오까노모가 조선농민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그래, 네놈이 정말 의병인가?》

《내가 평산의병대원 박주룡이다. 아녀자앞에서 객기를 부리지 말고 해볼테면 나와 해보자.》

오까노모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버들이의 가슴을 파고들던 칼을 쑥 뽑았다.

칼이 뽑아져나오자 버들은 비칠하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박주룡이 달려가 그를 급히 붙잡았다. 박주룡을 바라보는 버들의 눈에 눈물과 함께 야속함이 어렸다.

《어쩌자고 여기에 나타났나요, 예? 어쩌자구… 흑…》

박주룡이 그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버들아! 날 진짜 오빠로 생각했다면 그런 말 말어라. 내가 네 명을 늘일수 있다면 난 무엇도 마다하지 않겠다. 여기서 꼭 살아서 우리 마누라를 찾아가거라. 왜놈의 세상에선 의지할 곳이 없이는 살수 없느니라. 거기에 가서 소박하게 살아가거라. 더는 기생노릇을 하지 말고. 어서 다짐을 해라.》

버들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알겠어요. 오빠-》

박주룡이 빙그레 웃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까노모앞으로 다가갔다.

《저애는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했으니 그냥 놔두는게 당신에게도 좋을거요. 당신이 알고싶은걸 저애는 하나도 모르니까…》

오까노모가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네가 안다는건가?》

박주룡의 얼굴이 무섭게 이지러졌다.

《그걸 꼭 물어야 알겠느냐? 어리석은 자식!》

박주룡이 주먹을 불끈 틀어쥐자 오까노모가 저도 모르게 뒤걸음쳤다.

왜놈들이 달려들어 박주룡을 묶었다.

박주룡은 버들이를 바라보았다. 버들이가 금시 흐려드는 눈을 가까스레 뜨며 박주룡을 불렀다.

《오빠-》

버들이를 보는 박주룡이 눈물이 글썽하여 소리쳤다.

《버들아, 죽지 말고 살아야 한다. 알겠느냐? 기운을 내거라.》

버들이는 정신이 흐려드는 속에 그 소리를 가려들었다. 박주룡의 목소리는 먼곳에서 울리는것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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