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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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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그날 오후중으로 당장 전체 교원들이 교원실에 모여 학생들의 과외소조조직문제를 토론하기로 하였다.

과외소조를 조직하자는데는 누구나 반대없는 일치찬성이였다.

문제는 어떤 규모에서 어떻게 조직하느냐 하는 방향과 방법이였다.

태반의 교원들은 학교의 전반적인 학과성적을 우려하면서 소조를 조직은 하되 모든 학생들을 다 망라시키는것은 피하고 물리나 화학, 수학같은데 특히 취미가 있는 학생들로써 문학 및 연극소조나 생물소조처럼 경험적으로 몇개만을 더 조직하자는것이였다.

예상외로 모임이 있기 썩 전부터 론쟁들이 열렬했다.

권길수만은 일체 침묵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여서야 그는 계획했던대로 누구도 모르게 홍종팔학생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잘 알고있는 홍종팔은 제집식구의 방에라도 들어오듯 아무 꺼림도 없이 싱글벙글하며 나타났다.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꾸벅 했는데 학생으로서는 무례한 자세였다. 기분이 나빴으나 권길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까지 권하면서 친절하게 맞았다.

아버지를 생각해서도 관심을 많이 돌렸어야겠는데 일이 바쁘다보니 미안하게 됐다고 인사치레를 하고나서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물었다.

《아침에 교장선생님이 구체적인 설명을 다 했는데… 학교에 과외소조가 조직되면 종팔학생은 어느 소조에 들겠나?》

홍종팔은 대답대신 씩 웃었다. 권길수를 마주보는 눈에는 로골적인 조소의 빛이 야물거렸다. 내가 선생의 속을 모르는줄 아오? 하는 뜻이 력연했다.

권길수는 얼굴이 화끈했으나 아닌보살을 하며 제꺽 제편으로 키를 돌렸다.

《내 종팔학생 하나야 책임 못지겠소. 이젠 졸업도 멀지 않았는데 말그대로 지금은 하루가 한달, 한해맞잡이가 아니요.

오늘 당장 교원모임에서 소조문제를 신중히 토론하게 돼. 다른 학생은 몰라도 학생만은 본인이 해달라는대로 성사시켜주자는거요.》

홍종팔은 또 히쭉 웃었다. 선생이 아니라도 내 문제는 다 내가 마음먹은대로 되는겁니다 하는 빛이 뚜렷했다.

권길수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여전히 모른체 했다. 중요한것은 최종적으로 그의 립장을 두드리는것이였다.

홍종팔은 좀 으시대기라도 하듯이, 하면서도 다행스럽게도 명백하게 말했다.

《교장선생님은 각자 자기의 소질과 희망에 따라 소조를 정하라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전 아직 이렇다할 소질이나 특별한 취미도 가지고있지 못합니다. 명백히 일반학과목공부에 힘을 더 기울이면서 소조활동은 앞으로 더 두고보아야겠습니다. 정 모두가 꼭 들어야 한다면 자동차소조에나 이름을 붙이던지…》

권길수는 무릎을 쳤다. 옳거니, 저게 바로 홍부상의 립장이야.

홍종팔과는 더 마주앉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제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종팔학생의 문제는 자기가 책임지고 내밀어주겠으니 아버님한테 조금도 걱정하지 말란다고 전하라고 각별히 일렀었다.

(부상의 립장은 곧 성의 견해일것이다. 성에서는 분명 과외소조활동에 신심이 없어하는거야. 국가적인 조치이니 당장은 집행을 하면서 보자는게 틀림없어. 정책적인 문제이니 반드시 총화사업이 있을게 아닌가. 이런 때일수록 앞을 내다보면서 조심을 해야 하느니…)

비로소 견해와 립장이 명백해진 그는 별로 바쁜 일은 없었지만 부러 천천히 제일 늦게야 교원실로 들어갔다.

예측대로 모임은 시작부터 론의가 격렬했다. 역시 모든 학생들을 다 망라시키겠는가, 시범적으로 몇명씩만 소규모적으로 조직하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교장은 여전히 사색에 잠겨 매 교원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사업수첩에 꼬박꼬박 적기만 하였다. 그늘진 얼굴에 점점 더 실망이 실렸다. 안타깝고 답답할만큼 그렇게 교원들의 의견을 적기만 하던 그는 한동안이 더 지나서야 고개를 들며 권길수를 쳐다보았는데 그 눈길에는 무엇인가 도움이라도 청하는듯 한 간절한 빛이 어려있었다.

권길수는 한순간 흠칫했다.

이미 선은 명백히 세웠지만 서뿔리 발딱 나설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무척 신중히 생각하는듯 입술까지 꼭 짓물면서 교원들을 둘러보았다. 각이한 빛의 눈길들이 놓칠세라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교무부장선생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교장이 종시 그의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하는것이 좋겠습니까?》

그는 교장의 재촉을 거듭 받고서야 마른침을 삼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험적으로 몇개의 소조를 먼저 조직해보자는 의견이 옳을것 같습니다.》 하는 말이 혀끝에 매달려 달랑거렸다.

하지만 그는 입술을 더 힘주어 꼭 씹었다. 아서라. 아직은 경솔해선 안돼. 교장의 립장은 뻔한데 설사 내가 반대를 한다고 해도 그는 당과 국가의 요구라고 자기의 주장을 완강하게 내밀게 아닌가. 나야 어디까지나 교무부장인걸.

그는 체소한 몸을 크게 보이기라도 하련듯 어깨를 한번 추스르고나서 어지간히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여러 선생들이 우려한바대로 학교의 현실정을 고려할 때는 경험적으로 몇개 소조를 먼저 조직하고 보자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또 당정책적요구로 볼 때는 선정화선생을 비롯해서 몇몇 교원들의 의견대로 좀 어렵긴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다 망라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옳습니다.

에, 명백한것은 교육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이 문제는 매우 신중한것이라는겁니다. 특히 졸업반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간의 성장과 년령심리적특성으로 볼 때도…》

교장이 먼저 눈길을 떨구었다.

무엇인가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던 선정화선생도 고개를 돌렸다.

책임적인 문제를 토의할 때면 가끔 저렇게 일장연설로써 자기의 견해와 립장을 아리숭하게 표현하군 하는것이 그의 버릇이기때문이였다.

《됐습니다, 교무부장선생.》

교장이 듣다못하여 짜증섞인 소리로 그의 말을 중단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육학적견지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옳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모두 모여앉아 토론하는게 아닙니까. 우리 학교의 경우는 처음으로 모든 학생들을 다 망라시키는 과외소조를 조직하게 되는 일인것만큼 견해들이 차이날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뭔가. 자막대기, 기준이 똑똑해야 한다는겁니다. 당적원칙, 절대적인 기준… 그 자막대기란 무엇인가.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입니다. 수령님의 교시는 곧 당의 로선과 정책이 아닙니까.

우리는 오늘 상정된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절대적인것으로 접수하고 여러 선생들이 발언한대로 신중하게 대하여야 하겠습니다. 각자 그 방법과 방도들을 잘 연구들 해서 다시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당위원회에도 정식 제기합시다. 이만합시다.》

교장이 사업수첩을 접어들고 먼저 자기 방으로 돌아갔지만 교원들은 한동안이나 그대로들 앉아있었다.

언제나 말이 적고 녀성적성격으로 참하게만 느껴지던 교장의 그 단호하고도 결단성있는 발언에 어지간히 놀랐던것이다.

교원실에서의 심각한 론의와는 관계없이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학급별축구경기가 한창 열을 올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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