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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 회


제8장 마지막의병대


6


봉대네가 탁영대를 때릴 때 무삼이네는 김정환의병장의 령을 받고 소금나들이골에 진을 치고있었다.

이제 여기서 무삼이네는 해주쪽에서 탁영대로 몰려가는 지원군놈들을 매복습격하여 봉대네가 무사히 철수하도록 하는 한편 왜놈들의 눈길이 도평쪽으로가 아니라 해주방향으로 쏠리도록 해야 했다.

무삼은 소금나들이골에 진을 친 의병들에게 신호가 있을 때까지 휴식을 하도록 이르고나서 왜놈들이 나타나게 될 방향으로 감시인원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무삼이가 가버리자 의병들은 잡관목숲속에 들어앉아 무료한 시간을 흘러보내기 시작했다.

태반이 금방 의병대에 들어온 사람들이라 첫 싸움인 까닭에 몹시 긴장되여있었다.

전령감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화천면 칠우동에서 의병대에 들어온 한 젊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상철아, 내 아까 듣자니 너희들 왜놈잡이하겠다는 방법이 신통치를 못하더라.》

상철이라는 의병의 눈이 둥실해졌다.

《내가 어쨌게요?》

전령감이 그를 보고 혀를 낄낄 내찼다.

《뭘 달구났다는 녀석들이 왜놈 하나를 놓고 난 뒤에서 모가지를 꼭 붙잡겠으니께 넌 다리를 잡고 하나는 족쳐라 하면서 열을 올리는 꼴이란 참… 하나가 왜놈 셋과 대적하여 제껴버릴 담을 가지고 싸워야지 왜놈 하나를 놓고 부들부들 떨면서 셋이 달라붙을 생각을 해? 참 기막혀서…》

《떨긴 누가 떨어요. 이 령감님이 누굴 아예 망신시켜도 분수가 있지…》

셋이 동시에 대들자 령감이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지금 기상을 보면 분명 가운데 뭣을 달고난 사내가 분명하렷다. 이녀석들, 뉘한테 버르장머리없이 눈을 올려매구 대드는거냐? 그래, 내가 늙었다고 왜놈보다 덜 무서워보이느냐? 이래뵈두 동학당란이 일어났을 때 내가 맨손으로 왜놈 둘하구 관군 한놈을 단매에 때려죽인 사람이다.》

킥-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왜 웃어?》

령감이 두눈에 홰불을 달아매자 저만치 떨어져있던 한 총각이 이야기판에 비집고 들어와 이죽거렸다.

《그때 한 왜놈이 령감님을 향해서 총칼로 찌르려고 했던게 생각나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그때 총칼이 령감님 배허벅을 뚫지 못하게 뒤에서 내가 총탁을 붙잡고있었다구요. 그래서 령감님이 지금껏 살아서 이렇게 늘그막에 의병까지 된거예요.》

전령감이 총각의 머리통을 쥐여박았다.

《이 버르장머리없는 녀석, 터진 방아공이에 좁쌀알 끼듯 끼여들어 웬 말참녜질이냐? 그때는 네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때야.》

다른 젊은이가 곁달아 말방아에 뛰여들었다.

《헹, 그래도 난 령감님이 그때 쌈엔 참가하지도 못하구 화식칸에서 아궁에 장작불이나 때주었다는걸 다 아는데두요. 그때 화식을 맡아해주던 체네가 지금 우리 마을에 살거든요. 열살 난 아들이 있는데 그 아주머닌 자기의 아들애가 큰 다음 전령감님처럼 화식칸에 쭈그리고 앉아 불이나 때주는 시라소니로 키우지 않겠다면서 치마를 걷어붙이고 산에 올라가 몸단련을 시키고있어요.》

요란한 웃음판이 터졌다.

그통에 싸움을 처음 해보는 젊은것들의 긴장을 눅잦혀주려는 알량한 마음에서 이야기판을 펼쳐놓았던 전령감이 도리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 주먹을 허공으로 휘두르고 발까지 구르며 성을 냈다.

《이녀석, 날 언제 봤다구 쓸개빠진 아낙네소리냐? 버르장머리없는 녀석… 의병이란 이름자를 같이 쓴다구 나 날 때 너도 생겨났다는 심보냐? 엉, 이녀석!》

전령감이 노여움을 쓰자 달삼이가 얼리려들었다.

《아아- 령감님, 됐수다, 됐어요. 아, 코흘리개애들이 롱질을 좀 한걸 가지고 뭘 그다지나 노여움을 쓰시우.》

《이걸 놔라. 네놈은 좀 나보여서 어른흉내냐?》

전령감은 팔을 잡은 달삼이의 손을 뿌리쳐버리며 돌아앉았다.

괜스레 나섰다가 퉁을 맞은 달삼이가 어이없어 입을 항 벌리였다.

《거 듣고나니 괘씸하구려. 그럼 내가 아이란 말씀입네까? 허, 내 참…》

전령감은 더 말을 않겠다는 심산으로 등을 돌려대고 앉았다.

달삼은 어처구니없는 눈길로 전령감을 한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가 전령감의 턱수염을 보고 무슨 앙심을 품었는지 좌중에 눈을 꿈쩍해보이고는 큰소리를 내였다.

《한성에서 데라우찌라는 놈이 그 무슨 〈경찰범처벌규칙〉이라는것을 발포했는데 자네들 그 내용이라는걸 들어봤나?》

누구에게라 없이 묻는 말에 의병들이 머리를 저었다.

그럴줄 알았다는듯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달삼은 코웃음을 쳐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참 어처구니없기가 반만년이래 처음으로 만들어낸 희한스런것이라더군. 에, 그게 어떤것이 속하는가 하면 일정한 거주지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 구걸을 하거나 그렇게 하게 한 사람, 밤 1시후 또는 해뜨기 전에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사람, 전선줄이 지나간 부근에서 연을 띄운 사람, 개 또는 닭싸움을 하게 한 사람 등등 해서 무려 여든일곱개 항목이나 되는데 여기에 걸리면 헌병이나 경찰나부랭이들이 재판이란것두 없이 즉결처분하게 되여있다고 하네.》

의병들이 입을 딱 벌리고 미덥지 않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그따위 법도 있수?》

《아니, 그거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구먼.》

《거기서 살아날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나.》

달삼이는 전령감쪽을 힐끗 곁눈질했다.

전령감은 지금 달삼이가 하는 소리가 요전번날에 김정환의병장이 한성정세를 의병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알려준 소리였던지라 저 엉큼한 녀석이 왜 그 말을 여기서 다시 꺼내드는지 딱히 알수가 없었다.

하기야 여기 모인 의병들은 금방 의병대에 들어온지라 그들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달삼이가 저 소리를 꺼낼 때는 필시 흥클한 속심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하여 전령감은 딴눈을 팔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귀를 이야기판에 강구었다.

그 모양을 깨고소하게 바라보고난 달삼이가 흥이 나서 의병들속으로 한무릎 나앉았다.

《누가 아니라나… 혹시 알게 뭔가? 그 여든일곱개 항목중에 턱수염을 길게 기른 령감님들을 즉결처분한다는 문구도 있을는지. 그런 구절이 있으면야 우리 의병대의 저기 저 전령감님의 그 턱수염도 왜놈들의 눈에 띄우면 즉결처분감이지.》

여기저기서 키드득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그때에야 달삼이가 그따위 소릴 꺼내든것이 바로 자기를 놀려대려는 심보였다는것을 느낀 전령감이 머리를 돌리고 눈을 빨았다.

《별 싱거운 놈 다 보겠구나. 남의 수염은 왜 시기질이냐?》

달삼이는 그게 웬 당치않은 말이냐는듯 눈을 둥그렇게 떠올렸다.

《시기하다니요? 나야 그저 령감님의 그 풍채좋은 수염이 의병생활에 여러모로 불필요하다는걸 말해주는거지요.》

《수염이 무슨 거치장스러운 물건인줄 알어? 내 수염을 기른지 몇십년은 되지만 아직까지 수염덕에 랑패본 일은 없다. 에헴.》

달삼이가 령감쪽으로 바투 나앉으며 머리를 휘저었다.

《그렇지도 않수다. 령감님, 어디 내 말 좀 들어보시라요.》

자기의 말꼭지를 물고앉아 방정맞게 수염소릴 꺼낸 장본인이 바로 이 벼락맞을 익살쟁이 달삼이인지라 령감의 눈살이 대번에 꼿꼿해졌다.

《네녀석은 무슨 상스러운 소릴 또 지껄일려구 벌써부터 상판에 간질간질한 계집웃음을 남실거리는거냐? 네놈의 소린 안 듣는다. 암만 들어봐야 새우 벼락맞던 얘기가 아니면 참새 굴레씌워먹던 이야기겠지.》

하지만 달삼은 코웃음을 쳤다.

《애매한 새우와 참새는 왜 꺼들이시우? 우리 고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할려구 그러우다. 안 듣겠으면 거기 돌아앉아서 먼산만 바라보시구려.》

방금 이야기판에서 전령감의 노여움을 산것으로 하여 흥심을 잃어버린 의병들이 미덥지 않은 눈길을 던졌다.

《어디? 또 한성얘긴가? 왜놈들이 득실거리고 역적놈들이 뻐젓이 활개치는 그런 곳에 무슨 들을 소리가 있겠다구 그래? 싹 관두게.》

의병들이 이렇게 핀잔을 주자 달삼이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저 삼수땅의 관동면 장수평리라는 곳인데…》

《자네 고향이 거기야?》

《그렇잖구.》

의병들이 머리들을 기웃거렸다.

《체, 전번엔 뭐 팔뚝같은 까나리가 잡히는 어느 서해바다가라고 하더니 이번엔 또 삼수땅이래.》

《요전날엔 날 보고 평양이 고향이랬어. 대체 어느게 진짜야?》

하지만 항상 그의 이야기는 허리가 꼬부라질 정도로 웃기는것인지라 가뜩이나 적적하던 사람들이 머리를 기웃거리며 어처구니없어하는 그들의 옆구리를 쥐여박았다.

《가만있으란데… 어디 좀 들어나보구 이러니저러니하자구요.》

달삼이가 말을 시작했다.

《그 마을에 지금 우리를 등지고 앉은 저 전령감님처럼 허연 수염이 한발이나 되는 홀애비령감이 턱수염이 더부룩한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네. 아마 수염나는것두 래력인가보이. 아들이란 사람도 장가를 들기 전부터 시꺼먼 턱수염이 부시시했으니께. 그런데 내가 그 마을을 떠나기 두해전 겨울에 그 아들이 장가를 들었다네. 새색시가 정말 고왔어. 게다가 얼마나 알뜰살뜰한지… 남자꼬부랑이 둘이서 궁상스럽던 집에 그런 내인이 하나 들어오니 집에 그야말로 한 겨울에 꽃이 핀셈이지. 그 고장 겨울이 지독스럽다네. 겨울날에 밖에 나가서 침을 퉤 뱉으면 땅에 닿기 전에 얼음덩이가 되여 떨어지지. 바로 그렇게 추운 겨울인데 아들은 산에 땔나무를 하러 가고 집엔 그 령감과 새각시만이 남게 되였네. 한나절동안 시아버지와 멀뚱멀뚱 마주앉아있기가 갑갑해난 며느리가 이 거둠, 저 거둠 뒤끝에 더 할 일이 없어지자 나무하러 간 남편을 마중해줄 심산으로 밖으로 나섰다네.》

잠시 말을 끊은 달삼이 숨을 죽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뭘 찾나?》

의병들이 의아해 물었다.

《쉿!》

의병들이 숨을 죽였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달삼이가 조용히 말했다.

《왼쪽릉선에서 돌구는 소리나 났어.》

의병들이 서로 마주보며 머리들을 흔들었다.

《난 듣지 못했는데…》

《나도…》

그런데 이때 왼쪽에서 감시하던 잠복초에서 왜놈들이 나타났다는 신호가 왔다.

의병들이 달삼이의 신통한 청각에 혀를 차며 싸움진지를 차지하였다.

아직 놈들이 나타나려면 시간이 있는지라 의병들은 이야기를 재촉했다.

달삼이 소리를 죽여가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나간 며느리가 어디 들어오나? 〈이 추운 날에 밖에서 고뿔을 만나면 어찔고?〉 하는 걱정이 생긴 갸륵한 시아버지가 자기 덧옷을 가지고 며느릴 찾아 밖으로 나섰지. 며느리는 시아버지 며느리니께… 찬바람이 휘휘 몰아치는 밖으로 나서서 산으로 향한 오솔길을 따라 덤벙덤벙 가는데 길섶에 하염없이 앉아있는 며느리를 보게 되였지. 〈얘야, 이렇게 추운 날 거기엔 왜 앉아있느냐? 어서 이리 온. 내가 덧저고리를 가지고 나왔으니 고뿔을 만나지 않게 얼른 입으렴.〉 그런데 글쎄 그 새각시가 오물쪼물 일어날념을 않다가 가냘픈 소리로 이렇게 말했네. 〈아버님, 글쎄 일어설수가 없사와요.〉 하도 이상한 소리여서 웬 일인가 해서 가봤더니 글쎄 참, 기가 막혀서…》

달삼이가 빈 입을 쩝쩝 다셨다.

의병들은 안달이 났다. 그의 말은 안 듣는다면서 머리를 돌려 먼산을 바라보던 전령감도 목을 빼들고 다음 말을 기다리는 기색이 또렷했다.

그 모양을 곁눈질한 달삼은 쓰거운듯 제풀에 인상을 잔뜩 찌프리고 한참이나 구미를 당겨놓고나서야 다음 말을 뱉아놓았다.

《아 글쎄, 그 새각시의 밑에 돋아나온것이 얼마나 긴지 땅바닥에 드리우고도 남더라는거야.》

《으-》

무슨 소리가 나오는가 해서 귀를 기울이던 총각쟁이들이 진작 음탕스런 소리가 나오자 골살을 찌프리며 내우를 했다.

달삼이는 그것이 재미있다는듯 입가에 웃음을 담으며 계속했다.

《근데 오줌을 누다가 그게 몽땅 땅바닥에 얼어붙었다질 않겠나. 그래서 령감이 〈어휴- 이것아, 얼른 일어설게지 늦잡을건 뭐냐. 그게 한번 얼면 녹지를 않는다.〉 하고 혀를 낄낄 차며 그앞에 넙죽 엎드렸대. 호- 호- 입김으로 요쪽것을 녹이고 고쪽것을 녹일새면 어느새 이쪽이 다시 얼고 이쪽을 녹이면 고쪽이 얼고… 하여간 그 역사질이 헐치 않아 아픈 허리를 달래고나서 다시해보려고 움쭉 일어서려는데 아뿔싸! 이게 뭐냐? 그 오줌자리에 얼어붙은 턱수염이 떨어져야 일어설게 아닌가.》

금방 쌍소리에 내우를 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던 총각쟁이들이 키드득 웃음소리를 냈다.

그걸 띄여본 달삼이가 덴겁을 했다.

《쉿! 조용해. 왜놈들이 듣겠다.》

총각쟁이들이 별걱정을 다 한다는듯 제편에서 핀잔들을 해댔다.

《체, 떨긴 바람질 맞은 벼랑턱의 사시나무같구려. 그런 담을 가지고 왜놈과 쌈은 어떻게 했어요?》

《너무 겁을 먹지 말라구요. 왜놈들이 형님말을 듣지 못해요. 그러니 계속하라요. 헤헤.》

달삼이가 흐뭇한 웃음을 띠우고 전령감을 힐끗 바라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게. 그 추운 날 그렇게 있을려니 오죽 기가 막혔을라니…》

《그래서 어떻게 됐게요?》

《어떻게 되긴? 아들이 나타났지. 처음엔 깜짝 놀라서 저게 뭐냐하고 눈이 뎅그랬지. 아래도리를 드러내고 앉아있는 내인과 그 내인 사타구니에 웬 사람이 머리를 박고있는 괴이한 광경이 펼쳐졌는데 자네들도 생각을 해보게. 얼마나 가관이였겠나? 아들이 그 이상스런 사람들을 퀭해서 살폈지. 그런데 자세히 보니 녀인은 자기 안사람이구 그앞에 엎드린 사람은 자기 부친이 아니겠나? 참, 기막힌 일이였거던. 그래서 거기로 다가간 아들이 물었다네. 〈아버님, 지금 거기서 무엇을 하시오이까?〉 령감이 턱도 쳐들지 못하구 소리를 쳤네. 〈야 이놈아, 묻개질일랑 말고 빨리 이것부터 떼지 못할가. 허리 끊어진다.〉 그때야 사태를 직감한 아들이 껄껄 웃고나서 괴춤을 풀어 자기의 그 륙혈포를 꺼내들었다네. 그걸루 거기에 대고 갈겼더니 령감머리가 하늘로 들리우고 새각시가 털썩 궁둥방아를 찧으며 떨어졌다나.》

또다시 웃음소리가 술렁거렸다.

《쉿-》

웃음소리가 커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난 달삼이가 눈을 찡긋하며 전령감에게 말했다.

《령감님들 수염이 그렇게 위험해요. 그래서 그 집 령감님은 물론 아들까지도 수염을 빡빡 밀고는 다신 자래우지 않았다질 않나요. 그 새각시도 벌초를 했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이 들려요?》

《에끼, 이녀석.》

전령감이 노발대발하자 달삼이가 맞받아 눈을 흘겼다.

《어- 령감님, 이녀석이 뭐요, 이녀석이? 감히 왕자님한테 말버릇이 심히 고약하구려.》

전령감은 너무도 어이없어 채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뭘, 왕자? 이거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꾸레미 터뜨릴 노릇이군. 그 주제에 왕자님은 좋아보여서? 네놈이 왕자면 난 옥황상제일게다.》

또다시 술렁거리며 웃음파도가 조용히 흘렀다.

이때 여기로 몸을 낮추고 달려오는 무삼이가 보였다.

드디여 왜놈들이 코앞에 나타났던것이다.

그들속에 이른 무삼이가 의병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왜놈들은 한개 소대 병력밖에 안돼. 모두 침착해서 명중사격으로 제꺽 해치워야 해. 알겠나?》

의병들의 입가에 방금전까지 어려있던 긴장감대신 씨물씨물 웃음기까지 어린것을 본 무삼이는 너무도 신기해 머리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왜놈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온 때이라 달삼이의 쌍소리를 다시 들을수도 없는 형편이여서 무삼이는 의병들의 긴장감이 고사리물속에 들어간 두부처럼 말짱 풀어진것이 무슨 조화의 덕인지 알수가 없었다.

싸움준비를 마치자마자 왜놈들이 나타났다.

왜놈들이 턱밑에 이르렀을 때 무삼이가 사격구령을 내렸다.

첫 싸움이지만 의병들은 범처럼 싸웠다.

왜놈들의 총탄이 귀전을 윙윙 스쳤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나갔다.

싸움이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다. 혼비백산한 몇놈의 왜놈들만이 숱한 주검을 남기고 도망쳐버렸다.

무삼이는 흡족하여 빨리 전장을 수색하라고 일렀다.

의병들이 골짜기를 훑으며 왜놈들의 주검에서 무기와 탄약들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무삼은 김정환의병장의 령대로 해주방향으로 에돌면서 헌병초소 하나를 더 답새기고 도평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전장을 누비던 의병 한사람이 무삼이에게 소리쳤다.

《여기 서양놈이 있어요.》

무삼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듯 바라보다가 그리로 달려갔다. 그에게 소리친 의병의 발치에 진짜로 사복차림을 한 어떤 서양사람이 쓰러져있었다.

《죽었니?》

《아니요. 총에 맞지는 않았어요. 아마 너무 놀라서 그랬는지…》

무삼이는 미간을 찌프렸다. 스티븐스라는 미국인이 조선사람들을 심히 모독하며 돌아치다가 조선사람 장인환의 총에 맞아죽었다는 말을 속이 후련하게 들은적이 있는 그인지라 대뜸 꽥- 소리를 쳤다.

《그럼 아마 미국놈이겠지. 그따위 놈 콱 없애버리고말아.》

달삼이가 막아나섰다.

《아무래도 미국사람같지는 않소. 그리구 사복을 한 사람은 전장에서 다치지 않는게 상례로 되여있소.》

《쳇, 왜놈들이 무참하게 죽인 조선사람들이 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였소? 그따위것은 동에 닿지두 않는 말이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불질을 한 사람은 아니니 없애라는것은 취소하기요. 그런데 이 작자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대로 내버려두면 죽을수도 있으니 우리가 도평가까이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줍시다. 혹시 의병장님이 이 사람을 통해서 뭘 좀 알아내게 될지 알겠소?》

달삼이의 말에 일리가 있어 무삼이는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잠시후 들채를 만들어 서양사람을 실은 의병들이 골짜기를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 ×


맥켄지는 눈을 떴다.

웬 사람들이 둘러서서 자기를 내려다보고있었다.

하나같이 적의가 번뜩이는 그 눈빛들을 대하니 여기로 부디부디 찾아온 자기를 한탄하게 되였다.

혹시 오늘로 이 맥켄지의 생이 끝나는게 아닌지? 일본군중좌인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는 이곳 의병대를 토비라고 했다. 청국에서도 살아본 맥켄지는 토비들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토비들은 무지막지한 무리들이다. 그들은 자비를 모르는 인간이전의 야생인들이다. …

이미 조선사람들의 정의감과 선량한 마음씨를 알고있는 맥켄지이지만 이 순간에는 속이 몹시 떨렸다.

맥켄지가 몸을 일으키자 자기를 바라보던 사람들중에서 허리에 긴 대검을 찬 대장인듯 한 사람이 저쪽에 눈짓을 하여 누군가를 불렀다.

그의 눈짓을 받고 어떤 사람이 다가왔다. 다가온 사람이 일본말로 그에게 물었다.

《아나따와 다레까? 아메리까징까?(당신은 누군가? 미국인인가?)》

맥켄지는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나서 입을 열었다.

《나는 영국사람입니다. 이름은 맥켄지이고 기자입니다. 난 본사로부터 조선의 문물과 정치제도, 현재 일본군에 반항하는 조선민족의 성격적특질들을 취재할것을 위임받고 여기로 왔고 의병대를 만나보기 위해 일본군을 따라나섰소이다.》

뜻밖에 서양사람의 입에서 조선말이 튀여나오자 사람들은 자못 신기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장인듯 한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 물었다.

《그래 당신은 의병들을 만나려고 왔다고 하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알고싶은걸 물어보시오.》

맥켄지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일본군에 대항하는 의병들의 실태도 알고 또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얼마만큼 더 맞설수 있는지도…》

맥켄지가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우물거리자 그 사람은 머리를 끄덕이며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그래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보다싶이 당신의 눈으로 본 전부가 우리의 실태이고 잠재력이요.》

그의 눈빛이 자못 흥미진진하다는것을 느낀 맥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경우 흔히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들의 비위를 맞추어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것이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이들이 오까노모의 말대로 토비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살아날 가능성은 실로 막연했다. 어떻게 할것인가?…

맥켄지는 대답을 기다리는 그 사람을 처량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본인은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소이다.》

그러자 그가 껄껄 웃었다. 그 무슨 불길한 뜻을 가진 웃음이 아닌것이 분명했지만 왜서인지 맥켄지는 속이 졸아들었다. 이제 저 웃음이 끊어진 다음에 옆구리에 매여달린 저 대검을 쑥 뽑아 자기의 목을 썩둑해버릴지 어이 알랴.

웃음소리가 끊어졌다. 맥켄지가 긴장해진 눈길로 그를 주시했다.

그 사람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기를 담고 맥켄지를 바라보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우리 의병들의 실태는 매우 처참하기 그지없소. 화승대로 신식총과 대포까지 가진 왜놈들과 싸운단 말이요. 그러나 왜놈들은 꼭 쫓겨나고마오. 당신이 기자라니 내가 말하지 않은들 어찌 알수가 없겠소만 왜놈들에게 짓밟혀살 조선민족이 아니요. 지금 우리 나라가 군력을 돌보지 않고 부패무능한 통치배들때문에 왜놈들에게 통채로 먹히웠지만 이 땅에 조선민족의 피가 뛰는 백성들이 있는 한 어느땐가는 꼭 왜놈들을 내쫓고말거요. 나는 당신도 진정한 언론인답게 모든것을 정의의 편에서 투시하게 되길 바라오.》

맥켄지는 숨이 나갔다.

자기가 마주선 사람들이 오까노모가 말한것처럼 무지한 토비들이 아니라는것을 그의 말속에서 똑똑히 느꼈던것이다.

그로 하여 이제 와서는 이 거칠게 생긴 사람들이 자기를 죽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하여 맥켄지는 기자로서의 본분을 자각하게끔 되였고 그의 처지로써는 불손스런 질문도 해볼 여유가 생겨났다.

맥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장군각하, 외람된 질문을 한말씀 올려도 일없겠소이까?》

김정환은 빙그레 웃으며 맥켄지의 말을 시정시켜주었다.

《난 장군이 아니라 몇해전까지 농사를 짓던 사람이요. 내 평산의병대 의병장으로서가 아니라 왜놈들과 사생결단할 신조를 지닌 이 나라 의병들중의 한사람으로서 당신의 말에 기꺼이 대답을 해주겠으니 의문이 있으면 어서 물어보오.》

자기가 마주선 사람이 바로 평산의병대의 의병장이라는 말에 맥켄지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의 정규군 수십개의 중대무력이 40일간이나 동원되여 소멸해보려고 발악을 했지만 끝내 숱한 헌데투성이가 되여 물러앉게 한 평산의병대 의병장을 직접 만나게 된것이 하늘이 준 행운처럼 생각되였다.

더우기 놀라운것은 바로 그 평산의병장이 평범한 농사군이였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잠시 경탄어린 눈길로 의병장을 바라보던 맥켄지가 조용히 자기의 심금을 털어놓았다.

《일본군이 지금 아시아의 맹주로 급장성하여 로일전쟁에서까지 이긴 상황에서 저의 소견에는 여기서 더 맞서다가 혹시…》

맥켄지는 역시 마지막까지 말을 맺지 못하고 의병장의 눈치를 살폈다.

의병장은 맥켄지의 말을 여전히 흥미있는 표정으로 듣고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맥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자병법을 아십니까?》

의병장이 빙그레 웃으며 되물었다.

《그래, 당신은 그 손자병법에서 무엇이 제일 흥미있소?》

《서른여섯번째 계책이올시다.》

의병장이 조용히 되뇌이였다.

《〈주위상계〉라… 싸움을 피하여 줄행랑을 치는 계책이 제일 상책이라는것이 그리두 흥미가 있단 말이지요.》

맥켄지가 당황하여 머리를 내저었다.

《그런게 아니라… 주동적으로 퇴각하다가 기회를 봐서 적을 소멸한다는 점에서 놓고볼 때 지금 많은 의병들이 만주와 아라사로 들어간것이 현명하지 않았겠는가 하는것입니다. 대포까지 가진 일본군에 비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야 한갖… 용서하십시오. 내 심정을 그대로 말씀올립니다만 농사를 짓던 평백성들이 아니옵니까. 더우기 다른 의병들이 모두 괴멸됐거나 강을 건너간 지금 남은것이란 여기뿐인 상황에서 만주나 아라사로 잠시 피하는게 상책이 아니온지…》

의병장은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이였다.

《기자선생이 그런 말을 하는 의도를 알만 하오. 보다싶이 이 나라의 마지막의병대를 이끄는 대장인 내가 아직은 병법도 익히지 못한 평범한 농민이라는데 대하여 숨기지 않소.》

그들의 말은 더 이어질수가 없었다.

저쪽에서 웬 사람이 급하게 이들쪽으로 다가왔던것이다.

그와 몇마디 귀속말로 속삭이던 의병장이 맥켄지에게 미안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자선생, 내 잠간 일이 있어 자리를 떴다 와야겠으니 좀 앉아 기다려주시오. 이제 사람을 딸려 기자선생을 안전한 곳까지 바래드리게 하겠습니다.》

맥켄지가 황송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숙여보였다.

의병장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맥켄지는 주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의병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농군들의 모습이였다.

이들이 횡포한 일본군과 맞서 그리도 용맹하게 싸워 숱한 참패를 안겨준다고 생각하니 모두가 돋보였다.

그들을 둘러보던 맥켄지의 눈길이 어느 한곳에서 멎어섰다.

얼마쯤 떨어진 진대나무밑에 앉아있는 턱수염이 길다란 로인을 보았던것이다. 그의 등뒤에 메워져있는 화승총이 맥켄지의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눈이 둥실하여 한동안 그쪽을 바라보던 맥켄지는 저도 모르게 그리로 다가갔다.

나무밑에 앉아 무슨 약뿌리인지를 손질하던 전령감이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맥켄지를 보고 몸을 일으키며 알은체를 했다.

《서양량반이 이젠 제정신에 돌아온듯 허구먼. 정신을 잃은 임자의 코구멍을 내가 쑤셔놓아 정신을 채리게 했다네. 무슨 사내가 총소리에 까무라친단 말인가? 우리 나라에선 그런 사람을 사내축에도 넣지 않는다우. 허허.》

맥켄지는 전령감의 푸수한 말투에 친근감을 느끼며 머리를 숙여 사례를 하고는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령감님두 의병이옵니까?》

《그렇지 않고. 왜 털빠진 호랑이같나? 이래뵈두 의병대에 들어와 왜놈의 새끼들을 다섯이나 잡았어.》

전령감의 흐뭇한 자랑에 맥켄지는 매우 기이한듯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맥켄지는 방금 의병장에게서 채 풀지 못한 의문이 이 로인을 통하여 풀수 있을듯싶어 이야기를 그곳으로 몰아갔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년세가 많으신 몸에 일본군과 싸우실래기 얼마나 고생막심하시옵니까. 그런데 일본군과 싸워이길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맥켄지의 물음을 받고 한동안 눈을 껌벅거리던 전령감이 시무룩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대답하기 어렵수다. 왜놈들은 신식총을 들고 대포까지 가지구있지요. 하지만 내가 하나를 죽이면 이 땅을 짓밟고 못된짓을 일삼는 왜놈의 종자가 그만큼 줄어들겠지요.》

맥켄지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전령감의 이 한마디의 말을 듣고도 그는 이 나라의 백성들이 어떠한 심정으로 왜적과 싸우는지를 다소나마 알수가 있었던것이다.

참으로 정의로운 민족이다. 나라를 빼앗은 왜적을 쳐부시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서슴없이 바치려는 이런 백성들이 사는 나라를 아무리 횡포한 일본군이라고 해도 어찌 끝까지 짓누를수가 있겠는가.

맥켄지는 전령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여진 다음 의병장을 기다리는 참에 책자를 펴들고 여기서 보고 목격한 사실들을 적어나갔다. 출판물에 실린 자기의 수기를 통하여 여러 나라의 각이한 민족의 깊은 감동을 자아내게 한 이런 글도 이때 여기에서 새겨넣었다.

《80살가량 되는 늙은이포수로서 등이 구불고 얼굴에는 흰 수염이 위엄있게 난 의병도 보았다. 이야말로 민족의 아픔을 자기 살점뜯기우는 아픔으로 간직하는 애국정신의 모범이라고 말하지 않을수가 없다. …》

의병장이 다시 나타나자 맥켄지는 책자를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의병장이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을 그에게 가리켜보였다.

《기자선생, 우린 또 이곳을 급히 떠야 하니 헤여져야 할가보오. 이 사람이 선생을 넓은 길이 있는 곳까지 바래드릴거요.》

의병장이 가리키는 사람을 바라본 맥켄지는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서흥주막앞에서 만났던 강수길을 알아보았던것이다.

맥켄지는 이 사람이 혹시 무슨 렴탐질을 할려구 여기에 들어온것이 아닌가싶어 선뜻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런 맥켄지를 보며 강수길이가 빙그레 웃었다.

《날 못 알아보겠습니까? 전번날에 서흥주막에서 만났던 경찰관입니다.》

맥켄지가 황겁히 대꾸했다.

《예, 알고있습니다. 난 기억력이 좋지요. 한번 본 사람은… 헌데 당신이야…》

맥켄지가 곁에 서있는 의병장쪽을 곁눈질하며 그가 듣지 못할 목소리로 강수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리용구의 가병이 아니였소. 그런데 어떻게 의병들과…》

수길이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맥켄지와 강수길이가 초면이 아니라는것을 느끼며 신기한듯 바라보던 의병장이 맥켄지의 의문을 알아채고 대답해주었다.

《저 사람은 얼마전에 경찰복을 벗어버리고 의병이 되였소.》

맥켄지가 감심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수길이가 다가와 맥켄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의병들을 만나고싶다더니 끝내 찾아왔군요. 아무쪼록 여기서 좋은 인상을 받게 되길 원합니다.》

맥켄지는 수길이의 손을 마주잡으며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내 그때 벌써 당신이 백성들 편이라는걸 짐작했드랬습니다.》

그들 세사람은 다같이 웃었다.

이 순간 맥켄지는 생각했다.

(일본인들에 대한 조선사람들의 증오는 어느 누구의 가슴에도 세차게 타오르고있다. 그가 농민이든 량반이든… 아- 이들을 이끌어줄 위인만 있으면 일본인들은 어느때든 무맥해질것이다.)

잠시후 맥켄지는 평산의병대장 김정환과 의병들의 바래움속에 강수길의 뒤를 따라 이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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