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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31 회


제 6 장


1


학교운동장은 삽시에 바다처럼 설레였다. 전교학생들이 다 모여선 아침모임시간이였다.

교장은 어지간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자기의 성미대로 침착한 표정을 지은채 한동안 학생들을 둘러보고나서 끊었던 말을 계속 이었다.

《아무리 준마라고 해도 천리를 달리려면 다리가 튼튼해야 하고 새도 하늘을 날려면 날개가 있어야 하는것처럼 학생들도 앞날의 믿음직한 역군이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다리〉와 〈날개〉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 〈다리〉와 〈날개〉는 무엇인가?

두말할바없이 지덕체를 겸비하는것입니다.

튼튼한 체력과 고상한 도덕품성, 내 나라, 내 조국, 우리의 사회주의를 더욱 부강번영시키는데 적극 이바지할수 있는 산지식을 소유하는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도 당면하여 교육과정안들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일부 변혁하게 되며 특히 매 학생들이 한가지이상의 기술을 배워가지고 졸업을 할수 있는 혁명적인 조치들을 학교실정에 맞게 세우자는것입니다.… 현실적인 방도는 무엇인가?》

술렁이던 학생들이 일제히 숨을 죽인듯 잠잠해졌다.

교장은 그 현실적방도를 납득시키려면 아직 무엇인가 부족한듯 신문과 잡지, 방송과 기록영화들로 널리 소개된 기양의 뜨락또르와 덕천의 자동차, 락원의 불도젤을 만들어낸 로동계급과 기술자들의 자력갱생의 투쟁모습을 한참이나 상기시키고나서 계속하였다.

《따라서 당과 국가에서는 교육과 실천, 교육과 생산로동을 배합할데 대한 혁신적인 조치들을 취하고있습니다. 이 조치의 정당성과 과학성, 현실적의의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지난번 수도건설지원전투과정을 통하여 누구나 절실히 느꼈으리라 봅니다.

에― 그래서 어떻게 해야겠는가? 현실적방도는 무엇인가?》

교장은 학생들앞에 주런이 서있는 학급담임들과 학과목담당선생들까지 둘러보고나서 더욱 청높은 소리로 빠르게 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학과목과외소조를 조직하자는것입니다. 그래서 매 학생 각자들이 자기의 기호와 취미, 실력에 따라 과외소조에 망라되여 배운 지식을 실지 실천에 써먹을수 있도록 튼튼히 다지게 하자고 합니다.》

학생들은 다시금 웅성웅성 설레였다.

그러니 학급을 다시 편성한다는 말인가? 하다면 학급담임들도 바꾼다는것인가? 하루공부는 몇시간이나 한다는것인가? 당장 소조를 조직한다면 소조원들의 방은 어디에 정하는가?…

별의별 의혹들이 다 쏟아져나왔다.

교장은 이미 짐작을 했던듯 시종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아주 자신만만하게 여유있는 목소리로 해설했다.

《학급을 다시 편성할 필요도 없으며 담임교원들을 바꾸지도 않습니다. 방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리실험실, 화학실험실, 음악실, 생물연구실, 광물표본실… 각종 실험실들과 연구실들이 있지 않습니까.》

교장은 학교에는 비록 소규모적이기는 하지만 이미전부터 문학 및 연극소조와 생물소조, 음악소조를 조직운영해온 경험도 있는것만큼 소조조직과 운영을 힘들게 생각할것이 없다고 다시금 신심에 넘쳐 강조하고나서 계속 이었다.

《이런 좋은 경험도 있는데다 또 실력있고 교육경험이 풍부한 학과목선생님들과 분과장선생님들도 있는것만큼 크게 걱정할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자기가 희망하는 소조에 망라되면 되겠습니다. 한학생도 빠짐없이 다 망라되길 바랍니다.

한주일안으로 모두들 잘 생각해서 자기의 희망들을 담임선생들한테 제출해주면 되겠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들도 어디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것만큼이나 떠들썩했다. 히야, 멋있는데 하고 환희에 넘쳐있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의아해서 놀라와하는 학생도 있고 무엇인가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은 일부 나이든 교원들도 있었다.

눈에 뜨이게 표정변화가 뚜렷한 교원은 교무부장 권길수였다.

그도그럴것이 그는 이 조치가 취해지자바람으로 즉시 교육성 부상 홍준모를 찾아갔었다. 교육분야에서는 또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이 혁신적인 조치의 진의도는 물론 상급기관 일군들의 견해부터 알아야 했기때문이였다. 항시 새로운 지시나 결정이 내려오면 홍준모를 통하여 먼저 우의 견해와 의도를 알아보고 누구보다 팔걷고 먼저 앞선에 나서기도 하고 바쁘다는 구실밑에 슬금슬금 뒤전으로 물러나기도 하는데 습관된 그였다.

단 둘이 조용히 나눈 담화를 통하여 그는 홍준모가 국가적인 교육혁명일환으로서의 중요한 조치중의 하나인것만큼 겉으로는 지지를 하지만 속으로는 그리 달가와하지 않는다는것을 제꺽 포착하였다.

《물론 젊었을 때 한가지이상의 기술을 가진다는것은 좋은 일이지. 기술가져 나쁠거야 있겠소.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직업학교제를 내온게 아닌가. 하지만 그 학교인 경우는 달라. 무슨 일에서든 일반과 특수는 있기마련 아니요. 그 학교 교장은 지내 고지식한게 탈이거던. 물론 교육자가 고지식한건 좋은 일이지만… 뭐니뭐니해두 학교교육에서는 리론교육, 원리교육이 기본이요. 일반기초리론교육, 실천이야 졸업후에도 죽을 때까지 하는게 아닌가. 죽도 밥도 아니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소?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도 있구.》

학교에서는 일반기초리론공부를 잘 시켜야 한다는것이 교육자로서의 그의 지론이며 확고한 주장이였다.

안개속과도 같은 아리숭한 말이였지만 권길수는 부상의 그 견해와 립장을 명백히 가늠했으며 이 일은 괜히 팔걷고 앞에 나서서 열성을 부릴 일이 아니니 말썽은 일으키지 말고 침묵속에 조용히 케를 보는것이 옳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립장이 변함없는 그는 얼결에 조밭의 수수대처럼 껑충하게 표가 나는 학생대렬속의 홍종팔에게로 눈길이 갔다.

어딘가 먼 하늘가로 눈을 팔고있는 홍종팔의 얼굴은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듯 아주 덤덤한 표정이였다.

아버지의 말이라면 검은것도 얼마든지 흰것으로 믿을수 있는 홍종팔의 저 무관심한 태도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는 만사 제쳐놓고 오늘중으로 그 학생을 불러다 진지한 담화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아들을 끔찍이 여기는 홍부상이고 보면 제 아들한테는 틀림없이 행동방향을 명백히 그어주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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