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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 회


제 5 장


6


김정일동지께서 민청위원장선생과 마주앉아 월학교민청사업계획중에 아직 수행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까지 일일이 토론하시고났을 때는 이미 학생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서 학교는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정문을 나서시였다. 이즈음은 이름할수없이 마음이 무거워지군 하는 그이이시였다. 얼마전 깊은 밤 아버님과 마주앉아 나라의 인재문제에 대한 말씀을 나누신 다음부터였다.

나라가 부강번영하려면 인재가 많아야 한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이야 있겠는가. 쌀이 있어야 밥을 짓는것과 같은 너무도 당연한 리치가 아닌가, 그 너무도 당연한 리치앞에서 아버님께서 안타까와하심은 무엇때문이겠는가.

밤중의 불빛처럼 긴절한 그 문제가 결코 하루이틀이나 한두달, 한두해사이에 들썩 풀릴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시대의 요구, 인민의 요구, 혁명의 요구는 하루를 열흘, 스무날맞잡이, 한해를 10년, 100년맞잡이로 달리는것이요, 아버님께서는 이미 그 방향과 방도, 력사의 지름길까지 환히 마련하셨는데… 이야말로 룡마는 마련되였는데 그 룡마를 탈 기수가 부족하다는 말씀이 아닌가.

그 기수를 당장 어디 가서 훔쳐오기라도 하겠는가, 조각상이라고 빚어내기라도 하겠는가.

그이께서는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짐에 걸음을 멈추시였다.

일순 놀라시였다. 서문거리쪽 큰길에 이르신것이였다. 왜 이쪽으로 발길을 돌리였는지 자신께서도 모르시였다.

멀리 만수대언덕중턱의 박문규네가 살던 돌기와집 지붕이 바라보였다. 문규의 옛정이 저 집에서 부르기라도 했던가?

며칠전 그한테서 받은 편지가 생각나셨다.

《꿈속에서도 그리운 부위원장동무에게》하고는 《11》이라고 수자까지 또렷이 새긴 편지였다. 11번째로 보내는 편지라는것이였다.

열흘이 멀다하게 편지를 보내는 그였다.

안 써보내는 소식이 없었다. 학과진도, 민청조직생활, 새로 사귄 동무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어나는 혁신… 편지를 받아볼수록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보다 더 신심과 락관에 넘쳐 쾌활하고 락천적으로 생활한다는것이 알렸다.

언제인가는 그의 학급 민청초급단체위원장의 편지까지 함께 동봉하여 보내왔었다.

그 초급단체위원장은 자기 편지에서 박문규가 처음 왔을 때는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지내보니 참으로 좋은 동무라고 한바탕 칭찬을 하고나서 이렇게 썼었다.

《우리모두가 그를 좋아하는것은 그의 집단주의적정신과 동무들을 위하는 진실한 마음때문입니다. 그는 참말이지 집단과 동지를 위하여 태여난 동무같습니다. 그 진정은 그가 쓰고있는 소설만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두번이나 합평하였는데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릅니다.

제일 큰 감동은 김정일부위원장동무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빨리 출판사에 보내라고 이구동성으로 권고했지만 그는 그냥 도리질입니다. 첫째로는 부위원장동무의 뜨거운 동지적사랑의 세계를 담으려면 아직 너무도 멀었다는것이고 다음은 예술적형상도 부위원장동무를 만족시킬만큼 되지 못했다는것입니다. 그는 매일 부위원장동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는 우리도 부위원장동무와 한학급에서 공부하는것처럼 느껴집니다. 문규동무는 쩍하면 부위원장동무의 시 〈우정에 대한 생각〉을 읊군 하는데 정말 들을수록 가슴이 뭉클뭉클 합니다. 우리는 문규동무의 집단과 동지들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간직됐는가를 그 시를 통해서도 더 잘 알게 되였으며 온 학교가 그 시를 외우고있습니다.》

그 편지를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찌르르하셨다. 박문규가 고맙고 아직 얼굴은 알수 없지만 그 학급 민청초급단체위원장이 고마우셨다. 한달음에 달려가 한껏 붙안기라도 하고싶으셨다. 그 진정을 담아 그날밤으로 회답편지를 쓰시였다. 문규에게는 물론 초급단체위원장에게도 더 각별한 정을 담아 쓰셨다.

문규에게는 특히 옛정을 담아 《정일동무》로 불러달라는 부탁을 두번씩이나 반복했는데 그는 고집스럽게 《민청부위원장동무》라고 마치도 국가공직이라도 부르듯이 그냥 고집이였다.

그것도 어른티를 내려고서인가!

이번 편지에서도 그는 그렇게 서두를 뗐는데 전번에 당부했던 부탁에서인지 문안만을 간단히 하고는 《우정에 대한 생각》의 마지막 3개련을 인용하는것으로 자기의 심정을 특색있게 집약하였다.


동무여, 참다운 우정이란 무엇이랴

가슴에 따로 둔 심장이 없는

비록 몸은 낱낱으로 되였어도

심장은 하나인 우리들의 넋이 아니랴


그렇다, 우리들의 넋이다, 우정은

조국을 떠나 가치없고

집단을 위해서만 의미가 있는

성스러운 위업에 향한 충실성

그것으로 맺어지는 우리들의 넋이다


믿어다오 나의 우정은

생사운명 같이할

하나의 신념우에 피는 꽃

내 삶의 전부와도 같은것이여라


이어 아버지와 학급동무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단편소설을 피나게 고쳐나간다고 어지간히 자랑까지 쓰고나서 부탁했던 기본내용을 또박또박 성의있게 적었다.

부탁한 내용이란 박문규가 공부하는 학교의 교육실태와 특히 졸업생들의 배치정형에 대한 자료였다.

아버님께서 발전하는 현실의 요구에 맞게 대담하게 나라의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교육내용도 혁신할 구상을 펼치고계신다는것을 아시게 된 그이께서는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교육실태자료들을 종합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셨던것이다.

《부탁한 내용을 사실대로 적어보냅니다. 지난해 여기 우리 고급중학교 졸업생은 2개 학급에 46명입니다. 그중 인민군대입대자 17명, 대학입학생 8명, 교원단기양성생추천 3명, 군민청지도원으로 2명(녀자), 나머지 16명은 각자 자기 집이 있는 공장과 협동조합으로 배치되였습니다.

아버지를 내세워 군인민위원회 로동과에 알아보았는데 고급중학교졸업생명단을 넘겨받으면 골치가 아프단다고 합니다. 중학교졸업생들도 아니고 명색이 고급중학교졸업생들인데 아무데나 막 배치할수는 없기때문이라는것입니다. 하다못해 땅파는 기술이라도 하나 배워가지고 나왔으면 고맙겠다고 우스개소리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 회답편지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무척 심중해지시였다.

고급중학교졸업생명단을 넘겨받으면 골치가 아프단다고, 하다못해 땅파는 기술이라도 하나 배워가지고 나왔으면 고맙겠다고 했다는 군로동과일군의 말에 특히 생각이 많아지셨다.

우스개소리라고는 했지만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담고있는가.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공부를 시켰는데 그런 졸업생을 목마에 태우지는 못할망정 배치를 제바로 할수가 없어 골치가 아프단다니 이 어인 말인가.

하긴 그와 류사한 일은 김정일동지께서도 직접 목격하셨었다.

지난해 수도건설지원때였다.

매일매일 눈으로는 직접 보아왔던 건설로동이였지만 정작 제손으로 해보려니 모두들 얼마나 어설퍼했던가. 간단한 설계도면 한장 바로 볼수가 없어 여기저기 들고다님에 얼굴을 붉혔던 학생은 몇이였던가.

눈에는 익고 손에는 설다고 하는 말이 그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 아니였던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박문규의 편지를 그날로 아버님께 올리고싶었으나 참으시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신것이였다. 아버님께 올리는 의견은 최대한 과학적이여야 하며 정확해야 함을 철칙으로 여기는 그이이시였다.

해당 부문 일군들에게 부탁하여 평양시안은 물론 주변구역과 군들의 실태도 알아보셨다. 자신께서 직접 거리에 나가 대동강반이나 공원을 거니는 고급중학교와 전문학교 학생들을 만나기도 하셨었다.…

종로거리쪽에서 급하게 넘어오던 군용승용차 한대가 그이의 옆에서 치―익 지치는 소리를 내며 멎어섰다.

차문이 벌컥 열리면서 웃몸을 쑥 내미는 사람은 뜻밖에도 군모를 꾹 내리쓴 최현이였다.

《장군아니요?!》

독특한 제 성미대로 툭하지만 인정과 반가움이 철철 넘치는 목소리였다.

《아, 〈강계〉아저씨!》

김정일동지께서도 반갑게 부르며 차곁으로 달려가시였다.

최현은 장령답게 묵중한 체격을 일으키며 차에서 내려섰다.

그는 김정일동지의 두손을 맞잡으며 물었다.

《공부 끝내고 오는 길이요?》

《예, 한데… 오늘도 부대에 나갔다오십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지투성이의 차바퀴를 일별하며 물으시였다.

최현은 버릇처럼 모자채양을 쑥 들어올리며 여전히 툭한 소리로 대답했다.

《기계화부대에 나갔댔소. 에, 틀렸거던, 문제가 있어. 신입병사들을 잔뜩 받아다놨는데 전탕 입만 깠더란 말이요. 싸움을 입으로 하는가, 머리로 하지. 이 머리로 말이요.》

최현은 뭉툭한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툭툭 쳐보이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동작을 좀 시켜봤는데 기계속을 아는가 전기문셀 아는가. 통신병들이란건 더 한심하거던. 갸들은…》

그는 남쪽하늘을 턱질해보이며 진짜 성을 왈칵 내듯 했다.

《당장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지랄발광인데 음참, 언제 다 제구실을 시키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눈길을 피하셨다. 다시금 하다못해 땅파는 기술이라도 하나 배워가지고 왔으면 고맙겠다고 했다는 박문규의 편지가 생각나셨다.

그러니 군대에서도 같은 요구가 아닌가.

아버님께서 바로 이래서 그토록 근심걱정이 크셨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가슴에 얹히우셨다.

김정일동지의 존안이 흐려짐에 최현은 비로소 자기의 퉁명스러운 성미를 깨달은듯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참, 일요일이 며칠이더라?… 권총사격경기를 결속해야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대신 조용히 미소를 지으셨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자기는 일생 군복만 입고있다보니 무기다루는 방법이나 도와줄수 있겠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주변의 군부대들로 자주 모시고 나가군 하는 그였다. 그때마다 매양 가슴뜨겁게 느끼군 하는것이 있었는데 그의 전사들에 대한 혈육이상의 열렬한 사랑이였다.

일부 사람들은 그가 병사들을 대함에 너무 관료주의적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었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게 보지 않으셨다. 그것은 강한 군사일군으로서의 그의 높은 원칙적요구였으며 누구보다 뜨거운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였다.

하긴 항일전쟁시기 나어린 한 녀대원이 애석하게도 적탄에 맞아 숨을 넘길 때 그 녀전사를 제 무릎에 눕히고 범같은 성미대로 가슴을 쾅쾅 치며 눈물을 좔좔 쏟아 온 전장을 울렸다지 않는가.

방금전 신입병사들에 대한 불만도 그런 사랑의 분출이라고 생각하니 김정일동지께서는 같이 맞장구를 쳐주고싶으시였다.

하여 부러 그의 사격술을 추어올리시였다.

《요전번 제가 3점이 떨어졌댔는데 다시 시험을 쳐보자는 뜻이겠습니다?》

최현은 의미있게 한쪽눈을 찡긋해보이고나서 어지간히 승벽심이 배인 어조로 말했다.

《내 장군의 마음을 모를줄 아오? 장기판에서두 우정 져주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있더구만.》

김정일동지께서도 환하게 웃으며 받으셨다.

《그건 꼭 맞는 말씀이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장에서는 형제간은 물론 부자간도 관계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좋소. 이번 경기는 최종적이요? 〈상소〉할수 없음!》

《좋습니다. 절대찬성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어지간히 경쟁열을 보이시였다. 천성적으로 그런것을 좋아하는 최현이기때문이였다.

최현을 즐겁게 떠나보내셨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걸음이 무거워지셨다. 박문규의 편지내용도 그렇지만 방금 터뜨리던 최현의 불만이 더 깊이 가슴에 새겨지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댁에 들어서시는 길로 정히 보관해두셨던 권총을 꺼내드시였다.

아버님과 함께 최고사령부에 계시던 나날 아버님으로부터 받으신 권총이였다.

그날 아버님과 나누신 대화가 지금도 생생하셨다.

《이 권총을 오늘 너에게 준다. 혁명의 계주봉으로 알고 받는것이 좋겠다. 우리 만경대가문의 뜻이 담긴 총이니 한평생 잘 간수하여라.》

《알았습니다.》

《혁명가는 일생동안 손에서 총을 놓지 말아야 한다. 총은 혁명의 승리를 담보해주는 방조자라는것을 꼭 명심해라.》

《아버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한평생 이 총과 혁명을 같이 하겠습니다.》

《앞으로 네가 맞서싸워야 할 적들은 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어제날도 오늘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리 나라를 먹자고 계속 발악할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총을 놓아서는 안된다. 오직 총대로써만이 적들을 짓뭉개버릴수 있다.》

《이 총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아직 네 나이 열살밖에 안되였으니 권총을 차고다니지는 말아라. 그러나 마음속에는 항상 권총을 품고있어야 한다.》

《알았습니다.》

《총을 정히 다루어라.》

… … …

총! 군대!

어찌 그날뿐이랴.

전쟁이 끝난지 한해도 채 안되는 어느날 아버님과 함께 동해천리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셨을 때 너무도 무참히 파괴된 조국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한생 군복을 입고 혁명을 하겠다고 아버님앞에 다지신 결심이 아니신가!

옳다. 아버님께서도 그러시고 어머님께서도 생전에 늘 강조하신 말씀이 무엇이였던가.

총대!

우리 혁명은 총대로 시작됐으며 총대로 간악한 왜놈들을 무찌르고 승리했다고, 조선혁명은 명실공히 총대로 승리해간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그 의미가 무엇인가.

지난 3년간 가렬했던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한 중요요인중의 하나도 바로 군사를 앞세운데 있지 않는가.

인민군대 강화!

결코 무장장비의 현대화만을 념두에 둔 개념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현대적무기라도 그것을 직접 다루어야 하는 병사가 기술이 약하고 상응한 지식이 높지 못하다면 몽둥이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다시금 《틀렸소, 문제가 있거던.》하고 불만스러워하던 최현의 툭한 목소리가 귀전에 울리셨다. 기계속을 아는가, 전기문제를 아는가 하던 말도 새삼스럽게 새겨지셨다. 최현동지의 입에서 《좋아, 괜찮아!》하는 말이 튀여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갑자기 가슴에서 쾅! 하고 대포소리같은 울림이 일어남을 느끼셨다.

번쩍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

옳다. 최현동지와 같은 무적의 군사지휘관, 군사일군들이 있어야 한다! 아버님께서 피어린 항일전은 물론 해방직후 나라가 어려운 조건에서도 품들여 학교를 세우고 키워내신것과 같은 그런 훌륭한 군사일군들!

아버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앞으로 우리가 맞서싸워야 할 적들은 더 악랄하고 악착스러울것이라고!

김정일동지께서는 권총을 손에 드신채 방안을 급히 거니시였다.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쁠만큼 흥분되시였다.

그 군사일군도 우리 동무들, 우리 세대에서 나와야 한다. 얼마든지 나올수 있다. 어찌 군사일군뿐이겠는가. 박문규가 세계적인 문호로 될런지 알겠는가. 주영화는 리승기선생과 같은 화학자로, 리용과 성효정은 계응상과 같은 생물학자로, 경일호는 가우스를 릉가하는 세계적인 수학자로 될런지 모른다. 그들만이겠는가? 최원석은 권위있는 우주과학, 핵물리학자로, 장운영은 주체조선의 빛나는 력사를 후손만대에 길이 전할 영예로운 력사학자로도 될수 있지 않는가.

아, 나의 동무들, 미더운 나의 동지들!…

그이께서는 가슴이 한껏 부풀면서 드넓은 대양과 마주선듯 걷잡을수 없이 벅차오름을 느끼셨다.

활달한 걸음으로 응접실로 나가신 그이께서는 무엇인가 확고한 결심이 어린 표정으로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그리고 수자번호판을 힘있게 돌리셨다.

곧 상대방의 반가움을 터치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사이 시민청부위원장의 중책을 지닌 옛 학교민청위원장선생이였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자 부위원장은 제편에서 먼저 기다리기라도 한듯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부탁을 받고 시주변학교들 특히 강남군과 중화군, 대동군에 직접 나가보았는데 우리 민청에서도 신중한 문제점들을 찾게 되였소.

한마디로 요약하면 뭔가, 학생들의 과외생활조직에 문제가 있다는것이요. 태반의 학교들에서는 공부가 끝나면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학교울타리를 벗어난 다음 학생들의 생활이 어떤가. 기껏 잘한다는것이 부모들의 일손을 도와 논밭으로 나가거나 산으로 올라가 땔감을 마련하는거요. 강가나 늪에 나가 낚시질, 그물질하며 물고기잡이를 하거나 가을이면 콩청대, 밤청대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지어 어떤 곳에서는 부락별, 마을별, 학교별로 밀려다니며 놀음놀이만 일삼는 현상까지 있단 말이요. 결정적으로 학생과외생활교양대책문제가 연구되여야 할것 같소.》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의 끝을 약간 끄시였다.

상대방쪽에서는 말을 뚝 끊은듯 잠잠하였다. 제편에서 흥분하여 무엇인가 잘못 말씀드렸는가 하는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차 말씀을 이으시였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사업이 바쁘실텐데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든 부탁을 하여 안됐습니다.》

그이께서 진심의 량해를 보내시자 옛 민청위원장은 펄쩍 뛰는 기색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거듭 사의를 표하고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시였다.

또 방안을 몇걸음 걸으시였다. 이제는 모든것에 선이 명백히 서시였다. 가슴이 더욱 뛰시였다. 사색의 가닥가닥을 한선에 모아 꿰여들고 보니 문제가 너무도 아름차고 방대하게 느껴지셔서였다. 아버님께서 풀자고 하시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 아닐가?

《우리 생각이 옳았어!》 하고 무척 의미심장하게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이 귀전에 울리셨다.

숨마저 가빠오르시였다. 하지만 더욱 빠른 걸음으로 응접실안을 걸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방안에 공기가 부족한듯 씨원스레 밖으로 나가시였다. 봄하늘은 훨씬 더 높아졌다. 어디서 날아왔던지 뿔종다리 네댓마리가 찌르레기떼와 어울려 한창 잎이 피기 시작하는 정원숲을 넘놀며 청맑게 지저귀였다.

그이께서는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울려오는 자유분방한 장난꾸러기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는것 같으셨다.

그이의 존안에 밝은 미소가 환하게 피였다. 신심과 희망이 더욱 확고해지신 그이께서는 정원길을 얼마쯤 더 걸으시다가 퍼그나 진정된 마음으로 다시 댁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책상앞에 정히 마주앉으신 그이께서는 하얗고 깨끗한 종이를 가쯘하게 간종그려놓고 펜을 드시였다. 아버님께 올릴 구체적인 자료문건을 쓰시려는것이였다.

활달한 글발들은 점점 더 날개가 돋친듯 씨원씨원하게 파도쳐나갔다.

날이 저물어 창밖에 어둠이 내렸으나 그이께서는 비취색의 정원등들이 환하게 켜지는줄도 알아보지 못하시였다.

그 한자한자의 글자들이 다 동무들에 대한 사랑, 그들과 혈맥처럼 잇닿아 흐르는 불같은 정의 분출이라는것을 그이자신께서도 모르셨다.

그것은 그것을 너무도 응당한것으로 여기시는 그이의 천품이였기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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