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4 장
1
5개년계획수행의 불바람을 안고 들끓던 평양의 거리들도 밤 12시가 가까와오면서는 퍼그나 조용해졌다. 밤이 이슥해지자 메질소리가 쩡쩡 울리던 련광정아래 대동강호안공사장이 고요에 잠기더니 경림동과 경상동일대에 즐비하게 일떠서는 고층살림집건설장들에도 어느덧 정적이 깃들기 시작했다.
보통문앞의 강건너 살림집건설장에서 이따금씩 호각소리가 길게 울리며 고요한 밤의 정적을 가볍게 흔들어놓군 하였다.
손에는 《로동신문》 한장이 쥐여져있었다.
농업협동화를 완전히 끝낸 전국의 협동조합들에서 랭상모를 50프로나 도입했다는 소식이 크게 소개된 신문이였다.
아버지원수님께서 얼마나 큰 힘을 들여 이룩하신 농사에서의 일대 혁명인가.
보수주의, 소극성, 기술신비주의와의 투쟁은 결코 공업부문과 도시건설에서만 벌어진것이 아니였다. 랭상모의 도입도 보통 심각한 투쟁을 동반하지 않았었다.
수모에 비하여 15~30프로나 수확을 더 낼수 있다는 랭상모…
농업협동화의 승리와 함께 이 또한 우리 나라의 농업발전력사를 크게 장식할 빛나는 성과가 아닌가.
아, 진정 아버지원수님의 현명한 령도따라 천리마를 타고 질풍처럼 내달리는 내 나라, 우리 조국은 얼마나 무궁번영할것인가!
방금전까지 보시던 문헌 《사회주의건설에서 청년들의 과업에 대하여》는 펼쳐놓으신대로였다.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수없이 밑줄을 긋고
손에 들고있던 신문을 신문보관함에 정히 넣으신
소책자옆에 놓여있는 두툼한 수첩을 펼치신
해주―하성간 넓은철길부설공사.
강계수력발전소건설.
송남탄광과 수도건설.
지난 3월 중순
열정으로 끓던 대회장이 눈앞에 선히 떠오르시였다. 재더미를 헤치고 세상이 보란듯이 소리치며 일떠세운 공장들과 협동조합들, 제철소며 광산, 탄광, 철도, 바다에서 온 혁신자청년들의 모습이 가슴뜨겁게 안겨오시였다.
학교민청부위원장으로서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하신
보다 많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싶기도 하시였다.
두해전 4월 아버지원수님의 탄생일을 성대히 기념할데 대한 의견을 제기했을 때 학교에 료해를 내려왔던 민청중앙위원회 녀성일군이였다.
시민청으로 소환되여갔던 옛 민청위원장선생도 반가움을 앞세우며 찾아왔다. 얼마나 반가와했던지 옆에 있던 청년대표들의 눈길이 쏠리는줄도 모르시였다.
녀성일군은 우리 청년들의 그 열정과 힘이면 정말 세상에 두려울것이 없겠다고 신심에 넘쳐 말했다.
《대회 전반적흐름이 청년들의 당과
《지난날의 혁명투쟁에서도 그러하시였지만
어느덧 회의 휴식시간이 다 지나가서
다음날
녀성일군이 먼저 흥분된 목소리로
《대회가 끝나면 민청중앙위원회에서 곧 구체적인 조직사업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먼저 이번 대회에서 하신
청년들을 발전소건설장이나 철길건설장같은데 대중적으로 진출시키면 아주 좋을것입니다. 이런 사업은 빨리 조직할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알겠어요.》
녀성일군은 환성이라도 올리듯 말씀드렸다.
《사실 어제밤에도 우린 잠을 못 잤어요. 당장 돌아가서 일판을 본때있게 벌리자는 생각은 한결같은데 어디다 힘을 집중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겠는가 하는데서는 론의들이 분분해서 피가 더 끓었다니까요.》
《론쟁을 벌린것은 좋습니다. 좋은 론쟁속에서 새것이 탄생할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담하게 발기하고 세상을 들었다놓는 기적과 혁신을 창조하면서 살아야 사는 보람이 있습니다.
실은 우리 학교 민청원들도 론쟁을 자주 벌립니다.
언제인가는 천성이냐 노력이냐 하는 문제로 격렬한 론쟁을 벌렸고 지금도 청춘의 희망과 리상문제를 가지고 각이한 주장들을 내놓군 합니다.
희망과 리상문제를 가지고 소설을 쓴 동무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여 많은것을 새롭게 알게 되였고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였습니다. 제일 기쁜것은 대표동지들을 비롯해서 우리 청년들이 아버지원수님의 두리에 굳게 뭉쳐 단결하고 또 단결하면 못해낼 일이 없으며 우리 청년들의 앞날은 참으로 밝고 휘황하다는 확신입니다.
대표동지들과 같이 희망찬 길을 어깨겯고 손잡고 함께 걸어가리라 생각하면 나 역시 잠을 잘수가 없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그날 헤여지기에 앞서 민청중앙위원회 녀성일군은 옛 학교민청위원장선생앞에서 이렇게 감동을 터쳤다고 했다.
《난 꼭
… … …
책상우를 두주먹으로 꾹 눌러짚으며 나직이 외우시였다.
《해주―하성간… 송남탄광!》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 환히 떠오르시였다.
오늘 오후 학생들은 꽃다발과 꽃테프를 마련해가지고 평양역으로 나갔었다.
이번 대회에서 하신
평양시안의 각 공장들과 기관, 기업소들에서 탄원한 청년들의 기세는 말그대로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모두들 탄복하고 부러워하는 기색이였다.
흥분의 꽃물결속에 렬차가 떠나고 환송대렬이 흩어질 때였다.
앞서가던 학급대렬에서 와짝 떠드는 소리가 났다.
누구인가가 자기도 학생만 아니라면 당장 탄원자들속에 뛰여들어 기차에 올랐을것이라고 한 말이 동무들을 흥분시켰던것이다. 그건 누구나 같은 심정이였다느니, 이제 학교를 졸업하면 우리도 더 벅찬 곳으로 탄원하게 될것이라느니 하던 말은 뜻밖의 반박에 끊어졌다. 한 녀학생이 금같은 청춘시절을 탄광이나 철도부설공사장같은데서 다 흘려보낸다면 인생의 리상을 어떻게 실현하겠는가고 했던것이다.
그 반박은 이어 대학이냐 사회주의건설장이냐 하는 문제를 거슬러 청춘의 희망과 리상문제로 치달아올랐다.…
(청춘의 희망과 리상이라!)
희망과 리상!
누구나 쉽게 번지는 말이였다. 하긴 그것이 있어 청춘시절이고 그것이 불타 청년기라 하지 않는가.
청춘은 꿈의 시절, 랑만의 시절이란 뜻이 무엇이겠는가.
다시금 평양역에 끓던 열정의 바다가 떠오르시였다. 꽃다발과 꽃테프의 파도를 헤치며 씩씩하게 렬차에 오르던 청년개발자들!
그들의 희망과 리상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들에게도 불타는 희망, 인생의 목표들이 있지 않겠는가!
하다면 금같이 귀중한 청춘시절을 건설장에서 다 흘려보낸다면 인생의 꿈과 리상을 어떻게 실현하겠는가고 하던 녀학생의 말을 잘못으로만 보아야 하겠는가?
걸음을 멈추고 얼마간 사이를 두시였던
걸음발이 점차 빨라지시였다.
(옳다, 웅변모임을 조직하자. 《청춘시절과 리상!》…)
× ×
전교적인 웅변모임이 조직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흥분한것은 박문규였다.
사실 그는
정작 붓을 들려면 아득히 높이 솟은 큰 산을 파헤쳐보겠다면서 겨우 호미 하나를 들고나선것처럼 아름차게만 느껴졌던것이다.
정말이지 어떻게 하면 사실그대로 손색없이 써낼수 있을가?
박문규는 매일, 매 시각 전혀 새로운 눈길로
뵈올수록 더없이 의젓하고 름름하게 안겨오는 미더운 모습, 들을수록 가슴후더워지고 울렁이게 하는 독특한 음성, 조용히 마주볼 때마다 비쳐드는 봄볕과도 같은 따뜻한 안광!
꿈속에서도 작품속의 그
까닭을 알수 없는 뒤바뀌움, 깜짝 놀라기라도 할만큼의 모순되는 상상속에 당황하기도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그런 창작적고민속에 밤을 새우고나면 때로는 내가 과연 결심대로 소설을 써낼수 있겠는가 하는 실망에 빠지기도 했다.
바로 이래서 한뉘 문학의 길을 헤쳐왔다는 아버지도 소설만은 써내지 못했다는게 아닐가? 그 험난한 고행길을 벌써 다 내다보았기에 룡철이도 애초 손을 들고 물러난건 아닌지.…
하지만 그는 물러앉고싶지 않았다. 그날의 그 충격, 그 흥분과 결심이 너무도 온넋에 사무쳤던것이다. 설사 중학시절기간에 못 끝낸다면 대학에 가서, 대학기간에도 성사를 못한다면
바로 그 남모르는 고민을 알고 민청조직에서 웅변모임을 조직해주는것이 아닐가 하던 예측이 점점 더 사실처럼 여겨지자 박문규는
물론 그는 저자신이 그 연단에 뛰쳐나갈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웅변술이 그리 좋은 축이 못되기도 했지만 보다는 다른 동무들의 견해를 많이 듣고싶었던것이다. 동무들의 격동된 웅변을 듣느라면 분명 높은 언덕우에 뛰여오르기라도 한 때처럼 그 어떤 씨원한 묘방이 손에 잡힐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른 학급에까지 눈길을 박으며 그 준비과정부터 놓치지 않고 살폈다.
웅변모임이 열리는 날에는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웅변모임은 하루수업이 끝난 다음 학교강당에서 진행되였다.
강당안이 터지게 학생들과 교원들이 꽉 들어찼다.
모임개회는 민청위원장선생이 하였다.
그는 자못 숭엄한 자태로 웅변모임의 취지와 목적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한데 이어 웅변에는 누구나 다 참가할수 있으며 자기의 견해와 주장을 솔직하게 다 토로할수 있다고 각별히 강조하였다.
맨 처음 연단에 뛰여오른 학생은 박문규와 같은 문학소조원이였다. 작품합평회때마다 첫 발언을 못하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할만큼 론리가 정연하고 주장이 명백한 소조원이였다. 그는 오늘 모임에서도 응당 자기가 첫자리에 서야 한다는듯 아주
주의를 한껏 자기한테 집중시키고나서야 《에…》 하고 서두를 뗐는데 청춘시절과 리상이란 무엇인가 하는 어휘해설부터 시작했다.
《에― 청춘이란 무엇인가? 〈푸를 청〉, 〈봄 춘〉… 혈기가 왕성하는 한창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이라는 의미입니다. 에… 그렇다면 희망과 리상이란 무엇이겠는가? 희망이 말그대로 앞일에 대한 기대 즉 그 기대에 대한 바람이라면 리상이란 말은 앞으로 실현하려는 가장 높고 훌륭한 지향으로서 보다 포괄적이고 의지적인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바로 그런 의미로 하여 청춘시절은 열혈의 시절, 꿈의 시절, 랑만의 시절이라고도 하는것입니다.
진취적이고 정의감이 불길같으며 탐구심이 강하고 용맹하고 영웅적인것입니다. 때문에 위훈의 시절이라고도 합니다. 인생의 값높은 영예도 그 절반은 청춘시절에 지닌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청춘시절이 빛나야 인생이 황홀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청춘시절은 금같은 시절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봅니다.》
박문규는 입을 하 벌리고 귀를 기울이였다. 그가 누구보다 열성을 내여 웅변원고를 준비한다는것은 알고있었지만 그렇듯 현란한 문구들로 엮을줄은 몰랐던것이다. 말은 또 얼마나 청산류수인가!
주위동무들도 하나같이 경탄의 눈길을 모으며 숨을 죽이였다.
출연자도 터질듯이 흥분하였다.
그는 연탁의 두 모서리를 꽉 걷어쥐는가 하면 한손을 머리우로 홱 들어올리기도 하면서 격정을 터쳤다.
《청춘의 위훈, 무엇이 증명해주는가? 멀리 볼것이 있습니까?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만 돌이켜봅시다. 가슴에 금별빛나는 공화국영웅들! 리수복, 강호영, 조군실… 태반이 다 10대, 20대의 청년들이 아닙니까. 정녕 위훈이 없는 청춘을 생각할수 있습니까?》
박문규는 숨마저 가빠나는것 같았다. 연탁에 취했던 눈길을 다시
그는 급히 수첩을 펼치였다.
청춘과 위훈, 옳다. 위훈이 없는 청춘은 금같은 시절을 헛되이 흘려보낸 인생이다!
정신없이 웅변자의 웅변내용을 써나가던 그는 문득 폭포처럼 쏟아지던 그의 목소리가 푹 잦아듬에 고개를 들었다.
웬일인지 웅변자는 연탁우에 고개를 숙인채 입을 다물고있었다.
꺼질듯 한 정적!
이윽하여 그는 숙였던 고개를 버쩍 쳐들며 저으기 떨리는듯 한 음조로 이었다.
《하고싶은 말은 많으나 다른 동무들한테 자리를 내주어야겠기에 나는 한 시인이 쓴 시를 읊는것으로 나의 웅변을 마치겠습니다.
다섯해후면… 젊은이!
이 과일나무는 열매를 맺을걸세
지금은 이렇게 애어린 나무
첫눈을 뜨고 잎새 하늘거리네만
다섯해후… 젊은이!
이 과일나무는 꽃이 필걸세
가지는 자라고 잎은 우거져
무거운 열매 땅에 늘어질걸세
하지만 젊은이― 노래짓는 사람아!
자네 그때 다시 와서 뭘하려나?
어느새 이렇게 자랐는가―
의심하고 놀라고 감탄할텐가?
어떤 땀이 뿌리에 스며 배인줄
어떤 정성이 가지를 감싸준줄
또 어떤 넋이 열매속에 맺힌줄
어떻게 알려나? 다섯해후에 와서…》
그는 랑송을 마치고나서 한동안이나 눈을 감고 서있다가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강당안은 여전히 숨을 죽인듯 잠잠했다.
와르르 박수사태가 터진것은 흥분으로 더더욱 가슴이 들레이는 웅변자가 연탁에서 한걸음 물러섰을 때였다.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다.
《좋아, 잘했어.
뒤따라 또 다른 학생이 일어났다.
《청춘과 위훈, 위훈과 리상! 가슴이 막 터질것 같아!》
박수갈채가 더 열렬해졌다.
첫 웅변에 이어 일어난 박수사태는 가뜩이나 들썩이던 학생들을 앞을 다투게 격동시켰다.
세상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남길수 있는 비범한 일을 하는것이 청춘들이 지녀야 할 빛나는 리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력사에 기록된
활화산처럼 타는 웅변모임은 얼마간의 휴식을 한 다음 계속되였다.
박문규는 차츰 지루감을 느꼈다. 휴식후 두 학생이 더 연탁에 나섰지만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고 앞에서 한 출연자들의것을 그대로 반복했던것이다.
더우기 깊어지는 생각은 목소리들도 높고 열정도 북받치고 멋진 표현들도 있지만 자기의 첫 소설에서 뚜렷한 문학적주제를 세우지 못했던것처럼 속을 후련하게 하는 알맹이가 느껴지지 않는것이였다.
그는 자연히
다른 학생들은 물론 교원들도 같았다. 집행석에 앉았던 민청위원장선생도
박문규는 가슴이 찌르르 젖어드는감을 느꼈다. 무척 친절하고 다정스레 작품의 결함을 분석해주고 눈이 번쩍 뜨이는 대안까지 일일이 세워주시던 음성이 귀전에 울려오는듯 했던것이다.
이제 무슨 말씀을 하실가?
예지로 번쩍이는, 봄볕처럼 밝고 따스함이 빛발치는 정채로운 안광! 이윽고
《오늘 여러 동무들이 참으로 좋은 내용들을 얘기했다고 봅니다. 생각도 많이 하게 했고 감동도 컸습니다. 청춘시절은 새것에 민감하고 정의감이 불타고 아름다운것을 지향하는 다정다감한 시절이며 왕성한 지식욕과 탐구심이 북받쳐오르고 새로운것을 적극 발기하고 창조하는 열정의 시절이라고들 했는데 옳습니다. 청춘시절에는 누구나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대담하고 엉뚱한 공상을 하기도 하고 최신과학의 요새를 점령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떨칠 포부와 희망도 가지게 되며 빛나는 위훈을 세울 꿈을 꾸기도 합니다. 탐구심이 강하고 정열에 넘치는 청춘시절에는 원대한 포부와 리상이 생겨나고 자라기마련입니다.》
침착하게 나직나직 이으시던
《동무들이 옳게 이야기한것처럼
하다면 우리의 리상은 어떤것이여야 하는가?》
바로 우리들, 새 세대 청년들은 성격과 취미, 희망과 포부는 서로 달라도 사회주의위업을 떠메고나갈 교대자로서의 영예로운 사명을 다 같이 지니고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지녀야 할 리상은 명백히
결국 무엇을 말해주는가?
조국과 혁명을 떠나서는 우리의 운명도 미래도 생각할수 없으며 그 어떤 진정한 리상에 대해서도 말할수 없다는것입니다. 반복컨대 우리 청춘들의 리상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의 길, 밝고밝은 사회주의건설의 길에서 찾아야 하며 바로 그 성스러운 길에서 빛내이며 활짝 꽃피워야 한다는것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우리 혁명의 영광스러운 년대기들에는 훌륭한 모범, 귀감들이 빛나고있습니다. 돌이켜봅시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칠성판에 올랐던 일제식민지통치의 가장 암담했던 시기에 조선의 청년공산주의자들은
험준한 백두의 그 어느 골짜기, 어느 나무밑에나
참말이지 그들은 피어린 그 투쟁을 통하여 조국과 인민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청춘을 바치는것이 얼마나 보람있는 삶이며 값높은 리상을 꽃피우는 길인가 하는것을 력사와 시대앞에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박문규는 문득 참다운 우정의 기초에 무엇이 놓여야 하는가고 하시던
놓칠세라 무릎우에 펼쳐놓은 수첩에 만년필을 박았다. 《조국의 운명과 인민의 행복》, 《온 나라 한가정》이라고 방금전에 써넣었던 글자밑에
《그뿐이 아닙니다. 앞에서 토론한 동무들의 말처럼 가렬처절했던 조국해방전쟁시기 당과
나는 해방된 조선의 청년이다
생명도 귀중하다
찬란한 래일의 희망도 귀중하다
그러나 나의 생명, 나의 희망, 나의 행복―
그것은 조국의 운명보다 귀중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목숨이지만
나의 청춘을 바치는것처럼
그렇게 고귀한 생명
아름다운 희망
또 어디 있으랴!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청년들이 따라배워야 할 귀감이며 리상과 포부의 높이입니다!》
또다시 박수갈채가 일었다. 열광적인 박수였다.
이어
《이렇듯 오늘 수풀처럼 일떠서는 웅장한 현대적도시와 거리들, 방방곡곡에 솟아나는 공장과 탄광, 광산, 발전소, 항만건설장들의 거창한 창조물들에는 우리 청년들의 이름이 새겨져있으며 그들의 로력적위훈, 기적과 혁신은 세상사람들을 경탄시키고있습니다.
우리들은 며칠전에도 송남탄광으로 떠나는 탄광개발자들을 열렬히 환송했습니다. 그들의 목에 꽃목걸이를 걸어주면서, 그들의 가슴에 향기그윽한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우리모두는 무엇을 생각했습니까?
민청원동무들!
전쟁은 끝났지만 영원한 평화는 아닙니다. 제국주의자들은 지금도 기어코 우리 나라를 먹어보려고 새 전쟁준비에 미쳐날뛰고있으며 우리나라는 의연히 힘겨운 길을 가고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앞길은 창창합니다. 그 밝은 앞날의 주인들은 바로 우리자신들입니다. 우리 조국의 앞날이 얼마나 더 휘황찬란하고 억세여지는가 하는것은 바로 그 주인인 우리들이 어떻게 참답게 준비되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우리모두의 참다운 리상과 포부, 희망의 높이에 달려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꽃피우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우리모두 영광스러운 시대에 청춘으로 태여난 영예와 자랑을 안고 우리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사랑하는 조국, 내 나라의 번영을 위하여 미래의 주인공들로 더욱 튼튼하고 억세게 준비해나아갑시다!》
누구인가 벌떡 일어서며 박수를 쳤다.
류룡철이였다.
약속이라도 했던듯 리용이 일어서고 최원석과 주영화, 장운영이 일제히 일어났다.
뒤따라 온 강당안이 일어나며 폭풍같은 환호를 터쳤다.
박문규도 무릎우에 놓았던 수첩이 의자밑으로 떨어지는줄도 모르고 자리를 차며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그때까지도
명백한것은
지금껏 박문규로서도 깊이 느끼지 못했던 새 모습이였다.
또 하나 새로운 흥분이 겹쳤지만 그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