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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회


제 3 장


3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해 가을에 식수를 한 교재원을 천천히 거닐고계시였다.

하늘은 무척 높고 맑았다.

봄을 맞은 나무들은 하나같이 물이 올라 잎눈들을 통통 여물구었다. 해빛을 많이 받은 이깔나무가지에서는 벌써 파란 잎싹이 퐁퐁 터졌다. 그 나무 우듬지들에 참새떼가 무리지어앉아 쉼없이 조잘대고있었다. 그 소리에 끌리기라도 한듯 어디선가 까치 두마리가 날아와 이 나무, 저 나무를 넘놀며 깍깍거린다.

운동장에서는 하루공부를 마친 학생들이 흥성흥성 들끓고있었다.

또 축구시합을 하려는지 선수들을 찾는 소리가 유난스러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 봄비를 맞고난것처럼 새파랗게 물이 오른 잣나무밑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시였다.

봄기운이 한껏 짙은 교재원에서 봄향기에 취하시는듯싶었지만 그이의 심중은 자못 무거우셨다. 하긴 그래서 조용한 교재원으로 나오신 그이이시였다.

오늘 그이의 학급에서는 민청초급단체회의를 열기로 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민청위원장선생과 심중히 토의하고 초급단체위원회에 제기하신것이였다.

기본은 홍종팔과 류룡철의 문제로 해서였다. 특히 홍종팔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하게 제기되고있었다.

류룡철과는 걸음걸음 마찰이였는데 그것은 항시 둘사이의 대결로 끝나지 않았다.

홍종팔이 지난해 식수가 있은 후 초급단체총회에서 비판까지 받았으나 고쳐지기는커녕 오히려 코대가 더욱 높아진다는 반영이 제기되였다.

회의에서는 《다 접수합니다.》 하고 《성근》히 《접수》했지만 전혀 개준이 없었다.

리용이 몇차례나 만나 개별담화를 하면서 회의에서는 다 접수하고 고치겠다고 했는데 왜 달라지는게 보이지 않느냐고 하니 그거야 어디까지나 회의인데 아무러면 이 홍종팔이가 시시하게 회의장에서 말싸움을 벌리겠는가, 초급단체위원장을 도와준줄이나 알라고까지 하더라는것이였다.

교만과 자고자대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

더욱 참을수 없는것은 조립식건설문제를 놓고 했다는 그의 발언이였다. 열번이라도 반성을 하고 잘못을 빌어야 할텐데 오히려 제편에서 주먹을 내들며 싸움까지 걸었댔다니 이를 어떻게 리해해야 하겠는가.

안하무인해도 분수가 있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홍종팔과 류룡철에게만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라고 보시였다. 그들 둘을 축으로 하여 계속 싸고도는 끼리끼리의 경향도 그렇지만 학급전반에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식의 전에 없던 침울한 공기가 떠도는것이였다.

며칠전에는 경일호와 옆에 앉은 학생사이에도 뜻밖의 충돌이 일어났었다.

방금 수학수업이 끝난 휴식시간이였는데 갑자기 일호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면서 《야, 네 머리는 두었다가 무엇에 쓰려구 공부시간에 자꾸 못살게 굴어?》 하고 성을 왈칵 냈던것이다.

옆에 앉은 동무는 한순간 당황하여 입을 쩍 벌리고있다가 입술을 짓물며 벌떡 마주 일어섰다.

《공불 좀 하문 했지, 몰라서 한마디 물어본걸 가지구 뭘 그렇게 비싸게 놀면서 그래? 되겐 비싸구나!》

《뭐야?… 그래, 비싸면 어쩔테냐? 내 공부하는데 네가 물 한방울 보탬이라도 줬니?》

흘끔흘끔 곁눈질하던 홍종팔이 슬쩍 경일호의 편을 들었다.

《그렇지 않구, 제 공부야 제머리로 해야지 뭐.》

그러자 류룡철이 홍종팔에게 가시눈을 찔 흘기고나서 경일호에게 꽥 소리쳤다.

《여 일호, 넌 동지애두 없니? 이제 보니 지독한 깍쟁이구나, 리기주의분자!》

경일호도 룡철이한테로 홱 돌아서며 만만치 않게 내쏘았다.

《뭐? 깍쟁이?… 리기주의분자?!》

교실안에서는 왁작 소요가 일어났다.

경일호한텐 잘못이 없다느니, 동무를 그렇게 모욕하는건 옳지 않다느니, 공부를 좀 하면 했지 누굴 닮아간다느니… 별별 말들이 다 쏟아져나왔다.

태반의 학생들이 일호에게 불만을 터쳤지만 홍종팔의 편역도 숙어들지 않았다. 누구를 닮아간다는 말에 참을수가 없었던것이다.

결국 별치 않게 튀여난 불찌는 불길로 번져져 또다시 두편으로 갈라져서 목에 피대들을 돋구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물론 수업시간에 옆에서 자꾸 소곤거리며 지장을 주는것은 잘못이다. 그렇다고 하여 동무를 면전에서 심히 모욕하는것도 잘한 일이라고는 할수 없지 않는가.

보다 문제는 홍종팔의 편역이다. 그가 정말 경일호를 진심으로 옳다고 봐서 팔걷고 나섰겠는가.

류룡철의 경우도 같았다.

더우기 생각을 깊이 하게 하는것은 최원석의 집에 갔다왔다고 하면서 스스로 찾아와 한 주영화의 자체반성이였다.

《난 원석동무가 며칠동안이나 혼자 있었다는걸 전혀 몰랐어요. 부위원장동무가 귀띔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모르고있었을거예요. 한고향 동무라는게 글쎄 뭐예요. 난 언제부터 제 생각만 하는 리기주의자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만 생각하는…》

그이께서는 주영화의 자체반성에서 뜨거움을 느끼시였다.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시였다.

너는 너, 나는 나!

물론 주영화의 자체반성은 순결하고 깨끗한 량심의 반성이였다.

하지만 학급동무들이 다 주영화같지는 못하지 않는가.

문득 그들의 나이에 생각이 미치시였다. 모두들 16, 17살이다.

독자성과 자립성! 진취성!

그것을 어른세계에로의 급격적인 성장으로만 보아야 하겠는가.

누구한테든 지지 않고 뒤지지 않으려는 자존심도 그렇지만 무슨 일에든지 먼저 뛰여들고 먼저 나서서 뽐을 내보려는 그 열혈의 열기!

호박순은 돌려놓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16~17살이면 애리애리한 《순》이라고만은 할수 없지 않는가. 웬간해서는 돌려놓기가 힘들뿐아니라 설사 돌려놓는다고 해도 그때뿐이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앉을수 있다. 자칫하다가는 꺾어질수도 있다.

어지간히 자란 줄기에서 꺾어지면 다시 붙일수도 있지만 아직은 만문한 순이나 같아서 꺾어지면 다시 붙이기가 힘든 법이다.

너는 너, 나는 나!

정말이지 이것도 자립성으로서의 성장과정이라고 보아야 할가?

아버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였던가? 사람은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집단이라는 거울에 자기를 비쳐볼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 거울에 비쳐보고 세면을 하는것처럼 때가 끼기 전에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하시였다. 만약 때를 제때에 씻지 못하여 종처가 생기고 곪기 시작하면 서슴없이 칼로 째고 수술을 하여 종물을 말끔히 들어내야 한다고 하시였어.

그 수술대는 민청조직이다. 거울도 물론 민청조직이지. 민청조직이상 더 맑은 거울은 없다. 아버님께서는 비판도 사랑이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래, 진정한 사랑이 없으면 진정한 비판도 있을수 없어! 민청조직의 그 사랑이야말로 가장 진정한 동지적사랑이다. 집단과 동지들의 사랑이상 없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동안을 더 잣나무앞에 서계시다가 천천히 돌아서시면서 마음속으로 다시금 외우시였다.

(너는 너, 나는 나?!…)

아버님께서 샘물처럼 깨끗한 마음에 새 사회의 선진사상만을 보석처럼 꽉 채우며 자라야 할 너희들세대들한테 낡고 그릇된 사상이 흘러들가봐 걱정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다시금 무겁게 되새겨지시였다.


× ×


민청초급단체회의는 시작부터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였다.

학교민청위원장선생과 선정화담임선생이 회의지도를 하기때문만이 아니였다.

이제는 민청조직의 존엄과 권위를 스스로 자각하는 어엿한 민청원들이였던것이다.

리용은 김정일동지께서도 회의집행석에 나와앉으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지만 그이께서는 민청위원장선생님이랑 담임선생님이 회의를 지도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시였다.

리용의 자료보고부터가 날카롭고 맵짰다.

물론 그 보고는 김정일동지께서 표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두차례나 보고 지도해주신것이였다.

리용이 처음 써왔던 보고서는 장황하게 씌여져있었다.

민청원들속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이것저것 다 라렬하다보니 중심이 명백치 않았고 원인분석도 예리하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의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그 목적부터 명백해야 하며 회의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문제가 뚜렷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러자면 보고에서부터 중심을 잘 골라잡고 대를 똑똑히 세워야 한다고 따뜻이 일깨워주시였다.

그러시면서 그이께서는 이번 회의의 기본비판대상은 홍종팔인것만큼 그한테서 나타난 현상들을 그의 교만성과 우월감, 자고자대와 련관시켜보되 특히 조립식건설문제와 관련하여 동무들과 충돌한 사건을 놓고 그의 사상적병집을 정확히 분석해내야 한다고 하시였다.

이어 그이께서는 보고서는 철저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원칙적이여서 누구에게나 납득이 되여야 하는것만큼 절대로 누구의 편견에 서거나 감정을 섞어서는 안된다는것, 특히 비판을 하는것도 결함을 고쳐주자는데 목적이 있는것만큼 사랑과 정을 가지고 원칙적선에서 해야 한다고 절절히 가르쳐주시였다.

리용이 보고를 끝내고 의견이 있으면 제기하라고 했으나 누구도 일어서는 학생이 없었다.

민청위원장선생도 보고에 잘못 제기했거나 의견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각별히 반복했으나 모두들 얼굴이 덤덤한 표정들이였다.

토론이 시작되였다.

먼저 홍종팔이 지명되였다.

보고의 내용으로 보아도 그렇고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라 학생들은 례사로운 일이기라도 한듯 그저 덤덤하니 앉아있을뿐이였다.

얼마간이 지나서야 하나둘 홍종팔에게로 눈길을 돌렸는데 한것은 그가 인차 일어설념을 안했기때문이였다. 두팔을 가슴우에 엇걸어얹은채 입을 꾹 다물고 책상우의 한곳에 눈길만 박고있었다.

리용이 기다리다못해 독촉했다.

《홍종팔동무, 토론에 참가해주십시오.》

홍종팔은 그래도 눈길조차 들지 않았다.

민청위원장선생도 저으기 언짢은 음성으로 재촉했다.

《종팔동무, 자체비판할게 없습니까?》

홍종팔은 그제서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씽씽 걸어나가 교탁앞에 우뚝 섰다.

그는 얼굴이 벌개서 입술만 삐죽이 내밀었다들이밀었다 했다. 그러고나서는 큰숨을 내불면서 고개를 건듯 들더니 창밖의 먼 하늘끝만 내다보았다.

한참후에야 그는 《에…》 하고 힘들게 곱씹다가 한손을 들어 홱 내리그으면서 말목을 터쳤다.

《에, 보고에서 여러차례 비판을 주었는데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접수합니다.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에, 사실은 나도 고치자고, 반드시 고치려고 노력은 하느라 했는데 워낙 성미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끔씩 반복되군 합니다. 개성을 뜯어고치면 다른 사람이 되는거나 같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나쁜 개성이야 고쳐야지요. 오늘 회의를 계기로 더 채심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교실안이 웅성웅성했다.

《무슨 비판이 저래?》

《저래서 종팔이지.》

《너무 뻔뻔스럽지 않아!》

《도전적이야, 회의에 대한 반항!》

《저자체를 문제세워야 해!》

민청위원장선생이 한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조용들 하십시오. 아직 본인토론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선정화선생도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입술만 꼭 감쳐물었다. 눈길을 푹 내리깔고있는 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듯싶었다.

민청위원장선생이 홍종팔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계속하라고 했다. 음성은 나직했으나 엄하고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홍종팔은 흠칫했다. 민청위원장선생을 얼핏 일별하는 그의 눈길이 당황하여 허둥거렸다.

그는 또 《에, 에.》 하고 군소리를 곱씹다가 이말저말 늘어놓았는데 번져가는 소리마다 그 일은 누구때문에 생긴것이고 어느때 일은 무슨 문제로 하여 생겼던것이라는둥 태반이 자기한테는 큰 잘못이 없고 모두 다른 동무들때문이였다는 변명이였다.

그는 조립식건설문제로 하여 류룡철과 터졌던 충돌도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 했다.

《에, 사실 그 일은… 그날 나는 기분이 좀 붕 떴댔는데… 솔직히 말하면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댔습니다. 외국에 갔던… 솔직히 멋진 선물까지 가지구… 그래서 기분이 뜬김에 나도모르게 한마디 롱을 했댔는데… 정말 그것은 롱말이였습니다.

물론 롱이래도 정치적각성이 없이 한마디 한건 잘못했습니다. 그에 대해선 솔직히… 우리 아버지한테서도 되게 욕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롱으로 한마디 한걸 가지구 반동이라고 한건 정말 참을수 없었습니다. 사실말이지 제가 반동입니까? 반동이라면… 에이!… 그래서 참지 못하고 룡철동무와 싸우려 했댔습니다.》

그는 생각할수록 억울하다는듯 입술을 꽉 짓물며 고개를 숙이였다.

침묵이 흘렀다.

무엇엔가 꽉 짓눌리우기라도 한듯 한 무거운 침묵이였다.

얼마후 그 침묵을 깨며 민청위원장선생이 저력있게 물었다.

《토론을 다 했소?》

홍종팔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

《예.》

민청위원장선생은 리용에게 의미있는 눈짓을 했다.

그러자 리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종팔동무의 토론이 끝났는데 의견줄 동무들은 의견을 주십시오.》

기다리고있었던듯 학급반장 진호삼이 먼저 일어났다.

그는 학교운동장을 몇바퀴나 뛰여돌고 들어온것처럼 얼굴이 시뻘개서 가슴을 풀떡풀떡했다.

《여 동무, 무슨 비판을 그렇게 해? 동무가 잘못했다는겁니까 누가 잘못했다는겁니까? 교만방자해도 분수가 있지. 동무 아직도 자기의 근본결함이 뭔지 모르겠습니까? 교만성, 집단과 동무들에 대한 업수임, 자고자대… 몇가지 실례를 들어봅시다.

동무 고급반학생이 된 다음 교실청소는 몇번 했고 마당비자루는 도대체 몇번이나 들었습니까? 마치도 자기는 큰 간부나 되는것처럼 매번 뒤짐을 떡 지고 훈시나 하려 하구… 나이재세!… 전번날 경일호동무문제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개인리기주의가 머리속에 꽉 찼단 말입니다.

뭐 길게 얘기할게 있습니까? 저동무의 토론하는 태도가 여실히 다보여주지 않습니까.

조직과 집단을 깔보구 동무들을 깔보구!…

옳지 않습니다, 아주 틀려먹었단 말입니다. 난 저 동무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조직적처벌을 주자는걸 제기합니다.》

진호삼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류룡철의 앞에 앉은 학생이 벌떡 일어났다. 홍종팔 못지 않게 키가 늘씬한 그는 어느 한 건설사업소 기사장의 아들이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앞으로 수도 평양을 세계적인 도시로 건설하는데 한몫 단단히 하겠다고 늘 외우군 하는 그는 평시엔 말이 없고 행동거지가 묵직했지만 일단 성을 내면 무엇이든 들부셔버릴것처럼 주먹부터 내흔드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버릇대로 주먹을 들어 흔들며 어성을 높였다.

《동무, 동문 솔직히, 솔직히 했는데 난 솔직히 동무가 진짜 솔직히 비판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솔직히 동문 그날 외국에서 돌아온 반가운 손님이 멋진 선물까지 갖다주어서 기분이 붕 떴댔다고 했는데 그것부터가 솔직한 말인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그건 그렇구, 동문 롱을 한마디 한걸 가지구 우리가 너무한것처럼 말하며 계속 어물쩍해 넘기려 하는데 동무 정말 그때 롱을 했는가? 이자 앞에서 동무가 집단을 깔보구 동무들을 깔본다고 했는데 옳단 말이요. 동무 아직도 그렇게 오그랑수를 써서 빠져나갈수 있다고 봅니까? 명백히 말해서 동문 반동소릴 했습니다. 반동! 반동이 뭐 다른겁니까?

난 더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난 저 동무를 내무기관에 넘기자는걸 제기합니다. 사회에서도 저따위 반동놈들은 족쇄를 채워 법기관에 끌어가지 않습니까.》

교실안은 일시에 굳어졌다.

어쩔테냐 하고 배짱을 부리던 홍종팔도 얼굴이 컴컴해졌다.

한순간 굳어졌던 교실안에 급격히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가뜩이나 홍종팔을 마뜩지 않게 보아오던 학생들은 휘발유에 불이라도 당긴듯이 저마다 자리를 차고일어났다. 한 학생은 언제인가 홍종팔이 공장대학이나 통신대학에 가서는 공부를 제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우리 당의 교육정책을 헐뜯는 반동소리라고 했고 또 한 녀학생은 홍종팔이 언제 봐도 녀학생들을 업수이 여기면서 깔보는데 케케묵은 남존녀비의 봉건사상이 꽉 찼다고 비판하였다.

아버지가 큰 간부이기때문에 우쭐렁거리는데 아버지가 간부면 아들도 간부냐고 찌르고드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학생이면 학생답게 놀아야지 선생님들앞에서 버릇없이 놀면 되느냐고 교무부장선생과의 관계를 은근히 암시하는 녀학생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고싶은 충격을 느끼시였다.

물론 동무들의 비판은 모두 옳다고 생각하시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현상라렬에 그쳤지 사상적본질을 명백하게 해부하지는 못했던것이다. 더욱 참을수 없는것은 홍종팔이 한본새로 취하는 교만방자한 태도였다. 민청위원장과 담임선생님까지 나온 회의인데 어쩌면 저럴수 있는가?

한편 자신께서 일어난다고 해서 홍종팔이 당장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접수를 할가 하는 생각도 드시였다. 그렇게 쉽게 개준을 할것 같으면 리용이 몇차례나 개별담화를 했고 담임선생님도 한두번만 만나지 않았는데 아직도 저렇게 뻣뻣할수 있겠는가. 오늘 회의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지 않은가. 조직적처벌을 주자는 의견은 물론 당장 법기관에 넘기자는 의견까지 제기됐으니 홍종팔의 준비상태로 보아 회의뒤끝에는 또 어떻게 나올것인가? 우리가 회의준비를 잘못하기라도 했는가?

마음같아서는 자신께서도 일어나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한바탕 답새겨주고싶으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생각을 침착하게 다시 더듬어보시였다.

단쇠도 재질을 보아가며 두드리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방도는 무엇인가? 이대로 넘어갈수는 더우기 없지 않는가?

문득 그이께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눈길을 느끼시였다.

민청위원장선생이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있었다. 무엇인가 기대가 담겨진 눈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을 눅잦히시며 민청위원장선생과 마주쳤던 시선을 조용히 돌리시였다.

민청위원장선생은 알릴듯말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나서 홍종팔에게 물었다.

《종팔동무, 동무들의 비판이 접수됩니까?》

대답이 없었다.

교실안에는 다시금 랭기가 쩡 서렸다. 어느쪽에선가 또 벌떡 자리를 차며 일어나기라도 할것 같았다.

민청위원장선생이 짐작을 했던듯 단호한 목소리로 씨원스럽게 이었다.

《좋습니다. 동무문제는 학교민청위원회에서 따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결함을 잘 생각해보고 학교민청위원회에서 다시 검토받도록 해야겠습니다.》

누구인가 호―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민청위원장선생과 눈길을 마주하시였다.

그이의 안광에는 고마움의 빛이 어려있었다.

(옳다, 학교민청위원회에서 도와주는것이 좋은 방도이다. 초급단체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다른 초급단체위원장들도 다 참가시켜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학교민청총회라도 열어야 한다. 홍종팔 하나에 한한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끝까지 뿌리를 뽑아야 한다.)

홍종팔은 자기 자리로 들어가고 류룡철이 나섰다.

홍종팔의 문제를 학교민청위원회에 넘겨 다시 엄중히 검토한다는 선언은 회의분위기를 더욱 엄엄하게 하였다.

류룡철에게도 홍종팔 못지 않은 호상비판의 불소나기가 쏟아졌다.

기본은 청년남아답지 않게 쩍하면 동무들을 걸고들면서 집단의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동지적단합을 저해한다는것이였다.

홍종팔과 달리 그는 쏟아지는 충고를 비교적 다 성근하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것이 알렸다.

류룡철에 이어 장운영이 나가고 박문규도 연탁에 나섰다.

뜻밖에도 박문규문제를 놓고 회의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장운영이 일어나서 예상밖의 충고를 주었던것이다.

그는 예전그대로 도고한 자세를 취하고 긴 해설없이 간단명료하면서도 찌르는듯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적지 않은 동무들이 우리 학급의 동지적단합을 흐리게 하는 기본장본인이 홍종팔동무와 류룡철동무때문이라고 했는데 물론 옳은 견해라고 봅니다. 한데 난 여기에 문규동무가 적지 않은 작용을 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문규동무가 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문규동무는 문학공부를 한답시고 점잔도 빼지만 류룡철동무에게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있습니다. 그것은 저… 동무들도 잘 알고있지만… 저 동무들의 관계가 말해주지 않습니까. 동무들도 여러번 목격한바와 같이 류룡철동무는 문규동무를 자기의 〈문학스승〉이라고 곧잘 표현합니다. 실지 그런 관계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규동무는 응당 〈스승〉답게 룡철동무를 잘 일깨워주고 옳게 도와주어야 할게 아닙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한가지 실례로 론증하겠습니다.

이미 비판되였지만 종팔동무와 룡철동무가 만수대언덕에서 대판 싸울번 했던 날말입니다. 그날 난 주영화동무와 함께 우리 녀자들만 가서 싸움을 말리자고 했습니다. 어느 남동무가 끼여들면 싸움판이 더 커질수 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막았는데도 문규동문 룡철동무한테 큰일이라도 생길것처럼 급해서 앞장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가서는 어떠했으며 돌아올 땐 또 어떻게 했습니까. 마치도 무슨 승리라도 한것처럼 의기양양해서 저희들끼리 내려왔지요? 영화관에서 쏘련영화를 한다고 야죽거리는 말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문규동무가 옳은 립장이라면 두 동무 다 진심으로 화해시키고 함께 같이 내려왔어야 할게 아닙니까. 진짜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면 관람도 함께 가고 말입니다.…

문규동무는 룡철동무와 항상 이렇게 지내왔습니다. 그러니 룡철동문 룡철동무대로 더 우쭐하고 나중에는 기고만장해졌다고 봅니다.

사실 난 그날 그렇게 행동하는 문규동무를 보며 기분이 나빴고 생각도 많았습니다.》

장운영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들어보자는듯 입만 반쯤 벌리고있던 류룡철이 와당탕 자리를 차며 일어났다.

《의견이 있습니다. 저 비판은 명백히 감정적인, 이를테면 누구인가를 감싸주려는 〈복수전〉입니다. 사실과도 맞지 않습니다. 뭐? 내가 문규동무의 부추김을 받는다구? 도대체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가 뭐 세살난 어린앱니까? 난 아직도 이 총회에서까지 저들끼리 비호하면서 싸고도는 저 행위에 대하여 특별히 문제시할것을 제기합니다. 명백히 이 측면에서 문규동무한테는 잘못이 없습니다.》

류룡철은 무슨 말인가 더 터쳐야겠으나 억이 막힌듯 황소숨만 씩씩 내쉬다가 자리에 풀썩 앉았다.

예상밖의 반박에 장운영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교실안은 물속처럼 잠잠해졌다.

그 침묵을 깨려는듯 성효정이 일어섰다. 그는 제 성미대로 야무지게 내쏘았다.

《나도 장운영동무가 잘못 생각한다고 봅니다. 그날의 일은 나도 영화동무한테서 들었댔습니다. 문규동무가 기어코 따라갔던건 결코 그 누구를 부추기려고 했던게 아닙니다. 문규동무 역시 장운영동무나 영화동무처럼 동무들을 걱정해서 갔던것입니다. 이자 룡철동무가 세살난 어린애냐고 했는데 옳다고 봅니다. 우리도 어린아이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언제인가 운영동무도 말했지요? 우리도 이젠 인간생활에 대해서도 알고 세상물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현상만 볼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것이 아닙니까?… 동무들의 진실한 마음말입니다. 진정!… 난 이런 의미에서 장운영동무도 홍종팔동무의 결함에서 같이 찾을 교훈이 있다고 봅니다.》

장운영은 두손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것이다.

교실안은 더욱 깊은 침묵속에 잠겼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조용히 장운영을 지켜보시였다.

시선은 장운영에게서 떼지 않으시였지만 생각은 방금 또박또박 찍어내듯이 말하던 성효정의 목소리에 두고계시였다.

성효정의 말처럼 그이께서도 박문규가 류룡철을 부추기거나 류룡철이 박문규의 꼬드김같은데 말려들군 한다고는 믿지 않으시였다. 그러기에는 그들의 마음이 너무도 깨끗하고 솔직했기때문이였다. 물론 지나친 우정의 감정이 때로 도를 좀 넘게 하는 경우가 있었던것은 사실이였다.

생활에서는 각별히 더 가까운 동무도 있기마련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턱대고 다 나쁘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야 되겠는가.

사실 자기 동무를 위해주고 동무한테 날아오는 《돌》까지도 막아나서면서 같이 맞으려 하는 그 마음이야 얼마나 귀중한것인가!

그이께서는 처음 한동안은 홍종팔과 장운영의 관계도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좋게 리해하시려 했었다. 한데 그것이 차츰 분파적경향을 띠면서 집단과 동무들사이를 불미스럽게 하기 시작하는데는 심중해지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방금전 장운영이 박문규를 비판하는데도 순간이나마 그런 감정이 작용했다고 보시였다. 자기 말로는 홍종팔과 류룡철의 싸움을 저들끼리 말리려 했다고 했지만 당초에 떠날 때부터 걱정은 보다 더 홍종팔에게 가있었댔다고 믿으시였다. 그들편에서도 역시 룡철이네와 함께 손잡고 내려오지 않고 뒤에 따로 남아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윽토록 장운영을 지켜보시는 김정일동지의 안광이 차츰 따뜻해졌다. 장운영이 얼굴에서 손을 떼고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찍어냈는데 그 눈빛과 얼굴표정에는 자기의 발언에 대한 실책감과 부끄러움이 가득 실렸던것이다.

하긴 이즈음 홍종팔보다도 주영화와 더 가까이 지내려 한다는 장운영이였다. 그것이 단지 녀학생고유의 지향으로 해서만이겠는가. 하면서도 홍종팔에 대한 감정을 좋게 하려는것은 여전히 같은 부상의 자녀들이라는 긍지와 우월감에서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우리 동무들의 심리, 감정세계가 어른들 못지않게 깊고 넓으며 그만큼 복잡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소년단넥타이를 매고 뛰여다니던 시절과는 대비할수도 없으리만큼 높이 뛰여오른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새삼스러이 교실안을 둘러보시였다.

많은 학생들이 초급반시절 다정히 함께 공부한 동무들이였다. 인민학교는 물론 유치원시절부터 함께 자란 동무들도 여럿이였다.

다시금 유치원과 인민학교시절 그리고 소년단시절까지도 함께 지내온 동무들이 얼마나 귀중한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자기의 생각이 분명 잘못되였음을 깨달으면서 점점 더 몸둘바를 몰라하는 장운영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 따뜻이 위로하고 고무도 해주고싶으시였다.

홍종팔의 불손한 태도로 떠돌던 차거운 랭기는 밝은 해빛이 눈부신 드넓은 바다물에 떠도는 한쪼각의 얼음덩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훈훈해지시였다. 그 얼음덩이도 설사 아름드리 큰 얼음덩이라고 해도 종당에는 해빛따스한 바다물에 안겨 깨끗하게 녹아내릴것이 아닌가!

비록 비판연탁에 나서긴 했지만 박문규나 류룡철은 물론 진호삼, 리용, 최원석, 주영화, 장운영, 성효정 등 얼마나 정이 가고 믿음이 가는 정다운 동무들인가! 당장이라도 저 넓은 학교운동장으로, 대동강가로 달려나가 함께 손잡고 어깨겯고 노래도 부르며 각자의 희망과 리상에 대해서 열렬히 토론도 해보고싶은 격정이 북받치시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자신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고싶으시였다.

민청위원장선생과 선정화선생도 참가했는데 될수록이면 발언을 하지말자고 생각하시였건만 예상밖으로 흥분되셨던것이다.

마침 선정화선생이 무엇인가 기대하는 눈길을 보내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숨죽인 눈길들이 일제히 그이께로 모아졌다.

그이께서는 량해라도 구하시듯 다시한번 민청위원장선생과 선정화선생에게 뜻있는 시선을 보내시고나서 침착하게 말씀하시였다.

《오늘 회의에서 많은 동무들이 참으로 좋은 토론들을 했다고 봅니다. 나 역시 생각이 깊어졌고 새롭게 깨닫게 된 점들도 있습니다. 우선 좋은 점은 제기되는 문제들을 원칙적인 선에서 보려는것이였습니다. 당정책적선에서 말입니다. 옳습니다. 우리는 무슨 문제든지 원칙적선에서 보아야 하며 그럴줄 알아야 합니다. 그 원칙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당정책, 아버지원수님의 교시입니다. 아버지원수님의 교시이상 정확한 자막대기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조립식건설문제나 야간과 통신대학공부를 놓고 제기된 문제들을 당정책적요구에 기초하여 분석하고 비판한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홍종팔을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안광을 대하자 종팔은 낯색이 해쓱해서 눈길둘바를 몰라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러는 홍종팔을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여겨보다가 저으기 엄한 음성으로 이으시였다.

《홍종팔동무는 자기의 발언에 대하여 롱말이였다고 했는데 롱말이든 아니든 그 발언의 엄중성에 대하여 사상적으로 분석하고 솔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말이란 곧 그 사람 즉 사상의 반영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종팔동무는 조립식건설에 대한 견해를 지금 당에서 절박하게 내세우고있는 일하면서 공부하는 교육시책의 확립에 대한 견해와 련관시켜서 잘 검토해야 할것입니다. 사실상 동무의 발언은 매우 엄중합니다. 결코 그 무슨 실언이 아니라는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칠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동무한테 각별히 이야기할것은 오늘의 이 회의가 동무의 잘못을 고쳐주자는것이지 동무한테 무작정 결함보따리를 뒤집어씌우자는것은 절대 아니라는것입니다. 동무의 문제를 학교민청위원회에서 다시 보는 문제가 제기되였는데 그것 역시 동무를 귀중히 여기는 조직의 뜨거운 사랑, 동지적사랑이라는것을 잘 알고 절호의 기회로 아주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먹장구름이 꽉 꼈던 홍종팔은 물론 장운영이며 학급동무들모두의 얼굴들이 퍼그나 밝아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옆의 동무들과 소곤소곤 속살거리는 녀학생들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밝은 미소를 지으시고 잠시 동무들을 둘러보시고나서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오늘 동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깊이 생각되는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동무에 대한 호상방조, 호상비판이였습니다. 많은 동무들이 호상비판에 참가했는데 물론 좋은 일입니다.

어떤 동무는 홍종팔동무를 법기관에 넘기자는 제기까지 했는데 그 의도도 리해됩니다. 문제는 그 제기가 진정으로 동무의 결함을 고쳐주고 건져주자는데서부터 출발한것인가 하는겁니다. 비판을 한다고 해서 함부로 정치적감투를 씌우면서 타매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됩니다. 지어 일부 동무들은 자기의 유식을 자랑하듯이 지나치게 좌경적으로 내리패는 경우도 있는데 비판모임이 자기를 내세우면서 뽐내는 장소로 되여서는 더우기 안됩니다.

우리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교실안은 호기심으로 번져졌다. 의아해하는 눈길들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욱 밝은 시선으로 동무들을 둘러보시고나서 감회깊이 이으시였다.

《나도 어머님한테서 가끔씩은 꾸중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물론 우리 어머님은 어성을 높이거나 역증을 내는 일은 한번도 없으셨습니다. 우리 어머님께서는 무엇인가 내가 잘못하는것이 있으면 오히려 침착하셨습니다. 타일러주고 일깨워주시는 말씀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요구는 무척 엄하시였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적, 걸음마나 겨우 뗄 때에 있은 일입니다. 백두산밀영에 있을 때인데 그때 우리 어머님께서는 유격대원들과 함께 훈련을 하느라 밀영을 떠나계셨습니다. 황순희어머님이랑 유격대 녀대원들과 함께 있었지만 난 어머님이 몹시 기다려졌습니다. 어린 마음이지만 걱정도 컸습니다. 매일 유격대 녀대원들과 함께 어머님께서 돌아오실 길목에 나가 기다리군 했습니다.

드디여 어머님께서 돌아오시였습니다.

그날도 어머님을 기다리려고 귀틀집앞의 길목으로 나가려 하는데 마당가에서 〈정일아!〉 하고 찾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난 너무 기뻐 〈엄마.〉하고 부르며 문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한데 그만에야 너무 덤벼치다나니 몇걸음 내걷지 못하고 앞으로 푹 넘어졌습니다.》

《어마!》

어느 녀학생인가 놀란 소리를 터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 일을 떠올리시듯 조용히 사이를 두셨다가 이으시였다.

《난 무릎이랑 좀 아픈데가 있었지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이 달려와 일으켜서 안아주시리라 믿었댔거든요.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었지만 엄살을 피우며 가만있었습니다.

한데 첫 순간 한두걸음 급히 달려오시던 어머님은 인차 걸음을 멈추시더니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함께 훈련을 나갔다 돌아오던 녀대원이 급히 나한테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음성이 그 녀대원을 뚝 멈춰세웠습니다.

〈가만, 둬두세요!〉

어머님의 음성이 어찌나 엄하셨던지 녀대원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나도 의아해서 어머님을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더욱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둬두세요, 우리 정일인 일어설거예요. 일어나요, 일어나야 해요!〉 하고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목이 꽉 잠겨올라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가 다시 이으시였다.

《사실 말이지 그때 우리 어머님께서 나를 안아일으켜주시고싶은 마음이 왜 없으셨겠습니까. 아니, 아직은 젖먹이나 다름없는 아들을 밀영에 떨궈두고 훈련지에 가셨댔으니 마음을 놓을수 있으셨겠습니까? 밀영의 문어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들의 이름부터 목메여 부르신 그 심정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말입니다.》

주영화가 한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굽을 찍었다.

장운영도 성효정도 같이 눈굽을 씻었다.

남학생들속에서도 격정에 잠긴 기침소리들이 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찌르르 달아오르는 가슴을 누르며 좀 빠른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내가 세상에 태여나 제일 처음으로 받은 어머님의 꾸중이였습니다. 난 항상 그 일을 어머님께서 응석을 부리며 남에게 의존하려는 버릇이 붙지 못하게 하려고 드신 어머님의 첫 채찍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무들, 생각해보십시오. 그래, 우리 어머님께서 아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그러셨겠습니까? 동무들의 부모님들도 같을것입니다. 여기 어느 누가 부모님들한테서 욕 한번 안 먹고 자란 동무가 있습니까? 지어 손찌검을 받았을 동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런 어머니를 탓해본적이 있습니까? 왜 그런가? 비록 그 순간에는 아픈 매이지만 그 매속에는 제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뜨거운 기대와 사랑이 꽉 차있기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난 동무들에 대한 비판도 반드시 그렇게 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사랑과 정!… 사랑이 없고 정이 없는 매는 오히려 상처로 남기마련입니다. 정이 있어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원수님께서는 정이 없는 사람은 큰일을 할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혁명과 건설도 사람이 합니다. 혼자서는 할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집단, 동지적단합에 의해서 하는것입니다. 사랑이 없이, 정이 없이 진정한 단합이 이루어질수 없다는것은 명백한 리치가 아닙니까. 난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회의를 계기로 우리 학급모두가 동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먼 앞날을 함께 걸어갈 혁명동지로 더욱 귀중히 여기며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여 원칙적인 단합을 이룩하는데서 모범을 보이자는걸 호소합니다. 학습에서도 조직생활에서도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진정한 우정을 위하여!》

와르르 박수가 터졌다.

민청위원장선생도 선정화선생도 힘차게 박수를 쳤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환히 미소를 담으며 답례의 박수를 보내시였다.


× ×


초급단체회의가 끝나자 민청위원장선생은 선정화선생과 함께 교원모임에 참가하기 위하여 인차 자리를 뜨고 김정일동지께서만 민청실로 가시였다. 초급단체에서 제기된 문제들때문에 두명의 남녀초급단체위원장과 한명의 분단위원장이 기다리고있었다.

녀학생초급단체위원장은 월계획에 따라 진행할 사업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남학생초급단체위원장은 전승기념관참관을 조직하려고 하는데 다른 문제가 없겠는가고 문의했다. 올해 새로 선거받은 분단위원장은 분단위원들에 대한 월분공안을 내놓으면서 제대로 되였는지 보아달라고 하였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이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담으시고 치하도 하고 손수 가필도 해가며 구체적인 지도를 주시였다.

명쾌한 마음으로 그들이 돌아가자 그이께서는 민청실안이 별로 조용해지는감을 느끼시였다. 동맹원들에 대한 교양사업과 관련하여 상급동맹에서 내려보낸 문건을 다시 꺼내놓았으나 정신이 집중되지 않으셨다. 이미 몇차례 보기도 하시였고 민청위원장선생과 마주앉아 집행대책을 토론하시였기때문인지도 몰랐다.

보다 무겁게 실리우는것은 방금전 회의연탁에 나섰던 홍종팔의 모습이였다. 조립식건설문제를 롱으로 한마디 던졌던것이라고 중언부언하면서 어물쩍해 넘기려 하던 얼굴이며 교만과 도를 넘는 우월감이 어느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고 날카롭게 비판하던 리용을 비롯한 학급동무들의 분격한 목소리들이 되새겨지시였다.

《종팔이…》

그이께서는 나직이 외우시며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시였다. 인간의 정신육체적성장과 함께 성격과 취미도 일정하게 변할수 있다는것은 그이께서도 인정하시였다. 허나 그렇게도 달라질수 있을가?

유치원 높은반과 인민학교 1학년까지 그이께서는 홍종팔과도 친하게 지낸 사이이시였다. 물론 오랜 기간은 아니였다. 그때는 종팔의 아버지가 부상도 아니였다. 제일 잊혀지지 않으시는것은 군사놀이였는데 홍종팔은 항상 김정일동지의 상대편대장이 되군 했었다. 나이가 한살 우여서 제스스로 그것을 바랐으며 김정일동지께서도 큰아이를 상대로 하는것을 좋아하시였다. 결국 그때 아이들의 군사놀이는 김정일동지와 홍종팔과의 《격렬한 싸움》인셈이였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나서는 함께 손잡고 즐겁게 대동강으로 나가 땀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씻기도 했고 또다시 승벽내기로 모란봉으로 치달아오르기도 했었다.

그랬던 동무들이 전쟁으로 인하여 어차피 헤여들져야 했다. 전후에는 홍종팔의 아버지가 대외사업으로 다른 나라에 나가있게 되였는데 외할머니가 《빵》만 먹는 나라에 어떻게 어린아이를 보내겠느냐며 기어코 손자를 저의 집으로 데려갔었다. 학교가 10리나 되는 산길너머에 있어서 애처롭다고 한해를 묵여 김정일동지와 같은 학년이 되였었다.

부모들이 귀국을 하여 홍종팔은 다시 평양으로 왔는데 처음 전학을 왔을 때는 농촌아이처럼 순박하고 소년단조직생활에서도 모범이였다. 학업성적도 높은 축에 속하여 선생님들의 칭찬도 자주 받았다. 비록 학급은 달랐지만 그때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기쁘시여 은근히 경쟁대상으로 여기실 때도 있었다. 고급반에 진급하면서 같은 학급으로 옮겨옴에 더더욱 반가우시였다.

한데 나이도 한살 우이면서 그렇게도 말썽일가?!

그이께서는 비록 좀 지나친 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홍종팔의 결함에 대한 동무들의 분석과 비판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시였다.

돌이켜보면 그는 유치원시절부터 고집과 자존심은 물론 경쟁심이 강했었다. 군사놀이때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이의 편이 되려고 했지만 그는 번마다 제스스로 다른편이 되여 대장을 하려고 하군 하지 않았던가. 그 성미는 외할머니네 집에 가있는 기간 더욱 굳어진데다 아버지가 높은 간부가 되면서부터 더 쇠여졌다. 외국풍의 생활에 물젖은데다 아버지가 승용차까지 타게 되니 진짜 저이상 없는듯 으시대기 시작했다. 제입으로 꺼림이 없이 말한것처럼 학교에 승용차를 타는 간부집자녀가 몇이나 되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지난날의 일처럼 여기면서, 더우기는 나이를 믿으면서 제스스로 깨닫고 바로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일이 자못 후회되셨던것이다. 래일이라도 당장 학교민청위원회를 열고 단단히 문제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하긴 그것은 교원모임에 가면서 민청위원장선생이 먼저 내놓은 의견이기도 하였다. 홍종팔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처방이며 약이라고 생각하시였다.

얼핏 벽시계를 일별하신 그이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거두어 장안에 넣으시였다.

마음도 가볍지 못한데다 오늘중으로 댁의 터밭에 새 품종의 강냉이종자를 파종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로 계획했던 일이 생각나셨던것이다. 아버님께서 내각의 한 일군이 평안북도 어느 한 농촌에 나갔다가 수확량이 대단한 강냉이종자를 얻어왔다고 기뻐하시면서 우선 저택에 심어보아야겠다고 하셨던것이다. 씨원스럽게 땀이라도 한번 쭉 내고싶으시였다.

민청위원장선생의 책상우에 사정이 있어 먼저 간다는 간단한 글쪽지를 남기고 복도계단을 내려가는데 복도끝 창문앞에 홍종팔이 혼자 서있는것이 눈에 띄우시였다.

잠시 멈춰섰던 그이께서는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나직하면서도 친절하게 물으시였다.

《왜 아직 안 갔어?》

홍종팔은 일순 당황해하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저… 교무부장선생님을 좀 만나려고…》

급한 때면 솔직해지는 법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시였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있거나 딱한 일이 생겼을 때 제일 믿고 가까운 사람을 찾는것이야 응당한 일이 아닌가.

한편 섭섭하기도 하시였다. 옛정을 보아서라도 자신을 찾아올수는 없었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이의 심정을 알아차렸던지 종팔은 더욱 급해서 얼굴을 붉혔다.

《저… 다른건 아니고… 아버지가 뭘 좀 전하라는 말이 있어서…》

홍종팔은 눈길을 허둥거리면서 더더욱 어쩔바를 몰라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측은한 생각이 드시였다.

그럼 기다리다 만나보라 하고 그냥 지나칠가 하다가 아무래도 그대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교원모임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있는것 같은데 민청실에 좀 가지 않겠어?》

그이께서는 홍종팔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내려오셨던 계단을 다시금 성큼성큼 밟아올라가시였다.

홍종팔은 여전히 힘들게 민청실에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 의자부터 권했지만 그는 앉을념도 못했다.

그이께서는 그의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혀주며 부러 쾌활하게 롱을 하시였다.

《이거 우리 홍대장이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이래? 어디 또 한바탕 〈진지쟁탈전〉이라도 해볼가?》

홍종팔의 두눈에 물기가 핑 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춤해지시였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일가? 하긴 법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으니 놀라기도 했을것이다.

자신께서도 솔직해지고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책상을 사이두고 마주앉으며 진정을 터치시였다.

《뭘 숨길게 있겠어. 솔직히 난 놀랍구나, 종팔이 네가 어쩌면 그런 비판의 대상으로까지 됐니? 초급단체위원장도 그렇고 담임선생님도 한두번만 만나지 않았다는데… 고치겠다는 말은 잘한다면서 왜 결함이 반복되는가 말이야. 그리고 오늘 회의에서 한 태도는 또 뭐냐. 동생들과 같은 동무들앞에서… 내가 다 부끄러워지더구나!》

민청실에서의 담화라면 응당 《동무》라고 불러야겠지만 그이께서는 우정 《너와 나》로 부르면서 나이값을 높이 쳐주시였다.

홍종팔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부위원장동무한테까지…》

그이께서는 손을 홱 내그으시였다.

《이거 말할 재미가 없구만!》

홍종팔은 고개를 얼핏 들었다가 더욱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나도 비판을 받으면서 부위원장동무한테 제일 미안했습니다. 부위원장동무가 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왜 했는지도 알았고… 부위원장동무가 오죽하면…》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만 손으로 책상을 쾅 치시였다.

《너도 참, 이전처럼 정일이라고 하란데!》

홍종팔의 입귀와 량볼에 경련이 이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이렇게 마주앉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홍종팔이 이번에는 자책이 깊어지지 않는가 하는 믿음도 드시였다. 하긴 그도 그만한 지성과 리성, 지각은 들었을 나이가 아닌가. 더이상 결함을 반복지적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하긴 꼬집어주어야 할 말은 이미 회의에서 기본적으로 다하지 않았는가. 이제 더 무슨 설명이 요구되며 분석과 해석이 필요하겠는가.

그이께서는 여러 의미를 담아 진중하게 이으시였다.

《운영동무도 생각이 많은것 같았어. 우리 담임선생님은 또 얼마나 안타까와하셨니… 그리고 간부집자녀들이 모든 면에서 특히 모범이 되여야 부모님들도 사회적으로 권위가 서지 않겠어?… 더 말하지 말자, 다신 이런 일이 없겠지?》

홍종팔은 또 발밑이 패우게 한숨을 내쉬였다.

《고쳐야지요 뭐.》

대답이 씨원치 않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홍종팔의 자존심으로는 십분 그럴수 있다고 리해하셨던것이다.

침묵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래일 당장 열기로 했던 민청위원회를 며칠 미루는게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홍종팔에게 자체반성을 더 깊이 할수 있는 시간을 주는것이 필요할것 같아서였다.

민청위원장선생도 다른 의견이 없으리라 믿으시였다.

(그래, 그게 더 좋은 처방일수 있어!)

하지만 며칠후에도 그 회의를 열지 못했다.

홍종팔이 그날밤 뜻밖의 위경련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던것이다. 어린 나이에 몇년동안이나 외할머니네 집에 가있을 때 생긴 무절제한 식사버릇이 위를 어지간히 상하게 한것을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의대신 장운영이며 리용을 비롯한 학급동무들과 함께 병문안을 조직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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