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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회


제 2 장


5


어느덧 가을도 마감목이여서 아침저녁 날씨는 퍼그나 쌀쌀해졌다.

녀학생들은 벌써 빨갛고 파란색이 나는 외투와 솜옷들을 꺼내입고 각양각색의 목도리들로 맵시를 부렸다.

그런가 하면 당장 얼음판이 눈앞에 생기기라도 할듯 깊숙이 보관해두었던 스케트를 꺼내놓고 부지런히 닦는 남학생들도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금방 눈가루라도 쏟을것 같더니만 다시 무슨 변덕으로 일요일의 날씨는 놀라리만큼 따뜻하고 온화해졌다.

아래반학생들은 휴식을 하고 고급반학생들만이 학교에 모였다.

삽과 곡괭이, 바께쯔들을 들었다.

유난스러운것은 옷차림새들이였다.

약속이라도 했던듯이 학생복은 찾아볼수 없고 아버지나 형님, 언니들의것이 분명한 작업복들을 입었는데 얼마나 름름하고 대견스러워보이는지 몰랐다.

녀학생들이 특히 더 환하게 눈에 띄였다.

장운영과 주영화는 경쟁이라도 하는듯싶은 차림이였는데 특히 이채로운것은 머리수건이였다.

운영은 그때로서는 쉽게 볼수 없는 라이라크꽃(정향꽃)문양이 새겨진 하르르한 명주수건을 썼고 주영화는 방직공장처녀들이나 건설장의 기중기운전공처녀들이 흔히 쓰는것과 같은 빨간색의 머리수건을 썼다. 누구나 할것없이 저저마다 자기들의 옷차림에 긍지를 가지면서 자부심이 북받쳐 자못 점잖아지려고들 했다.

예전처럼 까불어대는 《꼬마》도 없었고 멋없이 너불거리는 싱검둥이도 없었다.

태반의 남학생들은 안 보는척 하면서도 녀학생들의 차림새에 은근히 눈길을 돌리군 했다. 그것을 느끼는 녀학생들은 또 그들대로 모르는척 하면서도 자기들의 몸차림에 신경을 썼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회색작업복을 간편하게 입고 마당으로 나가시였다. 그이께서도 무척 환희로운 표정이였다. 그도그럴것이 오늘작업은 그이께서 직접 발기하고 구체적으로 조직하신것이였다.

작업이란 학교주변에 수종이 좋은 나무를 심는것이였다.

이를테면 가을철식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내각의 해당 일군에게 새해에 들어가서는 남산고급중학교교사를 새로 잘 건설해주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소식이 학교에 전해졌던것이다.

학생들은 기쁘기 이를데없어 하면서도 한편 오래동안 정붙여 공부하며 생활해온 교사인지라 서운한 심정도 없지 않았다. 그 심정들을 헤아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 가을철식수라 일요일을 택하여 기념식수를 발기하셨던것이다.

그이께서 식수를 발기하신것은 순수 《리별》의 감정을 메꾸자고만은 아니였다. 림춘추를 만난 이후부터 그이께서는 동무들을 대함에 있어서 더욱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이 북받치군 하시였다.

몇년 안있어 그들은 다 나라의 곳곳에서 기적과 혁신을 떨쳐갈 기둥감들로, 아버님께서 개척하신 조선혁명의 길을 함께 걸어갈 동행자, 귀중한 동지들로 자라 한몫씩 맡아나서리라는 믿음에서였다.

아버님께서는 또 얼마나 뜨거운 말씀을 해주셨는가!

그 자랑과 긍지를 안고 환희와 랑만이 넘치는 학창시절부터 나날이 더 보람있는, 인생에 기념이 될 일을 하게 하고싶으셨던것이다.

먼 앞날 조국의 방방곡곡 중요초소들을 한 부문씩 맡아보는 름름한 일군들이 되여 추억많은 모교의 옛 건물을 찾아올제 이 나무는 어느 때 누가 심었고 저 나무를 심은 누구는 공부는 어떻게 하고 동무들을 위해서 어떤 좋은 일들을 했다고 추억한다면 얼마나 긍지롭고 자랑스러우랴!

하여 그이께서는 새 교사로 옮겨가서도 그러겠지만 정든 학교에 먼저 나무를 심을데 대한 문제를 학교민청위원회에서 토의하고 매 학급들에서 깊은 추억속에 남을수 있는 수종이 좋은 나무들을 준비하도록 하시였다.

학부형들까지 발동시켜 수소문을 하는 과정에 어버이수령님께서 조국산천을 더욱 푸르고 무성하게 하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품들여 마련해놓으신 어느 한 양묘장이 평양시주변가까이에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일이 잘될려니 그 양묘장책임자가 리용의 아버지와 전쟁시기 함께 싸우던 사람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로 리용을 앞세우고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시였다.

《좋지, 좋은 발기를 했구만. 젊은 시절에 심은 나무야말로 인생의 기념이 되구말구!… 한그루한그루 나무가 다 나라의 귀중한 재부란 말이 옳아. 우리 수령님께서 해방직후에 모란봉에 오르시여 나무를 심으신 뜻이 뭐겠나.… 일요일이란 말이지? 어물거릴새가 없구만. 소뿔은 단김에 빼랬다구 까짓거 이제 당장 가보자구!》

리용의 아버지는 자기 공장일처럼 기뻐하면서 공장의 화물자동차까지 끌어냈다.

사연을 알게 된 양묘장책임자 또한 리용의 아버지이상으로 더 기뻐하며 반가와했다. 김정일동지와 리용을 앞세우고 갖가지 나무모들이 숲을 이루고 설레이는 양묘장구내를 다 구경시켜주었다.

전후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김정일동지께서 진심으로 탄복하며 치하를 하시자 그는 긍지스럽게 대답했다.

《우리 양묘장에는 수십명의 제대군인들이 있소. 갈증에 목이 탈 때에도 전호가의 어린 나무에 제가 마셔야 할 물을 먼저 쏟아부은 전사도 있거던. 양묘장에 새로 입직을 하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교과서처럼 알려주는 말이 뭔지 아오? 어느해 봄이였소.… 항일전의 그 간고한 날 힘겨운 행군을 하시던 우리 수령님께서 빈 땅을 지나신적이 있었는데 부대를 휴식시키면서 대원들과 함께 손수 나무씨를 뿌리시였다는 이야기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우린 한그루한그루 나무들을 무심히 보게 되지 않소. 그래서 저 하나하나의 나무모들에 우린 참말이지 량심과 넋을 바치는거요!》

그는 새 교사로 가면 더 많은 나무모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학교학생들이 나무모를 가지러 왔다는것을 알게 된 제대군인들이 앞을 다투며 달려왔다. 제일 크고 튼튼한 나무들을 골라가면서 요구하는대로 아낌없이 떠서 자동차에 실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리용이 흥분된 심정을 가라앉힐수 없어서인지 격정을 터치며 이야기했다.

정일동무, 난 오늘을 일생 잊지 못하겠어. 한그루의 나무, 한포기의 풀도 왜 귀중히 여겨야 하는가를 진짜 이 가슴에 새기게 됐어. 부위원장동무, 정말 좋은 발기를 했어. 동무들한테 다 말해줘야 하겠어. 나처럼 일생 잊지 않도록!》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답대신 그의 두손을 꽉 잡아주시고나서 어깨를 힘껏 당겨안으시였다.…

리용과 진호삼을 비롯한 초급일군들이 큼직한 손달구지들에 한길이 넘게 자란 잣나무며 종비나무, 층층나무, 들메나무 등 시내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나무들을 싣고 나타났다.

일요일을 기다려 하루동안 교사뒤에 시들지 않게 잘 보관해두었던 나무들이였다.

정작 저희들 손으로 직접 심게 될 나무들을 제눈으로 보게 되자 학생들의 사기는 더욱 충천했다.

양덕이나 맹산군같은 산간지방에서도 깊은 산골 수림속에 숨어자란다고 하는 층층나무와 같은 난생처음 보는 나무들도 있는지라 호기심부터 앞세우며 와와 떠들었다.

생물선생이 리용과 함께 나서서 구뎅이를 파는 방법으로부터 부식토는 얼마만큼 넣고 보드라운 흙은 어떻게 채우며 나무뿌리를 감싼 새끼들은 어떻게 풀어내고 또다시 보드라운 흙을 덮은 다음 물은 어떻게 충분히 주어야 하는가 하는 등 시범상학을 구체적으로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리용은 물론 생물과목담당선생을 만나 구체적인 부탁을 하시였던것이다.

시내중심에서 태여나 자라면서 제손으로 꽃모 하나 심고 가꾸어본적이 없는 학생들이 태반인지라 신기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최원석도 리용이 못지 않게 성수가 났다.

산간마을에서 자란 그여서 나무에 대한 상식은 물론이고 심고 가꾸는 일에서도 어지간한 경험이 있었던것이다. 일요일의 식수계획이 발표되자 누구인가 나무야 봄철에 심지 가을에도 심는가고 의아해할 때 그는 히쭉 웃으면서 자랑스레 설명을 했었다.

《나무는 한겨울동안 내내 잠을 자는데 이를테면 생명활동이 일시 중단된다고 할수 있어. 가을이 오면 잎을 다 떨궈버리는것도 그래서인거야. 그러다 봄철이 오면 다시 생명활동이 시작되는데 그래서 그 활동이 시작될무렵에 봄철식수를 하는거지. 한데 나무를 떠옮기려면 어차피 뿌리를 다치게 되거던. 상처를 입힌다 그 말이야. 어떻게 되겠어? 앓게 되거던. 잘못하면 사름률이 떨어지게 돼.

하지만 가을철에 심으면 겨울을 나면서 〈치료〉기간을 깨끗하게 다 경유하게 될게 아니겠어? 〈입원치료〉를 받는셈이라고 할가. 결국 사름률을 높이는데서는 가을철식수가 더 좋다고도 할수 있다고 봐. 물론 식수를 하자 인차 겨울이 오므로 뿌리가 얼지 않게 흙도 잘 덮어주고 그 우를 가랑잎이나 돌로 덮어주는 등 해당한 대책은 세워야 하지.

에- 이건 우리 고향 학교에서 해마다 봄과 가을철식수를 하면서 내가 직접 현실로 체험한거야.》

원석의 위신이 쑥 올라가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리용이 제가 할 말을 다 해주어 고맙다는듯 엄지손가락을 펴서 내흔들어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크게 공감하시여 고개를 끄덕여주시자 그는 더욱 신바람이 나서 나무를 심을 때 주의할 점들을 이야기했다.…

오늘도 그는 나무심기에서 막히는것이 있으면 제가 다 맡아나서려는듯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에 달라붙었다.

허나 그 사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등뒤에서 문득 《〈입원치료〉를 받는다고 하시지 않아!》 하고 비꼬는듯 한 홍종팔의 목소리가 들려왔던것이다.

무슨 말을 하댔는지 홍종팔이 다른 학급의 녀학생들에게까지 한쪽눈을 찡긋해보이면서 하는 말이였다.

최원석은 입술을 꽉 짓물며 얼굴을 붉혔다. 이제는 아주 로골적으로 경원시하며 비난하는 홍종팔임을 잘 알고있는 그였다.

참으로 그것은 예상밖의 안타깝고도 실망스러운 일이였다.

학교에 등교하는 첫날부터 얼마나 고맙고 기대가 컸던 그였던가.

릉라도에서 휴식의 하루를 보낸데 이어 국립도서관에서 나오다가 승용차를 타고온 날부터 불만스러워지기 시작했다는것은 알았지만 그 일로 홍종팔이 장운영과 뜻밖의 마찰이 있었으며 그때부터 그들 둘사이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최원석이였다.

바로 그 일로 하여 홍종팔은 나날이 더 최원석을 불쾌하게 대하고 반대로 홍종팔의 그속을 환히 들여다본 장운영은 오히려 최원석을 동정하면서 다시금 주영화와 점점 더 가까와지게 한다는것을 더우기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크게 로출되지 않은 그들 세 당자만이 알고있는 내심의 마찰이며 충돌이였다.

오늘도 다른 학생들은 홍종팔의 비꼬아서 하는 말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장운영만이 아주 불쾌하고 딱한 눈길로 홍종팔과 최원석을 엇갈아 살펴보았을뿐이였다.

학급별로 구획이 나누어지고 남학생들에게 나무심을 구뎅이를 하나씩 맡아 파도록 자리들이 정해졌다.

녀학생들에게는 이미 김정일동지와 사전토의를 구체적으로 한 생물선생이 모란봉유원지관리소에 부탁하여 한차정도 되게 듬뿍 실어온 부식토를 날라오고 물을 긷는 작업이 분담되였다.

리용이 진호삼과 합의를 하고 김정일동지께는 식수작업전반을 돌봐달라고 하며 구뎅이파는 분담은 드리려 하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척 섭섭해하시였다.

《이건 아주 불공평하구나. 발기는 내가 했는데 진짜 학교의 연혁에 남을 기념이 될 일은 너희들끼리만 하겠다는거지? 돌봐주는척 하면서 제 리속을 차리려 하는걸 뭐라고 하던가?》

《아, 정일동무… 사실 이건…》

그이께서 부러 나무람하는척 하신다는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리용은 말끝을 마무리지 못했다. 무슨 일에서든지 특전특혜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시는 그 품성에 새삼스레 고개가 숙어져서였다.

어쩔수없이 제일 문문할것 같아 보이는 곳을 골라 적중한 자리 한곳을 정해드렸다.

땅파는 작업에서도 역시 최원석을 당할 학생이 없었다. 그는 제가 맡은 구뎅이를 빨리 제꺽 파제끼고 김정일동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이마에서 구슬알같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것도 몰랐다.

싱검둥이 류룡철이 뭐라고 한마디 했는지 곡괭이질을 낑낑 해대는 그의 옆에서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인형아기처럼 곱살해보이는 성효정이 얼굴이 새빨개서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가 톡 내쏘듯이 핀잔을 주었다. 집들도 가까운데 살면서 실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동무들앞에서는 쩍하면 집적거리기도 잘하고 야무지게 톡톡 내쏘기도 잘하는 그들이여서 동무들은 그저 싱글싱글 웃기가 일쑤였다.

《그럼 뭐 동무의 손자손녀는 〈이건 우리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다.〉하고 자랑 안할가?》

성효정의 핀잔에 류룡철은 갑자기 울상까지 지으며 한수 더 떴다.

《글쎄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신체조차 변변치 못한 이 류룡철이한테 귀쪽빠진 손자녀석이라도 하나 생길런지 원!》

또 와하하 웃음바다가 펼쳐졌다.

그래도 최원석은 곁눈을 팔지 않았다.

부식토를 한바께쯔 담아들고 오던 주영화가 놀라서 환성을 올렸다.

《아이, 벌써 이렇게 팠어?! 남들은 이제 겨우 땅뗌이나 했는데.》

《나야 산골에서 크지 않았어.》

최원석은 한쪽눈을 쭝깃해보이고나서 김정일동지께로 고개를 돌렸다.

《오―》

주영화는 제꺽 고향동무의 심정을 눈치채고 감동어린 목소리로 응했다.

《부식토랑 물이랑은 내가 맡을게요!》

《좋아, 빨리!》

보람찬 로동에 다시금 기분이 좋아진 최원석은 더 힘차게 삽질을 했고 주영화는 부지런히 부식토를 날라왔다.


× ×


다른 동무들은 겨우 절반이나 팠을무렵 자기가 맡은 구뎅이를 제꺽 다 파제낀 최원석은 김정일동지께서 일하시는 곳으로 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옷을 벗어놓고 하얀색의 내의바람으로 땅을 파고계셨는데 내의까지 땀에 푹 젖어있었다.

최원석은 입을 항 벌렸다.

김정일동지께서 둬뽐쯤 파들어간 땅속에 그 뿌리끝을 가늠할수 없는 떡돌같은 돌덩이가 떡 들어앉아있었던것이다. 그 돌덩이때문에 다른 동무들보다 곱절 더 힘을 뽑는 그이이시였다.

최원석은 어쩌면 그이께 이런 자리를 정해드렸을가 하는 생각에 울뚝해서 리용을 찾았다.

의아해서 뛰여온 리용도 입을 쩍 벌렸다. 제딴에는 제일 문문한 땅을 골라드리느라고 했는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너무도 미안스럽고 딱해서 말도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 부러 쾌활하게 롱을 하시였다.

《오히려 잘됐어. 〈땅신령〉이 이 김정일 힘과 의지겨룸을 해보자고 하는것 같은데 한번 맞붙어볼 판이지 뭐. 초급단체위원장은 막판에 와서 심판이나 정확히 서줘. 절대로 편심을 말구.》

리용은 여전히 미안한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정을 했다.

《야, 난 정말이지 여기에 이런 돌덩이가 있을줄은… 정일동무, 이제라도 자리를 옮기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냥 롱을 하시였다.

《자 이거 우리 위원장동무가 날 〈패전자〉로 밀어세울 작정이시군. 그리고 리용이 무슨 재간이 있다구 땅속을 현미경 보는것처럼 일일이 다 들여다보았겠어?》

그러나 리용은 물러설 잡도리가 아니였다.

그는 앞으로 한발 나서며 고집을 세웠다.

《글쎄 오늘만은 내 말을 좀 들어줘. 야, 이거야 어디…》

김정일동지께서는 바위돌밑에 곡괭이끝을 들이밀고 낑낑거리는 최원석을 일별하고나서 마침 생각나신듯이 말씀하시였다.

《원석이, 그렇게 힘내기만 하다가는 곡괭이자루나 부러뜨리겠다. 교사뒤 보이라칸에 든든한 지레대가 있는걸 봤어. 열관리공아바이한테 얘기하고 좀 빌려오지.》

《보이라칸에 그런게 있어?》

원석은 지레대만 있으면 문제없다는듯 신이 나서 씽 자리를 떴다.

원석이 교사뒤켠으로 사라지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정색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나를 생각해주는것은 고마워.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일을 난관에 부딪친다고 해서 물러서거나 피할 생각부터 앞세운다면 어떻게 하겠어? 오늘식수가 뭐 단순히 나무나 몇대 심는 일이야? 나무심기를 계획할 때 우리가 어떻게 토의했댔어?》

리용은 그제서야 민청위원회에서 나무심기계획을 토의하던 날 김정일동지께서 각별히 강조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가 가을식수를 하자는건 단순히 학교의 자연풍치나 돋구자는것이 아니다, 모교에 대한 애착심을 키워주고 로동에 대한 성실성과 집단주의정신도 배양시키자는데 있다, 삽질하는 방법, 곡괭이질하는 방법, 나무심는 방법도 배우고 상식도 넓힐수 있을것이다, 인간은 배울수 있는것은 다 배우고 알아야 할것은 다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태여난 보람이 있고 이 세상에 산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미래의 역군, 훌륭한 인재는 바로 그런 인간일것이다, 아니, 앞날의 우리가 주인이 될 시대는 바로 그것을, 그런 박식하고 다방면적으로 준비된 인간을 요구할것이다, 특히 명심할것은 먼 후날에 가서도 이 인간적기초를 닦은 우리의 모교, 우리 동무들을 잊지 말게 하자는것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하시였다.

그것은 모교에 대한 사랑, 더우기는 동지들에 대한 또 하나의 아름답고 숭고한 인간적사랑이였다.

리용은 얼핏 최원석이 사라진 교사 뒤쪽을 살폈다.

김정일동지께서 왜서 문득 생각나신것처럼 그에게 자리를 뜨게 하셨는지 깨도가 되였던것이다.

초급단체위원장이라고 언제나 세심하고 다심하게 관심을 돌려주심에 얼굴을 붉히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한테 뒤떨어질세라 굳은 땅에 곡괭이질을 꽝꽝 해대는 홍종팔과 그옆에 부식토를 무둑히 날라다쌓는 장운영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저 종팔동무와 운영동무를 가만히 살펴봐. 좀전에 보니 운영동무가 부식토를 저쪽 룡철이와 문규네쪽으로 먼저 날라갔는데 종팔이 꽥 소리치지 않겠어. 부식토를 골고루 날라가라고 했지만 속대사는 다른것이지 뭐야.

지금 학급안에 〈너네끼리〉, 〈우리끼리〉하는 끼리끼리풍의 경향이 점점 더 우심해지는데 좋지 않아.》

이즈음 전에없이 서먹서먹해지는 학급의 분위기에 자연 관심이 커지는 그이이시였다.

리용은 입술을 가만히 감물었다.

학급안에 홍종팔을 중심으로 하여 같은 부상의 딸인 장운영과 몇명의 남녀학생들이 가깝게 지내고 류룡철과 박문규, 주영화가 또 가까이 지내면서 최원석이도 그들쪽으로 치우친다는것을 알았지만 생활과정에는 흔히 있을수 있는 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것이다.

더우기 김정일동지께서는 제일 힘든 자리에서 땅을 파면서도 학급동무들의 작업모습을 일일이 다 살피시였는데 초급단체위원장이라는 나는 도대체 뭘 하고있었느냐 하는 자책으로 고개를 숙이였다.

내심으로 깨달음이 큰 그는 그때 학교정문으로 닫긴형겨울양복을 단정히 입고 손에는 얄팍한 서류가방을 든 단단하고 패기있게 생긴 청년이 나무심기에 한창 열이 오른 학생들을 정겹게 바라보면서 조용히 들어서는줄도 몰랐다.

누구의 눈에도 띄우지 않은채 청년이 교장실로 찾아들어간지 얼마 안있어 굵고 긴 쇠장대 하나를 어깨에 멘 최원석이 싱글싱글 웃으며 나타난것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최원석이 빨래장대와도 같은 쇠지레대를 흙구뎅이안에 쿡 박아세우고나서 김정일동지께 알려드렸다.

정일동무, 교장선생님이 부르셔.》

최원석이 나타나자 다시 삽질을 하시려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친구도 또 작업장에서 밀어내려고 엉뚱한 수를 쓰는게 아닐가싶어 그의 얼굴을 찬찬히 여겨보시였다.

원체가 순박하고 솔직한 최원석의 얼굴에서 별다른 기색을 찾지 못하시자 그이께서는 급히 손수건을 꺼내여 존안의 땀부터 닦으시였다.

그다음 들고계시던 삽을 최원석에게 쥐여주며 이르시였다.

《돌밑을 좀더 넓게 파야겠어. 단번에 들어낼 생각을 해야 해.》

《글쎄 안다니까. 이런 일에는 그래도 이 산골내기가 좀 낫겠지 뭐. 어서 가보란데.》

김정일동지의 존안에 밝은 미소가 환히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가벼운 걸음으로 급히 교사로 향하시였다.

옷매무시를 깨끗이 하고 교장실에 들어서시던 그이께서는 한순간 의아해지시였다. 교장선생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척 반가와했던것이다.

정일동무, 잘 있었소?》

청년이 두팔을 벌리며 마주 나올 때에야 그이께서도 반가움을 터치시였다.

《아 지도원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건강하지. 그새 앓는데는 없었소?》

《저 역시… 야, 이거 얼마만입니까?… 어떻게 우리 학교에 오셨습니까?》

교장선생이 가까이 다가오며 알려드렸다.

정일학생, 기뻐하오. 학생이 그렇게 기다리던 우리 학교 민청위원장선생으로 이 지도원동무가 임명되여왔소.》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 기뻐 새로 임명된 민청위원장선생의 두손을 모아잡으시였다.

그이께서 그를 처음 알게 되신것은 지난해 4월초 어느날이였다.

그해 3월 학교소년단위원장사업을 하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구역민청에서 내려보낸 4월사업중심방향을 받고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얼마 안있어 민청에 가맹하셔야 할 그이께서는 소년단위원장으로서 마지막으로 맞이하게 될 4월 15일을 보다 의의있고 뜻깊게 보내고 싶으시였다. 한데 상급조직에서 내려보낸 사업중심방향에는 조직생활문제, 학과실력제고문제, 좋은일하기운동문제 등 전달과 같은 내용들만 밝혀져있고 수령님의 탄생기념일행사와 관련한 내용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얼마전에 진행된 쏘련공산당 제20차대회에서 흐루쑈브가 《개인미신》이요 뭐요 하면서 혁명의 수령을 교묘하게 헐뜯은 문제를 놓고 가뜩이나 격분을 참지 못하시던 그이께서는 며칠동안 생각던 끝에 학교민청위원장선생을 찾아가시였다.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 4월중 소년단과 민청의 사업중심을 첫째로 아버지원수님의 탄생일을 가장 뜻깊은 날로 기념하기 위한데 두었으면 합니다. 수령님의 현명한 령도와 위대한 업적, 고매한 덕성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과 해설선전사업도 진행하고 분단별, 초급단체별예술공연과 함께 만경대방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적극적으로 조직했으면 합니다.》

민청위원장선생은 김정일동지를 한참이나 마주 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한동안 그렇게 거닐다가는 뚝 멈춰서며 다시금 김정일동지의 존안을 뜨겁게 마주보군 했다.

산악같은 격랑이 가슴을 쾅쾅 울렸던것이다.

아직은 전화의 포성이 멎지 않은 어려운 때 만경대혁명학원 원아들속에서 김일성장군의 략전연구소조를 조직하신 그이, 뒤이어 머나먼 전선에 계시는 위대한 수령님께 축복의 편지를 올리신 그 충정! 너무도 어리신 10대 초반기에 벌써 수령은 개인이 아니라 전체 인민의 수령이라고 높이 우러러 칭송하신 뛰여난 안목은 멀지 않은 앞날 흐루쑈브일당과 같은 혁명의 비렬한 배신자들이 나오리라는것을 명철하게 내다보신 천리혜안의 예지에 의해서가 아니였던가!

중학시절의 어리신 나이에 벌써 흐루쑈브일당을 비렬한 혁명의 배신자로뿐아니라 혁명가로서의 의리는 물론 초보적인 인간적도덕의리도 모르는 추악한 무뢰한으로 보신 그이!

너무도 흥분한 그는 그날로 구역민청에 김정일동지의 제안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구역민청일군들은 또 그들대로 흥분하여 시민청에 보고하고 시민청의 보고를 받은 중앙민청에서는 비상협의회를 열고 그 문제를 심중히 토의했으며 즉시에 한 녀성일군을 내려보냈는데 그때 그 녀성일군과 함께 동행했던 시민청 청소년학생사업담당 지도원이 바로 그였던것이다.…

민청위원장선생은 김정일동지의 손을 잡은채 가까운 의자에 나란히 앉으며 더욱 반가와하였다.

《내 여기로 오기 전에 진동무를 만났댔소. 그저 온통 정일동무에 대한 말뿐이더구만.》

진동무란 새 학년도를 맞으며 시민청으로 조동된 예전의 학교민청위원장선생이였다.

민청위원장선생은 자리에 앉아서도 이윽토록 김정일동지의 존안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떠나기 전에 진동무가 하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이제 함께 일해보오. 얼마나 신바람나는지 모르오. 정이 푹푹 들거던. 그 정에 반하고 매혹된단 말입니다!》

마주하고보니 진짜 마음이 확 끌리면서 오랜 지기처럼 믿음이 북받쳤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솟구치는 그리움을 담아 옛 청년일군의 안부를 물으시였다. 민청위원장선생도 웃음에 함뿍 떠서 대답했다.

《부러운 열정가요. 앞으로 큰 일군이 될거라고들 합니다.》

《예.》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으로 큰 일군이 될것이라는 말이 더욱 기쁘고 반가우시였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치하해주시였다.

《여기서도 늘 그랬습니다. 일하기가 참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떠나가기 무척 서운해했습니다.》

교장선생의 책상우에서 송수화기소리가 울렸다.

교장선생이 송수화기를 들자 김정일동지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민청실로 가시지 않겠습니까?》

《그럽시다.》

함께 흥겨운 마음으로 교장방을 나서시였으나 민청실로는 가시지 못했다.

민청위원장선생이 문득 걸음을 멈췄던것이다.

《가만, 부위원장동무, 먼저 나무심는데부터 나가보지 않겠소?》

앞서 걸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도 걸음을 멈추며 돌아서시였다.

나무심는데부터 가보자고 하는 말도 그렇지만 부위원장동무라고 불러주는 그 말뜻이 속을 뭉클하게 하셨던것이다.

그 한마디에 믿음이 콱 실리면서 가슴이 후더워오르시였다.

그 후더움을 더욱 북돋아주듯 민청위원장선생이 저으기 뜻깊은 말을 했다.

《기념식수를 한다면서?… 마침이 아니요. 모처럼 마련된 〈행사〉에 빠져 한생 후회할게 있겠소.》

선생은 제잡담 현관문쪽으로 활개쳐 걸어나갔다.

(좋은 일군이구나. 하긴 처음 만났을 때 아버지원수님에 대한 흠모심이 열렬한게 느껴졌었거던.)

급히 선생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그사이 최원석이 바위돌밑을 다 파내고 리용을 비롯한 남녀학생들이 와짝 달라붙어 그 돌을 들어내려고 엿싸, 엿싸 하며 안깐힘을 쓰고있는데 홍종팔을 비롯해서 몇명의 학생들은 얼굴조차 돌리지 않고 전혀 모른체 제 할 일들만 스적스적 하고있었던것이다.

태반이 홍종팔과 가깝게 묻어다니는 학생들이였다.

장운영이 보기가 딱한 모양 최원석이네쪽을 가리키며 홍종팔에게 뭐라뭐라 했으나 그는 들은체도 안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홍종팔이 저렇게 옹졸했던가?

보다 딱하신것은 방금 새로 온 민청위원장선생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것이였다. 선생이 이 일을 알면 뭐라고 할가? 혹시 선생이 문밖으로 다 내다보았고 그래서 급히 발길을 돌린것은 아닐가?

나이도 우인데다 다른 부문도 아닌 교육성의 부상집아들이라고 하여 어지간히 믿으면서 적지 않게 방임해두었던 일이 마음에 걸리시였다. 어쩐지 홍종팔 하나에만 한한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서 나타난 빈구석이였던것만 같아 선생의 뒤를 따라걷는 걸음이 가볍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최원석이네쪽으로 걷던 걸음을 급히 홍종팔이네쪽으로 돌리시였다.

그들앞에 이르시여 아무런 내색없이 물으시였다.

《여기서도 바위돌이 나온게 아니니?》

이어 그이께서는 흙무지옆에 놓여있는 삽을 들고 구뎅이안에 성큼 들어서시였다.

모두들 주춤거렸다. 홍종팔도 어색해져서 어물어물했다.

그보다 더 얼굴이 빨개진것은 장운영이였다.

홍종팔에게 안타까운 나머지 딱한 눈총만 쏘던 그는 제풀에 입술을 꼭 짓물면서 휭하니 최원석이네한테로 걸어갔다.

너무도 뻔한 일앞에 눈치만 보고있던 두세명의 학생들도 제꺽 장운영의 뒤를 따랐다. 끝내는 홍종팔도 붉어진 목덜미를 손으로 문지르면서 슬며시 흙구뎅이밖으로 나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간 더 모른체 하고 삽질만 하시다가 부러 천천히 동무들한테로 가시였다.

새로 온 민청위원장선생의 소개까지 받은 학생들은 더욱 사기가 올라 와 하고 바위돌에 달라붙었다.

떡판같은 바위돌은 드디여 학급동무들의 《하나둘… 영차!》 하는 합창소리와 함께 허궁 들리워 한길이나 깊이 파제낀 흙구뎅이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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