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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제 2 장


4


댁의 정문에 들어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집안식구처럼 다정히 지내는 애젊은 보초병의 얼굴에서 무엇인가 무척 기쁜 일이 기다리고있다는것을 직감하시였다.

의아해하시는 그이께 보초병은 인차 댁옆의 자그마한 인공늪이 있는 정원쪽을 눈짓해보였다.

허우대가 크고 등이 좀 굽을사한 장년의 한사람이 유난스럽게도 붉게 타는 단풍나무를 살펴보고있었다.

파란 뼁끼칠을 새로 한 긴나무의자우에는 무슨 책인지 크고작은 도서들이 한아름이나 될만큼 쌓여있었다.

나이와 계절에 맞게 진회색의 양복을 단정히 입은 그는 뜻밖에도 유럽의 어느 한 나라 특명전권대사로 나가 사업하고있는 항일혁명투사 림춘추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움에 이어 목이 꽉 메이시였다.

몇달전에 머나먼 유럽땅에서 어버이수령님께 삼가 올렸던 편지 한구절이 생각나셨던것이다.

《수령님, 수령님께서 병원치료를 받으신다니 이 무슨 말입니까.

20성상 만주광야 설한풍속에서 간악무도한 일제놈들과 싸울 때는 물론 제국주의자들과의 3년간 전쟁 전기간에도 끄떡않으시던 수령님이신데 종파놈들이 오죽 못되게 놀았으면 그리 되셨겠습니까.

이런 때야말로 우리 항일전우들이 수령님곁에 가까이 있어야 할텐데 조국을 떠나 먼 타향에 와있으니 태질을 하고싶은 마음뿐입니다.…》

아버님께서 보여주시는 편지를 읽어나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점점 더 가슴뜨거워오름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한자한자, 한줄한줄의 글줄들을 읽어나갈수록 투사의 그 진정, 열화같은 충정에 목이 메이셨다. 대국주의, 수정주의자들의 사촉을 받은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이 감히 우리 당에 도전해나서면서 우리 당안에도 《개인숭배》가 있는듯이 시비해나올 때 최현동지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추상같이 웨쳤다는 말이 가슴을 쾅쾅 울리였다.

《어느 놈이 감히 우리 수령님의 권위를 헐뜯으려고 하는가. 어느 놈이?… 나서라. 어느 놈이든지 용서치 않을테다!》

빨찌산출신 인민군대지휘관들과 함께 다른 투사들도 결사의 기상으로 뛰쳐일어났다.

회의장안을 왈칵 뒤엎기라도 할듯싶은 그 추상같은 기상에 종파놈들은 기가 질려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지경이였다.

그 소식을 전해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간고했던 항일의 나날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장장 20성상을 백두광야에서 싸워온 항일혁명투사들이야말로 제일 훌륭하고 제일 존경해야 할 나라의 보배, 귀중한 혁명선배들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시였다. 어떤 역경속에서도 아버님을 결사옹위하고 아버님만을 믿고 따르려는 그 철의 신념, 추호도 변하지 않을 의리심에 목이 꽉 메이시였다.

그 신념, 그 의리심은 과연 어디서 생겼겠는가? 그것이 단지 강도 일제를 반대하는 반일의 정신, 반일감정으로만이겠는가?

돌이켜보면 불같은 반일의 감정을 품고 혈전장에 자기 한몸을 서슴없이 던진 용장들이 한둘이였는가. 리준, 홍범도, 리동휘, 려운형을 비롯한 조선의 독립운동자들은 물론 중국의 반일부대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아저씨!》

김정일동지께서는 백두산밀영은 물론 1940년대의 원동과 해방된 조국땅에서 어린시절 줄창 허물없이 부르던 옛정그대로의 뜨거움이 솟구치는 음성으로 부르시였다.

림춘추도 터져오르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두팔을 벌리고 급히 마주 달려왔다.

《아저씨!》

《장군!》

손들을 마주잡으며 몇바퀴나 선자리에서 돌았다.

다시는 《장군》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막으셨던 그이이시였건만 미처 탓하지도 못하시였다.

《언제 오셨습니까?》

《오늘 오전에… 외무성에서 일을 보고… 수령님께 사업보고까지 드리고 장군을 만나고싶어 방금 여기로 왔소. 얼마나 보고싶었던지… 꿈에서 붙안고 막 울 때도 있었다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좀 나무람을 쓰시였다.

《아저씬 또 그러시네.… 난 이전처럼 투사아저씨들이 〈정일아〉 하는게 정말 좋습니다. 우리 어머님이 부르시던것처럼. 자꾸 그러시면 나도 이제부턴 〈특명전권대사동지〉 하고 공식직급이나 직무로 불러야겠어요.》

《아아, 됐소. 그럼 내 이제부턴 그렇게 하지.》

림춘추의 눈굽에서 물기가 반짝했다.

백두산밀영과 한덩이의 빵도 세 등분으로 나누어 하루식사를 보장해야 했던 원동에서는 물론 조국땅에서도 만날 때마다 친혈육과 같은 정, 인정부터 앞세워 눈굽을 확 달구게 하군 하시는 그이이시였다.

치미는것을 감추련듯 림춘추는 얼른 김정일동지의 팔을 끌며 의자쪽으로 갔다.

무둑한 도서무지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기라도 한듯이 말했다.

정일동무… 아참, 정일이가 책을 제일 좋아하길래 좀 얻어왔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툼한 소설책을 펼쳐보며 고마움을 표하시였다.

《고맙습니다. 사실말이지 저에겐 이게 제일 큰 선물입니다.》

이어 그이께서는 많은 책들을 아름에 모아안으며 말씀하시였다.

《아저씨, 잠간 좀 기다려주십시오.》

그이께서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인차 나오셨는데 자그마한 바구니 하나를 안으시였다. 그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사과와 배, 산골특산인 다래가 들어있었다.

림춘추는 진정으로 어린애들처럼 환성을 올렸다.

누구보다 과일을 좋아하는 그였다. 타향의 먼 하늘아래서 어쩌다 입맛이 떨어질 때면 얼마나 그리워지던 조국의 과일인가.

《아저씬 복숭아를 무척 좋아하시는데… 소식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오셨으니 미처 마련을 못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까이에 있는 잎이 다 떨어진 복숭아나무를 아쉬운 마음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해마다 복숭아철이면 림춘추는 물론 댁에 찾아오는 항일혁명투사들과 반가운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따서 대접하군 하셨던 복숭아나무였다. 그이께서 방금 나무에서 따신 생신하고 향기로운 복숭아를 대접하느라면 림춘추는 《뭐니뭐니 해도 과일중에는 이 〈수밀도〉가 제일이요. 이 복숭아를 왜 〈수밀도〉라고 하느냐 하면 물수자에 꿀밀자를 써서 그렇게 부른단 말이요. 이를테면 꿀같이 단 과일이라 그 말이야.》 하고 한자풀이까지 해가면서 정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달게 복숭아를 들군 했었다.

그럴 때면 그이께서는 봄볕같은 미소를 함뿍 담으시고 림춘추의 곁에 가까이 앉아 크고 향기로운 복숭아를 알알이 골라가며 자꾸자꾸 권하군 하시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못내 아쉬움을 누르지 못하며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다래 몇알을 골라 더 권하시였다.

《아버님께서 창성에 가셨다가 손수 따오신 다래입니다. 올해엔 머루, 다래가 더 많이 열렸다고 아버님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래? 아, 내 나라, 내 조국의 산발이 그리웠소. 백두산마루까지 한껏 밟아보고싶었거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경건한 마음으로 림춘추를 마주보시였다.

그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얼마나 많은 투사들이 더운 피를 뿌려 찾은 귀중한 조국의 산과 들인가.

그이께서는 후더움을 안으며 나직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저… 그런데 그 나라에선 어떻습니까?》

림춘추는 맛있게 들던 사과를 손에 든채 낯색을 흐리였다.

이어 좀 격한 어조로 대답했다.

《수령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수정주의가 이젠 로골적으로 판을 치고있소. 수정주의광풍! 무계급적인 자유화, 날라리바람이 신성한 교정에까지 쓸어들고있소. 내 그래서 급히 조국에 나온거요.

나오기 전에 조국동포들은 물론 우리 나라 류학생들한테도 찾아갔댔소. 전쟁때 들여보냈던 부모잃은 아이들말이요. 이젠 퍼그나 컸더구만. 빨리 조국으로 나오겠다고들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도 신중해지셨다.

림춘추는 손에 들고있던 사과를 부러 맛을 내듯이 다 먹어치우고나서 안심을 드리려는듯이 말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단단히 일러주었소. 절대로 헛딴데 정신팔지 말구 공부만 열심히 하라구 말이요.

특히 기술을 무조건 한가지이상 배워야 한다구 했소. 조국에서는 땅파는 기술자도 귀히 여기니 귀국을 할 때에는 누구나 선진기술을 한가지이상씩 배워가지고가야 한다고 땅땅 다져놓았소.》

《예, 참 잘하셨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늪가를 몇걸음 거니시였다.

림춘추는 의아해졌다.

무엇을 잘못 말씀드렸는가? 참 잘했다고 치하까지 하셨는데 안색이 왜 저리 무거워지시는가?

철늦은 분홍꽃 몇송이가 피여있는 넙적넙적한 련꽃잎우에서 새파란 청개구리 두마리가 늪우에 날아예는 왕잠자리 한마리를 신기하게 살펴보고있었다. 때를 기다려 왈칵 덮쳐물고싶은 욕망은 컸지만 잠자리가 너무 높이 떠있는데다 여느 잠자리보다는 어방없이 커서 자신이 없어하는듯도 싶었다.

련꽃앞에 이르러 잠시 걸음을 멈추었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윽고 림춘추앞으로 급히 다가오시여 언제 안색을 흐리셨던가싶게 밝은 미소를 담으며 물으시였다.

《그런데 아저씨, 저와 약속하셨던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상하여〉 집필은 어떻게 됐습니까?》

림춘추는 선듯 답변을 올리지 못했다. 대답이 막혀서는 아니였다. 너무 예상치 못했던 물으심인데다 물으시는 그 음성이 무척 신중하고 절절하게 느껴져서였다.

림춘추가 종합회상기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상하여》집필에 착수한것은 전쟁전부터였다.

항일무장투쟁 전기간 수령님의 혁명활동로정을 따라가며 상세히 기록한 자료들만 한배낭 메고 조국에 개선한 그는 건국의 나날에도 짬짬이 그 자료들을 정리하여 수령님께서 간고한 항일전을 어떻게 조직령도하여 조국해방위업을 이룩하셨는가에 대한 실감있는 책을 쓸 남다른 결심을 품고 달라붙었었다.

한데 그 사실을 아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완강히 막으시였다.

정 쓰려면 자신에 대한 글이 아니라 항일의 전우들에 대한 글을 쓰라고, 자신에 대해 쓰는것은 절대로 불허한다고 엄하게 질책하시였다. 그래서 전후 황해도에 내려가 사업하는 기회에 다시 착수했댔는데 그것을 알게 된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이 로골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어느해 1월 1일이였다.

가정방문을 한답시고 림춘추의 집에 찾아왔던 도당의 한 종파분자가 그날도 새벽일찍부터 집필에 열중하고있는 림춘추에게 그따위 곰팡내나는 자료들을 싹다 불태워버리라는 망발까지 거리낌없이 해대였다. 너무도 격분한 림춘추는 그자를 당장 집에서 내쫓아버리고 이후에도 책상을 치며 격렬한 투쟁을 벌리긴 했으나 이래저래 진척이 굼떴댔는데 외국대사사업을 맡고 떠날 때 뜻밖에도 김정일동지께서 그 문제를 상정시키시였다.

《아저씨, 누가 뭐라고 해도 아저씬 그 책을 꼭 써야 합니다. 그 책은 아저씨밖에 쓸 사람이 없어요. 아무리 바빠도 꼭 써야 합니다. 혁명가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의 도의가 아닙니까. 수령님께서 그 책을 쓰지 못하게 하신건 동지들, 항일의 전우들을 먼저 생각해서예요. 수령님의 동지적의리심, 인정미야 아저씨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습니까.… 원고가 완성되면 먼저 저한테 보내주십시오. 내가 첫 독자가 되고싶습니다. 약속하시지요?》

림춘추는 그때 고마움에 앞서 놀라기부터 했었다.

자기가 종합회상기를 쓴다는것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거니와 지지하고 고무해주는 사람은 더우기 없었던것이다.

그는 울음이 터지는듯 한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알겠소. 약속하지, 약속하오! 인간의 도의라는 말이 옳아!》

했으나 대외사업이 처음인 그에게는 참으로 시간이 없었다.

더우기 현대수정주의가 판을 치기 시작하는 때라 이번 귀국의 길에도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오지 못했었다.

그는 벌개진 얼굴을 죄스레 숙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지켜보시다가 화제를 돌리려는듯 쾌활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아저씨, 제가 노래 하나 불러드릴가요?》

림춘추는 좀 어리둥절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세를 정중히 하면서 나직나직 노래를 부르시였다.


백두의 밀림에서 밝아온 이 아침

우리는 수령의 노래 자랑으로 부르네

이 노래 억눌렸던자 용사로 키워

언제나 승리에로 고무해주네


그이께서는 갑자기 목이 메여 더 부르지 못하시였다.

뜨겁게 솟구치는 격정을 누르느라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가사만을 천천히 외우시였다.


이 노래 원쑤에겐 죽음을 주고

승리한 조국땅에 울려퍼지네

아 언제나 친근한 우리 수령 김일성원수

우리들은 심장으로 높이 부르네


김정일동지께서는 랑송을 그치시였다.

정원에는 뜨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음.》

림춘추는 나무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두눈을 꾹 감았다. 올해 4월 어버이수령님 탄생일을 계기로 조국에 나왔을 때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날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일을 축하하여 댁에 온 항일혁명투사들은 먼저 수령님앞에서 그 노래를 합창하였다.

원체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는데다 방금 조국에 도착했던지라 림춘추는 친형제처럼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오진우가 급히 써준 가사를 들고 항일전우들속에 섞여들었다.

전우들과 함께 뜨깨소리로나마 노래를 따라부르던 그는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노래에 담겨진 충정과 수령신뢰, 그 심원한 뜻에서였다.

끝내 노래를 다 부르지 못한채 자리에 앉은 그는 마침 옆에 가까이 앉은 오진우에게 누가 저 노래를 지었는가고 물었다.

오진우는 격정부터 치미는지 입안의 뜨거운것을 몇번이나 삼키고나서 자초지종 설명을 하였다.

《놀라지 마오. 그 노래는 착상으로부터 가사의 내용과 형상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다 우리 어리신 장군의 가르침과 지도에 의해 창작완성된거요.》

김정일동지께서수령송가창작을 발기하신것은 한해전 새해정초였다고 하였다.

아직은 정체를 다 드러내놓지 않았으나 현대수정주의자들의 책동에 편승해나선 최창익, 박창옥을 비롯한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의 쏠라닥거림이 점점 더 극도에 이르고있는 때였다.

그날 민족보위성 부상인 최현과 류경수군단장을 비롯한 항일혁명투사들은 수령님의 댁을 찾아갔었다.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된 투사들은 먼저 수령님께 경건히 설인사를 올린 다음 즐겁게 오락회를 펼치였다. 유격대의 추억을 불러 저저마다 수령님앞에서 빨찌산의 노래를 부르고나서 어깨를 겯고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목청껏 합창하였다.

그 광경을 보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척 감동되시였다.

온 나라 인민이 다 항일혁명투사들처럼 위대한 수령님만을 한마음한뜻으로 받들어모셨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오르시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광망한 바다의 격랑과도 같은 흥분의 파도에 휩싸이시였다.

그렇다. 노래가 있어야 한다. 위대한 수령님을 열화와 같이 칭송하는 수령칭송의 송가가!

그이께서는 격파처럼 솟구치는 흥분으로 하여 낮과 밤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시였다.

세상을 뒤숭숭하게 한 쏘련공산당 제20차대회가 있은 직후였다.

무척 만나고싶으셨던 최현과 류경수가 마침 댁으로 다시 찾아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느때보다 더욱 반갑게 맞아주시였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투사동지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압니까.》

그이께서는 어지간히 긴장해하기도 하는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친히 자리를 권하시였다.

그리고 침착하게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나서 저으기 진중하게 물으시였다.

《쏘련공산당 제20차대회에서 한 흐루쑈브의 보고를 보았습니까?》

《보았소. 전탕 쓰딸린비판이더구만!》

최현이 먼저 퉁명스러운 투로 대답했다.

류경수도 침이라도 뱉을 인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약간 끄덕여보이고나서 이으시였다.

《흐루쑈브는 수령을 개인으로 보면서 쓰딸린을 비판하였는데 결국 이것은 혁명과 건설에서 차지하는 수령의 결정적역할에 대한 거부이며 나아가서는 수령이 필요없다는 궤변입니다.》

최현이 제 성미대로 대뜸 격분을 터뜨렸다.

《미친놈같으니, 수령이 필요없다는게 무슨 개나발이야. 그거야 하늘에 태양이 없어도 된다는 개똥같은 나발인데 그게 어디 제정신 바로 가지고 하는 소리야?!》

김정일동지께서는 옳다고, 흐루쑈브는 하늘의 태양과도 같은 수령의 역할을 거부하고 혁명을 망쳐먹게 하고있다고, 여기에 그가 들고나온 《개인미신》론의 반동성과 위험성이 있다고 하시면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제정신을 가지고 수령님두리에 사상의리적으로 굳게 뭉쳐 수령님을 더 높이 내세우고 진심으로 더 잘 받들어모셔야 한다고 하시면서 계속 이으시였다.

《흐루쑈브야말로 너절한 배신자, 음모가, 정치적야심가입니다. 그는 혁명가로서의 의리는 물론 초보적인 인간적도덕의리도 모르는 무뢰한입니다. 레닌과 쓰딸린에 대한 초보적인 의리만으로도 어떻게 그럴수가 있습니까!》

두 투사는 생각이 깊어졌다.

얼마나 폭넓고 깊고 예리한 분석인가!

사실 그들은 흐루쑈브의 보고를 보면서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못했던것이다.

흐루쑈브의 주장은 그 나라와 쓰딸린개인에 한한 문제라고, 다른 나라도 아닌 쏘련공산당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문제가 생긴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여겼을뿐이였다.

(진정과 진심, 사상의리!… 정이란 말이지! 그래,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가 천고밀림의 그 험한 산중에서 장장 20성상의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왔겠는가!

과시 우리 수령님의 사상과 풍모, 김정숙녀사의 충정심과 혁명가로서의 인품을 그대로 이어받으신 자제분이시다. 위대한분이시야!)

김정일동지와의 그 격동적인 담화는 이후 당중앙위원회 8월전원회의 때 어리석게도 우리 당에 정면으로 도전해나서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을 향해 최현이 가차없이 어느 놈이 감히 우리 수령님을 헐뜯느냐고, 당장 용서치 않겠다고 추상같이 웨치게 하였다.

그 소식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항일혁명투사들이야말로 수령옹위의 제1선에 선 충신들이라는것을 다시금 절감하면서 하루빨리 《김일성장군의 노래》와 같은 수령칭송의 노래를 완성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시였다.

며칠후 류경수군단장을 다시 만나게 된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군대가 수령의 권위를 허물어버리려고 책동하고있는 현대수정주의자들과 반당종파분자들에 대한 대답으로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위대한 수령님을 칭송하는 노래창작을 그가 직접 책임지고 항일혁명투사들과 함께 인민군대에서 완성할데 대해 부탁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후에도 여러차례 류경수를 만나 송가창작정형을 알아보시면서 노래가 훌륭히 완성되도록 깊은 관심을 돌리시였다.

한데 노래가 완성되여 시연회를 열었을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노래는 조선인민군협주단의 남성중창으로 형상되였는데 노래가 끝나기 바쁘게 시연회에 참가했던 한 《간부》가 대뜸 시비를 걸었다.

《백두밀림에서 밝아온 아침이라는건 무슨 소리요? 아니, 조선의 아침이 동해에서 밝아오지 어떻게 백두산에서 밝아오는가? 가사를 도대체 누가 썼소?》

노래작사를 맡은 작가는 기가 눌려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러자 그자는 더욱 로골적으로 비꼬아댔다.

《여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동서남북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이 노래는 무슨 노랜가, 에?》

눈총은 작가에게 쏘았지만 평시부터 마깝잖게 보아오던 항일혁명투사들을 두고 하는 잡소리였다.

때를 만난듯이 그자의 옆에 딱 붙어앉았던 땅딸보《간부》가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게 냉큼 일어나 제법 점잔을 뺐다.

《그건 그렇구, 무슨 노래가 이렇게 빨래줄처럼 길어? 이것도 노래라고 하오? 노래라는 〈노〉자나 아는가?》

시연회를 한다는 소식에 류경수와 함께 기쁨을 앞세우며 참가했던 최현이 종시 참지 못하고 와당탕 일어났다.

《뭐야? 이 돼먹지 않은것들. 너희들이 알면 뭘 얼마나 안다고 이 개수작들이야?》

류경수도 뒤따라 일어섰다.

《당신들은 이 노래를 심사할 자격이 없소. 심사할분이 따로 계신단 말이요!》

그들은 너무 격분하여 가사와 곡을 걷어안고 시연회장을 나와 그길로 김정일동지를 찾아갔다.

시연회과정에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다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분노를 참느라 한동안이나 말씀을 못하시였다. 이윽해서야 가사와 곡, 특히 《시비거리》로 된 표현들을 조용히 음미해보고나서 격정을 누르며 말씀하시였다.

《내 보기에는 노래가 아주 좋습니다. 나는 의견이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고있던 내용들이 그대로 잘 반영되였습니다. 이런 노래가 나온것은 경사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노래를 만들어 전체 인민들과 군대가 부르게 했어야 했는데 〈김일성장군의 노래〉가 나온지 10년이 지난 오늘에야 완성하게 됐습니다.

인민들은 좋아할것입니다. 우리 인민을 얼마나 사랑하시는 수령님이시고 수령님을 어떻게 흠모하며 진정으로 따르는 인민입니까!》

그이께서는 노래가 늦게 나온것은 생각할수록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거듭 말씀하시고나서 저으기 근엄한 음성으로 이으시였다.

《노래가 늦게 나온것만 해도 가슴아픈 일인데 이 좋은 노래를 시비하는자들이 있다니 정말 격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자들이 한 말을 따져보면 결코 세상물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명백히 음흉한 딴 목적이 있는 수작질입니다.

다시말해서 우리 수령님의 권위를 헐뜯고 우리의 귀중한 혁명전통을 말살하자는 짓거리들입니다. 그자들의 본심은 명백히 거기에 있습니다.… 수령과 인민사이의 불같은 정, 그 생명선을 끊어놓자는데 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어불성설!… 력사는 천추만대를 두고 용서치 않을것입니다.》

두 투사는 그제서야 김정일동지께서 문학예술부문은 물론 인민군 총정치국에도 노래창작을 책임지고 잘 지도할수 있는 전문일군들이 한둘이 아닌데 왜서 굳이 자기들한테 그 중한 부탁을 하셨던가를 깨달으면서 경건히 그이를 우러렀다.…

뜻밖에도 노래를 부르시는 김정일동지앞에 림춘추는 자못 긴장감을 느끼였다. 그는 무엇인가 무척 의미심장함을 예고하는듯싶은 그이앞에 두어깨를 쭉 펴며 가슴을 내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러는 림춘추를 더더욱 믿음어린 시선으로 마주 보시다가 감회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고급반에 올라와서 우린 최현동지, 류경수동지, 오진우, 리을설, 황순희동지들을 초청해다 상봉모임을 가졌습니다.

강계아저씨(최현)가 수령님을 처음으로 만나뵙던 이야기랑 오진우동지와 황순희어머니가 어린 나이에 유격대생활을 하던 이야기랑 얼마나 감동깊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투사동지들의 혁명정신과 모범을 따라배우자고 결의모임도 크게 가졌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고 정원숲너머 먼 하늘가에 시선을 두시였다.

림춘추는 여전히 긴장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윽하여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셨는데 그 음성은 침착하고 나직하였다.

《아저씨, 난 투사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이지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특히 항일전에 처음 나설 때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말이예요. 새 세대 청년공산주의자들! 김혁, 차광수, 최창걸동지들… 그들이 아버지장군님을 따라 혁명의 길에 나선것이 어느때였습니까? 참, 아저씨도 장군님을 따라 투쟁의 길에 처음 뛰여든것이 우리와 같은 나이때가 아닙니까.》

림춘추는 몸을 움쭉하며 큰숨을 들이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계속하시였다.

《난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우리 고급반학생들도 나이로보면 그 시절의 청년공산주의자들과 엇비슷하다, 그들이 목숨바쳐 찾아준 조국에서 마음껏 공부하며 배운다, 앞날의 주인은 명백히 우리들이다 하고 말입니다. 똑똑하고 훌륭한 희망과 꿈을 가진 동무들도 많습니다. 물리학자, 화학, 생물, 수학과 문학… 물론 그들은 성공할것이며 세상이 널리 아는 인재들로 솟아오를수도 있을것입니다. 생각되는것은 무엇인가?

그들도 30년대 항일혁명투사동지들처럼 그렇게 자기들을 아껴주고 키워주고 내세워주신 아버지원수님을 진심으로 받들어모시고 따르며 한목숨 서슴없이 바쳐 결사옹위하는 진짜배기충신들로 될수 있겠는가? 그렇게 준비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물론 사상적준비가 첫째지요. 하지만 사상일면만으로 충분히 다 해결할수 있겠습니까? 구체적인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 학급만 봐도 개개동무들의 꿈과 리상, 사상적지향은 다 나무랄데없는데 생활과정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제기되고있거든요.》

그이께서는 말씀을 끊으시였다.

다시금 박문규와 류룡철 등 학급동무들과 함께 홍종팔의 얼굴이 떠오르셨던것이다. 학교민청위원들과 모범학생들의 얼굴도 선하게 안겨오셨다. 림춘추는 저도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방금전 김정일동지께서 걸으셨던 못가를 몇걸음 거닐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뜻밖의 격랑이 가슴을 치는듯싶었다.

그는 비로소 김정일동지께서 왜 그처럼 절절한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셨고 항일의 전우들을 초청하여 새 세대 학생청년들과의 상봉모임을 조직한 일에 대해 말씀하시는지 그 의도가 깨우쳐졌다.

문득 변절자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고 사령부의 련락을 기다리다가 죽음까지도 각오했던 항일전우며 본의아니게 혁명규률을 어기고 용서받을수 없는 과오를 범하여 총살을 당할수 있으리라는것을 알면서도 단신으로 끝까지 사령관동지의 품을 찾아왔던 한 유격대지휘관의 모습이 눈앞을 꽉 채웠다.

신념이 빈약한자는 죽음앞에서 동요하기 쉬운 법이다. 하다면 그들의 그 불굴의 의지와 신념이 단순히 반일감정, 반일사상에만 의한것이였던가? 억울하게 《민생단》루명을 쓰고 쓰러지면서도 피투성이 되여 놈들의 사형장에 끌려가면서도 사령관동지의 안녕을 목메이게 기원한 동지들의 가슴에 꽉 차고넘친것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나자신만 봐도 그렇지 않는가. 1930년 가을의 그밤 적들의 살벌한 경계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신 수령님께서 지식인으로서 혁명의 길에 나선것이 쉽지 않다고,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손잡고 혁명의 길을 끝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하신 약속!

그 불같은 정과 믿음이 없었다면 항일전의 힘겨운 불바다, 피바다는 물론 오늘까지의 그 멀고먼 혁명의 길을 그렇듯 긍지롭고 보람차게 걸어올수 있었겠는가!

정! 인간의 정!

(우리 장군께서 벌써 그 위대한 세계를 안고있구나! 그 철의 진리, 혁명의 원리를 체득하고계시지 않는가! 과시 우리 혁명의 운명, 조국의 미래를 책임지실분, 항일전의 전우들이 그처럼 념원하던 백두산의 아들이시다!)

림춘추는 가슴이 벅차올라 두눈을 꽉 감았다.

주위가 불시에 눈부시게 찬란한 아침노을빛으로 황홀하게 물드는것 같았다.


× ×


그날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정이 가까와올무렵에야 댁으로 돌아오신 아버님과 함께 못가를 거니시였다. 림춘추와 만났던 일을 자초지종 들으시던 수령님께서는 몇번이나 걸음을 멈추시였다. 매양 그렇지만 아드님의 성장이 너무도 놀라우셨던것이다. 정녕 날과 달, 해와 년대를 주름잡으며 눈부시게 뛰여넘기라도 하는듯싶으셨다.

림춘추와의 담화과정을 다 말씀올린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제나 그러하듯 자신의 견해를 명백하게 집약하시였다.

《아버님, 전 오늘 림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렇고 최근 우리 동무들을 생각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찾았습니다. 그건 저…》

그이께서는 말씀을 끊고 큰숨을 한번 들이쉬시였다.

이어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이으시였다.

《그건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아버님께서 이역만리의 낯설은 오두막에서 김혁동지의 수첩에 남기신 글이였습니다. 〈너는 김혁 나는 성주〉라고 쓰신 글 말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금 걸음을 멈추시고 이윽토록 아드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불덩이와도 같은것이 명치우로 치미는것을 느끼시였다.

시종 아드님에게서 떼지 못하는 안광에 뜨거운것이 어리였다. 한생의 만단사연이 다 비낀 안광에 뜨거운것이 고여 올랐다.

역경과 순경, 환희와 가슴터지는 아픔!

기쁨보다도 불덩이로 지지는것 같은 아픔이 더 모질게 가슴에 차오르는것은 어인 일인가!

김혁, 차광수, 오중흡, 최춘국, 안길, 김책…

너무도 귀중한, 너무도 아쉽게도 일찌기 곁을 떠나간 혁명전우들이다. 백옥같은 의리의 참인간들이 어찌 그들뿐이랴!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찍으셨다. 거듭 눈굽을 찍으며 격정을 쏟으셨다.

《그래, 그래… 그렇게 썼댔지. 그렇게 썼댔어. 〈너는 김혁 나는 성주〉! 사실말이지 그건 우리의 사상이기 전에 정이였다.

혁명의 길에 한몸 다 바칠 각오를 안고 나섰던 불같은 정… 우린 그 정을 안고 의리로 뭉쳤고 그 정의 힘으로 만난시련을 언제나 웃으며 헤쳤다. 승리했지. 이겼거던. 〈너는 김혁 나는 성주〉!》

수령님께서는 너무도 뜨거운 격정이 솟구쳐올라 얼마간 사이를 두셨다가 다시 이으시였다.

《혁명은 물론 사상의 공통성, 목적의 공통성으로 하는것이지만… 그 혁명도 사람, 인간들이 하는것만큼 그 사상의 바탕에 놓이는것은 정이며 그 정에서 분출되는것이 바로 믿음이지. 정과 믿음!

이건 우리 만경대가문의 특질이며 전통이라고도 할수 있다.

너도 알지 않냐. 너의 할아버지가 일찌기 뭐라고 하셨냐.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는 우선 참다운 동지부터 많이 얻어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냐. 동지를 위해서는 하루밤에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군 하신 할아버지시였다.

할머니도 같았지. 차광수며 최창걸, 한영애… 그들이 나보다도 더 할머니를 위하려 하고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해준것이 단지 나의 어머니이기때문이였겠니.

너의 어머니야 더 말할바없지. 내 늘쌍 하는 말이지만 너의 어머니야말로 한생 남을 위해 자기를 다 바친, 동지를 위해 세상에 태여났다고 할 혁명가였지. 정으로 꽉 찬 한생, 그 정을 깡그리 다 바친 한생이였어.

내 지금껏 혁명을 하며 굳힌 또 하나의 좌우명이라 할가. 명백한 확신은 뭔가? 인간이 정으로 통하고 정으로 뭉치면 세상 못해낼것이 없다는거다.

그래, 그래!… 나 역시 혁명동지들의 그 정에 받들려 위험의 고비들을 무사히 넘겼구 오늘까지 이렇게 건강해서 혁명을 계속하는게 아니겠냐. 정과 믿음!》

김일성동지께서는 주먹을 들어 힘있게 흔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버님의 앞으로 몇걸음 거니시였다.

(만경대가문의 전통, 정과 믿음!)

용암처럼 가슴에서 끓는것을 터치고싶으셨으나 목이 꽉 잠겨 열리지 않았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드님의 그 심중을 환히 알아보시였다.

그래서 힘껏 안아라도 주고싶은 심정이시였다.

멀리 흘러간 어린시절부터 하나를 알려주면 즉시에 두세가지를 앞질러 깨닫군 하는 아드님이시였던것이다.

이제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수령님께서는 환하게 미소만을 보내고나서 나직이 말씀을 돌리시였다.

《너희들 학교에 교실이 모자라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아해하셨다.

이어 경건한 마음으로 아버님을 우러르시였다. 아버님께서 비록 조용히 례사롭게 하시는 말씀이지만 그 말씀속에 너무도 많은 뜻과 하늘같은 은정이 꽉 차있음을 느끼시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량없는 고마움을 담아 솔직하게 대답올리시였다.

《교실뒤벽까지 책상이 꽉 찬 교실도 있습니다.》

《그래, 전쟁이 끝나자부터 온 나라의 학교문제를 푸느라고는 하면서도 너의 학교는 아직 손을 못댔구나. 다음해에는 꼭 새 교사를 지어주도록 하겠다.》

《고맙습니다, 아버님. 이 소식을 들으면 우리 동무들이랑 선생님들이 무척 기뻐할겁니다.》

《그럴테지. 너의 학교엔 참 미안한 마음이다.》

《아버님, 저희들의 학교에 대해선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고맙다!》

너무도 평범히 나누는 대화였지만 참으로 많은 뜻과 정이 오가는 말씀들이였다.

정원의 단풍진 숲만이 두분의 평범한 대화를 뜨겁게 새겨안으며 조용히 설레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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