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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회


제 1 장


7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용을 비롯하여 고급반 초급위원들을 모두 돌려보내신 후에도 얼마간 더 민청실에서 일을 보시고나서야 교실로 향하시였다.

개학의 첫날이여서인지 하루공부가 끝난지 오랜데도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을 안하는 모양이였다. 《피끓어라 청춘아…》 하는 노래합창을 하는 학급이 있는가 하면 무슨 재미나는 이야기판을 벌리는지 와하하 웃음폭포가 터져나오는 교실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공부하시는 교실은 유난스럽게도 조용하였다.

그이께서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드시였다. 자칭 오락회책임자로 나서기 좋아하는 류룡철과 영화배우들의 연기를 곧잘 본따는 성효정은 물론 박문규며 홍종팔, 장운영, 주영화 등 어디 내놓아도 짝지지 않는 개성적이며 승벽심들이 센 학생들이여서 전교적으로 두드러지는 학급이기때문이였다.

오늘아침 새로 온 최원석이 생각나시였다.

어지간히 고집스러운감은 있어도 첫눈에 순박하고 진실한감이 느껴지는 인상이였다.

생각이 좀 깊어지시였다.

최원석이 장운영과 홍종팔이 부모들에게 와짝 달라붙어 전학형식으로 오게 되였다는것을 상기하셨던것이다.

물론 그자체는 별로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였다.

문제는 그 작전이 주영화로부터 시작되였다는데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영화와 장운영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지만 중학교졸업학년에 올라오면서부터는 어딘가 실금이 가기 시작한다는것을 알고계셨다.

장운영은 저의 아버지가 부상이라는데로부터 우월감이 차츰 도를 넘어 교만성으로 번져졌다. 웬간한 이야기판에는 끼우지 않고 어른이 다되기라도 한것처럼 점잔을 빼기 일쑤였는데 그러다가 이따금씩 참녜를 하게 되면 《알지들 못하면 잠자코들 있어!》 하거나 《그것도 말이라고 하니?》 하고 얼굴 뜨끔할만큼 면박을 주군 했다.

홍종팔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를 닮아간다는 여론도 돌았다.

주영화라고 례외로 되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물론 녀학생들한테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 더욱 확신하신것은 고급반에 올라와 교실에 자리잡는것을 보시고서였다.

최원석의 일만으로도 그들은 초급반에서처럼 응당 한책상에 앉아야겠으나 주영화가 자기는 앉은키가 작은데다 시력이 나빠져 칠판의 글이 잘 안 보인다고 하면서 앞으로 쑥 나가 성효정의 옆에 자리를 잡았던것이다.

주영화는 학급동무들이 다 보는 가운데 장운영에게 량해를 구했는데 운영은 오히려 잘되였다는 표정이였다.

《오, 일없어. 나도 네가 칠판글이 잘 보이지 않아하는걸 알아!》

장운영의 그 말에 동무들은 별반 관심이 없었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얼굴에 얼핏 스치는 조소의 빛을 놓치지 않으시였다.

한데 어떻게 되여 장운영이 주영화의 부탁을 그렇게도 성실히 받아주었을가? 그것도 그의 폭넓은 아량에서일가?

사색은 뜻밖에도 갈래갈래 가지를 치기 시작하였다.

장운영이 홍종팔과 류다른 사이라면 성효정은 류룡철, 박문규와 보다 가까왔다. 한데 홍종팔과 류룡철의 사이는 어떠한가!

유술경기장에서 맞붙기라도 한것 같은 그들의 관계에 이제 최원석이 끼여들게 되는것은 아닐가? 하다면 주영화와 장운영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소년단시절이 생각나셨던것이다.

분단위원장사업을 하실 때도 그렇고 단위원장사업을 하실 때도 집단의 단합, 학급의 단합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쓰셨던가.

옳다, 항시 새 학년도가 시작되고 더우기 새로 학급이 편성되면 흔히 생기게 되는 일이였다.

(빨리 초급단체위원회를 열고 초급열성자들부터 발동되게 해야 한다.) 하고 생각하시며 그이께서는 자신있게 걸음을 다그치시였다.

학급 교실문앞에 이르자 만면이 환해지시였다.

반쯤 열려진 나들문사이로 들여다보니 몇명만이 자리를 비웠을뿐 태반의 학급동무들은 다 교실안에 남아있었는데 무슨 문제인지 열을 올리며 론쟁을 벌리고있었던것이다.

선정화담임선생도 맨 뒤쪽에 앉아 미소를 머금은채 재미있게 듣고있었다.

장운영이 무슨 말인가 하는것을 박문규가 손을 내저으며 막았다.

《천성》이니, 《노력》이니, 《수재》니 하는 말마디들이 도간도간 흘러나왔다.

박문규가 몇마디 번지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홍종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성을 내듯이 반박하였다.

박문규도 쉽게 물러앉으려 하지 않았다.

둘의 언성이 차츰 높아지자 우습강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밀고있던 류룡철이 자리를 차듯이 일어나면서 홍종팔에게 핀잔을 던졌다.

《여여 종팔이, 넌 왜 남의 말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뚝뚝 자르면서그래? 문규말도 다 들어보자꾸나.》

아버지가 이름난 작곡가여서 박문규의 아버지와 같은 문화인이라 그 역시 문규의 일이라면 머리를 싸매고 나서군 하는것이였다.

론쟁은 당자들인 장운영과 박문규를 제껴놓고 홍종팔과 류룡철의 대결로 번져질 판이였다. 아니, 그들 둘을 축에 세워놓고 학급이 두편으로 갈라져 저녁늦게까지라도 옥신각신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지난해 강연회때 일이 생각나시였다.

본의든 아니든간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교정이라는 사정도 무관하고 우리 당의 사회주의경제건설의 기본로선과는 다르게 강연을 한 연사의 발언에 터뜨렸던 분격으로 하여 자못 무거운 걸음을 옮기시던 그이께서는 학교에서 퍼그나 벗어난 언덕길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잎이 한창 피기 시작하는 길옆의 아름드리 느티나무뒤에서 박문규가 류룡철의 귀뺨이라도 칠듯이 성을 내고있었던것이다.

《야, 너 어따대고 박수를 쳐? 제정신이가?… 넌 오늘부터 내 동무가 아니다. 절교야! 나한텐 너같은 동무가 필요없어!》

류룡철은 고개를 푹 떨구며 울음을 터뜨리듯 했다.

《글쎄 난 입이 열이래도 할 말이 없다. 아무렇게 말해도 좋아. 그저 솔직히 말하면 연사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서 박수를 친건 아니야. 그가 하는 연기가 재미있는통에 그만… 네 말이 백번 옳아. 정말이지 제정신이 아니였지. 정일동무 말 듣구… 정신 버쩍 차렸다. 하지만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글쎄 날 어떻게 생각하겠니. 생각같아선 이제라도 막 달려가 매라도 콱 맞았으면 좋겠는데… 아, 정말 문규야, 너라도 씨원하게 좀 때려주려마! 응, 문규야!》

류룡철은 무릎이 꺾이기라도 한듯 박문규앞에 풀썩 주저앉으며 두주먹으로 눈굽을 뻑뻑 씻어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명치우로 불뭉치같은것이 치미시였다.

물론 그이께서도 류룡철이 연사의 말에 공감이 되여 순간이나마 박수를 한번 쳤다고는 믿지 않으시였다. 박수를 친 몇명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연사의 우습강스러운 연기에 자기도 모르게 얼결에 그랬으리라 생각하셨다.

제때에 자기 잘못을 깨달은 류룡철도 그렇지만 그의 잘못을 가차없이 타매하는 박문규 또한 얼마나 미더운가!

한달음에 달려나가 두 동무를 한품에 꽉 안아라도 주고싶으시였다. 허나 기척을 낼세라 조용히 저택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튿날 자신께서 보시던 당 제3차대회에서 하신 위대한 수령님의 보고를 비롯하여 최근에 주신 교시를 수록한 소책자들을 아무 말씀없이 류룡철의 가방에 넣어주시였다.

자신께서 하고싶으셨던 말을 이미 박문규가 다 해주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얼마간 더 한자리에 서계시다가 교실문을 조용히 여시였다.

교실에 들어서는 참으로 선정화선생에게 정중히 눈인사를 보내시였다.

선생은 기다리기라도 했던듯 반가와했다.

류룡철이 먼저 그이를 알아보고 뒤머리를 슬슬 긁으며 자리에 앉았다. 홍종팔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가슴을 들먹이며 제 자리를 채웠다.

기대와 믿음어린 눈길들이 일제히 김정일동지께로 쏠리였다.

그이께서는 일순 주춤하시였다. 아직 론쟁의 문제점을 모르기도 하셨거니와 그 기세들이 너무 열렬했기때문이였다.

보다 신중해지시는것은 오늘의 론쟁 역시 과학적인 인식과 론증, 납득에 앞서 무엇인가 자기들과 가까운 동무들을 무작정 두둔하고 감싸고돌면서 타방을 공격하는데로 치우치려는 그 열기였다.

인간이 인간을 가까이하면서 정을 주고 그 정으로 서로 위해주고 도와주고 아끼는 미풍이야 얼마나 좋은것인가. 인생의 재부중에 제일 큰 재부는 진심으로 정을 다 바치는 가까운 동무, 혁명동지가 많은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중요한것은 원칙과 비원칙의 계선을 명백히 하는거다.

동무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원칙을 떠난 동지적단합과 결합이란 있을수도 없거니와 설사 일정한 기간 이루어졌다고 해도 절대로 공고한것으로는 될수 없다.

더우기 지난해의 강연회때와 같은 우유부단한 현상들이 다시 반복되여서는 안되였다.

마음속생각은 신중했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런 내색도 보이지 않으시고 환하게 웃음을 담으며 자신의 책상앞으로 다가가시였다.

책상앞에 가까이 이르시였을 때 교실에 먼저 와앉아있던 리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연을 알려드렸다.

《내가 민청실에서 돌아오니 누가 먼저 말을 뗐는지는 모르겠는데 〈수재론〉에 대한 론쟁이 벌어졌댔어. 〈천성〉이냐, 〈노력〉이냐 하는… 밤을 새워도 끝낼것 같지 못해.》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동무들을 둘러보시였다.

언제든 자신께서도 꼭 한번 론쟁에 붙여보고싶었던 문제이기라도 한것 같으시여서였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동무들의 키가 몰라보게 더 쑥 자라기라도 한것 같으셨다.

리용에게 앉으라고 가볍게 손짓을 해보이셨다.

그러시고는 부러 천천히 자리에 앉으시며 《수재론이라…》 하고 나직이 외우시였다. 이어 다시금 학급동무들을 둘러보시며 《결국 인재론이란 말이지?》 하시였다.

결코 물으시는 뜻은 아니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였다.

주영화와 성효정은 소리 안나게 의자를 들고 그이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앉기까지 하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나직하게 이으시였다.

《천성이냐, 노력이냐. 력대 심리학자들속에서도 적지 않게 론의되여온 문제라고 봐. 나도 외국의 어느 한 심리학책을 봤는데 〈천성〉쪽으로 더 많이 치우쳤더구나. 잘사는 집 자녀 100명과 째지게 가난한집 자녀 100명을 선정하여 20살까지 수십명의 권위있는 심리학자들이 직접 양육을 하고 교육을 시키면서 지능지수를 연구했다나. 하긴 사람이 태여날 때에 다 꼭같이 태여나는것은 아니거던. 유전이라는것도 있지 않니. 개성이란 말도 있구.》

누구인가 의자소리를 삐꺽 냈다. 창날같은 눈총들이 날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동안을 두시며 녀학생들 맨 뒤줄 장운영의 옆에 앉아있는 선정화선생을 바라보셨다.

담임교원앞에서 좀더 깊이있는 해설을 해도 되겠는지 하는 량해를 바라서였다.

선생은 믿음이 함뿍 실린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고마움의 미소를 지으며 동무들쪽으로 돌아앉으시였다. 침착하자고 하셨건만 얼마간 흥분된 음성으로 이으셨다.

《다른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며 정확한 답도 아버지원수님의 위대한 혁명사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봐. 모든 문제해결에서 사람을 먼저 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말이야. 원수님께서는 조선로동당 제1차 사상일군대회에서 하신 연설에서도 중요하게 가르치시지 않았니.

실지 실례를 들어보자.

세계의 과학계가 한결같이 인정하는 리승기선생이나 계응상박사선생들의 경우를 말이야. 그들이 어떻게 학문을 익혔니. 계응상선생의 경우를 놓고봐도 식민지민족이라고 민족적차별과 멸시만을 받았을뿐 누가 돈 한푼이라도 쥐여주었니. 엄동의 한겨울에도 추운 방에서 밤을 밝히고 그리고나서도 이른새벽에 신문배달, 우유배달을 해가며 인류과학의 상상봉으로 기어이 톺아오른 그 비결을 단지 천성으로만 평할수 있겠어?

무에서 유를 찾아냈다고 할수 있는 비날론의 연구와 유전학!…

다른 나라 명인들의 경우도 그렇지 않니. 뉴톤이나 가우스, 아인슈타인, 고리끼… 생명활동의 초보적조건인 식사마저 몇끼씩 번질 때까지 있었다고 하지 않아. 맑스도 같지 뭐. 그의 유명한 저서 〈자본론〉만 봐도 그가 타고난 천성으로 서재에 가만히 앉아 부채질만을 하는데 저절로 〈탄생〉한거니?》

꺼질듯이 조용하던 교실안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좀더 빠른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물론 천성을 무시할수는 없다고 봐. 하지만 보다 중요한건 노력이 아닐가? 성공의 비결은 천성 더하기 열정 즉 견인불발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난 생각해. 보석도 닦아야 빛이 난다고 하지 않니.》

숲의 설레임과도 같은 환희가 감돌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고 손으로 책상우를 가볍게 쓰다듬으시였다. 아버지원수님의 로작들과 교시를 더 깊이 연구학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결심도 서시였다.

교실안에는 더욱 숭엄한 정적이 깃들었다.

입술을 감빠는 녀학생이 있는가 하면 두손을 오그려 귀바퀴에 가져다대는 남학생도 있었다.

한손으로 턱을 고이고 유난스레 귀기울이는것은 최원석이였다. 눈빛이 얼마나 열렬했던지 김정일동지께서도 좀 긴장되시였다.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그한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시고나서 더욱 명쾌하게 말씀하시였다.

《오늘 참으로 좋은 문제를 론한것 같은데 나도 한가지 말하고싶은게 있어. 뭔가? 나라의 인재문제야. 모두가 다 알다싶이 우리 나라는 가뜩이나 락후했던 봉건적농업국이였던데다 40년간이나 일제의 식민지로 있어서 뒤떨어질대로 뒤떨어졌었지. 게다가 또 3년간의 전쟁으로 파괴될대로 파괴됐구. 빨리 일떠서야겠는데 맨주먹… 곡괭이나 망치만 가지고 되겠어? 버지원수님께서는…》

그이께서는 번쩍이는 안광으로 교실안을 한번 둘러보시였다.

이어 가슴우로 주먹을 힘있게 들어올리며 이으시였다.

《아버지원수님께서는 며칠전에도 우리가 빨리 선진국들의 대렬에 들어서려면 나라의 공업화를 실현해야 하고 그러자면 기계공업을 추켜세워야 한다고 하셨어. 당면해서는 자동차, 뜨락또르, 굴착기 같은것을 꽝꽝 만들어내야겠는데… 사람들의 열의는 하늘에 닿았는데 기술, 과학이 약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하셨어.》

그이께서는 입술을 가볍게 감쳐무시면서 말씀을 끊으시였다.

그러자 그이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라도 하려는듯 류룡철이 자리에서 불쑥 일어섰다.

《맞아. 우리 아버지 기양에 현실체험 나갔댔는데… 뜨락또르를 만들자고 해도 설계도면 칠 설계가가 걸려서 속상해한다고 했어.》

이미 약속이라도 했던듯 박문규도 벌떡 일어났다.

《기양뿐이 아니야. 우리 아버지도 강선에 취재를 나갔다왔는데… 원수님께서 주신 과업을 받들고 강재를 더 많이 생산하자고 달라붙긴 했는데… 역시 기술력량이 걸렸다는거야. 기술신비주의가 애를 먹인대.》

홍종팔이 장운영을 쳐다보며 한쪽눈을 찡긋했다. 장운영은 인차 눈치를 챘지만 고개를 살짝 저었다. 종팔은 제사 의자소리까지 요란스럽게 내며 자리를 차듯 일어났다. 가슴이 터지게 큰숨을 훅 내불고나서 저으기 으시대는듯 한 눈길로 류룡철과 박문규를 내려다보며 무게있게 《에―》를 뽑았다.

《에― 그건 기양이나 강선사정뿐이 아니야. 방금 정일동무가 말하지 않았니. 과학과 기술이 떨어진 사정에 대해서 말이야. 사실말이지 뭐 기계공업만이냐. 농업, 철도, 전기… 우리 아버지가 사업하는 교육부문도 그렇고 운영동무의 아버지가 사업하는 문화예술부문에도 첫째도 둘째도 걸린건 인재문제라고 생각해.

중요한건 뭔가? 정일동무가 오늘 왜 인재문제에 대해서 각별히 이야기했는가… 그 뜻을 우리가 깊이 생각하는것이라고 봐!》

그는 어때? 하듯이 교실안을 한바퀴 쭉 둘러보고나서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 앉았다. 탄복의 눈길들이 그한테로 모였다.

장운영은 눈굽이 젖어들기까지 하는듯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고마움을 느끼시였다. 이러하다느니 저러하다느니 말은 좀 들어도 청년남아답고 부상의 아들다운데가 있다는 생각까지 드셨다. 물론 류룡철과 박문규네에 대한 도전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옳은 도전, 더 빨리 앞서나가려는 경쟁심이야 탓할게 뭐랴.

선정화선생도 무척 감심된 모양 틀지게 앉아있는 홍종팔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다음 인차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사이를 천천히 걸어 교탁으로 나가며 맑고도 청신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었다.

《동무들이 오늘 참으로 중요한 문제를 론의했어요. 한마디만 더 보탠다면 당과 국가에서는 이미 나라의 인재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들을 세워나가고있다는겁니다.

사실말이지 나라의 인재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버지원수님께서는 전쟁의 그 어려운 때에도 전선에 나갔던 대학생들을 소환하시는 세계전쟁사에 없는 놀라운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습니까.

발전된 나라들에 류학도 보내고요. 전후에도 물론… 참, 장운영학생의 아버님도 쏘련류학생들중의 한사람이지요?》

《네.》

장운영이 반쯤 일어나며 긍지스럽게 대답했다.

선생은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계속했다.

《지금 전쟁의 불비속에서 공부한 젊은 대학졸업생들과 전세대 과학자, 기술자들이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아버지원수님께서 펼쳐주신 5개년계획의 휘황한 설계도따라 날에날마다 새로운 기적과 혁신들을 창조해나가고있습니다. 그에 대해선 학생동무들도 매일매일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잘 알겁니다.

하지만 류룡철동무와 박문규동무들이 말한것처럼 현실은 아직 엄청나게 많은 기술인재들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다시말해서 과학과 기술을 모르고서는 한걸음도 전진할수 없는 시대가 눈앞에 박두했으며 동무들은 바로 그 시대의 주인으로 등장하게 될것입니다. 이 문제해결에서 관건이라고 할수 있는것은 두말할것없이 교육이며 그 교육의 터전에서 바로 동무들이 다 훌륭한 나라의 인재들로 떳떳이, 자랑차게 자라야 한다는것입니다.》

학생들사이를 걸어나가 교단에 올라선 선생은 두손으로 교탁을 짚으며 교실안을 둘러보았다. 20대의 소박하고 얌전한, 얼핏 보매 곱살하고 애리애리한 처녀선생인상이였건만 흥분하여 교단우에 올라서니 수십년의 교원경력을 자랑하는 로숙한 교원처럼 엄숙하게 안겨왔다.

선생의 눈길이 김정일동지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이께서는 열정적인 시선을 선생한테서 떼지 않은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유심히 들으시였다.

선생은 일순 당황해졌다. 사실 그는 교실에 들어설 때까지만도 학급학생들이 그런 중대문제를 론의하게 될줄은 몰랐었다. 호기심도 호기심이지만 개개 학생들의 성격과 취미를 파악하는 좋은 기회라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는데 뜻밖에도 김정일동지께서 자연발생적으로 터진 론쟁을 아주 의의있는 사회적문제로 이끌어가셨던것이다.

선생은 차츰 긴장해졌다. 김정일동지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나라의 기술인재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요구들이며 특히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 제6차전원회의와 몇해전에 열렸던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를 비롯하여 여러 회의들에서 하신 교시사상이였기때문이였다.

보다 폭넓고 깊이있는 해설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교육자로서의 자각이기 전에 도덕적의무와 량심에서였다. 허나 선듯 뒤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무슨 문제든지 오직 위대한 수령님의 사상과 뜻, 당정책적요구대로만 풀어나가시려는 김정일동지의 자세와 립장은 물론 아직은 별찮은 일로 다툼질도 하고 승벽내기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어른티를 내려고 제나름대로 으시대는 학생들의 자세에 자못 신중해졌던것이다.

이제 더 리론적전개가 필요하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론적해설로 치면 김정일동지께서 방금전 너무도 명백하게 다 설명하지 않으셨는가. 보다는 지루감을 느끼지 않게 생동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실자료들로 그이의 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안받침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침착하면서도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이어나갔다.

《대표적인 실례로 두해전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9차회의에서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방침에 기초하여 기술전문학교들을 질적으로 강화하고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요구되는 중등기술자들을 더 많이 키워내며 앞으로 수년간에 약 7만여명의 기수들을 양성할데 대한 문제가 토의결정되였습니다.

회의에서는 또한 우리 나라 농촌경리의 급속한 발전과 특히 농업협동화운동의 성과적추진에 따라 농촌경리부문에 중등기술자들을 대량적으로 양성, 보장하기 위하여 농업전문학교와 수의축산전문학교를 더 증설하고 일부 농촌중등학교들을 농업전문학교나 수의축산전문학교로 개편하는 국가적인 대책이 취해졌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몇해전부터는 준기사를 양성하기 위한 고등기술전문학교가 새로 나오고 고급중학교졸업생들의 일부를 여기에 망라시키는 사업도 진행되였습니다. 또한 일부 고급중학교들이 기술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전문학교로 개편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난해에 벌써 전국적으로 여러개의 고급중학교가 기술전문학교로 개편되고 수많은 중학교졸업생들이 여기서 전문기술교육을 받고있습니다.》

선생은 머리속에 기억해둔 자료들을 정확히 상기해내느라 가끔가끔 창문밖 멀리로 눈길을 보내군 하면서 계속하였다.

《동무들도 잘 알고있는것처럼 이태전에는 전국각지의 초급중학교들에 졸업생들에게 공업과 농업 등의 전문생산기술지식을 주는 1년제기술보습반이 설치되지 않았습니까.

최근자료만 봐도 지금 여기서는 수만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있습니다. 인재문제, 당과 국가에서 인재문제를 얼마나 중시하고있는가 하는것을 리해함에 있어서 내가 이야기한 자료들은 정말이지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김정일학생이 인재문제에 대하여 특별히 강조한 뜻을 우리모두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생의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누구인가 박수를 크게 쳤다.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했던듯 폭발과도 같이 박수폭포가 터졌다.

선생도 열정적으로 박수답례를 했다. 흥분된 얼굴이 빨개졌다.

열광적인 박수가 끝나자 선생은 곱게 움켜쥔 주먹을 힘있게 들어올리며 계속하였다.

《왜냐하면 그 희망찬 미래를 건설해야 할 영예로운 과업이 바로 동무들의 어깨에도 지워져있기때문입니다. 생각해봐요. 우리 학급에도 훌륭한 꿈을 가진 동무들이 한둘입니까. 박문규동무는 작가, 주영화동무는 화학, 성효정동무는 생물학, 장운영동문 력사… 참, 최원석동무.》

뜻밖에 자기 이름이 불리워지자 최원석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십쌍의 눈길이 일제히 자기한테로 쫙 몰켜들자 녀학생처럼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선생은 친동생의 일이기라도 한듯 무척 자랑스러움을 담아 말했다.

《원석동문 물리에 취미가 있다지요? 오늘 학생의 중학담임선생한테 전화를 했댔는데 얼마나 칭찬하는지 몰라요.》

한순간 교실안이 술렁거렸다.

최원석이 물리학에 취미가 있다는 소식도 그렇지만 보다는 자기 학급학생을 깊이 알기 위해 벌써 옛 담임선생한테 전화까지 걸어본 선정화선생에 대한 고마움과 감탄의 목소리들이였다.

《앉으세요.》

선생은 손짓까지 하며 최원석을 자리에 앉혔다.

원석은 진땀이라도 났던듯 목덜미를 손으로 씻으며 의자에 앉았다. 얼핏 김정일동지께로 눈길을 돌렸다. 그이께서는 누구보다 더 따뜻하고 열렬한 지지의 미소를 보내시였다. 선정화선생도 그 뜻을 일별하고 더욱 신심에 넘친 목소리로 활기차게 계속하였다.

《보세요 동무들, 우리 학급동무들이 다 자기의 소중한 꿈과 희망대로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워 훌륭한 인재들로 자라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나라의 큰일을 한몫씩 맡아 떠메고나간다고 합시다.

좀전에 김정일학생이 이야기한것처럼 리승기선생이나 계응상선생처럼 말이예요. 우리 나라는 얼마나 부강번영하게 될것이며 우리 인민의 생활은 또 얼마나 행복해지겠습니까!》

또다시 박수가 일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박수를 치시였다.

고마움이 한껏 실린 그이의 뜨거운 시선이 어찌도 열렬했던지 선생은 목이 꽉 메이면서 눈굽이 화끈했다. 자기의 진정이 그이의 뜻과 일치했으며 바로 그것으로 하여 자신이 지닌 교육자로서의 사명과 의무앞에 얼마든지 헌신할수 있다는 자신심과 긍지감에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가슴이 뜨거워지시였다. 참 훌륭한 선생님이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이께서는 손바닥이 달아오르도록 그냥 박수를 치시였다.

그이께서 박수를 멈추지 않으시니 동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하며 더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마움의 시선으로 교실안을 둘러보시였다.

열성스레 박수를 치던 홍종팔이 장운영과 눈길을 마주하며 짓는 웃음에 시선을 멈추시였다.

좀전과는 달리 김정일동지의 안광에 얼핏 그늘이 비꼈다.

방금전 학급동무들을 탄복시켰던 홍종팔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그 눈빛과 의미심장한 웃음이 진심에서 우러나온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셨던것이다. 그때도 전혀 몰랐던바는 아니였으나 지금 그 눈빛과 어딘가 야지랑스러운감마저 느껴지는 웃음을 보게 되니 어쩐지 진정보다도 류룡철과 박문규네한테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 어떻게든 그들을 눌러놓으려는 야심이 보다 더 짙게 느껴지셨던것이다.

이어 그이께서는 웬일인지 교실 맨 뒤줄에 앉은 류룡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것도 알아보시였다.

또 지난해 강연회때와도 같은 그 어떤 실책감을 느껴 그러는것은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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