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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제 1 장


6


김정일동지께서는 학교민청실의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계시였다. 책상우에는 회의록을 비롯한 여러 묶음의 문건들과 문서철들이 쌓여있었다. 시민청으로 소환되여가는 민청위원장선생한테서 민청사업을 일일이 인계받으신 그이이시였다. 무슨 일이든지 책임적이고 꼼꼼한 민청위원장선생은 인계에 앞서 9월중사업계획서며 시급히 진행해야 할 회의문건들까지 빈틈없이 준비해놓았었다.

비록 새 민청위원장이 임명되여올 기간 림시로 학교민청사업을 맡아보게 되시지만 될수록 부담을 적게 드리기 위해 마지막날까지 마음을 쓴 고마운 선생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9월중에 진행해야 할 사업계획서를 다시 펼치시였다. 사상사업계획내용들을 찬찬히 더듬고나서 계획서의 여백에 활달한 필체로 보충하시였다.

《〈김일성장군의 략전〉학습을 더 활발히 진행하도록 할것. 담임교원들의 방조밑에 초급단체위원장들이 직접 해설사업을 진행할것.》

색연필로 붉은줄을 쭉 긋고 그밑에 또 한줄 적어넣으시였다.

《항일투사 최현동지와의 상봉모임을 조직할것.》

집행자란에는 자신의 존함을 크게 써넣으시였다.

월중 학교민청위원들에게 줄 개별분공안까지 세심히 료해하고나신 그이께서는 두팔을 가슴우에 엇걸어얹으며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다시금 헤여지기 무척 서운해하면서 미안하기 그지없어 하던 민청위원장선생의 얼굴이 떠오르셨던것이다.

정일동무, 정말 떠나고싶지 않구만. 일할 멋이 있었는데. 내 정말 정일동무의 방조를 많이 받았소. 내가 일을 잘해서 상급조직으로 소환되게 된것은 참말이지 정일동무와 함께 일한 덕이요. 나날이 각성되고 깨닫게 되는바도 컸소.》

김정일동지의 두손을 모아잡고 진정을 터치는 그의 눈굽에 뜨거운것이 핑 괴여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선생의 손을 힘있게 마주잡으시며 진심의 정을 나누시였다.

《선생님도 참, 무슨 그런 과분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도 선생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 큰 임무를 맡고 떠나시는 선생님앞에서 제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새기게 되는것은 아버지원수님께서 늘 교시하신것처럼 민청은 당의 후비대라는것입니다. 그저 외곽단체만이 아닌 조선로동당의 영예로운 전위부대란 말입니다.》

《알겠소, 알겠소! 내 그 말을 민청일군인 나에게 하는 일생일대와도 같은 당부로 삼고 정일동무의 기대와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일을 더 많이, 더 잘하겠소. 일전에 정일동무가 말한대로 민청원들인 새 세대들을 미래의 주인들, 수령님의 충직한 전사, 전우들로 준비시키는데 모든것을 다 바치겠소. 정!… 기본이지. 내 그 말을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겠소.…》

그러한 선생이기에 떠나는 마지막날까지 회의문건 하나라도 제손으로 다 마무리해놓기 위해 그리도 마음쓴게 아니랴.

좀 있어 민청위원들과 초급단체위원장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개학의 첫날 각 초급단체들의 학습진행과 조직생활정형을 료해하시였다.

전에도 민청위원장선생이 회의를 갔거나 다른 사정으로 자리를 떴을 때에는 김정일동지께서 민청위원회를 용의주도하게 운영하시군 했던지라 민청위원회총회는 예나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각 초급단체월사업계획을 비준하신데 이어 위원들의 월개별분공안까지 발표하시고나서 고급반의 초급단체위원장들과 학교민청위원들만 따로 남도록 하시였다.

가뜩이나 고급반학생이 된 긍지와 자부심으로 하루아침에 어른이 다되기라도 한것처럼 으쓱거리던 참이라 그들은 저들만이 남게 되자 더욱 점잔을 빼는듯싶었다.

무슨 중대과업이라도 받게 되지 않을가 긴장해서 덮어놓았던 사업일지를 다시 펼치기도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예상밖으로 긴장되는 분위기를 밀어내시려 부러 공식적인 자리를 떠나 동무들앞에 다정히 마주앉으시였다.

말씀도 학교운동장이나 교실에서처럼 너나들이로 따뜻하고 부드럽게 하시였다.

《이렇게 따로 모여앉자고 한것은… 너희들도 다 자각하고있는것처럼 통속적인 말로 우리는 이젠 〈아동〉이 아니라는것을 새삼스레 이야기하고싶어서다. 여러 말할것 있니. 리수복영웅도 고급중학교 학생이였지? 아버지원수님께서는 10대의 시절에 우리 나라의 첫 혁명조직인 〈타도제국주의동맹〉을 조직하셨구.》

제일 가까이 마주앉았던 리용이 그이의 의도와 말씀의 뜻을 제꺽 알아차렸다는듯 싱긋 웃으며 한마디로 받았다.

《그러게 오늘 모임에서 우리 고급반이 앉는것부터 제일 앞자리에 나앉은게 아니냐. 모두들 제스스로.》

그는 어때, 그렇지? 하는 눈길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학교민청부위원장이신 김정일동지와 한학급에서 공부하는것으로 하여 그는 항용 다른 초급단체위원장들보다는 한급 높은 위치에 있는것처럼 우대를 받고있었으며 본인은 또 그대로 그것을 응당한 일로 여기고 이런 모임은 물론 어디서나 그이의 의도와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찬동해나서군 하였다.

오늘 모임에서 고급반이 모두들 제스스로 앞자리에 나앉았다고 했지만 실은 그것도 그가 민청실에 들어서는 첫 순간 김정일동지의 안광과 표정에서 제꺽 눈치채고 제가 먼저 맨 앞자리에 나가앉으면서 다른 동무들한테도 날쌔게 눈신호를 보냈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용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시고나서 인차 다른 동무들한테로 시선을 돌리며 말씀하시였다.

《물론 우리 고급반이 언행에서부터 모범을 보이는것이 중요해. 특히 학풍과 조직생활에서. 한데 반드시 경계할게 있어. 인간은 겉이 크다고 해서 속도 같이 커지는것은 아니라는거야. 마음의 키!》

초급위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리용도 의아해서 김정일동지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이께서는 이런 때면 언제나 그러하신것처럼 인정이 철철 넘치는 밝은 미소를 함뿍 담으며 씨원씨원한 음성으로 이으시였다.

《우리 오늘 하루의 생활을 더듬어보자. 내가 좀 살펴보았는데 어떤 동무들은 선생님들한테 인사하는 자세가 달라졌어. 이렇게.》

김정일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목인사만 간단히 하는 흉내를 내시였다.

《초급반학생들은 그렇지 않은데 왜 그런가?… 고급반학생도 학생이겠지?… 그리고 또 일부 동무들의 옷차림과 특히 몇몇 녀학생들의 머리단장을 좀 생각해봐. 어떤 녀동무는 녀선생님들과도 삭갈릴 정도가 아니냐.》

《어마나!》

초급위원들 맨 끝쪽에 앉았던 녀학생이 비명같은 소리를 내불며 당황해하였다.

초급위원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한테로 쏠렸다.

녀학생은 주근깨가 약간씩 섞인 동그스름한 얼굴이 온통 익은 꽈리빛이 되여 두손으로 단발머리를 싸쥐였다.

얼핏 보아서는 알리지 않을 정도로 파마를 살짝 했는데 제스스로 급해했던것이다.

《에이참, 난 절대로 안하겠다고 했는데 글쎄 우리 언니가… 언니가 내가 잠잘 때 이렇게 만들어놓았어. 에이, 가만 안 둘테야!》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얼굴이 새빨개서 언니를 불러댔지만 그의 눈빛에 스스로 제 언니의 머리단장을 무척 부러워했음이 너무도 력력했기때문이였다. 아니, 오히려 바빠하는 언니의 손을 붙잡고 무작정 제 머리를 내맡기기라도 했던지 어이 알랴.

녀학생이 급해하면 할수록 남학생들은 재미가 나서 점점 더 진하게 롱말을 던졌다.

《왜 그래, 멋있는데. 신통히 중국의 〈꾸냥〉같지 않아?》

《〈꾸냥〉은 무슨, 쏘련의 〈나따샤〉!》

《아니야, 프랑스!》

《영국!》

동무들과 함께 재미나게 웃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이윽고 두손을 내저으시였다.

《그만, 그만들 해. 그러다가는 우리의 귀중한 민청위원동무경력의 〈민족별〉란에 〈국제〉라고 써넣어야겠어.》

웃음소리가 더 높아졌다.

녀학생은 급기야 두손으로 가리운 얼굴을 아예 책상우에 묻어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러는 녀학생을 더욱 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시다가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아름다운것을 지향하고 아름다워지려고 하는것은 인간의 본성이야. 인간자체가 아름다움을 전제로 한다는 말도 있잖아.

우리 청년들 특히 녀동무들이 자기를 곱게 보이고싶어하는것을 무작정 나쁘다고 할수는 없어. 오히려 지지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봐. 왜? 그것도 중요한 하나의 도덕범주에 속하기때문이거던.》

모두 웃음을 거두면서 의아한 눈길을 김정일동지께로 모았다.

녀학생도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종 정이 넘치는 음성으로 이으시였다.

《문제는 뭔가. 어떻게 아름다워지는가 하는거야. 다시말해서 학생은 학생의 본태속에서 아름다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거다.

사실말이지 오늘 파마를 하고 등교한 녀학생들이 한둘이냐. 옷차림도 그렇구. 지어 일부 남학생들속에는 어른들이 입는 외국제옷에 외국제구두를 신고온 동무들도 있잖아.》

《맞아. 홍종팔과 장운영동무들도 그래!》

《운영동문 뭐가 부끄러운지 방학기간 즐겁게 지냈는가 인사를 하는데 받지도 않고 피하는 기색이였어.》

김정일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으시였다.

《옳게 봤어. 그들은 다 뭔가 제편들에서 주저하며 편안치를 않아 했어. 제 마음이 불편했다면 그자체가 벌써 비정상이라는게 아니겠어. 결국 남한테도 불편을 주었다는것인데… 바로 그래서 아름다움도 인간생활에서는 도덕범주, 도덕문제로 제기된다는거야.》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으로 책상을 한번 가볍게 치시였다.

《내가 왜 오늘 이런 말을 하는가. 우리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지식의 탑을 높이 쌓는것은 물론 조직생활을 강화해서 사상적으로 단련하는것과 함께 건전한 도덕수양도 해야 한다는거야.

우리들이 앞으로 살게 될 미래사회를 생각해봐. 고상하고 선진적인 사회주의국가! 참, 도덕은 인격의 기초라는 말도 있잖아. 도덕기강, 더우기 우리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움쭉 일어나시였다. 책상앞을 몇걸음 걸으시다가 자신이 앉으셨던 의자뒤에 다가서서 등받이를 두손으로 힘있게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첫째로는 오늘부터 우리는 우리 학교의 높은 학년이라는거야. 어차피 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지켜보게 될게거던. 학풍, 조직규률, 도덕기강… 한마디로 우리 고급반의 임무가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여기 모인 우리 초급위원들의 책임과 역할이 특히 중요하지 않겠어?》

리용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일동무, 정말 좋은 말 해줬어. 인격의 기초, 도덕기강! 생각 많아져.》

다른 초급위원들도 약속을 한것처럼 일제히 일어났다. 흥분한 표정들이였다.

뒤질세라 저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좋아, 우리부터가 시범이 돼야지. 모든 면에서!》

정일동무, 뭐든지 잘 안되면 우리부터 때려줘.》

《그래그래, 정일동무가 치는 매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여있던 녀학생도 앞으로 나섰다.

《난 오늘 당장 이 머리칼을 싹 잘라버리겠어요!》

쏘련의 《나따샤》라고 제일 입담세게 롱말을 던졌던 남학생은 좋아라 박수까지 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시였다.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봐. 중요한건 어떤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는가 하는게 아닐가. 이왕 한번 해본건데 그이상 넘지 않으면 될거구. 더우기 〈언니〉가 알면 섭섭해할게 아니야.》

또다시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

봄빛처럼 따뜻한 정을 함뿍 담은 정겨운 웃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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