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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회


제 1 장


1


어느덧 1957년의 여름방학도 다 끝나가는 8월 28일 새벽이였다.

동이 터서 사위는 훤했지만 아침해가 솟으려면 아직 퍼그나 시간이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느날과 달리 단정한 학생복차림으로 조용히 정원길에 나서시였다.

새벽일찍 일어나시는 아버님을 따라 5시면 영낙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시는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늘 평양제1중학교 고급반 학생으로 첫 예비등교를 하시게 된다.

푸른 숲이 무성한 정원은 물론 평양의 거리도 별로 더 조용한가싶었다.

그이께서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담으시였다.

온 하루 환희와 열기로 끓던 어제의 일들이 떠오르시였던것이다.

어제는 우리 나라에서 두번째로 진행된 력사적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의 날이였다.

정원수들사이사이로 내다보이는 만수대와 장대재기슭에 띠염띠염 널려져있는, 아직은 전쟁의 상처를 채 가시지 못한 단층살림집들의 지붕우에서는 어제 띄웠던 공화국기들이 그대로 날리고있었다.

새벽일찍 밖으로 나오신 그이께서는 언제나 그러시던대로 먼저 아버님의 방 창문부터 바라보시였다.

어제밤에도 늦게야 불이 꺼졌댔는데 벌써 불빛이 환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큰숨을 한번 들이쉬시였다. 어제밤 아버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에 가슴이 뭉클 울려서였다.

어제도 아버님께서는 밤이 퍽 깊어서야 댁으로 돌아오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각별히 더 아버님을 기다리시였다. 온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2기 대의원선거의 날이 아닌가. 아버님께서 이 선거준비사업을 어떻게 조직지도하시였던가.

비취색야외등빛이 대낮처럼 밝히는 댁마당에 들어서신 아버님의 존안은 기쁨과 함께 흥분이 어려 환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버님과 마주앉으시여서야 수령님의 그 환희와 흥분이 성과적으로 진행된 선거때문만이 아님을 아시였다.

수수한 갈음옷을 입으신 수령님께서는 좀 서두르시듯 아드님과 마주 앉으시였다.

정일아, 난 오늘 천만금이 생긴것보다 더 큰 힘과 신심을 얻었다. 힘과 신심을!》

수령님께서는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알릴가 생각하시듯 잠시 동안을 두셨다가 쏘파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대며 말씀하시였다.

《나도 오늘 공민의 한사람으로서 선거에 참가하기 위해 남포쪽으로 나갔댔구나. 큰길가까운 한 선거장에서 춤판이 벌어졌는데 너무 흥겹기에 그냥 지나갈수가 없어서 차를 세우지 않았겠냐.

춤추던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며 달려왔는데 글쎄 한 할머니가 나를 찬찬히 여겨보다가 하는 말이 〈수상님! 얼굴이 많이 축간것 같은데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종파놈들이 인민생활이 어찌구어찌구 떠들어도 이제는 다 잘살게 되였으니 일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기지 종파놈들이 이기겠습니까? 념려마십시오. 우리는 수상님을 지지합니다.〉 하는게 아니겠냐!》

수령님께서는 뜨거움을 삼키느라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눈굽이 뜨거워지시였다.

얼마나 불같은 정, 진심의 정이 넘치는 인민의 목소리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보시였다.

잘 떠오르지 않으시였다.

얼핏 만경대에 계시는 증조할머님의 모습이 환히 떠오르시였다.

그러자 그 할머니도 증조할머님처럼 느껴지면서 가슴이 후더워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세를 더욱 정중히 하며 말씀올리시였다.

《아버님께서는 전쟁의 그 어려운 날 락원기계제작소 한 녀당원의 말을 들으시고도 그렇게 큰 힘을 얻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가 싸워 이기기만 하면 복구건설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일제놈들이 그렇게 마사놓고 간것도 2~3년동안에 복구해가지고 잘살았는데 전쟁이 끝나면 또 복구해가지고 잘살수 있으니 너무 근심하시지 말라고 했다는 그 말을 전 잊을수가 없습니다. 장산리녀당원이 했다는 말도 그렇고.》

그이께서는 그것은 다 아버님께서 언제나 인민을 굳게 믿고 인민을 끝없이 사랑하시였기때문이라고, 바로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그처럼 바쁘신 길이지만 인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가실수가 없었던게 아니냐고, 이제 어른이 되면 자신께서도 꼭 그 고마운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싶다는 말씀까지 올리려다가 그만두시였다.

아드님의 심중을 헤아리신 수령님께서는 더욱 믿음어린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 인민은 참으로 훌륭한 인민이고 훌륭한 스승이다. 그래서 난 이민위천을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는거다. 그리구… 그런 인민을 위해서 혁명을 더 잘하고 사회주의도 더 빛나게 건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종파들을 철저히 없애고!》

《아버님께선 이미 지난해 력사적인 당 제3차대회에서 사회주의를 더 빨리 건설하여 인민들이 잘살게 할 중요한 과업과 방도들을 제시하셨고 또 당중앙위원회 8월전원회의에서 종파놈들에게 단호한 철추를 내리지 않으셨습니까.

강계아저씨(최현)랑 항일혁명투사동지들이 아버님을 결사옹위하여 놈들을 가차없이 징벌한 소식을 들었을 땐 저도 눈물이 났댔습니다. 저도 앞으로 투사동지들처럼 아버님의 속을 그렇게도 태운 종파놈들과는 그 씨도 남지 못하게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음, 그래… 그래!》

수령님께서는 정겨운 시선으로 새삼스레 아드님을 마주 보시였다.

올해에 들어와 더욱 놀랍게 성장하는 아드님이시였다.

경제와 문화, 군사는 물론 중대한 정치문제까지도 의견을 나누고싶어지시군 하는 아드님이시였다.

뜨거운 믿음과 만족감이 실린 수령님의 시선에 한순간 긴장을 느끼셨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저으기 흥분된, 하면서도 침착한 음성으로 말씀드리시였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기뻐하시는 오늘 제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오던 생각을 하나 말씀올리겠습니다.

아버님께선 방금전에도 훌륭한 인민을 위해 혁명을 더 잘하고 사회주의도 더 빛나게 건설해야겠다고 하셨는데 저도 아버님을 따라배워 꼭 우리 혁명, 조선혁명을 책임지는 혁명가, 조선혁명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아버님처럼 인민을 사랑하고 동지를 귀중히 여기며 모든것을 그들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는 정신을 배우겠습니다.

이건 어제오늘사이 다진 결심이 아닙니다. 제가 첫걸음마를 뗄 때부터 하신 어머님의 당부이며 마지막유언이 아닙니까.》

수령님께서도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아드님의 손을 모아쥐며 격정을 터치시였다.

《고맙소!》

아드님앞에 처음으로 하시는 말씀이였다.

너무도 뜻밖의 말씀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람과 함께 일순 당황해하시였다.

수령님께서도 자신도 모르게 하신 말씀이라는것을 아시였다.

하지만 더 힘주어 반복하시였다.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숙이시였다.

가슴속에서 불보다 뜨거운것이 왈칵 터져나오셨던것이다.

아버님께서 주시는 다함없는 믿음은 물론 어머님과 만경대가문모두의 하늘같은 기대와 신임이라는 자각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이어 평시의 그 자애롭고 인자한 혈육의 정 넘치는 음성으로 다시 이으시였다.

《고맙다. 고맙다, 정일아!》

《아버님!》

김정일동지께서는 목이 꽉 메여오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두팔벌려 아드님을 힘있게 당겨 안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아버님의 방 창문을 바라보시였다.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셨댔는데 인차 다시 일어나 한밤을 꼬박 밝히신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드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정원숲을 살피며 아버님의 방앞을 걸으시였다. 새벽잠을 깬 참새떼나 솔새, 방울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수령님의 사색을 깨뜨릴가 걱정되시여 어머님과 함께 장대들고 걷군 하셨던 그 걸음이였다.

댁주위를 다 돌고나신 그이께서는 북두칠성이 더 밝게 빛나는 북녘하늘밑 한곳으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어머님!》

그이께서는 목메여 부르시였다.

고급반학생이 된 모습을 어머님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시였을가.

인민학교(당시), 초급반을 넘어 어언간에 가슴벅차게 하는 고급반학생!

마음은 어느 사이 어머님묘소로 달리셨다. 기쁨과 슬픔이 생길 때면 기쁨과 아픔을 안고 찾아가군 하시는 어머님의 묘소였다.

어서 떠나라 재촉하듯 아직 잠을 채 깨지 못한 종로거리를 꿰질러 넘어오는 시내의 첫 출근뻐스가 경적을 가볍게 울렸다.

《어디 보자. 네가 이젠 고급반 학생이란 말이지!》

어머님의 음성이 귀전에 울리는듯싶으셨다.

《예, 어머님.》

김정일동지께서는 뜨겁게 마음속대화를 나누시였다.

《저도 이젠 어린시절을 넘어섰습니다. 〈아동〉이 아닙니다!》

《그렇지. 민청원이 아니냐. 학교민청부위원장이지.》

《어머님께서 가르치신대로 내 나라, 우리 조선을 위하여 힘껏 배우겠습니다. 아버님을 따라 아버님께서 구상하시는 부강조국, 온 세상이 부러워할 인민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아버님께서 구상하시는 부강조국! 온 세상이 부러워할 인민의 나라!… 믿는다, 믿구말구.… 그래, 등교준비는 다 했냐?》

《황순희어머니랑 명화어머니랑 항일혁명투사어머니들이 찾아와 도와주었습니다. 아버님께선 교과서와 학습장까지 일일이 다 보아주셨습니다. 책가방대신 쓰던 책보를 그냥 쓰겠다고 말씀올렸더니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래, 그래야 한다. 아버님의 그 뜻을 깊이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어머님.》

김정일동지께서는 댁앞을 퍼그나 벗어나시였다.

서문거리에 촘촘히 들어앉은 단층마을의 살림집 창문들에서도 불빛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골목길어구의 야외공동수도가에 물길러 나온 녀인들의 모습이 유난스러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지런한 그 녀인들한테 따뜻한 미소를 보내시며 어머님과의 대화를 계속 이으시였다.

《어머님, 전 어제밤 아버님께 빨리 대학공부를 하고싶다고 말씀올렸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가서… 그래서 아버님을 더 크게, 더 잘 도와드리는 혁명가, 조선혁명을 책임지는 주인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조선혁명을 책임지는 주인이 되겠다고 했단 말이지.… 잘했다. 꼭 그래야 한다. 그러자면 아버님의 뜻, 아버님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아버님께서 무엇을 생각하시고 무엇을 걱정하고계시는지부터 알아야 해. 그리고 아버님께서 시련에 찬 우리 혁명을 무슨 힘으로 어떻게 줄기차게 이끌어오시였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참, 너의 그 말을 들으니 지난해 네 생일날에 찾아와 조용조용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누나. 아버님께서 열네살나시던 해에 압록강을 건느며 부르셨다던 〈압록강의 노래〉말이다.…》

한해전 아침에 있은 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도 이른아침에 어머님의 묘소를 찾으시였다.

례년보다 생각이 더 많으신 그이이시였다.

열네살!

자기 나라를 알기 위해 배움의 천리길을 걸으셨던 아버님께서는 그 나이에 이르러 다시 광복의 천리길에 오르지 않으셨던가.

이제는 어엿한 민청원이며 몇년후에는 고급반과정도 마치게 될 그이이시였다.

부푸는 희망과 설레이는 가슴 진정할바 없는 그이께서는 그 모든 심정을 어린시절 밤깊도록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지 못하시는 아버님을 기다리며 어머님과 함께 부르군 하던 노래에 담으셨다.


일천구백십구년 삼월 일일은

이내 몸이 압록강을 건넌 날일세

년년이 이날은 돌아오리니

내 목적을 이루고서야 돌아가리라

… …


종로거리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장대재에 이르니 푸른 물결 출렁이는 대동강이 한눈에 안겨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제부터인지 다시금 그 노래를 부르시였다.

둔덕우에 다 오르시여 숨을 한껏 들이쉬신 그이께서는 나직이 노래 1절의 마지막련구를 힘있게 다시 외우시였다.


내 목적을 이루고서야 돌아가리라


(목적… 내 목적!)

방금전 어머님과 나누신 마음속의 대화가 다시 울려왔다.

(아버님의 뜻과 마음… 아버님께서 생각하고 걱정하시는 문제!)

옳다.

이제부터는 더 힘껏, 더 적극적으로 아버님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한껏 들레이시였다.

하다면 지금 아버님께서 제일 걱정하고계시는 문제는 무엇일가?

아버님께서 시련에 찬 우리 혁명을 무슨 힘으로 어떻게 줄기차게 이끌어오셨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고도 하셨지?

무슨 힘으로 어떻게?!…

어디선가 울려오는 려명의 종소리에 가슴이 쿵 울리셨다.

다시금 마음속으로 외우시였다.

(무슨 힘으로 어떻게?!…)

어느 사이 대동강너머 아아히 펼쳐진 문수벌의 동녘하늘에 아침노을이 붉게 피였다. 드넓은 대동강을 사이두고 선명히 드러나는 거리거리의 모습과 더불어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는 그 모습은 점점 더 평양의 하늘을 황홀하게 물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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