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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 회


제8장 마지막의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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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은 의병들을 이끌고 명재를 구원한 다음 해주일대에까지 나가 한동안 왜놈들의 수비대들과 경찰관주재소들을 휘저어놓고나서 새골일대에 얼마동안 은페해있었다.

려은이가 귀여운 딸애를 낳았던것이다.

김정환은 매일같이 의병들을 파하여 려은이가 몸이 추설 때까지 그의 집일을 거들어주도록 각별한 관심을 돌리였다.

달포정도 새골일대에서 날을 보낸 다음에야 김정환은 의병들을 이끌고 바리산으로 돌아왔다.

바리산에서 그는 의병대오를 다시 정비하였다.

방괴산일대의 삼태기골에서도 된매를 얻어맞은 오까노모가 무분별하게 날뛰며 의병들의 거점을 기어이 찾아내겠다면서 혈안이 되여 날뛰고있는 상황은 활동범위를 보다 더욱 넓게 전개하여 싸움을 벌리지 않으면 안되게 하였다.

빨리 여기 바리산거점을 벗어나 곳곳에서 싸움을 일으켜 왜놈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했다.

더우기 지체할수 없는것은 박주룡이가 가져온 버들이의 소식때문이였다.

버들이의 소식은 김정환을 몹시 긴장하게 하였다.

그 소식이란 두가지였다. 하나는 구치산에 평산의병대와 곡산의병대에 대한 새로운 《토벌》작전의 서곡으로 은밀하게 꾸린 왜놈들의 병참에 탄약을 비롯한 많은 군수물자들이 저장되였는데 아직 일본군 2사단의 경비력량이 도착하지 못하여 얼마 안되는 헌병들이 지키고있다는 내용이였고 다른 하나는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의 지휘하에 수비대무력이 총동원되여 평산군 보하면 삼리와 보상면 일리, 서흥군의 구정면과 률리면에 대한 일대 수색전이 벌어진다는것이였다.

구치산의 병참에 대한 소식은 참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것이였다. 일본군 2사단의 새로운 《토벌》작전에 쓰이게 될 군수물자라면 그 소득이 대단할것이였던것이다. 게다가 새로 구축한 병참이다나니 아직 경비력량도 미처 도착시키지 못했다고 하지 않는가. …

그걸 평산의병대가 가로채기만 하면 일거량득으로 될수 있었다.

일본군 2사단의 새로운 《토벌》작전을 시작부터 궁지에 몰아넣을수 있다는것과 평산의병대에 부족되는 탄약과 의복류들을 손쉽게 해결할수 있다는 점이였다.

실로 반가운 소식을 앞에 두었지만 김정환은 불안한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한것은 버들이의 소식에서 두번째 적정이 그의 심기를 괴롭혔던것이다.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가 지정한 네개의 지역들중의 하나인 률리면에 현재 평산의병대의 중요거점인 바리산과 돌망골이 있지 않는가. 왜놈수비대가 률리면일대를 수색한다면 의병들의 흔적이 력력한 바리산과 돌망골이 왜놈들의 눈에 걸려들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왜놈들에게 이곳이 걸려드는 날에는 김정환의 의병대는 가장 중요한 거점을 잃게 되고만다. 빨리 그 어떤 대책을 세워야 했다.

방책은 깊이 생각할것도 없었다.

한시각이라도 지체하지 말고 이곳을 벗어나 구치산에 있는 병참을 때리고 그 일대에서 왜놈들과 몇번의 접전을 벌려 률리면일대로 향하는 왜놈들의 시선을 돌리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거기서 소리를 내고 의병들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싸움을 벌리면 왜놈들은 또다시 의병들의 행방을 잃고 허둥거리게 될것이다.

김정환은 즉시 의병들을 몇개의 작은 규모로 분산하였다.

최순지가 거느린 한개 대오를 재령지방으로 진출시키고 기봉대에게 한개 대오를 맡겨 도평쪽으로 나가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라는 령을 주어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자신이 거느린 한개 대오는 구치산의 병참을 친 다음 탁영대일대에까지 나가 몇차례의 싸움으로 왜놈들의 시선을 따돌려버리고나서 봉대네가 거점을 완비하면 도평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김정환이 거느린 대오가 급히 바리산을 떠났다.

김정환은 로정을 구치산으로 곧추 정하지 않고 평산땅의 외읍면일대에 있는 경찰관주재소 하나를 답새기고 어둔이산탁에 위치한 헌병초소를 없애버린 다음 구치산일대에까지 달리도록 하였다.

평산군 외읍면 읍내 상리의 경찰관주재소와 어둔이산탁의 헌병초소를 순식간에 해치운 의병들이 구치산일대의 바위골이라고 하는 어느 한 골짜기주변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기 전이였다.

김정환은 그곳에서 의병대를 잠시 휴식하도록 령을 내렸다.

먼길을 숨 한번 돌릴 틈도 없이 달려온 의병들이 바위우건 땅바닥이건 모두 드러누워버렸다.

김정환은 그들과 조금 떨어진 웃쪽 너럭바위에 앉아 숨을 돌리며 다음 행동계획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외읍면과 어둔이산일대에서 소리를 내였으니 왜놈들은 그 일대로 주력을 집중하려 할것이다. 바로 이때를 당하여 구치산에 있다는 병참을 친다면 왜놈들이 필시 다시 그곳으로 밀려들게 된다. …

여기까지 생각한 김정환은 구치산일대에서 추격해오는 왜놈들을 매복하여 한번 더 답새기는것이 자기들의 왜놈《토벌》분쇄작전에 유리할것이라는 생각이 불쑥 뇌리를 때렸다.

바로 그렇다. 구치산에 있다는 병참을 치고는 곧장 되돌아서서 달려드는 적들을 매복하여 크게 답새긴다면 왜놈들은 한동안 미처 정신을 수습할새도 없을것이다.

하다면 매복지점을 어디로 정할것인가.

김정환은 왜놈들이 자기들의 로정을 따라 밀려들만 한 곳들을 하나하나 찍어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적중한 장소는 자기들이 지금 쉬고있는 구치산에서 얼마 멀지 않은 외통길이면서도 지세가 묘하여 매복하기가 안성맞춤인 바로 여기 바위골밖에 없었다. 이 골안에 매복하기만 하면 아무리 많은 왜놈들이 밀려온다고 해도 얼마든지 무리죽음을 안길수가 있었던것이다.

더구나 구치산이 의병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왜놈들이 달려들수 있는 길이 바로 이 외통길밖에 더 다른 곳은 없지 않는가.

이런 생각으로 옴해있던 김정환은 의병들쪽에서 울리는 분주탕소리에 눈길을 돌렸다.

무삼이가 누워있는 의병들속을 누비면서 무엇인가를 찾고있었다.

한낮의 해볕에서 졸던 의병들이 이마살을 찌프리며 역증을 내는 소리가 들렸다.

《왜 이리 성가시게 놀아대. 뭘 찾나?》

그러거나말거나 무삼은 누워있는 의병들을 모조리 두들겨깨워놓으며 헤덤벼쳤다.

《내 총 못 봤소? 총이 없어졌어.》

총이 없어졌다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켰던 의병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던졌다.

《쳇, 그 망태기안에 있는건 총이 아니고 뭐 호미자룬가?》

《엉?》

그때에야 등에 멘 망태기를 벗어내린 무삼이가 헤벌쭉 웃었다.

《이녀석이 여기 있었구나. 에- 십년 감수했구나. …》

의병들이 악의없는 욕을 퍼부었다.

《공연히 남의 단잠을 말짱 날려버렸군. … 물건건사는 왜 제바루 못해?》

《건사를 못한게 뭐야? 까막골이니 그러지… 요전 일만 놓구보게. 억만의 장도칼루 오이를 베여먹고 기둥에 박아놓구는 삼일을 복닥소동 일으키면서 찾질 않았나. …》

《나도 봤어. 그걸 삼일인가 나흘인가 지난 다음에도 생각해내지 못한걸 마침 덕쇠가 보고 찾아냈었지. …》

의병들이 모두 비웃어댔지만 그는 뻐꾹 소리도 못했다.

게면쩍은 눈길을 돌리던 무삼이는 그만 목을 움츠러뜨렸다.

저쪽에서 전령감이 입을 쩝쩝 다시며 그를 노려보고있었던것이다.

전령감은 무삼이만 보면 눈뿌리가 빠져나가도록 노려보기가 일쑤였다.

한것은 서흥주막에서 조카인 필석이의 가락지를 빼앗으려 한것때문만이 아니였다.

무삼이는 전령감에게 있어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게 하는 또 한번의 죽을죄를 지었던것이다.

전번 해주의 대덕면 취야장에서 일본수비대와 경찰관주재소를 칠 때 일이였다. 그때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흘러보내느라 증이 오른 무삼이는 심심풀이로 전령감에게 손과 발을 빌어가며 조르고졸라 대통을 빌려내였다. 그 대통으로 말하면 전령감이 3대를 거쳐 물려받은 가보였는데 주먹만 한 대가리에 납작한 물개가 달린 아주 잘 생긴 물건이였다. 전령감이 자기 집 가보이며 유일한 재산인 대통을 누구에게도 쥐여줘본적이 없었는데 가뜩이나 서흥주막집에서 있은 일로 하여 미운 털이 박힌 무삼에게 선뜻 내여줄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비위가 곰발바닥같은 무삼이의 성화가 어찌나 지꿎었는지 끝내는 견디지 못하고 한번 승낙하고야말았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고 생떼를 써가며 전령감의 대통을 빌려낸 무삼이가 흡족하여 거기에 담배잎을 부스러넣고 구수한 써레기맛을 금방 보기 시작했는데 싸움을 시작하라는 신호가 왔다.

무삼이는 전령감이 안타깝게 눈짓을 하며 대통을 채근했지만 아직 써레기맛을 다 감미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지라 제가 신주모시듯 고이 건사해준다면서 그걸 괴춤에 꾹 찔러넣었다. 이제 돌려주면 그 대통을 다시 빌려낼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손톱눈만큼도 없었던것이다. 강아지한테 메주멍석 맡긴것 같아 안달이 난 전령감이 왜놈들에게 들킬가보아 크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냥 눈총을 쏘았지만 무삼이는 눈길도 주지 않고 모르쇠를 하였다.

마침 보초놈을 소리없이 제껴버리라는 령이 무삼이에게 떨어졌다.

그런 일에서야 이 무삼이를 따를 사람이 없지. …

무삼이는 득의양양해서 전령감에게 눈을 찔끔해보이고는 보초놈을 향하여 소리없이 다가갔다.

일은 바로 그래서 생겨났다.

보초놈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벼락같이 덮쳤는데 그만에야 설 다치는통에 그놈의 아가리가 금시 벌어질 판이였다. 너무도 급해난 무삼이는 괴춤에 매달려 데룽거리는 단검을 뽑아든다는것이 그만 그곁에 찔러두었던 전령감의 대통을 뽑아들었던것이다. 손에 잡힌것이 대통이라는걸 알았지만 더 어물거리다가는 그 아가리에서 의병대의 거사를 망칠 소리가 튀여나겠기에 무삼이는 어쩔수없이 그 귀한 남의 집 가보를 왜놈의 아가리에 꾹 꽂아주고말았다.

그 다음 벼락같이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대통생각을 까마득히 잊고 싸움에 말려들고말았던것이다.

하긴 그걸 다시 뽑아다 아흐레날을 끓는물에 우려내여 전령감에게 괴여바친들 이미 께끈해진 대통을 입에 물리는 만무하지만…

두눈을 펀히 뜨고 십여년세월을 어느 하루도 몸에서 떼여본적 없는 대통을 잃은 전령감은 당장 무삼이의 모가지를 돌려앉힐듯 펄펄 날았다.

다행히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무삼이의 체격에 알맞게 모가지도 든든히 박혀있었기망정이지 하마트면 대통 하나때문에 병신 하나가 날번 하였던것이다. 목이 성성한 대신에 별의별 욕설이 다 퍼부어졌다.

이놈의 자식, 그게 어떤 대통인줄 네놈이 대체 아느냐? 3대를 집안의 장손들에게만 물려온 가보다. 그걸 바로 내 대에 와서 네놈이 잃고말았으니 내 조상들앞에 무슨 면목으로 나서란 말이냐, 이, 이놈-

욕은 참으로 쌍스러웠지만 이미 잃어진 대통이 다시 나타날리 만무하였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가보를 잃고말았으니 전령감의 잔뜩 뒤틀린 심사가 쉽사리 풀릴수 없었다.

아마도 무삼이가 또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소리에 가까스레 잊혀지던 대통생각이 되살아났을것이다.

무삼이는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리며 모르쇠를 해버리고말았다.

쳇, 그 잘난 대통 하나가 뭐라구… 호박물주리라면 몰라도 흔하디 흔한 향나무로 잔재간이나 조금 부린 눅거리를 가지고… 에이, 한가할 때가 오면 제꺽 하나 깎아주고말아야지. …

무삼은 돌아앉아 망태기안에 들었던 화승대를 꺼내 뻑뻑 문지르기 시작했다. 밸김에 씩씩거리며 하는 일이 무던히도 진중해보였던지 그를 한동안 눈여겨보던 박서방이 말을 걸어왔다.

《그게 그때 리용구를 죽이러 갔다가 뺏은건가? 서흥주막에서 말일세.》

《그렇수다.》

박서방이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그래… 헌데 그놈을 총으로 쏠노릇이지 화살을 날릴건 뭔고… 지금이야 짐승잡이에두 활질하기 창피한 세월인데 큰 역적놈을 잡겠다면서 활을 들고나서다니. 원…》

지금껏 무삼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박고있던 전령감이 혀를 낄낄차며 뒤틀린 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대갈통이 돌아야지 그런 기특한 생각도 하는거야.》

무삼이가 붉으락푸르락했다.

《남의 머린 왜 흉질이시오. 아무러면 총을 괴춤에 찔러두구 활질을 했갔소. 누굴 뭐 팔삭둥이루 아시우?》

박주룡이가 그의 화승대를 가리키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 총은 뭔가? 작지도 않아서 두개씩이나 있구만.》

《이건 그때 활을 헛쏘구나서 날 잡겠다구 달려드는 놈들을 답새기구 빼앗았는데 손에 총을 잡았을 땐 이미 때가 늦었으니 총을 쏠 사이가 없었수다.》

그제야 깨도가 되는듯 머리를 끄덕이던 박주룡이 또다시 아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거면 이왕지사 신식피스톨을 떼올노릇이지 하필 화승대를 가지고 올건 뭔가.》

전령감이 또 맞장구를 치며 약을 올렸다.

《신식총이 어떤건지 알턱이 있대? 그저 잔뜩 겁을 먹었댔으니 손에 닿는걸 아무것이나 들고 뛰였겠지.》

무삼이가 불끈했다.

《젠장, 맹물먹고 이발부러질 소린 하지도 마우다. 내 주먹에 뻐드러진 놈들의 괴춤에 화승대밖에 매달린게 없으니 그랬지 신식총이 있는걸 놔두고 이따윌 골라온줄 아시우? 내 참…》

무삼이가 전령감과 박서방을 비롯한 의병들에게 몰리우자 저쪽에서 필석이가 깨고소하게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눈길과 마주친 무삼이는 입을 쩝 다시며 그들과 떨어진 곳으로 가버리고말았다.

더 마주 있었댔자 전령감이나 박서방의 입부리가 더 질적해질건 뻔했던것이다.

무삼이가 가버리자 말할 상대를 잃어버린 그들이 이번엔 신세타령으로 넘어갔다.

《제길, 이게 무슨 신세람… 왜놈들과 싸우는 의병이라는게 변변한 총 한자루 잡은것이 없으니 말일세.》

《그러게나 말이지요. 우리 조상들이 화약을 만들어내고 비격진천뢰를 만들어 꽝당꽝당 하늘땅을 울리며 거북선을 타고 달려나갈 때 눈알이 뒤집히던 왜놈들이 신식총을 들도록 나라님과 대감님들은 뭘하구 엎드려있었을가?》

《나라님은 간신들 장단에 춤을 추고 고관대작들은 가마타고 명산찾아가서 기생끼구 술놀이를 할래기 언제 총만들 생각을 했을라구.》

의병들이 그들의 말잡담에 하나둘 끼여들어 이야기판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무삼이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떨어져나와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방금 필석의 눈빛을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혔다.

자기는 항상 그를 생각해주느라 왼심을 쓰고있는데 도무지 속을 풀 생각을 않고있는 필석이가 어찌 보면 괘씸스러웠다.

이젠 마주앉아 속을 터놓아볼가?…

무삼이는 곧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안됐어. 내가 가문의 원쑤를 갚고 마주앉아야 떳떳하지. …

그러자니 그의 눈총을 이제 얼마나 더 받아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무삼이는 입을 다시며 한숨을 푸- 내쉬였다. 그러던 무삼은 갑자기 긴장해졌다.

그가 누워있는 풀밭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바위돌구르는 소리가 들렸던것이다.

무삼이가 총을 잡으며 벌떡 일어나 소리나는쪽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아래쪽을 주시하던 무삼이가 고함을 질렀다.

《왜놈들이다.》

이야기판에 둘러앉았던 의병들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그들의 눈길이 모두 너럭바위쪽의 김정환에게로 쏠렸다.

김정환은 너무도 뜻밖에 왜놈들이 앞쪽에서 나타나자 한순간 마음을 다잡을수가 없었다.

왜놈들이 어떻게 벌써 여기에 나타났는가. 왜놈들이 어떻게 그들의 앞쪽에서 나타났는가.

의병들이 여기서 쉬지 않고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갔다간 왜놈들의 매복에 들었을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김정환은 더 생각할새가 없었다.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던것이다.

김정환은 재빨리 지형을 판별하였다.

산정점으로 올라야 한다. 산정점으로 오르지 않고 뒤로 빠지다가는 돌이킬수 없는 참패를 당하게 된다. 산정점에 오르기만 하면 의병들은 구원될것이다.

김정환은 더 생각할새가 없이 의병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정수리로 오르라. 대오에서 떨어지지 말것. 무삼이는 나와 함께 후위를 막으라.》

《알겠소이다.》

총탄이 우박치듯 날아들었다.

김정환은 눈앞에 얼씬거리는 왜놈들을 향하여 총을 휘둘렀다. 왜놈 몇놈이 그의 총에 맞고 너부러졌다.

무삼이가 김정환과 조금 떨어져 간격을 유지하며 왜놈들을 향해 량손에 갈라잡은 화승총을 번갈아 휘둘러댔다.

산정점을 향하여 달리는 의병들에게 왜놈들이 맹사격을 들이댔다.

김정환과 무삼이는 의병들에게 총탄을 란사하는 왜놈들을 향해 필사적으로 명중사격을 퍼부으며 산우로 달렸다.

벌써 산중턱까지 이른 의병들속에서 누군가의 웨침소리가 울렸다.

《전필석이가… 필석이가 상했다. …》

무삼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김정환에게 되받아넘겼다.

《의병장님, 필석이가 부상이라고 합니다.》

김정환이 무삼에게 다급히 웨쳤다.

《빨리 필석이를 도우라. 빨리…》

무삼이가 필석이에게로 달음쳐갔다. 정수리를 차지한 의병들이 왜놈들을 향해 내리사격을 시작하였다.

왜놈들은 푹푹 꼬꾸라졌다.

왜놈들이 절반쯤 녹아났을 때 김정환이 대검을 쭉 빼들고 달려나갔다.

김정환의 뒤를 따라 의병들이 맹렬하게 돌격을 했다.

맨앞에서 달려오는 김정환을 맞받아 대여섯이나 되는 왜놈들이 총창을 내두르며 달라붙었다. 김정환의 대검이 윙윙 바람헤가르는 소리를 내며 몇고패 돌아가자 대여섯개의 왜놈대가리가 제각기 산비탈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내렸다.

김정환의 뒤를 따라 달려내려온 의병들의 육박전에 여기저기서 왜놈들의 비명소리들이 스산하게 울렸다.

왜놈들은 기절초풍하여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였다. 의병들은 왜놈들을 마지막 한놈까지 따라가며 모조리 족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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