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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 회


제7장 먹장구름이 밀려오다


7


사나이의 눈물은 천근만근의 무게를 담고있다.

김정환의 두눈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바로 그런 눈물이였다.

정말이지 그는 한정만이와 지남이를 잃은 슬픔으로 억장을 끓게 하는 절통한 심정이였다. 가슴이 온통 무딘 칼로 란도질을 당한듯 아팠다.

한정만이와 지남이가 잘못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새골로 달려온 김정환은 그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오열을 터뜨렸다.

의병들모두가 울었다.

그들을 새골 뒤산에 나란히 묻었다.

려은이가 이들의 묘소에 실신한듯 쓰러져 끝없이 울었다.

한정만과 지남이가 나란히 묻혀있는 묘소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김정환의 가슴은 텅 빈것만 같았다.

그들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그 무엇으로도 메꿀것 같지 못했다.

한정만의 죽음은 김정환의병대에 있어서 실로 큰 타격으로 되였다.

그가 있었기에 김정환은 왜놈들의 평산의병대 《토벌》작전에 배심있게 대처할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만큼 한정만은 김정환에게 있어서 큰 힘이였고 의지였던것이다.

지남이 역시 려은이와 더불어 김정환이 가장 아끼고싶었던 사람이였다.

지남이…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김정환은 득진이가 죽기 얼마전에야 비로소 지남이의 남다른 과거를 알게 되였으며 려은이를 위해 바치는 그의 성실한 진정을 알게 되였다.

려은이와 함께 창골에 들어가면서 어머니의 유물이여서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던 비녀와 가락지를 비롯한 귀중품전부를 팔아 득진이에게 신식총을 메워 의병대로 떠나보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저씨, 려은이에게 내가 누구라는걸 밝히지 않고 지내자니 어쩐지 두번다시 그에게 죄를 짓는것 같구만요. …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려은이는 죽어버리고말거요. 그래서 난 려은이를 위해 모든걸 다 바칠 결심을 내린거라우. … 내가 한 아녀자만을 위해 세상과 등진다고는 생각지 마시오. 왜놈들과 싸울 일이 생기면 절대로 외면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아저씨는 의병대에 들어가 내 몫까지 합쳐 왜놈들을 마음껏 족쳐주시오.》

지남이가 마음속으로 가책을 받으며 자기를 그토록 괴롭힌 려은이에게 진실을 터놓지 못한데 대하여 김정환은 사나이로서 공감하였다.

진실한 사랑은 아름다운 결과를 낳게 된다. 사랑의 진가는 결국 그 결과로 확증하는것이 아니겠는가. 그 시작이 어떻든 진실한 인간의 정이 깃들고 그 정을 위해 목숨도 바칠수 있다면 그건 참사랑으로 되는것이다. …

지남의 려은이에 대한 진정이 바로 그러했다.

진실한 정을 가슴에 간직했기에 그렇듯 서슴없이 심심산중에 들어와 한생 려은이의 의지가 되여주고 기쁨이 되여줄 깨끗한 마음을 가질수 있은것이 아니겠는가.

참되도다, 진실한 사나이의 정이여…

그의 깨끗하고 사심없는 려은이에 대한 사랑을 언제까지라도 지켜주고싶었다.

지남은 의병들을 위하여 자기를 바쳤다.

나라의 원쑤들을 족치기 위하여 그는 서슴없이 죽음의 길을 갔다.

한정만과 지남이의 의로운 죽음앞에 김정환은 오래도록 머리를 숙이고 서있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한정만과 지남이의 복수를 천백배로 하여 그들의 한을 기어이 풀어주겠다는 결심이 굳게 자리잡았다.

한식경이 흘러서야 묘소를 내려온 김정환은 려은이에게 지남이의 복수를 위해서도, 지남이가 남기고 간 새 생명을 위해서도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한정만이 거느리고있던 의병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빨리 그곳에 가서 의병들의 가슴속에 불을 달아 한정만과 지남이의 복수전을 준비해야 했던것이다.

한정만이가 이끌던 의병들이 있는 룡두산에 이른 김정환은 의병들에게 즉시 싸움준비를 갖추라는 령을 내렸다.

의병들이 싸움준비를 갖추는 동안 지휘처로 꾸려놓은 방에 들어서서도 김정환은 귀중한 두사람을 잃은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였다.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그냥 흘러내렸다. 누군가가 조용히 들어왔다.

김정환은 손바닥으로 눈굽을 문지르고나서 천천히 문가로 눈길을 돌렸다.

박주룡이가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소?》

김정환의 목소리는 아직도 갈려있었다.

《버들이에게 다녀왔소이다. 명재가 왜놈들에게 잡혀 무참한 고문을 당하고있다고 합니다. …》

김정환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명재가 왜놈들을 다시 끌어내기만 하면 어떻게 하나 구원해낼것이다.

하지만 그가 견디지 못하면 의병대는 또 한번의 고충을 겪어야 한다.

김정환은 어째서인지 명재를 믿고싶었다.

이제는 의병들을 이끌고 방괴산근처에 있는 삼태기골에 매복하여야 했다. 명재가 그곳으로 왜놈들을 끌어내면 한정만과 지남의 복수를 다소나마 하게 될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정환을 지켜보며 망설이던 박주룡이 나직이 말했다.

《저… 의병장님, 이건 버들이가 보낸 서신입니다. 한성에 대한 소식인데 그곳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김정환은 박주룡이가 내미는 서신을 받아 펼쳐들었다.

버들이가 보낸 서신을 읽어내려가던 김정환은 너무도 놀라운 소식에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안명근이가 왜놈들에게 잡히다니?…》

김정환은 급히 서신을 읽어내려갔다.

서신에는 안명근이가 평양에서 어떤 친일주구의 밀고로 일제경찰들에게 잡히게 된 소식과 함께 그로 하여 한성에서 벌어진 참담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혀져있었다.

일제는 날로 높아가는 조선인민의 반일기운을 말살할 목적밑에 애국지사들에 대한 탄압의 구실을 찾고있었다.

이러한 때 안명근의 체포는 일제에게 다시없을 적중한 구실을 만들수 있게 하여주었다.

일제는 안명근을 체포하자 그를 서북지방의 반일독립운동자들에 대한 탄압의 구실로 리용하기 위해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왜놈들은 안명근의 군자금모집활동을 총독 데라우찌에 대한 암살계획의 일환으로 꾸며놓고 이에 서북지방의 반일운동자들을 억지로 관련시켰다. 이어 데라우찌가 압록강철다리 준공식에 참가하기 위해 렬차려행을 하게 된 기회를 리용하여 이른바 데라우찌암살미수사건이란것을 조작하였다.

왜놈들은 자기들이 조작한 이 사건에 관련시켜 량기탁, 리승훈, 리동휘 등 600여명의 애국적인사들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이들가운데서 120여명을 경무총감부 류치장에 가두어놓고 야수적고문을 가한 후 105명을 기소하여 형을 들씌웠다.

이것이 력사에 이른바 105인사건으로 기록된 데라우찌암살미수사건의 대체적인 진상이다.

김정환은 서신을 몇번이고 읽었다.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간악한 왜놈들의 후안무치하고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이러한 술책으로 말미암아 민족이 또다시 겪게 되는 피비린 살륙만행을 생각하면 온몸의 피가 꺼꾸로 흐르는듯싶었다.

아직은 그 사건의 구체적인 진상을 알수 없었지만 김정환은 정세가 더욱 험악해지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왜놈들이 조선의 숨통을 완전히 누르려는 흉심이라는것만은 명백했던것이다.

김정환이 예견한대로 일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반일애국지사들을 닥치는대로 체포하고 모든 력량을 황해도지방의 평산의병대와 곡산의병대진압에 돌림으로써 반일기운을 완전히 없앨 흉심을 진척시키게 되였다. 이처럼 애국지사 안명근체포를 계기로 조작한 데라우찌암살미수사건으로 말미암아 나라의 마지막의병부대들의 운명에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였다. 정녕 한하늘을 이고 살수 없는것이 왜놈들인것이다.

김정환의 가슴속에는 원쑤 왜놈들에 대한 무서운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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