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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회


제10장 사슴페여 전하라


5


현에서는 장재촌유격구인민들을 모두 사방대로 이동시킬데 대한 과업을 떨구었다.

사방대는 연길현과 왕청현사이에 있는 산봉우리로서 해발 1 200메터나 되였다. 사방을 굽어볼수 있는 덕대라 해서 사방대라 이름지었는지도 모른다.

아침, 김기송동지와 한골짜기에서 지내던 인민들은 떠날 차비를 했다. 아동단원들도 그들과 함께 떠나게 되여있었다.

그러는데 손석일이 바삐 달려왔다.

《기송분단장, 중대장동지가 불러.》

기송동지는 초연에 얼굴이 그슬고 옷도 여기저기 찢긴 손석일과 함께 중대장이 들어있는 전호에 이르렀다.

김학철중대장은 한쪽팔을 붕대로 처매고있었다. 옷의 여러군데에 총알이 스치면서 솜을 피워올린 자리가 눈을 아프게 찔렀다. 그의 얼굴도 초연에 시꺼멓게 쩌들었으나 몸에서는 최대의 긴장감이 풍겼다.

그는 명령조로 말했다.

《기송이, 사슴페봉우리에 올라 적정을 살펴야겠어. 놈들이 그뒤로도 게바라오를수 있으니까. 지금 놈들은 사방으로 달려들어. 적정이 생기면 나팔을 불라구.

그러면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알았습니다!》

김기송동지는 금방 유격대원이 된듯 온몸에 힘을 주며 절도있게 대답했다. 기송동지는 지금 유격대원이 되여 싸움판에 뛰여든듯한 장쾌한 기분에 싸였다.

사슴페 뒤켠은 바위벼랑이다. 그래서 적들은 이제껏 거기로는 기여들지 못했지만 불의의 타격을 목적하며 바줄을 타고 게바라오를수도 있었다.

숨어지내던 골짜기에 이르니 인민들은 이미 떠났다. 아동단원들은 분단장을 기다리고있었다.

숨차게 거기까지 달려온 기송동지는 동무들에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길장쇠, 림태호, 박귀남동무는 나하고 함께 행동해야겠습니다. 길장쇠, 림태호동무는 마상대를 메고 총알을 있는대로 다 휴대하십시오. 그리고 작탄을 다섯개씩 휴대하시오!》

전투정황과 맡은 임무는 자연히 군대식으로 말하게 하는것이였다. 김기송동지도 신호나팔과 함께 작탄 5개를 허리에 찼다.

다른 아동단원들은 먼저 떠나간 근거지인민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사슴페는 장재촌의 서북쪽에 자리잡은 해발 900메터나 되는 높은 산이다. 나무가 우거지게 들어찼고 바람벽같지는 않지만 산세가 사나왔다.

길장쇠와 림태호, 박귀남은 기분이 뜨고 힘이 솟구쳤다. 분단장이 자기 셋을 믿고 함께 전투임무를 수행하는것이다.

아동단원들은 입에서 겨불내를 풍기며 사슴페봉우리에 올라섰다.

바람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사납게 불어쳤다.

온몸이 땀에 흠뻑 뜬 그들은 산봉우리에 올라서기 바쁘게 산밑을 온 정신을 모아 둘러살폈다.

사슴페의 중둥허리로는 산너머 5도구치기쪽으로 향한 산길이 우불구불 뻗었다.

그리로 비행기폭격을 피해 다른 골짜기에 숨어있던 근거지인민들이 걸어갔다. 거의 100명정도 될것 같았다.

그속에 방아간할아버지와 그 식구들, 부녀회장과 여러 부녀회원들의 가족들이 줄레줄레 줄을 지었다. 모두다 깊은 정으로 얽혀진 사람들이다.

1차집결장소는 산너머의 5도구치기이다. 사슴페에서는 그들이 넘어갈 산마루까지 보였다.

인민들은 사슴페의 산길을 돌아섰다. 그러나 5도구치기로 넘어가는 산마루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런데 인민들이 눈깊은 산길을 헤치는데 그 산아래켠에 30~40놈이나 되는 적병들이 나타났다. 놈들은 그 인민들을 해치려고 발볌발볌 기여오르고있었다.

아동단원들은 일시에 그놈들을 알아보았다. 인민들이 위험에 처한것이 대뜸 알렸다. 정황은 위급했다.

김기송동지는 급급히 말했다.

《내가 돌격나팔을 불테니 동무들은 작탄 한개씩 터치라구. 그래서 적들을 모두 이쪽으로 유인해야겠어.》

김기송동지는 바위등에 엎디여 얼굴만 내밀고 다급한 돌격나팔소리를 산이 쩡쩡 울리게 불었다. 그와 함께 세 동무는 작탄 한개씩을 내던졌다. 폭발소리가 산을 들었다놓았다.

김기송동지는 돌격나팔소리를 련거퍼 울렸다.

산밑의 적병들속에서 장교 한놈이 몸을 일으키더니 쌍안경으로 사슴페쪽을 살폈다. 유격대원들이 보일리 없었다. 모두 깊이 매복해있으리라 여겼을것이다.

돌격나팔소리는 계속 울렸다.

개털모자에 개털외투를 입고 군도를 찬 장교놈은 김기송동지의 나팔소리에 속아 졸병들을 모두 사슴페쪽으로 몰아댔다. 그러면서도 졸병 3~4놈은 인민들을 집요하게 뒤쫓아가게 했다.

김기송동지는 길장쇠와 림태호에게 성급히 말했다.

《인민들이 위험해. 동무들이 달려가서 놈들을 족칠수 없겠어?》

《예, 알았습니다!》

전투적분위기에 휩싸인 길장쇠와 림태호는 거의 동시에 힘있게 대답했다.

둘은 적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눈무지를 뚜지며 포복전진하였고 사슴페정점만 바라보는 적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노루처럼 껑충껑충 장달음을 놓았다.

적병들은 거의 인민들가까이에 다가들었다. 인민들은 아우성을 치고 헤덤벼치며 산길을 헤쳐나갔다.

적병들은 인민들에게 총을 쏘려고 사격자세를 취했다. 놈들은 옆으로 길장쇠와 림태호가 덮쳐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둘의 마상대사격과 뿌려던지는 작탄에 놈들은 피투성이 되여 너부러졌다.

둘은 적들의 기본대오에 들키지 않기 위해 멀리 에돌아 사슴페봉우리에 이르려고 들구뛰였다.

장교놈은 총탄과 작탄소리를 듣고 제 졸개들이 잘못되였다는것을 알아챘다. 마상대의 총소리와 작탄소리를 유격대의 기습으로 안 장교놈은 쌍안경으로 그쪽을 살폈다. 놈은 화들짝 놀랐다. 눈무지에 푹푹 빠지며 들구뛰는 두명의 아이가 쌍안경으로 보였던것이다.

장교놈은 아까부터 미심쩍게 생각하던터였다. 쌍안경으로 암만 살펴야 사슴페봉우리에서 사람들의 머리 하나 보이지 않았기때문이다.

장교놈은 나팔소리가 애들의 홀림수라고 단정했다.

장교놈은 사슴페봉우리에 게바라오르는 졸병놈들을 멈춰세웠다. 놈은 지금이라도 돌따서 늙은이들과 부녀자들을 족치는게 나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김기송동지는 나팔을 계속 불면서도 적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나팔소리를 믿지 않는게 완연히 알렸다. 놈들은 돌격까지 멈추었다. 인민들쪽으로 방향을 돌리려는것이 분명하였다.

김기송동지는 바위뒤에 나란히 숨은 박귀남에게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암만해도 내가 나서야겠어!》

《엉?!》

박귀남의 눈이 허공에서 허둥거렸다.

기송동지의 어조에선 예리한 칼날같이 선뜩선뜩한것이 느껴졌다.

《내가 나서면 놈들은 그새 속았다는걸 알게 돼. 그러면 분김에 나를 쏘려 할거야. 그사이면 인민들은 5도구치기로 넘어설수 있어. 어떻게든 인민들을 살려야 해.》

박귀남은 놀라움에 찬 소리를 질러댔다.

《형, 정신있어? 형은 김일성장군님의 전령병, 신호나팔수로 가야 하지 않아? 그런데 어디 나서겠다는거야?》

아동단에 와서 지내는 사이 분단장인 기송동지를 친형처럼 여기게 된 박귀남이였다.

기송동지는 입술을 사려물었다. 쏟아지는 말은 그대로 불이였다.

《나도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살았어. 그런데 장군님께서 하늘처럼 여기시는 인민들이 아니야? 저속에는 유격대가족도 많아. 피난온 늙은이들도 유격구를 돕는 일에 모든 힘을 바쳤어. 인민들은 나의 친부모, 친형제들이야.》

기송동지의 눈앞에 길장쇠를 살리려고 총탄 우박치는 골짜기로 서슴없이 뛰여내리던 김정숙동지의 모습이 안겨왔다. 불에 싸인 아들이 이젠 가망없는줄 알면서도 불속에 뛰여든 부모의 얘기와 인민들을 친혈육으로, 동무들을 친형제처럼 여겨야 한다고 하시던 김정숙동지의 말씀이 귀전을 울렸다.

박귀남은 목이 터져나가게 《형, 나서지 마!》 하고 소리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박귀남이 붙잡을새없이 바위앞에 나섰다. 온몸을 드러내고 서슴없이 나팔을 불었다.

쌍안경으로 김기송동지를 포착한 장교놈은 까무라칠 지경으로 놀랐다.

(아이쿠, 저 어린것한테 속았단 말인가!)

장교놈은 짐작은 했지만 정작 어린 소년에게 속았음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자 약이 바싹 올라 인민들을 쫓을 생각은 뒤전으로 밀어던지고 졸병들에게 명령했다.

《저애를 쏴제끼라. 저 조그마한것이 이제껏 우리를 속였다!》

적들은 일제히 김기송동지를 겨누고 총탄을 날렸다.

하늘이 총성에 발기발기 찢겼다. 총알이 휘파람소리를 내며 기송동지의 귀전을 스쳤다. 뒤바위벽에서 총탄이 연방 튕겼다.

김기송동지는 말그대로 어린 사자같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갈피를 잡을수 없게 들구뛰였다.

얼핏 바라보니 인민들은 아직도 고개를 넘지 못했다. 어떻게든 적들을 여기에 묶어두어야 했다. 그러자면 적들의 약을 바싹 올려야 했다.

기송동지는 날쌔게 바위뒤에 몸을 숨기고 더 요란스레 나팔을 불어댔다.

앙칼지게 한참 울리던 총성이 멎었다. 암만해야 바위뒤의 소년을 맞힐수 없어서였다.

이때를 노린 김기송동지는 바위뒤에서 다시 뛰쳐나와 비호처럼 이쪽저쪽으로 달렸다.

분기에 가슴이 터질것 같은 적들은 기송동지를 맞히려고 기를 쓰며 불줄기를 날렸다.

그러면 김기송동지는 또 바위뒤에 몸을 숨겼다.

그러기를 다섯번…

박귀남은 기송동지가 바위앞으로 처음 나설 때 함께 뛰쳐나가려 했다.

《명령! 나서지 말것!》

이렇게 부르짖는 기송동지의 눈에서는 불살이 확확 뿜어져나오는듯싶었다. 기송동지의 말을 무조건 좇던 귀남은 풀썩 주저앉으며 어깨를 세차게 떨었다.

태여나면서부터 더없이 눈물겹게 자란 박귀남! 기송동지는 그를 피를 나눈 친동생처럼 아꼈던것이다.

바위에 나서기를 여섯번째.

바위앞에서 달리던 김기송동지가 흠칫 몸을 떨며 가슴을 움켜잡았다.

《형!》

박귀남이 눈물을 동이로 쏟으며 바위앞으로 달려나와 쓰러진 김기송동지의 몸을 덮쳤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던 김기송동지가 눈을 무섭게 부릅떴다.

《명령을 안지켜? 죽자고 그래?》

그리고는 피가 솟구쳐 흘러내리는 몸으로 박귀남의 손목을 힘겹게 잡아끌며 바위뒤에 이르러서야 스르시 눈을 감았다.

김기송동지가 부는 나팔소리를 들은 김학철중대장은 대원들을 데리고 사슴페쪽으로 달렸다.

뒤로 덮쳐드는 불의의 타격에 갈팡거리던 적들은 무리죽음을 당했다.

김학철중대장이 쓰러진 김기송동지의 옆에 이르렀을 때에야 길장쇠와 림태호도 달려왔다.

김기송동지는 이미 숨진 뒤였다.

김학철중대장은 사나이울음을 터뜨리며 숨진 기송동지를 들어 품에 와락 부둥켜안았다.

《아, 기송아! 이렇게 죽다니?! 장군님께 뭐라 말씀올리겠니! 장군님께서는 그새 너를 잘 키우라고 당부하셨는데… 이런 청천벽력이라구야. 장군님께서도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니?》

길장쇠와 림태호, 박귀남이도 기송동지를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며 울음의 뚝을 터쳤다.

그리도 일욕심이 많던 분단장, 동무들을 친형제처럼 여기던 분단장, 그런데 오늘은 인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몸을 서슴없이 내댄것이다.

김학철중대장은 김기송동지를 고이 눈우에 눕히며 4명의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여기 전투는 언제 끝날지 알수 없소. 동무들이 들것을 만들어 기송이를 5도구치기까지 옮겨가야겠소.》

《알았습니다.》

김기송동지를 더없이 미덥게 여기던 유격대원들은 울음에 젖어 대답했다.

기송동지는 들것에 실려 산너머 5도구치기로 갔다. 길장쇠와 림태호, 박귀남이도 유격대원들의 손을 도와 들것을 들군 했다.

5도구치기의 좁은 골안은 사람들로 끓었다. 장재촌유격근거지인민들이 거기로 다 몰렸기때문이다.

그리로 김기송동지가 들것에 실려 다가왔다.

한 녀인이 그것을 띄여보고 새된 소리를 질렀다.

《기송이가 잘못되였어요, 기송이가!》

이 웨침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섬찍하게 베였다.

근거지인민들은 김기송동지를 더없이 사랑했다. 김일성장군님으로부터 장재촌아동단이 높은 평가를 받고 사랑의 붉은넥타이와 신호나팔을 선물로 받았다는것을 알자 기송동지를 하늘로 둥둥 떠올려주고싶으리만큼 자랑스레 여겼다.

그런데 그런 김기송동지가 두눈을 감고 조용히 들것에 누워있다.

늙은이며 아주머니, 아이들은 왁 들것으로 몰켰다.

들것은 앞으로 나갈수 없었다.

한 유격대원으로부터 김기송동지가 잘못되게 된 사연을 들은 인민들은 땅을 치며 통곡을 터쳤다.

더우기 김기송동지에 의해 구원된 100여명의 인민들은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적들의 추격을 받다가 갑자기 울리는 나팔소리에 총질이 멎는것을 느꼈다. 지금에야 그 나팔소리가 자기들을 살리려는 분단장 기송동지의 나팔소리임을 알았다.

아동단원들은 김기송동지가 실린 들것을 에워쌌다. 그들은 《분단장동무!》, 《분단장!》 하면서 몸을 와들와들 떨며 터지는 울음을 걷잡지 못했다.

기송동지와 함께 며칠 산속에 숨어있던 인민들도 자기 친동생이 잘못된듯 통곡을 터쳤다.

기송동지가 총탄속을 헤치며 이불이며 솜옷을 가져왔고 적들의 습격을 막아주었기에 등판의 추위도 막을수 있었고 여기까지 무사히 오게 된것이다.

방아간할아버지는 눈무지에 펄썩 주저앉으며 앙상한 가슴을 터지게 두드렸다.

《아, 하늘도 무심하다. 늙은 우리대신 앞날이 하늘끝에 닿은 금덩이를 앗아가다니! 야속하다! 절통하구나!》

김기송동지의 희생을 두고 온 유격구가 울음의 바다를 펼쳤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몸이 돌처럼 굳어져 선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셨다. 심장의 박동이 멎는듯싶었다. 눈앞이 칠칠야밤으로 번지셨다.

(아, 내 동생이 잘못되다니. 오늘 아침도 피끗 보지 않았던가.)

선물을 받아안은 날 저녁, 오누이는 오래간만에 산등성이에 나란히 붙어앉았다. 마음껏 오누이의 정을 나누고싶어서였다.

기송동지는 누나한테 장담했다.

《누나, 난 김일성장군님 곁에 가면 대오의 맨 앞장에 설테야.》

《그래야지. 우리 기송이가 어련할라구. 야, 이 누나두 김일성장군님의 부대에서 싸울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기송동지의 대답은 확신에 넘쳤다.

《누나는 얼마든지 그렇게 될수 있어. 그날은 꼭 와. 멋있구나! 우리 오누이가 김일성장군님 부대에서 함께 싸우게 될게 아니야?》

그러던 동생이 먼저 갔다.

(아!― 아버지도 가고 엄마도 가고… 기송아, 너까지 가면 나는 어떻게 하니?)

김정숙동지의 어깨에 세찬 격랑이 일었다.

들것은 해가 잘 드는 산밑의 아늑한 곳에 옮겨졌다.

땅이 깊숙이 반듯하게 파졌을 때 볼살만 씰룩거리며 눈물을 별반 보이지 않던 길장쇠가 사람들을 와락 헤치더니 그속에 뛰여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반듯이 누워 온몸이 찢기는 소리를 지르는것이였다.

《나를 분단장과 함께 묻어달라요. 기송동무 없이 나는 못살아요!》

어른들도 분단원들도 너무나 강한 충격에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참고참았던 울음을 동이로 쏟는 길장쇠의 애절한 목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을 마구 허비였다.

《기송이 없는 우리 분단이 뭐예요? 장군님께서 아시던 우리는 이제 뭘로 되겠어요?》

사람들의 흐느낌소리는 한껏 높아졌다.

김정숙동지께서 길장쇠를 일으켜세워주시였다.

길장쇠는 벌떡 일어나더니 김정숙동지의 품에 안겨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나, 나를 살려주었댔지요! 나는 잊지 않고있어요! 기송이도 살려줄수 없나요? 동생도 살려줘요!》

길장쇠는 줄줄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옷소매로 문대며 슬피 울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눈감고 누운 사랑하는 동생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시였다. 망막속에 뚜렷한 사진으로 간직하시려는듯싶으셨다.

그리고는 맨머리에 토끼털귀덮개를 한 동생의 짧은 머리칼을 오래도록 쓰다듬어주시였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동생의 얼굴에 번졌다.

그이께서는 피투성이 동생의 가슴을 헤쳐 유지에 싼 수첩크기의 물건을 꺼내시였다. 손석일이 가져다준 회령백살구의 꽃잎을 차곡차곡 유지에 싸 가슴에 간수했던것이다.

유지는 온통 피범벅이 되였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솜옷 안주머니에서 꼭같은 유지를 꺼내시였다. 그리고는 그 유지를 헤치고 피범벅이 된 동생의 가슴에서 꺼낸 유지를 정성을 기울여 함께 싸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자신의 흰 목도리를 푸시여 동생의 머리를 들고 꼼꼼히 감아주시였다.

그리고 동생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힘껏 껴안으시였다. 일생에 쏟을 눈물이 다 솟구치는듯싶었다.

동생이 알아들을수 없으련만 김정숙동지께서는 진한 울음속에 피가 솟구치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기송아, 사랑하는 내 동생아! 너는 짧게 살았지만 조선의 아들답게 살았다. 너의 한목숨으로 백여명의 인민들을 살리지 않았느냐. 사람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사는게 보람이야!

누나는 너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나도 너처럼 살려는 생각이 바위처럼 굳어진다.

너는 끝내 장군님 가까이로 가지 못했다. 내가 너를 대신해 기어이 장군님 가까이로 가련다.

나는 장군님을 뵙게 되면 김기송이 내 동생이라는걸 말씀올릴테다. 그리고 너의 몫까지, 너의 몫까지 합쳐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한목숨바칠테야. 두고보렴. 내 동생 기송아―》

세발의 조총이 얼음처럼 찬 대기를 쪼갰다.


× ×


지금 김기송회령고급중학교 교정에는 한손에 나팔을 억세게 틀어쥔 김기송동지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그리로는 온 나라의 청소년학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김기송동지는 오늘도 온 강산이 쩡쩡 울리게 나팔을 불며 이렇게 웨치는것만 같다.

《부글부글 끓는 심장을 지니라!

동무들은 우리의 희망이며 조국의 미래이다.

학습과 조직생활에서 맨 앞장에 서라!

조국과 인민을 위한 길의 맨 앞장에 서라!

그러면 동무들은 조국이 아는 참된 충신으로 자랄것이다.

나팔소리 맞추어 맨 앞장!

돌격! 돌격! 돌격! 맨 앞장!…》

항일무장투쟁의 자랑찬 소년영웅인 김기송동지는 하루도 변함없이 나팔을 불며 우리의 청소년학생들을 힘있게 앞으로만 떠밀어주고있다.

그 힘찬 나팔소리는 영원히 울려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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