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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회


제10장 사슴페여 전하라


4


1933년, 한해가 저물어가고있었다.

두만강연안유격근거지에 대한 《토벌》에서 쓰디쓴 참패만 거듭한 일제는 그 원인이 마치 숲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이라는 계절에 있은듯이 여기며 제2차 《동기작전》을 여름부터 미친듯이 준비했다.

8월에 이른바 간도문제해결을 위한 내각회의를 가졌고 군부우두머리들을 연방 만주에 파견하여 쑥덕공론을 벌렸다.

그해 초겨울에 이르러 유격구둘레에 몰킨 왜놈들의 병력수는 무려 1만 수천명에 이르렀다.

맨 처음 혁명의 사령부가 자리잡은 소왕청유격근거지에 대한 《토벌》에 5 000명의 무력을 들이밀었다.

적들은 비행기의 무차별폭격과 야전포의 포격으로 소왕청유격구마을과 수림 등을 몽땅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일성장군님의 천재적인 전술적방안에 의해 소왕청전투는 놈들의 비참한 참패로 끝났다.

놈들의 온 정신이 소왕청으로 쏠리고있는 사이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텅빈 왕청시가로 은밀히 들어가 경찰서를 들이치고 적기관들과 군수품창고, 군수품적치장에 불을 지르시였다. 장군님의 배후교란작전에 혼비백산한 적들은 요소요소에 매복하고있는 유격대의 무력에 사정없이 주어맞으면서 퇴각의 쓴술을 들이마실수밖에 없었다. 12월, 드디여 적들은 천여명의 병력으로 장재촌유격구에 대한 《토벌》에 달라붙었다.

여러대의 적기가 날아와 장재촌유격근거지를 샅샅이 폭격했다.

하늘땅을 찢어발기는 폭음속에 어떤 집들은 하늘높이 솟아올랐다가 산산이 흩어지고 어떤 집들은 한옆으로 잔뜩 기울어졌다.

처음으로 적기의 맹폭격에 맞다든 유격구인민들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산너머 깊은 골짜기에 피신했다.

그들은 홑옷바람이였다. 뜨뜻한 방에 앉아있다가 된봉변을 당하다보니 입은 옷채로 들구뛴것이다.

바람은 그닥 세지 않았으나 대기는 땅땅 언 얼음장이다.

칼날같은 추위가 내장까지 얼구었다.

아동단원들도 유격구인민들과 함께 산너머 깊은 골짜기에 넘어갔다.

눈은 허벅다리를 쳤다. 추위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비행기폭격에 놀란 유격구인민들, 늙은이와 아주머니, 애기들은 모두 엷은 옷차림이였다. 김기송동지도 추위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적탄이 아니라 이 추위에 근거지인민들과 아동단원들이 모두 잘못될것 같았다.

김기송동지는 이들을 살리는 임무를 자신이 졌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선물을 받은 다음 정신생활에서 큰 변화가 인 기송동지였다.

우리 분단을 그토록 높이 평가해주신 장군님, 나를 사령부의 전령병, 신호나팔수로 불러주겠다고 하신 장군님, 사랑의 신호나팔까지 안겨주신 김일성장군님!…

기송동지는 늘 흥분속에 살았다.

장군님께서 무척 가까이 느껴졌다. 하루에도 몇번씩 장군님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었다.

사랑의 신호나팔을 하루에도 몇번씩 경건한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다.

장군님께 더 큰 만족을 드리기 위해 한몸을 초불처럼 깡그리 태울 마음뿐인 기송동지였다.

기송동지는 장군님 가까이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야, 누가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로 정했을가? 한달이 하루로, 1년이 한달로 짧아졌으면 얼마나 좋을가!)

장군님의 뜻대로만 살며 싸우려는 기송동지였다.

김기송동지는 분단원들을 모두 모이게 했다. 그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얼어 추위에 몸을 떨고있었다.

기송동지는 추위에 이발이 떡떡 마주치는 목소리를 간신히 달래며 말했다.

《우리는 유격구인민들을 살려야 해. 그러자면 폭격맞은 마을에 가서 이불도 가져오고 솜옷도 가져오고 먹을것과 그릇도 다 꺼내와야 해. 어때, 할수 있겠어?》

분단원들은 추위에 입이 얼어 찬성의 표시를 얼굴에 드러냈다.

그들은 김일성장군님으로부터 사랑의 붉은넥타이를 받아안은 후부터 전혀 딴 아이들로 번졌다. 장군님께서 아시는 분단이라는 긍지가 아이들의 온몸을 불태우고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분단장을 적극 믿고 따르던 애들은 요즘에 와서 기송동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했다.

지금 유격대원들은 남산초, 중앙초, 솔바위초에서 방대한 무력과의 피어린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장재촌마을에도 총알이 간단없이 날아올뿐아니라 적들의 야전포가 쏘는 포탄파편이 계속 날아오고있었다.

그러니 죽음을 무릅쓰고 마을에 뛰여들어야 하는것이다. 아동단원들이 떠나는것을 보고 여러명의 아주머니들도 뒤따랐다.

총알이 아츠러운 소리를 내며 귀전을 스쳤다. 포탄파편이 옆에 날아와 푹푹 박히고 집들은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그속에서 이불이며 쌀자루, 그릇가지를 꺼내와야 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워 집가까이에도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집안으로 뛰여들었다.

이불을 꺼내자면 무너져내린 기둥발을 들어올려야 했다. 기송동지의 희생적인 대담성이 분단원들을 뛰쳐일어나게 했다. 아주머니들도 사생결단으로 달라붙었다.

녀인들은 쌀자루와 가마, 그릇가지를 끌어내는 일을 맡다싶이 했다.

총알과 포탄파편은 휙휙 소리까지 지르며 옆을 스쳤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를 비롯한 아동단원들은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동단원들과 아주머니들은 네차례나 불비속을 헤치며 수많은 이불들과 솜옷들, 식량과 그릇가지들을 산너머 골짜기로 옮겨갔다.

8도구전투가 있은 후 인민혁명정부에서 집집에, 아동단에 겨울을 뜨뜻이 날수 있게 많은 천과 솜을 나누어주었기에 날라야 할 물건들도 많았다.

두툼한 솜옷과 두터운 이불을 받아안은 유격구인민들은 하나같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들은 김기송동지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너는 어른 찜쪄먹겠구나.》

《남을 위해 태여난 아이같애. 속에 불덩이를 안았어.》

《장차 큰 인물이 되겠다. 큰 인물!》

승기가 난 기송동지는 동무들에게 말했다.

《우등불도 피우자. 그러되 연기가 나지 않는 마른 나무들만 모으잔 말이야.》

밤이 되자 추위는 갑절로 덮쳐들었다.

김기송동지는 말했다.

《우등불을 더 크게 피우자. 로인님들과 애기들이 추워하면 야단아니야. 아동단원들은 경계근무를 서야겠어.》

나무를 여러차례 해온 아동단원들은 날이 어둡자 조를 짜서 산등성이에 숨어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유격대원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맞붙기에 적들도 편성이 다 헝클어졌다. 유격대원들의 꼬리를 물고 돌다나니 적들도 토막쳐져 사방으로 헤매게 된것이다.

전투를 앞두고 혁명정부와 유격대에서는 아동단원들에게 작탄을 두알씩 나누어주었다.

경계근무를 서는 아동단원들은 마상대 2정과 매 개인이 가지고있는 작탄으로 적과 맞설 작정을 하고있었다.

김기송동지는 무어진 조에 관계없이 계속 언땅에 배를 붙이고 적정을 살폈다. 적들은 감히 장재촌마을에는 들어서지 못하고 그 앞벌에 수많은 천막을 치고 그속에서 잠을 잤다.

유격대의 끊임없는 야간기습에 놈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이틀후 밤 10시.

우리 유격대와 맞불질을 하다가 천막으로 돌아가던 여라문명의 적병이 발랑발랑 산등성이로 기여오르고있었다.

마침 달이 밝아 놈들의 움직임이 다 보였다.

김기송동지는 낮은 목소리로 경계근무를 서는 동무들에게 적들이 바싹 접근했을 때 작탄벼락을 안길것을 명령했다.

놈들은 아동단원들이 숨어있는줄 모르고 산등성이로 다가왔다.

이때 김기송동지가 작탄을 던지자 다른 분단원들도 놈들에게 작탄을 뿌렸다. 적들은 전멸당하고말았다.

깊은 골안의 우등불은 계속 타오르며 유격구인민들의 몸을 따뜻이 덥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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