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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10장 사슴페여 전하라


3


아이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업준비를 하려는데 곽찬수선생과 함께 김정숙동지께서 방에 들어서시였다.

곽선생이 말했다.

《오늘은 사정에 의해 수업을 못하겠습니다. 아동단책임자선생의 지시를 들으십시오.》

그리고는 서둘러 두개의 깡통을 교탁우에 올려놓았다.

김정숙동지께서 약간 흥분이 실린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새로 준 아동단복과 내의를 몽땅 빨래해드리겠습니다. 인차 갈아입으십시오. 그리고 방안청소와 운동장, 주변청소를 말끔히 해야겠습니다. 이자 들어오면서 보니 운동장에 풀이 돋은것도 보이더군요.》

그이께서는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게 밖으로 나가시였다.

곽선생은 들고온 한 깡통에 넙적붓을 담그더니 칠판에 먹칠을 새로 해나갔다.

아이들은 어리뻥뻥해졌다.

(무슨 일이야?)

아이들은 왁작 떠들며 옷을 갈아입었다.

곽선생은 이제껏 종이를 씌워 교탁으로 쓰던 무기소제용탁자에도 밤색라크칠을 깨끗이 해나갔다.

아이들의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조금 있더니 여라문명의 부녀회원들이 줄지어 들어와 애들이 벗은 옷가지들을 물함지에 담고 바삐 나갔다.

이 일을 분단장 김기송동지는 알고있었다. 어제 저녁 구공청에 불리워갔던것이다. 미리 말하지 말라는 당부도 들었다.

기송동지는 동무들을 모여앉히고 작업분공을 했다. 그러면서 단단히 그루를 박았다.

《호실청소조에서는 구름노전을 내다가 먼지 하나 없이 털고 바닥을 깨끗이 쓸어야겠습니다. 노전을 다시 편 다음 비누로 원색이 나올 때까지 하얗게 닦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천정의 거미줄도 깨끗이 털고…》

주변과 운동장에 대한 청소에서도 전에 없는 요구를 제기했다.

《박우물세면장만 해도 어지럽습니다. 지저분한것들이 널리고 풀도 돋아있거든요. 운동장도 잔돌 하나없이 깨끗이 비질하고 굽도리로 쌓아올린 돌담장도 다시 손질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맡은 곳에 가 깨끗이 청소하며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상하지 않아?》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풀수 없었다.

잇달아 혁명정부회장과 구공청비서가 나타나 청소정형을 돌아보고 깐깐히 놓친 구석을 꼬집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아동단병실을 떠날줄 모르시였다.

점심을 먹자 애들은 연길하에 나가 꼼꼼히 목욕을 했다. 비누도 푼푼히 돌았다.

병실에 돌아오니 방아간할아버지가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동네가 생겼을 때부터 애들의 머리를 맡아 리발해주고있었다.

나무손잡이가 달린 리발기로 그는 모든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유격구의 집집에서는 지짐판처럼 생겼으나 조금 작고 더 옴폭한 자루달린 불다리미에 등걸불을 담고 아동단원들의 말린 제복을 정성스레 다려나갔다.

다음날 아침.

아동단원들은 운동장에 2렬횡대로 섰다. 맨끝에 렴죽심이 섰다. 모두 미끈한 미남, 미녀같았다.

운동장으로 최춘도혁명정부회장, 김학철중대장, 민성기구공청비서, 곽찬수선생, 아동단군사교관 손석일 그리고 구공청 아동단책임자이신 김정숙동지께서 들어섰다. 그들은 여느때없이 옷차림을 단정히 했다.

그들이 애들의 앞에 마주서자 김정숙동지께서 사회를 하시였다.

《이제부터 김일성장군님께서 여기 장재촌아동단에 보내시는 선물을 전해주겠습니다. 먼저 민성기구공청비서동지가 말하겠습니다.》

애들은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뭐? 선물?…)

애들은 그다음부터 흥분을 가라앉힐수 없었다.

민성기구공청비서가 앞에 나서서 얘기했다.

《저는 이번에 사령부에서 진행되는 공청일군회의에 참가했습니다. 휴식시간에 장군님께서 저를 부르시였습니다. 그때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김학철중대장이 말하는걸 들어보니 장재촌아동단은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주놈을 처단하고 유격구의 한해 식량을 해결했고 적들의 전화선을 잘라 수많은 작탄을 만들게 했다지요? 그리고 8도구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군사훈련을 일과에 넣어 정상적으로 진행한다지요?〉

그래서 제가 본대로 사실이라고 말씀올렸습니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무척 만족해하시면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장재촌아동단은 단연 온 유격구아동단의 선두에 서있습니다. 나는 그 아동단에 붉은넥타이를 선물로 보내려고 합니다. 나를 대신해서 동무가 전해주십시오.〉》

앞에 선 일군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모든 아동단원들이 손바닥이 터지게 박수를 쳤다.

애들의 가슴은 기쁨으로 터질듯싶었다.

(야, 우리 아동단이 맨 앞장이란 말이지! 붉은넥타이! 장군님께서 보내주시는 붉은넥타이를 우리가 매게 된단 말이지!)

민성기구공청비서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장군님께서는 아동단분단장인 김기송동무에 대해 높은 평가를 주시였습니다.

쉽지 않은 아동단원이라고, 이제 나이차면 사령부에 데려다 나의 전령병, 신호나팔수의 임무를 수행하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김기송동무에게 신호나팔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야!》

아이들은 분단장이 받아안은 높은 평가와 그의 휘황한 장래, 사랑의 선물이 모두 자기들의 일인듯 기뻐하며 요란한 환성과 함께 박수소리를 더 높였다. 렴죽심은 콩당콩당 뛰기도 했다.

기송동지는 갑자기 꿈속에 든듯싶었다.

(뭐? 내가 사령부의 전령병?! 신호나팔수?!… 그리고 선물까지!…)

한껏 달아오른 심장이 밖으로 튀여나올것만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고개를 수굿하고 뜨거운 눈물속에 휩싸이시였다.

(기송아! 내 동생아! 너는 정말 용타. 너는 김일성장군님께서 아시는 소년이 됐구나!

아버지, 엄마, 이 일을 아시나요? 오빠, 어디에 있나요? 이 기쁜 일을 아나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이 일을 온 세상 사람들이 알게 소리쳐 자랑하고싶으시였다.

하늘처럼 우러러받드는 김일성장군님!

나는 언제면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뵐수 있을가?

그이께서는 구공청 아동단책임자로서 현공청에서 가지는 회의나 강습에 자주 다니시였다.

그럴 때면 언제면 사령부에서 그런 모임이 있게 될가? 그러면 김일성장군님을 먼발치에서라도 뵐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시였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유격구의 아동단들중에서 제일 일이 잘되는 아동단, 동생의 분단이 이런 높은 평가를 받았으니 거기에 구공청 아동단책임자인 나의 노력도 다소 슴배여있는것이 아닐가?

드디여 아동단원들에게 붉은넥타이가 매여졌다.

일군들과 함께 아동단학교 교원 곽찬수, 군사교관인 손석일도 붉은넥타이를 나누어들고 애들의 목에 매여주었다. 자기 일의 보람에 가슴이 뿌듯이 차오른 곽찬수와 손석일은 대견한듯 애들의 어깨도 정깊이 다독여주었다. 애들의 가슴마다에는 빨간꽃이 활짝 핀것 같았다.

맨 나중에 민성기구공청비서는 김기송동지에게 지함에 든 신호나팔을 전해주었다.

기송동지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받아안은 지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동단병실에 들어앉은 기송동지의 둘레에 일군들과 애들이 겹겹으로 둘러쌌다.

지함안에는 두툼한 주름판지를 빙 둘러끼웠다. 나팔에 미칠 충격을 막으려는것이였다.

나팔은 무척 얇은 하얀 종이에 싸여있었다. 종이를 벗기자 강한 금빛광채가 사람들의 눈을 찔렀다.

《히야!―》

아이들은 탄성을 터쳤다.

번쩍번쩍 윤기넘치는 나팔의 손잡이에 빨간 비로도천을 둘러감았다. 두줄의 눈부신 금술이 주렁주렁 드리웠다.

일군들은 나팔을 들여다보며 기쁨을 이기지 못해했다. 아이들은 제가 먼저 만져보겠다고 싱갱이질을 했다.

최춘도회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분단장, 한번 불어봐야지.》

다른 일군들도 곁달았다.

《선물나팔소리를 한번 듣고가야지.》

《기송이, 본때를 보이라구.》

아이들도 한번 불어보라고 독촉이 성화같았다.

기송동지는 빙그레 웃었다. 당장 나팔을 불어보고싶었다.

문득 김기송동지는 민성기구공청비서에게 물었다.

《비서동지, 장군님 계시는 방향이 어느쪽입니까?》

나팔의 첫 소리를 장군님을 향해 울리고싶었던것이다.

최춘도회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생각이 아주 좋아. 그래야지!》

모두들 병실밖으로 나왔다.

민성기구공청비서가 손을 뻗쳐 장군님께서 계시는 방향을 대주었다.

기송동지는 그쪽을 향해 섰다. 자세를 정히 가지고 숨을 깊이 들이쉬였다.

여느 나팔을 다루던 때처럼 입이 나팔에 선뜻 가지 않았다.

(어느 곡을 불가? 그렇지, 《아리랑》!)

기송동지는 《아리랑》을 무척 사랑했다. 그 곡을 부느라면 민족의 얼이 가슴 밑굽에 슴배여드는듯싶었다. 그리고 나라잃고 헤매는 우리 민족의 처량한 모습이 눈앞에 어려왔다.

기송동지는 나팔에 입을 가져갔다. 배에 힘을 주며 첫음을 뗐다.

감정의 굴곡을 타며 맑은 음색의 나팔소리는 저 멀리로 울려퍼졌다.

기송동지는 마음속으로 장군님께 아뢰였다.

(장군님, 저는 민족의 아들답게 언제나 맨 앞장에 서서 싸우겠습니다!)

신호나팔소리에 실린 《아리랑》은 유격구의 마을을 거쳐 왕청쪽으로 깊은 감정을 타고 울리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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