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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회


제10장 사슴페여 전하라


1


김기송동지의 분단에서는 물고기잡이차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먼저 낚시줄로 쓰게 삼껍질을 벗겨 축축히 물기를 준 다음 갈기갈기 찢어 가늘게 꼬아야 했다. 길이는 자기의 두팔을 쭉 펴서 손끝에 닿을만큼 꼬아야 했다.

렴죽심은 김기송동지의 지시를 받고 병기창으로 낚시를 만들려 바삐 올라갔다.

렴죽심은 아버지보고 손낚시를 남자분단원들이 다 쓰게 만들어달라고했다.

《아동단이 만들어달라면야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줘야지.》

아버지는 무척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동단이 전화선을 끊어왔기에 작탄을 계속 생산하게 되였다.

병두라는 고수머리청년이 그 낚시들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가는 쇠줄을 상점에서 파는 낚시모양대로 휘고 민지도 얼마나 날카롭게 다스리는지 몰랐다. 낚시끝에 낚시줄을 걸게 동그랗게 구멍도 내주었다. 낚시줄이 상점에서 파는것처럼 가늘지 못하기때문에 낚시줄을 끼우고 비끄러매라고 그렇게 하는것이였다.

병두는 30개나 되게 만든 낚시를 깡통에 담고 펄펄 불길이 이는 불덕속에 넣었다. 얼마 안되여 깡통속의 낚시들은 새빨갛다못해 하얀빛을 뿜었다. 그때 병두는 집게로 깡통을 집어 찬물속에 잠그었다. 낚시들은 치직― 소리를 내며 김을 뿜어올렸다.

보통쇠로 만든 낚시들이 강쇠로 변해버린것이다.

아동단으로 돌아오는 렴죽심은 산새처럼 나는듯싶었다.

남자분단원들은 물푸레나무의 조금 굵은 가지를 꺾어 자기의 겨드랑이에 오리만큼 잘랐다. 그리고는 밑둥을 칼로 홈파고 낚시줄을 든든히 비끄러매였다. 낚시가 달린데서 한뽐쯤 들어와 낚시봉대신으로 돌멩이를 달아매였다.

그리고는 저마끔 제가 쓸 지렁이를 잡느라고 축축한 땅을 파헤치며 법석댔다.

그들이 이렇게 연길하의 물고기를 잡으려는데는 까닭이 있었다.

곽찬수선생이 8도구시가습격전투때 아래다리에 총알을 맞았다. 다행히 뼈는 상하지 않았다. 곁에 군의선생이 가있었기에 구급처치를 받았다. 그리고 전리품을 날라오는 달구지에 누워 근거지까지 들어왔었다.

그의 전투공로는 온 유격구를 들었다놓았다. 그가 함화공작을 감동적으로 했기에 위만군의 한 병사가 자기 중대장을 쏘고 문을 열어주었던것이다.

그러니 위만군과의 전투에서 곽찬수선생은 제일 큰 공을 세웠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분단원들은 그 말을 듣고 흥분을 누르지 못해했었다.

그때 김기송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곽선생한테 병문안을 가야 하지 않아?》

《가자요!》

《가자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왁작 끓어번졌다.

그래서 김기송동지는 특식이라 할수 있는 연길하의 물고기를 잡아 가져가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이들은 모두 대찬성이였다.

연길하의 물살은 무척 세다. 강 한가운데는 아이들의 목을 치고 조금 가녁으로는 아이들의 가슴노리를 쳤다.

연길하에는 물고기가 많았다.

행베리, 뚝중개, 누치, 야레, 열묵어…

남자아이들은 제 키에 알맞게 강에 들어가서 두발사이에 막대기끝을 꽂고 낚시줄이 발등을 타고넘어 아래로 흐르게 했다.

물살이 센 강에서 사는 물고기들이여서 그런지 무척 사납다.

물고기들은 강에 들어선 아이들의 발등이며 다리를 쿡쿡 쫏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바쁜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닥 아픈것은 아니였다.

먹이를 본 물고기는 낚시를 덥석 문다. 그러면 발등을 타고넘은 낚시줄이 팽팽히 켕긴다.

이때 막대기를 훌쩍 들면 꼬리를 치며 요동치는 물고기를 잡게 되는것이다.

남자아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석유초롱에 물을 담고 기다리고있는 처녀분단원들에게 던져주군 했다.

그러면 처녀애들은 기쁨에 넘쳐 소리치며 모래불에서 풀떡풀떡 뒤채는 물고기를 잡아 석유초롱속에 집어넣었다.

련거퍼 잡힌 물고기가 처녀애들이 서있는 모래불에 던져지군 했다. 처녀애들은 미처 물고기를 붙들지 못해 쩔쩔맸다.

아이들속에서도 길장쇠가 제일 큰 물고기를 연방 모래불에 던지군 했다.

처녀애들은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야, 장쇠동무가 1등낚시군이군요.》

《물고기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러 온단 말이야.》

이렇게 우스개로 대답하는 길장쇠의 기분은 무척 떴다.

그는 수비대놈들과의 전투에서 한놈의 적도 잡지 못했다. 비발치는 총탄에 겁을 먹었던것이다.

길장쇠가 아동단병실에 돌아왔을 때 동무들은 그를 둘러싸고 저마끔 물어댔다.

《적을 몇놈이나 잡았니?》

《여섯놈이야 잡았겠지?》

길장쇠는 얼굴이 벌개서 대답을 못했다.

이때 김기송동지가 길장쇠를 편들어주었다. 유격대소대장한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던것이다.

《여, 어른들도 첫 전투에선 꼼짝을 못한단 말이야. 그러나 장쇠는 용감하게 총을 계속 쐈단 말이야.》

《그럼 서너놈은 잡았겠구나.》

김기송동지의 말을 듣고 제나름으로 판단해보는것이였다.

길장쇠는 분단장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저런 분단장을 지금껏 찌글사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김기송동지는 말을 이었다.

《전사는 두번째 전투부터 봐야 돼. 이제 보지? 장쇠동무가 얼마나 소문을 내는가?》

길장쇠는 눈물이 찔끔 솟구쳐오름을 느꼈다. 그러지 않아도 다음번전투에 참가하게 되면 본때를 보이리라 강심을 먹고있는 길장쇠였다. 그는 기송동지가 서있는 강가까이로 다가가 《분단장 고마워!》 하고 인사말이라도 건네고싶었다.

한시간쯤 물고기잡이를 하고나니 세개의 초롱에 물고기가 그득 찼다. 우에 떠있는 물고기가 자꾸 뛰쳐나와 처녀애들은 그걸 잡느라 이리저리 뛰였다.

동무들중에서도 물고기를 그중 많이 잡은 기송동지는 막대기낚시대를 들고 물녘으로 나오며 분단원들이 모두 듣게 목소리를 높였다.

《전투를 하면 부상자가 생기기마련이거든. 지금 병원에는 곽선생만아니라 여느 부상자들도 누워있어. 우리 오후에 물고기잡이를 한번 더해서 전체 부상자들에게 대접하는게 어때?》

《야, 좋구나!》

《그렇게 하자요!》

《야, 우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가?》

동무들은 물속에 들어가 몸이 어지간히 얼었으나 오후에 다시한번 물고기잡이를 하자고 하나같이 나서는것이였다.

그리하여 김기송동지를 비롯한 아동단원들은 여섯개의 초롱에 물고기를 그득 채우고 저녁차비전에 병원에 들어섰다.


유격대병원 입원실문을 연 김기송동지는 놀랐다.

좁은 방안에 머리, 가슴, 다리에 붕대를 감은 부상자들이 그득히 누워있는것이다.

(이렇게 많이 부상당했나?)

하긴 온 8도구의 무력을 들장내는 치렬한 전투였으니 이만한 부상자는 나오기마련이다.

아픔을 이기지 못해 신음소리를 내는 환자들도 있었다.

기송동지는 곽찬수선생이 어디에 누워있는지 알수 없었다.

그러는데 몸이 호리호리한 식모가 기송동지의 곁에 서서 환자들에게 큰소리로 알리였다.

《이런 기특한 일이 어데 있겠어요? 글쎄 아동단에서 물고기를 여섯초롱이나 잡아가지고 왔어요.》

그 말에 기송동지에게 반가운 표정을 짓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계속 신음소리를 내는 환자들도 있었다.

곽선생이 한구석에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기송동지는 선생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일수 있었다.

곽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짝다리를 짚고 환자들의 발을 밟을가봐 조심하며 입원실밖으로 나왔다.

병원마당에는 분단원전원이 몰켜서있었다.

곽선생이 짝다리를 짚고 토방에 나서자 애들은 일시에 반가운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어떤 애들은 눈물이 그렁해졌다. 곽선생의 얼굴빛이 창백해진듯싶었다.

자기를 찾아온 아동단원들을 본 곽찬수선생은 목젖너머로 뜨거운것이 치받쳐올랐다.

(아, 모두 찾아왔구나!)

자기가 아이들을 위해 바친 노력의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곽찬수선생이였다.

아이들은 마당에 들어선 곽선생을 빙 둘러싸고 울먹해서 저마끔 물었다.

《어떻습니까?》

《많이 상하셨습니까?》

곽선생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했다.

《천행이야. 머리나 심장을 맞았다면 어쩔번 했나? 다리를 맞으면서도 뼈는 상하지 않았거든. 내가 제일 경환자라 할수 있어.》

《야!》

아이들은 기쁨에 넘친 탄성을 터쳤다.

곽선생은 짝다리를 내짚으며 맨앞에서 병원옆으로 향했다. 애들이 거들어주려 하자 머리를 저었다.

《일없어. 신경이 조금 켕겨 그렇지.》

그는 혼자 몸으로 언덕진 곳의 나무그늘밑에 올라가앉았다. 뜨거운 정을 안고 찾아온 아동단원들과 얘기라도 나누고싶었던것이다.

애들은 그의 앞에 촘촘히 앉았다.

《너희들이 정말 고맙다. 물고기를 그렇게 많이 잡아오다니! 이젠 물이 찰텐데.》

길장쇠가 호기있게 대꾸했다.

《조금도 차지 않았습니다. 애와 장독은 얼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아이들도 밝은 웃음으로 길장쇠의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

곽찬수선생은 중학교를 다니면서 일생을 후대들을 위해 바치겠노라고 결심한 일이 얼마나 잘했는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마쳐오기도 했다.

곽선생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이 이번 8도구전투에서 큰몫을 맡았다. 홍달수놈을 잡았기에 반일부대와의 관계를 쉽게 풀지 않았니? 그리고 비둘기통신이 놈들을 속게 만들었거든.》

애들의 얼굴에는 긍지가 넘쳤다. 곽선생에게는 큰일을 한 기송동지를 따로 칭찬하고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란희는 맨 뒤켠에 앉아 웬일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있었다. 병원에 누워있는 부상자들을 보느라니 아버지생각이 명치끝을 알알하게 찔렀던것이다.

곽선생은 그 눈치를 채고 늘 사랑스럽게 여기는 란희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여 분위기를 돋굴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서 곽선생은 맨뒤에 앉아있는 현란희를 향해 말을 건넸다.

《란희, 요전번 반일부대에 가서 노래를 잘 불러 반일부대병사들이 몽땅 뛰쳐나와 춤을 추게 했다지? 모처럼 이렇게 모였는데 나는 란희의 노래를 듣고싶구만.》

한참 아무 대꾸도 하지 않던 란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성이 밝은 그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생글생글 웃음을 지었다.

란희는 곽선생에게 어리광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무슨 노래를 부르랍니까?》

《아무 노래나 좋지.》

동무들은 란희가 또 우습강스러운 노래를 부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딴 색갈의 노래이다.

란희는 발꿈치를 살짝살짝 들며 이런 노래를 불렀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새 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욕심쟁이 없는 나라

우리 나라 좋은 나라

… …


아이들은 요란스레 박수를 쳐댔다. 늘 들어오는 노래지만 퍽 마음에 들기때문이다.

김기송동지는 신호나팔을 가져오지 않은것이 후회되였다. 그러면 이 분위기를 돋굴수 있을걸…

곽선생은 자기를 찾아온 아동단원들에게 무엇으론가 인사를 갖추고싶었다. 그래서 빙그레 웃으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내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지?》

《야, 좋구나!》

아이들이 웅성웅성 끓었다.

《나는 다리를 상했으니 앉아서 노래를 부를테다.》

《좋습니다!》

《빨리 부르십시오.》

분위기는 활짝 밝아졌다.

곽찬수선생은 자기가 개량사숙에 부임되여와 창가시간에 배워준 첫 노래를 부르고싶었다. 그때부터 후대들을 위한 첫걸음이 떼여졌기때문이다.

그는 노래를 조용하나 짙은 정서를 담아 불렀다.


피도 조선 뼈도 조선

이 피 이 뼈는

살아도 죽어도 내것이로다

에야데야 우리는 조선의 아들

어깨겯고 앞으로 달려나가자


이 노래의 감정에 잠겨든 아이들은 2절부터 따라불렀다.

노래가 끝났을 때 길장쇠가 벌떡 일어섰다.

노래에 절벽인 그가 일어서자 아이들은 눈살부터 찌프렸다.

길장쇠는 푸접좋게 바지춤을 몇번 추슬려올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겠습니다.》

《야!》

애들은 기대에 넘친 눈길을 그애에게 보냈다. 호랑이로부터 시작해서 곰, 노루, 여우, 사슴 등 여러 짐승과 각종 새들의 울음소리를 얼마나 방불히 흉내내는지 애들은 배를 그러안고 웃어댔다.

기송동지도 감탄했다.

(좌우간 동물세계는 휑하니 뀄어!)

그러자 길장쇠를 며칠전에 만났던 일이 생각키웠다.

기송동지는 길장쇠의 집안래력을 깊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애네는 길청령의 막바지에서 외따로 숨어서 살았고 아버지는 한번도 장마당에 나간 일이 없다고 했다. 무슨 곡절이 있었다.

그래서 물었더니 길장쇠의 대답은 엄청난것이였다. 이 사실을 동무들이 다 알게 하고싶었다.

김기송동지는 벙긋 웃으며 곽찬수선생에게 청했다.

《선생님, 길장쇠동무한테서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집안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거 좋구만. 장쇠, 할아버지가 지금 계시나?》

《없어요.》

길장쇠는 대바람 시무룩해졌다.

《언제 돌아가셨게?》

장쇠는 한참 바재이다가 대꾸했다.

《오래전에 목매달고 돌아가셨대요.》

《엉?》

곽선생도 아이들도 놀랐다. 모두의 눈길이 장쇠에게 더욱 바투 모아졌다.

《왜 목을 매였다나?》

곽선생의 담담한 물음에 길장쇠는 오래동안 대답이 없다가 울먹해서 물었다.

《선생님, 일본놈들이 기여들자 땅을 조사했나요?》

《그래. 1912년인가 〈토지조사령〉이란걸 발표하고 숱한 땅을 제것으로 만들고는 나쁘고 여기저기 널린 땅들은 지주놈들에게 팔아넘겼지.》

길장쇠의 눈에는 눈물이 핑 어렸다. 그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었다.

《그때 일본놈들은 무슨 문서라는걸 내라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네는 산골에서 살았고 글도 몰랐대요. 그러니 문서를 내지 못했지요 뭐. 그랬더니 가까운 곳의 지주놈이 찾아와 이제부터 이 집 땅은 내 땅이 됐다고 하더래요.》

《그랬을게다. 그때 문서라는게 무척 까다로웠거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무지 써낼수 없었고 읍에 가 대서방신세를 져야 하는데 그것도 몰랐지. 그러니 왜놈들은 〈소유지불명〉이라는 딱지를 붙여 숱한 농사군들의 땅을 빼앗았지.》

길장쇠는 눈물에 젖은채 말을 이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너무 분해 경찰서에 가서 해댔대요. 그랬더니 거꾸로 매달고 매질을 해대고 닷새나 류치장에 가두고 콩밥을 먹이더래요. 분한 마음을 이길수 없어 할아버지는 집으로 오다가 나무에 목을 매고 돌아가셨대요.》

길장쇠는 손등으로 눈물을 찍었다.

동무들도 길장쇠에 대한 깊은 동정에 싸였다.

길장쇠는 말을 이었다.

《그때 우리 아버지는 거차라는 역에서 기차에 물을 넣어주는 일을 했대요.》

《옳다. 거차역은 양덕땅에 속하는데 제일 올리받이가 심한 곳이지. 왜놈들은 1905년에 벌써 서울과 부산사이에 철길을 놓았고 1910년대에는 경원선이라고 서울과 원산사이에 철길을 놓았어. 그런데 너의 아버지가 일했다는 거차역은 올리받이가 제일 심해 기차들은 거길 오르기를 제일 힘들어했지. 그러니 거기에서 물을 넣고 석탄도 더 받군 했어.》

《아버지는 깊은 밤중에 왜놈들이 탄 방통이 맨뒤에 두개 달린걸 알고 그걸 떼여놓았대요.》

곽선생이 또 설명을 보태였다.

《렬차는 방통끼리 련결기로 물려있다. 그런데 방통끼리 련결해놓은 풀기지레대를 젖혀놓으면 방통이 서로 갈라지지.》

이제는 길장쇠가 자랑에 넘쳐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일본놈들이 탄 방통 두개를 떼여놓자 뒤걸음치기 시작하더니 내리받이에서 바람타고 비행기처럼 날았대요. 양덕역에 서있는 휘발유방통을 들이받아 온 양덕거리가 불바다로 될번 했대요. 그래서 그길로 어머니를 데리고 아버지는 도망쳤지요.》

곽찬수선생의 어조에는 흥분이 실렸다.

《그때로서는 그게 큰 사건이다. 두 방통의 일본놈들이 다 죽고 휘발유방통까지 하늘로 날려보냈으니 그게 보통사건이냐? 일본놈들은 너의 아버지를 잡으라고 모든 경찰서에 사진을 띄웠을게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제일 높은 산발을 타며 길청령골짜기에 이르렀지요. 그리고는 누구도 만나려고 하지 않았어요.》

곽찬수선생이 또 꼬리를 달았다.

《너의 아버지는 장마당 한번 가보지 못했을게다. 그때 30만의 조선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여기로 들어왔거든. 그중에는 너의 아버지얼굴을 알 사람도 끼여있을수 있었다. 그들이 말을 퍼뜨리면 너의 아버지는 당장 연길이나 룡정령사관에 끌려갈수 있어. 거기 경찰사법부라는데 칼찬 놈들이 득실거렸거든. 너의 아버지는 왜놈들에게 잡히면 총살이나 무기징역이야.

어때? 너의 아버지가 장마당에 간 일이 있니?》

《없어요. 형들만 다녔지.…》

《봐라. 너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20년세월 산속에 숨어살았단 말이야. 그러니 얼마나 외롭고 고독했겠니?》

아이들은 길장쇠를 (야, 장쇠 아버지 대단하구나.) 하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곽찬수선생의 얘기는 전혀 딴곬으로 흘렀다.

《장쇠, 너의 할아버지는 일본놈들때문에 돌아가셨다. 그 복수를 하느라고 아버지는 왜놈들이 탄 방통을 뒤집어엎고 20년세월 갇혀살다싶이 했다. 그런데 원쑤는 식구 여섯을 죽인 왜놈뿐이란 말이냐? 생각이 너무 짧아. 너의 집 원쑤는 몇놈의 왜놈들이 아니야. 생각을 넓게 가져야지.》

길장쇠는 머리가 천천히 수그러졌다.

기송동지도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숙였다.

(나는 왜 이런 내막을 미리 알아보려 하지 못했을가? 그랬다면 장쇠를 일찌기 옳바른 길에 들어서게 했을걸…)

기송동지는 며칠전에야 이런 사연을 알아보게 된 자신을 깊이 뉘우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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