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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회


제9장 8도구의 총성


5


점심식사후 한시간쯤 되였을 때에 아동단병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손석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분단장, 빨리 가자구. 중대부에서 불러.》

《왜요?》

《글쎄 가보면 알아.》

그들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둘사이가 친형제같이 가까와졌다.

손석일의 뒤를 따라 중대부에 들어서던 김기송동지는 주춤 멈춰서게 되였다.

방안에 우리 유격대와 왕탁규부대의 지휘관들이 다 모여있기때문이였다.

책상앞에는 김학철중대장이 가운데 앉고 최춘도혁명정부회장과 왕탁규두령이 량옆에 앉았다.

이번 8도구습격전투의 총지휘는 김학철중대장이 맡은것이다.

량켠 바람벽을 등지고 통나무를 절반 쪼개여 대패질을 한 긴 의자에 량켠의 지휘관들이 갈라앉아있었다.

왕탁규는 두령이라 불리우지만 련장(중대장)이다. 그의 옆 긴 의자에 반일부대 부련장(부중대장)과 패장(소대장)들이 앉았다.

맞은켠 의자에는 우리측의 부중대장과 소대장들이 앉았다. 소대장들이 자리를 조여주어 손석일이 먼저 앉고 김기송동지가 뒤따라 앉았다.

김기송동지는 의자끝에 간신히 붙어앉아 엄엄한 분위기에 긴장을 느꼈다. 이런 큰 모임에는 처음 참가하는것이였다.

턱뼈가 두드러진 김학철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뗐다.

《왕두령님과 이미 합의를 본대로 우리 유격대가 수비대와 경찰분서를 맡고 반일부대측에서는 위만군중대와 〈자위단〉을 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작전상 제기되는 문제를 몇마디 강조했다.

김학철중대장은 빙그레 웃으며 김기송동지에게 눈길을 보냈다.

《이번 전투에 아동단도 참가시키겠습니다. 8도구거리에 삐라를 붙이고 격문을 뿌리며 스즈끼병원의 치료기구와 약품들을 몽땅 걷어와야 하겠습니다.》

김기송동지는 벌떡 일어나 《야!》 하고 환성이라도 지르고싶었다.

그런 일은 넉근히 할수 있었다. 전투임무가 어딘지 가벼운것 같은감도 들었다. 그러나 인츰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동단을 전투에 참가시킨다는것부터가 큰 믿음이였다.

김학철중대장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김기송분단장은 손석일전령병과 함께 나의 명령을 받으면서 나팔수임무를 수행해야겠어. 할수 있겠나?》

김기송동지는 벌떡 일어서며 대답했다.

《예, 하겠습니다.》

기쁨에 온몸이 들썩들썩 들리는듯싶었다.

(야, 나팔수! 멋있구나!

손석일형과 나의 돌격나팔신호에 따라 전투는 시작되겠지? 우리의 승리로 끝났을 때 또 철수나팔도 불어야 할게구.)

왕탁규부대에도 나팔수가 있었다. 그러나 곡이 다르고 김학철중대장의 총지휘를 받는것만큼 김기송동지는 손석일이와 함께 나팔을 불게 된것이다.

기송동지는 아동단병실까지 나는듯이 달려가 문을 벌컥 열고 기쁜 소식을 알리였다. 분단원들이 지르는 환성에 집이 무너질것만 같았다.

아동단원들은 김기송동지의 지시에 따라 곤봉에 전화선절단전투후 아동단에 조금 남겨두었던 철선을 짤라 돌아가며 박았다. 곤봉은 대번에 고슴도치 가시투성이처럼 되였다.

김기송동지는 병실뒤의 나무그늘밑에 앉아 그새 불어보지 못했던 출발나팔신호, 휴식신호, 돌격신호, 철수신호곡들을 몇번이고 련습했다.

그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번 조중련합전투의 나팔수로 분단장인 내가 뽑혔으니 분단을 인솔하는 일을 누구한테 맡겨야 할가?)

눈앞에 강진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살아있으면 좋았으련만 그는 이미 우리곁을 떠나갔다.…

기송동지는 두루두루 꼽아보았다.

림태호가 짚인다.

(그애는 큰 과오를 범했는데두?…)

그러나 이어 도리머리를 저었다.

요즘 일과생활에 앞장서려고 무척 애쓰는 태호였다. 전에는 볼수 없었던 놀라운 변화였다.

깨우친 다음에는 이러쿵저러쿵 따질게 없다. 개량사숙에서는 학급장도 했던 애다.

태호한테 믿음을 주자. 믿음은 큰 힘을 낳는다.

그리하여 김기송동지는 림태호를 불러 속생각을 터놓았다.

태호는 몸을 외로 돌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입술만 감빨았다. 눈물이 그렁해진 태호는 기송동지쪽으로 돌아서더니 딱친구로 지낼 때의 어조로 울먹해서 말했다.

《기송이, 고마워. 내가 꼭 해낼테야.》

기송동지는 어릴 때의 그들답게 웃음을 가득 머금고 태호의 어깨팍을 탁 갈겼다.

오래간만에 태호의 눈에서 웃음발이 부채살같이 환히 퍼져나갔다.

김기송동지는 말을 보태였다.

《아까 손석일전령병이 왔다갔어. 이제 8도구어구에 들어서면 부녀회원들이 기다리고있을거야. 그들한테서 격문을 붙이는데 쓸 풀과 솔을 받아. 스즈끼병원에 가면 군의선생이 기다리고계실거야. 그 선생의 지시를 받으면 돼.》

《알겠어.》

이렇게 대답하는 림태호의 얼굴에는 어떤 일이나 해내려는 결의가 뚜렷이 내비쳤다.

김기송동지는 전체 분단원들을 아동단병실에 모이게 하고 오늘 전투의 총책임을 림태호가 지게 된다는것을 알렸다.

동무들은 선망에 찬 눈길을 림태호에게 보냈다. 그들도 태호가 요즘 놀랍게 달라진다는것을 느꼈기때문이였다.

기송동지는 이어 중대부로 향했다. 이제부터 김학철중대장의 옆에 붙어서 그의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아동단병실문이 열리며 곽찬수선생이 방에 들어섰다. 두손에 묵직한 보자기를 들었다.

아동단원들은 반가움에 넘쳐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나 생기와 정열에 넘쳐있는 그를 아동단원들은 무척 존경하고 따랐던것이다.

곽찬수선생은 보자기를 량옆에 놓고 앉으며 아이들에게 대견한 눈길을 보냈다.

《너희들도 전투에 참가한다지?》

《예!》

아이들의 하나같은 대답은 힘에 넘쳤다.

《잘됐어. 사람은 투쟁속에서 단련돼야 하거든. 오늘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라구.》

아이들은 벌쭉벌쭉 웃는것으로 자기들의 결의를 드러냈다.

곽찬수선생은 두 보자기를 풀었다. 거기에는 삐라와 격문이 그들먹이 들어있었다.

《야!》

《야!》

아이들은 그옆으로 다가가 삐라와 격문을 하나하나 들쳤다.

모두 곽찬수선생이 쓴 붓글씨들이다. 선생은 오늘을 바라며 자기맡은 일을 정력적으로 해제낀것이다.

곽선생이 물었다.

《대렬인솔을 누가 책임졌나?》

아이들이 입을 모아 승기나서 대답했다.

《림태호입니다.》

《음, 잘 선발했군. 태호, 이 삐라와 격문을 모든 동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라구. 삐라와 격문도 총탄 못지 않아. 오늘 본때있게 싸워보라구.》

곽찬수선생이 나간 다음 림태호는 삐라와 격문의 수량을 가늠해보고 동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그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였다. 분단원들이 삐라와 격문을 받은게 신통히 같았던것이다.

림태호는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분단장동무도 말했지만 우리는 스즈끼병원을 치는데 동원되게 돼. 그러자면 긴 바줄이 있어야겠어. 의료기구와 약품을 함통에 넣어 나르게 될텐데 바줄이 없으면 메여나를수 없거든. 포승줄로는 안돼. 너무 가늘어서.

어때? 이제부터 산에 올라 피나무껍질을 벗겨다가 바줄을 꼬는게. 바줄이 두어발은 넉근히 돼야 할거야. 내 생각같아서는 당장 산에 올라 피나무껍질을 벗겨왔음 좋겠어. 시간이 없거든.》

아이들은 버룩버룩 웃었다. 태호가 그럴듯하게 일을 해나간다는 감동에서였다.

아이들은 이어 낫을 들고 산에 올랐다.


저녁 7시가 되자 전투임무에 따라 갈라진 조중분견대들이 서로 다른 길로 은밀히 움직여나갔다.

출발나팔은 불 필요가 없었다.

이제 밤 10시 정각에 돌격나팔을 불게 될것이다. 그전에 여러곳으로 뻗은 전화선은 몽땅 끊기게 될것이다.

림태호는 전혀 딴애가 된듯 아동단전투대오를 정렬시켰다. 그리고는 미리 정해진 산골길을 따라 8도구쪽으로 내리걸었다.

애들의 웃옷안에 삐라와 격문이 두둑이 들어있었다. 그것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새로 꼰 피나무바줄로 허리를 칭칭 감았다. 바줄을 한손에 들면 삐라공작을 하는데 거치장스럽기도 해서였다.

지휘부가 떠나려 할 때 홍달수는 눈물을 비오듯 흘리며 김학철중대장에게 매달렸다.

《우리도 조선사람이 아닙니까? 그새 우리는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전투에 끼우게 해주십시오. 략도를 그려드렸지만 실지 우리가 길잡이를 하면 전투성과는 더 클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피로 자기 죄를 씻으려는것입니다.》

김학철중대장은 지방조직을 통해 4개의 습격대상에 대한 략도를 다 걷어쥐였다. 세놈이 그린 략도도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좀더 자세하다고 할수 있었다.

그러나 이놈들을 믿을수는 없었다.

중대장은 눈을 사납게 굴리며 말을 작두질하듯 했다.

《안돼. 들구뛸 작정이지? 여기에 그냥 있어. 조금만 딴 눈치를 보이면 쏴제끼라고 명령할테요.》

그리하여 세놈은 근거지에 그냥 갇혀있게 되였다.

8도구로 향하는 김학철중대장은 생각이 번거로왔다.

수비대장놈이 비둘기로 계속 띄워보낸 쪽지내용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견키 어려웠기때문이다.

현지에 도착해보니 놈들이 비상태세를 갖추고있는것 같지 않았다. 비둘기통신이 은을 낸것이다.

지휘처는 수비대병영 뒤켠의 산마루에 정했다.

드디여 밤 10시 정각에 손석일이와 김기송동지가 부는 돌격나팔소리가 온 8도구거리를 들었다놓았다.

경찰분서는 아주 쉽게 족쳤다. 당직경관 두놈과 류치장을 지키는 경관세놈만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여느 놈들은 다 집에 돌아가 자고있었다.

그 분견대는 이어 수비대습격에 망라되였다.

길장쇠는 수비대습격에 끼웠다. 그런데 포대에서 기관총탄이 비살처럼 날아와 박히고 세멘트담장에 뚫린 수많은 구멍에서 총탄을 쏟아부으니 도무지 머리를 쳐들수 없었다.

수비대습격조는 수비대가까이의 개울 한쪽 둔덕에 숨어 적들과 대항했다.

유격대원들은 비발치는 총탄속에서도 침착히 사격을 퍼부어 담장구멍으로 쏘아대는 놈들을 적지 않게 쓰러뜨렸다. 하여 담장구멍으로 쏘아대는 적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창피를 느낀 길장쇠는 자기도 담장 한구멍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헤덤비며 쏘아서 그런지 그 구멍에서는 계속 총탄이 날아나오는것이였다.

반일부대들은 《자위단》을 쉽게 점령했다. 그런데 위만군의 대항은 만만치 않았다.

위만군습격전투의 반일부대속에는 곽찬수선생도 끼여있었다. 그는 중국말에 능했고 리론수준도 높았으며 언변도 아주 좋았다. 그만한 반일부대병사는 없었다. 하기에 작전회의때에 그를 위만군에 대한 함화공작에 동원하게 했던것이다.

그는 전투가 시작되기 바쁘게 종이로 만든 메가폰을 입에 대고 삽으로 판 전호에 숨어 목터지게 소리쳤다.

《위만군병사 여러분! 저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반일부대쪽에서 총성을 멈추었다. 그랬더니 위만군쪽에서도 총소리가 즘즛해지는것이였다.

곽선생의 목소리가 찌릉찌릉 울렸다.

《우리 중국은 4000년의 유구한 력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제일 많고 령토로는 세번째입니다.

그런데 장개석 그놈은 100만이 넘는 무력을 가지고있으면서도 2만밖에 안되는 일본놈들에게 불과 넉달만에 동북3성을 몽땅 내놓고말았습니다. 지금 왜놈들은 중국령토전부를 먹으려고 혈안이 되여 날치고있습니다.

당신들은 이런 말을 들어봤습니까? 〈삼광정책〉, 일본강도들은 만주를 강점하고는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빼앗고 모조리 불질해서 만리광야를 반반하게 만들겠다는 〈삼광정책〉을 쓰고있습니다.

당신들은 위만군이라 합니다. 만주를 지키는 군대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도대체 만주라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있다면 일본놈의 손끝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정권이 있을뿐입니다.

당신들은 부끄럽지 않습니까? 수만대에 걸치는 선조들의 뼈가 묻힌 이땅, 그 선조들이 당신들의 배신행위를 안다면 얼마나 가슴치며 통곡하겠습니까? 그런데 나라를 찾으려는 우리에게 총질을 한단 말입니까? 당장 반변하십시오! 반변하십시오!》

지나치게 흥분한 곽선생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주먹을 마구 흔들어댔다.

이때 위만군부대의 한놈이 곽선생을 겨누고 총을 쐈다. 그리하여 곽선생은 전호속에 쓰러지고말았다.

유격대는 수비대습격을 앞두고 미리 짜놓은 작전이 있었다.

동뚝에 의지하여 계속 총탄을 퍼붓게 하여 수비대의 눈길을 모두 그쪽에 쏠리게 한 다음 주력은 바줄을 타고 뒤바람벽을 넘어 수비대병영안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포대에 기여올라 작탄을 던져 기관총수들을 몰살시키고 담장구멍으로 총을 쏘느라 정신없는 놈들을 모두 쏴갈겼다.

자기 방에 뛰여든 도요다는 극도의 절망감에 머리칼을 움켜잡고 온몸을 사시나무떨듯 했다.

총알맞은 어깨팍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놈은 무슨 갈래판인지 알수 없었다. 리동근은 장재촌유격대가 어딘가로 떠났다고 하지 않았는가.

놈은 김기송동지가 생각해냈고 김학철이 연방 날린 비둘기통신에 제가 속은줄 지금도 몰랐다.

대참패의 책임은 놈이 져야 했다. 도요다는 칼을 뽑아들고 배를 갈랐다.

위만군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곽선생의 함화공작에 격동된 한 어린 병사가 병영의 대문짝을 슬그머니 열어놓았다. 그 문짝은 두꺼운 널판에 앞뒤로 양철을 붙인것이였다.

어둑한 문밑에 숨은 어린 병사는 지휘에 열이 올라 꽥꽥 소리치는 위만군 중대장놈을 겨누고 총을 쏘았다. 중대장놈은 뒤로 나딩굴었다. 그러자 어린 병사는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온 다음 반일부대쪽으로 달렸다.

그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나는 반변합니다! 쏘지 마십시오! 쏘지 마십시오!》

그는 숨이 턱밑에 닿아 문을 열어놨다는것을 반일부대에 알렸다.

순식간에 위만군놈들은 독안에 든 쥐신세가 되였다.


한편 장재촌아동단은 8도구초입에 전투가 일기 전에 은밀히 들어섰다.

정말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야산에서 두명의 부녀회원이 내려왔다.

한 녀인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장재촌아동단이냐?》

《예, 그렇습니다.》

대오의 맨앞에 선 림태호도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제 시간에 닿았구만. 저기 올라가자구.》

아동단원들은 야산에 오르자 나무밑에 숨어앉았다.

거기에 또 세명의 부녀회원이 있었다. 8도구에 우리 혁명조직이 굳건히 뿌리박은게 분명했다.

부녀회원들은 아동단원들에게 반겨하는 낯빛을 보내며 석유초롱에 한가득 쑨 밀가루풀을 사발에 담아 매 아동단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부녀회원들은 바람같이 사라졌다.

림태호는 동무들을 한군데 모이게 하고 한껏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제부터 전투조직을 하겠어. 네개 조로 나누자는거야. 장거리길을 가운데로 하고 동쪽마을과 서쪽마을… 모두 이 마을들은 알지?》

《예.…》

아이들은 알릴듯말듯하게 대꾸했다.

《삐라는 되도록 돌멩이에 싸 집마당에 떨궈넣는게 좋겠어. 격문은 큰 대문짝을 골라가며 붙이고. 임무를 끝낸 다음 스즈끼병원으로 달려와야겠어.》

아이들은 조심히 움직이며 조로 나누어섰다. 조장이 정해졌다.

그다음 돌격나팔소리가 울리기를 가슴조이며 기다렸다.

드디여 김기송동지와 손석일교관이 부는 다급하고 격정에 넘친 돌격나팔소리가 꿈나라에 들려는 8도구거리를 들썩 들었다놓았다.

이어 총성이 밤공기를 쪼갰다.

《출발!》

림태호의 구령에 따라 네개 조는 자기 맡은 구획으로 달음쳤다.

총알이 귀바퀴를 휙휙 스쳤다. 그래도 그들은 달렸다.

거리는 텅 빈듯 했다. 모두 자다가 총소리에 간이 뒤집혀 부엌아궁이앞에 까투리처럼 박혔을것이다.

림태호는 한개 조를 맡고 뛰여가다가 《웬 놈들이야?》하는 천둥같은 웨침에 우뚝 멎어섰다.

캄캄한 속에서도 그놈이 《자위단》원임이 알렸다. 놈은 거리를 순시하다가 총성에 정신이 휘딱 뒤집혀 본부로 달려가던중이였다.

림태호와 동무들은 어깨에 멨던 고슴도치곤봉을 드바삐 벗어들었다.

가까이 다가서기 바쁘게 《자위단》놈의 머리통이며 어깨팍을 사정없이 조겨댔다.

놈은 새된 비명을 질러대며 너부러졌다. 그놈의 허리에 권총이 달려있었다.

림태호는 놈이 마지막숨을 톺는것을 깨닫자 권총을 뽑아들었다.

아동단원들은 총탄이 비발치는 속에서도 겁을 모르고 맡은 구획에 삐라를 던져넣고 격문을 붙였다.

림태호는 임무를 마치자 조원들을 데리고 스즈끼병원으로 달렸다. 그는 오봉광산에서 일하다나니 스즈끼놈이 원장이자 의사이고 간호부 한명이 있음을 알고있었다.

림태호네 조가 맨 선참 병원에 닿았다. 구석진 곳에서 유격구의 군의선생이 불쑥 나섰다.

《아, 선생님!》

아이들은 반가운 소리를 질렀다.

군의선생은 림태호가 쥔 권총을 띄여보더니 그걸 손에 잡았다. 아마도 총다룰줄 아는 모양이다.

병원현관에 들어서니 줄이 간 환자복을 입은 세사람이 총소리나는쪽을 내다보며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갈팡거리고있었다.

림태호와 아동단원들은 군의선생을 앞세우고 그들을 뚫고 치료실에 들어섰다.

원숭이를 방불케 하는 난쟁이인 스즈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일본말로 고함을 질렀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쓸어들어?》

군의선생은 거침없이 일본말로 대꾸했다.

《우리는 항일유격대다!》

《예?!》

스즈끼는 눈이 튀여나올듯 해가지고 뒤걸음쳐댔다. 그옆에 앉았던 간호부가 《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바람벽에 딱 붙어섰다. 얼굴이 백지장이 되였다.

군의선생이 스즈끼한테 물었다.

《지금 현관에서 어슬렁대는 환자들은 누군가?》

스즈끼는 말을 마구 헛씹으며 대꾸했다.

《수비대 소대장님하구 경찰분서 순사, 오봉광산 보위단 단장입니다. 입원환자는 셋입니다.》

그러니 모두 처단해야 할 대상들이였다.

군의선생은 홱 돌아섰다. 큰 키에 몸이 말라보이고 진중한 인상만 주던 군의선생의 몸에서는 써늘한 기운이 풍겼다.

이어 현관에서 세방의 총성이 울렸다. 입원환자 세놈을 다 처단한것이다.

얼굴에 서슬이 돋고 온몸에서 팽팽한 기운이 풍기는 군의선생은 무릎을 꿇고앉아 사시나무떨듯 하는 스즈끼와 간호부에게 엄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한테서 우리에게 필요한 치료기구와 약품을 가지러 왔다. 내놓겠는가?》

《예, 예. 다라도 가져가십시오.》

스즈끼는 절하듯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보이며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놓았다.

군의선생은 연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사람이다. 그러다가 김일성장군님의 혁명로선에 공감되여 한몸바쳐 나라를 찾으리라 굳은 맹세를 다지고 장재촌유격근거지로 들어왔던것이다.

군의선생이 열쇠를 집어들고 문밖으로 나가며 림태호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묶으라는 신호였다.

아동단원들은 스즈끼와 간호부에게 달라붙어 날쌔게 뒤포승을 지웠다.

허리에 바줄을 감고 고슴도치곤봉을 든 아동단원들이 겁나 두 년놈은 더욱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 조 아이들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림태호가 짐작했던대로 치료기구와 약품은 모두 지함에 넣을수 있었다.

림태호는 제일 값진 주사약들만 든 큰 지함을 메고 행길에 나섰다.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전리품들을 나르려고 많은 달구지와 사람들이 행길을 꽉 메운것이였다.

태호는 환희에 싸여 부르짖었다.

(야, 우리 힘이 이렇게 셌나!)

참말 8도구에 사는 조선사람은 다 혁명조직성원인듯싶었다. 그러니 림태호 자기만이 《달팽이집》속에 숨어 죽을가봐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는 뉘우침이 가슴을 아프게 찢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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