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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 회


제9장 8도구의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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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놈은 최춘도회장과 김학철중대장의 엄한 심문을 받았다.

리동근은 흑흑 느껴우나 독종인 홍춘삼은 입을 삐죽이 내밀고 묻는 말만 대꾸했다. 리동근이 묻지 않는 말까지 토해놓는 바람에 홍춘삼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맨옆에 앉은 홍달수가 두 녀석을 역성들어줄듯 끼여들었다.

《사실 이애들은 산에 올라 오래 있긴 했지만 별로 큰 자료는 띄우지 못했습니다. 쌍안경이 큰 맥을 추나요. 그래서 수비대장이 노발대발해서 이애들을 데려오라고 나를 띄웠습지요. 아마 데려갔더라면 그자리에서 목을 벴을겝니다.》

《누가 그따위 소릴 하라는가?》

최춘도가 꽥 소리치는데 사람좋던 인상은 간데 없고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홍달수는 목이 꺾인듯 발끝에 눈길을 떨궜다.

김학철중대장이 침착하나 만만치 않은 자세로 홍달수에게 따지고 들었다.

《네가 중국인상점 치는데 끼여들었다지?》

《예.…》

《래일 또 친다지? 어느 상점이야?》

《산동상점입니다.》

산동상점이라면 장거리에 자리잡은 2층집인데 옆구리에 료리점까지 끼고있다.

김학철중대장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와졌다.

《패당은 모두 몇놈이야?》

《저까지 일곱입니다.》

《몇시에 쳐?》

《새벽 2시.》

《네놈들이 모이는 장소는 어디야?》

《샘물터옆 백양나무밑입니다.》

8도구에는 우물이 많다. 그러나 그 물들이 부연게 좋지 않았다. 먹는 물은 8도구 초입에 있는 샘물터에 가서 길어오군 했다. 그래서 물지게장사군도 많다.

《샘물터옆에 모이는 시간은 언제야?》

《30분전입니다.》

김학철중대장은 혁명정부회장과 눈을 맞추더니 몸을 벌떡 일으키며 명령하듯 말했다.

《이제부터 세놈은 다 수비대와 경찰분서, 위만군과 〈자위단〉… 이 네군데의 략도를 그려라. 모두 들어가봤겠지?》

홍달수는 열성을 내면 행여나 살구멍이 터지지 않을가싶어 선듯 대꾸했다.

《알지 않구요. 얼마나 드나들었다구요.》

《포대에도 올라가봤어?》

《꼭대기까진 올라가 못봤지만 그밑의 비밀통로같은거야 알지요.》

《좋아, 너희들도 들어가봤지?》

《예.…》

김학철중대장은 어성을 한단 높였다.

《얼마나 자세히, 정확히 그리는가 하는걸 볼테다. 그리고 살리는가 죽이는가 하는걸 결정할테다.》

최춘도회장과 김학철중대장은 방에서 나갔다. 이어 몇명의 유격대원들이 총을 겨눠들고 세놈의 뒤에 바투 지켜섰다.

손석일이 종이말이와 연필을 들고오더니 세놈에게 골고루 큼직한 미농지 넉장과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한자루씩 주고 나갔다. 그리고는 곧장 왕탁규부대로 향했다.

왕탁규에게 여기에서 있은 사실을 전하고 래일 새벽까지 두 부대에서 각각 5명씩 파견하여 중국인상점을 치려는자들을 모두 체포하자는 김학철중대장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그럴테지.》

왕탁규는 무척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대원 5명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날 새벽 1시반이다. 정말 조선옷차림의 놈들이 백양나무밑으로 모여들었다.

그놈들도 권총이나 단도를 가지고있었으나 10명의 조중병사가 와락 덮쳐들자 꼼짝달싹 못하고 손을 들었다.

그중에는 중국인이 한명 끼여있었다. 그놈을 왕탁규부대에 끌고가 두들겨패니 할수없이 입을 열었다.

왕탁규부대에는 일본놈들이 박아넣은 밀정 한놈이 있었다. 그놈이 왕탁규부대와 김학철중대가 련합해서 8도구를 치려고 한다는것을 이자를 통해 수비대와 경찰분서에 알리게 했던것이다.

이자는 정해진 날자에 으슥한 비밀장소에서 밀정을 만나 자료를 받고 수비대와 경찰분서에 전하군 했다.

수비대장과 경찰분서장은 모여앉아 꿍꿍이를 꾸몄다. 그래서 조선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인상점을 련거퍼 치게 했던것이다.

왕탁규는 분노를 누르지 못하며 밀정놈과 련락임무를 수행하던 놈을 총살했다.

이리하여 김학철중대와 왕탁규부대와의 관계는 다시 자기 궤도에 들어서게 되였다.

예술을 즐기는 왕탁규두령은 장재촌아동단연예대를 다시 자기 부대에 불렀다.

김기송동지가 왕탁규에게 아동단경례를 붙이자 《배짱군이 또 왔군!》하면서 껄껄 웃어댔다.

반일부대병사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왕탁규는 의자를 놓고 틀지게 앉아 연예대공연을 보았다.

김기송동지가 신호나팔로 중국민요를 맑은 음색으로 감정을 담아 불자 반일부대병사들속에서는 요란스러운 탄성이 터졌다.

《야, 가락나팔 못지 않구나!》

《신호나팔로 저런 노래를 불다니!》

왕탁규도 귀밑까지 올리뻗은 수염을 손끝으로 꼬며 흐뭇해서 한마디 했다.

《재간둥이야, 정말 잘 불어.》

현란희가 4명의 하모니카반주에 맞추어 중국노래를 귀여운 목소리로 부르자 정말 반일부대병사들이 뛰쳐나와 그 노래에 맞추어 양거리춤을 춰댔다. 아동단연예대원들도 그들과 어울려 그 춤을 췄다.

공연이 끝나자 무척 흡족해진 왕탁규두령은 련락병에게 큰소리로 명령했다.

《애들에게 학습장과 연필을 주라구. 그리고 점심을 푸짐히 먹이고 말파리를 타고 가게 하라구!》

그리하여 아동단연예대는 호강스럽게 말파리를 타고 아동단병실까지 왔다.


김기송동지는 우리 유격대가 반일부대와 함께 8도구를 친다는것을 알게 되자 펀뜻 떠오르는 생각에 흥분을 누를수 없었다.

기송동지는 병실에 돌아와 꺼내놓았던 통신용종이테프와 늄판토리, 만년필을 다시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박귀남을 불러 비둘기장을 메고 유격대 중대부에 가자고 했다.

박귀남은 비둘기가 도망칠가봐 쌌던 모포를 풀지 않은채 부엌 한구석에 놓고 모이를 주고있었다.

그는 포승줄을 풀어 비둘기장을 어깨에 멨다.

중대부에 박귀남과 함께 들어선 김기송동지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중대장동지, 이 비둘기를 써보지 않겠습니까?》

너무 뜻밖의 말이라 김학철중대장은 멍해서 기송동지를 바라보기만 했다.

김기송동지는 통신용테프 등을 중대장의 책상우에 꺼내놓으며 서둘러 말을 이었다.

《이게 리동근이와 홍춘삼이 수비대에 정보를 날리는데 쓰던것들입니다. 우리가 수비대를 속여넘길수 있지 않습니까?》

그제야 말뜻을 알아들은 김학철중대장은 몸을 일으켜 김기송동지를 힘껏 껴안아주었다.

《이런 보배덩이라구야.》

그만큼 중대장은 김기송동지가 미덥고 사랑스러웠던것이다.

책상에 앉아 한참 생각을 굴리던 중대장은 손석일이보고 혁명정부의 한 방에 묶여있는 리동근을 데려오라고 했다.

중대부에 들어서는 리동근의 낯빛은 하루새에 무척 헐끔해지고 볼도 꺼져보였다. 그는 김기송동지를 보자 몸둘바를 몰라하며 허둥거렸다.

김학철중대장이 자기 책상앞에 걸상을 갖다놓으며 거기에 앉으라고 했다.

리동근이 황송스러움을 이기지 못하며 걸상에 앉는것이 헨둥히 알렸다.

김학철중대장은 리동근의 앞에 종이테프를 밀어주고 손에 만년필을 쥐여주었다.

그리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일렀다.

《내가 이제부터 쓰라는대로 테프에 써라. 떨면서 쓰지 말고 여느 때처럼 침착히 써라.》

리동근은 어떤 분부라도 받겠다는듯 고개를 가벼이 끄덕였다.

중대장은 물었다.

《테프길이가 정해져있나?》

리동근이 더듬거리며 대꾸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너무 길면 좋지 않아. 테프에 두줄로 쓸 작정을 하라구. 내용이 기니까.》

리동근은 만년필을 쥐고 테프의 첫머리부터 글쓸 자세를 취했다.

중대장이 테프밑에 두툼한 책을 깔아주었다. 얇은 종이가 만년필에 찔릴것 같아서였다.

김학철중대장은 눈을 가느스름히 하고 동근이 받아쓰게 천천히 외웠다.

《춘삼이 아버지의… 썼나?》

《예.… 썼습니다.》

떨려나오는 리동근의 대답이다.

김학철중대장은 동근이가 받아쓰는걸 건너다보며 동안을 두어 이런 내용을 불러주었다.

《춘삼이 아버지의 꾸중을 듣고 당장 근거지의 한 집에 내려옴. 그 집 로인에게 돈을 주며 구슬려 이런 내용을 알아냄. 왕탁규는 성이 풀리지 않아 계속 같이 싸우지 않겠다고 함. 유격대는 상부의 명령으로 떠날 준비를 함. 리동근.》

김기송동지는 김학철중대장의 그럴듯한 속임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리동근의 글씨로 씌여졌으니 메돼지같은 도요다놈이 속아넘어가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비둘기는 날아갔다.

김학철중대장은 대원들을 시켜 키높은 이깔나무 한대를 베여 그 꼭대기에 비둘기장을 못을 쳐서 고정시키고 그 나무를 중대부앞에 세우게 했다. 한마리 남은 비둘기는 마당에 콩을 뿌려주자 그걸 쪼아먹느라 정신없다.

한시간후에 날아갔던 비둘기가 되돌아왔다. 비둘기는 아무리 먼데서도 제 둥지를 알아보고 찾아 내려온다. 비둘기는 1분에 1키로메터를 난다.

그 비둘기의 다리에 늄판이 둘리고 쪽지가 감겨져있었다. 수비대장이 써보낸 쪽지였다.

《정말인가?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라. 도요다.》

다음날 아침 중대부에서는 리동근의 글씨로 이런 쪽지를 날렸다.

《오늘 새벽 유격대는 떠남. 어디로 갔는지는 알수 없음. 리동근.》

하루하루 8도구습격전투의 날은 다가왔다.

그래도 김학철중대장은 계속 통신쪽지를 날리게 했다. 수비대장놈이 푹 믿게 하려는것이였다.

나중에는 이런 쪽지를 비둘기다리에 감아 날렸다.

《장재촌에는 유격대원 3명이 남음. 병실경비를 섬. 리동근.》


장재촌에 왕탁규부대가 도착했다. 오늘밤 8도구전투를 벌리게 되는것이다.

장재촌골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끓는것 같았다.

김기송동지는 김학철중대장이 무척 바쁘리라는것을 알면서도 중대부로 찾아갔다.

중대장은 생각을 모아 책에 무엇인가 쓰고있었다.

기송동지는 바쁜 중대장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잠시 망설이였다. 그러나 내친 걸음이다.

기송동지는 바빠하는 중대장에게 짧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방 하려는 말을 터쳤다.

《중대장동지, 우리 분단의 길장쇠동무를 전투에 참가하게 해주십시오.》

《뭐?》

중대장은 만년필을 놓으며 놀라와했다.

《애를 직접 전투에 참가시키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애는 집에 있을 때부터 사냥총을 쐈습니다. 넉근히 제구실을 할수 있습니다.》

김기송동지를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움을 이기지 못해하는 중대장은 우스개소리로 받았다.

《그럼 너희들 아동단을 전투에 다 참가시켜줄가?》

기송동지는 조금 시틋해졌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애는 자기 식구 여섯의 원쑤를 갚지 못해 얼마나 몸달아하는지 모릅니다.》

중대장은 히죽이 웃으며 또 롱으로 넘기려 했다.

《그애가 제 식구를 죽인 왜놈들의 얼굴을 안대? 8도구에 그놈들이 있대? 그럼 참가시켜주겠어.》

김기송동지는 시뿌둥해졌다.

《바쁘신데 그런 롱말만 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애의 좁은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얼마나 큰 공을 세웠습니까? 리동근이와 홍춘삼을 잡았고 홍달수놈을 잡은것도 장쇠동무의 공이라 할수 있습니다. 쌍안경을 훔쳐갔기에 두 애놈들이 꼼짝달싹 못했고 수비대장놈도 노발대발해서 그놈들을 끌어오라고 홍달수를 띄웠던게 아닙니까? 홍달수를 잡은게 이번 련합작전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습니까?》

중대장은 어린 기송동지가 얼마나 조리있게 말을 번지는지 다시금 놀랐다.

중대장은 책상을 가볍게 치며 승낙했다.

《좋아, 길장쇠를 당장 중대에 보내라구. 분대에 배속시켜줄테니까. 아동단에 마상대는 있지? 총알은 내가 듬뿍 줄테야.》

《야! 중대장동지,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난 김기송동지는 아동단병실로 달려갔다.

이 말을 길장쇠에게 전하자 그의 입은 귀밑까지 찢겼다. 너무 기뻐 휘파람까지 휘휘 불어대는것이였다.

동무들은 자기들의 일처럼 기뻐하며 길장쇠에게 당부를 했다.

《얘, 아동단망신을 시키면 안돼.》

《한번 본때를 보이란 말이야.》

《왜놈 여섯놈이 아니라 열놈을 꼭 잡아야 해.》

《그런 걱정말아. 난 한방에 한놈씩 꼭꼭 잡을테야.》

길장쇠는 제법 흰목을 뽑았다.

동무들은 마상대를 메고 중대부로 달려가는 길장쇠를 모두 나와 바래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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