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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 회


제9장 8도구의 총성


3


며칠후.

김기송동지의 분단원들은 톱과 도끼를 들고 나무하러 산에 올랐다.

9월이라 북방의 이 고장엔 벌써 겨울기운이 서서히 다가왔다.

장재촌아동단은 여전히 운신 못하는 로인들과 유격대에 나가 싸우는 집들에 나무를 해다주었다.

겨울을 나야 할 때이니 장작을 해다주어야 했다. 그러되 생나무는 절대 찍을수 없었다. 넘어진 진대나무중에서 별반 썩지 않은 나무를 골라 톱으로 자르고 장작으로 패서 날라주어야 했다.

한창 진대나무를 톱으로 자르고있는데 한 애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기 웬 사람이 올라와!》

김기송동지의 날카로운 눈초리도 올라오는자를 띄여보았다.

그자는 주춤 멈춰서더니 되돌아 내려가려 했다.

기송동지는 소리쳤다.

《서라!》

몸집이 작은 놈은 아래로 들구뛰였다.

아이들이 뒤따르며 도끼들을 날렸다. 도끼 하나가 등때기를 때렸다.

그제야 그놈은 멈춰섰다.

다가간 하촌애들은 까무라치게 놀랐다.

홍달수였다.

림태호는 대뜸 눈에 달이 떴다.

(우리 아버지를 죽인 놈!)

그는 고모네 집에서 자기 아버지가 누구네한테 죽었다는것을 안다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지시는 리춘팔이 떨구고 직접 움직인것은 틀림없이 홍달수였다.

림태호는 강한 충격에 떠밀리여 홍달수의 어깨를 도끼로 찍으려고 덤벼들었다. 옆의 애들이 소스라쳐 놀라며 태호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애들은 태호 고모네 집에서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 모르는것이다.

기송동지가 엄한 표정을 지었다.

《태호, 좀 참아. 따져보자.》

기송동지는 한 애보고 홍달수의 손을 묶으라고 했다. 그애는 헤덤벼치며 허리춤의 포승줄을 풀어 놈의 팔목을 몇겹으로 묶었다.

홍달수는 목이 푹 꺾이였다.

그는 자기 아들과 동근이한테서 태호를 만났던 일을 오래전에 들었다. 그런데 끌려왔다던 애가 지금껏 여기 있단 말인가.

김기송동지는 어깨에 멨던 곤봉을 홍달수의 면상에 들이대며 따지고들었다.

《홍달수, 똑똑히 말해. 네가 태호의 아버지를 죽였지?》

홍달수는 뒤걸음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늘이 내려다봅니다. 내가 죽이다니요? 내가 무슨 까닭으로 죽이겠습니까?》

놈은 기송동지에게 굽신거리며 경어를 썼다.

김기송동지는 때릴듯 곤봉을 놈의 정수리우에 올려놓았다.

《우린 다 알아. 네가 저 태호네 집에 쌀을 가져갔지? 그리고 리춘팔의 집에서 실컷 술을 먹였지? 태호 아버지는 집에서 자며 〈개새끼, 개새끼!〉 하고 이를 갈았어. 그 다음날 죽었는데도 네가 안한짓이란 말이야?》

홍달수는 막다른 골목에 들었다. 기송동지며 이애들한테 리춘팔이 죽탕이 된걸 잘 아는 홍달수였다.

놈은 다람쥐처럼 약빨랐으나 속은 얕았다. 더 뻗대다가 자기도 리춘팔의 신세가 될것만 같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목소리에까지 옮겨졌다.

《저는 시키는 일을 했을뿐입니다. 리춘팔과 차형사가 죽이라고 하길래.》

《차형사는 어떤 놈이야?》

《그날 리참의네 집에 와있던 형사입니다.》

이제는 모든게 명백해졌다.

태호는 눈에 불을 펄펄 일구며 다시 홍달수를 도끼로 찍으려고 덤벼쳤다.

김기송동지가 큰소리로 그의 행동을 막았다.

《태호동무, 진정하라구. 이놈이 여기 온 까닭을 알아야 할게 아니야?》

태호는 온몸이 장작불에 든듯싶었다. 저놈을 제껴야겠는데 기송동지가 자꾸 앞을 막았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뿜었다.

홍달수는 어깨에 큰 배낭을 메고있었다. 기송동지는 그 배낭을 벗겼다.

아구리를 헤치고 꺼내놓으니 알쭌히 중국상품이다.

월병, 만투, 꽈배기, 손가락깨엿, 아가위 그리고 중국글상표가 붙은 통졸임통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왔다.

애들은 희한한 물건에 입을 딱 벌렸다.

순간 기송동지는 번개치는 생각을 꽉 움켜잡았다.

(이자도 중국사람들의 상점을 치는데 끼운게 틀림없어.)

기송동지는 머리통을 갈길듯 곤봉을 높이 들고 그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었다. 홍달수는 풀썩 주저앉으며 드바삐 손사래를 쳤다.

《내가 그런데 끼일 재목이나 됩니까? 그런 일이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허튼소리 말아. 물건들이 다 말해주지 않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런 물건이야 아무 상점에나 있지요. 나는 산너머 친척집에 가는 참입니다.》

기송동지는 이놈이 거짓말한다는것을 꿰들었다. 꼼짝 못하게 조여야 했다.

《친척집이 어디야?》

얼이 절반 나간 홍달수는 입에 붙는대로 대꾸했다.

《삼산골 삼촌네 집에 가는 길입니다.》

《삼산골? 거길 여기로 가게 돼있어? 동촌쪽으로 가게 되여있지. 여기 어데 길이 있어?》

홍달수는 거짓말을 맞추려니 대답이 궁해지기만 했다.

《여기로도 갈수야 있지요.》

기송동지의 물음은 너무 뜻밖이였다.

《삼촌이 중국사람이야?》

《예?!》

《중국물건만 가져가니 말이야. 삼촌은 조선사람노릇 하기 싫어 중국음식만 찾아?》

홍달수는 입에 얼음버캐가 지는듯싶었다.

이때 웬 애가 옆을 스쳐 산으로 올리뛰였다. 나무 헤가르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났다.

(저게 누구야? 길장쇠가 아니야?!)

그는 어디서 낡은 아동단복을 벗어던졌는지 지금은 나무군아이들의 옷차림을 하고 한손에는 큼직한 쌍안경을 들었다.

김기송동지는 더없이 반가왔다. 누나는 장쇠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살아있는 그를 보니 반가왔다.

아이들은 놀라움에 찬 소리를 질러댔다.

《장쇠!》

《길장쇠! 어디 가니?》

길장쇠는 들은체도 하지 않고 산꼭대기로 정신없이 달려올라갔다.


리동근이네 소굴에 수류탄을 굴려넣고 도망친 길장쇠는 여기저기 헤매였다.

그러던 어느날 쌍안경으로 사방을 둘러보던 장쇠는 《자위단》 두놈이 산골짝길을 걸어오는것을 발견했다.

그는 환성을 올렸다.

이 《자위단》이란 금방 총을 멘 베잠뱅이들이였다. 저런 놈들은 혼자서도 넉근히 제낄수 있었다.

그래서 두놈이 가까이로 이르기 전에 모가 날카롭게 선 돌멩이를 서너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돌멩이로 상판을 갈길 작정이였다.

그는 《자위단》놈들앞에 가까이 다가갔다.

놈들은 깜짝 놀랐다.

《새끼빨갱이로구나! 아동단!》

그가 입은 낡은 아동단복이 뚜렷한 표적으로 되였던것이다. 놈들은 바싹 긴장되였다.

놈들은 단박 달려들더니 뒤포승을 지우려 하였다. 한놈이 묶으려 하는데 길장쇠는 계속 손을 뿌리쳤다.

약이 오른 놈이 길장쇠의 궁둥이를 탁 걷어찼다.

비칠 앞으로 몸이 쏠린 장쇠는 자기의 특기라고 할수 있는 머리받기로 앞놈의 이마를 지끈 받았다.

《아야!》

그놈이 뒤로 넘어짐과 동시에 길장쇠는 홱 돌아서며 포승을 지우려는 놈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그놈도 비명을 질러대며 뒤걸음쳐댔다.

무기를 뺏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빨리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침 옆은 빽빽이 들어찬 넓은잎나무숲이다.

길장쇠는 손석일교관에게서 배운 포복전진이 생각났다.

우거진 나무숲속에 숨은 장쇠는 날쌔게 기여나갔다.

《자위단》놈들은 나무숲에 몸을 숨긴 길장쇠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어방짐작으로 총을 쏘아댔다.

장쇠는 큰 바위를 만나 그뒤에 바싹 몸을 붙이고 숨었다.

《자위단》놈들은 오래동안 찾았으나 끝내 장쇠를 발견하지 못했다.

놈들이 멀어졌을 때 턱밑으로 올리방아를 찧어대는 가쁜숨을 간신히 달래며 그는 생각했다.

(이 옷을 입고 다니단 당장 잡히겠어. 바꿔입어야지.)

그래서 다음날 산속에 숨어있다가 나무하러 온 제또래 애의 옷을 겨우 얼려서 바꿔입고 그의 허리에 찬 점심밥까지 몽땅 먹어버렸다.

그는 배가죽이 등가죽에 바싹 가붙은듯싶었다. 허기에 몸을 가눌수 없었다.

여러날째 밥을 한번도 입에 넣어보지 못했던것이다.

그는 아직 서리를 맞지 않은 머루며 다래로 배를 달래려 했으나 되지 않았다. 남의 밭의 날감자를 껍질채로 그냥 먹어댔다. 그랬더니 설사가 무섭게 련달렸다.

이제는 몸도 가눌 힘이 없었다.

아동단병실이 그리워졌다. 아동단의 밥이 처음에는 성이 차지 않았지만 차츰 배고픔을 몰랐다.

살뜰히 대해주던 식모 박복덕아주머니도 그리워졌다.

그는 성격검토회때 분단장 김기송동지가 해주던 말이 방금전의 일인듯 생생히 되살아오르기도 했다.

…장쇠동무는 공부도 필요없대, 훈련도 필요없대… 왜놈들은 머저리인것 같습니까? 군사훈련을 실컷 받은 놈들이란 말입니다. 그런 놈들을 총 한자루만 있으면 넉근히 잡을수 있을것 같습니까?…

곽찬수선생이 해주던 말도 떠올랐다.

개울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이 모여 바다가 된다. 바다같은 힘으로만 왜놈들을 때려부실수 있다. 한사람의 힘은 《고래》라 자처하는 왜놈들에 비하면 한마리의 송사리나 다름없다.…

길장쇠는 자기 아버지가 왜 길청령의 깊은 막바지에서 한번도 바깥에 나와보지 못하고 살았는가 하는것도 생각하게 되였다.

여태껏 그건 머리에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가을이라 산에서 자려니 부들부들 떨리고 허기에 기운이 다 빠져버리다나니 그 일이 생각나는것이였다.

한발자국만 더 내짚었더라면 왜놈들이 몽땅 우리 집의 원쑤라는걸 알았을것이다. 그런데 왜 한집의 식구들만 머리에 채우고 살았을가?…

길장쇠는 힘든 몸을 간신히 끌며 여러날 돌았으나 총쥔 놈은 한명도 만날수 없었다.

그러다가 무심히 하늘을 쳐다보던 장쇠는 하얀 비둘기가 장재촌쪽에서 8도구방향으로 날아가고있는것을 보게 되였다.

장쇠는 까무라치게 놀랐다.

집비둘기와 낭비둘기는 크기도 다르거니와 색갈도 판판 다르다.

저건 죽었을줄 알았던 리동근이와 홍춘삼이 펀펀히 살아서 계속 비둘기를 날리고있다는것을 말해준다.

길장쇠는 생각이 모자랐다. 수류탄은 폭발하면서 빗선을 긋는다.

누워자는 두놈을 죽이려면 그 몸뚱이를 겨누고 던져야 했을것이다.

그런데 장쇠는 자기가 자던 자리에 굴려넣었다. 수류탄은 옆바람벽을 때리면서 터졌다. 길장쇠의 옆에서 자던 리동근이 어깨팍과 허벅다리에 가벼운 파편상을 입었다. 피가 쏟아져내렸다.

홍춘삼은 이걸로 동근이 죽지 않을가 하는 기대를 걸었으나 그렇지 못할것 같아 장구채씨를 봏아서 창상에 발라주었다. 피는 이어 멎었다.

길장쇠는 지금 제대로 죽이지 못한 두놈을 요정내려고 죽을 힘을 다해 산으로 올리뛰는 길이였다.

홍달수는 두발을 내놓고는 온 몸뚱이를 포승줄에 묶이웠다. 다섯아이가 달라붙어 포승줄을 조여가며 비끄러맨것이다. 몸의 균형을 잃게 되면 홍달수는 통나무처럼 옆으로 굴러갈판이다.

김기송동지는 도끼손잡이끝으로 홍달수의 등때기를 세차게 찌르며 따졌다.

《아까 중국사람들의 상점을 쳤는가 하니까 속이려 했지? 그 패에 끼웠어, 안끼웠어?》

홍달수는 워낙 까만 얼굴이 아예 숯덩이처럼 되고말았다.

사실 그는 자기 아들과 리동근을 당장 데리고오라는 수비대장 도요다의 명령을 받고 올라오는 길이였다.

리동근이와 홍춘삼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쌍안경을 잃다보니 눈뜬소경이 되고말았다.

그러다나니 얼빤한 정보나마도 날려보낼수 없게 되였다.

분기가 하늘끝에 닿은 도요다가 한 밀정을 불러 두 녀석을 당장 끌어오라고 했다. 들어서는 즉시 칼로 두 애새끼의 목을 베여던질 작정이였다.

그런데 떠나보낸 밀정은 돌아올줄 몰랐다.

그놈은 유격구에서 판 비밀함정에 빠져들었던것이다. 삼지창에 엉치를 깊숙이 찔린 그놈은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고말았다.

이런 일을 알리 없는 도요다는 기다리다못해 중국인상점기습에 뽑아넣었던 홍달수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였다.

대바람 천둥같은 소래기를 질러댔다.

《당장 가서 네 아들놈과 리춘팔의 아들을 내앞에 끌어왓!》

홍달수는 두 애를 데려오면 당장 목을 벨것이라는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두 애를 데리고 어딘가로 멀리 도망칠 작정으로 웃옷안주머니에 돈을 두둑이 찔러넣고 떠난 걸음이였다.

수천리멀리로 도망치다가 알맞춤한 때에 동근이녀석을 죽이고 땅속깊이 묻어버리자.

리춘팔이 쥐고있던 땅의 상속자는 법으로 치면 리동근이다. 그러니 그자식을 없애버려야 한다.

그러면 로친네만 남는다. 《떡함지》는 령감이 죽은지 한해가 가까와오는데 지금도 밤이면 청승스레 운다. 그래서 옆집들에서 몸서리를 친다.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날이 《떡함지》가 죽는 날일것이다. 그다음 대서쟁이에게 돈을 듬뿍 찔러주면 리춘팔의 땅은 몽땅 내것으로 되고만다. 세월이 가느라면 수비대장 도요다도 바뀔것이고 유격대도 없게 될것이다.

홍달수는 자기는 죽더라도 아들 춘삼이만은 살리고싶었다.

가만 보니 이애들이 동근이와 아들이 여기 숨어있다는것은 모르는것 같았다. 그러니 그걸 가리기 위해서도 중국인상점을 턴 일은 털어놓아야 했다.

우선 옆에 아이들이 도끼를 들고서있는게 무서워 견딜수 없었다.

기송동지가 다시 따지고들자 홍달수는 시르죽은 소리로 대꾸했다.

《끼웠댔습니다.》

《그러니 이 물건도 그 상점에서 가져온거겠지?》

《예.…》

옆에서 듣고있던 아동단원들이 웅성거렸다. 얼마전 반일부대에 갔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떠올랐다. 왜놈들은 우리 유격대와 반일부대가 손을 잡는 일을 낌새채고 홍달수와 같은 졸개들로 중국인상점을 치게 한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격대와 반일부대사이의 알륵을 크게 하려고 꾀한것이 분명했다.

기송동지는 야무지게 또 따졌다.

《중국인상점을 몇집이나 쳤어?》

《네집…》

《이제 몇집을 더 칠 작정이야?》

《세집이 남았습니다.》

《언제 또 쳐?》

《래일…》

《그런데 여기엔 왜 기여들었어?》

홍달수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기송동지가 그 일을 잊지 않고 다시 끄집어내여 묻고있었다.

그때 웃켠에서 나무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애들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장쇠였다. 아까는 정신없이 산우로 올려뛰더니 여기에 다시 나타난것이다.

아이들은 끔쩍 놀랐다.

길장쇠의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헐끔하게 꺼진 얼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비칠거리는 걸음새…

그래도 장쇠는 기송동지의 앞에 이르더니 방정히 아동단경례를 붙였다.

《분단장동무, 보고할만 합니까?》

기송동지는 장쇠의 전에 없는 자세에 놀랐다.

《?》

《저기에 애새끼 밀정들이 두놈 있습니다.》

《엉?!》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신을 묶이운 홍달수가 눈을 흡뜨더니 옆으로 곤드라졌다. 통나무처럼 디굴디굴 굴더니 큰나무에 걸채여 멎었다.

기송동지는 장쇠에게 다급히 물었다.

《좀더 자세히 말해.》

《동근이와 춘삼이… 두놈이 저기 숨어있습니다.》

장쇠는 초막에 있을 때 두 녀석의 오가는 말에서 이름들을 알았던것이다.

하촌애들은 눈이 튀여나올것 같았다.

동근이와 춘삼이가 여기에 밀정으로 숨어있은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기송동지는 그제야 알겠다는듯 홍달수를 쏘아보았다.

림태호는 가슴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뭐? 동근이와 춘삼이? 그럼 그것들이 지금까지 여기 숨어있었단 말인가?)

두놈을 만났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앞을 스쳤다.

길장쇠는 더 서있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여러날째 굶은 몸으로 정신없이 산꼭대기까지 올리뛰였으니 몸의 힘이 깡그리 빠져버렸던것이다.

길장쇠는 주저앉은채 기송동지에게 그녀석들과 만났던 일을 얘기했다.

듣는 애들은 놀라움에 눈이 한껏 커졌다.

길장쇠는 두놈과 함께 잤던 그 소굴로 가만히 가보았다. 산막집의 천정이며 바람벽에 수류탄파편이 끔찍하게 박혔다.

그러나 두놈은 어딘가로 빠져나갔다. 물건들을 다 거두고 사라졌다.

그래서 길장쇠는 나무에 올라 두놈이 간데를 쌍안경으로 찾았다.

한참만에 전의 소굴에서 멀리 떨어진 동굴앞에 리동근이와 홍춘삼이 서있는것을 포착했다.

그놈들을 잡으려고 길장쇠는 분단동무들을 찾아 내려왔던것이다.

김기송동지는 길장쇠가 더없이 장하게 여겨졌다. 공부를 싫어하던 아이, 그러나 아동단학교의 교양이 그의 머리속에 먹어든것이다. 누나가 타일러주던 일도 되살아났다.

기송동지는 장쇠가 그새 변변히 먹지 못했다는것을 대뜸 알아보았다.

그래서 홍달수의 배낭을 메고있는 아이에게 일렀다.

《장쇠동무에게 만투를 다섯개만 줘. 그이상은 주지 마.》

갑자기 많이 먹이면 탈이 생길것 같아서였다.

나무에 걸려 통나무처럼 곤드라진 홍달수는 눈을 지그시 내리감으며 굴뚝연기같은 한숨을 뿜었다. 자기는 죽더라도 살렸으면 했던 아들녀석이 이젠 꼼짝달싹 못하고 잡히게 되였다는 암담한 생각에서였다.

한편 림태호는 남이 못보게 뒤로 돌아섰다. 가슴이 갈피갈피 아프게 저며졌다.

(내가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어. 그때 분단에 알려야 하는건데.)

그는 순전히 목숨이 아까와 보고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리춘팔의 복수를 위해 온줄로만 알았다. 그후에 아동단병실에 큰일 없고 다시 얼씬하지 않으니 꼬리를 사린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껏 여기에 숨어있으면서 기회만을 노리고있었던것이다.

길장쇠는 힘들게 몸을 일으키며 김기송동지에게 쌍안경을 내밀었다.

《내가 가리키는 나무에 올라 놈들을 직접 보라요.》

장쇠는 기송동지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기송동지는 나무에 올라 리동근과 홍춘삼 두놈을 똑똑히 보았다. 제자리로 돌아온 기송동지는 동무들에게 전투임무를 내렸다.

《여기에 두 동무만 남아 홍달수놈을 지켜라. 나머지동무들은 나를 따라 앞으로!》

아동단원들은 동굴가까이까지 은밀히 다가가 일시에 안에 뛰여들며 고함쳤다.

《손들엇!》

《손들엇!》

《꼼짝말아!》

두놈은 권총을 미처 꺼내보지도 못하고 손을 들었다.

그 두놈은 순식간에 묶이였다.

동굴안에는 둥근 구멍이 뚫린 비둘기장이 한켠에 놓여있었다. 락엽을 두툼히 깔고 모포를 편 잠자리에 비둘기통신용종이테프와 늄판토리가 딩굴고있었다.

림태호는 그걸 보자 숨이 꺽 막혀들었다.

(아, 내 한목숨 아끼다가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가. 그새 유격근거지는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을것인가.)

림태호는 김기송동지의 손을 와락 움켜잡으며 눈가에 눈물을 그득 담았다.

《기송이, 나는 죽일 놈이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야!》

그리고는 숨가삐 지난해 추수전투후에 두놈을 만났던 일을 깡그리 터놓았다.

기송동지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김기송동지는 비둘기통신용종이테프와 늄판토리, 그옆의 만년필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박귀남이 보고 비둘기장을 맡으라고 일렀다.

박귀남은 모포를 당겨 비둘기장을 쌌다. 그러면서도 두마리의 비둘기가 숨이 막히지 않게 한옆을 들쳐놓았다.

홍달수와 리동근, 홍춘삼놈들은 혁명정부 사무실로 끌려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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