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31 회


제9장 8도구의 총성


2


장재촌유격근거지는 기쁨에 들썩거렸다.

장재촌에서 30리쯤 떨어진 산중의 왕탁규가 두령으로 있는 반일부대와 손을 잡고 싸우게 된다는것이였다.

그 반일부대의 력량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새 장재촌과 왕탁규부대사이는 좋지 않았다.

왜놈들은 항일유격대와 반일부대가 힘을 합치는것이 두려워 교묘한 방법으로 계속 쐐기를 쳐댔다.

그리하여 반일부대들이 조선사람부락을 치고 유격대원들을 죽이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이것은 김일성장군님께서 그토록 바라시는 반일부대와의 련합에 큰 걸림돌이 되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몸소 한몸의 위험을 무릅쓰시고 왕청현 라자구에 틀고있는 오의성을 찾아가시였다.

오의성은 반일부대전방사령으로서 채세영부대, 사충항부대 등 구국군부대들을 거머쥐고있었으며 청산대, 코산대, 동산호 등 산림부대들도 그의 말을 좇았다.

라자구담판은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얼마전 장군님의 친솔부대와 오의성부대는 동녕현성전투를 벌렸다.

동녕현성은 워낙 반일부대가 차지하고있었는데 왜놈들에게 빼앗겼다. 동녕현성을 찾아주기 위한 전투는 우리 편의 승리로 끝났다.

반일부대들은 사경에 처한 사충항려단장을 성시안에 남겨둔채 도망쳐버렸다. 그런것을 김일성장군님의 명령을 받은 우리 유격대가 목숨을 걸고 구원해주었다.

동녕현성전투의 승리와 유격대가 사려장을 구원해주었다는 소문이 반일부대들에 쫙 퍼졌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각 유격부대들이 반일부대들과의 공동작전을 벌릴데 대한 명령을 떨구시였다.

그리하여 김학철중대장은 여러차례 왕탁규부대를 찾아갔으나 왕탁규의 적대적인 행동으로 하여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뜻밖에도 왕탁규가 김학철중대장을 찾아와 《역시 김장군수하에 인재가 많다니. 그동안 있은 일은 다 잊어주오.》 하면서 김학철의 손을 꼭 잡는것이였다.

창황중에 손을 내밀면서도 어리둥절해있는 김학철을 보자 왕탁규는 헌걸차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제 김장군수하의 젊은 녀성공작원이 날 찾아왔더라구. 어린 나이에 부모를 다 잃고 혁명을 하겠다고 투쟁의 길에 나선 그가 얼마나 장해보이던지… 내 그의 혁명열에, 그 진정에 울었소. 김정숙이라고 하는 그 녀성공작원이 이 왕탁규를 끝내 이겼단 말이요. 하하하…》

김학철은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김정숙동지에 대하여 치하하는 왕탁규를 보며 기쁨을 금할수 없었다.

(아! 내가 못한 일을 정숙이가 해냈구나. 정숙아, 정말 고맙다. 정말 장해!)

하여 그날 김학철과 왕탁규는 련합작전을 벌리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하고 호상 협력할것을 약속하였다. 그 첫걸음으로 장재촌부녀회는 왕탁규부대에 찾아가 병사들의 옷을 몽땅 빨래해주었다.

강녘에 큰 가마를 두개 걸고 빨래감을 양재물에 삶아냈다. 부녀회원들이 두드려대는 방치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부녀회에서는 《조중련합》이라는 중국글을 수실로 새긴 담배쌈지를 모든 왕탁규병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도 했다.

민성기구공청비서는 장재촌아동단에 왕탁규부대에 가 연예대공연을 할데 대한 과업을 떨구었다.

장재촌아동단연예대는 현적으로 이름이 높았다.

연예대는 유격대원들앞에서, 군의소에 입원한 부상자들앞에서, 근거지인민들앞에서도 공연을 했고 현에서 조직한 아동단연예대경연에 올라가 1등의 영예도 지녔다. 그리하여 상품으로 하모니카 3개를 타왔다.

늘쌍 장재촌아동단연예대에 대한 지도를 놓치지 않고 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반일부대에 찾아가는것만큼 그 특성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래서 혼자생각보다 지혜를 합치는것이 좋을것 같아 김기송동지를 구공청에 부르시였다.

《그래 합창으로 뭘하면 좋겠니?》

기송동지는 미리 궁리를 했던듯 선뜻 대꾸했다.

《누나, 우리 〈유격대행진곡〉하구 반일부대 병사들의 피를 끓게 하는 〈9.18사변가〉를 부르는게 어때요?》

《그것 참 좋구나. 다른 의견 없어. 신호나팔로 〈아리랑〉, 〈도라지〉중에서 한곡 고르고 중국노래도 불었으면 좋겠는데.》

《난 벌써 준비했어.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민요야.》

김정숙동지께서 흡족해하셨다.

《넌 좌우간 빨라. 기송아, 누가 〈소무가〉를 부를수 있을가?》

《그건 귀남에게 딱 들어맞아요. 그애는 목소리가 고우면서도 은근하고 구슬프게 노래하는 특징이 있거든요.》

《참! 내 생각을 앞지르니 정말 신바람나누나.》

김정숙동지와 김기송동지는 밝고 정다운 웃음을 나누었다.

노래 《소무가》는 실지 있었던 소무라는 사람을 두고 지은 노래이다.

소무는 기원전 2세기 한나라의 충신으로 명망이 높았던 사람이다.

소무는 한나라왕의 사신으로 북쪽의 흉노족들에게로 갔었는데 흉노족들은 그를 인질로 잡아놓고 저들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수양이 새끼를 낳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못할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되여 소무는 19년간이나 흉노족들속에 갇히워있었지만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노래는 이러했다.


소무는 호지에 잡혀있어도

절개를 욕되게 하지 않았네

눈과 얼음덮인 흉노땅에서 19년

목마르면 눈을 먹고

배고프면 요털을 삼키며

북해변에서 양을 몰았네

마음은 한나라에 가있으나

늙도록 몸은 돌아가지 못했네

모진 고생 겪을수록

마음은 철석으로 굳어져

변강의 밤 때로 피리소리 들으면

가슴은 아프고 쓰리였네

… …


토론은 계속 이어졌다.

《현란희보고 중국노래를 부르게 하면 어떻니?》

《그게 좋겠어요. 그애는 노래를 밝고 경쾌하게, 사랑스럽게 부르거든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렴죽심이와 현란희가 둘이서 새로운 쌍무도 하게 지도해주시였다.

연예대공연준비가 완성되여 반일부대로 떠나게 되였을 때 김정숙동지께서는 갑자기 현공청에서 불러 그리로 떠나가셨다. 하여 반일부대에 가는 아동단연예대는 김기송동지가 인솔하게 되였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고 락엽이 푹푹 빠지는 올리받이길을 30리나 걷느라니 아동단원들은 맥이 어지간히 빠졌다.

그러나 자기들의 연예대공연이 반일부대와의 련합작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리라는 생각에 표정은 밝았다.

드디여 왕탁규의 부대병영이 멀리 바라보였다. 그런데 병영정문으로 빨래하는데 동원되였던 부녀회원들이 도망치듯 달려나오는것이였다. 녀인들은 물함지와 빨래방치를 옆구리에 끼고 황황히 아동단원들쪽으로 다가왔다.

기송동지는 그들속에 끼운 부녀회장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뛰여나오나요?》

《빨리 돌아가라고 생 야단이로구나.》

《왜요?》

《알겠니? 무슨 돌개바람이 불었는지. 숱한것들이 우리가 빨래를 삶는데 달려와서 가마를 뒤집어엎으며 다시는 얼씬 여기 오지 말라고 하는구나.》

부녀회원들속에는 나이많은 녀인들도 있는데 그들은 미처 부대정문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퍼런 군복을 입은 반일부대병사들은 빨리 나가라고 소래기를 치고 한 병사는 공포까지 탕탕 쏴댔다.

아동단원들은 강한 긴장을 느꼈다.

(무슨 일이 생겼을가?)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연예대원들보고 그냥 병실쪽으로 향하라고 했다.

겁이 많은 애들은 동무들의 맨뒤에 처지며 낯빛이 해쓱하게 질렸다.

동무들의 앞장에는 김기송동지가 섰다.

보초가 그들을 띄여보자 총을 겨눠들며 소래기를 질렀다.

《너희들은 못들어와. 가라!》

김기송동지는 그냥 걸어나가며 중국말로 말했다.

《우리는 장재촌아동단연예대예요. 여기서 오라고 해서 오는 길이예요.》

《그건 알아! 이젠 필요없어. 당장 돌아가란 말이야!》

보초는 김기송동지가 더 움직이기만 하면 총을 쏠듯한 자세였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마주 높였다.

《오라고 하고는 가라는건 뭐예요. 그 까닭이나 알고 가야 할게 아니나요?》

《쏜다!》

《쏘라요!》

김기송동지는 가슴을 쭉 펴고 계속 걸어 보초앞에 이르렀다. 보초는 엄포를 놓긴 했으나 차마 쏘지는 못했다.

기송동지와 보초가 마주섰다. 보초는 깊은 산골태생인듯 어수룩한 인상을 주었다.

중국땅에서 사는 조선사람은 중국사람과 어울려 사니 어지간한 중국말은 다 안다.

김기송동지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이렇게 소리쳤다.

《우리가 연예대공연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요? 보름나마 품을 넣었어요. 그런데 30리나 걸어온 우리를 무작정 가라는거예요?》

보초는 김기송동지의 사리에 넘친 말에 말문이 막혀들었다. 그러나 왕탁규두령으로부터 이제 아동단연예대가 올테니 무조건 쫓아버리라는 명령을 직접 받은 보초였다.

보초는 총창끝을 김기송동지의 가슴가까이에 들이대며 거치른 말을 내뱉았다.

《난 그따윈 몰라. 두령님의 명령이란 말이야. 가겠어, 안가겠어?》

보초는 총창으로 정말 찌를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끄떡않고 총알같은 소리로 말했다.

《나를 죽이라요. 그러면 우리 유격대가 가만있을것 같아요? 서로 피투성이전투를 벌리게 된단 말예요. 그래도 쏘겠으면 쏘라요!》

김기송동지는 주저없이 가슴을 쭉 내밀어보였다.

보초는 작은 애지만 보통 만만치 않게 여물었다는 인상에 겁이 더럭 났다.

두령은 애들을 들여놓지 말라고는 했지만 죽이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괜히 잘못 다쳤다가 우환거리가 되여 두 부대사이에 피투성이싸움이 붙게 되면 그 책임은 보초인 제가 지게 된다.

어수룩한 보초는 총을 내리우고 기송동지를 얼리려들었다.

《심상찮은 일이 생겼단 말이야. 그런줄 알고 돌아가라구.》

기송동지는 강경히 말했다.

《안돼요. 여러날 와서 고생한 부녀회원들까지 내쫓지 않았나요? 나도 무슨 일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똑똑히 알고 가야겠어요. 두령님을 만나게 해줘요!》

《뭐? 두령님?》

보초는 억이 떡 막혔다. 허술히 다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초는 소리를 질러댔다.

《두령님은 못만나! 햇강아지같은게 어디라구.》

그래도 기송동지는 지려 하지 않았다.

《두령님을 만나야겠어요. 무슨 일이 터졌는지 알고 가야 할게 아니나요.》

《못만나!》

《만나야겠어요!》

이렇게 옥신각신하는데 애어린 구국군병사가 안켠에서 달려나왔다.

기송동지와 보초병의 아귀다툼을 귀담아듣더니 병실 안켠으로 들어갔다가 또 달려나왔다.

꼬마병사는 보초병에게 말했다.

《두령님이 들여보내래요.》

이리하여 기송동지는 병실의 맨 뒤켠에 자리잡은 지휘부로 향하게 되였다.

기송동지와 보초병의 다툼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왕탁규가 그 소리를 듣고 련락병을 내보냈던것이다.

왕탁규는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호랑이가죽을 깔고 위엄있게 앉아있었다. 웃수염을 귀밑까지 뻗게 길렀고 몸이 무척 우람했다.

지휘부에 들어선 기송동지를 겨눠보며 왕탁규는 목소리를 높였다.

《왜 왁작 고아대?》

기송동지는 조금도 주눅드는 빛없이 물음을 던졌다.

《왜 우리 아동단연예대를 가라합니까? 부녀회원들을 다 쫓고.》

《그건 네 알 일이 아니야.》

왕탁규의 어조는 작두자르듯 했다.

그러나 왕탁규의 눈은 기송동지가 멘 신호나팔에 날아갔다. 그는 촌스럽긴 하지만 예술을 즐겨하기에 장재촌의 아동단연예대도 청했던것이다.

왕탁규는 퉁명스러운 말을 던졌다.

《너 나팔을 잘 불어?》

김기송동지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저는 신호나팔로 우리 나라 노래〈아리랑〉도 불지만 여기 오기 위해 중국민요도 준비해가지고 왔습니다. 한번 불랍니까?》

《아, 됐어, 됐어.》

왕탁규의 푸르딩딩하던 낯빛은 약간 풀렸다. 그러나 이어 노기가 밴 거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너희 조선사람들은 믿을수 없어. 왜 중국사람상점만 돌아가며 치는가 말이야? 우린 장재촌중대와 함께 싸울수 없어. 그래서 김학철중대장한테도 기별을 띄웠어. 너희들이 준비하느라 수고했겠지만 돌아가보라구.》

김기송동지는 구체적인 사연을 알고 왕탁규의 방에서 나왔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