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9 회


제8장 친형제


3


장재촌유격근거지에는 유격대의 전투초소들이 많았다. 중앙초, 남산초, 솔바위초, 대문바위고지, 잘루목고개…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는 이른새벽.

유격대원들은 진지를 차지하고 적들이 덤벼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지하혁명조직을 통해 적들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냈던것이다.

김학철중대장은 방어준비를 빈틈없이 갖추었다. 예상외의 곳으로 적들이 기여들수 있기에 여러군데에 전호들을 깊숙이 팠다.

아동단원들도 땀으로 미역을 감으며 바삐 돌아갔다. 여러차례의 전투에서 산에 쌓았던 돌을 다 밑으로 내려던졌다. 그러니 그 돌을 다시 산우로 끌어올려야 하는것이다.

산은 칼벼랑이다. 그러니 한개의 돌을 끌어올리재도 여간 품이 들지 않았다. 작업은 여러날째 계속되였다.

이번에는 돌을 띠염띠염 여러군데 쌓았다. 돌을 한꺼번에 쏟아부을것이 아니라 적들이 기여오르는데로 따라가며 굴러내리려는것이였다.

그러면 적들은 어느 순간에 돌이 굴러내릴지 몰라 마음의 안정을 잃게 될것이다.

이번 전투에는 구공청 아동단책임자이신 김정숙동지께서도 참가하셨다. 그이께서는 풀로 두툼히 또아리를 만들고 돌을 머리에 이고 나르시였다.

길장쇠는 시뿌둥해서 돌나르는 일을 흥심없이 했다.

어제 일이다. 가무 《13도자랑》에 이어 《단심줄》도 배워주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몸소 산딸기아지를 따가지고 오시여 《산딸기춤》이라는 새 무용을 배워주시였다.

내용은 아동단원들이 유격대아저씨들에게 잘 익은 산딸기를 따다가 대접하는 무척 경쾌한 무용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역시 손목을 돌려꺾기, 량팔을 좌우로 폭넓게 펴기, 한손은 높이 들고 한손은 밑에서 손목을 돌려꺾기 등 기초동작에 많은 힘을 넣으시였다.

그이께서 따오신 산딸기는 아직 익지 않아 통통하기는 하나 하얀색을 띠고있었다.

그걸 본 길장쇠는 가슴이 무너져내리는듯싶었다.

집에는 력서가 따로 없어 자연의 변화를 보며 날자를 가늠했다.

아버지, 어머니, 온 식솔이 돌아가기 전날 장쇠는 산에 올라갔다가 다닥다닥 달린 하얀 산딸기를 보았었다.

그러니 온 식구를 잃은 때부터 바로 한해가 지난것이다. 그런데도 원쑤를 한놈도 잡지 못하고 어슬렁대기만 하는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장쇠는 잠들수 없었다. 그는 아동단생활에 어지간히 정이 붙었다. 그러나 집식구 여섯의 원쑤를 제손으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은 가슴속에 돌처럼 굳어져있었다.

래일은 무조건 여기서 들구뛰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새벽전투가 터졌다.

망원초에서 작탄 세발이 터지면서 온 골안을 들었다놓았다. 적들의 기습을 알리는 신호였다.

유격대원들은 전호에 깊숙이 숨어 적들이 바투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적들은 크고작은 바위투성이인 골짜기를 따라 돌등에 몸을 숨기며 기여올라왔다.

왼켠 산등을 차지한 아동단원들은 적들이 움직이는데로 돌덩이들을 굴러내렸다. 돌은 바위에 맞아 튕겨오르며 골짜기 한복판까지 날아갔다. 그 돌멩이에 주어맞은 적들도 적지 않았다. 놈들은 그 돌이 무서워 바위뒤에 바싹 붙었다.

조금 기여나가느라면 또 돌벼락이 쏟아져내렸다. 적들은 돌벼락에 발목이 적지 않게 묶였다.

그러는데 한놈이 돌바위짬을 빠지며 아동단원들쪽으로 기여왔다. 안경쟁이인 이놈은 자기들의 진격에 적지 않은 훼방을 놓는 애들을 몇명 제끼면 그다음부터 겁나서 돌을 내리굴리지 못하리라 타산한 모양이다.

골짜기 한복판에서 돌을 내리던지는 애들을 쏘자면 사격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래서 이놈은 발랑발랑 기여 아동단원들의 턱밑에 다가든것이였다.

이걸 아동단원들이 띄여보았다. 몇애는 겁에 질려 멀리로 뒤걸음쳤다.

김기송동지가 쨍쨍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저놈한테 돌벼락을 안겨라!》

굴러내리는 돌덩이중의 하나가 그놈의 머리통을 면바로 맞혔다.

《악!》

그놈은 머리통을 움켜잡고 뒤로 너부러졌다. 안경이 멀리로 뜀박질을 했다. 뒤따른 돌멩이가 또 그놈을 후려쳤다. 놈은 두팔을 벌리고 땅에 코를 박으며 너부러졌다.

이때 애들속에서 광적인 울림이 터졌다.

《저 총은 내거야!》

길장쇠의 부르짖음이였다. 그애는 정신없이 산벼랑아래로 달려내려갔다.

그는 하늘이 자기의 속타는 마음을 알아준것 같았다.

머리에 펀뜩 번개치는 생각!

(그렇지! 여기서 제창…)

놈이 너부러진 가까이에만 해도 몸을 숨기고 기여오는 적들을 맞받아 쏠수 있는 알맞춤한 바위가 있었다.

(여기서 제창 여섯놈을 제끼자, 멋있어!)

산벼랑에는 밟고내려가기 좋게 만든 길이 있었다. 그리로 달려내려가는 장쇠는 훨훨 나는것 같았다.

기송동지는 그걸 띄여보고 눈앞이 아찔했다.

(저애가 갑자기 미치지 않았어?)

다른 애들도 불안에 싸여 웅성거렸다.

길장쇠는 너부러진 놈의 총을 잡아쥐려고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런데 등뒤에서 《탕!》 총성이 울렸다. 총알은 귀전을 스쳤다.

죽은 놈의 뒤에 또 한놈이 아동단원들쪽으로 기여오고있었던것이다.

그놈이 바위짬에 바싹 붙어 풀숲에 몸을 숨기며 기여오기에 아동단원들은 미처 띄여보지 못했던것이다.

길장쇠는 그 총성에 혼겁해서 총을 쥐지 못한채 갈지자를 그리며 정신없이 뛰였다.

놈은 장쇠가 몸을 왼쪽, 오른쪽으로 너무 돌리며 뛰기에 도무지 겨냥할수 없었다.

그래도 그냥 쏘아댔다.

애들은 바쁜 소리를 질렀다.

《장쇠가 죽겠구나!》

《저앤 왜 뛰여내려갔을가?》

김기송동지는 몸에 불심지가 박혀 바작바작 타들어가는듯싶었다. 어떻게 손써야 할지 알수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서슴없이 한 소년의 곤봉을 잡아쥐시였다.

그리고는 조금도 주저하는 빛없이 길장쇠가 내려가던 길로 곧추 골짜기아래에 내려서시였다.

애들은 아우성을 쳤다.

기송동지는 명치에 굵은 돗바늘이 쿡 박혀드는듯싶었다. 그러나 소리를 칠수도 없었다. 적에게 알리는것으로 되기때문이다.

마음속의 불심지는 더욱 세차게 타들고 김정숙동지께로 향한 눈초리는 화살끝처럼 날카로왔다.

숨이 꺽 막혀왔다.

전장에 내려서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총탄의 우박에 든듯싶으시였다. 총알이 귀가 메게 휘파람을 불며 가까이의 바위에 팍팍 박혀들었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실수 없는 김정숙동지이시였다.

아동단원 길장쇠를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뿐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장쇠를 겨누고 쏘아대는 왜놈의 가까이에 이르시였다. 그놈은 장쇠에게 온 정신을 쏟다보니 그이께서 다가오는걸 미처 느끼지 못했다.

그놈의 옆에 어지간히 큰 바위가 박혀있었다. 그이께서는 그 바위까지 배밀이로 다가가시였다.

바위뒤에서 숨을 돌리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벌떡 몸을 일으켜 날쌔게 놈의 가까이로 다가가 곤봉으로 세차게 목덜미를 후려갈기시였다.

놈은 비명을 터치며 뒤로 곤드라졌다. 그이께서는 숨돌릴새없이 놈의 총을 잡아쥐고 총창으로 가슴을 여러번 찍으시였다. 놈은 디굴디굴 굴다가 너부러졌다.

길장쇠는 별스레 총성이 멎었다싶어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그러다 눈이 커졌다. 김정숙동지께서 자기를 구원하려고 달려내려오신것이였다.

장쇠는 이젠 살았다싶어 아동단원들이 있는쪽으로 기여올라갔다.

동무들은 기쁨에 넘쳐 그를 둘러쌌으나 김기송동지의 눈초리는 칼날같이 날카로왔다.

장쇠는 그 눈을 피해 낯을 돌렸다.

맵짠 물음이 날았다.

《장쇠동무, 정신있어?》

장쇠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억울했다. 자기의 안타까움을 몰라주는 분단장이 야속하기도 했다.

물음은 또 날았다.

《무슨 자유주의야!》

(뭐? 자유주의?)

이 말이 땀에 홈빡 뜬 장쇠의 기분을 부쩍 건드렸다. 더는 여기에 있고싶지 않았으며 여기에 있을 체면도 서지 않았다.

장쇠는 벌떡 일어났다. 자기가 마음 사려먹은대로 이곳을 뜨려는것이였다.

그는 몇발자국 옮기다가 매몰차게 말을 뿌렸다.

《난 여기 안있을래. 잘 있어!》

그리고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잰걸음을 옮겼다.

김기송동지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수비대장 도요다중위는 저만큼 《야마도다마시》(무사도정신)가 강한 사람이 없는듯 행세했으나 실상은 겁쟁이였다.

놈은 바위뒤에 숨어 권총쥔 한손만 흔들어대며 전투지휘를 하느라했다.

김학철중대장이 싸창에 총갑을 총박죽처럼 끼우고 전초선에서 한방 갈겼다. 단 한방의 총알에 도요다의 권총이 날고 손에 관통상을 입었다.

지휘가 마비되자 왜놈들은 뒤로 비실비실 도망치기 시작한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적들이 들구뛰는것을 보고 바위등에서 일어서시였다.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으셨다. 최대의 긴장, 결사의 각오가 온몸의 기운을 다 뽑았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두놈의 총과 혁띠를 풀어 탄갑까지 가지고 내려오셨던 골짜기길을 다시 밟아올라가시였다. 무릎이 자주 꺾이려 했다. 극도의 피로에 싸이신것이다.

산마루에서 지켜보던 아동단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마주달려내려왔다. 맨앞에는 렴죽심이와 현란희가 섰다.

《언니!》

《언니!》

두 소녀는 김정숙동지께 매달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눈에 맑은것이 그렁그렁 맺혀돌았다.

그들은 김정숙동지께서 잘못될가봐 팽팽히 조인 바이올린줄이상으로 마음을 조이고 지켜보았던것이다.

사내애들도 달려내려왔다. 그들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며 그이께서 메신 두자루의 총과 탄갑들을 받아들었다. 그들은 김정숙동지께서 무사한것이 너무 기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싶었다.

산마루에 그냥 서있는 김기송동지의 눈가에 물기가 진하게 번졌다. 난생처음 오늘같은 긴장을 느낀듯싶었다.

아동단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산마루에 올라서신 김정숙동지께서 주위를 빙 둘러보시더니 물으시였다.

《길장쇠동무는 왜 안보이나요?》

누구도 고개를 숙인채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심상찮음을 느낀 그이께서는 동생에게 시선을 보내시였다.

《장쇠가 어디 있니?》

기송동지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달아났어요.》

《뭐?…》

김정숙동지께서는 이제까지의 피로감도 잊으신듯 깜짝 놀라시였다.

그이께서는 아동단원들의 손에 이끌려 나무그늘밑에 앉으시였다. 그러나 안광에서는 불안의 빛이 가셔지지 않았다.

손석일이 달려오더니 기송동지에게 알렸다.

《중대장의 지시야. 빨리 내려와서 탄피를 주으래.》

아이들은 우르르 골짜기로 굴듯이 달려내려갔다. 이제부터 2차전장수색을 해야 하는것이다.

기송동지는 남았다. 길장쇠가 간데온데없이 사라졌으니 동무들속에 끼울 기분이 나지 않았던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잠시 숨을 돌리시더니 동생에게 물으시였다.

《네가 뭐라 하지 않았니?》

기송동지에게서는 불퉁스러운 대답이 나갔다.

《뭐라 했을게 뭐예요? 아동단원이 그런 자유주의를 하면 되는가고 따졌지요.》

《그러니 뭐라 하던?》

《대바람 벌떡 일어나더니 〈난 여기 안있을래. 잘 있어!〉하고는 부리나케 달아나더군요.》

《그래 너는 왜 따라가 붙잡을 생각을 안했니?》

기송동지는 말문이 꽉 막혀들었다. 사실 장쇠가 들구뛸 때 《장쇠! 서라!》 하며 뒤따르려 했다. 그러나 산사람인 장쇠를 따라잡는다는것은 어방없는 일이였다.

다음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 애군같은거!)

장쇠는 분단에서 제일 골치거리라고 할수 있었다. 그래서 굳이 뒤따르려 하지 않았던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동생의 속마음을 환히 들여다보시였다.

맨 앞장! 늘 유격구생활의 맨 앞장에 서려는 동생이 꼭 안아주고싶으리만큼 대견하고 기특하시였다.

그러나 동생에게는 고치지 않으면 안될 결함도 있다고 여기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동무들도 없는 조용한 자리여서 단단히 일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나직이 이르시였다.

《기송아, 너도 와 앉으렴.》

김정숙동지의 옆에 앉은 기송동지는 은근히 긴장됐다. 기송동지로서도 마음 한구석이 켕겨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건네시였다.

《기송아, 우리가 혁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니?》

기송동지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혁명에 한사람이라도 더 묶어세워야 하지요 뭐.》

곽찬수선생한테서 이 말을 여러번 들었던것이다.

김정숙동지의 어조에는 시름이 실렸다.

《그건 아는구나.》

그리고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이어 다시 동생한테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곽찬수선생이나 김학철중대장과 같은 사람들이겠니?》

기송동지는 김정숙동지를 흘끔 쳐다보았다. 물음이 상서롭지 않는데로 뻗는다는 불안이 들었던것이다.

기송동지는 잘 알고있었다. 혁명의 길에 나선 사람들속에는 많은걸 깨닫지 못하고있는 사람, 글 한자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하다는것을…

김정숙동지께서 길장쇠를 두고 이런 물음을 던진다는것을 깨달은 기송동지는 대답대신 눈둘바를 몰라했다.

길장쇠는 우리 혁명을 반대할 아이는 절대로 아니다. 깨달음이 뜰뿐이다.

그런데 그애가 들구뛸 때 동무들을 몽땅 풀어서라도 붙잡을 생각은 왜 못했을가?

고개가 깊이 숙어졌다.

김정숙동지의 다음말씀은 기송동지를 흠칫 놀라게 했다.

《장쇠는 자칫하단 죽을수도 있어.》

장쇠가 죽는다는 소리에 기송동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정숙동지의 어조는 나직했으나 기송동지는 가슴을 바싹 조였다.

《장쇠는 분명 제 식솔들의 원쑤를 갚자고 떠났어. 〈저 총은 내거야!〉하며 아래로 정신없이 뛰여내리지 않았니?

그러나 적 한놈 죽이지 못하고 잡힐수 있어. 왜놈들이 어떤 족속들이니? 실컷 훈련받은 놈들이거든.》

김기송동지의 눈앞에는 얼마전에 땅에 묻은 강진혁이 밟혀왔다. 그런데 또 길장쇠를 잃게 된다면…

김정숙동지의 말씀은 담담히 흘렀다.

《나는 현공청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어. 한 외딴집에서 사내애가 마당에서 놀고있었는데 지나가던 〈토벌〉대놈들이 그애를 집안에 가두고 불을 질렀대. 집은 불길에 휩싸였지. 밭에 나가 일하던 부모는 그걸 알고 달려왔어. 그러나 때는 늦었지. 그런데도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모는 무서운 불길속에 서슴없이 뛰여들었어. 룡마루가 무너져내리면서 세 식구가 다 죽었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 무서운거야. 아들이 이젠 가망없다는걸 알면서도 마지막기대에 몰려 불속에 뛰여들었거든.》

김정숙동지의 목소리에는 동생이 잘되기를 바라는 친누나의 진정이 함뿍 비껴있었다.

《기송아, 분단장이면 친부모의 사랑으로 동무들을 대해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 너는 뭐니? 자기를 손들어 선거해준 동무들을 친형제처럼 믿으며 사랑해야 할게 아니니?

그런데 너는 소리치는 버릇을 아직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동무가 도망치는데도 따라가 돌려세울 생각을 안했지.

동무들을 피를 나눈 친형제처럼 여기지 못한다면 분단장자격이 없어. 혁명은 그렇게 요구하고있어.》

김정숙동지의 절절한 감정이 슴배인 입김이 기송동지에게까지 미쳐왔다.

자책감이 기송동지의 온몸을 감싸안았다. 이때처럼 자신을 뉘우쳐본적이 일찌기 없었다.

기송동지의 눈앞에 총성이 콩볶듯 하는 산골짜기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내려가 길장쇠를 구원한 누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길장쇠가 《저 총은 내거야!》하며 정신나간 아이처럼 뛰여내려갈 때 뗑해서 애를 끓이기만 했다.

장쇠가 《난 여기 안있을래. 잘 있어!》하면서 산으로 올리뛸 때에도 따라갈 생각을 바이 못했다.

기송동지는 누나의 말과 같이 자신이 정말 분단장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김기송동지는 누나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나 뒤떨어졌다는 생각에 앉은자리에서 일어날줄 몰랐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