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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 회


제7장 목표! 명중!


5


김학철중대장은 행동에 앞서 생각을 깊이 굴리는 사람이다. 일단 결심이 뚜렷이 서면 완강하게 내밀줄도 알았다.

김학철은 중대장실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어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더니 1소대에 나가 훈련중인 전령병 손석일을 불렀다.

그는 손석일에게 말했다.

《구일춘동무하고 신동걸동무 그리고 부녀회장동무를 불러주오. 물론 동무도 함께 오고.》

모두가 중대부의 의자에 와 앉았다.

남자싸게 생긴 중대장은 부녀회장에게 빙그레 웃어보였다.

《부녀회장동무를 불러서 안됐습니다. 좀 의논할 문제가 있어서…》

깨끗하게 생긴 부녀회장의 대답도 씨원했다.

《원 별말씀을… 중대장동지가 저를 부를 권한이 없나요?》

《글쎄…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습니다.》

본론에 들어갔다.

중대장은 손석일에게 물었다.

《아동단원들의 실탄사격을 언제 할 생각이요?》

손석일은 몸을 엉거주춤이 일으켰다.

《다음주 토요일에 하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음, 날자가 푼푼하구만.》

중대장의 눈길은 중대에서 이름난 명사수인 신동걸에게 옮겨졌다.

《신동무, 메돼지를 한마리 쏴제낄수 없을가?》

신동걸은 그걸 어디에 쓰려는지 몰라 쭈밋거렸다.

《아이들이 난생처음 해보는 실탄사격이 아니요? 애들에게 그날 메돼지고기라도 한끼 푸짐히 먹여봤으면 해서 그러오.》

마주앉은 사람들은 고개를 가벼이 끄덕이며 따뜻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이자리가 아동단원들의 실탄사격을 위한 모임이라는것도 알게 되였다.

신동걸은 자신있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마리 제끼겠습니다. 모두 내 동생같은 애들인데 그거야 못하겠습니까.》

그의 어조에는 활기가 넘쳤다.

《좋구만.》

김학철은 머리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은 구일춘에게로 갔다.

《병기감동무, 애들의 실탄사격에 탄알을 몇발씩 주려고 하오?》

병기감이란 중대내의 무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는 1소대의 분대장인데 이 일을 겸하고있는것이다.

구일춘은 이미 생각을 하였던터라 제꺽 응수했다.

《애들의 실탄사격인데 한알씩 줄 작정입니다.》

《뭐요? 한알씩이라니? 그래가지고야 실력을 똑똑히 알수 있겠소?》

중대의 무기관리를 깐깐히 하는것으로 소문난 구일춘은 자기 생각을 내밀려 했다.

《그럼 어찌겠습니까? 탄알재고가 얼마 안되는데.》

《동문 깍쟁이로구만. 동무가 우리한테 들어올 땐 총구경도 못했지? 그런데 우리 아동단원들은 일본놈의 〈륙군유년학교〉학생 못지 않게 벌써 군사훈련의 눈이 트고있단 말이요. 정량대로 세알씩 주오.》

구일춘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흥정하려 들었다.

《그럼 두알씩 주면 안되겠습니까?》

《안되오. 정량대로 주오.》

김학철은 썩둑 잘랐다.

탄알을 한알한알 세며 사는 구일춘은 뒤더수기를 긁으며 입을 다셨다.

김학철중대장은 부녀회장에게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부녀회에 두가지 부탁을 하려 하는데…》

《어서 말씀하십시오. 우린 힘껏 돕겠습니다. 우리 장재촌아동단이 어떤 아동단입니까.》

부녀회장은 어떤 과업도 기꺼이 해내겠다는 흔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가지는 우등사수들에게 달아줄 꽃송이입니다. 원호물자를 다루면서 남은 자투리들이 더러 있지요?》

《자투리들이야 많지요. 그럼 천꽃을 만들라는 말씀입니까?》

《달아줄바에야 고급으로 달아주어야지요. 자투리중에 빨간 천도 있겠지요?》

《노란 천도 있습니다. 빨간 꽃잎에 노란 술을 돋히면 어떻습니까?》

《그러문야 더 바랄게 있습니까. 그런데 꽃을 두가지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꽃과 조금 작은 꽃…》

부녀회장은 말뜻을 몰라 눈을 깜빡거렸다. 실탄사격에서는 우등사수에게만 꽃송이를 달아주는줄로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중대장은 사람좋게 빙긋이 웃음지었다.

《애들이 아닙니까? 그러니 〈량〉을 맞은 애들에게도 달아주자는겁니다. 그러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중대부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중대장의 깊고 다심한 정에 감동을 금할수 없었다.

중대장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부녀회에서 감주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아직 날자가 있으니 보리길금을 넉근히 길러 감주를 만들수 있습니다.》

감주란 길금물에 밥을 삭혀서 달여 만드는 음료이다. 오늘로 치면 사이다라 할수 있었다.

아동단원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있는 김학철중대장은 실탄사격날 애들을 한껏 기쁘게 해주고싶었던것이다.

마지막으로 김학철중대장은 병기감 구일춘과 손석일에게 말했다.

《실탄사격날에 마상대를 두정 쓰도록 합시다. 총 하나로는 시간을 너무 끌수 있습니다.》

이때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명의 아동단원이 소랭이를 하나씩 들고 들어섰다. 소랭이마다에 맑은 기름이 넘치게 담겨져있었다.

《그게 뭐냐?》

중대장의 물음에 한 아동단원이 기름소랭이를 바닥에 놓고 절도있게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가래기름입니다.》

《뭐 가래기름?》

중대장도, 모여앉은 사람들도 놀라와하는데 그 아동단원은 사연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가을에 가래를 털어 산에 묻었다는것, 그 가래속살을 몽땅 뽑아 가마에 찌고 방아질을 한 다음 자루에 넣어 망돌을 지질러놓았더니 네 소랭이의 기름이 나왔다는것…

그 아동단원은 자랑에 넘쳐 이렇게 말을 맺었다.

《김기송분단장은 우리가 처음 유격대식당의 신세를 졌고 또 우리보다 유격대원아저씨들이 훨씬 많으니 기름 네 소랭이중에서 세 소랭이를 여기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중대장은 말할것 없고 여느 사람들도 큰 감동에 휩싸였다.

중대부에 혼자 남은 김학철중대장은 눈물이 그렁해지며 속깊이 중얼거렸다.

(기송이, 저애는 장차 뭐가 될가?)

그에게는 기송동지의 앞길이 천리, 만리로 끝없이 열려진것만 같이 느껴졌다.


손석일은 중대장실에서 여느 사람들과 함께 토의를 할 때부터 와짝 긴장감에 휩싸였다.

김학철중대장이 아동단원들의 군사훈련에 그토록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줄 미처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했다. 몇년후의 중대력량이 바로 그들의 수준에 달려있기때문이였다.

손석일은 자기가 요긴한 일을 맡았다는 긍지에 싸이기도 했다.

그날부터 손석일은 군사훈련시간을 조준훈련에만 돌렸다. 실탄사격은 자기의 노력, 능력을 검열받는 마당이기도 했기때문이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중대장실에서 토의되였던 문제도 은근히 비쳐주었다. 아이들이 전에없이 훈련에 힘을 쏟아붓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두손을 쳐들고 깡충깡충 뜀질을 했다.

아, 총알 세알, 천으로 만든 멋쟁이꽃송이, 메돼지고기, 감주…

마을에 감주집이 있었지만 애들은 돈이 없어 그 집에 별반 드나들지 못했다.

손석일은 실탄사격장에 혁명정부 회장, 중대장, 구공청비서도 나오게 된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더욱더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

마상대가 두정으로 느니 애들은 절반으로 나뉘여 더 많이 조준훈련을 할수 있었다.

김기송동지도 마음이 한껏 조여졌다.

(분단장인 내가 사격에서 꼴찌를 하면 무슨 망신이야?)

기송동지는 조준훈련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조준판에 찍힌 연필점은 작은 삼각형을 그렸다. 그것에 만족할수 없는 김기송동지였다. 어떻게든 조준판의 한점에 세점이 다 겹쳐야 한다.

김기송동지는 이때처럼 총의 조문과 조성, 조준판의 한점이 편차없는 일직선에 놓이게 눈에 총기를 한껏 모아본적이 일찌기 없었다.

다른 애들도 몸이 불덩이가 되여 조준훈련에 온 정력을 쏟아부었다.

드디여 실탄사격날의 아침이 밝았다.

곽찬수선생은 시계처럼 정확히 아동단병실에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은 오후의 실탄사격에로만 날고있었다.

이것을 눈치챈 곽선생은 빙긋이 웃었다.

《비둘기마음은 콩밭에만 가있는데 무슨 수업이 되겠습니까? 이렇게 합시다. 오늘은 수업을 그만둡시다.》

아이들은 너무 기뻐 환성을 질러댔다. 자기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곽선생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그러나 선생은 이렇게 그루박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되 모두 우등사수의 영예를 지녀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있습니까?》

《예!》

애들의 대답은 하나의 총대처럼 묶어져 힘있게 울렸다.

애들은 제가 먼저 조준틀을 차지하겠다고 싱갱이를 부렸다.

김기송동지가 말했다.

《출석부순서대로 두 조로 나누겠습니다. 1번부터 13번까지는 첫번째 좌지, 2조는 그다음 좌지에로!》

이리하여 아이들의 혼란은 정돈되였다.

아침 10시반쯤 되였을 때 군사교관인 손석일이 나타났다.

량손에 네모박이 석유초롱 2개를 들고 옆구리에 목표판을 그린 종이말이를 끼였다.

김기송동지가 달려가 석유초롱 2개를 받아들고 손석일과 함께 곧추 부엌으로 향했다. 석유초롱안에 젖은 부엌재를 다져넣기 위해서였다. 이제 이 석유초롱의 한 면에 까만 작은 점과 아홉줄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목표판을 붙이게 된다.

석유초롱에 부엌재를 빈틈없이 굳게 다져넣는것은 총알이 석유초롱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부엌재에 박히게 하려는것이다.

근거지에서는 부엌재에 박힌 총알을 재생하여 썼다.

왜놈들은 이걸 알기에 기관총의 격발기옆에 큰 주머니를 달았다. 격발기에서 튕겨나오는 탄피가 밖으로 날지 못하고 주머니안에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격전이 끝난 뒤 유격대원들이 1차전장수색을 하고나면 뒤이어 아동단원들이 튕겨난 탄피를 밤알 줏듯 했다.

이 탄피가 사방대에 있는 큰 병기창에 가면 총탄으로 재생되여 나왔다.

사격좌지에서 목표판까지의 거리는 70메터로 정했다. 아이들에게 그 거리가 적당하다고 여긴것이다.

손석일과 김기송동지가 두 석유초롱에 젖은 부엌재를 돌처럼 다져넣자 애들이 달라붙어 그걸 운동장옆의 산기슭에 거리를 멀리 두고앉혔다.

거기로부터 70메터되는 운동장에 사격좌지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떼장을 떠오느라 분주했다.

드디여 실탄사격을 할 시각이 다가왔다.

실탄사격지휘관인 손석일은 아동단원들을 2렬횡대로 정렬시켰다.

운동장으로 최춘도회장, 김학철중대장, 민성기구공청비서가 들어섰다.

억실억실한 눈에 얼굴이 불깃한 손석일은 힘차게 구령을 주었다.

《차렷! 가운데로 봣!》

손석일은 자신만만한 정보행진으로 김학철중대장앞에 다가갔다.

《중대장동지, 장재촌아동단은 실탄사격을 하기 위해 정렬했습니다. 실탄사격지휘관 손석일.》

김학철이 마주 거수경례를 붙이고 보고를 받았다.

《쉬엿하시오.》

손석일은 홱 돌아서더니 대렬을 향해 구령쳤다.

《쉬엿!》

김학철중대장은 여느때없이 옷차림을 단정히 했다. 원호물자로 들어온 천으로 만든 진보위색의 닫긴깃군복에 그 색갈의 군모까지 썼다.

어깨에는 가죽으로 띠를 만든 싸창갑까지 메였다. 그 싸창갑은 나무로 되였는데 앞에 싸창을 련결하여 총탁판으로 쓸수도 있었다.

사격좌지뒤에는 미리 긴 상에 깨끗한 백로지를 씌워 자리를 만들어놓았다.

세 일군은 그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뒤따라 부녀회장과 대여섯명의 부녀회원들이 함지며 소랭이를 이고 운동장에 나타났다.

명사수인 신동걸이 잡은 메돼지를 각을 떠서 이였고 감주도 애들이 량껏 마실수 있으리만큼 들고왔다. 그리고 부녀회의 자체결심으로 기장떡을 해이고 오는 걸음이였다.

분단장 김기송동지가 나팔로 실탄사격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함께 목표판의 멀리에 서있던 손석일이 빨간 기발을 높이 쳐들었다가 째듯 내려그었다.

실탄사격의 첫 조가 하늘을 찢으며 총성을 울렸다. 련거퍼 세발씩 쐈다.

손석일이 숨어있다가 목표판을 들여다보았다.

힘있는 소리가 울렸다.

《김동명 7점! 우원학 8점!》

《귀빈석》에 앉은 일군들이 흐뭇해했다.

최춘도회장이 말했다.

《애들의 솜씨치고는 괜찮구만.》

손석일은 구멍뚫린 자리에 꼬챙이를 찌르고 자기 자리로 물러섰다. 점수기록은 애들속에 끼여선 김기송동지가 맡았다.

두번째 조가 사격좌지에 엎디였다. 렴죽심이와 현란희였다.

이때 식모 박복덕이 아동단병실 한 모퉁이에 숨듯이 서있었다. 그는 분단장을 통해 처녀애들이 두번째로 사격한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박복덕은 그새 자기가 낳아 기른 딸에게 말도 마음대로 걸수 없었다.

남인체 행세하는 일이 얼마나 뻐근한지 몰랐다.

병실이 비였을 때 아궁이앞에 쭈그리고앉아 사랑스러운 딸을 앞에 그리며 몇번이고 정깊이 《란희야, 란희야.》 하고 불러보았는지 몰랐다.

여섯발의 총성이 산발을 쪼갰다.

박복덕은 가슴팍에 센 고무판대기가 감겨 바싹 조이는듯싶었다.

목표판으로 달려간 손석일은 기발을 높이 쳐들며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렴죽심 10점! 현란희 9점!》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술렁거렸다.

《귀빈석》에서도 얼굴이 환해지며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어린 처녀애들이 정말 용타는 감탄이였다.

박복덕이와 현란희의 관계를 아는 최춘도는 목안이 무직이 차올랐다.

(저걸 박복덕이 봤을가?)

현란희는 총을 다른 애에게 넘겨주고 두손을 높이 들고 《야! 야!》 하며 맴돌이를 쳤다. 엄마가 나와있다는걸 안 란희는 환한 낯빛으로 깡충뜀을 계속 춰댔다.

박복덕은 뛰쳐나가며 《란희야!》 하고 딸을 힘껏 품에 안아주고싶었다. 그러나 숨기는 일이 드러날가봐 박우물가로 달려가 얼굴을 싸쥐고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쳤다.

사격에서 10점을 맞은건 김기송동지와 렴죽심이였다. 현란희, 박귀남은 9점, 길장쇠, 강진혁은 8점, 림태호는 7점을 맞았다.

《락제》는 한명도 없었다. 《급》도 다섯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우》가 4명, 《량》이 16명이나 나왔다.

나어린 소년들로서는 대단한 사격점수라고 할수 있었다.

세 일군은 만족한 웃음을 누르지 못하며 《우》를 맞은 아동단원들에게 꽃밭에서 방금 따온것 같은 활짝 핀 빨간 천꽃송이를 달아주었고 《량》을 맞은 아동단원들에게는 조금 작은 천꽃송이를 달아주었다.

옆에 선 손석일의 눈두덩이 불그레하게 달아올랐다. 자기 일의 보람을 벅차게 느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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