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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회


제7장 목표!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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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더니 뒤이어 철쭉꽃이 피였다지고 마을의 살구나무에 연분홍꽃이 자기 빛을 자랑하며 무수히 피였다.

아동단원들에게 여러가지 수류탄의 분해와 결합, 투척방법을 대주던 훈련교관 손석일이 온다간다는 말없이 나타나지 않은지 며칠이 되였다.

기송동지는 궁금했다. 그래서 중대장을 찾아갔다.

김학철중대장은 빙긋이 웃어보였다.

《이제 인차 와. 그새 아동단에서는 우리 일을 도와달라구.》

김기송동지는 다음말을 주의깊이 기다렸다.

《거 산에 파놓은 비밀함정 있지 않아? 그게 겨울동안에 무너졌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략도를 줄테니 한 구뎅이도 빠치지 말고 다 조사해보라구. 겨울에 무너진게 있으면 도루 돌을 쌓아올리구.》

《알았습니다.》

김기송동지는 힘있게 발꿈치를 붙이며 대답했다. 군사훈련을 오래 하는 사이에 군대다운 맛이 많이 든것이다.

김기송동지는 점심식사가 끝나자 동무들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략도를 보니 어디에 비밀함정이 파져있는지 휑하니 알수 있었다.

비밀함정이란 어른의 키보다 훨씬 깊게 우물처럼 돌을 맞물려 쌓으며 파놓은 구뎅이이다.

함정 맨밑에 병기창에서 만들어온 날카로운 삼지창을 끄떡하지 않게 꽂아넣었다. 함정에 빠지면 영낙없이 그 삼지창에 온몸이 꿰창을 당할수 있었다.

벌써 그 함정에 두명의 밀정이 빠져들어 끌어낸 일이 있었다.

함정우에 널다란 봇나무껍질을 씌워 비가 새여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맨우에 잔디를 덮었다.

함정옆의 나무에 조그마한 흰 천을 표식으로 달았는데 이걸 알아낸다는게 어지간한 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기에 우리 사람들도 극력 조심하지 않으면 그 함정에 빠져들수 있었다.

아동단원들은 20개나 되는 비밀함정을 다 돌아보았다. 잔디를 들추고 봇나무껍질을 살짝 들어올렸지만 돌을 얼마나 깐깐히 쌓아올렸는지 무너진 함정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산꼭대기에서 두 애녀석이 쌍안경으로 이 작업모습을 내려다보는줄 누구도 알지 못했다.

리동근이와 홍춘삼이다. 두 녀석은 겨울을 나며 도요다중위의 명령대로 살고있는것이다.

《쉬움떡》인 리동근은 쌍안경으로 아이들이 비밀함정을 돌아보는것을 발견하자 대바람 겁에 질렸다.

(어, 저런걸 파놓았댔나?)

이제껏 그 비밀함정에 빠져들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하긴 무서움에 떨며 쌍안경으로 눈에 보이는 겉모습만 도요다놈에게 보고하고있는 두놈이였다.

안에 들어와보지 못한 수박 겉핥기식의 비둘기통신이 큰 은을 낼수는 없었다.

하여 표독하고 악착하기 그지없는 도요다는 위협으로 빼곡찬 비둘기통신을 이따금 날리군 했다.

《이새끼들, 뭘하고 자빠졌어? 그따위 정보는 알고도 남는거야.》

《군도맛이 어떤건지 알고싶어? 끌어다 목을 치기 전에 정신들을 바싹 차려!》

두 녀석은 자기들의 죽음이 분과 초를 쪼개며 다가든다는 공포에 늘 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쌍안경으로 아래를 살피던 리동근이 놀란 소리를 질렀다.

《아, 김기송! 저기 있구나!》

《어디어디, 나두 보자요!》

홍춘삼도 덤벼치며 쌍안경을 눈에 붙였다.

(틀림없는 김기송이다!)

리동근은 아버지가 죽은 날 돈때문에 끌려갔던 소달구지군들과 삯군들의 말을 통해 모두를 모여놓고 이젠 가도 되겠다고 했다는 소년이 김기송동지임을 깨달았다. 키가 조금 작으나 다부지게 돌려맺히고 눈에서 영채가 빛발치더라는 말을 듣고 확신했다.

리동근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도요다의 무서운 명령대로 아동단병실을 치는 일은 더욱 막막해지기만 했다.

아동단병실에서도 총을 메고 밤경비를 서고있기때문이였다.

김기송동지는 유격대식으로 매일같이 보초장, 3명의 보초병으로 아동단병실을 빈틈없이 경비서게 했던것이다.

한편 홍춘삼은 리동근을 뒤에서 겨눠보며 이런 생각을 좇았다.

(이새끼를 어떻게 해야 죽일가?)

홍춘삼의 아버지 홍달수는 도요다의 명령대로 열흘에 한번씩 두 녀석의 비밀소굴에 나타나군 했다. 먹을걸 지고오는것이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대서방주인은 리춘팔의 땅을 타고앉겠다는 홍달수를 보고 이렇게 야단쳤다는것이다.

《여보, 정신을 어데 정배보내고 오지 않았소? 로친네가 펀펀히 살아있고 아들이 있는데 토지등기를 자기한테 옮겨달라니? 비위살도 분수가 있지. 당장 나가오!》

그리고는 꿍져가지고갔던 돈뭉치를 활 밀어던지더라는것이다.

그러니 리춘팔의 로친네와 아들 동근이를 제껴야 토지를 옮겨받을수 있다.

《떡함지》라 불리우던 로친네는 남편이 죽은 다음 혼이 절반나마 나가 밤이면 아직도 땅을 치며 꺼이꺼이 울고있다고 한다. 이제 아들만 너부러지면 그 《떡함지》는 당장에 눈을 까뒤집고 숨이 끊어질 판이다.

그래서 홍춘삼은 동근이를 제낄 기회만 엿보고있었다.

때마침 그런 날은 오고야말았다.

도요다가 무서워 몸을 떨던 리동근은 이런 가짜비둘기통신을 날렸던것이다.

《빨갱이 애새끼들의 방에 수류탄을 던져넣었음. 절반이 즉사함.》

전멸시켰다고 했다간 다른 특무들에 의해 탄로나겠기에 절반이라고 썼던것이다.

홍춘삼은 그 가짜비둘기통신을 날린 날자와 시간, 테프번호를 머리속에 깊숙이 새겨넣었다.

알맞춤한 때에 그 사실을 도요다에게 직접 알리려는 생각에서였다.


김기송동지가 아동단병실에 돌아오니 손석일이 방에 앉아있었다.

기송동지는 반가운김에 이렇게 소리쳤다.

《형, 그새 어데 갔댔나?》

불깃한 얼굴에 눈이 억실억실한 손석일은 빙긋이 웃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른 애들도 벌쭉벌쭉 웃으며 손석일에게 인사했다. 그들은 정열적이고 수준있는 군사교관 손석일을 무척 존경하고 따랐던것이다.

손석일은 기송동지에게 밖에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풀잎이 돋기 시작한 산기슭의 벌거벗은 나무밑에 기송동지와 나란히 앉은 손석일은 흐뭇한 마음을 안고 말했다.

《난 고향에 갔다왔어.》

《뭐 회령에? 야, 멋있구나. 무슨 일로 갔댔나?》

《중요한 련락임무를 맡고 갔댔지.》

《무슨 련락임무?》

《그런걸 묻게 돼있어?》

기송동지는 금방 말문이 막혀들었다.

《한밤중에 매생이를 타고 두만강을 건너 한 집에 련락쪽지를 전하고 그길로 매생이를 타고 돌아왔어.》

《그럼 회령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겠구나. 집에도 들리지 못하고.》

《집에 들릴새 있어? 그러나 자세한 소식은 전하고왔어.》

김기송동지는 손석일이 더없이 부러웠다. 나도 언제면 저런 큰 련락임무를 맡을가 하고 생각하니 어린 나이가 또다시 한스럽게 마쳐왔다.

손석일은 사위를 한바퀴 돌아보더니 기송동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거 우리한테 온 원호물자 있지?》

《응.》

작은 침이 꿀꺽 목젖을 타고넘었다.

《그게 우리 고향에서 보내온거란 말이야.》

《엉?!》

기송동지는 놀라움과 강한 충격에 몸을 벌떡 일으키려 했다.

손석일은 기송동지의 옷소매를 끄당기며 귀에 대고 그냥 소근거렸다.

《이건 절대비밀이야. 적들속에 새여들어가면 회령조직이 큰 타격을 받을수 있어.》

기송동지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으나 좀처럼 되지 않았다.

손석일은 목소리를 낮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가서 만난 조직책임자는 《동아일보》지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였다.

조직책임자는 손석일이 준 련락쪽지를 들여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뭘 크게 도운게 있다고, 그래 이불감이랑 모자라지 않던가?》

이리하여 손석일은 국내에서 들여온 원호물자가 바로 자기 고향에서 보내준것임을 알게 되였다.

조직책임자는 련락쪽지에 씌여있는 다른 내용은 입에 번지지 않았다.

집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버지이름을 댔더니 깜짝 놀라는것이였다.

《뭐? 네가 손승태의 아들이야? 이런 반가울데라구야. 너의 아버지는 우리 조직의 핵심인물이야. 원호물자를 구하고 퉁구리를 짓는데서도 앞장에 섰지. 그러니 자기 아들이 쓸 물건이라는걸 알고 그렇게 열성을 냈나?》

손석일은 온몸에 퍼지는 격정을 달래지 못하며 자기가 중대장 전령병이며 아동단의 군사교관이라는것도 아버지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이 평범한 대원이라기보다 이런 일을 맡았다면 더 대견해할것 같아서였다.

김기송동지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 손석일의 두손을 덥석 잡았다.

《야, 정말 대단하군요. 아버지도 혁명가, 아들도 혁명가… 얼마나 대단해요?》

손석일은 빙긋이 웃었으나 눈구석에는 물기가 어렸다.

기송동지는 몸을 따뜻이 감싸고있는 모달리내의를 손을 넣어 만져보았다.

그러니 고향사람들의 뜨거운 정성이 온몸을 감싸주고있는것이다. 밤에 잘 때 덮는 이불도 그래서 더더욱 포근하고 따스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송동지는 자신한테 차례진 원호물자들이 금보다 더 소중히 여겨졌다. 거기에는 어서 커서 훌륭한 유격대원이 되라는 고향사람들의 간절한 당부도 깃들어있는것이였다.

손석일은 호주머니에서 류달리 하얗고 둥근 꽃잎을 두줌이나 되게 꺼내놓았다.

손석일은 눈을 끔쩍했다.

《너 이게 무슨 꽃잎인지 아니?》

기송동지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그 유명한 회령백살구꽃이야. 얼마나 고운가 봐.》

김기송동지는 단박 흥분으로 가슴이 세차게 들먹거림을 느꼈다. 하얀 꽃송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듣던대로 꽃잎이 옥같이 희고 큰데다 진한 향기를 은근히 풍기는듯싶었다.

손석일은 자랑에 넘쳐 말했다.

《너는 우리 나라에 얼마나 많은 살구종류가 있는지 아니? 산살구, 북청살구, 회령백살구… 그중에서도 우리 회령백살구만큼 알이 큰데다 살이 두텁고 단맛이 은근한건 없거든. 그래서 우리 회령백살구를 첫손가락에 꼽아.》

김기송동지는 적후에 갔다가 백살구꽃잎을 따온 손석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손석일은 말했다.

《한밤중인데도 길옆의 백살구꽃은 환하게 보이더구나. 네 생각이 나 땄어. 너는 한살때 고향을 떴다고 했지? 그러니 백살구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거란 말이야. 그래서 호주머니에 마구 뜯어넣었지. 다른 그릇이야 있어야지.》

기송동지는 손석일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이렇게 말하고싶었다.

《형, 고마워.》

그러나 가장 가깝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인사말을 굳이 하지 않는 법이다.

원쑤들이 뒤를 따를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정황, 집에도 들리지 못한 그가 나를 생각하며 백살구꽃을 따왔으니 그 고마움을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김기송동지는 손에 쥔 꽃잎에 코를 바투 가져갔다. 향기가 풍기나 알아보려는것이다.

아직 백살구꽃에선 은근한 향기가 풍겼다.

(야!)

김기송동지는 고향의 한복판에 선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기송동지는 늘쌍 고향을 그렸지만 그 표상은 구름속에 가린것 같이 흐릿했다. 암만 생각을 모두어도 뚜렷한 형태는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백살구꽃을 보자 고향의 모습이 선명한 자태를 드러내는것이였다.

(아, 백살구꽃 만발한 내 고향 회령! 품에 고이 간수하고 고향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봐야지.)

기송동지는 이 꽃들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물건으로 여겨졌다.

김기송동지는 누나가 이 꽃을 봐도 반가와하며 품에 간수하려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꼭같이 나눌테야.

김기송동지는 이 꽃을 깨끗이 말리워 유지같은데 싸서 가슴깊이 품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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