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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회


제6장 두자루의 장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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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 따따 따따따…

두곳에서 불어대는 요란한 나팔소리가 아직 새벽빛이 들지 않은 장재촌 온 골안을 들었다놓았다.

손석일의 나팔소리가 울리자 자지 않고 기다리던 김기송동지가 튕기듯 뛰쳐일어나 병실옆의 낮은 산턱에 올라서서 앞서 울린 나팔소리에 자신의 나팔소리를 합친것이다.

어제 저녁 혁명정부에서는 비상회의가 열렸다.

오늘 새벽부터 추수전투에 들어간다는것이였다.

8도구에서 금전판 덕대노릇을 하는 리춘팔이 자기 땅의 곡식을 다 베여들이려고 눈에 달이 떠서 돌아친다는 혁명조직의 통보가 들어왔다.

부암동 하촌으로부터 시작하여 장재촌에 이르는 모든 밭이 리춘팔의 소유였다.

그러니 놈은 후한 품값을 약속하며 되도록 많은 인부를 긁어모으느라했고 모든 소달구지를 부암동에 들이밀려고 날뛰고있었다.

혁명정부에서는 선손을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추수전투를 예견하고 병기창에 지시를 주어 200가락의 낫을 벼려오기도 했다.

나팔소리가 울리자 온 골안의 집집에서 사람들이 쓸어나왔다.

총과 함께 낫을 든 유격대원들, 근거지인민들속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놀릴수 있는 로인들과 녀인들이 낫을 들고 반달음을 놓았다. 여러대의 소달구지가 덜커덩거리며 바삐 굴러갔다.

김기송동지가 나팔을 불고 병실에 돌아오니 동무들은 이미 마당에 정렬해 서있었다. 그들의 손에도 모두 낫이 들렸다.

어제 비상회의를 마치면서 낫을 모두 나누어주었던것이다.

대렬앞에 선 김기송동지는 림태호가 끼여있나 해서 살폈다.

그새 태호는 일체 일과생활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가 나서려 하면 기송동지는 《일없어, 좀더 쉬여. 몸이 완전히 추선 다음에 참가하란 말이야.》하며 떠밀군 했다.

그러나 어제 렴죽심의 말을 들은 뒤라 그가 나섰는가를 살피게 되는것이였다.

림태호는 대렬의 맨 끝머리에 붙어서있었다. 그는 속이 켕겨 뛰쳐나왔던것이다.

그는 란희에게 괜히 생뚱같은 말을 했다고 후회의 혀를 깨물며 분단장이 찾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여직껏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란희가 말을 옮기지 않은게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이 편안치 않아 애들의 뒤에 묻어섰던것이다. 어린 몸이라 오래 푹 쉬고 꿀까지 먹다나니 원기가 왕성해짐을 느끼기도 했다.

기송동지는 동무들을 둘러보며 억양에 힘을 주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추수전투는 판가리싸움이라고 할수 있어. 근거지가 한해동안 먹을 식량을 마련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싸움이란 말이야. 우리모두 그런 마음을 안고 추수전투의 맨 앞장에 서자.》

《알았습니다!》

애들은 힘있게 대답했다.

드디여 추수전투가 시작되였다.

혁명정부에서는 이 근방의 곡식은 조와 수수가 기본이기에 대는 팽개치고 이삭만 자르라고 지시했다. 그래야 가을을 빨리 끝낼수 있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단꺼번에 넓은 지역의 곡식을 거두기 위해 단위별로 밭을 나누어주었다.

아동단원들은 키가 작다고 조이삭 자르는 일을 시켰다.

애들은 희붐한 새벽빛을 전등불로 삼고 조이삭을 불이 번쩍나게 낫으로 잘랐다. 뒤에 무지를 지었다.

그런데 길죽한 조이삭은 가시털모양의 깔끄라기가 빈틈없이 돋아 얼굴을 찔러대고 팔을 베였다. 얼굴과 팔이 아려왔다.

그러나 애들은 일손을 놓을줄 몰랐다.

구공청 아동단책임자이신 김정숙동지께서 애들의 작업장에 달려오시였다.

애들은 김정숙동지를 보기만 해도 반갑고 정이 끌렸다.

그이께서는 애들속에 끼여 조이삭을 잽싸게 베여나가시였다.

대가 그대로 곧추 선 밭으로 소달구지가 굴러들어왔다. 뒤에 마대를 그득 실었다.

그때부터 일부 애들은 마대에 조이삭을 담아 발로 힘껏 밟아대며 그득 채워 달구지로 날라가군 했다.

일은 첫 별이 돋을 때에야 끝났다.

점심은 박복덕아주머니가 주먹밥을 지어 이고온걸로 에웠다.

모두 병실에 들어가 저녁을 먹기 바쁘게 깊은 꿈나락에 빠졌다.

그리고도 새벽어둠이 걷히기 전의 기상나팔소리에 모두 벌떡벌떡 뛰쳐일어났다.

사흘째 되는 날이다.

해가 동산에 걸터앉아있는데 장재촌 아래켠의 상촌쪽에서 서너방의 총소리가 골안을 울렸다.

애들은 놀란 눈을 들었다.

계속 조이삭을 베여나가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애들에게 알려주셨다.

《리춘팔놈이 나타났군요. 곡식을 다 베여가려구.》

좀 동안을 두었다가 또 두세방의 총성이 골안을 쨌다.

위협사격이였다.

자기네쪽으로 다가오면 모두 쏴죽이겠다는 엄포가 섞인 총질이였다.

애들은 긴장에 휩싸였다. 어쩔바를 몰라했다.

얼굴과 팔이 조이삭 깔끄라기에 새빨갛게 익은 김기송동지가 애들을 향해 소리쳤다.

《뭘 멍청해있어? 일손에 불을 일구라구. 그따위 총소리에 겁내지 말구.》

그제야 애들은 다시 조이삭을 잘라나갔다. 그러나 전과 같지 못했다.

애가 끓는 기송동지는 연방 소리쳤다.

《민구, 뭘해? 손이 왜 그렇게 떠?》

《철수, 너도 같지 않니? 리춘팔놈한테 벌써 겁먹었어?》

김기송동지의 역증이 그칠줄 모르자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러지 말라는듯 가까이에서 일하는 동생에게 여러차례 눈짓을 해보이시였다. 그런데도 그것을 못본듯 기송동지는 더욱 동무들을 볶아대는것이였다.

촉급한 정황에 다닥치자 애써 지워버렸다고 생각한 원래의 버릇이 다시 머리를 번쩍 쳐든것이였다.

박복덕아주머니가 점심그릇을 이고 나타났다.

그러나 김기송동지는 점심할 경황도 없었다. 빨리 산에 올라 놈들이 어떤짓을 하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던것이다.

높은 산마루에 올라서서야 리춘팔네가 가을하는 곳이 내려다보였다. 유격근거지에서 가을하는 곳과 거기까지의 거리는 5리도 되나마나했다. 게다가 놈들은 장재촌쪽으로 가을해들어오는것이였다. 그것들도 이삭만 짤랐다.

길녘에는 일여덟대의 소달구지가 서있다. 거기에 짜른 수수이삭이며 조이삭을 연방 싣고있다. 그것들도 빨리 가을을 끝내려니 우리와 꼭같은 생각을 해낸 모양이다.

삯군들은 스무명나마 되였다. 총을 쏜 놈들은 《자위단》원인데 3명이였다. 그것들도 돈을 받고 따라온 모양인데 그늘밑에 앉아 담배만 피워대고있었다.

전보대같은 키에 검은색안경을 말상에 붙인 리춘팔놈은 개화장까지 짚고 가을하는 삯군들의 뒤에 지켜서있었다.

맞갖잖으면 소래기를 질러댔다. 마음은 급한데 삯군들은 느렁느렁 일하기때문이다.

다시 리춘팔이 소래기를 지르자 한 삯군이 홱 돌아서며 맞받아 소리친다. 우리가 당신 머슴이요? 왜 큰소리만 탕탕 치오? 하고 맞서는것 같았다.

리춘팔놈은 입이 쓰거운듯 담배를 붙여문다. 삯군들은 숨을 헐떡거리며 일을 다그칠 생각은 바이 없는것 같다.

김기송동지는 막막한 생각만 들었다.

이제 이틀쯤 지나면 량쪽은 밭에서 마주치게 된다.

유격근거지에서 더 많은 곡식을 거두려면 리춘팔네가 가을해서 휑해진 그너머에 붙어야 했다.

그러나 리춘팔놈은 그쪽엔 얼씬하지도 못하게 할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 왜놈무력까지 들이밀수 있었다.

그러면 근거지인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다. 지금 가을하는 곡식으로는 두달을 대기도 어려웠다.

김기송동지는 배고픈 생각도 잊고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이 뜨다고 동무들을 그토록 다그던 김기송동지였지만 오후에는 그들보다 더욱 김이 빠져 일손을 놀렸다. 이틀후에 량쪽이 마주칠 일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기때문이였다.

김기송동지에게 유격구는 곧 집이였다. 나서자란 고향집처럼 정을 깡그리 쏟고싶었다.

그런데 리춘팔놈에게 곡식을 다 떼우고나면…

우리 유격구는 굶주림에 시달리다못해 뿔뿔이 흩어지게 될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머리칼이 쭈빗 일어서고 온몸의 살이 떨렸다.

자신을 유격구의 주인으로 여기고 유격구에 나서는 일을 도맡아안지 못해 몸달아하는 김기송동지는 자꾸 산에 올라 놈들쪽을 살피게 됐다. 극도의 불안감이 그렇게 떠민것이였다.

해가 질무렵에 또 산에 올랐더니 리춘팔놈이 《자위단》원들과 삯군들을 빙 둘러앉히고 술을 먹이고있었다. 인심후한 자기를 드러내보이려는 모양이다.

술추렴은 오래동안 계속되였다.

곤죽이 된 《자위단》원 세놈은 총을 거꾸로 메고 앞서 떠났다. 시큼털털하고 되직한 노래를 뽑으며 갈지자걸음을 쳤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며는 못노나니

… … …


한참 지나서야 이삭포대를 높직이 실은 소달구지들이 움직였다. 그뒤에 삯군들이 따르고 맨 나중에 리춘팔놈이 개화장을 내짚으며 거드름스럽게 걸음을 내짚었다.

길은 꺾이였다. 《자위단》놈들이 굽인돌이를 돈 한참후에야 소달구지며 사람들은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긴 길에 들어섰다.

김기송동지는 펀뜻 번개치는 생각에 무릎을 탁 쳤다. 입에 벙글벙글 웃음을 머금었다.

(그렇지!)

무지스러운 《자위단》놈들은 자기 임무가 끝났다고 셈평좋게 여기며 앞장서나가는것이다. 그것들은 가을하는 곳에 유격대가 가까이 다가들지 못하게 하려고 따라왔던것이다.

《자위단》놈들이 산굽이를 돈 다음 리춘팔놈을 제끼면 어떨가?

이 부암동의 추수에 절박하게 목이 멘 놈은 리춘팔 하나뿐이다. 이놈만 없으면 누구도 부암동의 추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것이다. 그러면 온 부암동의 곡식을 우리 근거지가 독차지할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누가 리춘팔놈을 제껴야 하나?

유격대?…

김기송동지는 생각을 굴리다가 머리를 저었다.

유격대가 리춘팔놈을 처단했다면 왜놈들은 지주편을 들어 가만있으려 하지 않을것이다. 자칫하면 바싹 마른 곡식밭에 불을 지를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옳지! 우리 아동단이 할수 있어. 스물다섯명이 리춘팔 한놈을 제끼지 못할가?

아이들이 리춘팔을 죽였다면 왜놈들은 너무 어처구니없어 입만 다실뿐 어쩌지 못할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족치자. 넉근히 칠수 있어!

김기송동지는 리춘팔놈이 산굽이를 돌 때까지 지그시 마음을 누르며 지켜보다가 산아래로 나는듯이 뛰여내려갔다.

김정숙동지를 만나자 흥분해서 계획을 말했다.

그이께서는 미심쩍어 하시였다.

《〈자위단〉놈들이 래일도 앞장서나갈가?》

《그거야 뻔하지 않아? 그것들은 가을할 때까지 무사했으니 제 할 일은 다했다고 흥타령을 부르며 앞장서 간단 말이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여러 아동단원들앞이지만 동생을 힘껏 껴안아주고싶으시였다.

(얘가 많이 발전했구나. 이젠 근거지를 제집처럼 여기거든. 그리고 리춘팔놈을 족칠 궁리가 얼마나 그럴듯해.…)

김정숙동지께서는 간부들을 찾아 자리를 뜨시였다. 이런 일은 아동단책임자이신 자신께서 나서야겠다고 여기신것이였다.

조가을을 하여 대만 촘촘히 선 밭에 최춘도혁명정부회장과 김학철중대장, 민성기구공청비서가 마주서서 무엇인가 신중히 의논하고있었다.

그들도 산에 올라 리춘팔네가 가을하는쪽을 두번이나 살폈다.

그런데 하촌으로 향한 그 뒤켠 밭에 근거지가 당당히 들어설수 있는 구실이 떠오르지 않아 골을 앓고있는 참이였다.

김정숙동지의 말씀을 들은 김학철중대장이 《야, 됐구나! 그럴듯해!》 하고 부르짖었다. 말이 적은 그로서는 드물게 드러내는 흥분이였다. 그는 드바삐 말을 이었다.

《나도 리춘팔놈과 〈자위단〉놈들을 족쳐버릴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그 후과가 걱정이거든요. 애들이 리춘팔놈을 죽였다면 문제가 다르지요. 왜놈들에게 보복할 구실을 주지 않는단 말입니다.》

세 일군은 다 흥분했다.

그러나 인정깊은 최춘도회장은 걱정했다.

《그러다가 애 하나라도 상하지 않을가?》

구공청비서가 성큼 끼여들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아동단원들을 투쟁속에서 단련시켜야지요.》

이리하여 다음날 아동단원들의 기습작전은 승인되였다.

모두 흩어졌지만 김학철중대장은 깊은 생각에 잠겨 서있었다. 머리가 팩팩 도는 그는 드디여 그럴듯한 궁리가 떠오르자 최춘도회장을 찾아가 자기 의견을 터놓았다. 최춘도는 그럴듯한 생각이라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학철중대장은 김기송동지를 불러 자기 계획을 일러주었다.

《야, 그렇게 하면 좋겠군요. 우린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기송동지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다음날 저녁 장재촌아동단원들은 리춘팔네가 일하는 몰골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길우의 숲속에 몸을 숨겼다. 손에는 모두 곤봉을 틀어쥐였다.

점심을 먹고났을 때 김기송동지는 동무들을 나무그늘밑에 앉히고 피가 끓는 말로 동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미심쩍어 하는 점도 있었다. 《자위단》놈들이 오늘도 과연 앞장서나가겠는가 하는것이다.

그에 대해 김정숙동지께 옮긴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어지간히 마음을 놓았다.

전투조는 두조로 갈랐다. 하촌애들은 리춘팔놈을 맡아제낀다. 다른데서 온 애들은 소달구지군과 삯군들을 단속한다.

김기송동지는 애들의 한옆에 수굿하고 앉은 림태호에게 어조에 그루를 박으며 말했다.

《태호, 너는 리춘팔놈을 제끼는 조에 끼워야겠어.》

기송동지는 그에게 동무라는 말을 붙이기도 싫었다.

태호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나야 어디 하촌애야? 내가 하촌을 떠난지 언제게?… 하는 생각이 얼굴에 완연히 씌여졌다.

기송동지는 잘라 말했다.

《하여간 태호는 그 조에 끼우라구.》

그애를 직접 검열하고싶었던것이다.

예견했던대로 리춘팔놈은 《자위단》원 세놈과 소달구지군, 삯군들에게 술을 먹이고있었다. 술안주도 괜찮게 차려온것 같았다.

리춘팔놈을 오래간만에 보는 하촌애들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분단장이 아까 말한대로 우리 식구들을 다 죽이고 집도 불태워버린건 바로 저놈이다. 홍달수의 비둘기통신을 수비대며 경찰서에 직접 알린건 저놈이다.

분단장의 말이 옳다. 저놈을 제끼지 않으면 우리 유격근거지에서는 한해동안 굶으며 살게 된다.

어디 보자. 이놈!

모두 이런 생각이였다.

지루하게 끌던 술판이 끝났는지 《자위단》원 세놈은 어제와 같이 다리를 비틀거리며 앞장서 걸었다.

소달구지군들은 짐바를 더 힘껏 조이느라 시간을 끌다가 떠났다. 그뒤에 삯군들이 따르고 리춘팔이 개화장을 내짚으며 걸었다.

세명의 《자위단》원들이 산굽이를 돈지도 오랬다. 드디여 아동단원들이 매복한 길에 소달구지와 삯군, 리춘팔놈이 들어섰다.

김정숙동지의 신호에 따라 기송동지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숨어있던 아동단원들이 일제히 뛰쳐일어나 행길로 달려내려갔다. 하촌애들은 리춘팔놈을 향해, 다른 애들은 소달구지와 삯군들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리춘팔놈은 산에서 곤봉을 든 애들이 와락 쏟아져내리자 엉겁결에 《어! 어!》 하면서 뒤걸음쳤다.

열명의 애들이 박달나무곤봉으로 리춘팔놈의 머리통과 어깨팍을 사정없이 갈겨댔다.

개화장이 저만치 뿌려지고 검은색보호안경은 애들의 발밑에서 박산이 났다.

애들은 너부러진 놈을 마구 짓밟아댔다.

림태호는 뒤에 서서 허둥거리기만 했다. 그걸 띄여본 김기송동지가 피터지는 소리를 쳤다.

《태호! 뭘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듯 태호는 애들속에 끼여 리춘팔놈의 머리를 짓밟아댔다. 리춘팔놈은 너부러지고말았다.

다른 한 조는 소달구지와 삯군들속에 뛰여들었다.

《소리치지 마십시오!》

이렇게 엄포를 놓으며 곤봉을 번쩍 쳐들었다.

앞서가는 《자위단》놈들에게 소리가 미치지 못하게 하려는것이였다.

소달구지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리춘팔놈이 벼락맞는걸 직접 본 삯군들은 까무라치게 놀라 《저런! 저런!》 하면서 뒤걸음쳐댔다.

리춘팔을 요정내자 김기송동지가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그러자 매 소달구지를 맡고 단속하던 애들이 소달구지군들을 끌고 리춘팔이 너부러진 곳으로 다가왔다.

소달구지군들도 얼굴이 새까맣게 질리고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소달구지군들과 삯군들이 한군데 모여섰다.

김기송동지는 침착한 어조로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부암동 하촌에서 살던 애들입니다. 리춘팔놈은 우리의 원쑤입니다. 그놈이 마름놈의 련락을 받고 수비대와 경찰서에 알려서 우리 하촌마을이 불바다에 들었던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온 식구의 원쑤를 갚느라 리춘팔놈을 족친것입니다. 이젠 마음놓고 돌아가십시오.》

달구지군들과 삯군들은 엉치에 불이 달린듯 줄행랑을 놓았다. 굴러가는 달구지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금방 바퀴가 빠져나갈것 같았다.

마지막소달구지가 산굽이를 돌았을 때 자기들이 매복해있던 산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목이 꽉 메인 소리였다.

애들이 돌아보니 거기에는 최춘도회장과 김학철중대장, 민성기구공청비서, 아동단책임자이신 김정숙동지께서 총을 잡고 서있는것이 아닌가.

애들은 《야!》하고 환성을 올렸다.

애들은 눈물이 왈칵 치솟았다. 유격구의 일군들이 우리를 걱정해서, 우리가 잘못될가봐 총을 잡고 지켜보고있은것이 아닌가.

어른들이 행길로 달려내려오자 애들은 그들의 품에 와락와락 안겨들었다. 그리하여 뜨겁게 얼싸안은 사람들이 세동아리를 이루었다.

맨 나중에 산에서 내려오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정찬 눈길로 아동단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아동단원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서였다.

그날밤 유격구에서는 군중재판을 열고 리춘팔놈을 처단했다.


김기송동지는 리춘팔놈을 족친 다음 수수와 조이삭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들을 몽땅 장재촌근거지입구까지 끌고갈 작정을 했었다.

그걸 생각깊은 김학철중대장이 시정시켜주었다.

그러면 놈들에게 언질을 잡힐수 있으니 리춘팔놈을 족친 다음 달구지군들과 삯군들을 모두 모여놓고 순전히 하촌의 복수였다고 말하라고 했던것이다.

그러면 모든 일은 추수와는 상관없는걸로 된다.

일은 뜻대로 됐다.

삯군들이 먼저 주먹을 부르쥐고 달려 앞서가던 《자위단》놈들을 붙잡았다. 숨을 헐썩거리며 리춘팔이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었다고 있었던 일을 토했다.

놈들은 깜짝 놀라 취했던 술이 말짱 깼다. 그러나 저들이 지켜주었던 곡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것을 보고는 이렇게 지껄이였다.

《리춘팔, 그녀석이 죽은거야 어떻게 하겠나. 제 지은 죄로 죽은거야 어디 가 상소할데가 없지.》

김학철중대장의 계책은 어떻게든 날자를 다투는 추수에서 왜놈들의 훼방을 막으려는것이였다.

과연 다음날부터 부암동에 나타나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그다음부터는 추수를 마음편히 할수 있었다.

날도적같은 리춘팔놈은 지난해 추수폭동바람에 소작료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올해는 그것까지 계산해 부암동의 곡식을 몽땅 베여가려 했던것이다. 그때는 소작료가 7할(70프로)이였으니 당당하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유격근거지에서도 뉘집의 밭이란걸 가리지 않고 추수를 해나갔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상촌과 중촌에는 동리가 살아있었다. 그러니 그 동리의 밭은 다치지 말아야 할것이다.

그러나 하촌은 몽땅 불바다로 됐으니 유격근거지에서 베여오기로 했다. 수수와 조뿐만아니라 강냉이, 기장, 콩, 감자… 남기지 말고 추수해야 했다.

상촌, 중촌, 장재촌사람들은 지은 곡식의 전부를 가을해 끌어들일수 있었다. 그들은 량심의 가책에 잠기였다. 리춘팔놈에게 떼울번한 곡식을 근거지의 덕분에 몽땅 집에 끌어들였으니 사람으로서 그냥 있을수있냐 하는것이였다.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은 혁명정부에 찾아와 추수한 곡식의 절반을 혁명정부에 바치겠다고 했다.

최춘도회장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러지 마십시오. 우리야 인민을 위한 정부가 아닙니까?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지난해 추수폭동을 지도하시면서 농민들이 지주에게 3할(30프로)만 물라고 하시였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우리 근거지를 도울 생각이 있으면 수확량의 2할만 가져다줘도 고맙겠습니다.》

이건 현정부와 미리 토론한 문제였다.

그리하여 장재촌유격근거지는 한해 먹을 식량을 푼푼히 마련하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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