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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회


제4장 아동단 앞으로!


3


길청령은 연길현과 왕청현의 경계에 있는 험준한 령이다. 이리로 자동차길이 뱅글뱅글 감으며 뻗어올랐다.

이 길청령의 한갈래 깊은 골짜기에 한채의 귀틀집이 큰 바위산을 등지고 숨듯이 들어앉아있었다. 앞에도 숲이 꽉 들어찼는데 가는 개울이 그사이로 흐르고있었다.

이 집에서 다른 인가까지는 20리나마 되였다.

집에는 식구가 일곱이였다. 아버지, 어머니, 장가간 맏이, 며느리, 둘째아들, 딸 그리고 막냉이인 길장쇠가 살았다.

이들은 부대기농사와 사냥으로 연명했다. 원시적인 자연경제생활을 한다고 할수 있었다.

길장쇠는 막냉이라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집에서 키우는 짐승들을 풀판에 풀어놓고 뛰여놀기만 했다. 돼지도 고삐를 길게 하고 풀을 뜯게 했다.

장쇠는 글 한자 몰랐으며 바깥사람과의 교제도 모르고 자랐다. 한달에 한번정도 50리 거리가 되는 장마당으로 가는 형들의 뒤를 때때로 따라가 인간세상을 구경할따름이였다.

장쇠의 아버지는 일체 장마당으로 가는 법을 몰랐다.

며느리도 혈붙이없이 헤매는 처녀애를 데려다가 나이 차자 성례를 치렀다. 그러니 바깥에 사돈집도 있을리 없었다.

어떤 때는 아들들이 별생각없이 말했다.

《아버지, 바람이나 쏘일겸 장마당구경을 한번 하시지요?》

그러면 어머니가 눈을 흡뜨며 소리쳤다.

《정신있니? 아버지가 어디 나가신단 말이냐?》

무엇인가 깊은 비밀을 품고사는 집이였다.

길장쇠는 오늘도 아침숟갈을 놓기 바쁘게 집에서 그닥 멀지 않은 낭벼랑으로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간쯤에 벌둥지가 있었다. 그걸 털려는것이다.

삐죽삐죽 돋은 바위뿔을 잡고 낭벼랑으로 기여오르는 장쇠는 자신에 넘치고 날렵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말그대로 야생인이라 할수 있었다.

바위벼랑을 비집고 뿌리박아 배배 틀리며 난쟁이로 자란 소나무짬의 벌둥지를 바라보며 기여오르던 장쇠는 몸을 흠칫 떨며 떨어질듯 놀랐다. 앙칼진 총성이 좁은 골안을 발기발기 찢으며 귀청을 때렸기때문이였다.

장쇠는 낭벼랑에 붙은채 사위를 둘러보았다. 집쪽에서 왁작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과의 교제가 없어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집이였다. 그런데 장마당에 갈 때마다 보군 했던 시누런 군복을 입은 왜놈군대들이 몰켜와 집식구들을 마당으로 거칠게 끌어내오고있었다.

장쇠는 낭벼랑에서 날아내리듯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는 덤불나무뒤에 숨어 집쪽으로 시선을 날렸다. 갈피없이 뜀박질하는 심장이 밖으로 뛰쳐나올듯싶었다.

별을 많이 단 왜놈군대가 군도를 뽑아들고 아버지에게 호통을 쳐댔다. 옆에 선 난쟁이같은 사람이 통역을 했다. 그 소리가 장쇠한테까지 간간히 들려왔다.

《어제밤 빨갱이 세놈이 집에 숨어들지 않았는가?》

왜놈군대에게 뒤로 두팔을 비틀리운 아버지가 대꾸했다.

《빨갱이라니요? 우리 집에 온 사람은 없소.》

장쇠는 빨갱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과 같이 어제밤에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왜놈군대들은 집안과 헛간, 짚낟가리를 말끔히 뒤졌다.

오지 않은 사람이 나타날리 없었다.

장교놈은 상판에 피가 잔뜩 차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집에 불을 지르고 년놈들을 다 죽여라! 피신처가 될 집은 뿌리채 뽑아던져야 한단 말이다!》

장교놈은 세 혁명가를 뒤쫓느라 지칠대로 지치고 악이 치받쳐올라 이 집에 불이라도 지르면 직성이 풀릴것 같아 야만적인 명령을 떨군것이였다.

장쇠는 눈이 휘딱 뒤집혔다. 혼백이 산산이 흩어지는듯싶었다.

왜놈들은 집에 불을 지르고 식구들을 사정없이 쏴갈겼다.

《아버지!》

장쇠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목터지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 웨침은 골안을 쪼개는 총성에 먼지처럼 흩어졌다.

풀덤불을 가르며 달려가던 장쇠는 우뚝 멎어섰다. 왜놈들의 눈에 띄면 자기도 죽일것이다.

바위뒤에 몸을 숨긴 장쇠는 피가 터지는줄도 모르고 주먹으로 바위를 마구 갈겼다.

왜놈군대들은 점점 산속으로 멀어져갔다.

튕겨나듯 일어선 길장쇠는 집을 향해 장달음을 놓았다.

마당에 들어서니 집은 세찬 불길에 휩싸였다. 놈들은 마당의 한옆에 무져놓은 조짚단을 헐어 집안에 던져넣고 불을 지른것이다.

장쇠는 허둥거리며 식구들을 찾았다.

여러줄의 피자욱이 마당에서부터 집으로 뻗었다. 그러니 왜놈들이 식구들을 몽땅 불지른 집안에 던져넣은게 분명했다.

장쇠는 불길이 널름거리는 집으로 다가들며 목에서 피가 터지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렀다.

아무런 대꾸도 없다. 나무튀는 소리만 요란스럽다.

여러마리의 룡이 불을 뿜는 긴 혀를 널름거리는듯 하는 불속으로 얼씬 들어설수 없었다. 어느새 머리칼이 꼬실꼬실 탔고 얼굴이 벌겋게 익어 아려왔다.

길장쇠는 강한 충동에 떠밀리며 주먹을 부르쥐고 왜놈들이 사라진 산에 올라붙었다. 뒤따라가서 왜놈들을 족치려는것이였다.

그는 사냥총을 쏠줄 알았고 돌멩이를 무척 맵짜게 던졌다. 집에 있는 사냥총은 연물을 형타에 부어 총알을 만들어쓰는 총이다. 말코지에 걸었던 사냥총은 불속에 들고말았다.

장쇠는 산에 오르며 모가 날카롭게 선 돌멩이 두개를 주어들었다. 이걸로 앞질러 숨었다가 벌떡 일어나며 칼찬 놈의 면상을 눈에서 번개가 일게 후려갈기자. 그러면 그놈이 비명을 지르며 너부러질 때 날쌔게 덤벼들어 권총을 뽑아들자. 그걸로 놈을 갈기고 뒤따르는 놈들을 쏘아넘기자.

그 나이다운 환상에 사로잡힌 길장쇠는 산을 세개나 넘었다. 그러나 왜놈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장쇠는 락엽무지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깨가 한길이나 되게 오르내리고 눈자위엔 소방울만한 눈물이 맺혀올랐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원쑤를 갚기 위해 여기를 떠야 해. 왜놈들이 있는 곳에 가야 원쑤를 갚을수 있어. 식구를 여섯 잃었으니 왜놈을 여섯 죽여야지. 그러자면 총이 있어야 해. 총은 어떻게?…

길장쇠는 일제놈들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기막힌 재앙을 가져왔는지를 전혀 몰랐다. 지주와 자본가… 잘사는 놈들이 얼마나 악독한지도 몰랐다. 그에게 있어서 온 세상은 이 좁은 골안과 자기 식구들이 전부였다.

하기에 그는 자기 식구들을 죽인 피값으로 왜놈 여섯을 기어이 제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앙심만을 가슴 밑굽에 재워넣는것이였다.

길장쇠는 산을 내렸다.

바닥에 꽤 넓은 풀밭이 펼쳐져있었다.

거기에서 세마리의 돼지와 두마리의 염소가 풀을 뜯고있었다. 장쇠가 벌둥지를 털러 가기에 앞서 여기에 내다 맨것이다.

돼지와 염소들은 길장쇠를 알아보자 제나름의 울음소리로 반가움을 드러냈다. 매일같이 장쇠와 어울려 살다보니 정이 들대로 든것이다.

장쇠는 짐승들을 한마리씩 대가리를 쓸어주고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러면서 마음속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가. 잘 있어. 다시 못보게 될거야.》

그는 물건을 사고 파는 법을 몰랐다. 그런 일은 형들이 했던것이다.

장쇠는 떠나기에 앞서 집짐승들의 고삐를 풀어주려고 이리로 왔다. 고삐를 풀어주어야 자유롭게 살것이다.

장쇠는 산에 메돼지가 있으니 집돼지도 풀어주면 메돼지로 되리라 생각했다.

장쇠가 장도칼로 고삐를 다 끊어주었으나 짐승들은 저들의 운명에 어떤 변화가 왔는가를 전혀 모르며 풀을 뜯기만 했다. 이젠 고삐의 구속도 받지 않게 될것이며 정해진 우리에 갇히는 일도 없게 될것이다.

길장쇠가 집에 이르니 불길은 다 사그라졌다. 집은 풀썩 주저앉았고 구석구석에서 연기가 피여올랐다.

장쇠는 식구들의 시신이라도 찾자고 집에 뛰여들었다. 그런데 불길이 얼마나 세찼던지 그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었다.

결국 단란한 행복이 흐르던 보금자리가 여섯식구의 무덤으로 되고말았다.

길장쇠는 집을 향해 절을 열번나마 하며 마음속맹세를 터쳤다.

《아버지, 엄마, 믿어주세요. 내가 원쑤를 다 갚겠어요. 그리고 제사 지내러 올래요.》

그는 식구 여섯의 원쑤를 갚기 위해 길을 떠났다.

길장쇠는 마을을 지나고지났다. 불타고 주저앉은 마을이 여럿이였다.

장쇠는 배가 너무 고파 견딜수 없었다. 맥없고 진땀만 났다.

그는 인가를 발견하면 그리로 찾아들군 했다. 내다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치뜨군 했다.

장쇠의 행색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것이다.

귀바퀴를 덮고도 남는 더부룩한 머리칼, 숲속에서 내내 뛰놀다보니 새까맣게 탄 얼굴, 별스럽게 번쩍거리는 두눈…

옷도 베천으로 가볍게 해입었는데 그게 꼬깃꼬깃 말려올라가 배꼽이 휑하니 드러나고 넙적다리도 드러나보인다. 옷도 살도 온통 새까맣다.

사람들은 장쇠가 배고파하는걸 알고 먹을걸 내다주었다. 산촌일수록 후한 인심은 고이 간직되여있었다.

장쇠는 밤에 남의 집에서 자려고는 하지 않았다. 자기 식구외에 남과 교제를 몰랐던 장쇠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자는것이 옹색스러웠고 차라리 밖에서 나무가리밑이나 외양간에 의지하여 자는것이 훨씬 마음 편했던것이다.

장쇠는 길을 가다가 몇번 지나가는 경찰놈이나 《자위단》놈과 맞다들었다. 어깨에 멘 장총이나 허리에 찬 권총에 유혹에 찬 눈을 날렸다. 그의 크고 새까만 눈은 별스레 번뜩거렸다.

상대방에서도 장쇠에게 류다른 시선을 보냈다. 장쇠의 행색이 별스러웠기때문이다.

괜히 장쇠를 불러세우고 이것저것 따지고들었다. 장쇠는 혀가 굳어진듯 대답도 제대로 못했다.

상대방의 성깔사나운 눈초리에 주눅이 든 장쇠는 총을 빼앗으려는 생각이 천리만리로 달아나버리고말았다.

장쇠는 큰길에서 벗어나 산속으로 기여들었다. 그는 산중에서 훨씬 마음의 자유를 느꼈다.

그는 알맞춤한 돌멩이를 몇개 골랐고 든든한 몽둥이를 하나 꺾어들었다.

장쇠는 돌멩이로 나무에 앉은 다람쥐도 자주 맞혀 떨구었다. 그러니 산중 오솔길로 총메고 지나는 놈을 돌멩이로 머리통을 갈긴 다음 몽둥이로 후려쳐서 족치고는 총을 빼앗을 작정인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되도록 총멘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번인가 나타났는데 서넛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것이였다.

장쇠는 배가 고파 견딜수 없었다. 산열매를 이것저것 따서 텅빈 배를 달래군 했다.

하루는 산너머 멀리에서 자지러진 총성이 몰방으로 울렸다. 총소리는 좀처럼 멎지 않았다.

분명 왜놈군대와 유격대와의 싸움일것이다. 장쇠는 마을들을 지나다니는 과정에 차츰 왜놈들이 《빨갱이》라고 한 사람들이 우리 사람이며 유격대라는것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장쇠는 정신없이 그리로 달렸다. 거기 가면 죽어너부러진 왜놈의 총을 손에 넣을수 있을것이라는 타산에서였다.

장쇠는 땀을 철철 흘리며 고개를 넘고 또 넘었다.

한 산등성이에 이르니 내려다보이는 골짜기에 폭연이 빼곡이 찼다. 화약내가 숨막힐 지경으로 코를 찔렀다.

왜놈군대들은 쫓겨간 모양이다. 유격대원들이 죽은 왜놈군대의 총이며 탄알, 수류탄을 거두고있었다. 전장수색을 하는것이다.

장쇠는 이 기회를 놓치면 총을 구할수 없으리라는 절박감에 휩싸여 돌뿌리에 걸채며 어푸러질듯 하면서도 골짜기로 뛰여내려갔다.

마침 가까운 곳에 왜놈군대 한놈이 너부러져있었다. 장쇠는 눈을 반짝이며 그놈에게 접어들었다. 총을 손에 잡은 장쇠는 《만세!》 하고 고함이라도 지르고싶었다. 이젠 식구들의 원쑤를 갚게 된것이다.

그는 장총을 손에 잡고 격발기를 절컥 제꼈다. 약통실안에 있던 노란총알 한알이 뜀박질하듯 밖으로 튕겨나왔다.

장쇠의 입은 귀밑까지 째졌다. 총은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집에 있던 사냥총과는 대비도 되지 않았다.

장쇠는 죽은 왜놈군대의 탄갑을 떼려고 혁띠고리를 풀었다. 그런데 이놈이 어찌나 살쪘는지 등에 깔린 혁띠가 좀처럼 빠져나오지 않았다. 힘을 주어 당기는 장쇠는 시체에 대한 공포도 미처 느끼지 못했다.

간신히 혁띠를 뽑아내니 혁띠 앞쪽에 매단 탄갑도 껴묻혀 장쇠의 손에 들었다.

장쇠는 한어깨에 총을 메고 한손에는 탄갑이 매달린 혁띠를 쥐고 산을 향해 올리뛰였다.

빨리 숲속에 몸을 숨겨야 했다. 유격대원들에게 들키면 총을 빼앗길수 있었다.

장쇠가 산기슭에 접어들었을 때 뒤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넌 누구냐?》

보나마나 유격대원일것이라고 생각한 장쇠는 들은체도 않고 발에 돌개바람을 일구었다.

《서라! 서라!》

뒤에서는 그냥 소리치며 따라온다.

한손이 장쇠가 멘 총을 와락 잡아챘다. 어깨에 멘 부혁까지 벗겨지면 다 떼울판이다.

장쇠는 홱 돌아서며 총을 잡은 사람의 손등을 꽉 물었다. 야생인의 본성이 드러난것이다.

《아가!》

유격대원은 비명을 지르며 총을 놓았다. 장쇠는 더욱 필사적으로 들구 뛰였다.

《이놈의 자식, 물어?》

악에 치받친 유격대원은 뒤따라와 장쇠를 와락 덮쳤다. 장쇠는 밑에 깔리고말았다.

험상한 낯빛이 된 유격대원은 손을 물린 앙갚음으로 주먹을 번쩍 쳐들고 장쇠의 머리를 갈기려 했다. 그러나 차마 그럴수 없었는지 유격대원은 장쇠가 가졌던 총과 혁띠를 한어깨에 메고 한손을 당겼다.

《저기 가자.》

장쇠는 바줄당기기라도 하듯 유격대원의 손을 량손으로 움켜잡고 끌려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울음이 푹 밴 목소리로 사정했다.

《그 총을 줘요. 나도 원쑤를 갚으려는거예요.》

《무슨 원쑤?》

《왜놈들이 우리 식구 여섯명을 몽땅 죽였어요. 그래서 그 총으로 원쑤를 갚자는거예요.》

마음이 좀 누그러진 유격대원은 또다시 물었다.

《조그만 녀석이 총 쏠줄 알아?》

장쇠의 대답은 당돌했다.

《알지 않구요. 우리 집에 사냥총이 있었댔어요. 한번 쏴보라요?》

자기의 사격솜씨를 보면 유격대원이 총을 줄것 같아 배짱스레 이런 말까지 보탰다.

그러나 유격대원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장쇠를 끌고가기만 했다. 장쇠는 끌려가면서 간절히 사정했으나 유격대원은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 이 한마디만 던지는것이였다.

《중대장한테 데려갈테니 거기 가서 말해!》

그러니 유격대원은 총을 줄 권한이 없는 모양이다.

나지막한 산마루에 이르자 수십명의 유격대원들이 얼굴에 초연을 함뿍 들썼으나 환희에 넘쳐있었다. 옆에는 로획한 왜놈무기들이 수두룩이 쌓여있다.

장쇠를 끌고온 유격대원은 중대장에게 경례를 붙이더니 뭐라고 말했다.

중대장은 장쇠에게 피끗 한번 눈길을 보냈다.

전사들이 전리품을 메고 신바람나서 떠난 다음에야 중대장은 엉거주춤이 서있는 길장쇠앞으로 다가왔다.

이름을 묻고난 중대장은 어데서 왔느냐고 물었다.

장쇠는 선뜻 대답할수 없었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자기네 골안에는 이름이 없었다.

장쇠는 쭈밋거리다가 대꾸했다.

《길청령에서 왔습니다.》

《음, 무척 먼데서 왔구나.》

중대장은 유격대원한테서 사연을 들은듯 가벼이 웃으며 장쇠를 칭찬했다.

《너는 용타, 사내다와. 그 나이에 식구들의 원쑤를 갚으려고 한다지?》

장쇠의 눈에서 기대의 빛발이 튕겼다.

김학철중대장은 옆에 아직 서있는 유격대원에게 말했다.

《이애를 아동단병실에 데려다주라구.》

《알았습니다!》

장쇠는 아동단병실이란게 뭔지 몰랐다. 거기에 가면 그는 다른 총이라도 줄줄 알고 유격대원의 뒤를 성큼성큼 따라섰다.

이리하여 길장쇠는 장재촌아동단병실에 들어서게 되였다.

장쇠를 맞이한 아동단원들은 눈이 커졌다.

목덜미를 뒤덮은 더부룩한 머리, 새까맣게 탄 얼굴, 별스럽게 번뜩거리는 눈, 험한 옷차림…

애들은 아동단에 산사람이 나타났다고 놀라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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