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5 회


제5장 지휘기는 어떻게 옮겨졌느냐


3


김정환은 막사에 들어앉아 한숨을 쉬였다.

리진룡이 황해도일대에 널려있는 의병들을 모두 거느리고 바리산거점으로 온것은 참으로 뜻밖의 일이였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수가 없었다.

이것은 엄연하게 의병활동에 대한 포기나 다름이 없었다.

어째서 싸움을 전개하지 않고 그나마의 활동지역을 좁힐 필요가 있었는가를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물론 근간에 들어와 전국도처에서 일어났던 의병투쟁이 점점 쇠퇴해지는 반면에 왜놈들의 책동이 날로 악랄해지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평산의병대는 그런 속에서도 많은 전과를 거두었다.

평산의병대는 조직초기부터도 우선 해주를 중요공격대상지의 하나로 삼고 부단히 활동하며 왜놈들을 족치면서 종당에는 한성을 공격하여 통감부를 격파할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리하여 의병들은 해주에 대한 공격을 부단히 들이댔다. 얼마전에도 한정만이 이끈 의병들이 해주를 공격한데 이어 며칠후에는 김정환이 의병들을 이끌고 또다시 해주수비대를 들이쳐 왜놈들에게 타격을 주었을뿐아니라 경찰관주재소까지 습격하여 파괴소각해버리였다.

평산의병대는 해주에 대한 기습전과 함께 각지를 부단히 기동하면서 적을 타격하여 왜놈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불과 몇달전에 역적 리완용이 평양태생 리재명의 칼에 맞아 즉사했다는 희한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후 리완용이 죽지는 않고 겨우 목숨은 건지였는데 그를 계기로 《을사5적》들과 《정미7적》과 같은 역적놈들이 모두 간담이 서늘해져 길거리에도 나서지 못한다는 소리는 의병들의 아쉬움을 한결 줄여주었다.

리재명의 의거는 평산의병들의 활기를 더해주었다.

기세들이 부쩍 오른 의병들의 열기를 발동하여 여러가지 전투들을 벌렸다.

봄에 들어서면서 리진룡과 한정만이 의병들을 이끌고 금천쪽으로 진출하여 계정역과 잠성역사이의 철길을 파괴하여 한성에서 의주로 가던 왜놈들의 기관차를 전복시키였다. 그리고 례성강안 평촌쪽에서는 김정환이 이끈 유군이 의병들의 행방을 내탐하고 출동한 온정수비대와 헌병놈들을 매복소멸해치우는 전과를 거두었다.

그로부터 며칠후에 또다시 금천쪽으로 진출한 한정만의 대오가 계정역부근의 철길을 파괴하고 철길주변에 몰려오는 적들을 배후에서 쳐부시였다.

한정만이네가 계정쪽에서 왜놈들을 답새길 때 김정환은 대오를 이끌고 먼길을 달려 해주까지 진출하여 대덕면 취야장에 있는 일본수비대와 경찰관주재소를 기습하고 왜놈들을 무데기로 쓸어버렸으며 건물들을 터도 남기지 않고 뿌리채 불살라버리였다.

평산의병대가 이렇게 해주와 금천 등지의 여러 지역에서 맹활동을 벌리자 일제는 이 지역에 《토벌》력량을 집중시켰다.

그럴 때일수록 력량이 한곳에 모여 동면할것이 아니라 더욱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여 동시에 일제를 타격해야 왜놈들의 력량을 분쇄해버리고 의병력량을 지켜낼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리진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러 지역으로 나뉘여 활동하던 한정만이와 최순지의 대오를 모두 데리고 이곳으로 왔던것이다.

김정환은 평산과 해주일대의 넓은 지역을 포기하고 서흥과 봉산지방으로 활동거점을 좁힌 리진룡과 의견충돌을 하였다.

어떻게 그럴수 있단 말인가?

왜놈들의 《토벌》이 심해진다고 활동지역을 버리게 한 리진룡의 처사를 김정환은 참으로 리해할수가 없었다.

김정환은 리진룡의 거동에서 큰 심리적변화가 일고있다는것을 느꼈다.

그게 무엇일가? 왜놈들에게 겁을 먹었는가? 전번 신표의 습격사건과 신모정의 희생, 한성의 일본군사령부에서 리진룡에 대한 체포학살을 명령한것과 려인숙에서의 희비극적인 《평산의병장》체포소식에 웃음으로 대하지 못하던 그의 모습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였다. 많은 의병장들이 왜놈들에게 체포학살당한것은 사실이다. 그로 하여 어떤 의병장들은 싸움을 포기했고 어떤 의병장들은 싸움을 더 잘 준비한다고 하면서 만주와 아라사로 들어가버리는 실태가 련발했다.

분명 리진룡의 심리에 일어번지는 변화는 그와도 련관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부디 지금까지 분할된 지역에서 맹활약을 벌리는 한정만과 최순지들이 거느린 대오를 한곳으로 모아들이는것과 같은 결심을 단행할수가 없는것이다.

이렇게 한데 모여 지역을 좁히는것은 자멸이다.

리진룡은 의병대전부를 여기에 모아놓고 그 어떤 전투도 벌리지 못하게 하였다.

며칠전에도 리진룡은 고익재가 마지막길을 가면서 딸을 통하여 보내온 탄알이 바닥이 난지 오랬지만 탁영대를 다시 때려 신식보총에 쓰는 탄약을 확보하겠다는 김정환의 제의를 일축해버렸다.

왜놈들이 날치는 지금 상황에서 그곳을 치는것은 봄꿩이 스스로 울어 죽음을 재촉하는것과 같다고 했다. 지금 상태에서 싸움을 벌리다가는 바로 여기 바리산이 왜놈들의 초점을 모을수 있다는것이 그가 김정환의 의견을 일축하는 론거였다.

김정환은 아연을 금할수가 없었다.

《우린 제 목숨이나 건사하자고 이 길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계책이 있어야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앉아 왜놈들이 약해지거나 덜 포악해지길 기다리자는겁니까?》

한정만과 신군선의 의향도 김정환이와 다를바없었다.

하여 그들은 리진룡이가 도성제의 비밀거점을 돌아보러 간 기회에 적은 인원들을 선발하여 이끌고 나가 다시 평산과 해주의 수비대를 동시에 기습하였다.

그렇게 할 때만이 서흥으로 집중될수 있는 왜놈들의 초점을 사전에 분산시킬수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리진룡은 돌아오자마자 의병대를 모두 자멸에로 이끌겠느냐며 펄펄 뛰였다.

일이 안될 때라 얼마전 바리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약우물골의원집 딸인 달미에게 달려들었다가 무삼에게 죽은 세놈의 일본놈들을 찾겠다며 서흥제비여울수비대가 들썩거리고있는 형편은 리진룡의 생각을 더욱 극단으로 이끌어갔다.

무삼이가 수비대가까이에 그 왜놈들의 시체를 가져다버린것이 수비대놈들의 눈에 걸려들었으니망정이지 하마트면 이 바리산일대가 왜놈들의 《토벌》마당으로 될번 하지 않았는가 하는 주장이였다.

이제 그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수가 있으랴.

리진룡의 불안은 점점 현실로 되고있었다.

게다가 왜놈들이 여러 지방에서의 싸움을 계기로 일진회놈들을 앞잡이로 내세우고 거기에 수비대와 헌병, 경찰력량을 총동원하여 평산의병장 리진룡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벌리기 시작했다는것을 여러 선을 통하여 알게 되였다.

그때부터 리진룡은 모든 작전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는 식으로 대했다. …

여기까지 생각한 김정환은 더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리진룡을 만나 그의 속심이 무엇인지 까밝혀야 했다.

지금 리진룡은 며칠동안 몸이 불편하다고 하면서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고있었다.

김정환은 그것이 정말로 병이 나서 자리에 누운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태여나 이날이때껏 고뿔 한번 앓은적이 없다는 리진룡의 체질은 이미 의병들속에 알려진것이다.

더구나 지금이야 고뿔이 나는 한겨울도 아니지 않는가.

이건 틀림없이 속을 앓고있는것이다.

의병장이 며칠씩이나 두문불출하며 침상에 누워있으니 의병들속에서 떠도는 공기가 좋지 않았다.

빨리 그를 만나 속에 들어찬 고름집을 들어내고 의병대의 활동범위를 다시 넓혀 왜놈들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는것이 급선무였다.

김정환이 밖으로 막 나서려는데 누군가 마주 들어섰다.

리진룡의병장의 전령이였다.

《무슨 일인가?》

《의병장님이 급히 오시라고 합니다.》

《의병장님은 침상에서 일어나셨나?》

《예… 지금 의병지휘원들이 다 모였습니다.》

웬 일인지 전령이 쭈밋쭈밋하는듯싶어 김정환은 의아해났다. 틀림없이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것이 분명하였지만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이제 리진룡에게 가면 모든것을 알수가 있었던것이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