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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제3장 평산유격장


5


제비여울수비대장 시나지로중위는 어떤 장돌뱅이가 주고 가더라면서 보초가 놓고 나간 종이말이를 펼쳐보다가 화뜰 놀랐다.

첫머리에 큼직하게 씌여진 통고장이라는 글자가 염통을 후두둑 졸아들게 하였다.

시나지로는 급히 글줄을 읽어내려갔다.

《…우린 너같은 송사리들에게는 원체 품을 들이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네놈은 우리를 참을수 없게 하였다. 만일에 네놈에게 잡혀있는 우리 사람을 당장 돌려보내지 않으면 너희 수비대를 풍지박산으로 만들어버릴것이로다. 지금 자객 삼십명이 너를 밤낮으로 감시하는바 조금이라도 경거망동을 했다가는 후회할 겨를도 없을것이로다. 이것은 단군민족의 기질로 기어코 실행될것임을 알리는바이노라. 평산의병대.》

시나지로는 통고장을 와락 움켜잡았다.

《이 시나지로를 뭘루 알구… 〈천황〉페하와 국가흥륭을 위하여 할복자살이라도 불사할 이 시나지로에게…》

하지만 시나지로는 이러한 객기가 자기의 밭은 의협심을 위안하는 넉두리라는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사실에 있어서 사무라이정신이라고 하는 할복자살자체를 미치광이들의 발광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면 잘살아볼 기회가 환히 열려져있는데 무엇때문에 목숨을 가지고 흥정한단 말인가. 이 땅에서 략탈해낸 보물을 가득 지고 돌아가 땅도 사고 큰 장사판도 벌려놓고 이름을 떨치여야 할 귀중한 목숨을 이름도 알지 못할 의병대의 심부름군 하나때문에 내댄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평산의병대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오싹해지는 시나지로였다.

사실 처음 평산땅에서 의병대가 조직되였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시나지로는 농민들이 태반인 의병대를 오합지졸의 무리로밖에 여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남사리에서 평산수비대의 제일 용맹하다던 오장이하 열두명의 맹수같은 사무라이들이 그 의병대에 의하여 전멸당한 소식을 들은 다음부터는 이전같이 대할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기 수하의 일곱명의 병졸들이 돌고개에서 처참한 주검이 되여 나타났을 때는 밤에 눈만 감으면 평산의병대가 시퍼런 날창을 비껴들고 달려드는 환각이 일어나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우기도 하였다. 평산의병대는 그 이후에도 여러번이나 자기가 거느린 서흥제비여울수비대의 병졸들을 기습하여 만나는족족 죽여버리는 바람에 수하병졸들은 대낮에도 주변산중에 적은 인원으로 다니기를 주저하고있었다.

그런 평산의병대의 통고장을 받았으니 시나지로의 염통이 졸아들지 않을수 없었다.

더구나 평산의병대로 말하면 적지 않은 무력을 가진 해주수비대를 습격한데다가 통감부까지 격멸하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수백명의 인원을 가진 무장대로 자라난것만큼 자기같은 쬐꼬만 수비대력량을 가지고 대적할 상대가 아니라는것을 뼈저리게 절감한 그였다.

하여 이미전에도 시나지로는 평산의병대의 행방을 찾아 서흥일대를 참빗질하듯 훑으라는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의 명령이 매일같이 떨어졌지만 주변마을들만을 조심조심 훑어보고는 부랴부랴 부하들을 거두어들이군 하였다. 그것이 의병들에게 알려지면 자기의 용렬함을 탄로시키는 행위라는것을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시나지로에게는 이 조선이란 나라의 의병들의 비웃음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하나 목숨을 부지하고 돌아가려는 욕망이 앞섰던것이다. 아마도 자기의 그러한 행동들이 의병들의 시야에 들어 이런 어처구니없는 통고장도 보내왔을것이다. 통고장을 받고 속이 울컥했지만 밸풀이를 하기에는 상대가 너무도 두려웠다.

만일 큰 무력을 가진 평산의병대가 자기같은것 하나를 노리고 움직인다면 이쯤한 수비대를 재가루로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일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시나지로는 탄약과 군수품이 얼마간 저장된 이곳 제비여울병참이 의병들의 습격을 받지 않겠는가 하는 위구심에 하루도 맘편히 잠들지 못하는 형편이였다. 살찐 돼지가 운이 나쁘다고 여기 있는 군수물자들에 평산의병대가 눈독을 들이는 날에는 벼락맞은 소고기가 될 판이였던것이다.

그래서 가슴을 조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에게 끝내 평산의병대의 위협공갈이 찾아들었으니 심장이 졸아들지 않을수가 없는노릇이였다.

차라리 그놈을 잡지 말았으면 이렇게 진땀나는 변을 겪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시나지로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러고보니 모퉁골에 의병이 나타났다는 전갈을 한 영달이란 놈이 이런 화근을 불러온셈이였다.

그 전갈을 받고 병졸들을 파했던것이 이제 와선 몹시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였다.

빨리 수습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간 진짜 의병들이 들이닥칠것이고 그때 가서는 후회할 사이도 없을것이다.

시나지로중위가 밖을 향해 꽥 소리를 질렀다.

《보초!》

보초가 달려들어왔다.

《중위님…》

《당장 맹영달이를 데려오라.》

《그는 방금 의병을 잡은데 대한 보고를 한다면서 오까노모중좌님에게로 갔습니다.》

《뭐야? 그 생쥐같은 놈이 벌써…》

시나지로는 입술을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영달이가 앞에 있으면 목덜미를 물어뜯고싶을만치나 악이 받치였다.

이제 그놈이 지구수비대장인 오까노모중좌에게 일러바치는 날에는 잡아들인 놈을 즉시로 호송해갈것이며 그렇게 되면 의병들이 그 앙갚음을 자기에게 하려들것이다.

시나지로는 잠시 생각을 굴리다가 서둘러 밖으로 나서서 의병을 가둬놓은 곳으로 다가갔다.

이때 기봉대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죽음에 대한 공상을 하고있었다.

의병으로 왜놈들에게 잡혔으니 영낙없이 죽은 목숨인것이다.

약방에서 심부름군노릇을 하다가 김정환을 알게 되고 그를 따라 의병대에 뛰여들면서부터 봉대는 싸움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라의 원쑤들과의 싸움에서 몸을 아끼는것은 사내가 할짓이 못되는것이다. 그로 하여 용감하게 싸우다 용감하게 죽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가지고 의병대에 들어 지금까지 숱한 싸움을 치르었지만 이렇게 맹랑하게 붙잡혀죽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정말이지 분통이 터지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이왕 잡힌 몸이 되였으니 용감하게 싸우다 숨이 지겠다는 맹세는 실현할수 없는것이고 그렇다고 비굴하게 죽을 생각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사람이 한번 났다가 죽기야 임금님이나 백성이나 매한가지인데 무엇때문에 한번밖에 차례지지 않는 죽음을 비루하고 구차하게 맞이하겠는가.

어떻게 죽든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할테다.

그런데 왜놈들이 나를 어떻게 죽이려들텐가. 좋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서 시퍼런 칼로 목을 쳤으면 한이 없으련만… 그렇게만 된다면 목이 잘리우기 전에 진정한 사나이답게 처신할테다.

봉대는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어떻게든 사나이답게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꽉 들어찼다.

그러면 그 소식이 의병대에 알려지게 될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솔매가 자기의 장한 죽음을 두고 애달픈 마음을 가질지 어이 알랴. …

봉대에게는 솔매의 그 마음이면 더 바랄것이 없을듯싶었다.

그리고 그 꼬장꼬장한 솔매의 아버지인 달범령감까지도 굴뚝같은 한숨을 풀풀 내쉬다가 《어이구, 그녀석이 그처럼 담차고 대바른 놈인줄 내 진작 알았더라면 솔매를 따라다닐 때 못 본척 해주었을걸… 괜히 아까운 사람의 한을 샀구나. 내가 망녕이 들었지. …》 하면서 가슴까지 텅텅 치며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다 후련해났다.

그 령감이 참으로 밉살스럽기가 그지없었다.

항상 봐야 자기를 감시하는 눈길이다. 전번날은 솔매가 들고가는 물동이를 들어주었다고 하여 고맙다고 말 한마디 할 대신에 눈을 흘기며 《다시 우리 솔매에게 지분거렸다간 물동이고 뭐고 아예 박살내겠다.》라고 하며 어처구니없는 욕설을 퍼부었던것이다.

그것뿐이면 좋기나 하겠다. 글쎄, 그 령감쟁이는 곁에서 눈이 바로 배긴 사람들이 기봉대가 나기도 잘난데다가 왜놈들과 쌈도 잘해 사내로선 나무랄데가 없는데 왜 자꾸 왼새끼를 꼬느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흥, 그따위 도퉁이나 들고 우쭐대는 녀석이 쌈을 하면 얼마나 잘할텐가. 어디 내앞에 왜놈들이 들고다니는 서양피스톨 하나를 가져와보래. 그럼 생각 좀 해보겠는지. …》

령감이 참 어벌두 크다. 그게 뭐 어느 대장간에서 헌쇠붙이를 꺼내는것만큼 수월한노릇인줄 아는게지. …

봉대는 마른입을 쩝쩝 다셨다.

하지만 이제 자기가 어처구니없이 붙잡히긴 했지만 의병답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게 되면 그 령감이 눈물까지는 몰라도 가슴치는 후회쯤은 하게 될것이다.

여하튼 마무리를 잘하자면 좀 속시원한 말마디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봉대는 왜놈들이 듣고 기절초풍할 말을 고르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아무리 머리를 싸쥐고 알고있는 말마디들을 다 골라봐야 신통스럽게 가슴이 후련한 욕설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을에서 농사를 지을 때 어느 집 자식이 제 부모를 괄시한다든가 또 어느 오입쟁이녀석이 수절하는 과부네 집에 뛰여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해본 욕설이 전부인데 그따위 욕설은 왜놈들에게 너무도 과남했다.

왜놈에게 들어맞는 무슨 속시원한 욕설이 없을가? 제길, 그럴줄 알았으면 서당방 문지방에 걸터앉아서 귀동냥을 해서라도 머리속에 뜻있는 말마디들을 몇마디 새겨두었을걸…

봉대가 이렇게 속을 앓고있는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해빛이 눈을 콱 찔렀다.

(이건 뭐야, 귀찮게 구는 놈이?)

두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자기를 잡아놓고 야료를 부리던 왜놈중위가 우울한 낯색으로 들어서는 참이였다.

봉대는 팔베개를 하고 누운 상태로 찌글써하니 그자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와 봉대를 바라보던 중위가 한숨을 내쉬고나서 왝 소리를 쳤다.

《바른대로 말해라. 네놈이 무슨 의병이란 말이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장돌뱅이겠지?》

중위는 봉대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일이 그쯤되면 황송하여 《그러합지요, 전 정말 억울하오이다.》라고 코물, 눈물 쥐여짜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붙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버럭 맞받아 소래기를 질렀다.

《뭐야? 네놈이 나를 알긴 되겐 우습게도 아는구나. 네놈들에게 나라가 통채로 고기밥이 되는 판에 내가 그래 그따위 밥구멍수나 찾아다닐것 같으냐? 내가 바로 해주수비대를 들이치고 숱한 일본군을 죽여버린 의병대의 한사람이며 다래골에서 너희 병졸 둘을 때려눕힌 사람이다.》

시나지로는 난처한 상을 지었다.

이렇게 눈치도 무디다구야… 살려주려고 왼심을 쓰고있는데 도리여 구멍을 막으려들다니… 어휴, 하필 이런 놈이 내 손에 잡힐건 뭐란 말인가?

시나지로는 안절부절하다가 병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봉대의 귀에 대고 나직하나 빠르게 말했다.

《객기를 부리지 마오. 당신네 대장의 부탁을 시행하는거요.》

방금전까지 죽을바에는 사나이답게 당당하게 죽자는 생각으로 불꽃이 튕길듯 이글거리던 봉대의 눈이 덩둘해졌다.

(우리 대장의 부탁을 시행한다구?… 이놈이 돌지 않았어?)

하지만 그놈의 상통을 바라보니 실없는 소릴 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시나지로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능청스레 물었다.

《당신도 우리 의병이요?》

시나지로가 한순간 얼친 상을 짓더니 이내 쓴입을 다셨다.

《그딴 소리 마오. 난 일본군 군인이란 말이요.》

봉대는 히죽 웃으며 야료를 했다.

《그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구… 임진년때 가또의 선봉장으로 우리 나라에 왔던 당신네 사람인 사야가도 졸병들을 3 000명이나 거느린 장수였지만 우리에게 귀화해서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았는데…》

시나지로는 얼굴이 벌개져서 씨근덕거리다가 문밖의 병졸이 머리를 빠끔히 들이밀자 봉대를 향하여 짐짓 꽥 소리를 쳤다.

《야, 이놈 자식, 어따 대구 감히 거짓말을 하는가? 난 네놈이 장돌뱅이라는것을 잘 안다. 당장 나가서 하던 되거리나 마저 하라. 빌어먹을 놈.》

시나지로의 호령질에 보초를 서던 두 병졸놈들이 달려들어 봉대를 밖으로 끌어내여 대문밖으로 팽개치듯 내버렸다.

밖으로 나선 봉대는 도무지 무슨 도깨비판에 끼웠는지 알수가 없었다.

(저놈이 무슨 벼락을 맞았기에 갑자기 돌변했을가?)

하여간 일이 이렇게 됐으니 빨리 의병대에 돌아가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한 기봉대는 의병대가 있는 산속으로 달음질을 쳤다.


× ×


평산의병대원을 잡았다는 맹영달의 보고를 받고 맥켄지와 동행했던 지구수비대장 오까노모는 의병인줄 알았는데 따지고보니 장돌뱅이였노라는 시나지로중위의 구구한 사설에 화가 치밀어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맥켄지가 자기네쪽을 외면할 땐 정말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되였다.

이 저명한 서방의 기자는 언제나 일본군의 포악성이 조선사람들의 애국정신을 꺾을수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있었다.

조선의 여러곳을 돌아보면서 이 나라가 군력과 국력이 없이 의연히 봉건의 질곡에서 헤매이는것은 저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통치배들의 저렬성때문이라는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있었던것이다.

일본군이 《폭도의 거점을 없앤다.》고 하면서 5개월동안에 충청북도와 경기도, 풍덕군과 강원도 홍천군에서만도 2 500여호의 집들을 불태워버린것을 목격하고 《이때까지 이렇게 무참하게 파괴된것은 본일이 없다. … 제천(충청북도)은 지도우에서 사라졌다.》는 전문을 본사에 보내여 세계여론을 끓게 하였다.

바로 이런 유명짜한 기자인 까닭에 자기들의 정당성을 인식시킬 필요성을 느끼던차에 마침 시나지로가 의병 하나를 붙잡았다는 련락을 받았던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서흥제비여울수비대에서 잡았다는 의병을 놓고 맥켄지의 생각을 뒤바꾸어놓을 생각이였는데 맹랑한 헛걸음으로 되여버렸던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감투끈인지 알수가 없었다.

맹영달이는 분명 의병을 잡았노라고 했는데 시나지로는 장돌뱅이라고 하지 않는가.

누구의 말을 믿어야겠는지 도무지 종잡을수 없었다. 누구에게 밸풀이를 해야겠는지도 가늠이 가지 않았다. 자기에게 입빠른 보고를 한 맹영달이에게인지 아니면 아무리 장돌뱅이였기로서니 서뿔리 놓아보낸 시나지로에게인지…

(쌍, 밥통같은 머저리들…)

오까노모가 속으로 두 놈팽이를 밀몰아 된욕을 퍼붓는데 곁에서 맥켄지의 아리숭한 의미가 풍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의병을 만나보는가 했더니 역시 허사로구만. 내가 아무래도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봐야 할가보군요.》

지금껏 소태씹은 상을 하고있던 오까노모는 짐짓 걱정스러운듯 표정을 바꾸며 점잖게 대꾸했다.

《그놈들은 무지막지한자들이라 그러다 혹 생명을 가지고 롱을 하는걸루 되는것이 아닙니까?》

《난 총을 가지지 않은 사민이요. 더구나 언론인이요. 그거야 당신도 잘 알겠는데요. …》

오까노모는 어이가 없었다.

자기는 안다고 해도 정규무력도 아닌 의병들이 그따위 아량을 알턱이 있겠는가.

하지만 조선이라는 나라에 매력을 느끼고있는 영국기자는 류만부동이였다.

오까노모의 심정을 모르는바가 아니라는듯 미묘한 웃음을 짓던 맥켄지는 머리를 돌려 먼산을 바라보며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난 되려 당신들 일본군인들을 경계하지 여기 조선사람들에게서 위협을 느끼지는 않지요.》

오까노모의 두눈이 금시 매눈이 되였다.

맥켄지를 노려보는 오까노모의 숨소리가 맹수의 울음소리처럼 거칠어졌다.

오까노모는 이 영국기자나부랭이의 참을수 없는 발언을 듣고 심한 모욕감을 느끼였던것이다.

요전날도 그는 두눈에 조소를 담고 조선에서 실패하고있는 일본의 경제적침투의 비참한 실태에 대하여 아주 비꼬아 말한적이 있었다.

《당신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경제적으로 승리하였다고 하지만 병력을 증강하거나 관리를 투입하지 않으면 실업계가 일종의 마비증에 걸리고말거요.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모든 사업이 정지되고있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있는바이요. 실례를 들면 내가 가본 목포의 한 시가지에는 일본상점들이 즐비하게 있었으나 실지 이들 상점은 페점상태에 있었소. 그리구 인천에서는 많은 일본인들이 실패하여 이미 본국으로 돌아가질 않았소. 조선백성들의 분기한 애국심과 당신들 일본인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의병에 의한 교통두절이 상업거래의 장애로 되였다는것은 엄정한 사실이요. …》

맥켄지의 이 말이 상해에서 발간되던 영국신문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며칠전에는 맥켄지에게서 토끼가 거느린 범무리와 이리가 거느린 개무리에 대한 말을 들은적이 있었는데 그 뜻을 의미해보면 이 조선이란 민족은 범처럼 용맹스런 민족이지만 고종과 같은 나약한 인간들이 나라를 다스렸기때문에 일본에게 먹히웠다는것이다. 다시말해서 자기들 일본군인들은 이또 히로부미나 사이고 다까모리와 같은 군국주의미치광이들의 지랄발광에 껴묻어 날뛰는 개무리라는 뜻이다.

그때 하마트면 오까노모의 군도가 뽑아져나와 이 서양기자의 몸뚱이를 두토막으로 만들어놓을번 하였다.

상대가 일본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대국의 기자라는 명목이 있어 가까스로 참기는 하였지만 그때의 분기는 지금도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심기를 예리하게 자극시켰다.

오까노모는 쓰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한참이나 씨근덕거리다가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며 나직이 말했다.

《글쎄, 그건 좋도록 하오마는 난 당신에게 충고를 주었으니 이제 무슨 불상사가 생긴다고 해도 내 책임이 아니라는것만은 당신 상급에게 미리 통고해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가고싶다는 의병들의 소굴로 얼마든지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맥켄지가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때문에 중좌님이 그토록 깊은 념려를 안고계시는줄 미처 몰랐군요. 그건 걱정마십시오. 내가 의병들의 총알에 맞아죽어도 당신에게 책임을 따질 사람은 없도록 하겠으니. 자, 그럼 난 이만…》

맥켄지는 할 말을 다했다는듯 제 먼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오까노모의 눈에 비웃음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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