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의 언덕에 높이 세워주시여
이 사실을 아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얼어붙었던 대지에서도 새싹이 움트는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죽었던
어느날 송영과 같이 일했고 그의 아들 송명수와 군사복무를 같이하였던 한 신인작가가 송영의 집에 들린적이 있었다.
작가는 송영에 대한 깊은 회억을 더듬다가 아들에게 아버지산소를 어디에다 썼는가, 비석을 어떻게 세웠는가고 물었다.
송명수는 아무 응대가 없었다.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는데 아무 비석도 세우지 않았다고 하는것이였다.
그 말에 다소 놀란 작가는 한 제자의 의무로, 옛 전우의 자격으로 《아직까지 아무 비석도 만들어 세워드리지 않다니? 도대체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하고 안타까이 말했다.
그러자 명수는 갈린듯 한 음성으로 말하는것이였다.
《우리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유언하기를 내가 죽은 다음 비석을 요란하게 세우느라고 그러지 말라, 사람들이 보고 웃는다, 내 할 일을 다 못하고 가지만 그래도 변변치 않은 내 작품들이 후에라도 살아남는다면 그것이 내 비석을 대신할게다라고 했던거요. 그런데 아들인 내가 도리를 지킨다고 비석이나 화강석으로 크게 세워드린다고 해서 아버지가 더 커지는것도 아니며 또 아버지자신이 그렇게 하는것을 바라지도 않소. 그래서…》
《명수동무!》
작가는 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가는 로작가들이 사망하게 되면 봉분앞에 비석을 다 세워주는데 송영의 묘소에는 아무 비석도 세워져있지 않고 표말 하나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러면서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고 간 로작가의 일이 마음에 걸렸으며 그를 속으로 못내 원망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겨우 생각했다는노릇이 희곡창작사에 있던 몇몇 극작가들과 함께 다음해 청명날에 송영의 묘에 비석이라도 맞춤하게 하나 세워주자고 의논하였다.
그런데 그 계획은 실천에 옮겨질수가 없게 되였다.
바로 그해 초겨울 어느날 저녁, 그 작가의 집에 송명수와 그의 누이 송정수가 불쑥 나타났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이렇게 둘이 함께 우리 집에 다… 어서 들어오시오.》
작가는 반기며 그들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방에 들어서는 그들의 얼굴은 흥분으로 상기되여있었다.
자리에 앉을념도 하지 않고 송명수는 《옛 전우에게 한가지 기쁜 소식을 전하고싶어서 누님과 같이 왔소. 이번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송영선생이?!》
《얼마전에
《송영선생을? 애국렬사릉에?!》
작가의 입에서는 놀라운 탄성이 울려나왔다.
송정수가 목메인 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꼭 꿈을 꾸는것만 같았어요. 자식들도 비석 하나 세워드릴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는데… 글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이름마저 점점 희미해져가는 우리 아버지를 잊지 않으시고 애국렬사릉에 안치하도록 해주셨으니…
묘지에 누워계실 우리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시랴 하고 생각하니 그저 눈물만 자꾸…》
송정수는 또다시 젖어드는 눈가에 손수건을 가져갔다.
송명수도 두눈을 슴벅이며 감동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별로 한 일도 없는 우리 아버지에 대한
《송동무,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 얼마후에 몇몇 작가들과 함께 송영선생의 비석을 세워드리려고 했댔소. 우리가 기껏 궁리해보았다는노릇이 고작
그게 다였는데
1986년 9월 추석날.
송영선생
작가
1903년 5월 24일생
1977년 1월 3일 서거
세상을 떠난지도 근 10년세월이 흘러 동료작가들은 물론 그의 친자식들까지도 기억이 희미해지고있던 그때
하기에 그 사랑, 그 은정속에 작가 송영이 누구나 오를수 없는 애국렬사릉의 높은 언덕에 올랐을 때 그의 자녀들과 친지들은 오열을 터뜨리며 심장의 목소리를 합쳐 서정시 《어머니》를 목메여 합창하였다.
그대는 어머니!
피도 숨결도 다 나누어주고
운명도 미래도 다 맡아 안아주며
바람도 비도 죽음까지도
다 막아나서주는 우리들의 어머니
준엄한 싸움길에 하나의 전사 뒤떨어져도
천리길 만리길을 다시 달려가
붉은기에 휩싸안아 대오에 세워주는
영원한 삶의 품! 혁명의 어머니!
…
생의 길에서 잘못은 범했어도 그의 애국적량심을 귀중히 여기시여 행복과 영광의 절정에 높이 세워주신 은혜로운 그 품!
조국과 인민, 민족을 위하여 력사에 커다란 생의 자욱을 남기였을 때 그
송영은 바로 영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