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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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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게 분초를 아껴가면서 잠시후 강계를 떠나 성간군으로 향하시였다.

렬차가 성간역에 도착하자 그이께서는 승용차로 산촌의 좁은 길을 달려 남리발전소를 커다란 만족속에 돌아보시고 련이어 별하발전소에 이르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성간군당책임비서 리흥덕의 안내를 받아 별하발전소가 자리잡고있는 갱도안으로 활달히 걸어가시였다. 원형의 둥그런 천정에서 무리등의 밝은 불빛이 쏟아져내리였다. 발전소가 아니라 마치도 지하궁전안에 들어서신것 같은 황홀한 기분이였다. 잠시 발길을 멈추셨던 그이께서는 다시금 드넓은 발전기실로 찾아가시였다. 우렁찬 동음을 울리며 기운차게 돌아가는 발전기앞에 다가선 태혁이가 이 발전소의 발전기들도 우리의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올렸다.

《우리의것이라. 얼마나 좋소. 100% 국산화란 말이지?》

《성간군에서는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군안의 지방산업공장들과 살림집들의 조명, 전기난방화에 쓰고도 남아 국선에 넣어주고있습니다.》

《대단하오. 대단해! 성간군이 전기부자가 됐구만.》

그때 한 일군이 당에서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할데 대한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기때문에 이런 훌륭한 발전소들이 짧은 기간에 일떠섰다고 하자 그이께서는 조용히 머리를 저으시였다.

《아니요. 강하천이 많은 우리 나라의 지대적특성에 맞게 중소형발전소들을 도처에 많이 건설하라는것은 수령님께서 이미 1960년대에 구상하고 내놓으신 방침입니다. 그 시기 자강도에도 수령님의 전기화구상을 관철하기 위한 건설대가 조직되여 맹활약을 하였습니다. 이 발전소도 그때 건설한것인데 관리를 하지 않아 못 쓰게 만든것을 이번에 다시 복구정비하였습니다.》

순간 그이의 머리속에는 자강도건설대 대장이 중소형발전소건설이 중단된 울화병으로 횡사를 하고 대웅산 철탑밑에 묻혀있다던 림준의 말이 문득 떠오르시였다. 지난 시기 우리 일군들이 수령님의 교시를 잘 관철하지 않고 중도반단한 후과로 그런 가슴아픈 참상이 빚어지지 않았던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전기화방침을 내놓은것도 없고 새것을 찾을 필요도 없다, 전력만이 아니라 일시 난관에 봉착한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부 사람들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출로를 모색한다면서 뚱딴지같이 그 무슨 경제문제연구소요 뭐요 하며 자본주의적개혁, 개방에 환상을 품고있지만 망상이다, 우리는 수령님께서 전후에 사회주의경제건설을 령도하시며 현명하게 밝혀주신 우리 당의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만 철저히 집행하면 적들의 그 어떤 제재와 압력, 경제봉쇄에도 끄떡함이 없이 경제를 부흥시킬수 있고 얼마든지 남들보다 잘 살수 있다, 다른 나라에 예속되여있는 경제는 어차피 굴종과 치욕을 당하며 암흑으로 가게 마련이지만 자기의 정당한 로선과 정책을 가지고 그 관철을 위한 투쟁에 결연히 떨쳐나선 우리 인민은 반드시 광명으로 가게 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그런 심각한 사색에 잠기시였다가 궁궐같이 화려한 발전기실안을 둘러보시면서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내가 어제 장강군과 강계시안의 발전소들과 공장들을 돌아보면서도 말했지만 자강도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이 자력갱생의 무기를 들고 잘 싸웠습니다.

동무들은 수많은 발전소들을 건설하고 복구정비하여 전기를 보지 못하던 곳을 전기를 보는 광명한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경제부문의 일부 일군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암흑으로 가고있는데 자강도의 일군들은 암흑을 광명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바로 이런 일군, 그 어떤 난관과 두려움도 모르는 용감무쌍한 일군이 필요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현대적으로 잘 꾸린 발전소의 배전반실까지 일일이 다 돌아보고 떠나시다가 전등불빛이 현란하게 쏟아져내리는 복도에서 또 한번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눈부신 광채속에 황홀히 서신채 《정말 잘 꾸렸습니다. 생산문화에서도 만점이요. 최고사령부를 여기로 옮겨왔으면 좋겠구만!》라고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롱으로 하신 말씀이였지만 일군들은 그속에 담겨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것인가를 직감하고 밝은 낯빛으로 술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후 별하발전소를 떠나 풍치 아름다운 별하강기슭에 차를 세우고 아담하게 지은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강계시와 장강군의 전기난방화된 살림집들을 찾으시였을 때와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이께서는 (이것이야말로 수령님께서 우리 인민에게 그렇게도 안겨주고싶어하시던 공산주의리상촌이 아닌가!)라고 탄복하게 되시였다. 그렇다. 아마 저 휴양소의 별장과도 같은 집을 보면 누구나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것이였다.

지금은 평양사람들도 저렇게 전기난방화된 호화주택을 동경속에 그려보면서 살고있는데 자강도인민들은 벌써 그 행복한 생활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것이 오늘의 고난의 행군의 앞장에서 강성대국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며 억세게 살아가는 자강도사람들의 참모습이 아닌가! 그이의 얼굴에 한량없는 기쁨의 미소가 한가득 피여올랐다.

《자강도가 완전히 개명을 하였소. 인류력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문명은 도시에서 창조되여 농촌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런데 보시오. 자강도사람들은 수도시민들도 누리지 못하는 행복한 생활을 제일 먼저 향유하면서 보란듯이 살고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동무들, 우리 나라 공산주의는 산골에서부터 올것 같지 않소?》

《장군님, 정말 명담입니다!》

태혁은 너무도 큰 감명을 안고 그이를 경건히 우러러보았다.

《명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강도인민들이 고생끝에 락을 보는것만은 확실하오. 자강도인민들은 적들의 검질긴 봉쇄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는것이 아니라 락원의 행군을 하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어떤 강적도 단매에 짓부셔버릴 백전로장의 거연한 자세로 북방땅의 흰눈덮인 험준한 산발들을 굽어보시면서 또 한번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무적필승의 담력과 배심을 지니신 그이의 쩌렁쩌렁한 음성에 환호를 올리듯 우르릉- 둔중한 음향이 울리며 온 우주공간이 삽시에 은빛의 세계로 변했다.

별하강너머의 산중턱에서 거대한 눈사태가 무너져내리며 뽀얀 눈안개를 하늘높이 떠올렸다. 순간 그이께서는 그 장쾌한 자연의 신비경을 바라보느라니 어쩐지 가슴속에 쌓이고 쌓였던 만단시름이 말끔히 가셔버리는듯 한 쾌감을 느끼시며 자신도 모르게 두주먹을 꽉 틀어쥐시였다. 적들이 제아무리 우리를 고립압살하려고 집요하게 덤벼들어도 력사는 반드시 자기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전진해갈것임을 그토록 크나큰 흥분과 격동속에 확신하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발전소와 제강소를 비롯한 여러 단위들을 돌아보시고 늦게야 렬차에 오르시였다.

이틀동안의 긴장한 현지지도일정을 마치고 렬차가 강계로 서서히 떠나기 시작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에 잠겨 태혁이와 마주앉아 심중의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김정일동지; 나의 인생에서 고난의 행군기간처럼 풍파많았던 시련의 시기는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피눈물로 얼룩진 고난의 행군의 기슭은 어디였던가? 지구상에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가 도래하고 우리 인민이 제국주의반동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워야 할 엄혹한 시기 불행하게도 어버이수령님을 잃고 혁명의 수뇌부가 자리잡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조기를 띄웠던 슬픔의 막바지였습니다. 내가 그때 수령님이 계시지 않는 빈방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밖에서 문손잡이를 움켜잡고 눈물을 씹어삼키면서 생각한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수령님이 없는 조국과 인민이란 없다는 비통한 심장의 웨침이였습니다. 민족의 운명에 검은 구름이 드리운 그때 제국주의렬강들이 우리의 붕괴를 노리며 목을 조이고 해마다 자연재해가 들이닥쳐 우리는 부득불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였습니다. 나는 그래서 고난의 행군이란 말만 해도 눈물이 나군 합니다.

강태혁;      장군님,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인민들은 가혹한 생활난으로 고통을 당하며 아까운 사람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 일때문에 장군님께서 마음고생을 하신 생각을 하면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김정일동지; 동무에겐 책임이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인류력사에서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최악의 시련이였습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제2차세계대전시기 도이췰란드 파시스트놈들에 의한 레닌그라드의 900일봉쇄를 인간이 당한 가장 참혹한 재난으로 일러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고난의 행군은 그 무서운 기아와 죽음의 900일보다 훨씬 더 길고 참혹하였으며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온 나라가 통채로 원쑤들의 포위환속에서 사면팔방으로 달려드는 제국주의무리들과 싸운 류혈적인 대전이였습니다.

             나는 이 준엄한 혈전을 치르며 죽음을 각오하고나선 인민을 당할자 이 세상에 없다는 배심으로 우리 인민을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성전에로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 혁명적군인정신과 강계정신을 창조하였습니다. 나는 수령님을 잃고 제일 곤난할 때 강계정신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동무들이 잘 싸웠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은 고난의 행군시기 조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강태혁;     위대한 수령님께서 생전에 자강도인민들을 잘 키워주셨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변함없는 믿음과 기대를 안겨주신 덕분에 이룩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 수령님께서 평생의 로고를 다 바쳐 키워오신 혁명성이 강한 인민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낼수 있었소.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수령님께서 우리에게 넘겨주신 가장 큰 유산은 그 인민입니다. 자강도로동계급에게 적들의 봉쇄를 돌파하기 위한 어려운 임무를 맡긴것도 그들을 확고히 믿었기때문이요.

강태혁;      고난의 행군과정에 자강도로동계급은 기계를 세워서는 안된다, 죽어도 기계설비만은 베고 죽어야 한다는 신념을 간직하고 싸웠습니다.

김정일동지; 미국놈들이 우리를 질식시키려고 하는데 그건 오산입니다. 자강도인민들은 미국놈들에 의하여 강요당한 참기 어려운 고생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낼것입니다. 꼭 받아내야 하오.

강태혁;      장군님, 지금 자강도인민들과 로동계급의 기세는 대단히 높습니다.

김정일동지; 나도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조선이 어떻게 불사신처럼 일어났는가를 온 세상이 다 알게 하여야 합니다. 오늘의 어려운 형편에서 무엇을 달라고 할 대신 일감을 달라고 하며 당의 명령을 무조건 결사관철한 자강도로동계급의 불굴의 정신, 강계정신이 마음에 드오. 나는 전후에 수령님께서 강선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천리마운동의 불길을 지펴올리신것처럼 오늘의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로동계급을 내세워 강성대국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제낄 결심으로 동무들에게 어려운 과업을 맡겼습니다. 나는 이번에 자강도로동계급이 건설한 발전소들과 공장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을 다시한번 굳게 가지게 되였습니다. 이런 인민들과 함께라면 미국놈들을 이기는것쯤은 문제로도 되지 않습니다. 지구를 통채로 떠옮길수 있는 배심을 가지게 되였소.

 

렬차가 강계에 도착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기 앞서 도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장관우를 비롯한 도안의 일군들을 렬차집무실에 불러주시였다. 동행한 일군들도 모두 참석한 이 뜻깊은 좌석에서는 자강도인민들이 달성한 투쟁성과가 자랑스럽게 총화되였다. 그이께서는 고난의 시기 일부 일군들이 우는 소리를 하며 부처님처럼 랭방에 가만히 앉아 떨고있을 때 혹한속에서 곳곳에 발전소들을 건설하여 공장도 돌리고 살림집들의 전기난방화까지 실현한 자강도사람들, 다른 고장보다 훨씬 더 극심한 식량난과 생활난을 참고 견디며 공장을 궁전처럼 꾸려놓고 거리와 마을을 사화주의맛이 나게 일신시킨 자강도인민들의 투쟁을 높이 평가하시였다. 바로 그 정신, 열백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이 땅우에 자기 힘으로 얼마든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일떠세울수 있는 강계정신이 창조됨으로써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를 뚫고나갈 파렬구가 열린데 대해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장내에 우렁찬 박수갈채가 터져오르는가운데 김정일동지의 열정에 넘친 음성은 《렬차집무실》을 드렁드렁 울리며 일군들의 심장속으로 뜨겁게 흘러들었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진영이 해체된후의 국제정세의 움직임과 민족리기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들의 동향, 고립무원한 상태에서 익측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수 없는 우리 혁명의 간고성에 대해 심각히 분석하시며 오로지 자력갱생만이 살길임을 다시한번 명철하게 밝혀주시였다. 적들의 총전략은 우리를 고립, 질식시키려는것인데 자강도인민들이 보기 좋게 통장을 불렀다고 하시면서 가슴후련히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시였다.

이날 밤이 퍼그나 깊어 자강도일군들과의 접견이 끝난후 그이께서는 헤여지기 서운해하는 태혁의 마음을 위로하며 여러가지로 인정겨운 말씀을 많이 하시였다. 그이와의 작별을 앞두고 말없이 눈물을 머금던 태혁이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저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제 장군님께서 와계시는동안 전사된 도리를 못했는데 자강땅의 종점까지만이라도 바래워드렸으면 합니다.》

《이 밤중에 어디로 따라온단 말이요?》

《장군님.》

태혁의 안해도 떨어지기 아쉬워 울상을 짓고 안타깝게 졸랐다.

《저희들은 늘쌍 다니던 길이여서 일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뭇 난감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시였다.

《원, 이런 억지라구야… 정 소원이면 같이 갑시다.》

얼마후 역구내에 멎어섰던 렬차는 드디여 레루우에서 서서히 움직이며 자국을 떼기 시작했다. 도안의 당, 행정기관책임일군들이 홈에 나와서 력사적인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시는 그이를 배웅해드렸다. 잠시의 휴식도 없는 이틀동안의 현지지도, 《렬차숙소》에서의 고달픈 침식에 이어 그이께서 또다시 깊은 밤 북방지구의 머나먼 철의 도시로 찾아가시는 막중한 로고의 끝은 과연 어디일것인가… 태혁은 이따금 눈보라에 가리워 희미하게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강계역사를 먼 빛으로 바라보며 서있다가 무심중에 등뒤의 안해를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할말도 없는 자신을 느끼며 이내 눈길을 떨구었다. 안해도 그런 기미를 챈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손수건만 꼬깃꼬깃 구겨쥐였다. 자기들이 장군님의 곁에 있다는것만이 중요하고 그밖의 다른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한 태도였다. 렬차가 도간도간 레루의 련결짬을 넘어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조용히 흔들리는 문휘장, 그 모든것들이 아직은 장군님과 한렬차에 앉아있음을 그들에게 따뜻이 속삭여주고있었다. 이따금 차창밖으로 스쳐지나는 산간역들의 역명판만이 장군님과 단 한시각이라도 함께 있고싶어하는 그들의 행복한 마음을 한토막 한토막 사정없이 잘라내는듯 싶었다. 만포를 지나자 산세가 험해져 렬차는 가파로운 산발을 에돌기도 하고 문득문득 차굴안으로 돌진해들어가며 요란한 소음속에 잠겨버리기도 했다. 어두운 차굴안에서 빠져나온 렬차는 다시금 사나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산중의 깊은 계곡을 따라 우불구불 달리였다. 사위는 온통 휘뿌연 눈가루의 장막… 렬차는 점차 해발고가 높은 북방땅의 올리막길을 달리며 한참씩 속력을 늦췄다간 다시 어둠속으로 기운차게 질주해가고있었다. 그이의 강행군현지지도의 길을 따라다니며 피곤이 쌓일대로 쌓인 태혁은 사정없이 밀려드는 졸음에 취하여 그 모든것을 어렴풋한 의식속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러던중 그는 차창가에 바싹 붙어앉았던 안해가 눈이 휘둥그래서 마구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정신을 버쩍 차렸다.

《여보, 렬차가 뒤로 가요?》

《무슨 소릴 하오?》

《얼마전에 삼장을 지났는데 또 삼장이예요.》

《당신이 잘못 봤겠지?》

《아니예요!》

안해의 기겁한 소리에 와닥닥 놀란 태혁은 차창에 급히 얼굴을 가져다대였다. 순간 유리창에 이마를 되게 부딪친 그의 얼굴에서 안경이 바스라질듯이 떨어졌다. 태혁은 안경이 없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치는 어둠속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렬차는 분명 쏜살같이 후진하고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혹시 렬차가 뒤로 미츠러지는것이 아닌가? 태혁은 정신없이 복도로 뛰여나갔다. 그의 머리속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렬차를 무조건 멈춰세워야 한다는것밖에 다른 생각이 없었다. 등뒤에서 울상이 되여버린 안해가 안경을 내밀며 《안경… 안경!》하고 소리쳤으나 그는 아무것도 가려듣지 못했다. 흔들리는 렬차의 복도를 지나 옆방으로 허둥지둥 달려간 그는 주먹으로 세차게 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선잠을 깬 일군들이 이방저방에서 뛰쳐나와 무슨 일인가고 다급하게 물었다. 태혁은 사색이 되여 렬차가 거꾸로 달린다고 짤막히 웨쳤다. 모두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낯빛이 시커멓게 질려 헤덤벼쳤다. 갑자기 렬차안에 복닥소동이 일었다.

마침 부관이 그 낌새를 채고 급히 뛰여오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런지 몰랐다. 그들앞에 떡 막아선 부관은 렬차가 정상으로 달리여 강계로 되돌아가고있으니 정숙을 지켜달라며 애걸하듯 말했다.

《뭐라구요?》

태혁은 그만 넋나간 사람처럼 부관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렬차가 강계로 되돌아가다니?… 귀밑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금시 쓰러질듯이 비칠거리는 그를 누군가 등뒤에서 부축해주어 태혁은 가까스로 서있었다.

 

5

(1)

 

눈앞의 일이 도무지 현실처럼 믿어지지 않아 태혁은 얼친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반대방향으로 힘차게 달리는 렬차의 성에 낀 차창을 눈가루가 휘뿌려친다. 대한의 사나운 눈보라였다. 태혁은 미처 그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사납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렬차가 아찔히 치솟은 산굽이를 에도는 순간 문득 저 앞쪽에서 비쳐오는 불빛을 발견하고 또한번 크게 놀랐을뿐이였다. 장군님께서 늘쌍 밤늦도록 집무를 보시군 하는 렬차집무실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였다.

아, 장군님께서는 현지지도의 겹쌓인 피로를 무릅쓰고 이 밤도 꼬박 지새우신다. 태혁의 가슴밑굽에서 불시에 불뭉치같은 뜨거운것이 뭉클 치밀어올랐다. 렬차는 왕복 천리길을 달려 날밝을무렵이 되여서야 강계로 돌아왔다.

역구내는 텅 비여있었다. 이날 새벽 그이께서 강계로 되돌아오신 일은 렬차에 탄 수행원들과 태혁이네 식솔들밖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있었다. 누구도 마중나온 사람이 없었다. 밤새 기승을 부리며 휘몰아친 눈보라가 역사의 여기저기 음달진 곳에 무덕지게 쌓아놓은 눈무지들만이 희미하게 눈에 띄였다.

태혁은 당장이라도 장군님께로 달려가고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새벽 미명속에 고요히 잠겨있는 역사를 바라보았다. 장군님께서 강계로 찾아오셨으면 저 홈에서 그이를 맞이할 사람은 바로 자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혁은 앉지도 서있지도 못하고 줄곧 불안에 휩싸여 렬차안을 서성거리기만 하는 자신이 못 견디게 안타까왔다.

장군님께서 무슨 일로 강계에 다시 돌아오셨을가? 온밤 잠을 못 자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그 한가지 의문으로 하여 그의 머리속은 온통 뒤범벅이 되여버리였다. 휑뎅그렁한 역구내에 소문없이 멈춰선 렬차에서 동터오는 아침을 기다리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날이 휘붐히 밝기 시작할 때에야 자신의 집무실로 그를 조용히 부르시였다. 태혁은 숨막힐듯 세차게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안고 침실에서 급히 뛰여나갔다. 너무도 흥분한 그는 렬차집무실앞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잠시 진정하고 안으로 들어섰으나 문켠에 못박힌채 굳어지고말았다. 그이의 집무탁우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문건들에 눈길이 미쳤다. 지난밤을 꼬박 새우며 보신 문건이였다. 갑자기 눈앞이 콱 흐려진 태혁은 《장군님, 제 이삼십분후에 다시 오면 안되겠습니까? 그동안 잠간만이라도 쉬십시오!》라고 자기의 격동된 심정을 터뜨리려다가 고개를 숙이였다. 아니, 부질없는 권고이다. 안타깝게도 벌써 바깥이 환히 밝았음을 깨달은것이였다. 그는 집무탁우에 펼쳐놓은 마지막문건에서 시선을 떼시는 그이의 얼굴에서 감출수 없는 피로를 찾아보고 다시금 가슴속이 쩌릿해나는 아픔을 느꼈다.

《눈을 좀 붙였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말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쏘파에 몸을 젖히시였다.

《강계를 떠났던 내가 다시 돌아왔으니 지난 밤은 동무도 잠을 자지 못했을거요.》

《전 지금도 꿈을 꾸는것 같습니다.》

《앉소. 앉으시오.》

태혁의 흥분된 마음을 눅잦혀주시며 자리에 앉힌 그이께서는 잠시 안색을 흐리시였다. 어떤 걱정, 괴로움때문인지 도무지 종잡기 어려웠던 태혁은 초조한 심정으로 그이의 말씀만을 기다렸다.

《난 이번에 강계시와 장강, 성간군안의 중요공장들과 발전소들을 다 돌아보았지만 기계공장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곳 일군들과 로동자들이 얼마나 서운해하겠소. 고난의 행군시기 3년동안 생산계획을 못한거야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모두들 주눅이 들어 기를 펴지 못하고 일할 생각을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내 그 일이 가슴에 맺혀서 오늘 이렇게 다시 왔소. 이제 공장에 가서 그들의 서러운 마음을 풀어줍시다.》

《예?!》

태혁은 놀란 얼굴을 버쩍 쳐들었다.

자강땅을 떠나셨던 장군님께서 기계공장 로동계급을 위해 대한날 밤의 사나운 눈보라속을 달려 강계로 다시 돌아오셨단 말인가! 그 눈물겨운 사연을 알게 된 태혁은 대뜸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바로 이틀전 장군님께서 이번 현지지도기간 어떤 단위들을 보았으면 좋겠는가고 소탈히 물으셨을 때 그에게 과연 이런 뜨거운 은정, 믿음에 대한 타산이 꼬물만큼이라도 있었던가? 기계공장은 고난의 행군기간 너무나도 생산계획을 미달했었다. 계획을 못했지만 현재는 자동선을 완성하고 앞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할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던가. 내가 당면한 계획만 계획이라면서 큰 실책을 범했다. 장군님께서 강계기계공장 로동계급이 새로 건설한 북천3호발전소와 전기난방화된 살림집에 들려 만족을 표시하신것만도 과분하다고 여겼다. 가뜩이나 그이의 현지지도일정이 긴장하게 맞물려있어 가슴이 조릿조릿한데 더이상 과중한 부담을 끼쳐드릴수도 없었다. 그러한 사정으로 강계기계공장에 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는 실현되지 못했다. 장군님을 애타게 기다리던 로동자들은 손맥을 놓고 주병호지배인은 현장에 나타나 자기가 일을 쓰게 못한탓이라며 가슴을 쳤다. 태혁은 그런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현지지도기간 장관우부위원장이 슬그머니 귀띔해주는 말에 매운 재라도 끼얹은듯 가슴속이 얼얼해나던 일까지 장군님께 죄다 솔직히 말씀드리고 저도 모르게 안경밑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였다.

《그것 보시오. 속담에도 못난 자식 더 위해준다는 말이 있잖소? 그것이 부모의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우린 생산만 따지며 사람을 보지 못하는 랭랭한 일군이 되여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내 그래서 이전에 동무에게 자강도를 일떠세울 과업을 맡기며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을 인정으로 묶어세우라고 당부했던겁니다.》

《제 한평생 장군님의 각별한 보살피심과 은정속에서 머리칼이 희여졌지만 아직도 그 철리를 잊고 사는 때가 많으니 한스럽습니다.》

태혁은 강계기계공장 로동계급이 자기들때문에 장군님께서 천리길을 되돌아오신 꿈같은 소식을 듣고 눈물을 쏟게 될 광경이 어릿거리며 또다시 눈구석이 젖어들었다.

그가 숱진 눈섭을 연신 슴벅이는 모양을 정겹게 지켜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젠 아침식사나 하자고, 어서 빨리 가서 현이도 만나보자고 애정에 찬 말씀을 하시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시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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