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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 회)

 

12

(2)

 

림준의 심각한 말에 태혁은 전적으로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림준동무가 옳게 말했소. 발전기들을 다시 해체하기요. 백번 뜯었다 맞추는 한이 있어도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는 우리의 마음에는 한점의 티가 있어서도 안되오. 우리가 이쯤한 난관에 손맥을 놓고 주저앉아있을 때가 되는가. 공사기일은 며칠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린 자기의 량심을 속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100%짜리의 완전무결한 발전기로 만들기전에는 장강2호발전소를 건설하였다고 말할수 없소!》

그날 태혁은 자기 사무실로 돌아와 전화기옆에 노상 붙어있다싶이 했다.

강계시와 성간군발전소들과 장강군에 새로 건설한 4개의 발전소들에서 성과적으로 시운전을 끝낸 반가운 소식들이 련이어 날아왔다. 태혁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전화기는 잠시도 조용할 사이 없이 연방 찌릉찌릉 울렸다. 그 모든 발전소들에 찾아가보자면 승용차로 아무리 바쁘게 돌아쳐도 옹근 이틀은 걸려야 한다. 태혁은 장강2호발전기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장관우와 도발전소지휘부 책임자를 현장으로 떠나보내면서 조업식이 끝나는 즉시 도안의 지방산업공장들과 주민지역들에 일제히 전기를 보장해주라고 지시하였다. 오늘밤 사람들은 그 밝은 전등불빛아래서 온밤 잠들지 못하고 명절날처럼 법석 떠들어댈것이다. 태혁은 흥분된 심정으로 방안을 오락가락 했다. 단 하나 문제로 되고있는것은 장강2호발전소!… 이제 남은 7일!… 과연 이 짧은 기일안에 발전기의 결함을 퇴치해낼수 있을것인가? 자기의 마음이 이러한데 장강군당책임비서 김충모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이틀이 지난날 아침 책상우의 전화기가 뜨르릉 요란히 울리는 소리를 듣고 얼른 수화기를 집어든 태혁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도오당… 책임비서도옹지!》

그 무슨 바람이 새는것 같은 쐑- 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꽝꽝 두드려대면서 울려왔다. 분명 장강군당책임비서 김충모였다. 그의 막혔던 목이 열렸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렇게 끙끙 갑자르면서 말할 사람이 없었다.

《군당책임비서동무요? 무슨 일때문인지 어서 말하오!》

《돼앴습니다. 서엉공입니다.!》

태혁은 수화기를 놓기 바쁘게 밖으로 뛰여나가 승용차를 타고 장강을 향해 떠났다. 너무도 흥분한 그는 연신 차창밖을 내다보며 운전사에게 좀 더 속력을 내라고 독촉했다. 태혁이가 무섭게 때려모는 바람에 불과 15분도 못되여 장강군에 도착한 운전사는 장강2호발전소의 언제우로 그냥 차를 냅다 몰아 발전기실로 내려가는 층계의 입구에 멈춰세웠다.

승용차의 문을 쾅 세차게 후려닫고 발전기실로 뛰여내려간 태혁은 고르로운 동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300kw발전기앞으로 다가섰다. 완전한 성공이였다! 태혁은 그제야 등뒤에 서있는 사람들을 돌아다보았다. 근 한달동안 말썽이 많은 발전기와 씨름질하며 밤을 새운 그들의 얼굴은 검댕이칠을 한것처럼 새까매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해볼수가 없었다.

《수고했소! 무슨 요술을 써서 이렇게 만들었소.》

《아무리 역사질해야 그식이 장식이여서 기계공장의 저 〈강계싸움대장〉령감을 데려다가 한번 봐달라고 했지요.》

림준이가 장강군당책임비서옆에 서있는 최덕삼로인을 곁눈질하며 벙실벙실 웃었다.

《덕삼아바인 한시간동안이나 아무 말없이 발전기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뻐금뻐금 담배질만 하다가 글쎄… 박달나무로 메달을 만들어 맞추었는데 기딱막히게 됐습니다. 처음엔 박달나무메달을 만들겠다니 이 령감이 무슨 도끼목수같은 소리를 하는가, 발전기를 달구지쯤으로 우습게 본다며 코웃음을 쳤는데 그게 만점짜리 명처방이였습니다. 쇠붙이와는 달리 목메달은 윤활유를 흡수하면서 발전기축을 돌려주기때문에 밖으로 새여나오는 기름이 전혀 없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목메달! 얼마나 희귀한 착상인가? 이전에 자강도 중소형발전소의 첫 건설대원이였고 조국해방전쟁때 달구지바퀴로 선반을 돌리며 포탄을 깎아 어버이수령님으로부터 《강계싸움대장》이라는 치하를 받은 로기능공이 오늘 보니 정말 귀신은 귀신이였다.

《덕삼아바이, 이 목메달의 수명이 얼마나 됩니까?》

태혁의 물음에 덕삼로인이 빙긋이 웃었다.

《책임비서동지, 쇠붙이보다 오래가면 갔지 못하지 않을거우다.》

《그렇단 말이지요? 이건 정말 세계발명품전시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걸작이요. 장군님께서 장강군에서 마지막전투를 결속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자랑할만 한게 나왔소! 그동안 애간장을 태우긴 했지만 자력갱생의 본때를 보였단 말이요.》

태혁은 흥분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옆의 시커멓게 기름묻은 받침목우에 걸터앉았다. 얼핏 보기에 그 무슨 상념속에 깊이 잠겨버리는 사람 같았으나 그의 머리속에는 그 순간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였다는것밖에 다른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고생스럽고 안타까운 일들이 하많았지만 지금은 그 모든것을 잊고 전사의 도리를 다한 행복한 감정속에 오래도록 몸을 잠그고싶었을뿐이였다. 그가 한동안 만시름을 잊고 앉아있다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을 때였다.

김충모가 오늘은 이 발전소주변에 새로 지은 살림집들에 이사를 한 경사로운 날인데 장군님의 구상대로 되였는지 어디 한번 가보지 않겠는가고 했다.

장강2호발전소건설도 완공했겠다, 태혁은 김충모의 말에 선선히 응하며 《나혼자 볼게 있소? 다른 동무들도 함께 가서 집구경을 합시다.》하고 발전기실을 나섰다. 새집들이를 한 55호동살림집마을은 명절기분에 휩싸여 설레이고있었다. 태혁이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들었는가고 묻자 김충모는 주택이 너무도 현란하여 군의 간부들이 나누어가질것이라는 뛰뛰한 소문이 돌았는데 본래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을 위주로 하여 알짜 《평백성》들이 들었다고 자랑삼아 말하였다. 이제 장군님께서 이 전기난방화된 주택에서 장강군인민들이 문명한 생활을 누리고있는 놀라운 현실을 보시면 얼마나 만족해하실가? 태혁은 마을의 첫 어구에 자리잡은 집에 들어가서 새 이불장이며 양복장, 책상들을 일식으로 갖춰준 아래웃방을 흐뭇한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그가 장군님덕분에 산골사람들이 호강을 하게 되였다면서 빙그레 웃는데 김충모가 이왕 집구경을 온 김에 주인이 섭섭치 않게 담배나 한대 태우자며 제 주머니안의 담배갑을 꺼내여놓았다. 태혁은 그만한 요구야 들어주지 못하겠는가며 따스한 구들장우에 앉아서 담배를 맛스레 붙여물다가 젊은 안주인이 술상을 차려들고 올라오는 바람에 충모를 엄하게 바라보았다.

《이건 뭐요?》

《제에가 오늘은 우리 장강군의 명절이라고 하아지… 않습니까. 너무 딱딱하게 거어… 절하지 마십시오. 하안잔씩 마시구 장강군의 시원한 농마국수나 드읍시다요.》

태혁은 그만 말문이 막혀 허허 웃고말았다.

《됐소. 됐소. 헌데 동문 어떻게 그 정도의 얼치기 말이라도 할수 있게 됐소?》

김충모는 장강2호발전기 조립작업이 성공한 순간 너무도 기뻐서 도당에 알리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말이 나가더라며 유쾌히 웃었다. 그가 쐑쐑거리며 설명하는동안 잠자코 있던 태혁은 안주를 차려들고 올라온 안주인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량해를 구하자 녀인이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도당책임비서동지,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우리 집으로 오시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군당책임비서동지 집에서 차려온 음식이랍니다.》

《저어… 도옹무가?》

충모가 녀인에게 눈을 찔 흘겨보이며 헛기침을 했다.

태혁은 군당책임비서가 차린 음식이라니 마음을 놓으며 모두들 상옆에 가까이 다가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상우에 놓은 술잔이라는게 보통 대짜가 아니였다.

《가만, 이거 무슨 술잔이 이렇소? 사발들이를 할 작정이요?》

충모는 우리가 장겨울 이놈의 소주를 마시며 얼음물속에서 발전소언제를 쌓은 사람들이 아닌가고 했다.

《여보, 얼음물속에 뛰여들 땐 뛰여들 때구 이거야 너무하지 않소?》

그 말에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을 때 충모가 돌아가며 한잔씩 술을 부었다. 오늘 좌석에서 자기는 어디까지나 손님대접이 기본이라며 제앞의 술잔에는 절반밖에 붓지 않았다. 태혁은 선주후면이라는데 국수를 들기전에 어서 잔을 쭉 내라는 충모의 권에 못 이겨 한잔 마셨다. 그런데 그 한잔 술때문에 이날 톡톡히 봉변을 당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옆집아주머니가 자기 집엔 왜 들리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가, 도당책임비서가 이렇게 낯가림을 할줄 몰랐다며 징징 우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거기 가서도 어쩔수 없이 또 한잔 마셨다.

새 마을 녀인들이 어찌도 성화를 먹이며 달라붙는지 그러루하게 네댓집에 끌려다니며 술대접을 받고 급해맞아 뺑소니를 치던 태혁은 어느새 거나하게 취해서 따라오는 충모를 돌아다보며 《여보, 군당책임비서라는 사람이 대낮에 비틀거리니 어디 됐소? 어서 집에 가서 좀 눕소.》라고 타일렀다. 충모는 그만 허허 웃으며 오늘같이 기쁜 날에 자기집이 아니라 장강군사람들의 피땀이 스며있는 저 발전소언제우에 가서 눕겠다고 했다. 조금후 태혁이가 승용차를 타고 강계로 떠나며 돌아다보니 아닌게아니라 장강2호발전소 언제우에는 김충모가 네활개를 펴고 번듯이 누워있었다.

 

제 7 장

 

1

 

한밤중.

평양ㅡ강계행 특별렬차가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달리고있다.

준엄하고도 시련에 찬 조선혁명의 앞길에 새로운 전환기를 열어놓게 될 김정일동지의 력사적인 자강도현지지도가 드디여 시작되였다.

아직은 이 땅의 붕괴를 노리는 제국주의반동세력의 준동이 좌절되지 않고 전쟁의 피해상마냥 고립압살과 경제봉쇄의 흔적들이 처처에 널려있는 간고한 시기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달리는 렬차집무실의 쏘파에 비스듬히 앉아 어둠이 짙게 드리운 차창을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대소한을 앞둔 새해 정초에는 성, 중앙기관 일군들도 자강도로 출장을 다니지 않는다. 밤이면 장자강의 얼음장이 터지는 소리만이 텅 빈 강계려관방의 창문들을 두드려댈뿐이다. 하지만 이 사나운 겨울, 지금의 최대갈수기에 가야 자강도로동계급이 피땀을 흘리면서 건설한 중소형발전소들이 어떻게 은을 내는지 정확히 알수 있다.

붕ㅡ

특별렬차의 기적소리가 자강땅의 언 대기를 가르며 은은히 울려퍼졌다.

차창밖으로 고산지방의 간이역들이 언뜩언뜩 흘러가고 레루의 이음짬을 지나는 무쇠바퀴의 음향이 도간도간 가락맞게 집무실안의 정적을 흔들었다. 수행성원들이 깊이 잠든 그 순간에도 심원한 사색에 잠겨 자강땅을 그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피로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밖에서는 의외에도 흰눈이 펑펑 내리고있었다. 갓난아이 주먹만큼한 눈송이들은 밤바람이 불어칠 때마다 차창에 매달리듯 섬돌아치다가 엇비스듬히 흩날려 땅에 소리없이 떨어지군 했다. 톱날모양의 까마득히 치솟은 산악들과 계곡, 여기저기 산자드락에 오붓이 자리잡은 림산마을의 뾰족지붕들도 눈안개속에 묻히여 휘뿌옇게 안겨왔다.

아, 포근한 흰눈세계!… 어찌보면 그것이 북방땅의 천리길을 밤도와 찾아가시는 이 밤의 길조처럼 생각되시여 그이의 안광은 갑자기 환희로 밝아졌다. 렬차는 명문고개와 구봉령을 멀리 벗어나 이 산세사나운 고장의 협착한 골짜기로 우불구불 흐르는 장자강을 끼고 힘차게 달리였다. 점차 성글어져가는 눈발너머로 어느덧 새날이 희붐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특별렬차의 기적소리가 또 한번 길게 울리며 강계시에 도착할 시간이 림박했음을 알리였다. 온통 새하얗게 설경을 이룬 도소재지가 먼빛으로 눈부시게 바라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가 강계역구내에 도착하여 미처 멈춰서기도전에 승강대쪽으로 급히 걸어가시였다. 역구내에 마중나온 태혁이가 눈앞으로 서서히 스쳐지나는 렬차의 창문들을 경황없이 살펴보면서 서있었다. 그는 차가 멎어선 때에도 그이께서 어느 차칸에 계시는지 알수 없어 초조한 기색으로 연방 두릿거리면서 어디다 눈길을 둘지 몰라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강대의 손잡이를 잡고 내려서면서 태혁을 소리쳐부르시였다.

《태혁이!》

자신도 모르게 심장속에서 울려나간 뜨거운 애정이 담겨있는 웨침이시였다.

《장군님!》

그이를 향하여 태혁이 기운차게 달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음장처럼 차거운 태혁의 손을 살틀하게 꽉 잡아쥐시였다.

이미 눈은 멎은지 이슥했다.

태혁의 털모자와 외투우에는 흰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다정한 눈길로 그 외투의 새하얀 눈을 이윽히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갈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역에 나온지 오래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혁의 어깨우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주시며 렬차에 올라가 잠간 몸을 녹이자고 따뜻이 이르시였다. 태혁은 둬번 발을 탕탕 굴러 구두밑창에 달라붙은 눈덩이를 떼여버리고 렬차집무실안으로 따라 들어가면서 절절한 심정을 담아 말씀올렸다.

《장군님, 대한을 앞둔 이 강추위때에 왜 이렇게 밤렬차로 오십니까?》

그의 두눈에 뜨거운 눈물이 듬뿍 고이였다.

《앉소. 이 자강도가 어떤 땅이요? 동무들은 조국이 류례없이 간고한 시련을 겪고있을 때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와 맞서 싸우며 우리 인민의 강대한 힘을 세상에 시위하지 않았소. 나는 고난의 행군시기 나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아픈 일들을 수없이 당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자강도로동계급의 영웅적인 투쟁이 있었기에 언제나 마음이 든든했소.》

태혁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신 그이께서는 밤새 렬차를 타고오신 피곤을 가뭇 잊고 환히 웃으시였다.

《장군님, 지금 자강도안의 공장기업소들은 만부하를 걸고 꽝꽝 돌아갑니다. 이번에 우리가 새로 건설한 발전소들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지방산업공장들도 돌리고 밤이면 강계시와 장강군, 성간군의 주민지역들에 온통 불천지가 펼쳐져 별세상 같습니다. 불과 6개월동안에 자강도가 이렇게 변모됐다는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큰일을 했소. 정말 수고했소!》

《저희들은 장군님께서 하라는대로 했을뿐입니다. 장군님께서 애로되는 문제들도 다 풀어주시여 우린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왜 한 일이 없겠소. 동무들이 고생을 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로동계급이 남보다 배를 더 곯으며 혹한속에서 발전소들을 건설하고 공장을 돌린 생각을 하자 눈굽이 젖어드시였다. 그것은 결코 누구나 할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강땅사람들의 그 희생적인 투쟁으로 하여 드디여 고난의 행군을 끝장내고 멀지 않아 강성대국을 건설할수 있는 밝은 전망이 열리지 않았는가! 그 한량없는 기쁨으로 그이의 가슴은 뜨겁게 부풀어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깊은 회억에 잠기시였다가 《내가 자강도를 일떠세울 과업을 맡기면서 제일 걱정한것이 동무의 심장질환이였지. 그런데 용케 견디여냈거든. 견뎌냈어.》라고 하시였다.

《장군님, 얼마전 병원의 의사들이 1년만에 절 다시 검진해보고 깜짝 놀라며 자기들 몰래 무슨 약을 써서 심장이 좋아졌는가, 어떻게 섭생을 했는가고 꼬치꼬치 캐여묻는통에 진땀을 뽑았습니다. 순환기과 과장은 어마어마하게 박사론문까지 쓰겠다면서 솔직히 말해달라질 않겠습니까? 그래서 사실대로 자강도에 흔한 산사와 인민들이 먹는 니탄떡을 먹었다고 했더니 사발눈이 되여 쳐다보았습니다.》

《니탄떡을 먹고 심장이 든든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집안이 흥하면 병도 떨어지는 법이요!》

태혁이도 그이의 명담에 한바탕 요란히 웃음통을 터뜨렸다.

그이께서는 현지지도기간 어떤 대상들을 돌아봤으면 좋겠는지 주인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소탈히 말씀하시였다. 흥이 난 태혁은 그이께 꼭 보여드리고싶은 공장, 기업소들과 발전소들을 욕심스럽게 렬거했다.

《장군님, 오래간만에 우리 자강도에 오셨는데 한주일가량 묵으시면서 쉬염쉬염 봐주십시오. 장군님께서 이 엄동설한에 너무도 갑자기 찾아오시는바람에 저희들은 전혀 맞이할 준비를 못했습니다.》

《동무가 제기한대로 다 보겠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어떤 굶주림과 희생을 치르며 일떠세운 창조물들이요. 있는그대로 봅시다. 그게 진짜요.》

태혁은 자기의 소망이 이루어진 크나큰 기쁨에 휩싸여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난 이틀밖에 시간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차창밖에 펼쳐진 백설의 험준한 산악들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장군님, 안됩니다. 이틀동안에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태혁은 산골길이 험한데다가 길이 온통 대소한의 강추위에 꽝꽝 얼어붙어 보통 미끄럽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길이 험하면 뭐라오. 이틀이면 좀 긴장할수 있지만 난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고왔소. 우리 인민의 강행군이 아직도 계속되고있지 않소. 내 걱정을 말고 곧 떠납시다.》

《예?!》

태혁은 또 한번 애끓는 눈매로 그이를 쳐다보았다. 밤렬차를 타고 이 북방의 먼길을 찾아오신 그이께서 잠시도 휴식할 여가없이 도착하시자마자 현지지도에 나서시겠다니 무슨 말로 만류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의 가슴속 안타까움을 말해주는 엷은 물기만이 두눈에서 소리없이 감돌고있었다.

 

2

(1)

 

승용차의 꽁무니에서 눈안개가 뽀얗게 타래쳐올랐다.

장군님께서 자강땅에 언제 오실가 하고 강계시민들이 지난 밤도 떨쳐나 밤새껏 비자루로 말끔히 쓸어냈다는 도로인데 어디서 그렇게도 많은 눈가루가 생겨 하늘을 메우는가! 아니, 그것은 최고속으로 회전하는 승용차의 바퀴밑에서 부서지는 얼음의 분말들이였다.

방금전 《ㄸ》공장 로동계급이 새로 북천강좌안에 건설한 띄우개식발전소를 돌아보신 그이께서는 너무도 기뻐 태혁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다시금 장강군발전소들을 향해 질풍처럼 차를 몰아가시였다. 강계시를 벗어나 얼마쯤 달리자 저 멀리 초대봉이 아아히 바라보이고 눈덮인 논판들이 눈에 띄면서 차츰 시골풍경이 짙어졌다.

도로도 겨우 우마차들이 어길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이 고장사람들이 하도 알뜰히 닥달질하여 시내의 아스팔트길 찜쪄먹게 반드러웠다. 그런데 이날 뜻하지 않은 일로 분초를 쪼개가며 현지지도의 길을 다그쳐가시던 그이의 바쁜 걸음이 지체되는 난사가 생겼다. 웬 사람들인지 길바닥에 쫙 깔려 서로 붐비며 법석 끓어대였다.

미끄러지듯 달리던 승용차는 속력을 늦추지 않을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차창밖을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태혁이가 안절부절 못하며 당황히 말씀올렸다.

《장군님, 제 불찰입니다. 금요일엔 시, 군기관 직원들이 문을 닫아매고 농장원들의 일손을 돕습니다. 이런 날엔 농장원들이 주인구실을 하느라 전부 두엄운반에 떨쳐나서군 하는데 제가 사업조직을 잘못하여 미연에 중지시키지 못했습니다.》

태혁은 이제라도 그이의 앞길을 틔여드리려고 밖으로 튀여나갈것처럼 몸을 솟구며 승용차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도로 눌러앉히고 차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승용차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달구지와 발구, 썰매에 거름을 싣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또렷하게 안겨왔다. 날씨가 어찌도 맵짠지 밤새 내린 눈은 녹지 않고 길바닥에 깔린채 사람들의 무수한 발길에 채이였다. 누구나의 입에서 허연 입김이 날리고 바람이 새여들세라 얼굴을 꽁꽁 감싼 녀인들의 초생달같은 눈섭과 머리수건가생이에는 성에꽃이 새하얗게 끼여 반짝이였다.

고산지방의 생활에 단련된 녀인들은 추위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명랑하게 웃어대기만 했다.

바늘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태혁의 잔등을 적시며 진땀이 끈적끈적 솟아올랐다. 거름짐을 진 사람들사이로 조심조심 차를 몰아가는 운전사도 그와 다를바없는 조바심에 잠겨 난처한 기색을 띠고 안타깝게 말했다.

《장군님, 이거 정말 야단났습니다.》

《뭐가 야단이란 말이요. 난 요즘 길에 나서면 가끔 장사를 다니는 녀인들이 눈에 뜨이군 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보시오. 이 자강땅사람들은 엄동설한에 거름짐을 지고 저렇게 뛰여다닙니다. 얼마나 좋은 인민이요. 자강도인민들이 지난해의 어려운 투쟁을 통하여 확실히 억세여졌다는것이 알립니다. 어떻소. 동무들은 이 북방땅에 벌써 봄이 찾아오는것 같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하신 눈길로 차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정답게 바라보시였다. 이 근면하고 성실한 인민들이 있는 한 어떤 고난도 극복할수 있다는 신심이 가슴속에 봄물처럼 가득 차오르시였다. 그 인민이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되여 그이께서는 운전사에게 경적도 울리지 못하게 엄하게 이르시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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