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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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원부총리가
《앉으시오.》
부총리가 얼굴이 벌개서 자기의 불찰을 심심히 사죄했다.
《난 지난해 스위스에 기술자대표단을 파견할 때 대안중기계공장 기사장을 망라시켜 보냈습니다. 그것은 대안중기계가 앞으로 전국적인 범위에서 중소형발전소건설이 활발히 진행될 때 한몫 단단히 해야 할 공장이기때문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전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서 발전기생산에 착수하지 않았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은 자기 도에 만포세멘트공장이 있지만 기와공장을 만들어놓고 발전소와 전기난방화된 살림집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자체로 생산해쓰고있습니다. 얼마전 강계청년발전소로동계급은 페기해버린 비동기전동기를 발전기로 개조하여 지금까지 15년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한 2천kw발전기도 만들었습니다. 나는 며칠전 강계청년발전소 로동계급에게 호소하여 대안중기계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보장해주었습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 일군들도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는 일이였는데 뛰지 않고 앉아서 전력타발만 하였습니다.》
그날 전력공업부장과 대안중기계기사장은 자강도에서 굉장히 높은 전투계획을 세워놓고 고작 몇대의 발전기를 보장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정무원에서 제기한 장강군당책임비서동무의 문제는 사실입니까?》
《정무원국장동무와 농업위원회 책임부원동무가 장강군의 영농준비실태를 료해하고 와서 제출한 자료입니다. 장강군 농장들의 화학비료창고들이 텅 비여있고 퇴비반출도 하지 않아서 논밭들도 번번하다구 합니다. 발전소건설만 못지 않게 농사에 관심해야 할 군당책임비서동무가 연구중에 있는 리미액미생물비료에 기대를 걸고 영농준비를 소홀히 한것 같습니다.》
《아, 군당책임비서동무가 왔소?》
《전투장에서 온 동무와 이렇게 만나니 반갑소.》
해병출신의 건장하던 일군인데 량볼이 훌쭉하게 패이고 관골이 뚝 삐여져 딴사람 같았다. 농군의 손처럼 손바닥에도 썩살이 박혀 껄끔껄끔했다. 움푹 꺼진 눈확의 시뻘겋게 피진 두눈만이 평시의 과단성있는 그의 성미를 말해주며 감때사납게 번뜩이였다.
《앉소. 어서 앉소. 얼굴이 무척 상했구만.》
김충모를 창가의 쏘파에 앉힌
《그래 모두들 어떻게 일하고있소?》
김충모가 자리에서 일어나 큼직한 두손을 배허벅에 모아쥐였다. 그는 대답이 없이 벌겋게 충혈된 눈만 껌벅거리였다. 갑자기
《지금 동무네 장강군발전소건설이 제일 어려워졌지. 동무가 수고하는건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만이 그들이 이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제꼈다고 당당히 말할수 있었다.
《장강군의 올해농사준비가 망태기라고 하오. 왜 그렇게 되였습니까?》
김충모가 곧은 목이 되여 아래턱을 버쩍 쳐들었다.
웬일인가? 김충모는 여전히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갑잘랐다. 그는 어딘가 없이 몹시 안타까와 하는 기색으로 양복저고리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하다가 그만 피나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거동이 하도 이상하여 부총리도 눈이 둥그래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때였다. 뜻밖에도 서기실장의 안내를 받아 자강도당책임비서 강태혁이가 방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아니, 동문 어떻게 왔소?》
《어서 여기 와서 앉소.》
태혁은
《이젠 이야기하오. 무슨 용무로 왔는지 들어봅시다.》
《그건 무슨 소리요?》
태혁은 한손으로 안경을 추슬러올리면서 충모를 흘끔 곁눈질 했다.
《저 장강군당책임비서동문 말을 못합니다.》
《말을 못하다니?》
《지난 발전소건설기간 잠을 못 자고 차거운 강물속에 뛰여들어 일하는 바람에 저렇게 되였습니다. 우리 자강도추위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소한철에 강물속에 잠간 들어갔다 나와도 작업복은 소가죽처럼 꾸덕꾸덕 얼고 바지가랭이엔 고드름이 달립니다. 저 군당책임비서동무가 매일 그런 작업복을 입고다니며 혹한속에서 일했습니다. 처음엔 목쉰 소리를 하더니 이젠 아무 말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동무들은 뭘 했소. 옆에서 그렇게도 도와줄 생각을 못했단 말이요?》
태혁이가 젖은 얼굴을 쳐들고 목메인 소리로 그 까닭을 떠듬떠듬 말씀올렸다.
…장강군에서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위한 궐기모임이 있은후였다. 그때 장강군인민들의 식량사정도 눈뜨고 볼수 없을 정도로 곤난했다. 그들은
당장 때식거리가 없어 겨우 살아가는 판에 군당책임비서가 발전소도 건설하고 살림집도 짓자고 하자 정신나간 소리를 한다면서 마지 못해
따라나섰다. 김충모가
《어머니, 그게 무슨 소리요?
어머니가 눈물이 그렁해서 《내가 공연한 소릴 했구나. 됐다. 우리 집 밥가마에도 풀죽이 놓여있지 않았느냐.》라고 아들을 위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충모는 장밤 웃방에 앉아 담배질만 하다가 날이 새자 집을 나선 뒤로는 발전소건설장에서 살며 죽을내기로 일한다고 했다. 태혁은 옆에 김충모가 앉아있건말건 상관함이 없이 그렇게 말하고 두눈을 슴벅거렸다.
《전 저 동무가 너무도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기에 그러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해줬습니다. 그때마다 충모동문 자기는
《됐소, 됐소. 그만 하오!》
김충모는 여전히 쏘파의 팔걸이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서 흐느껴 울고있었다. 순간
《내가 동무들을 너무도 고생시키는것 같소. 너무도…》
태혁은 코등으로 미끄러져내리는 안경을 잡고 일어섰다.
《저희들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강군당책임비서동무만이 아닙니다. 우리 자강도의 모든 로동계급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사신처럼 일떠서
태혁은 한손으로 아래턱을 꽉 움켜잡고섰다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한참후에야
《태혁동무, 솔직히 말해주어 고맙소. 어떻게 하나 뚫고 나갑시다.》
《며칠전 림성실동문
태혁은 옛 친위전사의 자세로
말못하는 군당책임비서를 따라 천리길을 달려온 강태혁! 가슴속에서 뜨거운 인정이 불타는 이 열혈의
《가겠단 말이지…》
《장강군당책임비서동무, 동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일한다는데 여기서 치료를 받고 내려가야겠소.》
김충모가 눈이 휘둥그래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황소의 영각같은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종이장우에 뭔가 서둘러 썼다.
조금후
이 엄숙하고도 책임적인 시각에 군당책임비서인 저는 대오에서 단 한발자욱도 물러설수 없습니다.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여도 좋습니다. 저를 전투장으로 보내주십시오!
김충모가 자기의 안타까운 심정을 적은 종이장우의 글줄은 그의 말을 직접 듣는것에 비할수 없이 훨씬 더 가슴을 울리며 절절하게 안겨왔다.
두세군데 눈물방울이 떨어져 퍼렇게 잉크가 퍼진 종이장을 들고
《부총리동무, 오늘 정무원과 농업위원회, 대안중기계공장일군들을 자강도로 들여보내야겠습니다. 자강도로동계급이 이 고난의 행군의 혈로를 헤쳐나가며 어떻게 희생적으로 싸우고있는가를 보고 오게 하시오.》
《알겠습니다.
부총리가 정중히 대답올리고 방에서 나간 후였다.
《동무들은 나와 함께 갑시다.》
태혁이와 김충모는 뜻밖의 일에 대뜸 눈앞이 휘둥그래졌다.
승용차는 어느덧 당중앙위원회를 벗어나 시내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어디로 가시는가? 김충모가 치료를 받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차를 몰고 병원에 찾아가시는게 아닐가. 그런데 가만보니 그런것 같지도 않았다. 장대재언덕을 넘어선 승용차는 개선문쪽으로 뻗은 대도로의 중앙선을 타고 곧추 달리고있었다.
승용차가 시내를 통과하여 거침없이 내달리자 태혁의 의혹은 점점 커졌다.
이날은 누구에게 알릴 사이도 없이 갑자기 떠나시다보니 뒤따라 오는 호위차도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애당초 차에 타지 말고 나누울걸… 내가 무슨 실수를 하고있는가? 태혁은 바늘방석에 앉은것같은 심정으로 얼핏 김충모를 돌아보았다. 김충모도 사방을 두릿두릿 살피기만 했다.
얼마후엔 날까지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어디가 어딘지 가려보기 어려웠다.
다만 교외로 달린다는것만을 어렴풋이 짐작할수 있을뿐이였다.
조향륜우에 두손을 얹고
태혁은 아무리 마음을 써야 소용없다는것을 깨닫고 땀발이 척척히 내밴 잔등을 의자등받이에 눌러붙이고말았다.
그때로부터 이삼십분 더 경과한 때였다. 오른쪽으로 차머리를 돌린 승용차는 잣나무숲이 우거진 골짜기의 어느 한 건물앞에 문득 멎어섰다.
《소장동무, 지금 이 초대소에 누가 들어있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내 소장동무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이렇게 왔습니다. 이제 이 동무들을 식사시키고 하루밤 푹 휴식시키시오.》
《알았습니다.》
태혁이와 김충모는 일시에 우뚝 굳어졌다. 그러니
《하루밤 쉰다고 동무들의 피곤이 풀리겠소? 하지만 어찌겠소. 더 쉬라고해도 말을 듣지 않을건 뻔한데… 차는 래일아침에 보내주겠습니다. 다른 생각말고 오늘밤만이라도 여기서 푹 휴식을 하오. 그래야 내 마음도 좀 편해질것같소.》
《군당책임비서동무, 물러서라구. 동무가 그러면
태혁의 목멘 웨침이였다. 김충모가 얼굴을 싸쥐고 물러서자 승용차는 어둠속으로 서서히 움직여가기 시작했다. 잠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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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 태혁은 래일 아침에 착수하게 될 장강2호발전소건설의 언제마감막이작업을 예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집행하여야 한다는 그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가지 복잡다단한 일들이 한꺼번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다 보니 물샐틈 없이 치밀하게 포치한 사업도 탕탕 튀여나가는
경우가 뜨문했다. 자기와 김충모의 불찰로 하여 그런 빈구석이 생겨 공사기일보장에 지장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한개군 력량으로 무려
다섯개의 발전소들을 새로 건설하는데다가 대안에서 보장하기로 된 발전기들이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난관에 봉착한 장강군이였다. 벌써 열흘동안이나
태혁은 모든 력량을 장강군에 집중하여 성과적으로 전투결속을 할데 대한
오늘 밤도 태혁은 장강2호발전소의 언제마감막이공사준비정형을 료해하려고 장강군당 책임비서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결속이 되여 《군당책임비서동무요?》하고 웅글진 목소리로 물었다.
한동안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태혁은 그때에야 말 못하는 김충모라는 생각이 나서 난감해하는데 갑자기 수화기가 터져나갈듯 한 요란한 음향이 울려왔다. 충모가 너무도 안타까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치는 소리였다.
《군당책임비서동무, 마음을 진정하고 내 말을 듣소. 난 래일 아침에 진행하게 될 언제막이준비정형을 알아보려고 전화를 했소. 접수실경비원이던가 어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하고 전화를 바꾸시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