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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불러, 통일을 불러

 

리단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곧 조국의 통일이기도 하였다.

남녘에 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찢기는 민족분렬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더 통절히 체험하면서 자기가 하는 예술사업은 곧 조국통일과 잇닿아있는 성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온 그였다.

자기를 낳아 키워주었을뿐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아들을 깊이 리해해주고 보호해주고 떠밀어준 어머니를 리단은 한생토록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간직하고 살았다.

해방전 어느날에 있은 일이다.

리단은 인기있는 한 배우와 마주앉아 연기상 제기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론쟁을 하였었다.

한참 갑론을박하던중 상대방은 점점 약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감정상론리를 보아도 리단의 주장이 자기보다 옳고 우월하였으므로 말문이 막혔던것이다.

그 배우는 종시 리성을 잃고 악에 받쳐 손에 잡히는 단단한 물건을 리단에게 던지였는데 그것이 면바로 리단의 머리를 쳤다.

다른 사람 같으면 맞받아치며 싸움질을 하겠으나 리단은 상처입은 머리를 잠간 만져보고는 상대방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원으로 갔다.

그날 저녁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몹시 속이 아팠으나 아들의 순진성에 감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진성에 내재되여있는 완강한 자기 주견, 인내력, 식을줄 모르는 탐구열이 리해되였고 그것이 무척 귀중하고 사랑스럽게 생각되였다. 어머니는 한사코 반대해나섰던 아들의 희망을 찬성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30대에 과부로 된 어머니는 딸 셋을 시집보내고 외아들인 리단을 굶기지 않고 키우려고 삯빨래, 삯바느질 등 험하고 구질구질한 일을 가리지 않고 하였다. 손끝에 피가 나도록 일해 리단을 남만큼 먹이고 입혀서 무대에 내세우고싶었던것이다.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였으면 뒤뜰에 심은 감나무에서 따들인 몇알 안되는 감을 자기는 한알도 입에 대보지도 않고 곱게 곶감으로 만들어두었다가 지방공연에서 돌아오면 아들에게 내놓군 하였겠는가. 그런가 하면 어머니는 아들이 겨울동안 지방공연으로 나가있는 기간에는 춥게 지내고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불을 때지 않고 자기도 찬방에서 그냥 지내군 하였다.

어머니는 이렇게 아들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쳤던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했듯이 리단 역시 어머니를 끔찍이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리단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공화국에 들어온 이후 더욱 깊어만 갔다. 어느 하루한시도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잊은적이 없었다.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대해같은 사랑과 배려를 받아안았을 때나 새로운 공연성과로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을 드렸을 때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면 먼저 생각한것이 서울에 있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를 못 잊어 리단은 방송으로도 어머니를 불렀고 비록 보내지는 못하면서도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편지에 쏟아놓기도 하였다.

리단의 집에는 아직도 어머니에게 썼던 편지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중 1965년에 리단이 가장 인상깊게 썼던 편지 하나만을 다시 펼쳐보기로 하자.

세월은 수십년 흘러 편지종이는 누렇게 바랬지만 또박또박 박아쓴 글씨만은 방금 쓴듯 또렷하게 새겨져있다.

《어머니!

세월은 흘러 어머님을 뵈온지 15년이 됩니다.

어머님께서는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어머니!

혜경이가 벌써 열여덟살이 되였습니다. 올봄에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영화대학입학시험을 이미 쳤습니다.

둘째딸 남향이는 계속 최우등으로 소학교 3학년에로 올라가게 되였는데 지난해에는 저와 함께 〈인민교원〉이라는 영화에도 나갔답니다.

셋째딸 남희는 여덟살인데 벌써부터 학교에 보내달라고 조릅니다.

그리고 아들 명구는 올해 다섯살인데 아주 건강합니다.

어머니!

어머님 손에 가닿을지도 모를 이 편지에 어떻게 그동안 쌓이고쌓인 긴 사연을 다 말씀드리겠습니까.

다만 어머님이 예순나이까지 애지중지 키우던 정훈이가 지금은 공화국의 따뜻한 품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예술인의 최고영예인 인민배우로 몸성히 행복하게 일 잘하고있다는것만이라도 전해드리고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몇자 적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님께서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들 하나 바라고 사시던 어머님이 아들의 소식조차 들을 길 없어 얼마나 가슴을 태우시며 조국이 통일될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셨겠습니까.

이 아들도 지난 15년간 어떻게 하면 저의 소식이라도 전해드릴가 하는 생각이 가슴에서 떠난 날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저의 머리에 흰 머리칼이 하나하나 늘어나는것을 발견할 때마다 저의 가슴은 몹시 쓰립니다.

그것은 저의 나이가 많아진다는것때문이 아니라 일흔이 이미 넘으시고 팔십고개를 몇해 앞둔 어머님을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어머니! …》

이 편지는 어느 한 계기에 판문점에 들어가기 전에 쓴것이다.

리단은 판문점에 가면 남조선기자들도 올것이라 생각하고 한가닥 희망으로 썼던것이다.

다행히도 기자들중 리단을 알아보는 기자가 있었다.

기자는 리단을 보자 해방후 번역극 《폭풍의 거리》에서 주역을 맡아하지 않았는가고 묻는것이였다.

리단은 15년전 남조선에서 공연한 연극의 배우를 잊지 않고 인사를 하는것이 고마웠고 한편 반갑기도 하였다.

기자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MP》 한놈이 다가오더니 올빼미같은 눈을 흘기고 돌아가는것이였다.

기자는 위압을 느꼈는지 리단과 더 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였다.

리단은 기자와 헤여질무렵 외투주머니에서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주먹안에 꼭 쥐였다.

이때 《MP》가 또 남조선기자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위협의 눈초리를 보내며 물러가라는것이였다.

리단은 가슴에 불덩어리가 솟구쳐올랐다.

이 털부숭이 미국놈때문에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할 마지막길마저 끊어진것이다.

리단은 손을 으스러지게 그러쥐였다.

돌아오는 자동차안에서 리단은 전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에 품은채 소리없이 웨쳤다.

(이 고통은 나만이 겪는것이 아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북남으로 헤여져 살고있지 않는가.

서로 만나고싶은 북남인민의 간절한 통일의 념원, 지금은 비록 미국놈들이 이 념원의 실현을 가로막고있지만 멀지 않아 네놈들은 이 땅에서 쫓겨날것이며 조국은 통일될것이다.)

그리고는 언제나 마음속에 안고 산 어머니를 떠올리며 간절히 말하였다.

《어머니, 오래오래 살아계십시오. 우리는 꼭 만날것입니다. 15년전에는 어머니가 국도극장에서 제가 분장한 리순신장군을 보셨지만 이제 머지않아 제가 분장한 조선인민의 영웅적형상을 보실것입니다.》라고…

리단이 어머니를 그리며 조국통일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높았는가 하는것은 그가 매일매일 쓴 일기에 력력히 나타나있다.

 

××년 10월 19일(목)

오늘 예술영화 《불사조》에서 주인공 리두성역을 성과적으로 끝내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품속에서 강철같이 단련된 항일빨찌산 리두성.

수령님 따르는 신념과 의지, 의지가 굳건할 때 생명도 강하다.

문득 남조선에서 온갖 간난신고를 다 겪고계실 어머니생각이 간절해진다.

오매불망 나를 생각하고계실 어머니!

강한 의지를 가지시고 오래오래 사십시오.

어머니가 나를 만날 때까지 살아계시기를 바라옵니다.

윤숙아,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려라. 너도 40이 되였구나. 18살 처녀로 성북동고개를 넘어가고 넘어오던 너, 남매가 단 둘이 싸우다 울고웃던 성북동, 쓰러져가는 뒤뜰의 감나무집을 잊을수 없구나.

전쟁때 만난것도 어제같은데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내가 오늘 출연한 리두성빨찌산처럼 굳센 의지로 살며 싸운다면 조국통일을 맞이하고 한집안이 다시 모여 단란하게 살것이다.

나는 그날을 믿는다.

 

××년 8월 10일(금)

대학을 졸업한 아들의 모습을 보느라니 어쩐지 어머니생각이 절로 난다.

어머니가 손자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대견해하셨을가.

나를 그렇게 공부시키려고 삯바느질, 삯빨래를 하였어도 끝내 중학교도 못 졸업시킨 어머니, 림종의 시각까지 내가 오기를 기다리며 어두운 남녘땅에서 숨을 거두었을 어머니, 나를 위해 일생 혼자 살아온 불쌍한 어머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여지는듯 아프다.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맡겨진 예술창조사업에 심혼을 바치리라. 초불처럼 지혜와 열정을 깡그리 바치리라.

그러면 조국통일은 앞당겨지겠지…

 

××년 1월 2일(수)

밤새 새해의 첫눈이 내렸다. 흰눈은 펑펑 소리없이…

흰눈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충직하게 받들자. 그 길에서만 조국통일을 이룩할수 있다.

조국통일을 위한 길에 내 쓰러지면 어떠리.

조국통일의 광장에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실 그날을 위해 내 비록 늙은 몸이지만 삶의 마지막순간까지 계속 혁명연극창조에 돌진하리라. 돌진!

리단이 이렇듯 어머니를 못 잊어 하는 마음은 곧 조국통일에 대한 갈망이였으며 예술창조에 바친 그의 지혜와 열정은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에 바친 애국적헌신이였다.

리단은 1965년 3월 5일부 신문에 실린 자기의 글 《남해가의 동백꽃을 두고》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어째서 조국은 아직 통일되지 못하였으며 남조선인민들은 봄마저 빼앗기고 이날에 차디찬 서리만을 머금어야 하는가!

사고가 바르고 민족의 운명에 외면을 하지 않았다면 이제 더는 그 누구도 감히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고있을수 없을것이다.

만약 우리가 조국통일을 말로만 하고 실지로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조국은 통일될수 없을것이며 분렬된 조국이 후대에게 넘겨진다면 통일문제는 더욱 어려워질것이며 남조선인민들의 불행과 고통은 더욱 험악해질것이다.》

신문에 실리는 짤막한 글에도 리단은 이처럼 통일열에 불타는 자기 심장의 맥박을 심어나갔다.

돌이켜보면 리단은 조국통일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하였고 자기 사업에서 성과가 이루어질 때마다 어머니를 그리며 통일이 앞당겨지는듯 한 기쁨에 물젖군 하였다.

그러던 리단은 우리측의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하여 이루어진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차로 서울에 갔었다.

그는 자나깨나 그립고 보고싶던 가족, 친척들과 뜻깊은 상봉을 하였다. 서로 얼싸안고 볼을 비비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서로 지나온 생활을 이야기하였다.

리단은 가족, 친척들에게 자기는 공화국의 품에 안겨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속에서 김일성상계관인, 인민배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위대한 수령님의 존함시계와 경애하는 장군님의 표창장을 비롯한 많은 국가수훈과 선물을 받은 사실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그러면서 가지고 온 명예증서와 훈장, 메달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가족, 친척들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날 리단은 어머니가 살아 아들의 장한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기뻐하였으랴 하는 생각에 걷잡을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다.

리단은 헤여지는 가족, 친척들에게 조국통일을 위해 싸우고 더 많은 일을 하여 영원히 갈라지지 않고 살자고 신신당부하였다.

이 뜻을 안고 리단은 경애하는 장군님을 충직하게 받들어 주체예술의 화원을 꽃피우는 길에 한몸바치다가 그처럼 념원하던 조국통일을 보지 못한채 2004년 심장의 고동을 멈추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공화국의 품에 안겨 값높은 생을 살아온 재능있는 예술가 리단을 두고 몹시 애석해하시며 자신의 명의로 된 화환을 보내주시였다.

애국충신들이 안장된 다박솔 푸르른 신미리 애국렬사릉의 묘비에 새겨진 리단의 모습은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대해같은 사랑이 있었기에 조선의 예술인으로서의 빛나는 삶을 누릴수 있었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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