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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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은 침대머리의 이불에 반쯤 등을 기댄채 안타까운 눈매로 태혁을 바라보았다.
《전 정말 현장을 떠날수 없습니다. 어제 농업과학원 동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리미액연구사가 꺼꾸러졌다고 소문이 짜 하답니다. 누가 벌써 그렇게 련락을 했는지…》
성실은 잠시 말을 중단했다. 다른 녀성같으면 서러워서 막 흐느껴 울겠는데 성실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까딱않고 천정만 바라보는 그의 눈귀에서 작은 눈물방울들이 반짝이다가 이내 자취를 감추어버리였다. 태혁은 오늘에야 성실의 귀밑머리도 몰라보게 희여졌음을 깨닫고 가슴속이 쓰려났다.
성실은 리미액의 성공이 확고해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불신을 품고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격을 누르지 못하여 눈물이 그렁해서 말했다.
《책임비서동지, 나보다 더 좋은 미생물균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전 머리를 숙이고 절을 하겠습니다. 농업위원회 과학기술국에서 날보고 국가심의를 받으라고 하는데 전 학위학직이 필요없습니다. 적들이 우리를 먹자고 하는데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고 쓸데없는 말공부로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우린 죽게 되지 않습니까.》
림성실은 비록 병상에 누워있지만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안타까운 심정을 열렬히 토로하였다.
《하지만 전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의 종균배양실에서는 리미액균이 매분 1억개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고있습니다. 금년에 리미액으로 얼마든지 농사를 잘 지을수 있습니다. 오늘 현이어머니도 리미액을 뿌린 뜨락의 강냉이와 감자, 완두콩의 뿌리효률이 좋고 줄기들이 실하게 자란것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나도 보았소. 그러나 동무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어디 수고했다는 말인들 할수 있소?》
《책임비서동지, 저때문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전 정말 행복합니다.
(
태혁은 순간 너무도 큰 충격을 받고 가슴속이 뭉클해졌다. 과연 성실의 저 말에 담겨있는 진실을 부정할 사람이 누구인가.
리미액연구의 성공은
《성실동무, 동문 아직 할 일이 많소. 내 말대로 병원에 입원하여 하루빨리 병을 털고 일어나오.》
재삼 그렇게 간곡히 당부하는 태혁의 말을 잠자코 듣고있던 류설미가 조용히 귀띔했다.
《성실동문 이 일을 집에도 알리지 않고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태혁이 의아해서 쳐다보았다.
《책임비서동지.》
성실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 제가 과학원으로 올라갈 때 우리 집 세대주가 뭐랬는지 압니까? 자기는 자동선을 완성하기전에는 공장을 떠날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벌써 몇달째 그 자동선개조를 위해 현장에서 밤을 팹니다. 주병호지배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그가 쓰러질가봐 자기의 피까지 수혈해주며 자동선을 추진시키지만 전 안해로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주인이 저때문에 근심걱정하는 일없이 자동선을 성공하기를 바랄따름입니다.》
태혁은 그만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오래동안 당일군으로 일해온 그였지만 이런 때 어떻게 성실을 설복시키면 좋을지 적중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창문을 향해 마주선채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이 고난의 시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일군인 자기의 정신세계를 초월하여 몰라보게 변모돼가는가! 태혁은 그 일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무척 기쁘게 생각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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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군에서는 공사기일이 팽팽하게 긴장되여 모두들 얼굴이 새까매서 안달복달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배짱으로 공사를
내밀던 군당책임비서 김충모는 별찮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해서 드달려 다니였다. 자칫하면 군내 인민들이 달라붙어 숱한 고생을 하고도
군당책임비서가 떨떨하여
전화를 받던 선전비서가 그에게 수화기를 내밀면서 나직이 말했다.
《도당책임비서동지입니다. 듣기만 하면 된다면서 전화를 바꾸라고 합니다.》
김충모는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태혁의 쉬주근한 목소리가 느릿느릿 울려왔다.
《군당책임비서동무, 장강군발전소들의 구조물공사를 늦어도 래달 중순까지 완전히 끝내야 하겠습니다. 이건
김충모는 자리에서 훌쩍 일어났다. 자기네는 5월 초순에도 될지말지 하여 밤낮없이 볶았다치며 죽을내기로 일하는데 태혁은 20일이나
단축할것을 요구하고있다. 게다가
《내 말을 명심해들으시오. 우리가 대안중기계공장에서 보장받기로 된 발전기들은 제 날자에 들어오지 못할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동무네
장강군의 발전소들에 놓게 될 설비들이 아니요. 우리가 그 발전기들을 맡아서 만들어도 시일이 걸리고 설비조립과정에 뜻하지 않은 애로가 제기될수
있습니다. 장강군의 모든 발전소건설장들에서 구조물공사를 최대한으로 앞당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반년전으로 끝내기로 된 공사기일을
보장할수 없습니다.
김충모는 수화기를 움켜잡고 부동자세로 그냥 서있었다. 그의 두눈망울에 뜨거운 물기가 듬뿍 어리였다. 지휘부성원들은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해 초조히 쳐다보았다. 김충모는 그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숱진 눈섭을 슴벅거리다가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는 책상우의 종이장에 방금 도당책임비서한테서 전달받은 전화내용을 적어 선전비서에게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앞으로 다가갔다.
《책임비서동무!》
선전비서가 그렇게 부르짖으며 일어나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김충모는 아귀센 손으로 선전비서의 량어깨를 힘있게 당겨잡는것으로 자기의 흥분된 마음을 표시하고 그를 뜨겁게 마주 보았다.
《선전비서동무, 결사전을 합시다!》 그의 가슴속에서 그러한 말이 세차게 굽이치고 있었다. 그들은 곧
김충모는 무덕리의 강바닥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굴착기작업현장으로 주먹을 쥐고 뛰여갔다. 며칠전 도당책임비서의 알선으로 장강군발전소건설에
참가한 김중범이 골재장에 올라가서 굴착기운전공의 일을 조력하고있다. 충모는 이전에 김중범이 시행정위원회 부위원장사업을 할 때부터 서로
그는 굴착기작업현장에 당도하자 골재를 파내느라 여기저기에 움푹움푹 패운 구뎅이들을 둘러보다가 나무꼬챙이를 집어들고 운전공앞에 나타나 오늘중으로 당장 굴착기를 읍농장옆의 골재장으로 옮기라고 땅바닥에 뻑뻑 휘갈겨썼다.
하루사이에 굴착기를 읍농장골재장에 갖다대라니 굴착기운전공은 어방도 없다며 펄쩍 뛰였다. 충모는 자기 말대로 하지 않았다가는 모가지가 날아날줄 알라는 시늉을 해보이고 힝 돌아섰다.
밤중에 도청년동맹돌격대원들이 도착했다. 충모는 그들의 숙소를 마련해놓고 숨돌릴 사이없이 다시금 언제타입장으로 뛰여갔다. 그런데 벌써 청년동맹돌격대원들이 달라붙어 와짝 기세를 올리고있었다. 충모는 그들속에 뛰여들어 팥죽땀을 흘리며 불이 번쩍나게 몰탈혼합작업을 하다가 누군가 등뒤에 와서 잔등을 두드리는 바람에 피끗 그를 돌아다보았다. 선전비서가 숨이 턱밑에 닿아서 헐레벌떡이였다.
《이거 야단났수다. 거 빌어먹을놈의 굴착기운전공이 사흘전에는 읍농장 골재장까지 못 간다고 발딱 나눕습니다.》
(뭐 어쨌다구?)
김충모는 눈을 뚝 부릅뜨고 삽자루를 내던졌다.
굴착기운전공의 밸통이 얼마나 사나운지 군당책임비서가 나서지 않으면 그를 휘여잡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못된 녀석! 그 주제에 구봉령의 복실이한테 눈독을 들여? 네가 도대체 복실이와 상대나 돼? 능구렝이같은 성간군당책임비서도 눈이 멀었지.)
충모가 굴착기운전공을 복실이와 혼사시키자는 리흥덕의 말에 코웃음을 쳤던건 바로 이래서였다. 복실이가 오죽이나 똑똑한 처녀인가. 잘못 덤벼들었다가 퇴박을 맞으면 우리 장강군의 망신이다! 그래서 애당초 말도 못붙이게 밀막아 버렸던 일인데 오늘 보니 보통 쓸개빠진 녀석이 아니였다. 복실인 제사람으로 만들려고 욕심을 내면서 굴착기는 사흘이나 걸려야 읍농장골재장으로 들이대겠다? 이 녀석, 어림도 없어! 복실이가 네깐놈 왼눈에나 볼줄 알어? 김충모가 굴뚝같이 치밀어오르는 부아를 겨우 누르며 무덕리골재채취장에 헐썩거리며 나타났을 때였다. 굴착기밑에서 우물거리던 운전공이 중범아바이한테 말을 붙였다.
《아바인 한자리 한것 같은데 왜 곤두박질 했소?》
《동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눈은 못 속여요. 뭐 단단히 걸렸게 내 조수로 왔지요?》
(저런 고현놈 봤나? 엇다대고 함부로 수작질이야?)
김충모는 무서운 기상이 되여 굴착기운전공의 덜미를 잡아쥐였다.
《아, 이 아바이가 손찌검을 한다? 말로 하시우다. 말로…》
자라목이 되여 엄살을 부리던 청년이 그제야 김충모를 알아보고 와닥닥 놀랐다.
(네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테다.)
김충모는 청년을 운전칸에 올려앉히고 당장 굴착기를 몰라고 발을 굴렀다.
청년이 될대로 되라는듯 우둘렁대는통에 굴착기의 동체가 부르르 떨고 변속치차 갈리는 소리가 아츠럽게 울렸다.
《책임비서동무, 저 녀석의 우뚝밸은 보통이 아니요. 좀 가만가만 다루오.》
김충모는 중범아바이의 말을 참작하여 청년을 운전칸에서 내리우고 담배를 피우라고 한대 주었다. 청년이 담배를 귀우에다 꽂고 심드렁해서 힝 돌아섰다.
김충모는 그를 돌려세우고 귀뿌리의 담배를 뽑아서 그의 입에 물려주고 라이타를 켜대였다.
굴착기운전공은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둬번 담배를 뻑뻑 빨다가 《책임비서동지가 아니면 그저…》하고 툭 내뱉는다.
군당책임비서가 아니면 한대 먹이겠다는 소리였다.
김충모는 빙긋이 웃고나서 다시금 굴착기를 몰라고 독촉했다. 굴착기가 강바닥의 모래판에서 나오려고 용을 쓰며 뚱기적거렸다.
(내가 네녀석을 성간군당책임비서한테 그저 보낼줄 알어? 내 손탁에서 사람이 되기전에는 절대로 못가!)
김충모는 굴착기운전공을 사납게 때려몰았다. 한시가 급한 때였다. 구식의 낡은 굴착기는 도중에 몇번이나 무한궤도의 사슬이 끊어졌다. 등이 바짝 달아난 충모는 그때마다 중범아바이와 함께 운전공의 수리작업을 도와 부리나케 드달려다니였다. 밤이 깊어지자 추위가 심해져 손발이 떵떵 얼어들고 아래턱이 떨리였다. 가까이에 있는 군당부원네 집으로 달려간 충모는 술 한병을 들고나와 셋이서 병나발을 불며 속을 덥힌후 다시금 굴착기를 세차게 몰아대였다.
때마침 이집저집에서 이불을 안고나온 녀인들이 강변으로 뛰여갔다. 웬일인가 했더니 밤늦도록 타입한 언제가 얼어터질가봐 온 읍내 주민들이 떨쳐나서 이불을 씌워놓으며 법석 떠들어대였다. 충모는 눈앞이 콱 흐려졌다. 이 세상에 저런 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에 떠받들려 일떠선 발전소언제가 그 어디에 있었던가! 굴착기운전공도 그 눈물겨운 광경을 목격하고 감동하여 가속변을 힘있게 잡아당겼다.
(잘한다. 잘해! 녀석, 뭐 사흘이 걸린다구? 지금은 하루가 한달 맞잡이야!)
그들은 밤 서너시경에 읍농장옆의 강언덕에 도착했다. 캄캄한 밤인데다 거의 수직으로 된 경사지가 가로 막혀 도무지 강바닥으로 내려갈수 없었다. 군당으로 달려간 충모는 자기 승용차를 끌고와 경사지에 전조등불빛을 환히 비치며 대담하게 굴착기를 내리몰라는 시늉을 했다.
《안돼요. 사람들을 동원시켜 길을 닦기전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 녀석이 또 찔통을 부리는군!)
그때 김중범아바이가 청년의 옆으로 다가서며 슬그머니 귀띔했다.
《이 사람, 내리게.》
《왜 그래요?》
《내가 한번 몰아보지.》
《이 아바이가? 귀신모르게 객사할라구 그러시우?》
청년이 김중범을 보며 탁 내웃었다.
《내리라면 공손히 내리라구.》
《이거 정말 소가 웃다가 꾸레미 터지겠구만.》
《내려!》
중범아바이가 별안간 딴 사람이 되여 큰소리를 쳤다. 굴착기운전공은 중범아바이의 성난 말에 꿈쩍도 하지 않다가 운전칸에서 훌쩍 뛰여내리며 투덜거렸다.
《어디 실컷 맘대로 해보시우다.》
중범아바이가 운전대를 잡자 김충모도 그의 옆에 올라가 앉았다.
《책임비서, 저 녀석이 날 우습게 보는데 괄세를 받아 싸지. 잘못살았거든. 부끄럽네만 난 과오를 씻지 못하고 무지렁이처럼 죽어버리는가부다 했네. 그런데 도당책임비서동무가 날 김철에 강재구하러 따라 보내질 않겠나. 눈물이 나더군. 자, 이젠 자네도 내리게.》
김충모는 팔을 활활 내저었다. 중범아바이의 고심어린 말에 눈굽이 뜨거워지는것을 느낀 그는 자기 걱정은 말고 어서 굴착기를 몰라며 눈을 끔벅이였다.
《그럼 아무거나 단단히 잡게. 이래뵈두 이 중범이가 젊었을 땐 날구 뛴다는 기계쟁이였어. 땅크며 불도젤 못 다뤄본게 있었나? 어디 한번 그때처럼 냅다 몰아보세나.》
김중범이가 운전변을 힘껏 틀어잡고 굴착기를 사선으로 솜씨있게 내리 몰다가 갑자기 방향을 곧추 돌리였다. 금시 옆으로 넘어질듯이 기우뚱하던 굴착기가 동체를 바로 세우는 찰나 운전공청년이 혼비백산하여 팔을 흔들면서 다가들었다. 중범아바이가 두눈을 뚝 부릅뜨며 청년을 향해 《비켜라!》하고 쇠고함을 질렀다. 청년이 굴착기를 피하여 물러선다는게 뒤로 벌렁 나자빠지면서 눈구뎅이에 구겨박혔다. 경사지의 언땅을 짓뭉개며 굴착기가 강바닥에 곤두박힐것처럼 내려서는 충격에 김충모는 앞유리창에 이마를 되게 부딪쳤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 일었다. 그 위태로운 순간이 지난 때였다. 굴착기를 멈춰 세우고 운전칸에서 뛰여내린 중범아바이가 희색이 만면해서 청년의 엉뎅이를 철썩 후려쳤다.
《이 녀석, 안되긴 뭐가 안돼!》
청년이 눈구뎅이속에서 작업모자를 찾아 툭툭 털며 멋적게 사죄했다.
《아바이, 잘못했수다. 내 오늘 멋대가리 없이 우둘렁대던 버르장머리가 뚝 떨어졌수다.》
《군당책임비서, 이 녀석이 더러 밉성은 부려도 사내는 사내요.》
중범아바이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큰소리로 허허 웃었다.
어느덧 초대봉우의 어둡던 하늘이 푸름푸름 밝아오기 시작하는 샐녘이 되였다.
(이젠 됐다!)
김충모는 그들을 읍농장 관리위원장 집으로 데리고가서 잠재운후 군당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기 사무실 책상앞에 앉은채 말뚝잠에
들어버리였다. 한시간가량 코까지 드렁드렁 골며 그렇게 곤히 잠자던 충모는 갑자기 출입문소리에 벌떡 눈을 떴다. 그는 잠에 취하여 방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어제 군내 영농준비정형을 료해하러 내려온 정무원국장과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책임비서동무, 수고합니다.》
국장의 례절바른 말에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예. 몇달째 밤을 새우며 일합니다.》
정무원국장은 쏘파에 풍채좋은 몸을 젖히면서 점잖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군내 농사준비는 엉망진창입니다. 당장 농번기가 다가오는데 퇴비반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어느 농장이나 화학비료창고가 텅텅 비였단
말입니다. 경영위원회
김충모는 의견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얼굴만 벌개서 앉아있었다. 얼마전 태혁이가 도당전원회의에서 금년농사는 리미액미생물비료로 짓는다고 장담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갈래판인지 알수 없었다.
《책임비서동무, 자강도에선 그래도 장강군이 곡창지대라고 할수 있지요. 한개군의 농사를 망치고 어떻게 할 셈입니까. 자강도인민들만큼 〈고난의 행군〉시기에 식량난을 겪고있는 사람들이 없지요. 그걸 생각해서라도 금년농사야 악을 먹고 잘 지어야 하지 않는가요.》
정무원 국장은 위엄있게 말하고 비둔한 몸을 일으키며 《이제라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군경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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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월! 자강땅은 아직도 한겨울일것이다.
장강군의 마지막전투를 앞장에서 능숙하게 지휘하여야 할 일군이 농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니… 발전소건설의 기일보장이 어려워져서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로부터 근 7시간이 경과하였다.
《장강군당 책임비서동무가 오지 않았습니까?》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정무원 부총리동지가 와서 기다립니다.》
《들여보내시오.》
서기실장과 그 짤막한 전화가 있은후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