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볕에서 살리라
박세영이 자나깨나 그리워하던 공화국의 품에 안겨
한여름의 해볕이 류달리 따사롭던 그날 시인은
시인은 안내하는 일군을 따라 어느 한 방에 들어선 후에도 여전히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있었다. 그런데 잠시후 후리후리한 체구에 안광이
영채롭게 빛나는분이 방안에 들어서시면서 먼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였다고 인사를 건네시며
《아,
(이분이 바로
일제교형리들의 횡포무도한 박해와 천대속에서도 오직 이분을 기둥처럼 믿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목메여 말하며 허리를 깊이 숙이는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이것은 박세영이 드린 심장의 목소리였다.
그러시면서
시인이 올리는 말에서 작가, 예술인들의 충정의 마음을 읽으신듯
그로부터 몇달후 시인 박세영은
그해 10월초 어느날이였다.
함흥의 로동계급들속에서 현실체험을 하고있던 시인은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한 일군으로부터 급히 올라오라는 련락을 받았다.
그가 평양역에 도착하자 홈에 나와있던 그 일군은 대기하고있던 승용차에 그를 태우고 곧장 경치아름다운 문수봉기슭으로 달리게 하였다.
이윽고 승용차는 벽돌담장을 두른 한채의 아담한 집앞에 멈추어섰다.
시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는데 방문이 열리면서 안해가 나오고 뒤따라 아들딸 오누이가 달려나와 《아버지!》 하며 와락 옷섶에 매달리는것이 아닌가. 서울을 떠나던 날 문밖까지 따라나와 바래주던 혈육들이였다.
안해가 울먹거리며 말해서야 시인은 모든것을 알수 있었다.
이 모든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아, 사선을 헤치고 불원천리 달려와 안긴 품, 내 인생도 문학도 다 맡긴 그 품은 이다지도 넓고 따사로운것인가.)
시인은 어깨를 세차게 들먹이였다.
불우했던 지난날 이런 꿈같은 일을 생각이나 해보았던가. 해방전 저주로운 그 세월에 병마와 기아로 숨진 어린 세 아들과 딸 하나를 이름없는 산기슭에 자그마한 봉분으로 련달아 남겨놓고 피눈물을 뿌리며 땅을 치던 시인이였고 황토먼지 이는 이국의 방랑길에서는 단칸집 하나 마련할수 없어 눈보라치는 겨울날 찌그러져가는 다리밑에 거적때기를 두르고 거처해야 했던 시인이였다.
그 굴욕의 나날에 가슴속에 응혈로 박히고 쌓인 피방울을 씻어내듯 시인은 오늘 감사의 눈물, 행복의 눈물을 맘껏 쏟치는것이였다.
가족들도 오열을 터뜨리고 이 감격적인 소식에 접하여 모여온 마을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적시였다.
시인은 안해에게 목이 메여 말하였다.
《우리의 머리우에서 찬란한
이렇게 말한 시인은 한손을 머리우로 번쩍 쳐들더니 격정에 넘쳐 시를 읊는것이였다.
설한풍 밀림을 집으로 삼고
때로는 불탄재로 식찬을 삼아도
동지들을 위해선 스스로 굶고 싸우던
영용한 애국투사들 있었거니
이날이 어찌 안 오리까
남의 강토에 도사리고
가난한 인민의 피를 빨며
모조리 파먹던 왜적에게
항거의 불길을 올리던 뜻
피끓는 이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 목숨으로 지켜왔다 해도
어찌 당신처럼이야 싸웠사오리까
당신은 이름도 거룩한
정의의 칼을 뽑은지 몇해이며
조선인민의 살아날 리치를 펼친지
무릇 몇해시뇨
오 영명하신
가뭇도 없이 빼앗긴 나라일엔
누구보다도 몸바치셨더라
번번이 왜적을 소스라치게 하던
당신의
우리들이 모를 일이어든
해살같이 밝으신 삶의 리치
지금은 삼천리강산 곳곳마다
꽃으로 피여납니다
허나 가지가지 새로운 력사를
지어내시면서도
오직 소박한 사람으로 앞장서셨거니
우리 뜻을 다 바침이로다
그러기에
…
서정시 《해볕에서 살리라》(1946년)에는
그는 이미 세 제도를 살아본 사람이였다.
빛을 잃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두고 산천도 몸부림치던 조선봉건왕조 말엽의 소년시절을 거쳐 가혹한 일제통치의 식민지멍에를 벗어던지자 올가미를 조인것은 미제가 강점한 남조선사회였다.
그 기나긴 칠칠암야의 질곡속에서 유린당했던 인생을 다시 찾은것도
하기에 그는 시에서 잃었던 조국을 찾아주신
1946년 7월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출판국장을 거쳐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사업을 맡겨주신
그날 시인은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신듯
노래라는 말씀에 벌써부터 창작적흥분을 느끼고있던 시인은 다음순간 가슴이 세차게 뛰였다.
《애국가!》
그 이름 조용히 불러만 보아도 가슴 벅차올랐다. 해방전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탓에 울밑에 선 연약한 봉선화를 부여잡고 한탄의 눈물을 쏟던 우리 인민이 아니였던가. 바로 그 인민에게 해방의 기쁨을 마련해주시고 오늘은 당당한 우리 조국의 국가를 안겨주시려고 마음쓰시니 창작가들의 마음이 어찌 격정으로 부풀어오르지 않을수 있으랴!
창밖에서는 9월의 가을볕이 물러가고있었다.
《우리 나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고 산들은 기세차고 장엄하며 전원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지하자원, 금은보화도 무진장합니다.
우리 인민은 반만년의 오랜 력사를 가진 인민이며 찬란한 문화를 가진 슬기로운 인민입니다.》
시인은
하지만
그리하여 우리 인민에게 잃었던 조국을 찾아주신
(
번개인듯 번쩍하는 사상감정과 충동에 억제할수 없는 힘을 느낀 시인은 집에 돌아오기 바쁘게 책상에 마주앉았다.
조국을 례찬하는 주옥같은 시구들이 가슴에서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다. 고심어린 창작의 낮과 밤이 흘렀다.
이듬해 봄이였다.
이 봄도 시인은 먼 후날 어느 시에서 노래한것처럼 《만경봉 푸른 소나무에 볼을 비비며/ 아침해 빛나는 내 조국의 애국가 구절구절》을 고르느라 심혼을 쏟아붓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김책이 시인을 찾아와 애국가의 창작정형을 알아보고 언제면 완성할수 있겠는가고 물었다.
그때 시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시인이 말하는 그날의 뜻깊은 사연을 김책은 모르지 않았다.
마침내 영광의 그날은 왔다.
1947년 6월 27일.
시인은
한해전 이날 친히 만나주신것만도 더없는 영광인데 그날을 못잊어하는 시인의 간절한 소원을 헤아려 바로 오늘로 시청날자를 정하여주시고 친히 참석하여주신
시인은 애국가를 작곡한 청년작곡가 김원균의 손을 꼭 잡았다.
《작곡가동무, 난 그저 꿈만 같소.
그날은 날씨가 몹시 무더웠다. 그래서 한 일군이 선풍기를 가져다 설치하였다. 그런데 시원한 바람을 일구며 돌아가는 선풍기를 바라보시던
선풍기는 멎고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시인의 마음에서 세차게 타오르는 흠모의 분출인양 피아노의 반주에 맞추어 합창단이 부르는 애국가의 노래소리가 장내에 장중히 울리기 시작했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반만년 오랜 력사에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장내에는 숭엄한 정숙이 깃들었다. 작곡가 김원균의 손을 꼭 잡은 시인의 두손은 땀에 질벅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시던
한해전 시인을 처음 만나시던 그날을 그려보신듯, 그날의 시인이 오늘은 조국과 인민앞에서 《애국가》의 작가로까지 성장한 일이 못내 기쁘신듯
대견하게 바라보시던
그리고 글줄을 짚으시면서 《애국가》에서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시행부터 그아래는 반복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시며 우리 나라는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유구한 력사를 가진 나라인데 어떻게 한번만 부를수 있겠는가고 말씀하시는것이였다.
그러시면서 다시한번 부르면 선률로 보아서도 더 효과적이고 음악상조화도 잘될뿐만아니라 노래도 한결 장중해지고 부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니 시인의 감정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누구보다도 기뻐하신분은
순간 장내는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소리로 차넘쳤다.
모두가 애국의 뜨거운 열정이 흘러넘치고 민족의 숭고한 정서로 가득찬 우리 조국의 영원한 송가를 제정해주신
그런데
《애국가》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애국가》, 그것은
일제식민지통치하에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수법으로 내놓은 《산제비》로부터 악독한 일제를 몰아내고 해방된 새 조국땅에서 세계에 대고
사람들이 《애국가》의 작가를 두고 찬사의 말을 할 때마다 박세영은 말하였다.
《〈애국가〉의 작가가 저라고 하지만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지요. 사실 〈애국가〉는 어느 개별적시인이나 작곡가가 창작한 노래가
아닙니다.
1959년 여름이였다.
보통강유원지건설장을 찾으신
오랜 세월을 두고 인생의 최하층에서 물로 하여 불행을 당해야 했던 토성랑사람들을 두고 생각많으셨던
현지지도의 길에서도 작가들을 잊지 않으시고 친히 이름을 불러주시며 창작의 무궁한 현실을 펼쳐주시는
이 뜻밖의 소식에 접한 시인은 보통강의 푸른 물결우로 달리는 배우에서 눈물에 젖어 수도의 일경을 바라보며 목이 메여 부르짖었다.
그는 솟구치는 격정에 넘쳐
…
그 빛 해살같이 온 땅에 비쳐
우리를 행복에로 이끌어주나니
무엇을 서슴으오리
우리 다 그 해볕에서 살리라
하여 밝으신 그 령도따라 나가리라
빛나는 민주의 새 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