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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을 박차고 창작의 활주로에로

 

풍치수려한 보통강반에 자리잡은 고층아빠트에는 작가 석윤기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생활한 살림집이 있다.

이 집에 들어서면 벽면을 꽉 채운 장서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어당긴다.

우리 나라 문학사에 올라있는 중편소설 《전사들》, 단편소설집 《폭풍시절》, 장편소설들인 《시대의 탄생》(1, 2부), 《무성하는 해바라기들》(1부),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대지는 푸르다》, 《봄우뢰》, 《고난의 행군》, 《두만강지구》 그리고 불후의 고전적명작을 장편소설로 옮긴 《피바다》 등이 그가 걸어온 창작의 보람찬 나날을 이야기하여주며 장서에 빼곡이 꽂혀있다.

거의 모든 책들의 장정이 호화롭다. 그런데 그와는 어울리지 않게 색갈이 바래여 누렇게 된 문학잡지 한권이 그 호화장정의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꽂혀있어 이채로움을 띠고있다. 그의 처녀작인 단편소설 《두번째 대답》이 실려있는 잡지 《청년문학》이다.

1956년 3월 《청년문학》 창간호에 실린 이 단편소설은 창작의 첫 발자욱을 내디딘 신인 석윤기의 개성적인 얼굴을 단번에 뚜렷이 드러냄으로써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키였다.

단편소설 《두번째 대답》을 쓴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람들은 특히 작가들은 더더구나 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고싶어하였다.

그가 남조선에서 의용군으로 입대하여 전승의 날까지 용감하게 싸운 20대청년으로서 병원침상에 누워있는 전상자라는것이 알려지자 그의 소설이 일으킨 파문은 몇배로 더 커지였다.

사실 그때 석윤기는 영예전상자병원의 어느 한 병동에 누워있는 몸이였다. 그 병동은 가장 위중한 환자들이 집결되여있는 호동으로서 의사, 간호원들의 관심이 각별하였다.

석윤기자신은 자기가 이러한 중환자의 처지에 떨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는 전쟁 3년 전기간 자동차를 운전한 수송전사였다. 어떤 때에는 항공연유를 싣고 또 어떤 때에는 탄약, 포탄상자를 가득 싣고 불비속을 헤치며 맡겨진 수송전투임무를 어김없이 수행함으로써 《용감한 수송전사》, 《영웅적운전수》로 전선신문에까지 소개된 위훈자였다. 그런데 전승의 소식을 듣고 전우들과 함께 만세를 웨치던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일어설수 없는 몸이 되여버리였다. 아마도 전쟁 전기간 긴장해질대로 긴장해졌던 마음의 탕개가 전승소식에 접하자 자기도 모르게 확 풀어지며 육체를 쓰러뜨리였을것이다.

의식을 잃은 석윤기를 진찰하던 야전군의소 군의들은 그만 아연실색하여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이런 몸으로 3년을 싸우다니?!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을가?》

진찰결과에 의하면 이미 오래전에 갈비뼈가 온통 으스러졌던데다 석대는 아예 잘라낸 상태였다. 그리고 강한 외부적타격을 받은것으로 보아지는 척추는 당장 동강날듯 한 위험지경에 있었다. 분명 본인이 이러한 사실을 전쟁 전기간 숨기고 싸웠던것이다.

군의들은 사나이의 강인한 정신에 감동되여 눈물을 머금고 그를 지체없이 후방깊이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병원생활이 3년이나 흘러 1956년에 이르렀다.

예민한 감각과 판단력을 가진 석윤기는 자기의 몸은 이미 다시는 무장대오에 설수 없이 되여버렸다는것을 직감하였다. 반미성전에 몸을 내대고 총잡은 병사로 삶의 마감까지 싸우리라 결심하였었건만 원쑤놈들의 매질에 으깨여진 육체가 더는 지탱 못할 형편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통분한가.

(이렇게 물러서야 하는가? 나는 이제 무엇으로 어머니조국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가?)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채였다.

그러던 그는 우선 병마에서 벗어나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였다.

(당면한 나의 전투임무는 병마와 싸워이기는것이다.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기만 하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것이다.)

그는 병원의 요구에 무조건 복종하는 한편 몸을 추세우기 위한 치료운동을 부지런히 하였다.

어느 정도 몸이 호전되게 되자 그에게는 병원예술소조활동에 필요한 합창시, 재담, 촌극, 가사 지어는 소개자의 소개말까지 부탁받아 써주어야 하는 등 할 일이 매일같이 많이 생기였다. 이런 연고로 하여 그는 환자들과 의사, 간호원들 그리고 병원의 모든 관리일군들과 대단히 가까워지고 친숙해지였다.

당시 이 병원 원장사업을 하던 항일혁명투사 림춘추와 기술부원장사업을 하던 유격대군의 리봉수가 석윤기의 강직성과 소탈함에 감탄하군 하면서 그가 마음에 들어 자주 이야기를 나누군 하였다.

어느날 석윤기는 림춘추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심장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1951년 6월 30일 위대한 수령님께서 전쟁의 중하를 한몸에 안으신 그 바쁘신 환경속에서도 문학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시기 위해 작가, 예술인들을 만나주시였다는것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작가, 예술인들에게 작품에서 우리 인민의 숭고한 애국심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애국심은 그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인것이 아니라 자기 조국의 강토와 력사와 문화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며 그것은 또한 자기 고향과 고향사람들에 대한 애착심, 자기의 부모처자에 대한 애정에서도 표현되는것이라고 교시하시였다.

림춘추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석윤기는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열화같은 흠모심이 가슴에 차넘치였고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수 있었던 기본요인이 무엇이였는가를 순간에 깨닫게 되였다.

그는 쓰고싶었다. 우리의 애국심과 그 무진장한 위력에 대하여 쓰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그는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창작에 달라붙었다. 수송전사인 자기의 체험속에서 소재를 찾았고 종자를 탐구하였다. 그는 창작을 곧 조국을 위하여 병사가 벌리는 전투로 간주하였다. 이렇게 씌여진것이 그의 처녀작인 단편소설 《두번째 대답》이다.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였다. 그것은 이 작품이 전쟁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무기냐? 사람이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생동한 형상으로 얻어내였기때문이였다.

포로된 미군대위 로버드슨은 수송임무를 수행하는 처녀군인 경희의 고상한 정신도덕적힘앞에서 전쟁의 운명을 결정하는것이 무기라고 하던 자기의 첫번째 대답을 포기하고 전쟁의 운명은 결코 기술장비에만 달려있지 않다고 두번째 대답을 한다.

군복입은 처녀의 용감한 모습과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앞에 무릎을 꿇은 포로가 하는 두번째 대답은 곧 영웅적인 조선인민앞에 참패를 당한 미국이 찾아야 할 교훈적인 대답인것이다.

석윤기는 이처럼 자그마한 단편에 거대한 조국해방전쟁에서의 승패의 비결을 가장 생동한 형상으로 밝히였던것이다.

후날 단편소설 《두번째 대답》을 읽으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이 작품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생활을 취급하면서 불과 몇시간동안에 두명의 등장인물들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을 가지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거대한 힘이 무엇인가 하는것을 철학적깊이가 있게 밝혔다고 하시면서 현대전쟁의 운명은 무기나 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군대와 인민의 전투도덕적품성, 수령의 사상에 의하여 하나로 단합된 군민의 정치사상적단결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가르쳐주시였다.

작가 석윤기는 단편소설 《두번째 대답》을 내놓은데 뒤이어 중편소설 《전사들》의 구상을 무르익히고 불가항력적인 의지로 본격적인 창작전투에 진입하였다.

그러면 그가 무엇에 힘을 얻어 병상에 누워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중편소설 《전사들》에 대한 창작을 시작하였는가?

이에 대하여 석윤기는 자기의 창작수기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비록 보잘것없는것이나마 〈전사들〉을 쓸수 있은것은 내가 바로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의 참가자였기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에 씌여진 전투나 혹은 인물들이 모두 내가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것들인가 하면 그런것도 아니다.

… 그러나 소설에 담겨진것과 꼭같은 그런 이야기나 인물은 본적이 없지만 그 무엇인가 소중한것들을 많이 보고 많이 들었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느꼈던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원쑤들이 눈을 까뒤집고 갈겨대는 포연탄우속을 뚫고 전선과 후방을 오가면서 준엄한 시련속에 있는 조국을 온몸으로 느끼였다. … 어쨌든 그 시기에 나는 이 위대한 싸움에 대하여 반드시 세상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후대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것을 막연하게나마 느꼈던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최초의 창작적충동이다. …》

작가는 이렇게 쓰면서 반드시 소설을 창작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선로동당 제3차대회의 높은 연단에서 펼쳐주신 제1차 5개년계획의 휘황한 전망을 접하고 5년후의 조국을 그려보면서 이날을 위해 서슴없이 목숨을 바친 전우들과 전쟁의 시련에 대해 인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것을 자각했을 때 떠올랐다고 서술하였다.

그는 일분일초를 쪼개가며 모든 넋과 열정을 중편소설 《전사들》을 창작하는데 쏟아부었다.

그는 병석에서 소설을 창작하였다.

그는 붓을 달리기 전에 이런 구호를 자기앞에 내세웠다.

《한편의 작품창작-이것은 한번의 돌격전이다.》

그는 침대에 엎디여 쓰기도 하고 모로 누워 쓰기도 하고 반듯이 누워 쓰기도 하였다. 반듯이 누워 쓸 때에는 만년필이 거꾸로 선 관계로 잉크가 내리지 않아 애를 먹군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매일 많은 량의 원고를 써내군 하였다.

드디여 중편소설 《전사들》이 완성되여 출판배포되자 독자들과 문단에서는 또다시 파문이 일어났다.

석윤기의 처녀작 《두번째 대답》을 대할 때부터 신인작가의 작품에 비낀 명석한 철학적견해와 독특한 창작기교를 범상치 않게 여겨보시였던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이번에도 중편소설 《전사들》을 깊은 관심속에 보아주시였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1962년 9월 22일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앞에서 장시간에 걸쳐 중편소설 《전사들》이 거둔 사상예술적성과를 구체적으로 밝혀주시는 중요한 담화를 하시였다.

작품에 그려진 시대적배경에 대하여서부터 소설에 심어진 사상적핵과 주제사상, 성격들과 사건들, 작품의 예술적견인력과 인식교양적의의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분석하여주신 이날의 교시가 바로 《중편소설 〈전사들〉은 인민군전사들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진실하게 형상한 작품이다》라는 제목으로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의 문헌집에 수록된 유명한 담화이다.

위대한 장군님의 이러한 관심속에서 석윤기는 보다 더 광활한 소설의 대지에로 활보해갔다.

그는 1961년부터 그리도 열망하던 현역소설가로 되였다.

전쟁물주제의 새로운 소설을 내놓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사색에 사색을 거듭하던 석윤기는 장편소설 《시대의 탄생》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무렵 지금껏 말썽을 일으키던 척추결핵이 갑자기 악화되였다.

악화되는 증세를 약화시키기 위해 매일과 같이 고름을 뽑아내였고 침대에 오래동안 누워있다나니 욕창까지 오게 되였다.

작가는 생명을 잃을번 하는 무서운 순간을 동반하는 대수술을 세번씩이나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형편에 직면해서도 창작의 붓을 절대로 놓지 않았다. 말그대로 초인간적인 의지와 열정을 기울인 창작과정이였다.

부인인 림정아녀성의 다심하고 꾸준한 지성이 그가 쓰러지지 않고 글을 쓸수 있도록 지탱하여주었다.

이처럼 천신만고를 강의한 혁명정신으로 이겨내면서 그는 끝내 장편소설 《시대의 탄생》(1부)을 1964년에 독자들앞에 내놓을수 있었다.

소설은 그것이 포괄하고있는 내용의 방대성과 생동하면서도 깊이있는 형상력으로 독자들속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였다.

더구나 작품전반을 포괄하고있는 작가의 창작적인 사색과 높은 지성도, 다문박식한 언어구사는 소설문학의 새로운 발전을 예고하는 의미심장한것이기도 하였다.

장편소설 《시대의 탄생》 1부를 내놓은 다음 2부의 초고를 다 쓰고 추고하는 과정에 석윤기는 자기가 지금 무엇인가 분명히 놓치고있다는것, 놓쳤다기보다 모르고 작품을 창작하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골몰하게 되였다. 민족의 위대한 력사, 민족의 존엄과 긍지, 민족의 창창한 래일을 형상함에 있어서 근본을 놓치고있는것 같은 허전함이 그를 괴롭히군 하였다. 몇달을 두고 그 대답을 찾아 모대겼지만 생각만 더 깊어지고 수없이 가지를 뻗는 상념속에서 헤여날수가 없었다.

그의 이러한 모대김은 탁월한 스승의 가르치심을 받고서야 풀릴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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