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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회)

 

제 5 장

 

1

 

어두운 밤대기를 찢어발기며 화광이 번쩍였다.

꽝꽝ㅡ 꾸르릉ㅡ 강계시 발전소건설장에서 울려오는 요란한 폭음이 희뜩희뜩 잔설이 어슴푸레 널려있는 류동산마루를 뒤흔들었다.

요즈음 돌격대원들이 밤에도 사처에 우등불을 피워놓고 불철주야 죽을내기로 야간작업을 들이댄다. 하루가 다르게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있는판에 방금전 성간군에서 돌격대원들에 대한 식량공급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내닫던 공사속도가 뚝 떨어졌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장관우는 이날밤 어쩔수 없이 구봉령을 넘게 되였다. 앉은 자리에서 전화통에나 매달려서는 도무지 해결할수 없는 난문제이므로 지체없이 성간군으로 떠날 차비를 하고 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그때 운전사가 숨이 턱밑에 닿아 뛰여와서 뒤덜미를 쓸어만졌다.

《부위원장동지, 저… 휘발유가 한방울도 없습니다.》

《그렇소?》

장관우는 딱해서 어쩔바를 몰라하는 운전사를 난감하게 지켜보았다. 요즘은 휘발유사정도 보통 긴장하지 않아 행정위원회 운수과의 승용차들도 정 긴급한 용무를 제외하고 뛰지 못하는 일이 뜨문한데 이젠 부위원장의 승용차에 보장할 휘발유까지 말짱 바닥난것이다.

《오늘밤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줄 알고…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제꺽 가서 좀 구해보겠습니다.》

장관우는 그때 급히 돌아서는 운전수를 멈춰세우며 흔연히 말했다.

《운전사동무, 관두오.》

《그럼 떠나지 않겠습니까?》

《걸어서 가겠소.》

《예?》

운전사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성간까지 어떻게… 밤중에 칠십리나 되는 령을 넘는단 말입니까?》

《가면 가는거지. 동문 만날 날 따라다니면서 수고하는데 오늘밤은 푹 쉬오.》

장관우는 제집문턱 넘나들듯 하는 령을 걸어서 넘을셈치고 발길을 옮기다가 운전사가 또다시 사발눈이 되여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허허 웃었다.

운전사가 아무래도 안심치 않은지 씩 숨을 몰아쉬였다.

《그럼 좋습니다. 제가 밤동무 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억지라구야. 할수 없군. 동무의 생각이 그렇다면 함께 가자구.》

장관우는 정문으로 나가다가 접수실에 들려 성간군당 책임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휘발유가 없어 걸어간다는걸 알면 리흥덕이 차를 보낼것 같아 서너시간후에 만나서 성간군의 식량문제를 의논해보자는 말만 하였다.

그가 도보로 구봉령을 넘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늘쌍 승용차를 타고다니다가 오래간만에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밤길을 걷는 멋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가할 때나 할 노릇인것 같았다.

지금은 시간이 천금같이 귀해 밤잠도 온전히 자지 못하는 때이다보니 그는 운전사와 말을 나눌 짬도 없이 뻔질나게 발길을 재촉했다. 한시간 남짓하게 부지런히 걸어 겨우 구봉령중턱에 오른 장관우는 벌써 아래다리가 뻐근해나고 잔등에 더운 땀이 지절지절 내솟았다. 그가 몇번이나 손목시계를 초조히 들여다보자 옆에서 수굿이 따라 걷던 운전사가 오늘밤은 정말 미안하게 됐다며 아까 한 말을 또다시 곱씹었다.

《미안하긴… 사람들이 굶어서 일하지 못하는데 승용차만 타고 돌아다닐 형편이 되오? 시간이 급해 그렇지 난 오히려 이렇게 걸으니 마음이 편하구만.》

그들이 령길에 오르자 차츰 밤바람이 세차지며 귀뿌리가 쩡쩡 시려났다.

《부위원장동지, 날씨가 보통 차지 않습니다. 털모자를 내리십시오.》

《음, 아무래도 그래야 할가 보오. 잔등은 땀에 젖는데 귀가 얼얼하군.》

장관우는 털모자의 귀덮개를 내리고 반외투주머니안에 손을 넣어 통강냉이를 꺼내였다.

《자, 받소》

《뭡니까?》

《닦은 강냉이요. 동문 열알, 난 다섯알!》

《아니, 부위원장동지가 이런걸?…》

운전사가 꿈쩍 놀라며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봤다.

《받으라는데. 지금은 이것도 과남하오. 속이 출출할 때 네댓알 씹어먹고 물을 한고뿌 마시면 배가 든든하거든.》

장관우는 그 무슨 식량분배라도 하듯이 운전사의 손에 닦은 강냉이를 많지도 적지도 않게 꼭 열알을 쥐여주고 빙긋이 웃으며 다시금 발길을 옮겼다.

《이놈의게 아주 편리해. 건사하기 쉽고 걸어가면서도 간단히 요기할수 있으니 말이요.》

《안됐습니다. 부위원장동지의 〈식량창고〉를 몽땅 털어서…》

운전사가 제법 능청스럽게 말하면서 눈에 눈물을 듬뿍 머금었다.

《걱정마오. 한줌이면 열흘을 견뎌내는 이쯤한 식량보충은 우리 집사람도 얼마든지 하오.》

그때였다. 이날 밤따라 목탄차 한대 얼씬하지 않던 령길로 승용차가 전조등불빛을 휘저으며 쏜살같이 마주 올라왔다. 웬 승용차인가 했더니 성간군당 책임비서 리흥덕이가 벌컥 차문을 열며 나왔다. 이 사람이 어떻게 냄새를 맡고 마중왔는가싶어 장관우는 그를 의아히 바라보았다.

《군당책임비서동무가 어떻게 왔소.》

《말두 마우다. 행정위원회 접수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부위원장동무가 성간으로 간다구 했는데 승용차가 차고에 서있다구요. 뻔하지 않습니까. 분명 걸어서 구봉령을 넘어오는구나 하고 달려왔지요.》

리흥덕은 옆에 장관우의 운전사가 서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볼부은 소리를 했다.

《이 캄캄한 밤에 령을 넘어오게 하다니… 도행정위원회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소린 하지도 마시오. 난 오늘밤부터 좀 걷기로 했소.》

장관우는 도안의 식량문제만 풀수 있다면 령길에서 밤을 새운들 무슨 대수랴 하여 배포유하게 말하고 리흥덕의 차에 올라 곧 성간군으로 갔다. 군당책임비서의 사무실에는 군당일군들과 성간군 행정위원회 일군들이 여러명 둘러앉아서 그가 도착하기를 초조히 기다리고있었다.

이날밤 그들과 마주앉아 마른 나무에서 물짜내듯 하며 발전소건설장들에 겨우 보름분의 식량예비를 조성해놓고 샐녘에야 강계로 돌아왔지만 장관우의 마음은 의연히 무거웠다. 강짜로 깡그리 긁어모았는데 고작 보름정도 더 견지할수 있을뿐이다. 그 다음은?… 불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끝이 없었다. 요즘은 상대측과 거래할 물자가 딸려 변강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식량도 얼마되지 않는다. 그는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이튿날 다시금 북천3호발전소건설장의 실태가 어떠한가를 료해해보려고 부랴부랴 떠났다. 그런데 현장에 당도하자 산촌의 고요한 대기를 쩡쩡 울리며 유격대행진곡이 우렁차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몇명이 부르던 노래가 여러 사람들의 합창으로 번져져 더 힘차고 장중하게 건설장을 뒤흔들었다.

장관우는 새까맣게 사람들이 뒤덮여 욱실득실 끓어대는 건설장어구에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내렸다.

벌써 두달나마 사무실에서 침식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색날은 잠바도 건설자들의 작업복과 별반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는 건설장을 향해 흥분된 마음을 안고 걸어가다가 멈춰섰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불러일으키는 저 노래소리… 갑자기 그 어떤 강한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장관우는 자기의 가슴이 울렁이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정신적앙양과 상승감을 느꼈다. 물이 줄줄 떨어지는 골재배낭과 질통을 지고 달리는 사람들, 소랭이를 인 녀인들, 학생들의 맹렬한 질주… 그것이 그대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사신의 모습으로 안겨와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고 관자노리의 피줄이 높뛰였다. 저쪽 기초굴착장에서는 힘꼴이나 쓰게 생긴 청년들이 달라붙어 함마로 암반을 까며 기세를 올렸다. 그들속에 도청년동맹비서도 한몫 끼워 함마를 세괃게 휘둘러댔다. 강바람은 귀쪽을 떼여갈듯 맵짜도 그들이 함마로 힘차게 짓조겨대는 정끝에서는 불꽃이 튕기였다. 엄동설한에도 웃동을 벗어던지고 함마로 암반을 짓조겨대는 기초굴착장에서 와 폭소가 터져올랐다. 은희네 처녀중대원들이 함마질 하는걸 보고 죽은 게 발놀리듯 한다며 놀려대는 바람에 일어난 웃음소리였다. 처녀중대원들은 총각들이 우쭐해서 비웃자 입을 삐죽거리며 서툰 함마질이나마 멈추지 않고 바지런히 일손을 다그쳤다. 장관우가 젊은이들의 그 사랑스러운 싱갱이질을 바라보며 빙긋이 미소를 지을 때였다. 누군가 질통을 지고 구부정히 걸어가면서 비칠거렸다.

장관우는 그에게로 급히 달려가 질통을 떠받들어주다가 둘 다 땅바닥에 나딩굴번 했다. 갑자기 등짐이 가벼워지는 바람에 질통임자가 중심을 잃어버린것이였다. 장관우는 제꺽 질통과 사람을 동시에 부둥켜안으면서 기운을 내라고 달래듯이 말하였다. 질통임자가 고마운 눈길로 그를 돌아보았다. 장관우는 그때에야 머리칼이 새하얀 늙은이임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

《원, 할머님이 이렇게 무거운 짐을… 어서 질통을 이리 주십시오.》

늙은이의 가냘픈 어깨에서 급히 질통을 벗기던 장관우는 그 순간 다시금 우뚝 굳어졌다.

《아니, 이게 뉘시오?》

전력공업부 부부장 리성하의 어머니였다.

장관우는 땅바닥에 질통을 내려놓고 늙은이의 여윈 두손을 꼭 싸쥐였다. 나이가 칠순에 가까운 녀인이 장군님의 명령관철을 위해 건설자들을 도와나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어머니, 다시는 이런 험한 일을 하지 마십시오.》

《그런말 말게. 장군님께서 우리를 도와주라고 내 아들을 보내주셨는데 늙었다구 가만 앉아서 구경만 하겠나.》

늙은이의 눈에 엷은 물기가 감돌았다.

《에라, 그럼 이 질통을 저도 한번 져봅시다.》

장관우가 땅바닥에 앉아서 빠듯한 질통 멜끈에 팔을 꿰자 녀인은 어쩔바를 몰라했다. 마침 털썩거리며 뛰여온 주병호지배인이 덮어놓고 질통을 도로 벗기는 바람에 장관우는 허허 웃었다. 주병호는 한손에 질통을 갑삭히 들고 골재장으로 힝 달려가 쏟아붓더니 다시 나타나서 볼부은 소리를 했다.

《우리 발전소가 돌아가지 못할가봐 이럽니까?》

《여보, 그렇게 배포유한 사람이 늙은이한텐 왜 질통을 지웠소? 괜히 우둘렁대지말고 인사나 하오. 전력공업부 부부장동무의 어머님이시오.》

《아, 그런가요?》

주병호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늙은이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어머니, 제발 날 욕먹이지 말구 집으로 돌아가시우다.》

그러나 늙은이는 그의 달콤한 말은 들은체도 않고 질통을 다시 메더니 건설자들속으로 사라졌다. 장관우는 지배인과 마주 서서 감동된 낯빛으로 이윽토록 녀인의 뒤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강의한 늙은이요.》

《그런데 왜 아들을 따라 평양으로 올라가지 않는가요?》

장관우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없이 건설장을 둘러보았다.

《여기 일은 괜찮게 돼가누만.》

《모두들 죽을내기로 일합니다. 배가 들썩하게 먹이지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장관우는 사흘전 중강군에서 지원한 량곡으로 모든 발전소건설장의 건설자들에게 보름동안의 식량을 일제히 공급했었다.

《글쎄 건설자들에게 특별히 식량을 공급했지만 가정에 들어가면 저혼자 먹게 됩니까? 집에 아이들이 올망졸망 달려있는데… 죽여줍니다.》

장관우는 듣고보니 그럴상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하지만 이거야 밑빠진 항아리에 물붓는 격이 아닌가. 매 집의 딱한 사정까지 다 고려하면서 보장할 식량예비가 어데 있는가. 도안의 주민들에게는 매달 2~3일분의 식량을 공급하기도 곤난한 형편이였다. 그의 머리속에는 (식량, 지금은 식량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없다.) 는 생각이 지꿎게 맴돌았다. 예전엔 한해농사를 거둬들인 알곡으로 석달가량의 식량을 굼땠지만 올해는 자연피해로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안되겠소. 래일부턴 건설자들을 돌격대합숙에 넣고 따로 식사를 보장하오. 현장에다 가마를 걸고 지원자들에겐 국이라도 배불리 뜨끈히 끓여먹이구. 어떤 일이 있어도 발전소야 건설해야지 않소!》

장관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도청년동맹비서를 불렀다. 웃동을 벗어붙인 바람으로 청년동맹비서가 뛰여왔다.

《청년동맹비서동무, 강계시안의 어느 발전소건설장에 가봐야 곡괭이소리, 함마질소리, 사람들이 떠들썩히 일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그래도 여기 북천3호발전소건설장에선 노래소리가 울리오. 기운이 나지 않소? 이렇게 합시다. 도당책임비서동무와도 토의했는데 청년동맹비서동무가 책임지고 오늘중으로 당장 시안의 각 학교악대들을 몽땅 통합하여 련합악대를 조직하시오. 한 500명이 망라된 대악단이 꽝꽝 나팔을 불어대며 건설장을 들었다놓으면 돌격대원들이 힘이 나서 일할거요.》

청년동맹비서의 입이 대번에 헤벌쭉해졌다.

《그거 정말 그럴듯 합니다.》

《됐소. 500명의 악단이 련습을 하자면 큰 강당이 있어야겠는데… 내 생각엔 예술학원무대를 리용하면 좋을것 같소. 련합악대의 급수를 높여 지휘자도 도예술단지휘자를 불러다 련습을 시키시오.》

배짱이 드센 장관우가 직접 발기한 일이니 청년동맹비서는 자신심있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왕이면 악대의 명칭도 화선련합악대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1211고지전투때 병사들을 원쑤격멸에로 불러일으킨 화선악단처럼 말입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2

(1)

 

한편 태혁은 이날 도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농촌경리위원회 농산 및 축산전문가들, 리미액연구사 림성실, 시병원의 류설미 등 도안의 이름있는 과학자들을 자기 사무실로 불렀다. 당면한 식량문제의 해결방도를 시급히 토론할 의도였다. 태혁은 힘겹게 말을 뗐다.

《우리가 장군님의 명령을 받들고 발전소건설에 착수했지만 난관들이 많소. 당장은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소. 굶고서야 어떻게 발전소를 건설하겠소. 동무들이 대용식품을 연구해서 이 문제를 풀지 못하겠소? 지금까지 가둑나무잎을 삶아먹으면서도 견디여낸 사람들인데…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모두들 이 고난을 이겨낼거요.》

손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훔치던 성실이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전 장군님께서 자강도로동계급이 식량고생을 하며 힘겨운 투쟁을 하고있는데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동무가 연구사업을 성공하여 나의 이 아픈 마음을 덜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하시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싶이 장군님의 그 크나큰 신임에 의해 우리 자강도에는 여러명의 끌끌한 미생물연구사들이 망라된 리미액미생물공장이 생겨났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던 일이예요?》

성실의 량볼을 적시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눈가장자리가 불깃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것이 어찌 제 한 사람만이 받아안은 행복이겠습니까. 우리모두 재능과 힘을 모아 자강도인민들때문에 잠 못 이루시는 장군님의 괴로움을 덜어드리자요. 우리 도에 흔한 콩깝대기와 강냉이껍질, 니탄으로도 얼마든지 대용식품을 만들수 있습니다.》

성실의 말에 신심이 생긴 태혁은 《좋소!》 하며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쳤다.

그는 류설미에게 눈길을 멈추었다.

류설미는 몇해전 아득령밑의 자그마한 농촌진료소에서 그곳 산간오지에 흔하디흔한 봇나무잎사귀로 캄파를 제조해 환자치료에 리용하려고 피타는 열정을 쏟아부어온 의사였다.

때마침 도당에 새로 부임되여 내려간 태혁이 적극 떠밀어주어 자강땅의 대자연속에서 첫 캄파가 태여났다.

멀지 않아 설미는 강력한 고순도항암제인 탁시놀을 두번째로 세상에 내놓게 된다. 자강땅의 모진 칼바람과 령하 40도의 혹한속에서 사시장철 푸르청청히 억세게 자라는 희귀식물의 비결을 인간에게 넘겨주기 위한 세계적인 발명이다. 설미가 미국의 최첨단의학연구소를 압도적으로 누를수 있는 고순도탁시놀을 만들어내면 대단하다. 태혁은 미국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배심있게 연구사업을 내밀고있는 설미의 견해도 찔러보았다.

《류설미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다른 동무들은?》

태혁은 방안에 둘러앉은 매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금 일별해보았다. 한결같이 공감하는 낯빛들이였다.

《그럼 됐습니다. 오늘부터 기술발전위원회 위원장동무가 책임지고 대용식품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시킵시다. 림성실동무와 류설미동무한테만 일임하지 말고 여기에 참석한 모든 동무들을 전부 인입시키시오. 늦어도 열흘후에는 내 책상우에 대용식품견본을 가져다놔야겠소. 다른 의견이 없으면 그만합시다.》

그런데 며칠후 장관우가 찾아와 의자에 앉으며 제편에서 먼저 아는체 했다.

《일전에 대용식품문제를 토론했다면서요?》

《다른 방도가 없잖소.》

장관우는 쓰다달다 말이 없었다.

《왜 그렇게 함구무언이요?》

《내 오늘 만포에 가서 정신이 버쩍 드는 소식을 듣구 왔습니다.》

《뭔데 말해보오.》

《만포시행정위원회 부위원장과 무역과장이 압록강의 벌둥섬에 공동시장을 만들고 도안의 식량을 해결하기 위한 굉장한 작전을 하구있습니다.》

《공동시장?》

태혁은 뜻밖의 말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상대방의 개인업체가 투자하여 섬을 꾸리겠다고 하니 우린 쓸모없는 빈 땅뙈기를 내놓구 앉아서 톡톡히 외화를 벌어들일수 있답니다. 그들이 자기네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오는건 매번 세금을 받으라고 한다는데 그 돈만 해도 약차하더군요.》

태혁은 의자에 듬직히 앉아서 침묵을 지켰다. 압록강의 한복판에 떠서 장마철이면 큰물의 위협을 받군 하는 통털어 열정보도 되나마나 한 섬… 태혁은 조국해방전쟁때 고산진에서 최고사령부 친위병으로 복무할 때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간혹 그쪽으로 다닐 때면 령길에서 잠간씩 그 작은 무인도를 눈여겨 바라보군 한다. 장관우의 말처럼 별로 쓸모가 있다고는 할수 없는 뙈기섬이였다.

《책임비서동무, 이건 변강무역에 대비할수 없는 큰 노다지입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쬐꼬만 땅뙈기를 리용하여 식량문제도 풀고 발전소건설도 꽝꽝 내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태혁은 의연히 무거운 표정에 잠겨있었다. 장관우의 말처럼 돈을 벌자면 욕심이 나는 일이였다. 하지만 오늘과 같이 안팎의 정세가 복잡한 시기 벌둥섬에 공동시장을 벌려놓으면 그것을 교두보로 해서 무엇이 따라들어올지 알겠는가. 사람이 돈에 환장하면 못하는짓이 없다. 자본주의의 퇴페적인 생활풍조가 흘러들어 우리 인민의 건전한 의식을 좀먹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이 있는가? 몇푼 안되는 외화에 현혹되여 우리 당이 수십년동안 애써 키워온 사람들을 못쓰게 만들면 누구도 그 엄중한 후과를 책임질수 없다. 항차 여기는 자강땅이다.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를 뚫고 우리의 사회주의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판가리싸움이 벌어지고있는 전투장에서 과연 이런 일이 용납될수 있는가!

《이건 심중한 문제요.》

《아니, 수십년동안 쑥대만 자란 빈 땅을 유익하게 써먹는데 그렇게도 문제로 됩니까?》

《빈 땅이라구? 물론 우리 자강도엔 그런 섬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소. 그렇지만 벌둥섬에 공동시장을 내오는건 위험한 행위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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