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4
(2)
《놈들이 우리가 굶어죽게 됐다고 떠들어대는데
무력부장의 강마른 볼편이 푸들푸들 떨렸다. 한뉘 적들과 맞서 이발을 부등부등 갈며 살아온 로투사의 분노가 폭발한것이다. 납빛으로 뿌옇게 흐려진 눈길로 덤덤히 앉아있는 그의 옆에서 총참모장이 포문이라도 터뜨리듯 입을 열었다.
《아마 적들이 이 사실을 알면 눈이 휘딱 뒤집혀질겁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때에도
《그래. 바로 그겁니다. 나는 자강도로동계급을 내세워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갈 결심인데…》
《지금 제일 견디기 어려운것이 식량난이요. 우리 인민이 해마다 련이어 들이닥치는 자연피해로 굶주림에 시달리고있지만 적들은 북조선에 한알의 쌀도 줄수 없다며 우리의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한 〈외과수술〉식타격계획까지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우리는 놈들의 비인간적인 방해책동으로 하여 국제기구로부터 응당히 받기로 된 식량까지도 보장받지 못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천만에! 나는 최후에 웃는자가 승리자라는 배심으로 이 고난의 행군의 어려운 시기 강원도의 대자연개조사업을 벌릴 용단을 내렸습니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인민군대를 주력으로 한 전국의 강력한 력량이 달라붙어 토지정리전투를 힘있게 내밀고있습니다. 무력부장동무, 안변청년발전소건설에서 발휘한 영웅주의,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우리 인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다시한번 보여주시오.》
무력부장이 두주먹을 꽉 움켜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그럼 됐습니다. 자, 이젠 떠납시다. 오늘은 가는 길에 강원도의 안변벌 토지정리현장에도 들려보도록 합시다. 그러자면 좀 서둘러야 할것 같습니다.》
이날 전선동부 군부대현지시찰을 떠나신
전야에 깃든 고요를 깨뜨리면서 각종 륜전기재들의 거세찬 동음이 요란스레 울려왔다. 군데군데 깊숙이 파헤쳐진 대지가 적토빛으로 변해가는
삼화리마을앞 신작로에 승용차를 세운
올해따라 일찌기 가을하여 휑뎅그렁하게 드러난 논판들에서는 불도젤들이 크고작은 뙈기논들을 들이받듯 맹렬히 돌진하며 승벽내기로 앙칼진
동음을 내질렀다. 산더미같은 흙무지를 밀고 불도젤들이 종횡무진으로 질주하는 들판의 한켠에서는 군인건설자들과 각도의 날파람있는 돌격대원들이
서로 짝질세라 목도채를 메고 불이 번쩍나게 뛰여다니며 《영차- 영차!》웨쳐대는 함성소리가 터져올랐다. 마을주변에 전개된 돌격대원들의 숙소와
천막들, 바람에 기세좋게 나붓기는 붉은 기발들과 대형속보판들에서도 거창한 전투장의 숨결이 삼복간의 뜨거운 열기마냥 확확 풍겨왔다. 때마침
《관리위원장동무가 수고하누만.》
《꿈같다-》
《예. 요즘 우리 삼화리농장원들은 마음이 둥 떠서 밤잠을 못잡니다. 모두들 광복후에 토지분여를 받고 논밭머리에 나가앉아서 이게 과연 내 땅이 옳은가며 밤을 새우던 감격이 되살아난다구들 합니다. 그때 이 삼화리벌판에서는 온밤 마라초를 피우는 담배불이 꺼질줄 몰랐습니다.》
삼화리농장 관리위원장이 쉬주근한 목소리로 땅냄새가 물씬물씬 풍기게 대답올렸다.
《인민들이 좋아하면 됐습니다. 나도 오늘 여기 삼화리농장의 농토가 몰라보게 변모되여가는걸 보니 정말 기쁩니다. 삼화리가 딴 고장같습니다. 동무들, 어떻소. 이전의 올망졸망하던 다락논, 뙈기논들을 저렇게 반반히 밀어버리니 삼화리농장에 땅이 더 생긴것 같지 않습니까? 땅은 예전의 그 땅인데 대평원이 펼쳐진것처럼 눈앞이 확 트이고 삼화리벌판이 훨씬 더 넓어진것 같지 않소?》
《지난해만 해도 삼화리농장에 뙈기논들이 많아서 뜨락또르들이 들어서지 못하고 모내기철이면 모내는기계가 있어도 손으로 벼모를 꽂았을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렇게 번번해졌으니 삼화리에서도 황해도의 벌방농장원들 부럽지 않게 기계농사를 지을수 있게 되였소!》
그때 두손을 배허벅에 맞쥐고 서있던 강원도당 책임비서가 희색이 만면하여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차 말씀올렸다.
《그래. 낡은 사회의 잔재가 완전히 없어져가고있소. 이제야 지주놈들과 그 자손들이 제 땅을 어떻게 찾아볼수 있겠소. 옛날의 토지문서도 휴지장이 돼버렸습니다.》
모두들 그 통쾌하신 말씀에 포복절도할 일이라면서 한바탕 웃었다.
인류는 력대로 저 대지에 씨앗을 뿌리며 땅과 함게 살아왔지만 오랜 세월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탓에
《우리가 이 고난의 시기에 수십년이 걸려도 해결할수 없는 토지정리를 전국이 달라붙어 진행하고있는것은 착취사회의 유물을 청산하는 만년대계의 거창한 대자연개조사업인 동시에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굴함없이 당당히 맞서싸우는 조선의 배짱입니다. 나는 래년까지 강원도의 토지정리사업을 완전히 끝내고 뒤따라 정주와 곽산, 태천벌을 비롯한 평안북도의 토지정리를 하며 황해남도의 토지정리를 본격적으로 내밀기 위해 오늘 도당책임비서동무들을 불렀는데 어떻습니까. 여기 와보니 한번 해볼만 하지 않소?》
우리 혁명의 가장 어렵고 준엄한 시기에 조국땅을 아름답게 일신시켜나갈 대담한 용단을 내리신
《좋습니다. 지금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의 포위속에서 참말로 힘겨운 시련을 겪고있지만 난관에 주저앉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의 면전에서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이며 반드시 이 땅우에 강성대국을 일떠세우게 될것입니다. 나는 바로 자강도로동계급의 투쟁에서 우리가 얼마든지 오늘의 난관을 박차고 승리할수 있다는 신심을 얻군 합니다. 거기서는 나라의 긴장한 전력사정으로 공장들이 멎어섰지만 자기 도의 힘으로 수많은 발전소들을 건설하며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가기 위한 결사전을 벌리고있습니다. 그 어떤 난관에도 두려움없이 희생적으로 싸우는 자강도사람들의 일본새를 동무들도 따라배워야 합니다.》
《동무들에게 여유량곡이 좀 없소?》
두 일군은
《왜 말을 못하오?》
황해남도당 책임비서가 밭은 목기침을 하며 의아히 쳐다보았다.
《난 자강도당 책임비서 태혁이가 불쌍해서 그러오. 전국적으로 자강도의 식량난이 제일 곤난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쓰러지고있습니다. 태혁동무가 불쌍하지 않소?》
무력부장이 곡창지대 일군들이 잔뜩 우거지상이 되여 서있는 모양을 마뜩지 않게 흘끔흘끔 지릅떠보고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컴컴하게 돌변한 얼굴을 쳐들지 못했다.
《하기야 황해남도라고 여유량곡이 있을수 없지.》
5
(1)
혜경이네 일행이 김책제철소로 떠난 후 갑자기 장관우부위원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파철수집의 된바람을 일으키며 과따치는통에 강계시안의 공장들은 벌집을 헤집어놓은것처럼 법석 들끓었다. 보나마나 강재때문에 골탕을 먹게 될건 불보듯 뻔하다, 공장을 빡 쓸어서라도 발전소건설에 필요한 강재를 시급히 걷어모아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생산현장 그 어디서나 뜨겁게 울렸다. 사날 지나자 공장들의 구내는 쇠꼬챙이 한오리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반반해졌다. 그래도 파철예비를 찾아내라는 장관우의 벼락같은 요구는 그치지 않았다. 허명철이네 기계공장에 나타나서는 눈알이 튀여나오게 자재과장을 닦아세웠다.
《파철이 없다는게 말이 되오? 강계시 아빠트들에 나가보면 열에 한 집은 출입문을 철문으로 중무장했소. 헛간지붕에도 철판을 씌운 집들이 많구. 그게 다 동무네가 자재관리를 떨떨히 하여 새나간 철판이란 말이요. 우리는 그 보기도 싫은 철문을 몽땅 뜯어서라도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오!》
장관우가 한바탕 으름장을 놓고 돌아서 가는 모양을 아연히 지켜보던 허명철은 벙어리장갑을 낀 손으로 코밑을 쓱 문대였다.
(본때나는걸!)
명철은 산소통을 로케트포탄처럼 삐죽이 실은 손달구지를 밀고 제관장으로 다시금 스적스적 걸어갔다.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서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겪었다고 뽐내는 그였지만 장관우의 기상에 압도되여 어깨가 축 처졌다. 저런 일군과 엇서며 은희를 사랑하다니… 대관절 승산이 보이는 일인가? 하기야 내가 사랑이란게 뭔지 알고 은희를 맘속에 뒀던가. 남들은 일생의 길동무로 삼을만 한 사연이 있어 사랑한다지만 자기와 은희사이에는 아무런 특별한것도 없었다. 은희가 현이의 제일 가까운 동무이니 괜찮은 처녀일것이다. 그렇게 그의 눈에 비껴들기 시작한 은희는 지내보니 마음도 곱고 성격도 쾌활했다. 그밖에 다른 무엇이 있었던가. 그렇게 덜퉁하게 은희를 사랑한 명철은 자기의 찬찬하지 못한 성미때문에 졸경을 치루는 심정이였다. 은희가 녀성돌격대 중대장이랍시고 으시댔지만 그것도 두고봐야 할 일이였다. 은희의 말처럼 만사가 척척 제대로 되여주겠는지… 제관장에 도착하여 성수가 나지 않는 일감을 붙잡고 씨근거리던 명철은 화김에 손에 쥐였던 함마를 훌 내던졌다.
(제길, 또 오작을 냈군.)
《명철이, 오늘은 왜 생콩씹은 상을 하구 그래. 은희와 다툼질이라도 한게지?》
한 작업반의 늙수그레한 제관공이 돋보기너머로 그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명철은 아바이가 어디서 얻어들은 소리를 탕탕 하는지 몰라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바이, 함부로 그런 말씀을 마시우다. 그렇지 않아도 장관우부위원장이 공장안에서 빙빙 돌아가는데…》
《원, 녀석, 겁두 많다. 군대물서껀 먹었다는게… 일이 안될 땐 나가서 바람이나 쐬는게 좋아.》
명철은 슬그머니 제관장밖에 나가서 퍼더앉았다. 군대물을 먹었는데 겁이 많다구? 순간 돌멩이를 집고 내던지려던 명철의 손은 허공에서 굳어졌다. 몇발자국앞의 구내에 장관우와 마주선 완성직장장이 허리를 갑삭거리며 귀맛좋게 엮어대였다.
《아무렴, 자동선을 해야 하구 말구요. 우린 정말 머리털이 셉니다요. 생산은 계속 미누스인데 자동선이 제대로 돼줍니까. 이달에도 계획을 하긴 코집이 틀렸습니다.》
《여보, 촌령감같은 케케묵은 소린 그만하오. 생산을 잘하자니까 자동선도 하는게 아니요? 듣자니 요즘도 못돼먹게 자동선을 걸고들며 개별기대로 되돌아가자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장관우가 눈심지를 돋구며 되게 답새겨대자 바빠맞은 직장장의 입에서 또 발라맞추는 소리가 나왔다.
《그럴리 있습니까. 그건 걱정마십시오. 내가 몇해 직장장을 해먹겠다구 부위원장동지앞에서 허튼 소릴 하겠나요.》
장관우가 그 말을 들은척도 안하고 지배인실쪽으로 가버린 후였다. 명철은 장관우의 뒤모습을 마뜩지 않게 흘끔 가릅떠보는 직장장을 향해 급히 뛰여가며 물었다.
《직장장동지, 성진형을 못봤습니까?》
《동문 왜 만날 성진형님, 형님 하면서 쫓아다녀?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직장장이 시펄뚱해서 꽥 소리를 쳤다.
《말두 못하겠나요. 직장장동진 별나군요. 성진형덕분에 자동선을 만들면서 개 닭보듯 하니 말입니다.》
《여, 개뿔두 모르면서 뭘그래? 자동선이 된대? 처가 평양으로 갔다는데 따라가기나 할것이지.》
명철은 직장장의 가시돋힌 말을 듣고 덤벼들듯이 내쏘았다.
《직장장동지, 그것두 말이라고 합니까. 남의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직장장은 그제야 자기의 실언을 깨닫고 얼굴이 벌개서 얼버무리였다.
《됐어 됐어. 나도 그 사람이 녀편네없이 홀애비생활을 하는걸 보기가 딱해서그래. 어젠 먹을게 떨어져 위원의 친척집에 찾아갔다니 안됐거던…》
명철은 진심인지 침발린 소리인지 알수 없이 말하고 돌아서 가는 직장장을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장관우부위원장앞에선 굽석거리고 돌아서선 코방귀를 뀌니 자동선이 될게 뭔가? 순간 명철은 두주먹을 움켜쥐고 두리번거리다가 (이거 나중엔 갑산으로 가는 한이 있어두 내가 나서서 저 직장장의 요령주의뿌레기를 뽑아버려야지!) 하고 윽별렀다. 그 길로 명철은 은희네 녀성돌격대원들이 기초굴착작업에 달라붙은 발전소건설장으로 달려갔다. 누가 보건말건 상관할것 없었다. 그가 갑자기 건설장에 나타나서 헐떡거리는 모양을 보고 은희는 깜짝 놀라며 눈을 흘겼다.
《왜 왔어요? 남들이 다 보는데…》
《보면 뭐래? 급히 할 말이 있어 그래.》
《됐어요. 저기 가있어요. 인차 갈게.》
명철은 흥분하여 은희앞에서 어떻게 돌아섰는지 몰랐다. 작업장에서 멀찍이 자리를 피한 그는 작업복 목깃단추를 벗겨놓고 은희를 초조히 기다렸다. 잠시후에는 은희한테 팔소매를 잡힌채 세멘트창고뒤로 끌려갔다. 명철은 어이없어 웃었다.
《아니, 이거 벌써 이럴내기야? 막 휘두르면서…》
《그러지 않게 됐어요? 어서 찾아온 얘기나 해요.》
은희가 너무 급하게 구니 명철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아이 속상해!》
《말하지. 난 이제 동무아버지와 만나자구 해. 한번 본때를 보이자는거야. 공장안이 들썩하게!》
《그건 무슨 소리예요. 왜 흥분해서 이래요!》
《은희, 걱정을 꽉 놔. 모든 일이 잘될거야. 그리구 한가지 부탁이 있어. 기술준비실 성진형님이 어제 위원으루 식량구하러 갔대. 애들이 집에서 뭘 먹구있는지 모르겠어.》
명철은 작업복 웃주머니에서 얼른 돈을 꺼내주었다.
《일 끝나문 이걸루 시장에 가서 아무거나 사가지구 성진형집에 갖다줘! 거기서 다시 만나자구.》
《알겠어요.》
은희는 명철의 주머니에 돈을 도로 넣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버진 왜 만나요?》
《그건 걱정말라지 않어. 자, 그럼!》
명철은 몇발자국 뛰여가다가 은희에게 꽉 움켜쥔 주먹을 힘있게 흔들어보였다. 그 길로 장관우와 만나려고 공장청사를 향해 달려가는 명철의 마음은 세차게 울렁거리였다. 근 1년나마 로동생활을 하지만 오늘처럼 공장을 위해 자기도 무엇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할수 있음을 가슴뿌듯이 느껴본적이 없었던 그였다. 이제 이 명철이를 문문한 제관공으로 보던 사람들은 눈이 휘딱 뒤집힐거다! 조금후 공장청사안에 들어선 명철은 장관우가 지배인실에서 사업토의중이라는 말을 듣고 밖에 나와 이제나저제나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장관우는 이삼십분 잘 지난 후에야 청사문밖으로 나오다가 굽벅 인사하는 명철의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부위원장동지, 만날수 있습니까?》
《동문 누구요?》
명철은 자기의 아래우를 훑어보는 장관우의 눈길에 온몸이 고드름처럼 꼿꼿해지는감을 느끼다가 기운차게 대답했다.
《공무직장 수리공입니다.》
《난 시간이 없소. 무슨 일때문인지 간단히 말하오.》
《부위원장동지, 전 아까 부위원장동지와 완성직장 직장장이 나누는 말을 듣고 분격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는데 그들은 자동선개조를 믿지 않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직장장동진 자동선을 설치할 때 떼여낸 수동기대들을 아직도 보관해두고있습니다. 그 귀신단지 같은것을 끼고앉아있는데 자동선이 될게 뭡니까. 전 그따위 고물단지를 몽땅 파철로 실어가자는것을 제기합니다.》
장관우는 한손으로 턱을 모지락스럽게 움켜잡았다. 땀구멍이 숭숭 뚫린 그의 량볼이 푸드득 떨렸다.
《그게 정말이요?》
《그렇습니다. 부위원장동지, 전 자동선도 만들고 강재문제도 해결하자는겁니다.》
《좋아! 동무의 말대로 당장 그 골동품같은 수동기대들을 파철더미로 실어가자구.》
장관우는 쾌히 응하고 명철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두려는것처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됐소. 동문 가보오.》
명철은 좀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장관우부위원장이 나한데 할수 있는 말의 전부란 말인가? 하지만 그까짓건 큰 문제가 아니였다. 조금후 주병호지배인과 함께 완성직장에 나타난 장관우는 직장장을 닦아세우면서 엄하게 따져물었다.
《여보. 직장장, 동무 수동기대를 어따 감춰뒀소?》
《예?》
직장장의 눈이 대뜸 휘둥그래졌다.
《똑바로 말하지 못하겠소?》
《저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가 뭐요. 아직두 그따위 고물짝같은 수동기대를 끼고앉아서 자동선을 시비질하는걸 내가 모르는줄 아는가!》
《아니, 그건 누가 그럽디까?》
직장장이 덫에 걸린 짐승처럼 잔뜩 열이 올라서 씨근거렸다. 명철은 가슴속이 뜨끔해났다. 이제 직장장이 자기한테 행패질할것임은 불보듯 뻔했다. 그러나 장관우는 직장장을 파김치가 되게 재차 다몰아댔다.
《누가 말했건 무슨 상관이요. 앞에서 자동선을 한다고 갑삭거리구 돌아앉아선 딴 꿈을 꾸는 동무같은 사람이 있어 자동선이 안되는거요! 이게 말로는 당에 충성을 한다고 부르짖으며 딴 장난질을 하는 놈들의 행동과 다른게 뭐요?》
장관우의 벽력같은 말에 곁불맞고 컴컴히 서있는 지배인을 흘끔 곁눈질해본 직장장이 그제야 시르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했으면 고칩시다.》
《당장 그 귀신단지같은 수동기대들을 몽땅 파철로 바치고 자동선을 냅다 미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