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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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지휘부종합분과실로 다시금 찾아갈 때였다. 아래층에서 뚜걱뚜걱 울려오는 지팽이소리를 듣고 장관우는 발길을 멈추었다. 저게 림준이 아닌가? 분명 오늘 아침에 출근하지 못한 림준의 지팽이소리임을 알아차린 장관우는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말고 다시금 멈춰섰다. 매끈한 콩크리트바닥을 두드리며 느리게 울리던 지팽이소리가 갑자기 뚝 그쳐버리였다. 한동안 청사안이 잠잠해졌다. 웬일인가 했더니 아래층 층계에 이른 림준이가 올라오지 못하고 란간에 한손을 얹은채 서있었다. 힘없이 내리감은 두눈과 누르끼레한 얼굴에 내돋은 땀방울, 후들거리는 바지가랭이… 순간 림준이가 금시 땅바닥에 쓰러질것 같아 장관우는 얼른 내려가서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림준동무, 왜 이러오? 정신을 차리오!》
장관우가 흔드는대로 몸을 저으며 층계의 란간을 짚고 서있던 림준이가 겨우 땀에 젖은 얼굴을 쳐들었다. 그의 두눈은 여전히 내리감긴대로 있었다. 림준은 뜻대로 눈이 떠지지 않아 안타까와하다가 사죄라도 하듯이 풀기없이 말했다.
《부위원장동지, 미안합니다.》
《됐소. 자, 방으로 가기오. 가서 좀 누워있소.》
《일없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일을 보십시오.》
림준은 비로소 간신히 눈을 뜨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왼손의 지팽이에 온몸의 중량을 실으면서 그는 다시금 계단을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지휘부안에서 나오던 사람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달려와 림준을 얼른 부축해갔다. 비칠거리는 몸을 그에게 의탁하고 복도의 한끝으로 멀어져가는 림준의 불규칙적인 지팽이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장관우는 로학자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자강도 중소형발전소 첫 건설자입니다. 불편한 몸으로 두달분의 설계를 사흘동안에 끝낸 동무인데… 가슴이 아프군요. 모두들 저렇게 굶주림과 피로를 무릅쓰면서 희생적으로 일합니다.》
경훈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가 《부위원장동무가 절 보구 여기서 견디기 힘들다고 한 말의 의미를 알만 합니다. 참말로 눈물겨운 일이군요.》 하며 숱진 눈섭을 슴벅이였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어서 갑시다.》
장관우가 심중한 낯빛으로 로학자에게 들려준 그 말에는 티끌만큼한 과장도 섞여있지 않았다. 그렇다. 이제 그들은 겨우 발전소건설의 첫
발자욱을 떼였을뿐이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고난이 앞을 막아설것인가? 그런데 벌써 사람들이 저렇게 힘에 겨워한다.… 장관우는 이날
지휘부성원들에게 경훈을 인사소개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금방 복도에서 만난 림준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운 마음에 잠겨있다가 시중군행정위원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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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강군당청사의 처마밑에 산그림자를 걸어놓고 이 하루해도 온정산너머로 총총히 떨어졌다. 새파랗게 개였던 하늘은 점차 암회색으로 변하고 장평농장 포전들에도 엷은 어스름이 서서히 자리를 폈다.
날이 어슬어슬해지자 군당책임비서 김충모의 사무실에서는
《듣자니 성간군당책임비선 또 선손을 썼더군만. 벌써 만포에 가서 감쪽같이 세멘트를 50t이나 빼왔다면서? 날쌔다는건! 괜찮아. 우리도 본때를 보여야겠소. 장강군소식이 당장 그리루 넘어가게 말이요.》
충모는 성간군당의 리홍덕이한테 발등을 밟히긴 했지만 배심이 든든해서 큰소리를 쳤다. 래일 아침 장강2호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군안의 2
000여명 로동자, 사무원, 농민, 청소년학생들이 전투준비를 갖추고 모여와서
뉘집 쌀독이나 텅 비여있다싶이 하지만 용케도 참고 견디여냈다.
군당청사를 벗어난 충모는 손을 우그려 바람을 막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북천강이 바라보이는 네거리로 나와서 이윽토록 서성거리며
담배를 빨고 또 빨았다. 담배불이 빨간 불똥을 튕기며 북천강쪽으로 날아갔다. 머리우의 엷은 구름장들사이에서는 싸락별들이 얼굴을 내밀고
반짝이며 밤추위에 오도도 떨었다. 어릴적에 파도사나운 해변가의 돌벼랑우에서 저 애기별들을 바라보며 자주 공상에 잠기군 했던 일이 아스런히
떠올랐다. 그 공상이란 자기도 아버지처럼 억센 배군으로 자라 눈먼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싶었던 소박한 꿈에 지나지 않았다. 왜정때 보국대에
끌려가 고원탄광에서 고역을 당하던중 감독놈을 때려눕히고 야밤도주하다가 횡사한 아버지… 충모는 아버지가 늘쌍 입버릇처럼 배사공은 바다처럼
마음이 커야 한다던 말을 명심하고 배군의 아들답게 해군에 입대하여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가 제대되여오자 앞 못보는 어머니가 자기 얼굴을
손더듬하며 아버지모습을 그대로 비껴닮았다고 말할 때 충모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남다른 인생체험이 억세인 그의 마음속에 인정의 싹을
심어주었는지 모른다. 충모는 아버지의 성격을 넘겨받아 당일군으로 일하는 지금도 자주 도투바위란 말을 듣군 하지만 놀랍게도 눈물이 많았다.
그러나 그를 참다운
1991년 자강도를 찾으신
《동문 바다가태생이고 군대에 나가서도 해병으로 복무한 사람인데 여긴 산밖에 없구만. 고향생각이 나지 않소?》
《어머니의 소원대로 장강군사람들이 벌방 부러운줄 모르고 잘살도록 힘껏 일하시오. 당일군의 락이야 인민의 심부름군이 되는거지.》
《지금은 이 군소재지가 리보다 못합니다. 군의 얼굴인데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답게 잘 꾸려야겠습니다.》
충모는
충모는 그후로 군내인민들과 한식솔처럼 지내며 기세충천하여 일해왔는데 이 고난의 시기에 방대한 건설을 벌리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등뒤에서 누군가의 발자국소리가 들려 돌아다보았다. 뜻밖에도 어머니였다.
《어머니, 왜 쉬지 않구 이렇게 나와요?》
《얘야, 큰 일을 앞에 두고 너무 걱정말어라. 이젠 너도 좀 쉬여야지.》
《예, 가자요.》
그는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발길을 옮기였다.
《어머니, 래일 궐기모임이 열리는데 어머닌 내가 사람들앞에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것 같은가요.》
《원, 군당책임비서두 모르는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네가 늘쌍 말하지 않았느냐.
충모는 그만 어머니의 좁은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이렇게도 작은 몸에 오직
이튿날 아침 군안의 로동자, 사무원, 청소년학생들이 기발과 구호판들을 들고 도로란 도로는 다 메우며 대렬을 지어 장강2호발전소건설장으로
파도처럼 밀려왔다. 등에 질통을 진 사람들, 삽과 곡괭이를 멘 사람들, 소랭이와 바께쯔를 든 가두녀인들… 북천강기슭의 펑퍼짐한 자갈밭과
풀판에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집결하여 방송차가 불어대는 전시가요에 마음이 들썽해져 떠들어댈 때 네댓명의
《동무들, 무엇이, 무엇이 두려워 이 연단에 나오지 못합니까? 물론 힘에 겨울거요. 그건 나도 압니다. 그렇지만 지금 나라의 긴장한
전력사정으로 군안의 지방산업공장들은 거의다 멈춰서고 밤이면 텔레비죤을 보는 집도 없습니다. 적들은 우리를 무조건 압살하자고 피눈이 되여
접어듭니다. 그렇지만 너는 죽어도 우린 산다는것이
충모는 작업모자를 꽉 움켜쥔 손을 머리우로 높이 쳐들고 힘있게 흔들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심장이 세차게 높뛰였다. 그의 격앙된 말에 호응하여 차츰 군중들이 웅성이기 시작하자 충모는 허공에 쳐들었던 팔을 쭉 내뻗치며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처마가 낮은 초라한 단층집들이 산자드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락이였다.
《우린 이제 저 고망년때의 볼꼴없는 집들도 헐어버리고 새로 전기화된 현대적인 살림집을 일떠세우게 됩니다.
우리 산골사람들이 전기로 밥을 짓고 방도 전기로 덥히면서 호강스레 산다, 한번 해볼만 한 일이 아니요. 언제 그런 날이 오는가,
반년후요! 래년 6월이면 틀림없이 그런 꿈같은 현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실태가 어떤가. 우리에게는 한꽁다리의 강재도 없습니다.
세멘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량도 부족하구 로력도 더 나올데가 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요. 그렇지만 우린 죽으나사나 기어코 해내야
합니다. 동무들, 우리 손으로 소석회공장과 용선로, 기와공장도 만들어놓고 결사전을 벌립시다. 나도 조선로동당원이고
충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군중속에서 한손을 버쩍 쳐들며 웨치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한마디 하겠수다.》
주철관공장 로동자였다. 전쟁로병인 그는 주먹을 부르쥐고 젊은이들처럼 패기있게 사람들속을 헤집으며 달려나왔다.
로인은 금시 마이크를 들이받을것 같은 기상으로 반백의 상고머리를 힘있게 쳐들면서 군중을 둘러보았다.
《난 긴말하지 않겠소.
로기능공이 통쾌하게 웨쳐대는 말을 듣고 군중들속에서 와-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충모도 머리를 내두르며 큰소리로 하하 웃었다. 그때 뜻밖에도 로병이 기운차게 부르는 노래소리가 북천강의 상공으로 쩌렁쩌렁 울려갔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비겁한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기를 지키리라
얼마후 궐기모임은 크나큰 흥분과 격동속에 끝났다. 모임을 마친 군중속에서 누군가 《동무들, 앞으로!》 하고 부르짖었다. 순간 여기저기에서 《앞으로!》 하는 웨침들이 터져나왔다. 청년들이 맨 선참으로 발전소건설지휘부 참모의 신칙을 받으며 어깨에 모래가마니를 둘러메고 연방 강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여들어 물막이를 하기 시작했다. 골재채취장들에서도 맹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충모도 처음 한동안은 젊은이들속에 끼여 모래가마니를 메고 달려다니다가 강뚝우에 올라서서 약골인 근로단체 일군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여보, 뭘하오. 빨리 불무지들을 피워놓소!》
《알겠습니다.》
근로단체 일군이 강변으로 급히 달려갔다. 충모의 홈빡 젖은 바지가랭이와 옷자락에서는 물이 좔좔 흘러내리였다. 군대때 해병으로 복무하며 파도세찬 갑판우에서 어지간히 단련된 그였지만 몸이 으시시해났다. 당초에 산골물이 차다는건 짝이 없었다. 힘꼴이나 꽤 쓰는 젊은이들도 몇번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손발이 시려 어쩔줄 몰라했다. 오한이 동한 내장을 덥힐 심산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손에 담배를 쥐고 걸탐스레 연방 들이빠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동안 강물속에 뛰여들어 바지런히 골재를 나르던 녀인들은 머리수건을 벗어 발에 감고 울상이 되여 퍼더앉았다가 근로단체 일군이 살군 불무지들이 확 피여오르자 부나비들처럼 그리로 와르르 몰려갔다. 순식간에 왁작 끓던 작업장은 텅 비고 사람들은 저마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곁에 모여들어 법석 떠들었다. 추위에 얼나간 처녀들도 부끄러움을 잊은채 까시시 닭살이 돋힌 매츨한 다리를 내들고 정신없이 불을 쪼이며 자리에서 일어날념을 못했다. 김충모는 더이상 녀성들을 찬물속에 밀어넣기가 애처로와 강변을 오락가락하는데 지휘부 참모가 뚱기적거리며 달려와서 다급히 말했다.
《이거 독감에 걸려 몽땅 넘어지지 않겠습니까?》
《글쎄 말이요. 무슨 방도가 없겠소?》
《물속에서 골재를 추는 작업을 관둡시다. 제가 한군데 골재터를 봐둔게 있습니다. 읍농장옆의 여울목에 자갈판이 쫙 깔렸는데 거리가 멀어서 운반이 걸립니다.》
충모는 그만 두눈을 번뜩이며 참모를 덥석 껴안았다. 천진한 아이처럼 이젠 살았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껄껄 웃었다. 모닥불옆에 모여앉았던 사람들은 군당책임비서가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영문을 몰라서 뜨아히 바라보았다.
《여보, 거리가 좀 멀면 뭐라오. 군소재지안의 딸따리와 손달구지, 우마차를 총동원하여 나르면 될게 아니요. 골재장에 굴착기도 한대 붙여주겠소. 어떻소?》
《비슷합니다.》
《됐소!》
충모는 참모의 어깨를 철썩 후려치고 돌아섰다. 그 길로 모닥불옆에 둘러앉은 사람들한테로 씨엉씨엉 걸어간 그는 이제부터 강물속에서 골재를 추던 일을 당장 중지한다고 손세를 써가며 력설했다.
《여기엔 물막이작업에 붙은 청년들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읍농장 여울목에 가서 골재를 날라와야겠소.》
금방 차거운 강물속에 들어가 일하며 혼쌀이 난 사람들은 충모의 말에 환성을 올렸다. 얼마후 읍농장으로 뻗은 좁은 길은 골재짐을 이고진 부녀자들과 학생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엇갈리며 붐비였다. 개중에는 우마차군들과 손수레, 딸따리를 부리나케 밀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물막이작업장에 그냥 남아서 어려운 전투를 치렀다. 충모도 그들과 함께 로동보호물자로 공급된 술을 한모금씩 부어마시면서 고되게 일했다. 하루종일 살을 에이는 강물속에서 일한 그는 날이 어두워지자 청년들에게 손을 버쩍 쳐들어보이며 《친구들, 래일 또 만납세!》 하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데 뜻하지 않았던 일이 또다시 곤죽이 되여버린 그를 들볶았다. 사무실 문밖에서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대여섯명의 아주머니들이 방안으로 우르르 따라들어와 개구리 끓듯 떠들어대였다. 이번에 새로 살림집을 건설하면서 철거하기로 된 강건너 단층마을의 녀인들이였다. 드살은 왜 그렇게도 센지, 금방 며느리가 해산하게 됐는데 어디로 가라는가고 어부재기를 치는 녀인이 있는가 하면 엄지돼지가 당장 새끼를 낳게 됐다면서 우는 소리를 하는 녀인도 있었다. 들어보니 모두 그러루한 가정잡사를 안고 찾아왔는데 아무리 알아들을만 하게 설복해도 곧장 제 말만 말이라면서 과따쳤다. 김충모는 진드기처럼 달려드는 녀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책상을 탕 울리면서 끝내 성을 냈다.
《아주만네들, 해산하게 된 며느리도 병원에 입원시켜주겠다, 전기난방화된 집을 지으면 선참으로 집도 주겠다고 하는데 뭐가 부족해서 앙탈이요? 내가 빌지 않소. 여섯달만 남의 집 곁방살이를 하면서 견디자구. 제발 내 말을 믿고 아무데건 가고싶은 집으로 마음대로 가오. 우리 집에도 오우다. 이웃사촌이라고 어디 한번 가까이 지내며 살아봅시다레.》
충모가 두팔을 내흔들며 안타까이 통사정해서야 녀인들은 겨우 못이기는척 하며 슬금슬금 뺑소니를 쳤다. 그들중의 누가 자기 집으로 이사를 오겠는지…
충모네는 당장 웃방을 내고 철거세대를 맞아들일 준비를 갖추었다. 그런데 오라는 사람은 오지 않고 왕청같은 일이 벌어져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이튿날 그가 온종일 발전소건설장에서 일하고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금방 밥상을 물리고 나앉아 담배를 붙여무는데 어머니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얘야, 요즘 우리 집에 웬 아주머니들이 그렇게도 많이 물마시러 오느냐?》
《어머니두, 사람들이 군당책임비서의 집에 허물없이 찾아다니면 좋은거지요.》
충모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내 그걸 모를 사람이 아니야. 물마시고는 나몰래 밥가마를 열어보길래 하는 말이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이요?》
충모는 청천벽력같은 말에 와닥닥 놀랐다.
얼핏보면 수다스러운 녀인들의 호기심이라고 할수 있는 일이였으나 어쩐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모두들 풀죽으로 연명하는 때에 군당책임비서집에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밥가마를 열어봤다는 말인데 인민들이 그렇게도 자기를 의심하는게 가슴이 아팠다.
이 일이 좀더 크게 번지면 군당책임비서가 송아지를 잡아먹고 기운이 펄펄해서 일한다는 말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란 번지기탓이였다. 그래, 내가 여태껏 인민들과 한가마밥을 먹는다고 부르짖은 말이 헛소리였단 말인가? 인민들과 그렇게 유리되여있으면서도 자기를 군당책임비서라고 자처해왔으니 참말로 어리석고 부끄러운 노릇이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