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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회)


제 1 장


동쪽도읍 서쪽으로 압록바다 접했으니

늙은 룡 위엄있게 큰 재주를 키웠으리

(리익의 악부시 《서압록의 노래》중에서)


(1)


고국천왕이 고구려 14대임금으로 등극한지도 어언 열두해라는 세월이 흐른 경오년(190년) 봄이였다.

이해에도 따스한 봄볕이 때맞추어 찾아드니 압록강을 낀 마을들에도 복숭아꽃, 살구꽃들이 만발하여 봄경치의 이채를 돋구고있었다.

그러기는 압록강의 남쪽에 자리잡은 서압록고을의 좌물촌(오늘의 평안북도 삭주군 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 조종의 산 백두산에 그 뿌리를 두고 서해로 흘러내리는 압록강에서 갈래를 친 아가위천 내가의 왼켠에 터를 잡았다고 하여 좌물촌이라 부르는 이 마을에 나이 예순을 넘긴 을파소가 살고있었다.

마을 한가녁에 있는 을파소네 집은 비록 초가집이기는 해도 꽤 큼직하고 집둘레에는 과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있었다.

한지붕아래서 많은 자손들을 거느리다보니 대대로 물려오는 낡은 집에다 여러채의 새 집을 잇대여짓고 그 둘레로 울타리삼아 복숭아, 오얏, 살구, 배 같은 과일나무를 가득 심어 그대로 과원속의 집인듯싶었다.

뿐더러 집짐승우리도 큼직하게 지었는데 그안에 수십마리의 닭과 말 두필, 황소 한마리 그리고 십여마리의 양도 있다.

어데 가나 풀판이 펼쳐진 고구려에서는 예로부터 양을 많이 치고있으니 맛좋은 고기와 질좋은 털가죽을 주는 이런 짐승을 을파소가 외면할리 없었다.

이 집의 구석구석마다에 잠시도 일손을 놓을줄 모르는 을파소의 깐진 손길이 가닿지 않은데란 없는것이다.

이 봄날 여느때 같으면 양과 소를 끌고 밭일을 나갔을 을파소가 오늘은 아침부터 가문의 모임을 벌려놓고있었다.

짬이 있을 때마다 두벌자식들의 손을 잡고 산책도 하고 옛이야기도 들려주던 집뜨락에 을씨가문의 사람들이 터져나갈듯 모여앉았는데 그들의 뒤에는 보기만 해도 소름을 끼치게 하는 형구까지 놓여있었다.

형구의 곁에는 억대우같은 두 사나이가 푸르딩딩해서 서있었다.

이들로 말하면 이 집에 매여사는 종들로서 을파소의 분부라면 불속에라도 뛰여들것이였다.

부자라고는 할수 없는 을파소가 종을 가질수 있은것은 그의 가문이 평민이 아니기때문이다.

을씨가문으로 말하면 한때 조정에서 재상을 한바 있는 조상까지 있는 오랜 귀족가문이라 이 집안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벼슬길에도 나설수 있고 탐욕을 부리면 큰 부자라도 될수가 있었다.

이런 귀족가문의 을파소가 농사나 짓는것은 가세가 기울어서도 아니고 나라를 위한 재주가 없어서는 더욱 아니다.

당초에 벼슬길에 뜻을 두지 않았던탓에 농사군이 된것이고 제힘으로 농사를 지어먹으려 하는탓에 부자가 될수 없은것이였다.

한눈에 집안사람들을 다 굽어볼수 있는 높은 자리에 을파소가 그들을 마주 향해 앉아있었다. 기름한 얼굴에 주름많은 넓은 이마, 짙은 눈섭, 둥그스름한 두눈, 보기 좋은 마늘코와 크지 않은 입, 꺼진 두볼…

어느 모로 보아도 마음이 후하고 너그럽게 여겨지는 늙은이다. 그런데 지금 을파소는 몹시 격분해하고있는것이다.

그는 다시한번 자기를 쳐다보는 집안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8촌까지의 을씨가문 식솔로서 을파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을파소는 후렁후렁한 비단옷속에 묻혀있는 막내동생 을소구를 노려보았다.

그러던 을파소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을소구를 겨누었다.

어찌나 격했던지 미처 말이 나가지 않았다. 그는 침을 모아 삼키고 나서야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너 일어서라.》

맨앞에서 널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흠흠해있던 을소구가 시퍼런 불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자기를 노려보는 을파소앞에 덴겁하여 목을 움츠렸다.

그럼 이 자리가 다름아닌 나를 겨눈 마당이란 말인가. 그런데 무엇때문에?…

두눈을 부릅뜬 을파소가 자라목을 하고있는 을소구에게 재차 소리쳤다.

《어서 일어서지 못할가?》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정신이 아찔하여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선 을소구는 울상이 되여 을파소에게 말했다.

《맏형님, 대… 대체 무엇때문에 그… 그러시오이까?》

을파소는 영문을 몰라하는 막내동생을 무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걸 모른단 말이냐? 내 그만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렀지, 가난뱅이도 사람이니 너무 못살게 굴지 말라구. 그런데 너 어떻게 했어, 엉?》

새까맣게 질렸던 을소구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혹시 부모나 다름없는 맏형에게 불효하게 군걸 따지려드는가 해서 마음이 한줌만 했던 을소구였다.

을소구에게 있어서 을파소는 맏형이기 전에 친부모와도 같은 존재였다.

을파소의 부모는 늙마에 본 을소구를 맏아들에게 맡기고 돌아갔다.

하여 을파소는 젖먹이 막내동생을 애지중지 키웠다.

제 자식보다도 막내동생을 더 업어주었고 농사일을 하여도 그만은 손에 흙을 묻히지 않게 하였다.

막내동생이 장가들 때에는 그동안 저축해두었던 돈과 재물을 몽땅 기울여 이웃마을에다 기와집도 지어주고 땅도 몇마지기 장만해주었다.

그렇게 정들이고 품들여 키운 막내동생이 어데서 배웠는지 갖은 협잡과 롱간질로 부자가 되였다.

부자가 된 을소구는 자기를 키워온 맏형의 은혜를 말로나 뇌이였지 언제한번 보답한적 없었다.

지어는 가문의 사당에 제를 드릴 때에조차 제물을 변변히 바쳐본 일이 없었다.

제것이라면 설사 자기를 길러준 맏형에게조차 꿍져두고 도리를 지키지 않는 고약한 을소구인것이다.

맏형이 노한것이 불효죄때문이 아닌것을 안 을소구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부자치고 가난뱅이들의 피땀으로 배를 불리지 않는 사람이 어데 있단 말인가.

그래서 수시로 찾아와 가난한 농군들의 피땀으로 제 몸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타이르는 을파소의 훈시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낸 을소구였다.

별일 다 보겠다는듯 흠흠해서 서있는 을소구의 태도에 격분한 을파소는 두주먹을 틀어쥐였다.

저놈의 속통은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이 형의 말을 귀등으로만 듣는것일가?…

돌이켜보면 부모가 착하더라도 그 자식들의 본성은 다 착한것 같지 않았다.

을씨가문이 힘을 합쳐 마련해준 밭에서 거두어들인 곡식을 친척들에게 꾸어주고는 반드시 리자까지 받아내는 놈이니 남에게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을파소는 틀어쥔 주먹을 떨며 부르짖었다.

《너 이놈, 어쩌면 그리도 인정이 꼬물만치도 없단 말이냐. 날로 악착스럽게 남의 재물을 빼앗다못해 남의 목숨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 어쩌면 네놈은 악한 심보만 타고난거냐?》

격한 나머지 을파소는 궂은일로 북두갈구리같이 된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볕에 타서 새까매진 주름많은 얼굴로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사실 을파소는 사람은 원래 악한 심보를 타고난다는 일부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악한 심보 절반에 착한 마음 절반을 타고난다는 말도 믿지 않았다.

오로지 사람은 어머니배속에서 착한 마음만을 지니고 나온다는 말을 진리로 믿어왔다.

그러나 막내동생을 놓고는 사람이 원래 악한 심보를 타고나온다는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막내동생이 악독한 심보만을 빼물고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악행만을 일삼겠는가.

을씨집사람들은 무섭게 분노한 을파소를 두려운 눈길로 쳐다보며 숨을 죽이였다.

지금껏 을파소는 당장 무슨 일을 칠듯 이처럼 무섭게 분노한적이 없었다.

집안사람들뿐아니라 동네사람들도 을파소라고 하면 부드럽고 온후한 늙은이로 알고있었다.

어려서부터 많은 글을 배워 모르는것이 없는 식자이고 덕행 또한 높기로 고을에 소문난 을파소였던것이다.

너무도 분해서 치를 떨던 을파소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선 을소구에게 또다시 손가락을 겨누었다.

《아직도 요즘 네가 저지른 죄행을 토설하지 못할테냐, 엉?》

을파소의 큰소리에 을소구는 속이 몹시 뒤틀렸으나 자기를 길러준 맏형이라 차마 대들지는 못하고 씩씩거렸다.

한번 크게 숨을 들이키여 격분을 좀 가라앉힌 을파소는 절절하게 말했다.

《내 너에게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주었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악한것을 누르며 착한것을 두드러지게 하라는 말을 열에 한번만이라도 새겨들었더라면 네 어찌 오늘의 이 지경에 이르렀겠느냐?》

사실이 그러했다.

을파소는 날마다 들려오는 소문이 좋지 않은 을소구때문에 집에 대사가 있을 때만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다니며 악한짓을 멀리하고 착하게 살라고 일러도 주고 꾸짖기도 하면서 속깨나 태웠다.

하지만 을소구는 하나도 달라진것이 없었다.

가책을 도무지 느낄줄 모르는 을소구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다시금 분이 치밀어오른 을파소는 두눈을 치떴다.

《너 이번에도 여러 집들에서 숱한 양과 땅까지 빼앗았다며?》

을소구는 뻣뻣해서 대꾸했다.

《빼앗은게 아니라 돈을 주고 샀소이다.》

《샀다구? 에끼, 이 덜된 녀석. 내 그만큼 일렀지, 밥술이나 먹으면 됐지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지 않게 하라구. 그런데도 네놈은 탐욕을 부려 가난한 농군들에게 빚을 지우고 빚값으로 땅을 빼앗고… 그래 그짓이 나라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그걸 모른단 말이냐?》

을소구는 도리여 얼굴이 시퍼래가지고 을파소를 마깝지 않은 눈길로 마주 바라보았다.

그 꼴에 을파소는 버럭 소리를 쳤다.

《이놈아, 너같은 놈때문에 민심이 나빠지고있단 말이다, 민심이…》

을파소는 어느 한시도 모든 일을 나라와 결부시켜 생각해보지 않은적 없었다.

을소구가 볼부은 소리를 질렀다.

《난 땅을 사들일 때마다 반드시 관가의 허락을 받고 했소이다. 그런데도 형님은 내가 국법을 어기고 민심을 어지럽힌다고 하니 너무하오이다.》

조금도 가책을 느낄줄 모르는 을소구의 태도에 을파소는 주먹을 내흔들었다.

《뭐가 어째?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도 농군들이 땀흘려 지은 낟알을 박박 긁어가다못해 남의 땅까지 빼앗고도 뭐 할 소리가 있어? 그건 그렇고, 너 검은산너머의 온정(온천)을 네 차지로 만들었다는데 그것도 사실이렷다?》

을소구는 뾰족한 턱을 어루만지며 대꾸했다.

《그렇소이다. 그것도 관가의 허락을 받았소이다.》

그 말을 듣느니 처음인 집안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술렁거렸다.

온정을 샀다는건 무슨 말인가. 땅속에서 저절로 뜨거운 물이 솟구쳐오르는 온정에서는 예로부터 주인이 따로없이 누구나 목욕을 하며 병을 고쳐왔는데 그것을 사들이다니 웬말인가?

을파소는 소태를 씹은듯 쓰거워진 입을 다시며 말했다.

《네놈이 온정을 독차지하고 그것으로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렷다?》

을소구의 대답은 뻔뻔스럽기 짝이 없었다.

《세상에 주인없는것이 어데 있겠소이까. 관가에 큰 돈을 내고 산 온정이니 그게 이젠 내것임은 정해진 리치가 아니겠소이까.》

그 대답질에 사람들은 아연해서 서로 쳐다볼뿐이였다.

한참만에 을파소의 첫째동생인 을수지가 막내동생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이놈아, 그럴것 없이 온 고을의 우물이랑 개울까지도 다 사들여라. 그럼 더 큰 돈낟가리우에 올라앉을게 아니냐.》

아낙네들도 소리쳤다.

《길도 하늘까지도 다 사가지라요, 다!》

을소구는 아낙네들을 쏘아보며 씩씩거렸다.

을파소는 을소구에게 당장 매를 안기고싶었다.

불같이 황황 타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을파소는 말했다.

《하나 더 묻겠다. 네가 죽자살자하는 젊은 남녀를 한날한시에 죽게 하였다는데 그것도 사실이겠다?》

을소구의 목대에서 왕지렁이같은것이 꿈틀거렸다.

《거렁뱅이들이 내돌리는 소리는 하나같이 입삐뚤어진 요설이라 곧이 들어선 안되오이다.》

을파소는 을소구에게 소리쳤다.

《똑똑히 까밝혀라.》

《까밝히라면 못할줄 아오이까?》

을소구는 목을 좌우로 비틀며 씩씩거렸다.

《올해 들어와 몸이 불편해진 안사람이 손발이 빨랑빨랑한 젊은 부엌데기를 쓰겠다기에 젊은 계집을 한명 데려왔소이다. 그런데 내 심부름군녀석이 그 계집의 몸을 다쳐놓을줄이야 어찌 알았겠소이까. 몸을 망친 계집은 수치를 참을수 없어 물에 빠져죽었소이다. 그 계집이 죽으니 그와 죽자살자 정분이 났던 총각녀석이 달려와 내 심부름군녀석을 죽도록 두들겨팼소이다. 그리고는 계집이 빠져죽은 바로 그 물에 그녀석도 빠져죽었소이다.》

너무도 격분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을파소가 부르짖었다.

《이랬든저랬든 그 애들이 죽은건 다 네놈때문이 아니냐. 네놈이 도리를 아는 사람이였다면 네 심부름군놈이 그런 짐승같은짓을 저질렀겠느냐?》

을소구는 악이 나서 맞대들었다.

《보아하니 날 잡아죽이자고 그러는것 같은데 그래 날 잡아죽인다고 해서 형님이 리득볼게 뭐가 있소이까. 참말 답답하오이다.》

그러더니 을파소에게 삿대질을 하며 목청을 돋구었다.

《세상리치에 통달했다는 형님이 왜 이 모양이오이까? 지금 이 시각에도 조정의 권세를 쥔 어비류나 좌가려 같은 대신들은 남의 땅과 재물을 크게 빼앗고 사람들도 마구 죽이고있다 하오이다.

그렇지만 나라님은 그들을 충신이라 여겨 소중히 쓰고있지 않소이까. 그들은 대궐처럼 붉은 기와를 얹은 요란한 큰 집에서 살고있는데 도읍엔 그런 부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하오이다. 그런 큰 부자들은 내놓고도 도처에 수많은 작인들을 부리면서 수십필의 말과 소, 수백수천마리의 양 그리고 수십명의 노비를 둔 부자들은 얼마든지 있소이다. 그들은 떡과 고기붙이조차 맛이 없다 하고있소이다.

그러나 우리 가문은 어떠하오이까. 임금님의 총애를 받은 이름난 재상까지 나온 당당한 귀족가문인 우리 집안이 말이오이다?

을씨가문에서 맏형님에게 재산으로 물려준것은 기껏 열댓마지기의 땅과 두어필의 소와 말, 십여마리의 양에 형님이 전장으로 나가서 상으로 받아온 두명의 종이 전부가 아니오이까. 그래서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재산이 부족하여 하는수없이 그 많은 식솔이 한추녀아래에 오구구 모여살수밖에 없었소이다.

맏형님처럼 벼슬을 등지고 제 육신이나 놀려서 살다가는 아무리 귀족가문일지라도 시골부자들한테까지 짓밟히지 않나 두고보시오이다.》

을파소는 기가 막혀 숨조차 바로 쉴수 없었다.

사실 막내동생이 지은 죄를 권세를 부리는 관리들에게 비기면 새발의 피라고 할수 있었다.

지금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고있는것은 조정이 썩고 병든탓이였다.

물고기는 대가리부터 썩는다고 고을들에서 관리들의 악행이 날로 심해지고있는것은 전적으로 탐학무도한 조정대신들때문이라고 할수 있었다.

요즘 들려오는 소문은 보다 좋지 않았다.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어비류와 좌가려네 패거리의 악행을 본받아 도처에서 권세를 쥔 관리들과 그 심복부하들이 남의것을 닥치는대로 빼앗고 이에 불응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죽인다는것이다.

그것이 이제 와서는 이 나라 관리들과 부자들의 풍조로 되여버린듯싶었다.

도읍에만도 남의것을 빼앗아 놀고먹고 사는 부자가 무려 만명을 넘고 그때문에 부자들에게 매인 작인들이 가져다바치는 쌀과 재물을 실은 짐수레들이 날마다 거리를 누비고있으니 국력이 어찌 강화될수 있단 말인가.

옛적에는 동명성왕을 도운 개국공신일지라도 국법을 어기고 남의 재물과 남의 사람을 빼앗으면 파직시켰다는데 오늘은 왜 이 모양일가. 이래가지고서는 나라를 유지할수 없다는것을 임금도 모를수 없겠는데…

을소구를 쏘아보며 을파소는 생각했다.

저놈에게 어떤 벌을 주어야 그 몹쓸 버릇이 뚝 떨어질가.

잠시 동안이 흐르니 격했던 감정이 한결 누그러드는상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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