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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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이가 자강도에 내려간지 열흘이 가까와올무렵 서기실장이 들고 들어온 문건을 한장한장 조용히 번져보시던
태혁이 이번 전투기간 대담하게 29개 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할 목표를 세웠지만 몇몇 일군들속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여 합의를 보지 못한채 올려보낸 문건이였다.
전투목표가 너무 높단 말이지?
혹심한 식량난에 처해있는데다 그 방대한 공사량을 제낄수 있는 세멘트와 강재, 발전설비 모든것이 부족하지 않는가. 더우기 혹한속에서 동기전투를 진행할 조건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고 실정에 적합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것이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였다.
태혁이가 너무 주관적인 욕망을 앞세우고있는가? 힘에 부치게 높이 세운 전투목표는 대중의 의욕과 분발심을 불러일으킬 대신 도리여 역효과를 초래하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29개 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해야 그곳의 공장들과 주민세대들에 필요한 전력을 원만히 보장할수 있지 않는가. 그렇게 해야만
자강도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가 열렸다고 할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전투를 진행한 보람이 없게 된다는 무거운 생각에 잠겨 집무실안을
거닐던
지난 7월 함경남도에서 송전만일대에 자체로 1 000정보의 소금밭조성을 제기해온 문건에 비준해주셨던 일이 떠올라 책상앞으로 다가서며 함남도당 책임비서를 전화로 찾으시였다.
《책임비서동무, 동무네 소금밭이 어떻게 되여갑니까?》
《내 전번엔 일이 바빠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동무들이 어떤 타산을 가지고 송전만의 소금밭문제를 들고 나왔습니까?》
이미 오래전에 저지른 잘못이기도 하거니와 이제 와서 그들의 결함을 추궁하면 일군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때 신심을 잃고 주눅이 들어버릴수 있다는 생각이 고통스럽게 밀려드시였다.
잠시후
《그 동무들이 왜 그랬답니까?》
《사나운 바다물이 무시로 들락날락하는 80리구간의 해안에 방파제를 쌓고 1 000정보의 소금밭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방대한 공사량을 제낄만 한 륜전기재들과 자재, 로력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무들은 할수 있단 말이지. 그때보다 몇곱절 조건이 불리한데도 말이요.》
우리 함남도는 전국에 소문을 내면서 대규모의 현대적인 2. 8비날론공장을 건설한 도가 아닙니까.》
《그래, 그렇지!》
《결론은 명백했습니다. 우둔한게 범잡는다고 좀 베차긴 해도 전 소금밭을 조성할 결심을 하구 도당확대집행위원회에서 토론했습니다. 처음엔 예상한대로 케케묵은 잡소리들이 귀아프게 울려나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소?》
한바탕 사상투쟁의 불을 걸고 현지에 나갔더니 글쎄 모두들 얼굴이 벌개서 〈이거 우리도 죽으나 사나 하긴 해야겠구만!〉하질 않겠습니까.》
(역시 영낙없는 함남도기질이로군!)
《그래 받아물더란 말이지?》
《받아물지 않고 견뎌냅니까.》
《책임비서동무가 되게 달궜구만. 하긴 함남도사람들앞에선 좀 드세게 놀아도 괜찮아. 한매 얻어맞았다고 주눅이 들 사람들이 아니니까.》
정말 함경남도 인민들이 통이 크게 일을 제낄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이 든든해지시였다.
《동무들이 고난의 행군시기에 송전만에 소금밭을 만들면 대단하오. 광복후 우리 나라에 염전이 모두 600정보밖에 없었소. 그게 모두 서해안에 있는 소금밭이였단 말이요. 동해안과 내륙지방 사람들이 해마다 그것을 힘들게 날라다 먹다보니 늘쌍 소금이 발랐지. 이제 동무네가 송전만에 1 000정보 소금밭을 만들기만 하면 소금부자로 될수 있소. 그래 공사엔 언제 착수할 작정이요?》
책임비서가 조금도 주밋거리지 않고 여전히 쇠소리나게 대답올렸다.
《한주일후 2 000명 돌격대를 무어 냅다 밀자고 합니다.》
《2 000명이란 말이지…》
잠시 생각에 잠기셨던
《좋소. 처음엔 2 000명 규모로 공사를 하다가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가면 로농적위대를 수만명 비상동원하는게 좋겠소. 처음부터 판을 크게 벌리지 않고서는 방대한 작업량을 제끼지 못하오.》
《알겠습니다.
책임비서의 흥분된 목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저렁저렁 울렸다.
《공사과정에 애로되는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직접 제기하시오.》
《저희들은
《책임비서동무. 앞으로 공사과정에 예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난관들이 제기될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위험한것은 일군들속에서 나타나는
패배주의요. 우린 모든것이 부족한 이 준엄한 시기에 패배주의의 사소한 요소도 허용하지 말고 어떤 일이 있어도
농업위원회 일군들이
《태혁동무, 함경남도에서 소금밭을 만든다는 말을 들었소?》
태혁은
《함남도말입니까?》
《그래 함남도요.》
《전 금시 초문입니다.》
《그 동무들이 엉큼하거든. 소문없이 자기 도의 력량으로 송전만에 1 000정보의 소금밭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한테 제기해왔소. 80리구간의 해안에 제방을 쌓아 바다물을 막고 소금밭을 만든다는게 결코 헐치 않소.》
태혁은 깜짝 놀라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럼 우리 강계시만큼한 소금밭을 만든단 말입니까?》
《그렇소. 정말 어벌이 크게 달라붙었소. 그 동무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오? 자강도사람들한테서 힘을 얻었다고 하오. 태혁동무, 지금 온 나라가 동무들을 쳐다보며 일을 하고있소.》
《예?》
놀라움과 감격이 어린 태혁의 목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렸다.
《그 송전만의 소금밭이 1986년
《옳소. 그때 자강도에서도 몇해 중소형발전소들을 건설하다가 중단했지. 지난 시기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아나서는 패배주의때문에
《참, 내가 이전에 동무에게 수영을 배우라고 하던 일이 생각나오?》
태혁이가 정무원에서 사업하며 분망한 나날을 보낼 때였다.
여불없는 《땅크》였지만 저렇게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고서야 얼마 견디여내겠는가. 그 일이 가슴에 맺혀
옛 친위전사가 이러구야 유사시에 싸워내겠는가, 체통값을 못해! 하며 가볍게 웃어주신
태혁은
태혁이가 물속에만 들어가면 숨넘어가는것처럼 헤덤볐다치니 어쩌는수가 없으시였다.
《그러니 수영을 배웠단 말이요?》
태혁의 제법 뽐내는듯 한 말에
《됐소! 태혁동무, 발전소건설이라는건 한절반 물과의 싸움이라고 할수 있는데 책임비서가 물만 보면 겁내는 사람이여서 어쩌랴 하구 난 은근히 걱정했댔소. 수영문제도 해결됐겠다. 이젠 발전소건설에 달라붙으면 되겠구만. 동무네 전투목표가 올라왔으니 스위스에 갔다온 기술자대표단의 사업총화도 지어야지.
성하부부장과 동무는 전투장을 뜨지 말고 공사를 힘껏 내미시오. 대표단성원들에게 과업을 주어 필요한 조치는 곧 취하겠소.》
태혁이와의 그 흥겨운 이야기로 한결 마음속이 밝아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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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데 왜 아직도 종무소식인가?… 평양전력설계사업소의 원자력발전소 로설계가 리경훈은 요즘 앉으나 서나 그
이번 해외출장지에서의 한주일, 그 기간은 경훈이가 한 당일군의 생활을 통해
리경훈은 당일군이면 태혁이와 같이
《경훈선생, 이번에
《압니다. 평양을 떠날 때 문성태비서동지가 말해주더군요.》
《나도 그랬으리라고 짐작합니다만 오늘 이렇게 다시 묻는건 선생의 임무가 중요하다는걸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대표단의 기본사업은 어디까지나 이 나라의 중소형발전소들에 대한 료해가 아닙니까?》
《옳습니다. 난 그래서 선생과 같은 고명한 발전소설계가와 함께 있고싶습니다.》
태혁은 상의를 벗어 옷걸개에 걸면서 빙긋이 웃었다.
《선생, 우리 꼬니나 한판 놀지 않겠습니까?》
경훈은 장기라면 몰라도 대표단 단장이 위신없이 꼬니를 놀자니 놀랐다. 그는 꼬니판을 가운데 놓고 태혁이와 마주앉으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몸집이 우람한 태혁이가 곰이 가재잡이 하는것처럼 쬐꼬만 꼬니를 조심조심 옮겨놓는 모양은 가관이였다.
경훈은 그 흥미없는 꼬니를 통해 태혁이가 여간 세심하고 침착한 일군이 아님을 알게 되였다. 태혁이와는 이야기할 재미도 있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신통히도 제네바에 한번씩 출장왔던 사람들이였다.
그로 하여 이틀밤은 침대에 누워 심심치 않게 보냈다. 첫날밤은 리경훈이가 경수로건설을 위해 조미실무자급 대표로 제네바회담에 참가한 이야기를 자초지종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 이후 여러차례 실무자접촉에 나가서 활약한 경훈은 스위스의 원자력발전소참관을 목적으로 왔지만 적들의 음흉한 책동때문에 경수로의 전망은 막연하다고 울분에 차서 말했다. 태혁은 워낙 도량이 큰 일군인지라 한참 경훈의 말을 심중히 듣고나서 그래도 마감까지 인내성을 보여주는것이 우리의 립장이 아닌가며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날 밤 경훈은 전등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며 태혁에 대해 생각했다.… 왜 저 사람은 저리도 여유작작한가. 그가
믿고있는것은 경수로가 아니라 오로지
이튿날 태혁은 자기 차례가 되자 오진우무력부장의 고집불통때문에 스위스행각을 한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통을 터뜨렸다.
《우리 정무원에서 생산한 통다이야가 말썽거리가 됐지요. 무력부에선 다이야의 질이 높지 못하다거니 우린 일없다거니 하며 옥신각신이 벌어진것이 오진우무력부장의 귀에 들어가서 노발대발했댔지요.
오진우무력부장이 사람을 한번 잘못 보면 좀체로 풀리나요. 결국 내가 그 범같은 무관의 조준경속에 들어간셈이였습니다. 정말 진땀이 나는
때였는데
태혁의 이야기는 비록 짧았지만 경훈은
경훈은 태혁이가 무척 부럽게 생각되였다. 스위스참관을 마치고 떠날 때 그는 태혁이의 손을 잡고 《책임비서동무,
태혁이가 그를 마주보며 적들과의 담판에서 이기고 경수로도 받아내자고 하자 경훈은 《우린 그보다 자력갱생으로 이길겁니다. 주패장은 책임비서동무의 손에 쥐여있습니다.》라고 했다.
지금도 태혁이가 전력문제해결의 전초선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경훈의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 경훈은 한동안 창문밖에 물끄러미 시선을 팔고 앉았다가 와뜰 놀랐다. 갑자기 소장이 출입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경훈동무, 어서 떠날 준비를 하오.》
소장은 밑도끝도없이 독촉을 하고 재차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경훈은 마침내 자강도에서 전투목표가 올라왔음을 깨닫고 심장이 세차게 울렁이였다. 잠시 거울앞에서 옷매무시를 살펴본 경훈은 이만하면 됐다! 하고 얼른 밖으로 뛰여나갔다. 이미 소장과 기사장이 승용차에 올라서 초조히 내다보았다. 그들은 곧 당중앙위원회를 향해 떠났다. 분명 대표단의 사업총화일것이다. 그런데 소장은 왜 함께 가는지 알수 없었다. 얼마후 그들이 당중앙위원회에 도착하자 대기실에서 스위스에 대표단으로 파견되였던 성원들만 아니라 안변청년발전소건설을 책임지고 완공한 무력부 일군들과 평양화력발전소 부지배인도 기다리고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태혁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