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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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지휘부성원들이 밤새워 전투목표를 론의했지만 시원한 결말이 없이 말씨름질로 끝나버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엔 우선 론의의 출발점부터 잘못된것 같소. 그러니 네뿔내뿔 각이한 주장과 의견들이 나올수밖에 있소? 우린 어떻게 하면 이 자강땅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제낄수 있겠는가 하는데 기준을 두고 전투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동무들이 합의를 보지 못했으면 좋습니다. 내가 의견을 내놓겠으니 토론해봅시다. 난 강계시와 장강군, 성간군에 29개의 발전소를 건설하자는것이요. 어떻소?》
《예?》
상무책임자가 두눈을 흡뜨며 깜짝 놀랐다. 그가 갑자기 몸을 뒤로 제끼는 바람에 깔고앉은 의자다리가 부러질것처럼 삐거덕거리였다. 지휘부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연하여 입을 딱 벌렸다.
《책임비서동지, 한개 발전소의 설계만도 빨라서 2~3개월이 걸리는데 6개월동안에 어떻게 29개의 발전소를 건설합니까. 세멘트와 강재, 발전설비 모든것이 부족한 형편에서 말입니다.》
상무책임자는 억이 막혀 더 말을 못했다.
《알구 있소. 그렇지만 우린 죽으나 사나 해내야 하오. 29개 대상의 발전소를 건설하여야 우리 자강도가 살아갈수 있고 명실공히 이
자강땅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가 열렸다고 말할수 있기때문이요. 이건 나의 의사가 아니라
《책임비서동지.》
상무책임자가 한참후에야 기눌린 소리를 하며 정색해서 일어났다.
《이젠 알만 합니다. 한가지 제기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기계공장설계실의 림준동무를 데려와야 할것 같습니다. 최덕삼로인도 그 동무가 오래동안 자강도중소형발전소건설대 부대장일을 맡아해서 이런 물계에 귀신이라고 합니다.》
태혁은 장관우한테서 들어 대체로 림준에 대한 파악이 있었다. 그런데 림준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두세번이나 련락을 띄웠지만 중소형발전소건설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그가 오늘까지 나타나지 않자 성이 독같이 오른 장관우는 이따위 안하무인이 당증을 메고있다는게 말이 되는가, 당장 덜미를 잡아오겠다면서 기계공장으로 찾아떠났다. 그러나 태혁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상무책임자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알겠소. 오늘중으로 문건을 속히 작성하시오. 문건이 완성되면 최종적으로 도당집행위원회에서 토론하겠소. 재삼 말하지만 우리는
《저, 그럼…》
상무책임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문건을
《그렇소. 지금 우리의 전투는
순간 갑자기 방안의 무겁던 분위기가 달라지며 사람들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휘부성원들의 얼굴에 밝은 기색이 확 피여났다.
《그러니만큼 우리는 이번 전투를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책임적으로 결속해야 합니다. 우리 자강도에 발전기생산기지가 없지만 난 발전기도 장강군에서 새로 건설할 발전소들에 놓을 300㎾짜리 2대와 100㎾짜리 10대만 대안중기계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는 전부 도안의 공장기업소 로동계급에게 호소하여 자체의 힘으로 만들자는거요.》
지휘부성원들은 이미 면밀하게 타산한 태혁의 결단성있는 말에 기꺼이 찬성해나섰다.
《저, 그런데…》
이번에도 상무책임자가 두눈을 가느스름하게 쪼프리고 앉았다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장강군 문암발전소의 2 000㎾발전기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게 좀 난문제요. 2 000㎾짜리는 15년전 강계청년발전소 동무들이 달라붙어 씨름질하다가 줴버린 발전기인데… 우리가 이 고난의
행군시기 자력갱생하여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힘들다고 대안중기계에 의뢰하겠소? 아무리 힘겨워도 문암발전소의 2 000㎾짜리는 우리 힘으로
해결합시다. 난 이왕이면 일을 해도 빛이 나게 하자는 생각이요. 자강도로동계급이
자체로 2 000㎾발전기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때였다. 무심중 출입문옆의 장의자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사람에게 시선이 미친 태혁은 그만 눈이 뎅그래졌다. 누구인가 했더니 뜻밖에도 전력공업부 부부장 리성하였다.
《아니, 부부장동무가 어떻게…》
리성하는 무척 반가와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태혁에게 점잖게 손짓해보였다.
《어서 말씀을 계속하십시오.》
《난 할 말을 다 했습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왕림하셨소?》
태혁은 부부장과 악수를 나눈 손으로 안경다리를 잡고 검붉은 얼굴에 수더분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부의 다른 사람들도 례절바르게 앉아서 태혁이가 귀빈처럼 친절히 맞아주는 리성하를 눈여겨보았다. 리성하가 누구인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틀진 행동거지며 풍채로 보아 상당한 직위에 있는 일군임을 어렵지 않게 직감할수 있었다.
《그럴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그렇소? 이거 정말 반갑구만. 부부장동무가 이렇게 내려오니 마음이 든든해지오. 아무튼 잘 도와주시오.》
태혁은 또 한번 리성하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전력공업부문의 실력자인 리성하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있는지라 태혁은 배짱이 맞는 일군이 왔다고 여간만 기뻐하지 않았다. 이전에 여러개 대상의 큰 발전소들을 책임지고 건설한 경험도 있겠다, 리성하와 마주앉으면 일할 멋이 있고 해결하지 못할 난관도 없을것 같았다.
《제가 뭐 도와드릴게 있겠습니까. 책임비서동무가 어련히 잘 주관해서 하시겠는데요.》
《너무 겸손한 말 마시오. 나야 발전소건설에서는 초학도나 다름없지 않소. 우린 지금
《아니, 난 벌써 여기 앉아서 다 들었습니다. 책임비서동무의 완강성과 락관주의에 탄복할뿐입니다.》
리성하는 금방 론의된 전투목표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시종 호인다운 웃음을 지으며 앉아있다가 마침 방안으로 성급히 들어온 장관우와 반갑게 인사말을 나누었다.
장관우는 전력공업부 부부장과 소꿉시절의 동무이고
《부부장어른이 고생하게 됐구만. 우리한테 와서 꽤 견디여내겠소?》
태혁은 자강도의 어려운 형편을 념두에 두고 시까스르는 장관우말에 빙긋이 웃으며 화제를 딴데로 돌리였다.
《부위원장동무, 림준동무를 만나러갔던 일은 어떻게 됐소?》
태혁의 물음에 장관우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범잡으러 갔다가 범한테 물린게 아니요?》
《원, 헛걸음만 했수다. 글쎄 공장에 찾아가니 오늘따라 대휴를 받고 나오지 않았더군요.》
장관우는 푸 한숨을 내쉬고나서 리성하를 흘끔 쳐다봤다.
《옛날 중소형발전소건설대 부대장을 하던 림준이 말이요. 그 친구가 찔통을 부리며 불러도 나오지 않아서 이러잖소. 도대체 뭘 믿고 이따위 배짱놀음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요. 모가지가 두셋되는가봐.》
림준이라고 하면 리성하도 모르지 않는다. 리성하는 지난 시기
《그때의 젊은 부대장…》
리성하는 한동안 혼자생각에 잠기였다.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얼굴로 앉아있던 그가 장관우의 말에 긍정했다.
《사실은 그 동무만 한 적임자가 없지요.》
《그런데 어디 얼굴이나 내미오? 오늘 기계공장에 나가보니 공장도 말이 아니더군. 주병호지배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자동선을 개조한다,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위한 돌격대도 뭇는다 하며 볶았다치지만 공장사정이 웬간해야지요. 앞으로 자동선만 완성하재도 아름찬판에 자체로 발전소와
살림집도 건설하며 생산계획은 어떻게 하는가구 모두들 혀를 차더군요. 우리가 이만한 고난을 이겨내지 못하면
워낙 성미가 과격한 장관우는 얼굴이 벌개서 속에 있는 말을 말짱 털어놓았다.
태혁은 장관우의 말에 가슴이 답답했으나 이럴 때 마음이 흔들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리성하를 마주보며 흔연히 말했다.
《부부장동무, 보다싶이 우리 형편이란 이렇소. 이젠 숙소에 가서 려장이나 풀고 오늘은 좀 쉬시오.》
리성하의 거처를 림시 도당합숙에 정할 심산으로 지휘부를 나서던 태혁은 문득 부부장의 어머니가 늙도록 고향을 뜨지 않고 강계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일이 떠올라 발길을 멈추었다. 혹시 부부장이 늙은이의 고적한 생활을 위로해드릴겸 어머니집에서 류숙했으면 하지 않겠는지…
하지만 태혁은 부부장의 얼굴에서 아무런 별다른 기미도 찾아보지 못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대체로 늙은 부모를 끼고있지 못한 자식들의 마음이 다 그러하듯이 리성하에게도 어머니로 하여 남모르게 겪는 고심이 없는지, 괜히 남의
괴로운 심정을 다쳐놓으면
2
(1)
《저쯤에다 차를 세우오.》
북천강기슭의 큰길에 승용차를 세운 장관우는 한손을 옆구리에 짚고 삼봉산언덕받이에 제비둥지처럼 붙은 단층집들을 올려다보았다. 이 근방 어디에 림준이네 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그는 누구한테 물어보면 정확히 알수 있을런지 몰라 잠시 두릿두릿 눈을 팔았다. 마침 몇채의 단층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비좁은 골목길로 절룩거리며 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한쪽엔 멜가방, 다른쪽 어깨에는 불룩한 망태기를 갈라멘 그의 걸음새가 눈에 익어 자세히 바라보니 그가 바로 림준이였다. 장관우는 한참 부지런히 그를 뒤쫓아올라갔다. 사오십평가량의 꽤 넓은 터밭이 달린 단층집마당안에 들어선 림준은 어깨의 멜가방과 망태기를 퇴마루에 벗어놓으며 《여보!》 하고 큰소리로 안해를 불렀다. 집안에서 급히 달려나온 체소한 녀인이 망태기를 헤쳐보며 반색을 했다.
《아니 어디서 산나물을 이렇게도 많이…》
《오늘은 대응산에 갔던김에 품 놓구 뜯었지.》
요즘은 식량이 바른 때여서 뉘집에서나 푸성귀로 때식을 보태며 근근히 살아간다. 림준이도 그 망태기안의 산나물이 큰 량식이나 되는것처럼 히죽이 웃으며 어망결에 장관우가 서있는쪽을 피끗 돌아다보았다. 무슨 일로 도행정위원회 부위원장이 갑자기 자기 집으로 찾아왔는지 짐작 못할리 없는 림준은 별로 반가와하는 기색이 없이 어줍게 인사말을 건늬였다.
《부위원장동지가 어떻게 우리 집엘 다 오셨습니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림준의 입에서는 술냄새가 시큼하게 풍기였다. 어느 집에 가서 장례를 치르고 온 사람의 행색이였다. 그렇지 않으면 뭣때문에 멀쩡한 대낮에 산에 가서 술마셨겠는가.
《한잔했구만.》
《예, 마셨지요… 들어갑시다.》
림준은 토방에 외지팽이를 세워놓고 장관우를 방안으로 모셔들이며 량해라도 구하듯 말했다.
《안됐습니다. 우리 집 꼬락서니란게 루추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라오. 지금은 이런 집에서도 마음만 굳게 먹고 고난을 뚫고나가면 장땅이요.》
《그렇지요. 집 뜯어먹구 살겠습니까.》
림준이네는 워낙 강계시의 중심지인 부창동아빠트에서 살다가 터밭을 보고 단층집과 세번씩이나 바꿔치기를 하며 밀려온 곳이 여기 류동 한끝의 가파로운 산비탈이라고 했다. 터밭농사로 근근히 식량을 보탬하며 살아가는 가정이다보니 마당엔 정성껏 가꾼 가을남새와 당추, 줄당콩넝쿨이 우거졌지만 집안은 도배지도 미처 바르지 못한 토벽이 시뻘겋게 드러나있었다. 우그러든 모자채양처럼 볼품없이 드리운 처마, 반나마 허물어진 토방… 될대로 되라고 내버려둔듯 한 그 모든것들에서는 림준이네 일가가 겪고있는 각박한 생활의 실상이 가슴아프게 안겨왔다.
혹시 이것이 생활난에 쪼들려 예전의 건설대 부대장 면모를 잃어버린 림준의 흐리터분한 정신상태를 보여주는것이 아닌지… 림준이가 몇번씩 련락을 받고도 발전소건설지휘부에 나타나지 않는걸 봐선 자기의 예측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림준동무, 지휘부엔 왜 나오지 않소. 동무도 우리한테 어떤 중요한 과업이 떨어졌는지 알지 않소?》
림준은 숫제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널직한 이마에 하관이 빠를사한 얼굴의 두드러진 코날, 예리한 눈길… 그는 어느모로 보나 예민하고 강단있게 생긴 사람이였다. 림준의 두눈에서 영문모를 눈물이 사납게 번뜩이였다.
《저기 대응산꼭대기에는 (림준은 열려진 문밖으로 한팔을 힘있게 내뻗쳤다.) 자강도중소형발전소건설에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친 건설대
림준은 취기가 올라 시뻘겋게 피진 눈으로 그를 지릅떠보았다. 너무도 뜻밖의 공격을 당한 장관우는 말문이 막혀 《어험-》 하고 헛기침을
내깇었다. 장관우는 정말 그때의 성실한 건설대
열아홉살에 고중을 마치자 허름한 배낭을 지고 동신군 생리발전소건설장에 진출한 림준은 일년만에 건설대 부대장으로 발탁되여 맹활약을 한 자강도의 첫 중소형발전소건설자였다. 그때 건설대는 하나의 발전소를 완공하면 전기불이 환히 켜진 정든 마을과 헤여져 천막과 화식도구들을 소달구지나 발구에 둥덩산같이 처싣고 다시금 천고의 원시림이 설레이는 어두운 골짜기로 깊숙이 찾아들어갔다.
로동당시대의 광명을 끌어오는 사람이란 남다른 긍지와 자랑!… 그 값높은 영예로 심장을 불태운 보람찬 건설의 나날 림준은 뚜껑에 《산정의 랑만》이라고 멋들어지게 휘갈겨 쓴 일기장의 자작시를 휴식참에 자주 읊어 《건설대의 청년시인》으로 소문났지만 장차 시인이 되고픈 욕망은 전혀 없었다. 단지 건설대원들이 누리는 창조의 기쁨과 희열이 갈피갈피 뜨겁게 스며있는 일기장이였기에 늘쌍 배낭안에 소중히 넣어가지고 외진 산골로 찾아다니였다. 그는 문암발전소공사때 돌사태에 깔려 불구의 몸이 되였지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스물다섯의 애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지팽이를 짚고도 발전소건설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쁨때문에 웃으면서 병원문을 나섰던 건설대 부대장… 림준은 그후 중소형발전소건설의 중단으로 건설대가 해산된 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아, 그러니 나한테 남은것이란 무엇인가? 이 병신된 몸뚱아리뿐인가! 반질반질 손때가 묻은 림준의 지팽이에는 그처럼 허무하게 끝나버린 인생이 서글프게 찍혀있다. 그 가실길 없는 마음속 아픔, 괴로움을 리해해준 사람도 너무나 적었다.…
장관우는 벌써 여러해동안 도행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사업하며 언제 한번 림준의 생활에 관심한적이 없었던
《여보 림동무, 동무 말을 듣고보니 가책되는바가 많소.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구 당장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한몫해야잖소. 오늘 전력공업부 성하부부장도 내려와서 이번 일엔 동무만 한 적임자가 없다구 해. 동무에 대한 기대가 크단 말이요.》
《흥- 리성하부부장?》
림준은 갑자기 쓴웃음을 탁 터뜨렸다.
《그 사람말은 하지도 마시오. 구역질이 납니다. 이전에 자강도의 중소형발전소건설을 망친 장본인이 누굽니까. 도발전소건설련합기업소 지배인이였던 리성하였지요?》
《동무! 그때야 다른데서도 중소형발전소가 전망이 없다고 관두던 때가 아니요. 괜히 고망년적 문서장을 들춰내며 엇드레질 말구 공손히 지휘부에 나오라면 나오는게 좋소.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구 이게 어떤 과업인지 알기나 하오!》
장관우는 그만큼 설복했으면 알아들어야 할 림준이가 조금도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꽥 소래기를 질렀다. 늘쌍 그가 《한 옥타브》 낮추지 못해서 손해를 보군 하는 성미때문에 이날 림준의 울화를 벌컥 돋구었다.
《그래
림준의 천둥같은 소리에 눈이 둥그래진 장관우는 그만 뒤로 닁큼 물러앉았다.
아직 술기운이 깨지 않은 사람이 무슨 분별없는 행동을 할런지 몰라 황급히 진정시켰지만 림준은 그의 손을 홱 뿌리쳤다.
《제 말을 마저 들으십시오. 난 엊그제 우리 건설대
부위원장동무, 이 마음속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이 있습니까? 우린 자강도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위해 자기의 피와 땀, 자기 인생의 귀중한 모든것을 다 바친 사람들이요. 그걸 누가 집어던졌소? 당신들 일군들이 아니였는가? 보기도 싫소. 옳자면 남들이 중소형발전소건설을 집어던져도 우리는 끝까지 했다고 말할수 있어야지 않소. 돌아가시오. 당신들을 보면 눈에서 불이 인단 말이요!》
무서운 기상이 되여 와닥닥 일어난 림준은 너무도 분통이 터져 토방에 벗어놓은 장관우의 구두를 집어던지였다. 그바람에 기절초풍하여 방안으로 달려들어온 림준의 안해가 와락 눈물을 쏟았다. 잠간사이 란장판이 된 집안을 아연해서 지켜보던 녀인은 장관우가 움쭉 일어나자 얼른 밖으로 뛰여나가 남편이 내던진 구두를 급히 들고왔다. 장관우는 녀인이 치마자락으로 구두에 묻은 흙먼지를 닦으며 흐느껴우는 모습을 보자 어쩐지 처량한 생각에 눈굽이 젖어들었다.
《아주머니, 마음놓으시오. 주인한테 잘못이 없으니… 이게 다 우리가 일을 쓰게 못한 후과입니다.》
《그래두 그래두… 어쩌면 이럴수가 있어요. 지난 밤 한잠두 자지 않구 산으로 떠나더니만 글쎄 이런 일이…》
장관우는 녀인의 말을 듣고 더구나 눈물이 콱 솟구쳐올랐다. 벽에 맥 놓고 기대여앉은 림준의 눈에도 뜨거운것이 번지르르 감돌았다.
《여보, 림동무. 래일 지휘부에 나오지 않으면 또 올테니 그리 아오.》 하고 장관우는 림준이네 집 대문밖으로 나섰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