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13 장
50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힘겨운것은 없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무엇인가를 안타까이 기대하고 기다리며 사는것이 인생인것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있을것이다. 일군들은 새 지시를 기다리고 군인들은 새 명령을 기다리고 선반공은 새 소재를 기다릴것이다. 농민들은 가을을 기다리고 과학자는 성공을 기다리며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를 기다릴것이다. 사실 기다린다는것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분명 살아가고있으며 그것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보람있게 산다는 증거로도 되는것이다. 지금
사흘전인 1950년 6월 7일 평양에서 열린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조국전선이 결성되고 평화적조국통일에 관한 선언서가 채택된 때로부터 근 한해동안의 사업정형을 총화하고 선언서에 밝힌 통일방안을 한사코 외면하여온 리승만괴뢰역도의 반인민적죄악을 폭로규탄하였다.
회의에서는
북남조선의 전체 인민들과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에게 보내는 이 호소문이 신문과 방송으로 북남조선 전체 지역에로 파급되여갔다.
《1. 오는 1950년 8월 5일부터 8일사이에 남북총선거를 실시하고 통일적최고립법기관을 창설하며 8. 15해방 5돐기념일에 서울에서 최고립법기관회의를 소집할것.
2. 평화통일을 위한 제 조건과 총선거실시의 절차, 총선거를 지도할 중앙지도위원회 창설문제 등을 토의결정하기 위하여 6월 15일부터 17일사이에 해주 또는 개성에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원하는 남북조선민주주의 제 정당, 사회단체대표자협의회를 소집할것.
3. 대표자협의회에는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계속 반대하는 민족반역자들은 참가시키지 말것이며 조국통일사업에 〈유엔조선위원단〉을 비롯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지 말것.》
오늘 그처럼 중요한 사명을 안은 3명의 조국전선 대표들이 황해도 금천군 북면 려현리를 향하여 떠나갔다. 그곳에서 자기들을 마중나온 남조선의 제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과 만나기로 되여있었다.
그들은 려현을 거쳐 서울에 들어가 남조선인민들과 그곳의 한국독립당, 사회당, 민족자주련맹을 비롯한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에 호소문을 전달하고 호소문에 지적된대로 6월 중순에 해주나 개성에서 남북조선 민주주의정당, 사회단체대표자협의회를 소집하기 위한 합의를 이룩하여야 하였다.
드디여 3명의 조국전선 대표들이 38도선의 려현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는 보고가 기다림의 지겨움속에 잠겨있던
《그래 호소문을 받아가기로 한 남조선대표들도 나타났다오?》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홍명희가 방에 들어섰다. 무슨 일로 왔는가 묻는
《이제 보고가 올라오겠지요. 자, 앉아서 함께 기다립시다.》
홍명희가 걸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전화는 뜻밖에도 최현에게서 걸려온것이였다. 려현이 금천군에 속해있는 최현의 3경비려단방어구역이므로 38도선에 도착한 조국전선 대표들의 신변보장사업도 최현의 경비대가 맡아진행하고있었다. 아마도 내무성에서 보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현의 전화를
《그런데 최현동무가 옳긴 옳소? 왜 목소리가 그렇습니까? 그래서?… 음…》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리는것은 최현의 목소리였는데 방금전보다 더 다급하게 거의 웨치다싶이하고있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이번에는 곁에 있던 홍명희까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수 있었다.
《지금 내무원들과 여기 경비대원들이 완전무장을 갖추고 달려나왔습니다.
그때에는 인간의 탈을 쓰고 사람잡이에 미쳐날뛰는 살인악당들, 리승만과 같은 매국역적들이 치욕의 구뎅이속에 매장될것이고 오로지 정의롭고 슬기롭고 근면하고 성실한 깨끗한 인간들의 세계가 펼쳐질것이다. 농사와 건설에만 한사람같이 몰두할것이고
아, 그때에는… 그때에는 일찌기 무산민중의 세상을 소원하시며 생명의 마지막순간까지
그럴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수만 있다면…
《
최현이 또다시 부르짖고있었다.
《놈들은 불과 3명밖에 안되는 우리 대표들에게 1만발의 총포탄을 쏘아댔습니다.》
그것은 웨침도 아니고 울분도 아닌, 처절한 통곡소리와 같은것이였다.
《안되오,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안되오. 최현동무, 명심하시오.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리성을 잃어서는 안되오. 우리가 그런 식으로 적들을 짓뭉개고 밀고나갈 생각이였으면 애초에 호소문이고 대표파견이고 기안하지부터 않았을거요. 애당초 지난해 동무가 개성을 공격할 때 우리의 모든 무장력을 뒤따라세워 질풍같이 남하시켰을거란 말이요. 내 말을 알겠소, 최현이? 동무도 그렇고 나도 역시 조국전선확대회의결정과 어긋나는 행동을 함부로 할 권리가 없소. 전쟁을…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하오. 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