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4

 

기계공장의 최성진기사도 일년나마 코피가 터지게 있는 힘껏 추진해온 자동선개조의 실패로 파김치가 되여버리였다. 막대한 로력과 자재를 랑비한 책임에다 주병호지배인의 철직문제까지 겹치여 엄중하게 제기되는 바람에 된서리를 맞고 주눅이 들어버린것이였다. 그러나 장관우부위원장의 참석하에 진행된 공장기술협의회에서 주병호지배인이 벌겋게 피발이 선 눈을 부라리며 기계공장의 자동선개조는 장군님의 의도인데 손맥을 놓고 주저앉겠는가, 지배인 한사람이 철직되고 말고 하는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설사 지배인이 열두번 바뀌여도 누구든지 공장의 자동선은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며 성진의 결심이 어떠한가를 따져물었을 때였다. 최성진은 꺾이면 꺾였지 조금도 휘여들지 않는 주병호의 만만치 않은 배짱에 머리가 숙어지는 자신을 창피스럽게 느끼며 자기 역시 몸이 열쪼각나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자동선을 성공하리라 강심을 먹고 나섰다.

그 일로 공장안에는 한동안 뒤숭숭한 여론이 떠돌았다. 당장 살아갈 일도 힘겨운 때에 산 송장이 됐던 기사가 지배인을 업고 괜히 되지도 않을 자동선개조를 꿈꾸며 사람들을 들볶는다는것이였다.

요즘도 귀구멍이 쑤시게 날아드는 비난을 떡 먹듯 하며 아닌보살하는 남편에 대해 성실은 전혀 알지 못하고있었다. 성실은 성실이대로 자기의 연구사업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괴로움속에 너무도 깊이 빠져있었던것이다.

오늘 저녁도 남편이 여느때없이 기분이 썩 좋지 않아 퇴근해왔으나 성실은 가정부인으로 늘쌍 집안일을 팽가치고 시험포전들에 나가 객지생활을 한 죄스러움밖에 다른것을 느끼지 못했다. 남편에게 성실이란 존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였다. 성실의 출장이 잦은탓에 아이들도 어머니의 떠살이생활에 치워 활짝 피지 못한다. 성실은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모르고 자라는 그애들이 가엾어 어느 하루도 마음이 홀가분할 때가 없다. 그런대로 무던한 남편을 만나서 여태껏 아무런 말썽도 없이 가정의 화목을 유지해왔는데 몇해동안 뼈심을 들여온 연구사업을 중단하게 됐으니 남편과 아이들을 볼 면목이 있는가? 이날도 근 두달만에 집에 들어선 성실은 저녁상을 너무 허술히 차릴수 없어 타개죽이나마 푸짐히 떠놓고 앉았으나 차마 숟갈을 들지 못했다.

그가 말없이 혼자 조용히 눈물을 머금는 모양을 유심히 지켜보던 남편이 빈털터리 홀아비살림에 어디서 났는지 꽁무니에 손을 찔러 술 한병을 꺼내놓으며 심드렁히 물었다.

《당신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요?》

성실은 애간장이 말라 얼른 대답을 못하고 나직이 한숨을 쉬였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 일도 없다는 사람의 얼굴이 왜 그렇소?》

성실은 저녁상이나 물리고 자세한 내막을 말하려 했으나 남편이 욱박지르는 바람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저한테야 뭐 다른 일이 있겠어요. 늘쌍 농업위원회 과학기술국 일부 일군들때문에 애먹는걸요. 한주일째나 매일같이 리미액이 전망이 없다면서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과학원에 전화가 걸려온다는데 정말 성가스러워 더는 못 견디겠어요.》

《보자보자하니 정말 그 사람들이 못되겐 노누만. 여보. 과학기술국에 나쁜놈이 엎데있는게 아니요?》

워낙 고지식한데다 량심이 곧은 남편이 한바탕 걸죽히 욕사발을 퍼붓고나서도 성차지 않는지 안해를 나무람했다.

《하긴 당신도 떨떨해. 여기서는 리미액이 농사에 효과가 있다고들 소문이 도는데 당신은 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만날 두드려맞기만 하오. 당신이 죽기내기로 연구사업을 하는게 자기의 공명과 명예를 바라기때문이요? 그런데도 어째서 당신을 개밥에 도토리처럼 천대하는지 의심스럽단 말이요.》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저를 도와나선 희천미생물공장 지배인은 일부 일군들로부터 시비를 들었고 사날전엔 저의 연구사업을 조력하던 동무가 애매한 피해를 당했어요. 갑자기 연구소의 호출을 받고 올라가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저의 연구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일군과 맞서 언쟁을 벌렸다질 않겠어요. 그날로 연구소에서 쫓겨났어요. 저의 연구사업을 적극 지지하는 동무이니 눈꼴사납게 여기다가 구실을 잡아 쫓아낸거예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예요.… 저도 돌심장이 아닌데 물러나겠어요.》

《그건 무슨 소리요. 이제 와서 연구사업을 그만둔단 말이요?》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나서 결김에 소주를 고뿌에 부어 맹물마시듯 꿀꺽꿀꺽 들이켰다. 성실은 남편을 속이 한줌만 해서 바라보았다. 술에 약골인 남편은 안주도 없이 화김에 강술을 마시고 대뜸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씨근거리며 써레기를 손가락같이 두툼히 말아 물었다. 삽시에 남편이 연방 내뿜어대는 지독한 담배연기가 좁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아이들은 울음이라도 터뜨릴것처럼 겁에 질려 오돌오돌 떨면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여보. 재작년 농업과학원에 들리신 장군님께서는 리미액을 연구하기 위해 현지에 내려간 녀성과학자의 일이 어떻게 되였는가고 하면서 친히 료해까지 하시지 않았소? 장군님의 그 신임이면 다지 뭐가 무서워 벌벌 떠오. 당신이 남보다 잘나서 지금까지 도당에서도 우리 집 일을 각별히 돌봐줬소? 리미액연구사업은 당신이 하고싶으면 하고 싫으면 그만둬도 되는 일이 아니란 말이요.》

《그건 당신 생각이구. 농업위원회 과학기술국에선 매일과 같이 연구소일군들을 쑤셔대며 완강히 반대하지 않아요?》

성실은 남편을 애끓게 쳐다보며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토막토막 끊어지는 소리로 안타까이 말했다.

《당신까지 이러면 어떻게 해요? 전 그저 죽고싶은 생각밖에 없어요.》

《에익! 누군 똥집이 편해서 당신한테 이따위 훈시질을 하는줄 아오?》

남편은 상우의 술고뿌를 부셔뜨릴것처럼 우악스레 꽉 움켜잡았다. 고뿌의 술이 한절반 쏟아져 힘줄이 시퍼렇게 울뚝불뚝 살아오른 그의 손등으로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평시의 유순하던 남편이 두눈을 뚝 부릅뜨고 노려보는 바람에 오싹 소름이 돋힌 성실이가 다가들어 남편의 손아귀에서 고뿌를 빼앗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걷어치우오!》

남편은 성실의 손을 매정하게 홱 뿌리쳐버리며 그냥 기염을 토했다. 도수가 넘게 술을 마셨지만 그의 입에서는 취중의 말이 아닌 대바른 소리가 울분에 뒤섞여 가슴을 치며 거침없이 울려나왔다.

《내 말을 똑바로 듣소. 난 누구보다도 당신을 잘 아오. 당신은 리미액연구사업을 관두면 두번다시 과학연구사업을 못해. 과학자로서의 당신의 인생은 이것으로 끝장나고 마오. 당신은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이 된단 말이요.》

성실은 남편의 말에 담겨있는 진실을 부정할수 없었다. 내가 리미액연구에 미련을 둔채 그 누구의 강요에 못이겨 다른 새로운 연구과제를 맡아할수 있는가? 과학자의 심장과 열정이 식어버리면 어떤 재능도 저절로 죽어버리기마련이다. 그 엄연한 리치를 번연히 알면서 자기의 피땀과 넋이 스며있는 리미액연구사업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성실은 절망의 벼랑끝에 나선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밥상우에 이마를 떨구고 고통스럽게 앉아있던 남편이 때마침 흐릿한 눈길을 들면서 《우리 집안일은 풍전등화로구나!》 하고 장탄식을 했다.

성실은 아무리 남편이 기가 죽어 락심한 소리를 해도 다 자기때문에 벌어진 일이기에 눈가장이 발깃해서 입을 봉하고있다가 애타게 말했다.

《여보. 이젠 좀 쉬세요.》

남편도 한동안 피대를 돋구며 성풀이를 하고는 어지간히 지쳐버린 사람처럼 상머리에서 물러앉으며 무거운 한숨을 몰아쉬였다.

《난 당신한테 하고싶은 말을 다 했소. 당신은 과학원에 밥탁을 둔 사람이니 평양으로 올라가겠으면 가오. 당신이 과학원으로 올라가도 난 공장에 남아서 자동선을 완성해야 할 사람이요. 결국 우리 가정은 두동강이 난단 말인데 그건 걱정할것 없소. 내가 여기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겠으니 당신은 맘 놓고 가란 말이요!》

성실은 자기를 문밖으로 내동댕이치는것 같은 남편의 말에 얼혼이 나간 녀인처럼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말 못할 안타까움에 휩싸인 그의 마음은 매운 재라도 뿌린것처럼 아리고 쓰리여났다. 아직은 한창 나이인데 내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기박한가? 성실은 남편과 생리별을 하나 다름없는 서러움에 마침내 눈물이 왈칵 솟구쳐올라 얼른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는 등잔불도 없는 캄캄한 부엌바닥에 쪼크리고 앉아서 속상한김에 소리를 죽여가며 실컷 울고난 후에야 방으로 들어가 남편의 잠자리를 펴주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아래목에 두 아이를 끼고 숨 죽은듯이 누웠다가 밤 열시가 되자 살그머니 일어나 역으로 나갈 차비를 했다. 더 남아있었대야 집안의 기분이나 흐려놓을뿐 좋을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어차피 과학원으로 올라가야 할 몸인데 밤차를 타고 조용히 떠나기로 마음먹은것이였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겠는지?… 앞일을 기약할수 없는 길이였다. 성실은 망연한 눈길로 잠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측은히 내려다보았다.

요즘 뉘집이나 할것 없이 살림살이형편이 어려운 때에 아이들을 남편한테 맡기고 떠나자니 성실의 마음은 칼로 저미는듯 아팠다. 아마 하루 한끼쯤 번지는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거야. 그 뻔한 내속을 번연히 알면서 과학원으로 올라가려고 결심한 자기라는 인간은 도대체 어떤 녀자인가? 성실은 가정도 남편도 자식도 모르는 무감정한 인간으로 되여버린 자신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워 가슴이라도 쥐여뜯고싶었다. 한참이나 넋나간 녀인마냥 앉아서 그 모진 아픔과 가책에 눈물을 삼키던 성실은 터져나오는 흐느낌을 참으며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바깥은 그의 마음처럼 온통 캄캄하였다. 저 멀리 역전쪽에서 붕- 밤렬차의 기적소리만이 그의 발길을 재촉하듯 고요한 대기를 흔들며 구슬프게 들려왔다.

 

5

(1)

 

스위스에 파견된 기술자대표단성원들은 조국을 떠난지 열흘만에 예정한 날자보다 앞당겨 귀국할 자기들의 의향을 전신으로 당중앙위원회에 보고해왔다.

대표단의 긴급통보를 받은 즉시 문성태비서가 전신내용을 들고 김정일동지의 집무실로 들어와 전해드렸다.

《장군님, 스위스에 나가있는 대표단에서 전신이 왔습니다.》

문성태가 여러권의 두툼한 서적들과 문건들이 가려있는 그이의 책상우에 전신지를 조심히 놓고 옆으로 비켜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참이나 전신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시였다.

대표단이 무슨 일로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여 돌아오려고 하는지 전신지우의 짤막한 글줄만으로는 내막을 알수 없어 그들의 대외활동에서 제기될수 있는 문제들을 여러가지로 추측해보시였다. 그러나 스위스가 유럽의 오랜 영세중립국이고 순수 그 나라 참관을 목적으로 떠난것만큼 대표단이 중도에서 돌아올만 한 리유가 없었다. 손에 드시였던 전신지를 책상우에 놓그이께서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미제의 날로 악화되는 전쟁도발책동을 짓부셔버릴 단호한 결심을 품고 경제와 국방의 병진로선을 제시하셨을 때의 일들이 눈앞으로 스쳐지났다. 당시 자강도 희천시 중요공장의 기사장직책에 있던 태혁은 수령님의 직접적인 천거에 의해 정무원으로 소환되여왔다. 일찌기 자강땅을 나라의 강력한 중공업기지로 꾸리신 수령님께서는 태혁의 남다른 책임성, 완강성을 믿고 옛 친위전사에게 새로운 중임을 맡길 의도이시였다. 그런데 몇해만에 만나보신 태혁은 예상외로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얼굴에 병색이 완연했다. 그 일이 가슴아프시여 수령님께서는 태혁의 광대뼈가 불뚝 두드러진 헐끔한 얼굴에서 오래도록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내가 전쟁때 동무들을 잃어버릴것 같아서 엄지닭 병아리를 품듯 했는데 이렇게도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다니… 동문 내곁에서 떠나지 말아야 할 사람같소. 내가 좋은 병원을 알선해줄테니 우선 한 반년가량 가서 몸보신하며 병을 뚝 떼고 오라구. 새 과업은 그때에 주겠소.》

태혁은 이튿날로 수령님께서 내여주신 승용차를 타고 휴양지처럼 아담하게 꾸린 평북도의 선천병원에 가서 의사들의 각별한 관심속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입원한지 한달도 못되여 《푸에블로》호사건이 터지고 조국이 전쟁의 위험에 직면하자 병원을 뛰쳐나와 평양으로 달려온 태혁의 두눈에서는 불이 펄펄 일었다. 그날의 열혈전사, 태혁의 억센 모습을 잠시 눈앞에 그려보시고나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물으시였다.

《문성태동무, 동문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오?》

《장군님, 별다른 일이야 있겠습니까. 대표단이 장군님의 의도에 맞게 하루속히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장기일을 최대한 단축하여 돌아오는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하시였다.

《좋습니다. 대표단이 요구하는대로 답전을 보내시오.》

이튿날 오후 3시, 대표단이 탄 려객기는 정시에 회백색동체를 번쩍이면서 비행장에 착륙하였다.

이어 대표단성원들을 태운 승용차들은 비행장구내를 벗어나 순안ㅡ평양사이의 도로를 따라 쾌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날 하루 출장기간의 피로를 풀겸 휴식하기로 되여있어 시내에 들어서자 서로 다른 로선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갔다.

태혁이만이 려관에 행장을 풀어놓고 한참이나 거울앞에서 옷매무시를 바로잡은 다음 지체없이 당중앙위원회로 향했다.

장군님과의 뜻깊은 접견시각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이번 해외출장기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건강을 념려하여 친히 유능한 의사까지 붙여주시였다. 장군님의 몸가까이에서 순간도 떨어져서는 안될 의사가 한 평범한 전사를 위해 머나먼 알프스산맥너머로 따라 떠나다니… 태혁은 그 유능한 의사가 매일 아침 자기의 침대옆으로 찾아와 가슴에 청진기를 대던 때의 부드러운 감촉을 잊지 않고있다. 마치도 태혁의 혈관속으로 생의 불사약인양 맥맥히 흘러들던 장군님의 봄볕처럼 따스한 사랑… 그때면 번마다 뜨거운 이슬이 고여올라 눈귀를 축축히 적시였다. 아마도 그래서였던지 모른다. 태혁은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생소하고 어설픈 이국땅에 체류하고있었지만 그러한 거리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창밖의 새파랗게 열린 하늘과 그가 마시고 숨쉰 공기마저도 다른 나라의것 같지 않고 그의 눈동자에 아롱아롱 비쳐드는 해살도 조선의 밝고 찬연한 해빛처럼 생각되며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역땅에서 기슭도 끝도 없는 그 무한대한 행복속에 가슴이 버그러지게 한가득 느꼈던 조국의 모습은 얼마나 소중했던가! 열흘 낮 열흘밤에 체험한 그러한 생각, 그것은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하리라 절치부심 벼르고 또 별렀던 그의 심장속의 뜨거운 분출, 웨침이였다. 이날 장군님의 집무실안에 들어선 태혁은 자기의 그 류다른 느낌과 감정에 흐느끼듯이 사무치게 그립던 모습을 우러르며 목멘 소리로 말씀올리였다.

《장군님, 전 별로 한일 없이 장군님의 사랑만 받다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태혁이가 돌아오기를 무척 기다리신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반갑소! 여기 앉으시오.》

태혁이가 자강도에서 올라온 그때처럼 그이께서는 집무실의 쏘파에 그와 나란히 앉으시며 여전히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장군님, 이번에 저희들은 스위스에 도착하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곳 대사관성원들은 미제가 우리의 붕괴를 떠벌이고있는 때에 조국에서 끌끌한 대표단을 보내왔다면서 너무 반가와 모두 울었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 귀중한 체험은 금주고도 사지 못합니다. 동무들이 출장기일을 앞당겨온 심정이 리해됩니다. 이번에 리성하부부장동무도 대표단에 망라되여 그것을 느꼈을겁니다.》

그이께서는 모든 일이 뜻대로 다 잘되였다면서 기뻐하시였다.

《내가 리성하부부장의 문제를 중요시하는건 그가 앞으로 전국적인 발전소건설을 책임지고 내밀 일군이기때문입니다. 자강도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는 전투도 어렵지만 그에게도 무거운 과업이 지워져있습니다.》

《장군님, 리성하부부장동문 스위스참관을 마친 후 저의 손을 잡고 장군님께서 맡겨주신 과업을 무조건 관철하자며 뜨겁게 당부했습니다.》

《나도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오.》

태혁은 순간 자기의 어깨우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얹혀있는가를 깨닫고 숨김없이 말씀드렸다.

《자강도공장들이 거의 다 섰는데… 장군님의 신임에 보답하겠는지 걱정이 됩니다.》

그이와 마주앉으면 늘쌍 어려움도 잊고 마음이 대범해지군 하는 태혁은 오늘도 자강도로 내려가기전 이 뜻깊은 좌석에서 한마디라도 도움이 될 가르치심을 받고싶었다.

《공장들이 섰다.ㅡ 그렇지만 거기엔 사람들이 있지 않소. 로동계급말이요.》

태혁은 그만 뗑해지고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일깨워주시였던것이다.

《〈강계싸움대장〉인 최덕삼과 덕순, 희천의 기술자들도 있고 주병호지배인과 장강군당책임비서 김충모, 도행정위원회 부위원장 장관우와 같은 끌끌한 일군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이께서는 자신이 기억하시는 사람들을 렬거하고나서 태혁에게 신심을 심어주며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사실이야 나도 동무와 같지. 우리에게 무엇이 있소. 그러나 난 인민을 믿고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안변발전소 군인건설자들이 발휘한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자강도로동계급을 불러일으키시오. 우리에게는 그보다 위력한 힘이 없습니다. 난 우리 인민과 함께라면 그 어떤 강적과도 싸워이길수 있다는 배심을 가지고 오늘의 난관을 이겨가고있습니다.》

태혁은 갑자기 자신의 가슴속이 커지고 넓어지는듯 한 정신적인 앙양을 느꼈다. 그이의 수수하고 평범한 말씀에서 얼마나 심오한 뜻이 울리고있는가. 그렇다. 자기는 곤난한것만 봤지 고난에 주저앉지 않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태혁의 눈시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장군님, 알겠습니다. 농업과학원의 림성실동무도 지금 우리 자강도에 내려와서 리미액을 연구하고있는데 열성이 대단합니다.》

《그래 그 동무도 자강도에 있지.》

《성실동문 멀지 않아 자강도의 척박한 땅에서도 알곡수확고를 훨씬 높일수 있는 효능이 높은 리미액을 내놓게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성실의 성장을 무척 기뻐하면서 명상에 잠기시였다.

《지금 일본과학계에서 새로운 미생물을 개발하고 일확천금을 하고있는데 성실동무가 큰 마음을 먹고 그들과 겨룰수 있는 리미액을 연구하면 대단합니다. 난 그러한 놀라운 기적이 자강도에서 일어나고있는것을 더없이 만족하게 생각합니다. 자강도의 발전소건설도 그처럼 로동계급을 불러일으켜 냅다 미시오. 사람들을 무한히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이 어려운 고난의 시기 인간을 위해, 인민을 위해 피를 바치지 않고서는 그들을 영웅적인 투쟁에로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태혁은 호기있게 대답올렸다.

《장군님, 제 일생 장군님슬하에서 그걸 배우면서 살아온 사람인데 너무 걱정마십시오. 인정에 끌리고 발동된 사람들이 못할 일이 세상에 있습니까?》

《그렇다.ㅡ 과시 태혁동무다운 말이요. 10년전 운성에 내려가서 기계공장을 일떠세우던 억대우지배인을 다시 보는것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고 쏘파의 등받이에 한팔을 얹으시였다.

《아직도 눈에 선하오. 모두들 강태혁이 펄펄 난다지만 운성에 내려가면 평양으로 다시 올라오지 못한다던 일이… 한데 동무가 지배인으로 내려가자 일년열두달 계획을 못하여 뚜드려맞던 운성기계가 꽝꽝 소리치며 계획을 넘쳐수행하지 않았소? 태혁이 백두산줄기를 타고난 갈범이 틀림없다고들 했지.》

《장군님, 그게 어디 제가 한 일입니까.》

태혁은 그때 운성광산기계공장이 국가계획을 못하는 문제가 정무원 중공업부 책임일군인 자기의 사업태만에 원인이 있다는 허위자료가 제기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속에서 불이 확 일군 한다. 워낙 특급기업소이다보니 운성광산기계공장의 생산문제가 어버이수령님께서 참석하신 회의에서까지 심각히 론의되자 태혁은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렇다고 자기의 결백성을 버선목처럼 쉽게 헤쳐보일수도 없는 일이였다. 그날 두시간동안이나 회의를 지도하며 답답한 마음을 누르지 못하시던 수령님께서는 여기서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가를 따질것 있는가, 일단 태혁의 문제가 제기된 이상 그에게 공장을 맡겨보자, 그러면 태혁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될것이라고 단호히 말씀하시였다.

공장의 한심한 실태를 빤드름히 알고있는 태혁은 머리우에 벼락이 떨어지는것 같았다. 아무리 날구뛰는 재간이 있어도 엉망진창이 되여버린 공장을 일떠세울 전망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태혁이가 다시 솟아나겠느냐고 진심으로 걱정했다.

회의가 끝났으나 기가 푹 꺾인 태혁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남들이 회의장에서 밀려나간 후에도 그는 여전히 까딱 않고 혼자 앉아있었다. 잠시후 텅 빈 회의장의 바닥을 울리며 누군가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시르죽은 얼굴로 무거운 한숨만 내쉬던 태혁은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뜻밖에도 장군님께서 그에게로 다가와 말없이 지켜보시였다.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난 태혁의 어깨에 한손을 짚으신 장군님께서는 흐려진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태혁동무, 동무도 가슴아프겠지만 회의를 마치고 휴계실로 나오신 수령님께서는 너무나 괴로워 옷걸개의 모자를 온전히 벗기지 못하시였소. 태혁이가 억울해할수 있는데 혁명가의 자제이니 자기의 충직성을 꼭 보여줄것이라고 하셨소. 너무 락심하지 마오. 난 동무가 반드시 공장을 일떠세우고 다시 돌아오리라구 믿소.》

태혁은 목이 콱 메여 아무말도 못했다. 그날 장군님께서 힘을 주시지 않았더라면 태혁은 공장을 일떠세우지 못하고 운성귀신이 되였을 사람이였다. 자기 인생의 친근하면서도 엄격한 보호자이시였던 장군님!… 태혁이가 불과 한해동안에 광산기계공장을 원상대로 추켜세우고 사람들을 깜짝 놀래울수 있었던것은 오로지 장군님의 믿음이 있었기때문이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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