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3 장  한성에 나타난 시골의원

3

 

허준은 옥안에서 두무릎을 세우고 몸을 옹송그린채 깊은 상념에 잠겨 앉아있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바람이 허준의 몸을 꽁꽁 얼구려는듯 악물고 살창너머로 휙휙 날아들어왔다.

그래도 설유와 기동이가 차입한 두툼한 솜바지저고리가 추위를 한결 막아주었다. 설유와 기동은 벌써 몇차례씩이나 음식과 옷가지들을 차입했으나 음식들은 옥리들한테 다 빼앗기고 옷가지들만이 허준에게 넘겨졌다.

옥에 갇힌 허준은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자기가 역적죄를 지었거나 협잡행위를 한것도 없지 않은가. 죄가 없는데야 두려울것이 뭐 있느냐. 이런 담력과 배짱이 그를 지탱하고있었다.

허준을 태연자약하게 한것은 또한 자기의 명의술에 대한 믿음, 더 나아가서는 자기의 의로운 뜻과 목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였다.

자기가 이 옥고를 치르는것도 그 의로운 길을 걷는 길에서 만난 일시적인 좌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그는 자기의 뜻과 자기가 가는 길을 확신하고있었고 또 긍지스럽게 생각하고있었다.

허나 무료하게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는것은 참말로 안타까왔다. 류이태도 바로 그러하지 않았던가.  아니다. 결코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뜻과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그가 제일 우려하는것은 지금에 와서 옥에 영원히 갇히우지 않겠는가 하는것보다 이러다간 일생의 시간이 모자라 자기의 뜻 즉 후세에 남을 큰 의서를 쓸 일생의 목표를 이루어내지 못하지나 않을가 하는것이였다.

옥안에 갇혀 앉아있는 이 시간을 허준은 효과있게 보내리라 속으로 다짐하였다. 밖에 있을 때에는 치료로 바빴지만 여기서는 얼마든지 사색할 시간이 있었다.

지금 이 시각 허준은 그런 의도밑에 머리속에서 의서의 구성안에 대하여 생각하고있었다.

류이태가 구상한 의서의 편은 다섯개의 편이였다. 과연 그것이 합당한 구성안이겠는가?

몇번이나 따지고따져보았으나 허준은 류이태가 의서의 구성안은 비교적 정확히 세웠다고 보았다.

이제부터는 그 다섯개 편을 이룰 방대한 량의 자료가 문제였다.

굴뚝속같이 한치앞도 가려볼수 없는 깊은 한밤중이였다.

윙-윙- 눈가루와 먼지가 한데 섞인 맵짠 바람이 옥문앞으로 날아가더니 다시 회오리바람이 그뒤를 따르다가 하늘로 솟구쳐오른다. 온 천지에 승악스러운 눈바람소리만 깃들뿐 인적 하나 볼수 없는 밤이다.

어데선가 나타난 사람의 그림자가 옥문을 향하여 발볌발볌 다가왔다.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내인의 걸음씨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걸을 때마다 일부러 그러는지 엉치와 허리를 흔들거리는 모양이 퍽 숙련된 논다니패의 걸음새로 보였다. 내인은 곧바로 홰를 걸어놓은 옥문앞으로 다가섰다.

《누군가? 아니, 이거 웬 계집이 무서운것두 모르고 함부로 여기에 와?》

어딘가 모르게 순박해보이는 털보옥리가 왕방울같은 두눈을 굴리며 무섭게 녀인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그러나 녀인은 조금도 주접이 들지 않고 오히려 새하얀 손가락으로 자기에게로 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어둠속에서도 녀인의 해사하고 예쁜 용모가 엿보이고 사내들의 간장을 녹이는 이상야릇한 향기가 추위와 적막감에 떨고있는 옥리의 코를 찔렀다.

뜻밖에도 아릿다운 계집이 눈앞에 나타나 무랍없이 행동하자 옥리는 제잡담하며 스적스적 녀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살창을 사이에 두고 옥리는 건너편에 서있는 녀인에게 거칠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녀인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옥리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샐쭉 웃더니 옆에 끼고 온 참대바구니의 보자기를 살짝 들었다. 커다란 대두병이 얼핏 옥리의 눈에 비껴들었다.

《술인가? 그런데 넌 누군가?》

《술이오이다. 쇤네 주손 알아서 뭣하리까. 지나다보니 옥리나리께서 이 추운 밤에 적적해할것 같아서 말동무나 좀 해줄가 해서 왔는데…》

《음- 그거참 네 마음이 갸륵하구나. 그럼 어서 들어오라.》

옥안에 들어선 녀인은 참대바구니에서 술이 가득 담긴 대두병과 문문 김을 피워올리는 모두부 세모를 얼른 꺼내놓았다.

《어? 이거 괜찮다!》

옥리의 손이 대두병으로 뻗쳐지자 녀인이 자기의 해말간 손으로 옥리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옥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왜 그래?》

《나리, 이 세상에 공짜가 있소이까?》

그제서야 옥리는 머리를 들고 녀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다하는 기생이나 논다니들을 찜쪄먹을 요염하기 그지없는 젊은 녀인이다.

(하, 고년 곱기도 하다. 어데서 이런 미인이 내앞에 굴러왔을고?)

옥리의 불거져나온 울대가 세차게 오르내렸다.

《하, 그래, 그렇지! 세상에 공짜란거야 있을수가 없지! 그러니 내 너하구 오늘밤에 재미보려구 해두 공짜로는 안된단 말이냐?》

《아, 그야 물론이지요.》

《그래, 얼마면 되겠냐?》

녀인은 거침없이 열손가락을 옥리의 눈앞에 펴들었다.

《열냥?》

녀인이 도리머리질을 하였다.

《백냥?》

녀인이 다시금 도리머리질을 하였다.

《아니, 이년이 정신나가질 않았어?》

《나리님, 동전 백냥이 아니라 은전 백냥입니다.》

《이년, 너 지금 날 놀려대는거냐?》

《됐소이다. 나리, 실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술이나 드시오이다.》

《음, 그럼 이건 무슨 값인가?》

《네, 며칠전에 갇힌 그 명의원님이 이안에 계시지요?》

《뭐 명의? 명의는 무슨 명의, 그놈은 촌에서 올라온 협잡군이다. 그래서 우리 참군어른이 옥에 처넣은거야.》

녀인의 호들갑스리운 소리가 옥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래소리처럼 흘러나왔다.

《아니, 이 나리 좀 봐라. 아예 깜깜이시네. 저 의원님은 병자의 얼굴만 한번 슬쩍 봐도 그 사람의 오장륙부의 병은 물론이구 그 속마음까지도 다 알아맞히는 조선팔도에 한분밖에 없는 명의시와요. 일전에 내가 깊은 병에 들었었는데 먼발치에서 내 눈만 한번 슬쩍 보시구 내가 과부라는것도…》

《오- 과부인가?》

옥리가 갈구리같은 손으로 해말쑥한 녀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또다시 찰싹 옥리의 손을 쳐갈기는 소리가 울렸다.

녀인은 초롱초롱한 두눈을 옥리에게 샐쭉 흘기였다. 옥리가 손을 거두며 멋적은듯이 웃었다.

《흐흐- 참, 공짜가 없다고 했지. 그래 이 술은 대체 뭔가?》

《제 얼른 들어가서 그 의원님께 음식을 대접하자구…》

《정말 그 의원이 명의가 맞아?》

《나리도 그 의원님께 잘 보이는게 좋을것이오이다.》

《일각을 넘기지 말아야 해!》

옥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인은 어느새 바람같이 수인들이 갇혀있는 감방쪽으로 사라져버렸다.

깊은 상념에 잠겨 의서의 구성안에 대해 옴해있는 허준의 귀전에 녀인의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의원님!》

돌아보던 허준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이게 누군가? 젊은 과수댁이 아닌가. 헌데 이밤중에 여길 어떻게?》

《의원님, 의원님이 옥에 갇히웠다기에 쇤네는 한밤을 꼬박 눈물로 지새웠소이다. 시들어가던 이 몸에 젊음을 찾아준 의원님의 은혜를 쇤네가 어찌 잊겠소이까.》

과연 녀인의 온몸에서 싱싱하고 약동하는 젊음이 풍겨왔다. 아릿다운 랑자가 마치도 눈앞에 와있는듯 하였다. 녀인의 젊어지고 싱싱한 모습을 보니 허준은 진심으로 기뻤다.

《의원님, 쇤네의 이름은 달래라고 하오이다. 사모님이랑 기동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음식을 들여보내면 저 옥리들이 다 처먹고 옷가지밖에 가닿지 못한다고 하기에 쇤네가 이렇게 직접 걸음을 하였소이다.》

《아니, 저 기동이랑은 여기에 한번 들어오려면 쩔쩔매군 하던데 자넨 무슨 재간으로?》

달래가 초롱눈을 샐쭉 흘기며 입가에 웃음을 띠였다.

《의원님, 쇤네가 이래뵈도 사내를 녹이는 재간은 좀 가지고있사오이다.》

《하하!-》

이윽고 달래는 바구니에서 음식가지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굵은 박달나무로 살창을 한 감방안으로 참대바구니가 통채로 들어갈수 없다는것을 타산한 달래는 놋밥바리마다에 음식들을 가득가득 담아가지고 들어왔던것이다.

허준이 미처 말릴새도 없이 달래가 연신 놋밥바리를 나무살창사이로 넘기였다.

밥바리들의 뚜껑을 연 허준의 두눈은 둥그래졌다. 팥고물을 진하게 한 찰떡, 하얀 흰쌀밥, 아직도 뜨끈한 오지단지안의 닭고기국 그리고 훈제한 통닭 한마리…

군침이 넘어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달래의 극진한 성의에 허준은 고개가 숙여졌다.

《달래, 정말 고맙네. 헌데 밤이 너무 깊었으니 자넨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구.》

《아니올시다. 의원님께서 음식을 다 드시는것을 보고야 물러가겠소이다. 저놈들이 혹 다시 빼앗을지 알겠소이까.》

《아, 들여온 음식이야 내 천천히 먹지 않으리.》

《아니올시다. 내앞에서 꼭 드셔야 하오이다.》

달래는 무릎을 모으고 아예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잡도리가 보통이 아니였다.

《음, 그럼 내 들지.》

아닌게아니라 보리쌀 반홉도 되나마나한 옥안의 밥아닌 밥으로 끼니를 에우고있는 허준은 몹시 허기진 상태였다. 금방 찰떡을 한입에 베여물려 하는데 달래의 목소리가 울렸다.

《의원님, 저 술부터 먼저 하시오이다. 의원님도 잘 알지 않소이까. 식전의 약주! 더구나 이 추운 방에서야 그저 그만이지요.》

《허, 그렇지.》

쭉 소리를 내며 한잔을 들이키니 아닌게아니라 온 내장이 후끈 달아오르는듯 하였다.

《어- 거참 술맛 좋다!》

달래는 허준이 음식을 깨끗이 비우는 마지막까지 고집스럽게 앉아 지켜보았다.

그가 일어서서 음식그릇을 바구니에 담기 시작하자 허준이 넌지시 물었다.

《달래, 일전에 내가 귀띔해주었던 일은 어떻게 되였나?》

《뭘 말이오이까?》

《음, 배필을 정하는 문제말일세.》

허준의 말뜻을 깨달은 달래의 얼굴에 발그스레 홍조가 피였다.

《의원님, 무르익어가고있소이다. 의원님께서 옥에서 나오실 때면 아마 국수를 잡수실것 같소이다.》

《그래, 하하! 그렇게 되면 임잔 더 젊어질거네.》

옥의 음산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허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옥안에 울려퍼졌다.

달래는 허준에게 다소곳이 인사하고나서는 들어올 때처럼 바람같이 사라져버렸다. 달래가 옥에 다녀간지 며칠후 옥문앞에 또다시 세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설유와 기동이 그리고 다부지면서도 애돼보이는 젊은이였다.

이미 어둠이 깃든지도 오랜 늦은밤인지라 옥리는 입을 쩍 벌리며 연신 하품을 해대고있었다. 설유가 옥리에게 다가가 다소곳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다.

《나리, 안녕하시오이까?》

벌써 몇번 다녀갔는지라 옥리는 낯이 익은듯 설유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 또 왔는가? 헌데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네. 모두 의원님을 뵙자고 찾아온분들이오이다.》

《안된다. 물건들을 여기에다 놓고 돌아들 가라. 내 착실히 전달해주겠다.》

《나리님두 참, 오늘은 한번 들어가게 해주사이다.》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설유의 고운 눈이 옥리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뭇사나이들의 눈길을 끄당기는 설유의 검은 눈은 자기의 매력을 잃지 않고있었다.

옥리는 설유의 얼굴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자, 시끄럽게 굴지 말고 어서 가지고온 물건들은 여기에다 놓고 돌아들 가라! 내 하나도 허실되지 않게 음식과 물건들을 넘겨주겠다.》

설유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리, 그럼 우린 그대로 돌아가겠소이다.》

《엉?!》

옥리가 설유의 옆구리에 매달려있는 커다란 싸리바구니를 힐끔 쳐다보며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그대로 돌려보내야 저밖에 손해볼게 없었다. 차라리 들여놓고 오늘밤을 그들이 가져온 음식으로 술추렴이나 하는것이 더 나으리라.

돌아서서 자박자박 걸어가는 설유의 일행을 옥리는 소리쳐 찾았다.

《여- 돌아오라!》

설유가 돌아서서 되물었다.

《왜 그러시오이까?》

《오란데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은가.》

이들이 다시금 정문에 이르자 옥리가 들고있던 장창끝으로 설유가 끼고있는 바구니우의 보자기를 슬그머니 들춘다. 대뜸 옥리의 눈에 안겨든것은 바구니에 비죽이 삐여져나온 술병들이였다.

《좋다. 들어오라.》

옥안에 들어선 설유는 제꺽 싸리바구니를 탁자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술과 음식가지들을 차리기 시작했다. 잠간사이에 제법 풍성한 주안상이 마련되였다. 기동이 너스레를 떨었다.

《나리, 우리가 몇번째 다녀가면서도 인사를 못해서 오늘은 이렇게 품들여 준비를 하고왔지요. 자, 어서 뜨근하게 속을 덥히시오이다.》

기동은 저레 옥리와 마주앉아 맞잔을 찧었다.

《좋아, 좋아! 술도 동무가 있어야 맛이 난다.》

술잔이 오가고 한식경이 지나자 옥리의 입에서는 혀꼬부라진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설유가 옥리에게 부탁하였다.

《저- 그럼 우린 제꺽 의원님께 들어갔다 오겠소이다.》

《음, 그리하라.》

옥리가 게슴츠레한 눈을 겨우 뜨고 혀꼬부라진 소리로 말을 내뱉았다. 설유와 기동이 그리고 젊은 사나이는 재빨리 허준이 갇혀있는 감방으로 향하였다.

《예영이 아버지!》

《선생님!》

허준은 깜짝 놀랐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가? 어떻게 이렇게 다들 들어왔나? 옥리는 어떡하구?》

《근심마소이다, 선생님. 그 자식은 벌써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쿨쿨 자오이다.》

일행을 둘러보던 허준이 낯선 젊은이에게 시선이 갔다.

《헌데 저 젊은이는 뉜가?》

젊은이가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의원님, 절 모르시겠소이까? 제 칠성이올시다.》

《가만 있자, 이게 곽란으로 죽을번 했던 병자가 아닌가, 응? 살아났구만.》

심한 구토와 설사로 하여 인사불성이 되였고 눈확과 볼이 훌쭉 꺼져들어가 마치 해골을 방불케 하였던 그의 얼굴에 불깃불깃한 혈색이 돌아 건강과 기운이 온몸에 차고넘쳤다. 건강해진 칠성이를 보는 허준은 가슴이 흐뭇하였다.

《그런데 예영이 에미와 기동인 그렇다치고 칠성인 왜 수고로이 예까지 걸음을 하였나?》

칠성이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의원님, 의원님이 아니였더라면 전 이미 이 세상에 없을 사람이오이다. 헌데 의원님께서 이렇게 옥고를 치르고계시온데 그걸 외면하오면 제가 사람이오이까.》

칠성의 목소린 절절하였다. 이윽고 기동이가 허준의 귀에 대고 나직하면서도 재빨리 속삭였다.

《선생님, 오늘밤 선생님을 파옥시키려고 칠성이와 같이 왔소이다. 칠성인 능한 대장쟁이옵니다. 그래서 살창을 끊을 쟁기까지 다 마련해가지고왔소이다.》

《뭐, 파옥은 왜 한단 말인가?》

《선생님, 그러면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옥살이를 하시겠단 말씀이오이까?》

《파옥이라니, 그게 어디 될 말인가. 그래선 안되네. 내가 파옥을 하면 저놈들이 나에게 들씌운 죄목을 스스로 인정하는것으로 되네.》

《아니, 그럼 무지막지한 저놈들이 선생님의 그 생각을 알아나 줄것 같소이까? 없는 죄도 만들어서 이렇게 옥에 처넣는 놈들이 말이오이다.》

《이봐 기동이, 내가 설사 파옥을 한다치세. 그러면 내 평생 저놈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살아야겠는데 사람이 하는 일도 없이 그렇게 구차한 목숨이나 연명해서는 뭘하겠나. 차라리 그건 예서 옥살이를 하다 죽는것보다 못해. 난 어떻게 하나 저놈들에게 자기들이 들씌운 죄목이 날조이며 결코 이 허준이가 허재비의원이 아니라는걸 보여주어야 하네. 그래야 떳떳이 옥에서 나가 다시 이 한성에서 머리를 들고 자기의 뜻을 펼칠수 있네. 이건 나를 가르쳐준 류이태선생님의 뜻이기도 하네.

만약 저놈들에게 내 뜻이 통하지 않으면 차라리 이 옥에서 죽는게 더 낫지. 내 말의 뜻을 알겠나?》

허준의 정기도는 두눈에서는 불빛이 번뜩이였다. 설유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영이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예영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도록 하자요.》

기동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허준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차디찬 엄동설한에 이 옥고를 어떻게 견디여내겠소이까.》

칠성이도 울먹이며 허준의 손을 꼭 잡았다

《의원님, 그러다 자칫 잘못하시오면 옥에서 죽고마오이다.》

《아닐세. 그건 사람이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뜻을 세운 사람은 그렇게 쉽사리 죽지 않아. 그리고 나야 의원이 아닌가. 내 여기 옥안에서도 제 몸조리를 의술의 리치에 맞게 하지. 그러니 너무 걱정들 말게.》

설유와 기동이, 칠성이는 거듭거듭 허준을 뒤돌아보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였다. 그들이 나올 때까지도 옥리는 탁자에 얼굴을 틀어박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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