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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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주가 씩씩하게 방을 나서자 교대하여 심중한 낯빛을 한 유진성장령이 들어섰다.
《
《가만! 숨이나 좀 돌리기요. 자, 앉소. 미제가 그런 엄청난 시한탄을 터친데는 좀 문제가 있소. 그건 그렇구 동무는 대대정치지도원을 하던 한 녀군관이 자기 대원을 위해 백금산으로 진출한 사실을 알고있었습니까?》
유진성의 얼굴이 금시 불그레해졌다. 대장의 당황해진 얼굴에는 가책과 고뇌의 빛이 살아올랐다.
《예, 그 김혜정동무를 사업상으로나 인간적으로 알고있었습니다. 그 동무는 아버지문제가 복잡한 녀대원때문에 많은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현지에 내려가 깊이 료해하지 못했습니다.》
유진성은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동무들이 나를 받들어 혁명을 해오면서 아직도 이
《나는 간밤에 광산당조직에서 올려보낸 문건을 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김혜정동무의 신념과 행동이 그래 동무들의 심장을 흔들지 않던가. 모르겠소, 정말 모르겠소! 심장을 가진 우리 혁명가들이 어떻게 그렇게 랭담할수 있는가.
그 녀성정치지도원은 아버지문제때문에 고민하는 자기 대원을 이끌어 오직 당만 믿고 따른다면 그 길에 전사의 운명도 정치적생명도 빛난다는것을 확신시켜왔소. 하지만 동무들은 녀병사를 외면했소.
동무들은 그를 외면했지만 그 김혜정이는, 우리 당에 의해 육성된 녀성정치지도원은 돌아서지 않았소.
난관과 시련이 막아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당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일깨워 주면서 끝까지 그 북방땅을 찾아가 돌을 캐고있단말이요.》
《저희들이
불쑥 자책감에 잠긴 유진성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건 단순히 당의 의도를 집행하는 행동의 탈선이 아니요. 이건… 신념문제고 인간성에 대한 문제요! 내가 왜 우리의 사회주의정치, 붉은기정치를 선군정치라고 부르는가. 병사들을 떠나서 무엇이 있는가!
《?!…》
《설사 그 녀대원의 아버지가 역적의 죄를 지었다 해도
《정말… 그 김혜정이는 속이 깊은 동무요. 그런 동무라면 이
집무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깃들었다. 창밖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
유진성의 가책어린 짓눌린 목소리에
《김강인의 지휘관?… 그 통일이 된 다음에 결혼하겠다던 싸움군?!…》
《우린 정말… 좋은 전사들을 가지고있소. 정말 좋은 전사들과 함께 혁명하고있소. 그 광산초급당비서도 속이 깊은 동무요. 나라앞에 지은 죄를 씻으려고 스무해가까이 광석을 캐며 당에 묵묵히 진정을 바쳐오는 그 녀전사의 아버지에 대하여 그는 깊은 애착을 가지고 평정과 보증을 해왔소.
제대군인인데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일을 해제끼는 당비서요. 기억을 더듬으니 그 차원호동무생각이 나오.
금골과 백금산을 돌아보고 떠날 때 수백리길을 따라 서던 진실한 동무요. 그에게 우리 세상은 로동계급의 세상이니 일을 잘해달라고 당부했었지.…》
책임부관이 들어와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그리고 인민무력부장, 당중앙위원회 일군들과 외무성 책임일군들, 인민군주요지휘성원들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총참모부 책임일군이 앞에 나서서 미제침략군이 작성하고 최근 군부에 하달한 엄중한 전쟁모략인 《작전계획 5027ㅡ98》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머리를 단정히 바투 올려깎은 상장은 작전지도상에서 미제침략군이 다섯개 단계로 나누어 세밀하게 작성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단계와 이른바 결속단계에 이르기까지 작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황을 설명하였다.
《
일군의 발언이 끝나자
《옳은 분석이요. 문제는 제네바합의후 꼬리를 사리며 우리의 눈치를 보던 미행정부가 어떻게 되여 극비밀리에 추진하던 이런 위험하고 엄중한 전쟁문서를 서슴없이 세상에 공개하게 되였는가 하는 그 정치적리면이요.》
《우리는 이것이 미군부가 최근년간에 들어와 상투적으로 써먹는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군부는 90년대초 만전쟁을 앞두고도 이보다 그 성격과 규모, 작전전술적깊이에서 제한되고 불투명했지만 류사한 가상적인 전쟁계획을 이라크주변 나라들에 류포시키면서 이라크지도부와 군부의 동향을 주시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정면대결을 생각지 않았던 이라크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결국 만전쟁의 승패는 전쟁전에 이미 결정된셈입니다. 이번에도 그런 음흉한 정치군사적목적이 숨어있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바로 그러한 시도로 해서 부쉬는 당시 력사적안목이 있다는 평판을 받았고 지금도 텔레비죤에 가끔 나타나 제 몸값을 올리며 발언을 하군 합니다.
동무들, 그 측면도 물론 중요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최근 페리의 두차례에 걸친 평양방문은 강경보수세력의 압력과 이른바 〈포용정책〉의 모순과 파산에서 출로를 모색하는 클린톤의 진퇴량난의 어쩔수 없는 눈치보기행각이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두 정치세력은 살 구멍수를 찾아낼수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미제는 여러가지 정치, 군사, 도덕적파멸로부터의 출로를 이 위험천만한 작전계획에서 찾아보려고 획책한것입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보수당인 공화당의 전쟁강경책에 대한 우리의 립장을 타진하려는데도 목적이 있지만 그 경우 반대로 실지 우리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클린톤의 대외정책이 급변할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다른 한편 미국의 대외정책과 반대세력들간의 치렬한 대결을 분석해보면 바로 그 강경보수파의 반발을 눅잦히려는 일종의 정치외교적의도도 깔려있는것입니다.
이번에 페리의 평양행각과 그에 따른 이른바 〈페리의 방북보고서〉작성준비과정은 미국의 량당사이의 심각한 모순과 대결을 표면화하였는데 그 중점은 바로 우리의 존엄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권고와 타협으로 일관되여있습니다. 로씨야와 중국은 물론 일본이나 지어 남조선당국자들까지 미국에 대고 자제력을 호소하고있는 형편입니다.》
《그렇다면 미군부가 왜 이러한 정치적, 력사적조건과 정세, 이른바〈동반자〉들의 의도와 지향까지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길을 택하였는가? 정찰부문 동무들은 여러가지 문제점과 우연성도 작용하여 이 극비문건이 빠져나왔다고 제기하고있지만 나는 이것이 침략과 전쟁을 떠나서 존재할수 없는 현대제국주의의 본성으로부터 흘러나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확언합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조선이라는 공격목표는 같고 최종적인 선택도 군사적타격이며 다만 그 방법과 전술에서 유연과 강경이 다를뿐입니다.
동무들! 나는 이것을 동무들이 깊이 명심할것을 바라며 우리 당의 선군혁명로선의 견지에서 강력한 대책을 취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
유진성이 문건철을 펼치며 이미 구상한듯 한 안을 발표하였다.
《세계정치계를 놀래운 충격적인 사변때마다 관례로 진행해온 정부 대변인성명이나 외무성 성명을 내놓되 거기에 강력한 규탄과 항의를 지난 시기보다 도수를 높여 박아넣으면 어떻습니까?》
머리숱이 적은 기름한 얼굴의 외무성부상이 침착하게 말씀올렸다.
《정부 대변인성명, 외무성 성명이라…》
《
근엄한 표정을 한 총정치국장이 조용히 일어섰다.
《
《옳습니다. 우리 당의 선군정치의 위력앞에 지금 제국주의련합세력은 어쩔수없이 우리와의 정면대결은 피하고 이렇게 뒤전에서 음모적방법으로 나오고있습니다. 군대가 강하면 조국통일도 미제와의 대결도 우리의 선군정치의
동무들! 나는 미제의 음흉하고 파렴치한 코대를 꺾어버릴 단호한 강철의 선언을 내릴것을 주장합니다. 정부 성명이나 외무성 성명도 좋지만 나는 우리 혁명무력이 평화전략에는 혁명적원칙성으로, 전쟁방식에는 철의 주먹으로 대답하는 강경한 립장을 반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을 발표할것을 제기합니다.》
유진성장령이 흥분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벌떡 일어섰다.
《
《옳소. 이건 미제국주의의 전쟁도발에 대응하는 사회주의조선의 전쟁포고요!
나의 붉은기정신은 공격정신입니다!》
일군들의 심각한 얼굴들에 숭엄한 기색들이 력연히 떠올랐다.
어떤 거창한 대사변이 이 순간부터 이 땅에 도래하리라는 예감에 그들은 가슴을 조이는것이였다.
그것은
집무실로 책임부관이 급히 들어왔다.
《
《동무들! 이건 정말 기쁜 소식이요. 이젠 이
《하하하, 미제가 아무리 무모한 전쟁계획을 휘두르며 위협해도 우리는 조금도 무섭지 않소. 우리에겐 우리 당의 선군정치를 받드는 이런 충직한 병사들이 있단말이요! 나의 병사들이!》
집무실창밖에서는 짙푸른 전나무들이 위병마냥 무게있게 서있었고 그 너머 언덕우에서는 불타는 단풍들이 앞을 다투어 가을바람에 설레이며 무르익는 계절의 마감을 다채롭게 장식하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