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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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삶과 투쟁에서 때로는 한순간을 결정하는데, 한발자국을 움직이는데 온 생애와 귀중한 생명을 겨룰수도 있다.
하기에 이 모든것, 혁명과 조국과 동지에 대한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은 그것을 하나로 집대성하여 행복과 승리에로 이끄는
김진과 리수복 그리고 김광철과 함께
한순간과 한생! 실로 그것은 의미깊은 대조였고 동시에 하나로 융합된 혁명적인생의 세계였다. 그들은 그 한순간에 이미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시인들은 그들이 한순간에 걸어간 걸음들을 두고 예술적사색을 많이 하는것 같다. 시인들의 관찰과 취재에 근거한것이겠지만 리수복은 열다섯발자국을 걸어갔다고 한다. 하다면 김광철은 그자리에서 몸을 날렸으니… 하다면 길영조는?
(길영조영웅은 하늘에서 단 한걸음도 발걸음을 짚을수 없었다.
아니다. 그들은 결코 몇걸음의 행동으로 영웅이 된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삶의 전구간을 꾸준히 참되게 걸어 그 빛나는 결승선에 들어선것이다!…)
리수복… 가슴에 사랑과 꿈, 미래에 대한 랑만이 없는 인간은 시가 있을수 없고 시가 없는 인간은 결코 영웅적위훈을 세울수 없다.
비록 한수의 시를 남기지 못했다해도 그런 영웅은 자기의 피로 이 땅에 시를 쓴것이였다.
…
사랑하는 조국을 위하여
땅에서 받은 생
하늘에서 빛내갈 신념
날이 갈수록 더욱 굳어만지나니
위훈이 없이는 결코
보금자리로 돌아갈수 없는
나는 하늘의 결사대
…
땅우에서 받은 생을 하늘에서 빛내겠다는 구절이 이상하게 심장을 쿵쿵 두드리는것 같다. 길영조는 시인이 아니였는데 어찌하여 그의 시가 이토록 감동을 주는것인가. 그가 발휘한 위훈이 거기에 보이지 않게 깔려있어, 아니면 그것이 보는이의 감정세계를 가미하여 승화시키기때문일가?
시가는 산문과 다르다. 그것은 먼저 가슴에 와닿고 그다음 머리로 옮겨져야 한다. 시는 먼저 심장에 불을 달아야 한다. 길영조의 시가 순간에 사람의 심장을 울려주고 가슴을 두드리는것은 무엇때문인가.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있었다.
구름층이 깊어보이고 강한 바람이 머리우를 성급하게 지나간다. 아직 어둠이 깃들지 않았으나 주위는 비구름이 석양을 가려서인지 어둡다.
비에 젖은 아득한 활주로가 어스름속에 번들거린다.
《비행사들이 길영조의 시를 좋아합니까?》
《예, 다들 수첩에 옮겨 베껴 가지고다닙니다.》
《길영조는 속이 깊은 비행사였소.》
《요즘은 인민군공훈합창단이 형상한 그의 노래가 나올 때면 다들 텔레비죤앞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아, 비행사의 노래! 그 노래의 가사가 인상깊소. 우리의 날개우엔
비행사식당과 침실을 일일이 돌아보신
《부대장동무, 전번 비행대출동훈련때 보니 공군에 대해 이제는 마음을 놓을것 같습니다.》
젊은 부대장의 눈에 비행사특유의 자부심과 솔직성이 그대로 비껴 얼른거린다.
《사실 처음에 저희들은
부대장의 곁에 서있던 다부진 몸매의 차수가 두손을 모아잡았다.
《미제침략군과 일본자위대가 대경실색했습니다. 급기야 남조선주둔 공군과 함께 오끼나와기지 전술기들이 대응하여 하늘에 올랐으나 이미 그것은 우리 비행대가 기지에 착륙한후였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노리던겁니다. 미제의 공중타격대는 그때 이미 전술적으로 한수 뒤졌거든.》
인민군지휘성원들의 얼굴에 배포유한 미소들이 가득 실려 넘실거렸다.
《이번에 우리의 인공지구위성 〈
유진성의 설명에
《큰집이 무너지며 삼년 간다지 않습니까. 우리가 예견하건대 지금 로씨야의 정치정세로 보아 반드시 무쇠주먹을 가진 세력이 등장할것 같소. 원래 슬라브민족이 남에게 억눌려사는 하인처지를 죽어라 하고 싫어합니다.》
야전승용차가 함대사령부쪽으로 한참 달리고있을 때 무선통신을 받은 유진성이 근심스러운 눈길을 들었다.
《무슨 일이요? 진성동무!》
《
《가만, 새벽부터 걱정스러웠는데 그 최남호동무네 함선에선 소식이 있습니까?》
《지난 밤에 통신련락이 끊어진 때부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대책은 세웠소?… 폭풍속에 우리 병사들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구만.》
《이미 공군과 해군부대들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비행대와 전투함선들이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불리한 날씨지만 탐색비행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음, 잘했소.》
최남호에 대한 생각이 집요하게 뇌리를 파고드시였다.
전파가 끊어졌다는것은 함선이 폭풍에 조난당했다는것을 의미할수도 있다.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드시였다.
사람이 너무 일에 욕심을 부리더니 무슨 일을 치는게 아닌가. 어제 전화로 만나보았지만 어쩐지 요즘 그가 사업과 생활에서 무엇인가 급하게 서둘러 돌진한다는 인상이 드시였다. 물론 사람은 하루를 천년맞잡이로 당겨살고 천금보다 귀중한 시간을 최대한 아낄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된다. 혁명앞에 자기의 과오를 씻으려고 늘 훈련현지에 나가살면서 아글타글 애쓰며 몸부림치는 그의 심정과 진정을 모르시는바 아니였다.
그의 고지식하고
창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이따금 퍼런 번개불이 하늘을 찢군 했다.
야전승용차는 비바람속을 뚫고 함대사령부가 자리잡고있는 군항으로 달렸다.
사나운 폭우가 바람에 밀려 차창을 마구 때렸다.
물줄기가 차창을 후려치면서 좔좔 흘러내린다.
어둠과 비바람에 잠긴 길옆의 숲들이 솨- 솨- 소리를 내며 세차게 설레인다.
차창밖으로 배낭을 무겁게 진 녀성들이 총총히 새벽길을 걷는 모습이 보였다.
최남호생각과 함께 우리 인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가슴속에 조수처럼 밀려든다.
그렇다. 아직 식량과 전기사정이 풀리지 않고있다. 불꺼진 공장굴뚝들에는 몇해째 연기가 없다. 렬차는 달리다가도 오래동안 정차하며 전기를 기다린다. 엄혹한 《고난의 행군》에 단련된 려객들은 이 모든 불편과 고생을 조금도 탓하지 않고 말없이 렬차에서 내려 《야전식사》준비를 서두른다. 간혹 젊은축들은 오락회를 열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즘 새로 류행된 군중무용판을 펼쳐놓기도 한다.
우리 인민이 겪은 《고난의 행군》- 그것은 하나의 큰 전면전쟁과 맞먹는 준엄한 시련이였다. 원쑤들은 울리지 않는 총포성으로 이 크지 않은 대지를 페허로 만들고있다. 이 엄혹한 난관을 뚫느라 인민이 고생을 하는데 어찌
그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진두에 불굴의 혁명의
힘들게 내짚은 걸음이였으나
그들은 불굴의 인간들이였다. 혁명적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자력갱생의 참된 의미를 심장으로 자각한 억센 인간들이였다.
자강도를 찾으시여 장강땅의 북천강발전소를 돌아보셨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였었다. 수행원들은 숙소로 돌아가실것을 안타까이 제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늦었더라도 로동계급과의 약속을 어길수 없습니다.》
《
《허허, 리해시키는거야 뭐 그리 힘들겠소. 책임비서동무, 그저 내 마음이 내려가지 않아 그러오. 어쩐지 그들을 만나고싶구만. 천리길이라도 가야 하오.》
그렇게 찾은 공장이였다. 공장의 로동계급은 눈물속에
《정말 장합니다. 이 공장에는 남의것이 하나도 없구만.
이것이 바로 자력갱생의 산물입니다. 남에게 의존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 공장을 보면 쇠몽둥이에 맞은것처럼 정신을 차리겠소.》
《
《
《그러지 마시오.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강행군시기가 아닙니까. 내가 앞장에서 나가야 인민이 따라서고 강행군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여 최후승리를 이룩할수 있습니다.》
북방의 눈보라가 차창밖에서 울었다.
깊은 밤이지만 겨울들판에는 이따금 홰불들이 타번졌다. 인민들이 북천강밤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손달구지로 거름을 나르고있었다.
차창에 비껴흐르는 인민들의 억센 모습이 뜨겁게 심중에 새겨들었다.
《생각같아서는 차에서 내려 저 인민들과 함께 걷고싶지만 시간적여유가 없는것이 유감입니다.
저런 인민들과는 하늘땅 끝까지라도 함께 갈수 있습니다.》
유진성과 강태혁은 눈길을 내리깔고 큰 호흡을 하며 아무 말도 못했다.
《뒤차들이 왜 보이지 않소?》
《
강태혁이 젖은 목소리로 겨우 말씀올리였다.
《허허 참, 동무들보고 내가 뭐랬소. 오늘 새벽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스무개단위를 지도해달라기에 다 수락하면서 이틀간이라고 찍지 않았소. 그러니 시간이 없지 않나.
내가 탄 차가 너무 빨리 달려 동무들이 따라오기 힘들다는데 처음 떠날 때 내가 뭐라고 했소. 이번 길은 전에 없었던 강행군길이기때문에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라고 하지 않았소.
이제부터 나를 따라다닐 기질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따라서지 않는것이 좋겠습니다.…》
…새벽녘에 총참모부와 함대사령부에서 긴급련락이 왔다. 표류되여 미제침략군과 조우했던 함선에서 련락군관이 도착했다는 보고였다.
보통키의 함대책임일군이 절도있게 다가와 영접보고를 드리였다.
《그래 련락군관동무가 어데 있소?》
《
우리 비행대가 단신으로 헤염쳐오는 그 동무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불사신같은 동무입니다.》
새벽하늘을 원경으로 경비함의 검은 형체가 보였다.
이윽고 해병들의 부축임을 받으며 불에 타고 파도에 쩐 나들나들한 군복을 입은 소좌가 갑판을 내려섰다. 젊은 소좌는 문득 군항기슭에 서계시는
《조선인민군
《음, 박신철이… 해군정찰병!… 수고했소!》
《그래 함은 어떻게 됐소? 우리 병사들이 다 어디 있소? 최남호동무는?…》
《
《어서 말하오. 함선이 표류되였소?》
박신철은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렇습니다,
《뭐라구?!…》
박신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폭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드리였다.
(…끌끌한 우리 해병들이 전사하다니… 이게 어디 될말인가. 최남호! 최남호가 희생되다니! 귀항하면 만나 꼭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했더니… 동무가 그렇게 우리를 두고 가버린단말이요? 우리는… 작별인사도 나누지 않았지.…)
박신철이 어깨에서 원통형의 은빛철함을 내리웠다.
《
《응, 최남호가…》
그것은 유지에 싼
이 순간
(최남호!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요! 동무가 내곁을 떠나가다니!)
박신철이 괴로와하시는
《우리 동지들은 마지막순간 육탄이 되여 자폭하면서〈
해가 힘들게 솟아오르고있었다. 바다가 설레였다.
《그게 바로 우리 전사들이요!…
파도를 날리며 해풍이 불어왔다. 음산한 바다우에는 피빛노을이 아프게 비끼고 갈매기들이 불안스레 무리지어 날아올랐다. 영원히 안식을 모르는 장엄한 바다가 거세게 숨쉬며 기슭을 때리고있었다.
총창을 틀어쥐고 숭엄히 서있는 해병들의 가슴속에 분노의 활화산이 이글거리며 타번지고있었다.
노도가 일어서서 방파제를 세차게 때렸다. 천만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창공을 뒤덮은 아침해발에 은빛으로 빛나고있었다.